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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리딩투데이지원도서
[완독서평]
이 작품은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의 국내 초역 작품이다. 병약했지만 변호사가 된 후에 폐결핵으로 요양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런 경험으로 10여 년 동안 시, 소설, 동요, 평론, 수필과 기행문 등을 쓰게 된다. 짧은 생애였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중인격의 대명사가 되었다.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는 두 형제의 복수극이다. 형제 하면 카인과 아벨이 가장 유명할 텐데 과연 그 명성을 꺾을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에서 자코바이트 봉기가 발생했을 때, 듀리스디어 가문이 살아남기 위해 그 당시의 귀족이 대부분 그랬듯이 한 명은 반역세력에 가담하고, 한 명은 조지 왕에서 충성을 맹세해야 했다. 그래야 어느 쪽이 이기든 가문의 멸문지화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듀리스디어 가문의 형제는 정반대의 평판을 받고 있었다. 장자는 위선적이지만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차남 헨리는 정직하고 성실했지만 구두쇠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장자인 제임스는 한사코 남기를 원하는 가족의 뜻을 저버리고, 자신의 부를 축적할 기회로 생각하고 반역세력에 가담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코바이트 봉기는 실패했고, 제임스는 죽었다는 소식이 듀리스디어 가문에게 전해진다.
남아 있는 자의 슬픔이라고 할까? 형 대신 살아있는 헨리는 모두에게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었다. 비겁하다고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헨리의 마음은 또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헨리는 자신의 선택이 아닌 결과에 주위의 모든 비난과 책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버텨내야만 했다.
하지만 제임스는 정치적 망명자로 국외를 떠돌다가 스코틀랜드로 돌아오게 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임스가 돌아오자 모든 사람들은 제임스를 향해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임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헨리를 무시하고 폭언을 퍼부어댄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동생 헨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제임스는 끝내 헨리의 부인에게까지 손을 뻗게 된다.
형제끼리 서로의 칼끝이 향하는 결투를 벌이는 것이 과연 복수일까? 아님 그냥 막장일까?
제임스는 왜 죽음을 예감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동생 헨리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비합리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해야만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자기 탓을 하는 것보다는 남을 탓하고 복수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설피 제목을 보고 밸런타인 공작으로 읽었던 나의 기억에 헛웃음이 나온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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