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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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여행 이야기를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서사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현재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결정과 변화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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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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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해외 여행은 지난 20세기 말 1990년 이후 자유화됐다. 그 이전까지 공무나 업무를 위한 해외 출장이 아닐 경우 마음대로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어려웠다. 가난한 나라였기에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여행으로 낭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여행 자체가 어려웠지만(여권 발급부터) 갖고 나갈 수 있는 경비도 5,000달러로 제한됐었다. 사실 이 정도의 돈도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엔 큰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해외 여행 자유화 조치가 취해졌다. 1인당 국민 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발표와 함께였다. 군부 독재가 끝나고 최초로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내려진 조치다. 1인당 여행 경비도 두 배로 늘려 1만 달러를 갖고 해외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상향됐다. 물론 많은 수의 국민들은 그래도 해외 여행을 국내 여행처럼 원하는 대로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해외 풍경이나 멋진 유적들의 유혹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은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신혼 여행이나 가족 여행 등은 국내보다 해외로 갔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우리는 해외 관광 등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불과 몇 년만에 외환 보유고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 사실은 '국가부도사태'라고 일컬어지는 IMF로 이어졌다. 물론 해외 관광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국민들의 삶이 선진국으로 바뀌는 줄 알았는데 문 앞에서 엎어진 꼴이었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 났다는 것은 안 다른 국가들에서 이젠 외상으로 물건도 사올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경제는 악화돼 갔다. 우리가 잘 아는 100%에 가까운 원유 수입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무너지자 대혼란이 찾아왔다. 금리는 물론 달러 가치 등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설상가상이다. 거기에 원유값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은 파산하고 국민들의 가정 경제도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새로 들어선 정부와 함께 정신을 수습한 우리 국민들은 IMF에서 빌린 돈도 조기에 상환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다행히 몇 년 지나지 않아 IMF를 탈출했다. 다시 혼신의 힘으로 경제 살리기에 일치단결했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넘어졌지만 이젠 다시 도전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2년만 지나면 IMF 극복 30년이 되어간다. 중간에 세계적 경제 위기에 한 번 휩쓸렸지만 다시는 무절제한 소비를 삼가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다. 국가 경제와 가정 경제가 하나로 묶인 사실도 재인식했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다 함께 잘 살자"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의 IMF 탈출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선진국 진입에 성공했다고 어느날 발표됐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다. 그동안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던 국민들은 이젠 한숨 돌리고 주위를 살필 여유도 생겼다. 아직은 선진국 대열의 뒷 부분에 자리하고 있지만 앞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소비 역시 '현명한 소비'에 눈 떴다. 해외 여행도 늘어나긴 했지만 '붐'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돈 없는 젊은이들은 배낭 여행을 해서라도 해외로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여행을 관광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삶의 도전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해외 여행은 이젠 부를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삶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여행은 많은 장벽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다행히 세계 공용어로 쓰이는 언어인 '영어'가 웬만한 청년들은 잘 하는 것 같다. 최소한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을 듯하다. 안보상의 장벽도 있다. 적대국이나 수교가 안 된 나라에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 자신이 표적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수교 국가가 세계 최대급이라 하니 남북 대치 상황이라도 안보상 위험은 훨씬 덜할 듯하다. 그러나 수교국이라 할지라도 치안상의 장벽도 있다. 아직 발전이 더딘 나라들은 치안 상태가 불안한 나라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나라들이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치안 문제가 별로 없지만 내전 중이나 개발도상국의 일부 지역은 아직도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 외교부에서는 여행객들의 신상과 소재 파악을 위해 앱을 제공하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수시로 안내를 한다고 알려져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를 읽다 보니 불과 20~30년 전의 일들이 머리에 떠올라 나름대로의 우리 나라의 해외 여행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어보았다. 책의 저자 박지윤은 20대 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 여행에 도전(?)했다. 충분한 준비가 없이 떠났으니 독자의 눈에는 '도전'으로 비친다. 그러나 여성으로 혼자서 해외 여행을 가는 일은 웨만해선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무모하게까지(?) 하다고 느껴진다.



"2017년 2월, 마산 촌년이 콩알만 한 배짱으로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김해공항 출국 게이트에 섰다." 이 책의 시작이다. 손에는 편도 티켓만 달랑 쥔 상태다. 저자는 20년 남짓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모든 걸 맡긴 채 대학도 전공도 성적에 따라 진학했다. 상당수가 성적에 따라 대학도, 확과도 정하는 것이 요즘도 마찬가지인듯 싶다. 저자에 따르면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택한 전공이고 대학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멋져 보이는 선배를 따라 동아리 활동도 했다. 이곳저곳 기웃거렸지만, 취업은 그래도 전공을 따랐다. 취직 후에는 통장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과 칼 같은 출퇴근 시간에 취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질문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꿈’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특출난 능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온다고 했던가.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어느 초여름날. 선임의 한마디가 나를 후벼팠다. 묵직하고 날카로웠던 그 한마디에 나는 길거리를 정처 없이 헤맸다.

그 선배의 말은 꽤 무례하다. 자신의 휴가 이야기를 하다가 후임으로서 선배에게 당연한 것을 물었더니 "휴가? 니가? 니까짓 게 무슨 휴간데?" 하찮게 바라보는 눈빛과 한쪽으로 치겨 올라간 입꼬리, 자기가 내뱉는 말이 정당하다는 듯 한껏 옥타브를 올린 목소리에 저자는 퇴근길 구토를 할 만큼 답답했다고 이 책에 적고 있다. 말실수인 줄 알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선배의 말은 한 사람에 대한 비난을 넘어 저자의 현실에 대해 자각하게 한 발단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년짜리 계약직이었지만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애정도 없었던 듯하다. 저자의 전공을 따라 들어간 대형 병원의 근무는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온 저저가 한 일은 대학생 시절 순수한 소망을 꼭꼭 담아 놓았던 노트를 펼쳤다. ① 세계 여행 가기 ② 책 쓰기 ③ 프랑스어 배우기 ④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하기 ⑤ 책 100권 읽기 ⑥ 잊지 못할 연애하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붙인 것임)



저자는 이 노트를 펼쳐 보던 순간 첫 번째로 적어 놓았던 '세계 여행 가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자리를 옮겨 달빛을 비추니 오랜만에 마주한 소명들이 환하게 반짝였다고 말한다. 결심을 굳힌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적힌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한껏 눌러담았던 한마디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렇게 살기 싫다." 세계 여행을 결심했다. 저자는 이때 들었던 생각을 책에 옮겼다. "달리는 물체를 멈추는 데는 힘이 필요하고, 달리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흔들릴지라도, 위험할지라도 나에게는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20대의 끝자락. 지금 아니면 다시 못할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세계 여행' 글자를 쓰다듬었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전에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p.26)

저자는 그날 저녁 미얀마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돌아오는 티켓은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결심한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때 결심이 들었던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이 "출발선을 다시 긋고 싶다."란 것이다. 이 다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150일 여정의 출발점에 스스로를 세웠다. 순간의 방심으로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던 베트남의 북적이는 거리, 일주일을 꼬박 걸으며 떠나온 이유를 알게 되었던 영원의 안나푸르나, 미디어가 만든 파편 너머의 경이로운 세계, 인도와 아프리카, 메마른 일상 속, 머리 위에서 늘 빛나고 있는 북극성 같은 그와 그녀가 건넸던 말들. 언제 어디서 돌아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훌쩍 떠나 마주한 세계는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 썼다. 이 다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내면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힌다. 

"일어나 발표하는 게 싫어 눈물 짓던 소심한 사람이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도움도 청하고, 들러붙는 호객꾼들과 싸우기도 했다. '내가 무슨'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이 '까짓거 해 보지 뭐'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다."(p.12)



저자가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겪었던 사건(?)으로 내면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공을 쌓아 한층 삶의 의지를 다졌고, 성정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도전기로서 읽히며 자기계발서의 영역에도 닿아 있다고 독자는 느낀다. 또 저자의 방식이 다소 무모한 점이 있더라도 젊을 때 하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못해 볼 내공을 쌓은 '내면 다지기'였다는 점이 탁월한 도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물론 저자가 여행이 끝난 후 항상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생'이다. 월급은 스쳐 지나갈 뿐이고, 지금 내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늘 헷갈리고 불안하다. 자신만의 길을 따라 담담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신할 것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여행 이후, 나 자신을 더 믿게 되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새로운 출발선을 그었다. 그 뒤 성적에 맞추어 선택했던 전공을 포기하고, 잘하는 것으로 두 번째 직장을 선택했다. 4년 간의 전력 질주 끝에 두 번째 브레이크를 걸고, 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꿈꿔 왔던 일에 아낌없이 시간을 쓰고 있다고 밝힌다.

류시화 시인의 시 한 귀절을 저자는 조심스럽게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낯선 세계로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저자는 조심스럽게 충언한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이 올 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결정을 내려 담대하게 밀고 나가기 바랍니다. 돈도 빽도 특출난 능력도 없는 마산 촌년도 퇴사에 아프리카 배낭여행에 아빠의 혈압을 여러 번 올리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이렇게 뭐라도 끄적여 봤거든요, 당신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여자 혼자서?"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그런데 부모나 가족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저자는 젊음과 도전정신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내면 다지기에 성공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았다. 저자의 여행은 젊은 시절의 객기가 아니라 용기이다. 독자도 뒤늦었지만 저자의 여행길을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어떻게 출발선을 다시 긋는지, 미친 척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기웃거리게 만든다. 낯선 이국땅에서 마주하는 것은 본래의 모습을 통해 지나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내는 모습이 ‘내 삶을 더욱 사랑하고 싶다’라는 강렬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현재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결정과 변화의 기록이다. 삶의 여정과 그 안에서의 자기 발견과 성장의 과정이 궁금한 사람, 치열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읽은 독자로서 추천해주고 싶다. 위로, 격려, 용기, 사랑. 어떤 이름으로든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대학 때 적어두었던 '하고 싶은 것'을 지우고, 앞으로 10년을 꽉꽉 채울 노트를 하나 마련했다. 그리고 첫 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① 스카이다이빙 하기 ② 프랑스어 배우기 ③ 남미 일주하기 ④ 오로라 보기 ⑤ 직장 밖에서도 생존할 힘을 기르기 ⑥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⑦ 12월 3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새해 맞이하기 ⑧ 몽골에서 밤하늘의 은하수 보기 ⑨ 파리, 뉴욕에서 한 달 살기 


저자 : 박지윤


꿈 많고 철 덜든 30대 직장인이다, 대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직장 밖 딴짓에도 열심이다. 여행, 글쓰기, 독서를 좋아하며 소소하게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이다. 말 없고 숫기 없는 평범한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취직까지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안락한 생활에 취해있다가 20대 중후반에 한참 늦은 사춘기를 맞았다. 멀쩡한 대학 전공을 버린 마산 쫄보는 700만 원과 편도 티켓 들고 아프리카로 떠나는가 하면, 느닷없이 연고도 없는 도시로 떠나 짐을 풀기도 했다. 아무도 내 인생에 나만큼 진심일 수 없다고 늘 되뇌며, 30대라는 숫자에 주눅 들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동네를 걷는 소소한 여행과 내 키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설레는 여행,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닮은 사람들과 모임에서 나누는 깊은 대화, 마음속 가장 깊은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쓰는 글에 늘 진심이다. 불안함 속에 피어나는 설렘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을 준비하며 다시 배낭을 메고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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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미경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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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힘든 시기를 보낸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고통은 이겨내야 할 삶의 과정이라고 책에 쓰여 있다. 어떤 고난이나 고통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온다는 말도 우리 삶의 진리처럼 느껴진다. 독자는 이런 삶의 격언 등을 '삶의 진리'를 표현한 말들이라고 믿는다. 독자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삶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그만큼 극복하는 과정의 이야기도 들었다. 대부분의 책은 고통을 이겨내야만 달콤한 과일을 딸 수 있다는 사실을 진리처럼 말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성경이나 불교 경전에서도 같은 의미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철학서나 위대한 예술 작품들도 또한 같다. 인간의 삶은 고통·고난과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도 훌륭한 업적의 이면에는 늘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수없이 듣고, 읽고, 배웠지만 막상 자신에게 찾아오는 고통·고난은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독자뿐만 아니라 누구든 그럴 것이다. 살면서 삶의 명언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다. 하나만 말해보라고 해도 누구든지 한두 개쯤은 술술 읊을 수 있다.

"고난과 눈물이 나를 높은 의지로 이끌어 올렸다. 보석과 즐거움은 이것을 이루어주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페스탈로치는 말했다. "고통은 깨달음을 준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고통과 슬픔을 경험한 후에 우리는 진리 하나를 얻는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슬픔이 찾아왔다면 기쁘게 맞이하고 마음속으로 공부할 준비를 갖추어라. 그러면 슬픔은 어느새 기쁨으로 바뀌고 고통은 즐거움을 바뀔 것이다"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헬렌 켈러도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계의 달라이 라마도 "좋은 시절은 우리의 적이다. 우리를 잠들게 만든다. 역경은 우리의 친구다.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고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철학자 니체도 삶의 고통에 관한 사유의 결과를 내놓았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함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은 없으리라."



이 책 『이제부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이미경도 살아오는 동안 유달리 고통의 순간을 많이 겪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15년차 싱글맘이자 보험설계사로 살아왔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최단 기간 내 ‘백만달러원탁회의’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저자는 자신이 '아홉수'에 걸렸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고백한다. 아홉수란 숫자 '9'의 아홉을 이르는 말로, 마지막 관문, 대격변 직전의 상태 등을 상징한다. 보통 19세, 29세, 39세 등 끝자리가 아홉(9)일 때 극심한 고난이 닥쳤을 때 붙이는 말이다. 저자의 경우 9살에 알게 된 이복동생의 존재, 19살에 길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29살 받은 불임판정, 39살 어머니의 죽음과 이혼으로 시작된 싱글맘으로의 삶(이혼에 따른)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한 듯하다. 

이 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련을 저주라 할 만큼 많이 겪어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서전적 자기계발서로 분류된다. 그 시련들을 지나온 저자는 이제 시련은 삶의 동반자이자, 성장의 촉진제임을 밝힌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올라서, 시련이 가져다 줄 성장의 기회를 기대하는 저자의 모습이 잘 적혀 있다. 이 책이 지금 시련에 힘들어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평범하고 싶다는 것을 앞세워 고난과 시련으로부터 최선을 다해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털어놓는다. 몇 차례의 시련이 반복되고 마침내 종교로 피신처럼 숨어 들었다. 저자는 성찰과 깊은 생각을 통해 자신이 고난과 시련 앞에 비겁했고 무릎을 꿇는 비루한 삶을 살아왔다고 깨달았다. 이겨내는 삶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삶이었다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은 저자에게 깨달음과 지혜를 주고자 반복적으로 찾아왔는데도 어떻게든 고난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회에 진저리칠 정도로 부끄러웠다. 고난이 자신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똬리를 틀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삶 속에 박혀 있는 고난과 시련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힘듦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련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질 것도 아니며 잠시 피해간 것처럼 보여도, 더 크게 더 아프게 저주처럼 돌아온다."고 깨달음에 이르렀다. 



저자는 삶의 시련을 이겨내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깨닫는 순간부터 오직 고난을 벗어난 데에 열정과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사실 평범한 가정주부가 어느 한 순간 두 아이를 돌보는 싱글맘이자 보험설계사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겨낼 역경은 아니다. 더욱이 보험설계사로서 수백~수천 명 중 한 명 나올까말까한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사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이제 삶의 시련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이야기할 정도로 성숙한 삶에 이르렀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삶의 모든 고개를 넘어 인생이라는 산을 정복한 저자는 이제 삶에 닥친 시련과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쓰기에도 도전했다. 이 책이 첫 결과물이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는 전생에 어떤 죄를 저질렀을까?」, 2장 「보통의 삶이 가장 어려운 삶이다」, 3장 「지독한 시련은 내게 변형된 축복이었다」, 4장 「반전 있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 5장 「나는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했다」 등이다. 

1장에서는 저자가 겪었던 아홉수의 저주를 담담하게 돌아보며, 자신이 태어나기 전 쌓아놓은 전생의 업(業)에 관해 살펴본다. 그리고 그 업조차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설계한 장치임을 깨달은 저자는 이제 스스로 인생에 끌려가지 않고, 인생을 ‘업고 간다’고 말한다. 2장에서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통의 삶과 행복이 스스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한다. 스스로 최선이라 믿었던 선택에 배신당하고, ‘착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어리석은(?) 날들을 떠올리며 저자는 보통의 삶, 보통의 행복이 아닌, 스스로 정의한 자신의 삶을 살라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3장은 ‘시련’이다. 남편과의 이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한순간 싱글맘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날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그 시련들이 병들었던 자신에게 내려진 ‘삶의 극약 처방’이라고 회고한다. 4장에서는 인생 후반전에 새롭게 삶의 방향키를 거머쥔 저자의 인생 꿀팁이 이어진다. 죽음의 공포와 시련 속에 괴로워하던 모습에서, 책 쓰는 보험설계사이자 ‘국민작가’를 꿈꾸게 된 저자의 삶과 꿈, 돈을 대하는 태도까지 엿볼 수 있다. 마지막은 작가가 보내는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다. ‘모든 것의 중심은 오늘 처음 만나는 나’이니 자신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사랑할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삶의 희망을 깨닫고 용기를 내 다시 시작할 때까지 지혜를 준 종교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저자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독자의 추정한 바로는 "답답한 마음에 타로카드라는 서양 점을 보기도 했고, 여기저기 염험하다는 만신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들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아니면 버려야 할지··· 보면 볼수록 머리가 명쾌해지기는커녕 복잡함만 더했다. 그래도 나의 전생에 관한 그들의 말에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서 저자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1장에 적고 있다.

"나는 전생에 인도의 고승으로 살았던 때가 있었고, 그때 나는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 가족을 버리고 홀연히 가출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나 또한 풍류를 즐기고 신변잡기에 능했던 한량으로 정인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의 아내를 빼앗았단다. 또 한때는 프랑스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욕심 많은 여자로, 소싯적 은혜를 베풀어준 적이 있는 배고픈 친구와 그의 가족을 매몰차게 내쳤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전생에 정말 악업이 쌓여도 아주 겹겹이 쌓였던 것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악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중에 약간의 선업도 있었다. 나는 유관순 열사의 친구로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하낟. 그녀와 동시대에 존재하면서 나는 적극적인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것은 아니어도, 태극기를 제작하고 밥을 해주는 것 따위를 도왔던 사람이었단다. 이 대목이 안타깝다. 나도 유관순 열사처럼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어야 한다. 그랬더라면, 나의 현생은 전생의 선업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누리는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p.15)

불확실한 점성가들이 한 말들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면 저자의 당시 마음 상태가 매우 공허하거나 혼란스러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독자는 알 수 있다. 특히 앞의 말에 이어 뒷말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나는 명상과 자아성찰을 좋아하며,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할 때면 마음이 끌리는 사찰에 다녀온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어 후자에 더 가까울 것이란 추정도 해본다. 그러나 불확실한 말을 굳이 저자가 이 책에 써둔 것은 '업보'란 말을 되새기기 위해서인 듯하다. '카르마'는 업보인 것과 동시에 인간의 정신적인 의지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이 굽이굽이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고 돌이켜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왜?'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를 반복하며, 자책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부모님도 원망하고, 신(神)조차도 원망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런 이야기를 첫 장에 꺼내든 것은 다음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나는 더 이상 내 삶과 연결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내 삶의 주체는 영적인 나이므로 내가 주인이 된다. 누구에 의한, 누구로 인한 시련과 불행이 아니었다. 고통 또한 누군가 내게 넘겨준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세상에서 나의 삶을 사는 것이고, 카르마로 연결된 그들도 그들의 세상을 사는 것이다. 이것으로 내가 지금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전생에 어떤 죄를 저질렀을까?’에 대한 질문을 바꿔본다. ‘나는 다음 생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답은 그 안에 있었다.(p.17)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며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자주 떠올렸다. "삶이 곧 고통"이란 그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어떤 욕망이든지 채워지고 나면 즉시 새로운 욕망이 일어나고, 반대로 어떤 고통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곧바로 새로운 불행이 찾아든다고 말하고, 고통이야말로 삶의 본래 모습이며, 쾌락이나 행복은 고통이 없어졌을 때 잠깐 찾아오는 소극적인 것, 즉 고통의 부재(不在)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인생은 고통이요, 이 세계는 최악의 세계”라고 본다는 자신의 철학을 역설했다. 쇼펜하우어는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삶이 곧 고통"란 주장을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첫째, 우리는 자기가 갖고 있을 때에는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할 줄 모르다가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실감한다. 건강이나 맑은 공기나 사랑하는 사람 등 모든 것이 그렇다. 둘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고통이라는 몽둥이가 다가오고, 이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권태라는 또 다른 채찍이 떨어진다. 삶은 마치 시계추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인생은 이렇게 고통과 권태라는 두 박자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6일간의 고통과 제7일째의 권태라는 일주일의 생활 패턴은 우리의 삶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셋째, 고독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일 뿐이다. 또한 인류의 역사는 피로 얼룩진 전쟁의 역사이며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단어에는 다툼과 전쟁, 학살과 약육강식 등이 있다. 이것은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동물계나 인간 세계나 마찬가지다. 저자가 쇼펜하우어를 인용하거나 이 책에 설명한 적은 없지만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쇼펜하우어가 떠올랐다. 저자는 삶 자체를 쇼펜하우어가 정의한 대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독자의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 이유이다.


오늘은 처음 만나는 날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나도 처음 만나는 나인 셈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경험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설렜던가? 또 얼마나 나를 꾸미고 치장하며 함께할 시간을 상상하고 즐거워했던가?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기분으로 자신을 대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마음을 쓰는데, 하물며 자신을 만나는 것에는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자존감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대접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저항 없이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p.231)


저자 : 이미경


작가, 15년 차 우수인증 보험 컨설턴트, 바리스타&감독관, 빛의 일꾼. 《이제부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15년 차 우수인증 보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월드커피 바리스타협회 소속 바리스타&감독관으로 활동하며, 재능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3년 11월 찾아온 지구별 사명인, 빛의 일꾼들을 깨우고, 모으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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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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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말한다면 독자는 '바칼레러아'란 단어를 처음 들어본다. 이 책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우리는 선진국이 아닌 시절) 서양 선진국에선 고등학교부터 '철학'이란 커리큘럼이 들어 있다고 말은 들었지만, 어떤 식으로 배우는지, 뭘 배우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더 이상 알 필요도 없었고(배우는 것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도 어려웠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과목이 아니었기에 선생님들도 더 이상의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까맣게 잊고 지낸 동안 수십 년이 지났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프랑스 대입에 필요한 '바칼로레아'란 단어를 알고부터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 싶다. 한마디로 프랑스 철학 수업은 논리적 글쓰기로 귀결된다. 논리적 사고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결국 대입 때는 글로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 사카모토 타카시는 이 책에서 200년 넘도록 시대의 주요 이슈를 관통하는 철학적인 질문들을 제시해 온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 ‘바칼로레아’라고 밝힌다. 주입식 입시 교육의 대안으로 꾸준히 주목받는 바칼로레아에서는 철학적인 질문에 얼마나 합리적인 논거로 명료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노동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술은 우리의 자유를 증진시키는가?’, ‘권력 행사와 정의 존중은 양립 가능한가?’ 등의 질문에 철학자들의 논리를 바탕으로 탄탄한 구조를 갖춘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 답을 찾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건전한 토론 의식을 함양하게 되므로 교양인이 되기 위한 효과적인 훈련법으로 세계에서 그 탁월함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는 것. 이젠 '아날로그 세대'로 사회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한때 우리 사회 발전에 중심 세대로의 몫을 다했던 오늘날 중년의 세대로선 많은 회한을 남긴다. 왜 우리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철학'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여전히 일본식 교육의 답습이라는 비난을 지울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 사카모토 타카시는 현재 교토약과대학 교수로서 프랑스의 보르도 제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고 한다. 전공은 〈20세기 프랑스 사상사(미셸 푸코) 및 철학 교육〉이다. 바칼로레아 및 철학적 사고에 관한 저서를 다수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은 입시제도를 설명하거나 문제를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기존의 다른 책과 다른 점이 두드러진다. 바칼로레아의 실제 답안 작성 과정을 따라가며 논리적 사고를 전개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아무리 까다로워 보이는 질문이라도 여러 각도로 쪼개고 분석하여 합리적인 답을 낼 수 있도록 이끈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일본에서 이 책을 올해 출판했을까? 일본의 입시 제도를 전혀 모르는 독자로서는 일본 역시 아직 프랑스처럼 합리적인 철학 수업을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뜻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이런 철학 수업 제도를 일본에도 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이 책을 썼을까? 아니면 채점의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등의 많은 의문이 뒤따른다. 

저자에 따르면 바칼로레아 문제에는 시험이나 논술에 등장하는 학술적인 질문을 비롯해 ‘이직을 할 것인가?’,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등 실생활과 밀접한 고민까지 포함된다. 오랜 연구를 거쳐 만들어진 바칼로레아식 ‘사고의 틀’은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 발전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된다. 정해진 답이 없는 세상의 문제 앞에서 논리적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바칼로레아식 사고를 훈련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정의로운 사람은 법을 어겨도 되는가?’ ‘이성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등이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시험 ‘바칼로레아’에 실제로 출제되었던 철학 문제들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4시간. 문제를 푸는 고등학생들은 그 안에 충분한 논리로 뒷받침된 하나의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어떻게 프랑스의 교육은 학생들이 이렇게 난해한 질문에 답하도록 만들 수 있었으며, 왜 이런 교육을 지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바칼로레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바칼로레아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아 제도 정착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나폴레옹 황제 시대부터 무려 200년 이상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철학 시험은 그해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경우가 많으며, 시험이 시작되고 문제가 공개되면 수험생이 아닌 일반 시민들까지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해당 주제를 두고 토론하기도 한다. 긴 역사 동안 철학 과목이 포함된 학교 교육을 받아 온 프랑스인들에게는 이러한 사회적 논의가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이 책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에서 소개하는 프랑스 철학 교육의 목표는 다음 5개의 주제를 지향한다.

① 자기 생각이나 지식을 검토하여 그 타당함을 검증할 수 있을 것

②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어려운 복수의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

③ 하나의 문제에 대해 복수의 시점을 비교 평가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

④ 근거 있는 주장 및 지식에 기초한 논거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긍정하는 것과 부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

⑤ 철학 작품 독서, 발췌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책에 따르면 이 교육 목표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의 철학 수업에는 철학적 개념들과 주요 철학자들의 이론을 학습하는 과정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 주장을 펼치는 방법인 ‘사고의 틀’을 배우는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설득력 있게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반목 대신 생산적인 토의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칼로레아의 주된 목적이다. 이처럼 주입식 암기 교육의 한계로 지적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과 건전한 토론 능력 증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그리고 인공지능에 익숙하지만 대신 '생각의 힘'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이 '생각'이라는 점에서 바칼로레아 교육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물론 철학만이 사고하고 표현하는 것을 기초로 하지는 않는다. 분야에 따라 그 시점이나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다만 프랑스는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철학 교육을 통해 이를 배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칼로레아를 취득한다는 것은 시민이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을 쌓았다는 의미이다. 이념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 그 수준까지 도달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바칼로레아는 고등학교 기간의 학습 성과를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말이다. 즉, 1년 동안 철학을 얼마나 잘 배웠는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철학적 사고와 논리, 표현 등을 갖추었는지는 이 시험을 통해 드러난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수험생들이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를 풀 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 훈련 덕분에 프랑스인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펼친다는 주장은 얼핏 그럴 듯해 보이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은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지를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고, 단순하게 의견이나 감상을 쓰는 시험도 아니라고 밝히면서 "에세이나 독후감과는 다르게 쓰기 교육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글쓴이의 개성이나 감성이 잘 표현된 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평가 내용의 정형화와 평가의 공정성이 사전에 전제돼야 함을 지적한다. 실제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서는 사고의 틀에 숙달했는지를 평가한다고 답변을 대신한다. '사고의 틀'이란 무엇일까? 한 문장으로 표현된 시험 문제를 정해진 순서대로 분석하고, 답을 '도입-전개-결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해 작성하는 것이란 말이다. 프랑스 고등학생은 1년에 걸친 철학 수업을 통해 이 틀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은 바로 그 틀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한 문장으로 출제된 문제에 4시간이나 걸려 답을 써 내게 되는 시험이다.



사실 '철학'과 '틀'이란 모순적이다. 철학에 필요한 것은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는 창의력이나, 하나의 질문에 대해 끈질기게 사고한 끝에 독창적인 답에 도달하는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철학을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철학 교육에서 틀을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란 질문이 뒤따르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육의 목적이 지식이나 학문으로써의 철학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철학 교육의 목적은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하며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철학이다. 철학의 역사나 다양한 철학자의 주장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보다는 어떤 사고 방법을 활용하는지, 어떻게 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는 설명이다. 사고의 틀은 이처럼 시민이 익히는 것이며,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법의 기초가 된다. 사고의 틀을 익히는 목표는 서양이 역사적으로 복잡한 사고의 본보기로 삼아온 철학을 학습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와 '틀'은 모순적이다. '틀에 박힌 사고'라면 일반적으로 모든 일을 형식에 맞춰 처리하는, 독창성이나 창조성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고의 틀'과 '틀에 박힌 사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안을 돌본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틀에 박힌 사고'이다. 이에 반해 프랑스 철학 교육이나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사고의 틀은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공통적인 양식'이다. 즉, '내용'이 아닌 '형식의 규칙'을 말한다. 그 형식에 따라 토론하고, 자기 입장을 표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란 말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바칼로레아는 이처럼 틀에 따라 주장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 틀 안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바로 자신의 주장과 대립하는 반대 의견에도 타당한 근거를 확실하게 표시하고, 반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이해한 다음, 자기 입장이 정당함을 주장하는 절차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프랑스에서 실시되는 이런 철학 교육의 목표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도 있다. 철학과 실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며, 모든 사람이 전부 학교에서 철학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념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기에, 다시 철학으로 돌아가 방향성을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점은 남겨놓았기에 철학 교육은 이처럼 계속해서 우리에게 숙고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프랑스 철학 교육」, 2장 「사고의 틀이란 무엇인가?」, 3장 「사고의 틀 전체상」, 4장 「노동, 자유, 정의」, 5장 「사고의 틀로 철학을 하다」, 6장 「사고의 틀을 응용하다」 등이다. 1~2장은 바칼로레아에 대한 소개와 바칼로레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의 틀을 살펴본다. 3장은 사고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 즉 문제의 주제, 형식 식별, 용어 정의, 가능한 답안 열거, 질문 분석, 구성안 적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서두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에 답하는 데 필요한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소개한다. 5장에서는 앞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예시로 삼아, 실제로 사고의 틀을 사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세 가지 문제에서 다루는 노동, 기술, 자유, 권리, 정의와 같은 개념은 프랑스 철학 문제 중에서도 반복해서 출제되는 주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필요한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과 자세'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문제를 발견하는 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익힌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답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주기도 합니다. 더욱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답이 없는 것’, ‘의견이 바뀌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새로운 정보나 논거를 손에 넣음으로써 자신이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 실은 옳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때까지의 자기 의견에 집착하거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고치기 쉽습니다.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한번 질문을 만들어 보고, 자기 의견을 절대시하지 않고, 몇 번이고 수정하며, 계속해서 의심해 보세요. 이 같은 태도야말로 ‘교양’이 주는 선물이며, 시민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p.201) - 「6장 사고의 틀을 응용하다」 중에서


저자 : 사카모토 타카시


교토약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연구 박사과정 연구지도를 받았으며, 프랑스의 보르도 제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전공은 ‘20세기 프랑스 사상사(미셸 푸코) 및 철학 교육’이다. 바칼로레아 및 철학적 사고에 관한 저서를 다수 집필했다.


역자 : 곽현아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전공하고, 일본학과를 부전공으로 졸업하였으며,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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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의 비밀 - 빼앗긴 집중력을 되찾고 당신의 뇌를 최적화할
김태훈.이윤형 지음 / 저녁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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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어!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다.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속의 시대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음을 뒤늦게 느낀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진 지 불과 8년 만의 일이다.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세대로서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2016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을 피부로 느낀 최초의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심지어 대국자인 이세돌 9단마저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이때 들은 이야기로는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는 하루 3만 판의 연습 바둑을 둔다고 한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바둑을 하루에 둔 것이다. 구글 알파고 담당자 측에서는 더 이상의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은 의미가 없다고도 밝힌 바 있다. 지금은 각 나라의 일류 바둑 기사들이 모두 인공지능이라는 하나의 스승 아래서 바둑을 연구하고 배우는 현실로 바뀌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에 역으로 지배당하는 상황을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였던 인간은, 또 다른 생각하는 존재의 등장으로 위협받고 있고, 속도와 효율성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초거대 AI의 등장으로 이미 인간의 일자리는 대체되기 시작했다. 더욱 인공지능을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 생각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그러나 인간은 OTT, 숏폼 영상을 종일 켜놓고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스스로 생각하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 궁금하거나 모르는 점이 생기면 즉각 검색을 시도할 뿐 유추하거나 추리하거나 상상해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생각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이런 우려가 이 책 『깊은 생각의 비밀』이 쓰여진 이유다.



공동 저자 김태훈과 이윤형(이하 저자)은 인지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대기업에서 ‘생각’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 강연마다 늘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 '생각하지 않은' 많은 대기업 임직원들의 각성 탓이었을 것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저자는 강연을 바탕으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복합 사고 능력을 키우고 단련하는 법을 흥미로운 심리 실험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자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 우리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 매뉴얼'이고 이 책이 길을 찾는 많은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최고의 판단력, 결정력, 문제해결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랜 시간 곁에 두고 탐독해야 할 책이다.

오늘날의 이런 상황은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예견되어 왔다. 20세기 말 인공지능이 현실화된다는 이야기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곧 21세기 벽두부터 우리의 일자리를 컴퓨터와 인공지능에게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부분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력을 따라올 수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애써 인공지능의 능력을 외면해왔다. 21세기 뉴밀레니엄과 함께 작은 통신기기 하나가 인터넷을 장착하고 우리 손에 쥐어졌다. PC 등에서나 가능했던 인터넷이 휴대전화에 장착된 것이다. '도서관을 들고 다닌다'고 표현할 만큼 강력한 무기를 언제 어디서나 꺼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호기심을 넘어 외경심마저 들었다.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제 우리 인간은 스마트폰과 뗄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면 바로 SNS에 들어가 밤사이에 있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확인하며 씻으러 들어간다. 출근 준비하는 내내 유튜브 또는 OTT 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회사까지 이동하는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일을 할 때도 잘 안 풀리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찾아본다. 퇴근을 하고 잠들기 전까지도 스마트폰으로 다시 영상을 보거나 뉴스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정보를 미디어에 의지하고 점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에 살며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이대로 생각하는 능력을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저자는 인간이 인간을 닮은 새로운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는 면은 바로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단언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본질은 이 두 가지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능력을 얼마나 열심히 갈고닦으며 잘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자문을 해본다. 생각 그리고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살마은 많다. 그런데 정작 '생각하는 방법'을 제대로 고민해보거나 생각의 특징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저자는 모두 인지심리학자이다. 인지심리학적 관점으로 '생각'해 대해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에 따르면 일방적인 콘텐츠에 노출됐을 때 우리의 뇌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부터 한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검색을 통해 생존하고 있는 인간을 '호모 스키스켄스'로 부르며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또 다른 생각하는 존재, 초거대 AI가 등장했고, 인공지능의 생각 속도와 효율성은 이미 인간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간은 위기와 위협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생활의 패턴이나 생각하는 방식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 대전환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깊은 생각’이다. 

깊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가장 먼저 생각의 특성과 원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생각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생각 CPR(입력, 처리, 인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흥미로운 심리 실험들을 소개하며 생각의 특성을 설명한다. 이러한 생각의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이 자주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와 오류의 극복 방법까지 전한다.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각의 오류 문제도 지적하며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깊은 생각을 방해하는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생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2장 〈생각을 습관으로 만드는 법〉, 3장 〈문제의 정의와 개념화를 통한 생각 트레이닝〉, 4장 〈우리가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5장 〈현명한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학〉, 6장 〈유연한 생각을 위한 전략〉, 7장 〈집단 지혜의 힘〉, 8장 〈깊은 생각이 답이다〉 등이다. 이 책은 생각을 방해하는 문제 정의와 함께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서 문제를 바로 잡고 독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더 깊은 생각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장치도 실려 있다. 일상에서 생각의 방법을 적용하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훈련하기 위해 「생각해보기」와 「실천해보기」를 넣어 본문을 구성했다. 

현명한 판단과 의사결정, 유연한 생각을 위한 전략, 집단 지혜로 이르는 생각법까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전부 담았다. 이렇게 직접 생각해보고 글을 쓰면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은 많은 독자들이 가볍게 읽고 위기를 느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탐독을 하면서 책을 읽기만 해도 깊은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전 「생각하지 않는 사회」란 제목의 서문에서 "인간 세상을 지금껏 발전시킨 힘은 전문성과 협력이다. 과거 수렵 및 채집 시대에는 사냥 전문가, 음식 저장 전문가, 은신처 제작 전문가 등이 크게 대접받았다. 이후 자격증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은 20세기까지 사회의 중요 역할을 맡았고 그들이 사회를 전반적으로 이끌어왔다"고 전제한다. 이 시대의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지식과 기술이 풍부해서 나누어줄 것 또한 많은 사람을 뜻한다. 이처럼 전문성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늘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리더가 여타의 조직 구성원들보다 더 많은 지식이나 숙력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시대다. 저자는 리더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저물었다고 단언한다. 

미래에는 '스스로 깊게 생각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중요하게 쓰일 것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깊이 생각하는 힘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식을 연결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나의 지식을 다른 사람의 지식과 연결하여 통찰하며 통섭에 능한 사람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인문 교양서 혹은 심리학 에세이처럼 쓰였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훑고 지나가다보면 인지심리학 논저에 가깝다. 각 장의 제목만 훑어봐도 논문식 저서라는 것이 금세 파악된다. "생각의 작동-생각을 행동(습관)으로 만들기-생각을 가로막는 것들-전략적(유연한) 생각하기-집단 지혜의 힘-(깊은) 생각이 답이다"로 하나씩 하나씩 계단들 밟아올라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각 장의 뒷 부분에는 '생각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생각 트레이닝'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직접 써보는 난도 마련돼 있다. 

생각을 방해하는 문제 정의와 함께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서 문제를 바로 잡고 독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더 깊은 생각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장치도 실려 있다. 일상에서 생각의 방법을 적용하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훈련하기 위해 「생각해보기」와 「실천해보기」도 첨부돼 있다. 현명한 판단과 의사결정, 유연한 생각을 위한 전략, 집단 지혜로 이르는 생각법까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모두 담았다. 이렇게 직접 생각해보고 글을 쓰면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은 많은 독자들이 가볍게 읽고 위기를 느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탐독을 하면서 책을 읽기만 해도 깊은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김경일,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 교수이자 『포노 사피엔스』 저자인 최재붕,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인 유영만, CJ ENM CP 정민식 등 많은 학자와 작가들이 극찬한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깊은 생각을 통해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인간은 매 순간 생각하고 결정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미래를 준비하는 책으로 이 책은 매우 잘 쓰여진 책임을 한 번 읽은 독자들은 반드시 느낄 수 있다. 책 출간을 한 후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 질문하자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차별화된 생각은 극소수만 합니다. 이 책은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인간의 생각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고 이를 통해 생각을 차별화하고 싶은 분들에게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하는 부분에서도 명백해진다.



인간은 한번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나면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접해도 쉽게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지속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대되는 증거는 애써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표현을 흔히 쓰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확증편향을 의미한다.(p.135) - 4장 「우리가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서


자신의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하려면 별도의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로 바꾸고 그것을 스스로에게 설명해보자. 자기 생각의 중심적 의미를 잘 표현하는 정확한 단어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머릿속이 정리되기 때문이다.(p.236) - 7장 「집단 지혜의 힘」 중에서


저자 : 김태훈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의 움직임의 기저와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였으며, 현재 메타인지, 인지적 편향 등 인간의 사고과정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심리학과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각종 기관 및 기업에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역사저널 그날〉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옮긴 책으로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혁신의 도구》(이상 공역)가 있다.


저자 : 이윤형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실험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 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강의를 하면서 인간의 언어, 기억과 학습, 인지와 정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지과학회와 학교심리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영남대학교에서 우수연구상 및 다수의 강의 우수교수상을 수상하였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외부 강의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인지심리학을 통해 삶에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혁신의 도구』(공역) 『인지심리학의 기초』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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