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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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네시스』는 우리말로 '기원(genesis)'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단어는 머리문자를 대문자로 바꿔 'Genesis'로 표시하면 구약성서의 〈창세기, 創世記〉를 의미한다. 『구약성서』란 아다시피 〈모세 5경〉이 Genesis, Exodus, Leviticus, Numbers, Deuteronomy 등으로 돼 있다. 첫 번째 나오는 '창세기'를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세계적인 실험 물리학자 귀도 토넬리의 저서다. 이 책 『제네시스』는 저자 토넬리가 물리학에서 최근 발견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주 탄생의 중요한 일곱 가지 순간을 이야기한다. 우주 탄생의 첫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현재 물질의 작은 조각을 아기 우주 때의 매우 높은 온도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실험을 통해 동면 중이던 입자들이 한순간 다시 나타났고, 이로써 138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입자 한 줌이 깨어났다. 토넬리가 발견한 ‘힉스 보손’이 바로 그것이다.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 의하면 힉스 입자(Higgs particle, Higgs boson)는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의 하나로서 스핀이 0인 보손이다. 힉스 보손 (Higgs boson), BEH(Brout-Englert-Higgs) 입자, 혹은 BEH 보손이라고도 한다.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 중에서 힉스 입자가 2012년에 세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됨으로써 표준모형의 실험적 검증이 완료되었다. 힉스 입자는 다른 기본 입자가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질량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입자로서 표준모형의 이론적 구조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 『제네시스』는 우주 전체이자 시작인 이 입자에서 출발하여, 시공간의 탄생, 진공 상태로부터 어떻게 우주 전체가 만들어졌는지, 현재와 같은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의 우주로 진화하는 과정, 오늘날의 다중우주 이론과 외계 은하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시공간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는 7일간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모든 것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놓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다.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 발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토넬리는 인간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알아내고 싶어 하는 우주의 시작, 그러니까 시공간의 탄생은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왔다. 이에 대한 실험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무한히 작은 것을 탐구하는 입자 물리학으로의 접근과 초거대 망원경을 사용해 무한히 큰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 전체까지 관측하는 시도다. 놀라운 점은 무한히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천문학적 규모의 먼 거리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동일한 이야기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토넬리의 첫 책 『제네시스』는 우주의 전체이자 시작을 품은 채 138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한 줌의 작은 입자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출발점에는 물질, 즉 암석과 행성, 꽃과 별 등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을 형성하는 물질이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우주가 매우 오래되었고 현재 엄청나게 차가운 구조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우리 집’ 지구에 고립된 우리로서는 모든 것이 따뜻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대기의 보호막을 벗어나자마자 온도는 급락한다. 희박하고 매우 오래되었으며 차가운 현재 우주의 물질은, 엄청나게 높은 밀도로 작열하는 물체였던 '아기 우주' 때의 물질과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우주 탄생의 첫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현재 물질의 작은 조각을 원래 조건의 매우 높은 온도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기계로부터 원시우주와 비슷한 온도로 가열하여 멸종된 입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저자 토넬리는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실체를 먼저 안내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LHC)에서 공간의 작은 부분을 원시우주와 비슷한 온도로 가열하여 멸종된 입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습니다. 태초의 작열하는 물체를 채우고 있다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극대 입자들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가속기 덕분에 입자들이 마치 얼음 석관에서 동면 중이다가 깨어난 것처럼 한순간 다시 나타나 우리가 이를 자세히 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힉스 보손도 이런 식으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p.35)



토넬리는 바로 이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 발견의 중심에 있었다. 저자는 이 발견을 통해 현대 물리학으로 우주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토넬리는 힉스 보손의 발견으로부터 우주의 시작과 시공간의 탄생, 진공 상태로부터 어떻게 우주 전체가 만들어졌는지, 현재와 같은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의 우주로 진화하는 과정 등을 구약성서의 〈창세기〉처럼 7일로 나누어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우주 초기부터 최근까지 인간이 밝혀낸 것들 중 거의 모든 것들, 또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과 알아내고 있는 것들,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문학적 비유로 7일간의 여정을 이끈다.

이 책에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세 개의 글이 있다. 저자는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놓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프롤로그를 통해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여정을 기꺼이 마주해야 합니다. 그 위험은, 익숙한 환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적인 범주가 전혀 통하지 않는 곳으로 우리의 정신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며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전제한다. 이유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정신은 지구를 탐험하고 식민지를 개척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였지만, 그토록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몹시 부적합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식(입자 물리학과 초거대 망원경을 사용한 무한히 큰 우주를 탐사하는 일)이 모두 사용되며, 특히 빛의 속도가 초속 약 30만km로 고정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이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무한한 속도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관측할 때 우리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들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수십억 년 전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을 처음 방출했던 그때의 모습이다.



저자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이 뒤틀리고 분해되어 고에너지의 제트와 감마선을 방출해 감지기에서 식별된다고 설명한다. 이 이상한 천체들인 중성자별과 블랙홀은 '코스모스'의 전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엄청난 재앙의 원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천체들은 매우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어서,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여 시공간을 비틀고 수십억 광년 떨어진 우리에게까지 도달하는 중력파를 생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겉모습 아래에 '카오스'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멀리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태양의 표면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된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평온하게 우리의 하루를 비춰주는 고요한 별처럼 보이는 태양을 가까이서 보면, 무수한 열핵 폭발, 대류 운동, 엄청난 질량의 주기적 진동과 거대한 자기장에 의해 사방으로 뿜어져나가는 플라즈마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혼돈의 체계가 드러난다. 이 별 안에서는 수많은 세월 동안 지속되어온 거대한 힘들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전투의 승자는 단 하나, 바로 중력이다. 그리고 수십억 년 후 핵연료가 고갈되면 중력은 마침내 내부층을 산산이 부수어 분쇄하는 데 성공하여 우리의 태양을 붕괴시킬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중심핵은 압축되고 외층은 팽창하기 시작하여 수성, 금성, 지구까지 도달해 그것들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표면도 아주 자세히 보면,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진동하며 상호작용하고 변화하는 혼돈의 춤을 우리는 곧바로 마주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와 '글루온'은 끊임없이 상태를 변화시키며 상호작용하고, 주변의 무수히 많은 가상 입자들과도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미시적 수준에서 물질은 우연과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어김없이 따른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주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질서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우리는 오직 상상력의 안내를 따라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것이며, 가장 환상적인 공상과학소설조차 진부하게 보일 정도로 대담한 개념에 의지하게 된다고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선 언급대로 '7일'과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란 하나의 장이 추가되었다. 7일 동안 각 1개씩 모두 7개의 장을 통해 우주·생명·인간의 기원에 접근한다. 7개의 장은 「첫째 날/ 터져 나오는 숨결이 첫 번째 경이로움을 낳다」, 「둘째 날/ 섬세한 손길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다」, 「셋째 날/ 불멸자들의 탄생」, 「넷째 날/ 그리고 마침내 빛이 있었다」, 「다섯째 날/ 첫 번째 별에 불이 켜지다」, 「여섯째 날/ 혼돈이 질서로 위장하다」, 「일곱째 날/ 복잡한 형태의 무리」 등이다. 여기에 「우리의 가장 깊은 뿌리 그리고 미래」란 제목의 〈에필로그〉와 남순건 입자 물리학자이자 경희대 교수의 「우주 탄생, 그 7일간의 이야기」란 제목의 〈감수의 글〉로 이야기를 마친다. 

저자는 우리는 습관적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들에 크게 좌우되며 살기 때문에, 우리 삶을 지배하는 법칙이 우주의 다른 모든 구석에 널리 펴져 있는 법칙과 같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낮과 밤, 달이 뜨고 해가 지는 것,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구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것….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착각하고 있는 우주에 대한 ‘실제’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 그 자체가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구름이 뜨겁고 계속 팽창하는 한, 이 거대한 구름을 응집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점차 냉각되고 속도가 감소함에 따라, 중력이 팽창력을 압도하고 물질 덩어리 주위에 더 크고 무거운 응집 중심을 형성합니다. 이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커다란 원반이 형성되어 중심 주위를 돌고, 중심에서 질량의 대부분이, 특히수소가 밀집됩니다. 은하 내부에는 은하의 미니어처가 형성됩니다. 큰 구름의 일부가 자체 중력의 힘으로 붕괴되어 중심에서 별이 탄생하는 태양 성운이 형성되고, 그 주변에는 일종의 강착 원반이 형성되는데, 다양한 고리에 분포된 다른 더 작은 응집 중심들이 구분될 수 있는 형태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원시행성계 원반이죠. 갑자기 태양이 빛나기 시작하고 거대한 가스 행성들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거친 경로를 따라 가장 안쪽 궤도의 암석 행성들이 모일 것입니다.(p.282~283) - 「일곱째 날 복잡한 형태의 무리」 중에서



저자 : 귀도 토넬리(guido tonelli)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 발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탈리아의 입자 물리학자. 현재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의 일반 물리학과 교수이자,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선임 연구원이다.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일하며 힉스 보손을 비롯한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델, 초대칭 등 새로운 물리학 연구에 참여해왔다. 그는 2011년 CERN의 특별 세미나에서 힉스 보손의 존재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2012년 힉스 보손이 관찰되었음을 CMS 실험의 대변인으로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발견 덕분에 ‘입자 질량의 기원에 대한 근본적 이론’을 제시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귀도 토넬리 또한 이에 대한 공헌으로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업적을 세운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상했다. 또 새로운 힉스형 입자를 발견한 실험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공로로 특별 기초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획기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제네시스Genesis》와 《템포Tempo》(2022), 《물질Materia》(2023) 등을 출간하였고, 그의 책은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김정훈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자아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희랍어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외 몇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감수 : 남순건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마치고, 1982년 서울대학교 자연대 물리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유학장학생으로 미국 예일 대학 물리학과에서 1987년 입자물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Virginia Tech, MIT, 서울대 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후 1992년부터 경희대학교(서울캠퍼스)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0년에 하버드 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일본 유카와연구소, 독일 아인슈타인연구소, 프랑스 사클레이연구소,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런던 대학 등에서 세미나를 했으며, 현재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고등과학원(KIAS), 국제이론물리센터(ICTP)의 Associate Member이다. 그는 M-이론과 끈 이론, 블랙홀, 초대칭 양자장론 등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50여 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하는 등 우주의 궁극 이론을 찾는 양자중력 이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저서로는 『정확히 풀리는 양자계』(공저, 민음사, 1998)가 있고, 2005년 KBS 과학의 날 특집 프로그램 <웰컴, 아인슈타인>에 출연한 바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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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이 좋아지는 잠재의식의 비밀
김문형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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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매일 운이 좋아지는 잠재의식의 비밀』이란 표제어 중 핵심어는 '잠재의식'이다. 이 단어는 유럽에서 18, 19세기에 자주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학술용어로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무의식(無意識)'이란 말과 혼용되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해서 무의식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고 두산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정신의 영역, 또는 우리들에게 자각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정신세계를 의미한다. 뉘앙스의 차이는 잠재의식은 정신생활을 원심원으로 나타냈을 때, 안쪽의 작은 원은 어떤 순간 분명하게 의식되는 부분이고, 그 바깥쪽에 있는 커다란 원은 어렴풋이 의식되는 부분이며, 그보다 바깥쪽은 전혀 의식되지 않은 부분이다. 어렴풋한 의식이 잠재의식이고, 이것이 잠재의식에 대하여 가장 오래 전에 품었던 생각이다. 또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와 같은 이중인격을 생각할 때 하나의 인격이 차례로 교체됨을 알 수 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한쪽의 인격을 제1상태, 다른 쪽의 인격을 제2상태라고 하는데, 제1상태에서는 제2상태에서 일어난 사실을 전혀 기억할 수 없으나, 제2상태에서는 제1상태에서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한다. 이 제1상태의 의식을 주의식(主意識), 제2상태의 의식을 부의식(副意識), 또는 잠재의식이라고 한다.

잠재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최면술이 있다. 최면술을 걸어 "당신은 눈을 뜨면 곧 여차여차한 일을 하라"고 명령하고 최면상태에서 풀어주면 당사자는 명령받은 대로 하면서도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 이것을 '후최면암시'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잠재의식이 의식에 작용을 미치는 증거라 생각된다.

19세기 프랑스의 심리학자 P.자네는 정신이 완전히 건강할 때는 의식의 통합력이 강해 모든 정신현상이 동일한 인격 안에서 통합되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통합능력이 없어지고 어떤 정신과정이 분리하여 잠재의식이 생겨, 그것이 활동한다고 생각했다. 즉 자아의 지배력이 약화되면 잠재의식이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잠재의식은 분리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S.프로이트는 의식에 있어 고통스러운 것, 허용될 수 없는 것, 온당치 못한 것은 억제되어 무의식(프로이트는 잠재의식이라는 말을 극히 초기에만 사용하였다)의 세계로 추방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오늘날의 '무의식'의 개념이 생겼다.





책의 저자 김문형은 학창 시절 따돌림의 우울한 기억들과 인생의 힘든 순간을 자기 계발 서적들을 읽으며 이겨냈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잠재의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깨닫고 많은 사람에게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에 따르면 처음부터 운이 좋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운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은 자신만의 고집과 성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믿음 역시 우리 내면의 잠재의식에서 기인한다. 잠재의식의 힘은 무궁무진하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처럼 잠재의식을 세팅하고, 긍정 확언으로 마음의 부자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의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을 끌어당기는 잠재의식의 힘을 믿고, 당신의 잠재의식을 성공 주파수에 맞추는 연습을 해보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우리는 대부분 '성공한 삶'을 원한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즉 살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노력을 통해 꿈을 이루면 성공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쓰였다. 성공의 기준이나 무엇이 성공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누구든 성공을 원하지만 왜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는가?에 대해서 말하고자 저자는 책을 썼다.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며, 성공에 대한 집착이 성공을 부른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잠재의식을 성공 주파수에 맞추고, 성공을 끌어당기는 잠재의식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잠재의식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잠재의식을 바꾸면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왜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는지, 성공에 대한 집착이 왜 중요한지 등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행운을 부르는 잠재의식의 비밀을 들려준다. 운이 좋은 사람이 되려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운이 이미 내 안에 있다고 믿으라고 말한다. 3장에서는 잠재의식을 세팅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표를 세우고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배우는 방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4장에서는 매일 운이 좋아지는 마법의 공식을 배운다. 늘 환하게 웃고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운을 부르는 비결임을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긍정 확언으로 마음의 부자가 되는 방법을 살펴본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 주고 내면을 긍정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내면을 긍정으로 가득 채우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잠재의식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매일 운이 좋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자신의 잠재의식을 다시 세팅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확언을 실천한다면, 행운과 성공은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올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당신의 확언이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저자는 주문한다. 

1장에서 저자는 유대인의 성공법,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밀을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을 짚어낸다. 성공한 소수의 사람은 자신들만의 고집과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확고한 믿음이 바로 우리 내면의 소리인 '잠재의식'임을 역설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좀 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뇌 과학자들이 밝힌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와 그 일을 실제로 할 때, 뇌의 유사한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현실과 생생하게 상상한 것을 구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뇌가 성공했다고 착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p.38) 저자에 따르면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라' 이것은 허황한 개념이 아니라 이미 철학자, 사상가들이 오랜 세월 공감해 온 성공의 기본 원리다. 상상력은 당신의 미래를 그리는 도화지이며, 우리가 선택한 색깔은 당신이 품고 있는 생각, 신념, 감정이다. 성공이 실현되기 전에 성공을 시각화하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성공을 상상할 때 우리는 단순히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의 상세한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저자는 또 성공은 삶의 여정이고, 상상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나침반이라고 풀이한다. 상상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란 질문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우주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우리의 생각은 우주로 진동을 방출한다. 이러한 진동은 연못의 물결처럼 우주 내에서 비슷한 에너지와 공명을 일으킨다. 본질적으로 생각과 감정은 우리 삶으로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자석이 된다. 게다가, 성공을 상상하는 것은 불변의 자신감을 부여한다. 상상력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를 견디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결의를 키운다. 성공을 상상할 때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 탄력 및 동기부여의 원천을 만들어 낸다. 이 원천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웅장한 에너지의 근원이다."(p.39) 

뇌과학이나 물리학은 종교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생각으로는 공통점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과학적 상식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을 풀어낸다는 점이다. 또 뇌과학과 물리학은 과학, 즉 증명 가능하고 결론도 거의 같은 곳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종교는 보이지 않아 믿기 어려운 것을 신의 섭리나 인간의 믿음으로 풀어내는 차이점이 있다. 저자가 생각과 우주로 파동을 보내 에너지와 공명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독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독자의 과학 지식 부족과 비종교인으로 신(神)을 믿지 않는 결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까?"란 질문에 90% 이상은 "아니오"란 부정적 답변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정적인 성향은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도 없고, 물고기처럼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도 없다. 다른 맹수들처럼 달리기가 빠르거나, 적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나 힘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런 나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들은 맹수가 다가오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것을 '부정편향성'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운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이에 저자는 운을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이 개인의 통제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에 직면하더라도 기회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선택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더 윤택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안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에 필수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 다섯 가지 긍정적 영향을 기술하고 있다.

① 긍정적인 인생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자신이 운이 좋다고 믿는다면 상황에 낙관적으로 접근하고 희망을 품게 되어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② 어려움에 직면할 때 인내력을 높일 수 있다. 실패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행운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③ 단호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관과 직접적인 결정을 믿게 되어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④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긍정적인 가능성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진다. 

⑤ 여러 가지 기회에 대해 더 개방적일 수 있다. 새로운 경험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려는 의지를 가릴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긍정적 영향은 긍정적인 태도와 행운에 대한 믿음은 유익할 수 있지만, 삶은 행운, 노력 및 환경의 결합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치열한 삶을 살아도 누구나 살면서 시련에 닥친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차이에 있다. 평범한 사람은 회피하거나 소극적 대응으로 적당히 넘기려 한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시련은 극복하라고 닥쳐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말은 독자가 여러 자기계발 책을 읽고 가장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머릿속에 각인해 놓았다. 이런 내용이 이 책에도 등장한다. 미국 작가 애드거 앨런 포의 명언도 덧붙인다.


시련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고단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는 그것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성공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언젠가는 시련이 행운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잠재의식 속에 시련은 회피가 아닌 극복하는 것이라고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잠재의식이 세팅된다면,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아무리 인생이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우리는 모두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의식의 힘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앞으로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련이 없다는 것은 축복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p.104)


저자 : 김문형


지은이는 학창 시절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인해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 암울한 시기에 지은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바로 자기 계발 서적이었다. 3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제2의 인생과 꿈을 찾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한 그의 첫 번째 발돋움이다. ‘인간은 모두 이 세상에 놀라운 경험을 하러 왔다’는 믿음으로 그간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 책 속에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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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 생각의 지도를 그려주는 최소한의 인문지식, 고대/중세/근대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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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독자가 이 책 『5분 뚝딱 철학 1-생각의 역사』를 읽고 난 후 느낌이다. 독자가 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것은 고등하교 때가 전부이고 그런 학문이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특히 대입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과목이라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학문 곳곳에 '철학'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배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뒤늦은 후회지만 가끔 한 권씩 구매해 읽기도 했다. 그러나 읽는 책마다 무척 쉽게 썼다고 하는데 전혀 쉽지 않고, 따라서 이해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철학을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설명은 못하더라도 듣고 아는 바를 복습하는 느낌이 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생각의 지도를 머릿속에 심어 놓게 한다. 저자는 이를 〈철학사 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 김필영은 철학은 인류 생각의 역사를 정리한 총체적인 것으로, 상상 가능한 인간의 모든 생각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생각의 역사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대한 철학자 100인을 줄기로 삼아 현재를 사는 우리와 똑같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그에 최대한 답변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저자는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철학 강의를 하는 중이다. 철학 유튜브 1위 〈5분 뚝딱 철학〉은 구독자 20만 명을 넘긴 지 오래됐다. 이 책은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내용은 책으로 엮었다. 내용이 방대해 책으로 정리하니 한 권으로는 담을 수 없어 1, 2권 두 권으로 펴냈다.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전2권)는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이자 202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된 『5분 뚝딱 철학』의 전면 개정판이다. 저자 김필영 박사는 공대 출신 '회사원 철학자'로, 5년 전부터 유튜브 〈5분 뚝딱 철학〉에 매주 한 편씩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저자의 이력으로 인해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는 여느 철학서, 인문서보다 넓고 다채롭다.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정치철학, 종교철학 등 정통 철학 분야뿐 아니라 논리학, 과학과 수학, 언어와 구조, 심리학, 미학까지 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채롭게 다룬다. 전2권으로, 1권은 고대-중세-근대와 「스페셜 섹선」으로 논리학과 미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사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철학이 훨씬 쉬워진다. 앞서 언급한 〈철학사 지도〉란 철학자들이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굵직한 핵심 질문들을 던져왔으며, 그에 대한 답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생각의 지도’를 말한다.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는 「우사인 볼트의 100미터 기록은 정말일까?」, 「우주에 손만 하나 남는다면」, 「마동석은 정말로 용감한가?」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사례, 질문을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300장이 넘는 삽화나 사진, 도식 등을 수록했다. 아울러 본문의 각 글 끝에 저자의 유튜브 동영상 QR 코드를 수록해 책으로 읽고, 동영상 강의로 한 번 더 다질 수 있게 구성한 것도 장점이다.

철학을 하려면 먼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변화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 사람 때문에 미치겠어!” 등 우리의 삶과 사람, 우주 등에 관한 의문을 질문하고 생각으로 풀어내는 일이 철학이라고 정리한다. 이에 따라 철학자들이 던졌던 핵심 질문을 따라가면 철학이 쉬워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권 시리즈로 구성된 이 책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 1권은 고대-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분과별로 가져온 핵심 질문을 뽑고, 그에 대한 답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삼빡하게 정리했다. 더 쉽게 표현한다면 나무보다는 전체 숲을 조망해 볼 수 있도록 썼다. 특히 책 안에 수록된 「5분 뚝딱 철학-철학사 지도」를 참고하면서 읽으면 인류 생각의 역사가 한눈에 그려진다.

 


 

저자는 철학의 진정한 효용성은 ‘생각의 명료화’라고 역설한다.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법을 알면,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가 생각보다 단순해진다. 또한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들은 “철학이 얼마나 어렵고 심오한데 한 문장이나 키워드로 압축하냐?”고 일축하지만 공대 출신 회사원 철학자 김필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회사 일도 철학만큼 복잡하다. 철학은 생각의 기본틀에 따라 얼마나 깊고 합리적인 생각을 해내느냐의 차이다. 그 기본틀에 따라 사람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은 철학이나 회사일이나 같다는 주장이다.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하는 만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는 개인의 생각의 집중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우선 이해를 위해서는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가 매우 적합한 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흥미진진하고 명쾌하다. 독자처럼 문외한인 사람도 조금 집중해서 읽다보면 철학, 철학자, 철학사, 철학의 내용 등이 한눈에 떠오를 정도로 일목요연한 철학 줄기를 챙길 수 있다. 「인공지능은 생각하는가?」, 「태양의 행성과 소녀시대 멤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등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접하는 에피소드나 질문 등에서 이야기를 끌고 와서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이해 가능하다. 이 책이 정리가 잘됐다는 말이다. 독자는 '회사원 철학자'보다 '철학 정리왕'으로 부르고 싶다.

인문 공부를 시작하는 독자, 인류 생각의 역사를 정리하고픈 독자, 철학의 숲을 보고 싶은 독자, 그리고 취업 준비생, 대입 면접/논술 준비가 필요한 중고생, LEET(법학적성시험)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3장(章) 70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도를 그리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씨줄과 날줄을 가상한다. 장과 항목은 이 책에서 씨줄과 날줄의 역할을 한다. 고대-중세-근대는 시대적 구분이다. 여기에 현대 이전까지의 철학의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해 철학자들과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장으로 나누고 있다. 「5분 뚝딱 철학-생각의 역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철학자들의 의문을 갖고 파헤치기 시작한 모든 의문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에 답한다. "이는 철학에 대한 공통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마다 생각하는 철학이 다르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떤 철학자는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또 다른 철학자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평생 생각한다. 이에 "철학은 세계와 인간에 관한 학문"이라는 그럴 듯한 정의를 내렸지만, 이 정의 역시 공허하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세상에 세계와 인간에 관한 학문이 아닌 게 있는가? 이에 따라 철학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살펴봄으로써 철학의 정의에 접근하는 방식을 저자는 제안한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그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를 살펴보라고 주문한다. 이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사를 접하게 되고 자주 익히면 '철학사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경험론은 로크로부터 시작해 흄으로 이어지고, 합리론은 데카르트에서 라이프니츠로 이어지고, 이 둘은 칸트로 이어지고, 칸트는 다시 헤겔로 이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철학자들은 흔히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이고, 철학을 공부해야 현명해지고, 철학이 삶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독자 역시 이런 말을 여러 번 듣고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저자 김필영은 "철학의 진정한 효용성은 〈생각의 명료화〉"임을 강조한다. 조금 학문적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철학은 생각을 다듬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배우고 훈련해, 근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필요한 학문"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에는 모두 70개 항목이 등장한다. 시대 구분과 두 개의 스페셜 세션 〈논리학〉과 〈미학〉을 포함해서다. 첫 번째 항목의 제목이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했다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의 아버지라고 들었는데 왜 그의 이야기보다 먼저 나오는 철학자의 그의 의문은 무엇일까?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주장을 한 탈레스가 가장 먼저 나온다. 서양철학에서는 탈레스를 '철학의 원조'라고 평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를 '철학의 아버지'라고 했다는데 왜 우리는 소크라테스로 알고 있었을까? 조금 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탈레스는 자연철학자라고 한다. 이들은 기원전 4~6세기에 소아시아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이 자연철학자들을 '밀레투스 학파'라고도 칭한다고 책은 기록하고 있다. 소아시아는 4대 문명의 하나인 유프라테스·티그리스 문명이 싹튼 곳이다. 커다란 강과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농업이 발전한 곳이라고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난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는 하늘과 별, 계절, 날씨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인간보다 자연에 주목했다. 이들은 자연철학자로 후세에 불리게 된다.

이들 중에서도 탈레스는 기하학과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기하학 정리들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피라미드의 높이를 그림자의 길이를 이용해 계산했다. 또 해와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원전 585년 5월 22일에는 낮에 밤이 온다'라는 예언도 했다. 인류 최초로 일식을 예언했다는 말이다.

당시 탈레스는 이전 자연철학자들과 다른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세계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만물은 근원은 물이다"고 답했다. 비로소 인류가 신화에서 벗어나 세계의 본성을 찾고자 탐구를 시작한 것이다. 탈레스는 자연현상을 신의 분노 같은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계절풍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설명했다. 드디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탈레스의 설명은 요즘 우리가 아는 과학과 닮았다. 그래서 탈레스를 「최초의 철학자이자, 최초의 과학자, 철학의 아버지」라고 한다.

 


 

이 책에서 시대 구분은 지도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고대를 거쳐 '신의 세상'이었던 중세에는 신 중심의 철학, 즉 종교철학의 시대다. '암흑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학자들도 있으니, 뒤이은 르네상스를 거친 근대 철학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중세를 종교철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종교철학이 주류였다면 이외의 철학은 발을 딛고 서기 어려웠을 뿐이지 생각이 없었던 시대는 아니다.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 중세 신학의 뼈대를 세웠으며, 보에티우스, 토마스 아퀴나스, 보편논쟁, 변신론, 군주론 등이 이 시대정신을 근거해 저술되고 철학의 맥을 이었다.

오늘날 현대철학의 근거를 이룬 '근대'에 이르러서 철학의 중심이 '인간'이 됨으로써 찬란한 철학의 시대가 왔다. 때마침 종교개혁과 대항해 시대를 거쳐 막대한 부를 쌓은 서구 문명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우리 삶의 중심에 인간을 두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서양철학자의 이름은 대개 근대의 철학자들이다. 경험론과 합리적 이성 등이 강조되고 "신은 죽었다"는 독설을 내뱉은 철학자도 나왔다. 니체는 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 세상에 더 이상 힘을 미치지 않으며 철저하게 인간의 삶은 인간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된다는 이론을 낸다. 신의 역할을 기대하지 못함으로써 이른바 '초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을 최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염세주의자'로서 비관적 세계관을 가진 철학자라고 들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의 철학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그의 철학책이 언제나 신간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우리만의 독특한 일인지, 세계적 추세인지 모르지만 그의 대표 저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그의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저자는 "인생은 고통이고, 세계는 최악이다"고 질타한 것은 쇼펜하우어의 성격이나 기질에 의한 것이고, 그를 정신병적 기질을 많이 가진 철학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음악'과 '해탈'로 그의 철학적 좌표를 정하고 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쇼펜하우어의 두 가지 방법이다. 하나는 음악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열정적인 음악이 아니라, 바흐의 음악처럼 수학적 형식미가 있는 음악을 통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욕망으로부터 해방'이다. 불교의 교리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쇼펜하우어의 책상 위에는 청동불상이 있었고, 불교와 힌두교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철학이 생긴 이후 〈논리학〉과 〈미학〉의 발전도 이 책에 나오니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기를 희망한다.

 


 

이제 철학이라는 숲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철학마을에 도착했어요. 이곳까지 오면서 우리는 존재론·인식론·윤리학·심리학이라는 오솔길을 거쳐 왔어요. 오솔길들은 복잡하게 교차하고 얽혀 있는 미로 같지만, 철학사 지도가 있었기에 길을 잃지 않고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어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었어요. 거기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목도 있고, 칸트, 헤겔과 같은 중간 크기의 나무도 있고, 시리즈의 2권에는 100년도 안 된 작은 나무지만 수형이 정말로 아름다운 라캉, 푸코와 같은 나무도 있어요. 이제 철학마을에서 머물면서 지나왔던 길들을 한 번씩 돌아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나무들 가까이 가서 만져도 보고 그늘 아래서 시간을 보내 보세요. 처음에 바삐 지나가느라고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들이 보일 거예요.(p.463)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김필영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관련 직종으로 30년을 근무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뒤늦게 철학을 공부하여 한국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의했다. 공대 출신 회사원이 왜 철학 공부를 했을까? 저자 김필영은 어릴 적부터 일상적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장애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릴 적의 막연한 불안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실존적 불안으로 바뀌고, 그러한 불안을 극복하고자 자연스럽게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부를 통해 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한때는 철학만 공부하고 싶은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회사 생활과 철학 공부를 병행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광장과 밀실이 모두 필요한데, 회사 생활은 광장의 공간이 되었고 철학 공부는 밀실의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유튜브 ‘5분 뚝딱 철학’ 채널을 운영하면서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촬영, 편집, 썸네일 작업까지 모두 직접 해서 매주 1편씩 올리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구독자가 22만 명을 넘는 등 호응이 좋아 재미있게 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 UNIST, 한국외대, 서울생활문화센터, 기업체, 문화센터, 고등학교 등에서 강연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철학 영어 콘텐츠 제작, 철학 NFT 제작, 철학 VR 전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는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과 ‘올해의 청소년 도서’ 로 선정된 『5분 뚝딱 철학_생각의 역사』(1, 2권), 『5분 뚝딱 철학_ 철학툰』, 그리고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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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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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한자 실력이지만 이 책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의 표제어로 쓰인 '사색(史色)'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본다. 원래 우리 발음으로 흔히 쓰이는 '사색'은 '思索'이다. 사전식 풀이로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을 의미한다. 철학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즐긴다는 사색이다. 사실 사색이란 단어는 단순한 뜻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워지고, 찬란한 문명을 발달시켜온 원동력이다. 즉 '생각하다'는 인간에게 주어진 신(神)의 최고의 선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책에서 쓰인 '사색'은 '史索'이다. 즉 역사에서 찾은 '성 문화'쯤으로 해석 가능하다.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인 것으로 보아 저자가 고안한 '조어(造語)'가 아닐까 생각된다. 조금 억지스럽지만 생각할수록 기발한 발상으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쏘옥 들어오게 해준다.

우리 문화는 아직도 잔재가 많이 남아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을 '유교'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았다. 유교는 공자로부터 맹자, 주자 등으로 내려오면서 우리 삶의 기본 이념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의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성리학은 고려말에 전해져 오다 조선의 건국 이념이 됐다. 이후 조선시대 500년 역사는 유학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종주국 중국보다 더 발전했다고 한다. 이런 문화에서 터부시되던 것 중 가장 엄격했던 것이 '성(性)'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선시대는 유교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권리는 거의 없었다. 늘 남성 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삼종지도(三從之道),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등 남녀간의 교류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삼종지도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 혼인해서는 지아비(남편), 늙어서는 자식(아들)을 따라 산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남녀 간의 정념이나 정욕의 싹을 여성의 탓으로 돌렸다. 이런 문화는 유교문화권만 아니다. 세계 어디의 역사를 보더라도 남성 중심의 오랜 역사가 있다. 가장 선진 문명이라는 유럽 문명을 보더라도 여성의 사회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여성들이 사회에 이름을 알리고 널리 알려지는 것은 왕족이나 귀족의 극히 일부 여성들뿐이다. 180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거의 사회활동을 할 수 없었다. 문학과 미술 등 예술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인 역사 기록이 있지만 거의 19세기 이후다.

 


 

이 책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억압받던 시대(지금도 그런 곳이 있지만) 은밀한 사생활을 둘러싼 성 문화를 이야기한다. 과거 이야기여서 그런지, 지금 읽기에는 독자들에 따라 별 흥미를 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시대 상황을 함께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사생활과 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역사 이전의 인류의 성 문화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기에 지금 쉽게 가름할 수 없다. 다만 BC 4,000년 이전의 석기시대의 성 문화는 간혹 발견된 벽화를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것도 문자로 기록된 당시 문화 시설의 벽에 그려진 것으로 보아 추정이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로 인해 이 책에서 다루는 성 생활, 성 문화 등은 이집트와 수메르 문명 이후부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리스 문명은 당시 가장 선진 문명이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세계 4대 문명으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바대로다. 그들이 남긴 각종 기록이나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물과 건축물 등으로 미루어 그들이 높은 문명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그리스 문명이다. 그들이 선진 문명을 일으키고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문을 숭상하는 그리스인의 태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오늘날 서구 문명은 그리스 문명을 원조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서 설득력이 높다. 이어 유럽과 아프리카 일부까지 포함한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도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으로 각 지역의 서양 문명은 로마를 중심으로 일치화된다. 붕괴 이후에도 문명은 그대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서유럽의 강대 국가들은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가져온 나라가 자국이라고 주장하는 예가 많다.

그리스에서 대리석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위대한 인물의 동상을 아름답게 빚어낸 재료였다. 말만 들어도 거의 모두가 잘 아는 신전이나 왕궁 등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대리석이었다. 지질학적으로도 대리석이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리스 동상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나체'의 동상을 빚어냈다는 것이다. 오늘날 개념으로는 위대한 인물의 나체상을 세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예술로 생각했기에 나체상을 남겼나 보다. 이뿐만 아니다. 남성 나체상의 성기가 비례에 맞지 않게 작게 표현됐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책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왜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만 성기를 유독 작게 그렸을까요? 그리스 석상의 작은 성기는 학자들에게도 ‘핫이슈’였습니다. 수많은 미술사학자가 이 주제에 천착해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격론이 오갔고, 결론이 나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작은 성기를 매우 아름답다고 여겼다”고요. 그들의 사고방식을 좀 더 들여다볼까요. 고대 그리스는 철학의 나라였습니다. 이들에게 남성성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신체 단련을 통한 근육질 몸매와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이성이었습니다. 근육질 몸매와 이성은 서로 극명히 다른 요소로 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의지로 아름답게 빚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연결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굴의 의지로 섹시한 근육질 몸매를 만든 사람과 이성과 철학을 겸비한 시민을 최고의 남자로 쳤던 것입니다. 반면 이들에게는 원초적인 욕망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었습니다. 성기는 욕망의 지표였기에 그만큼 작아야 했지요.(p.13∼15)

고대 문명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성기나 여성의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표현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봐도, 가슴과 성기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묘사돼 있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도 큰 성기로 묘사된 신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라이벌 관계였던 페르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성기는 '대대익선(大大益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인에게 원초적인 욕망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었다고 이 책의 저자 강영운은 합리적인 추정을 하고 있다. 성기는 욕망의 지표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스의 동성애』를 쓴 케네스 도버는 "그리스인들에게 거대한 성기는 그저 멍청하고 탐욕적이며 흉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성기의 대대익선 이데올로기가 그리스에서만큼은 '소소익선'이 된 셈이다. 이런 그리스 시민들은 여성의 가슴 또한 작은 것을 지향했다고 한다. 로마 풍자시인 마르티알리스는 "여성의 가슴은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저자는 역사의 기록물을 찾아 적고 있다. 저자는 이와 함께 우리도 고려시대에는 성기가 작은 것을 지향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1992년 북한에서 발견된 청동 조각상 하나가 고려 태조 왕건의 동상이었는데 성기가 2cm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고 한다.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불교 문화의 영향으로 부처가 갖춰야 할 신체 특정 서른두 가지 '32대인상'으로 규정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마음장상(馬陰藏相)'이었다. 말의 남근처럼 성기가 오그라들어 몸 안에 숨은 형상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주제편〉, 〈인물편〉으로 나뉘어 모두 27가지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원에서 매춘', '자위', '포르노', '나체주의' 등 지금 들어도 자극적이고, 불합리한 성 문화가 이어졌고 앞으로도 더 충격적인 성 문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주제〉별로 담아 17개 장(章)을 이루고 있다. 또 〈인물편〉에서는 '사디즘'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사드 후작의 이야기, 프랑스를 구한 불륜녀 아네스 소렐의 뒷 이야기, 마약에 취해 시를 썼던 보들레르, 60세 연하에게 청혼한 대문호 괴테의 이야기 등 10명의 인물을 다룬다. 6장 「자위 막고자 칼날 든 속옷까지 입었다」에서 저자는 한 에피소드를 꺼낸다.

어젯밤 동네 처녀를 생각하면서 자위 행위를 한 한 소년이 다음날 교회를 찾아 고백한다. "목사님, 제가 수음의 죄를 범했습니다." 목사가 말한다. "회개하라, 주님의 어린 양이여, 너를 용서하노라, 다만 이걸 차고 다시는 죄를 짖지 말도록 해라." 소년은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목사가 건넨 속옷 안에 날카로운 칼날이 '그곳'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목사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한다. "우발적인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네."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18세기 영국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다. 이처럼 자위가 저주받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중세부터 근세까지 유럽에서 자위는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가 유럽의 종교로 자리 잡은 이후, 그들은 시민들의 성을 통제하는 미시 권력이었다. 정욕은 곧 원죄와 같은 것이었고, 성적 욕망이란 어떻게 해서든 통제해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부부간의 성관계가 아닌, 오직 쾌락만을 위한 자위행위는 큰 죄악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중세 사람들은 자위행위를 '필수 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독일 보름스 지역의 신학자였던 부르카르트는 11세기 편찬한 『교령집』에서 "수음한 남자는 10일에서 20일간 빵과 물만 먹는 참회 고행을 하여야 한다"고 적었다. 열흘 동안 두 가지만 먹는 게 고역이라면 고역이겠지만 대수롭지는 않는 처벌이라는 점에서 가벼운 죄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당시 죄로 규정된 다른 행위의 처벌 강도는 훨씬 셌다는 점이다. 구강성교에는 3년의 참회 고행이 따르고, 부부관계 시에 정상위(남성의 위로 가는 성행위)가 아닌 자세로 해도 마찬가지로 3년 고행형이다. 자위행위가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될 행위로 봤다는 방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종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종교는 대개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인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가지도록 한다. 위대한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역시 인간의 본성을 제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종교의 창시자인 예수, 석가모니, 마호메트 등은 대체로 자신의 고통을 돌보는 것보다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고통의 경험을 통해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본성을 억누르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가르침을 주었다. 성경, 불교 경전, 코란 등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갖는다. 탐욕이나 분노, 정욕 등은 부정적인 본성이다. 부정적인 본성이 드러나면 대체로 죄를 짓게 된다. 이들 종교들은 이런 본성을 드러나지 않게 교리를 통해 성인의 말씀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이를 믿음으로 자신의 본성을 억제한다. 이렇게 해야 인간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지면 본성은 또다시 고개를 든다. 이 책에서도 색(色)과 관련된 많은 행위들에 대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데서 죄를 짓게 됨을 알 수 있다. 종교와 성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반증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목욕을 숭고한 의미로 즐겼다. 고대 로마에서는 목욕 문화가 퇴폐와 연결되기도 했다. 로마 제국 후기에 기독교가 유럽에 자리 잡음으로써 목욕 문화는 쇠퇴했다. 목욕을 쾌락의 일종으로 봤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후 근대에 들어서 계몽주의가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위생 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목욕의 부활이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에 발달한 목욕 문화가 조선시대 유교의 벽에 부딪쳤다. 목욕과 성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상 끊임없이 등장한다. 영국의 가장 강력한 시대(대영제국)의 문을 연 엘리자베스 여왕(재위 1558~1603)은 영국의 성군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붉은 빛이 도는 금발, 검은 눈동자, 생기가 넘치는 얼굴, 170cm을 훌쩍 넘는 키로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악취' 때문이라고 하니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 강력한 권력자이며 얼핏 들어도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을 그녀에게 향기 대신 악취가 풍긴다면 그녀의 시종들은 모두 '처형감'이다. 그러나 웃지 못할 일은 악취의 원인이 그녀의 목욕 성향이라고 하니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양치질도 거의 하지 않고, 단 음식은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이때문에 이는 썩고 결과는 끔찍한 구취가 났던 것이다. 문제는 중세 유럽에서 목욕은 금기되었다고 한다. 불결이 일종의 시대정신이었을 때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청결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오늘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목욕을 경회의 느낌으로 바라봤다면, 고대 로마에서는 쾌락과 연결된다. 고대 로마 지도자의 권력 기반은 '빵과 서커스'라고 한다. 먹을 것과 유흥을 통해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 서커스 중 하나가 목욕이엇다. 목욕탕에서 일종의 성매매가 이뤄졌다고 하니 '퇴폐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나체로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느끼는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성교와 연관 지었다.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의 한 목욕탕에서는 목욕하는 사람들의 성교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그림이 남아 있다고 하니 당시 목욕탕이 매매춘의 장소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이 1776~1788에 펴낸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온수욕에 의해 로마는 무너졌다"고 썼다고 하는 이유다. 쾌락만이 지배 논리로 군림하는 나라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는 통찰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의 압권은 〈인물편〉 18장 「때리며 쾌감 느낀 남자, 사드 후작」의 이야기다. 사드 후작은 오늘날 가학성 성애를 일컫는 '사디즘'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가 쓴 『소돔의 120일』은 변태 소설로 유명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불순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꺼림칙한 소재로 가득하다. 동물과 거리낌없이 수간하고, 납치한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강간과 윤간을 거듭한다. 근친상간, 소아 성애, 가학 행위에 이은 엽기적 살해는 덤이다. 세상 모든 성도덕을 부정하는 극단의 것들이 나열돼 있다. '야설'로는 부족하고, 고어물 중의 고어물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활자 중독자들마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힘들다"고 털어놓는다고 한다. 사드 후작의 본명은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이다. 2017년 그가 쓴 『소돔의 120일』 육필 원고가 프랑스 파리 경매시장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 프랑스 문화부는 그 즉시 경매 중단을 명하고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50만 유로(한화 약 60억 원)에 사들였다. 어떤 가치가 있기에 프랑스 정부가 거액을 들여 샀던 것일까? 이 책의 일부를 여기에 적고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10대 소녀를 납치해 오게. 우리는 그들과 밤새도록 강제로 성교를 할 거야. 때론 때리면서, 때론 맞으면서. 가능하면 소년들도 데려오면 좋겠군. 남색이 주는 황홀경도 놓칠 수 없거든."(p.203)

〈인물편〉에는 10개 장에 모두 1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대문호 괴테의 이름도 보이고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도 등장한다. 또 불륜녀의 대명사 아네스 소렐, 남편 친구와 누드 사진을 찍은 소설가 마리 드 레니에 등 여성도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일독을 권한다.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은 출간 당시 프랑스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섹스, 죽음, 레즈비언, 변태, 우울, 도시의 부패, 삶의 억압이 담긴 이 책을 프랑스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락한 쓰레기'라는 당시 평론계의 조롱이 이어졌고, 보들레르는 미풍양속을 해졌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형과 함께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시집은 가까스로 출간됐지만 여섯 편이 삭제된 채였다고 한다. 시대보다 앞서 간 병적인 불운의 예술가들은 대개 요절한다. 또 당대에는 빛을 보지 못하지만 죽은 뒤에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세상에 나온다. 화가 고흐나 귀족 가문에서 자란 버지니아 울프 등이 생각난다. 1977년 9월 5일 미국 나사가 우주탐사선을 발사했다. 보이저 1호다. 인류가 자랑할 만한 작품을 황금색 LP 디스크에 녹음해 로켓에 실었다. '지구의 소리(The Sound of Earth)'였다. 이곳에 실리 작품이 보들레르의 「비상(L'elevation)」이다.

 

연못들, 계곡들, 산들, 숲들, 구름들,

바다 위로, 태양 너머로, 창공 너머로, 별들의 천구 너머로,

나의 정신, 너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파도 속에서 황홀해지는 헤엄 잘 치는 사람처럼,

너는 말로 할 수 없는 남성적 쾌락을 느끼며

그 방대하고 깊은 곳을 즐거이 누비고 다니는구나.(p.319)

 

저자 : 강영운

 

매일경제신문 기자다. 1988년 초봄 경기도 남양주시 작은 서점에서 태어났다. 날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책을 선생님과 친구로 삼으며 자랐다. 책이 풍기는 향기가 좋았고 종이의 질감에 편안함을 느꼈다. ‘글밥’을 먹으며 살고 싶다고 오랜 기간 생각했다. 언론사에 입사해 ‘작은 꿈’을 이뤘다. 본업으로는 새로운 소식인 ‘뉴스’를 다루고, 부업으로는 옛날얘기인 ‘사색’과 동물의 성을 다룬 ‘생색’을 쓰고 있다. 책에서 받은 통찰과 재미를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 어떤 책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 담긴 ‘맛있는 책’을 요리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리하여 종이책이 멸종 위기에 처한 지금, 작은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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