듄 신장판 5 - 듄의 이단자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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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그 사람이라는 점에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듄의 이단자들』은 신황제(레토 2세)의 통치가 끝나고 1500년이 지났다. 3권 「듄의 아이들」처럼 아이들이 등장한다. 숲과 물이 있던 아라키스는 샌드웜의 등장으로 다시 사막 행성 라키스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멜란지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레토 2세의 죽음으로 멜란지에 기반을 두고 돌아가던 우주의 경제 시스템은 붕괴되었고 우주 대이동이 있었다.



라키스에 거대한 모래벌레 샤이탄을 조종할 수 있는 시이나가 발견되고 베네 게세리트 오드레이드는 시이나를 통제하기 위해 베네 게세리트로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폴 무앗딥이 샌드라이더였듯이 인류의 종교 세력들은 시이나를 샤이 훌루드의 아이로 숭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열두 번째로 다시 부활한 던컨 아이다호 골라는 열두 살이 되었다. 베네 게세리트의 대모 타라자는 레토 1세를 닮은 아트레이데스의 혈통인 마일즈 테그와 함께 새로운 던컨 아이다호 골라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



어린 던컨 아이다호 골라를 보살피는 줄 알았던 루실라와 타라자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고대 인류의 특징이 있는 유전자를 위한 종마라니! 베네 게세리트의 여성들이 교배를 위해서 훈련되고 있었다. 그러니 베네 게세리트와 명예의 어머니회가 서로를 매춘부라고 부를 만도 하다.



시아나와 던컨을 암살하기 위한 얼굴의 춤꾼들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 특유의 페르몬 냄새가 아니었다면 일찍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벌어졌을 것이다. 이 와중에 베네 게세리트 타라자와 틀레이랙스 틸위트 와프가 만나고 있었다. 그들은 조합의 비우주선이라는 중립적인 공간에서 어떤 협상을 하게 된다. 동맹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타라자의 마스터 플랜, '계획이 다 있었구나!"



무르벨라가 던컨 아이다호 골라를 유혹하는 동안 던컨은 '악솔로틀 탱크'를 기억해 낸다. 모든 던컨 아이다호들, 원래의 던컨 아이다호 자신이었다. 던컨에게 있을 고대 인류의 유전자는 루실라가 아닌 무르벨라에게 전해지는 것일까?



타라자의 다른 기억들, 희망, 두려움, 모든 것이 오드레이드에게 전해지면서 불안해하는 시이나와 던컨과 함께 마지막 모래벌레와 함께 라키스를 탈출하게 된다. 아! 끝까지 멋있는 마일즈 테그! 다시 만나고 싶은 주인공이다. 마지막 6권 『듄의 신전 CHAPTERHOUSE』 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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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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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이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하고 금서 조치를 당했으나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되었다. 1989년 사노맹을 결성하고 7년여의 수배생활과 7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했다. 나중에 국가보상금을 거부하고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라며 비영리 사회운동 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하고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세계의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 활동을 계속하고 계신다.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 같으신 분!



찾았다. 내 침대 머리맡에 둘 단 한 권의 책을! 인덱스와 밑줄 칠 형광펜을 들고 읽기 시작했으나 둘 다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다 밑줄을 긋게 될 테니까! 423편의 글과 사진을 엄선해 묶었으니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다 좋은 글과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여백이 많아서 사진 사이즈가 좀 더 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매일 아침 펼쳐서 읽게 되는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왠지 선생님과 대화하는 셈 치고 연필로 필담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기장 대신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수록되어 있는 영어 문장들은 너무나도 깔끔하다. 박노해 선생님의 글과 사진을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어른이 계신다고 자랑하면서.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굽이 돌아가는 길’,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수록 詩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노해 선생님의 시다. 곧게 잘 자란 나무는 일찍 베어진다. 바람 부는 방향대로 돌이 있는 방향대로 맘껏 휘면서 자란 나무는 긴 시간을 더 즐겁게 자랄테니까. 고속도로는 목적지까지 빨리 데려다 주지만 자연을 감상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국도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 낭만이 있고 풍경의 아름다움 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삶을 살아가보자.




종로에 있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박노해 <걷는 독서>展을 21년 12월 말일까지 무료로 개최한다고 한다. 선선한 가을에 천천히 걷는 마음으로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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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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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시끄러운 곳엔 영국이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60년대에 독립한 나이지리아는 다양한 부족 간의 갈등과 기독교-이슬람 간 종교 갈등 문제가 심각한 나라다. 1983~1999년 까지 군사독재와 정치혼란, 만성적인 기근의 덫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 1999년, 나이지리아는 군사정권의 민정 이양으로 다시금 민선 정부를 되찾게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어부들」은 1990년대의 나이지리아 서부의 마을 아쿠레에 살고 있는 5남 1녀의 가족 이야기이다. '어부들'이란 제목은 '형제들'을 가리킨다. 전근 명령으로 아버지가 아쿠레를 떠나면서 격주로 오던 발걸음은 점점 뜸해지기 시작했다. 집안을 통제했던 권력자가 사라지자 남은 가족들은 자유로워진다.



장남 이켄나는 동생들과 함께 마을에 흐르고 있는 출입이 금지된 오미알라강에서 낚시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잘못된 일을 하면 교정을 받아야 한다.'라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채찍으로 매질을 당한다. 아이들에게 채찍이라니...



금지된 강에서 이켄나는 미치광이 아불부에게서 "너는 어부의 손에 죽을 것이다."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예언을 듣고 믿는 순간부터 든든한 형이었던 이켄나는 그 예언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동생들 중에서 한 명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점점 예민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믿었던 동생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무장된 의심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기 시작한 이켄나로 인해 보자와 격렬한 싸움을 하게 되는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리고 두 형을 잃은 남은 동생들은 아불부를 찾아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아불부에게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다. 오래된 가난과 궁핍으로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도둑질을 하다 사고로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아불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불부와 이켄나의 가족들이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불부의 예언을 들은 4명의 어부들-이켄나, 보자, 오벰베, 벤저민-은 마치 그 예언을 실현하려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를 참새나 곰팡이로 부르는 애칭이 있을 만큼 믿고 사랑했던 가족들 사이에 예언이라는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씨앗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실현된 것이다. 6년 후, 벤저민과 남은 가족들은 걱정과 연민으로 서로를 감싸준다. 이 가족에게 아직 희망의 끈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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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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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동쪽의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동서부 전선에 있는 연합군과 소련군은 누적된 피로와 보급 문제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던 시도가 불발로 끝나자 히틀러의 광기에 불을 지피게 되었고 전쟁 초기의 영광을 떠올려서였을까? 아르덴을 돌파해서 프랑스를 점령했던 것처럼 아르덴을 돌파해서 전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아르덴 대공세 작전을 명령하게 된다.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항구를 다시 점령해서 연합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르덴을 돌파하고자 동부 전선의 병력을 빼내어 서부 전선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하고 1944년 12월 16일 최후의 도박을 벌이게 된다.


연합군은 전쟁이 곧 끝날 거라 확신하고 있었기에 독일군이 절대로 아르덴으로 공격을 해 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나 나무로 빽빽한 아르덴 숲에 전차가 나타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작전이었다.


히틀러는 더 이상의 후퇴는 없으며 남은 전력을 총동원하여 서부 전선을 반격하기 위한 대규모 기습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12개 기갑사단, 18개 보병사단, 항공기 1500대로 단숨에 방어선을 돌파하고 뫼즈강까지 진격하여 벨기에 북부 항구 안트베르펜을 탈환하고자 시작된 아르덴 대공세.


12월 16일 새벽, 판터와 티거 전차를 앞세운 히틀러 최후의 정예부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전명 가을 안개Operation Autumn Mist' 이른바 '아르덴 대공세' 또는 '벌지 전투'라고 불리는 거대한 싸움이다.


연합군의 수뇌부는 히틀러가 상식 밖의 충동적 행동을 하는 인물인지를 간과했고, 히틀러는 연합군의 병사들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 히틀러가 저지른 최후의 도박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실패로 끝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민간인들은 학살과 보복 사이에서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건 무기의 첨단화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장에서 지휘관의 리더십과 두려웠을 텐데도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를 버텨낸 병사들의 투지에 작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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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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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태생인 옌롄커(1958년생),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이 금서 조치 되어서 중국에서는 읽기가 힘들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고 외국에선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낯선 이름의 작가다. <일광유년>은 1998년 발표된 작품으로 4년간 집필을 하였는데 요추 부상으로 상태에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바러우산맥의 깊은 곳, 문명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마을 산싱촌에서 대를 이어 벌어지는 죽음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산싱촌은 란씨, 두씨, 쓰마씨의 세 성을 가진 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이다. 여든 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었던 마을이지만 몇 대에 걸쳐 수명이 점점 줄어서 목구멍이 막히는 병으로 마흔 살을 넘기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마을의 촌장이 된 쓰마란은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먼저 자신의 피부를 팔아 번 돈으로 링인수를 끌어올 수로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공사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사장에서 영양결핍과 고된 노동으로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드디어 링인거 수로가 개통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서 링인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었다. 수로가 시작되는 곳은 이미 공장과 집들로 가득했고 물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이었는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쓰마란의 선택은?



수로 공사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피부를 팔 생각을 했을까? 어린 시절 작은 삼촌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죽음을 피하고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의 광기였을까? 아니면 촌장이라는 작은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일까? 옛말에 완장 찬 머슴처럼 무서운 게 없다더니 바로 쓰마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쓰마란과 란쓰스가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면서도 두주추이는 쓰마란과 결혼을 강행한다. 두 여자 아니 세 명 모두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두주추이는 껍데기만 끌어안고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란쓰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병원비를 벌고자 인육 장사(매춘)를 선택했다.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그 마을에서 남아서 마치 죽음을 기다리며 살았던 마을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중국의 호구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쓰마란은 마치 히틀러와 닮아 있다.



960쪽의 벽돌책에 담겨있는 옌롄커의 세계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신실주의(神實主義))을 찾기 위해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되었다. 이 한 권 만으로도 외국에서 왜 유명한 작가인지 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전작주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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