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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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에는 집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짓고 살았다. 고대 국가 이전의 이야기다. 집의 구조가 워낙 간단해 과학이나 공학적 기술이 필요없었을 것이고, 모양도 일정하기에 집 짓기 자체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다. 가족을 이루고, 씨족끼리 모여 살았기에 어쩌면 집을 짓는 것은 가정이 늘어난다는 의미와 같았을 터다. 또 집이란 잠을 잘 때 주로 이용하는 곳이므로 난방과 짐승들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필요한 정도였을 것이다. 같이 생활하는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집도 더 커지고, 더 튼튼하게 지어야 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간단하게 목수라고 했지만 이들 중 기술이 뛰어남 사람은 집단의 우두머리 집을 지어주었을 것이다. 특별한 기술의 목수(대목장, 소목장)도 등장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기능만 하지 않는다. 휴식과 안전, 아름다움과 실용적 공간 등의 목적이 추가된다. 집의 크기나 모양이 신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여전하지만 집보다는 '돈'에 의해 좌우될 뿐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부분이어서 개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적지만 이젠 집은 개인의 개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건축가 등 전문가들은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집은 그 안에 사는 이의 삶에 개입하는 인격적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행동이든 감정이든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는 인격적 존재. 무엇보다 지혜로운 공간은 지혜로운 삶을, 경쾌한 공간은 유쾌한 일상을, 경건한 공간은 고요한 시간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집을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춰가며’ 실력 있는 건축가와 함께 짓는다면? 누구나 꿈꾸는 집이다. 이 책 『건축가가 지은 집』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만든 집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편저자인 정성갑은 오랫동안 집 전문잡지에서 에디터로서도 일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건축, 특히 집과 인연을 맺은 지는 10년이 넘었다니 거의 전문가급이라 할 만하다. 그가 이런 기획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그가 건축가 못지않게 집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집에 대한 사유의 결과일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내가 꿈꾸는 걸 원 없이 이야기하고 그에 기반한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는 집 짓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일상을 직조하는 고도의 비스포크(bespoke, 고객이 제품의 색상, 디자인, 크기 등을 정하고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그에 맞춰 제조하는 방식)라고 할까요?” 저자의 말처럼 저자와 맞는 건축가를 찾아, 제대로 집을 지어가는 일은 단지 건축 설계와 시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집에 살고 싶다’는 곧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와 동의어 같아서, 삶의 지향점을 건축가에게 제대로만 들려준다면 건축가는 훈련된 영혼으로 ‘내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구현해준다.

저자 정성갑은 아파트, 빌라, 한옥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고, 서울 서촌과 양평에 작은 삼층집과 오두막을 ‘지어봤다’고 한다.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럭셔리』의 에디터로, NAVER ‘디자인 주제판’과 『공예+디자인』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좋은 집, 훌륭한 건축가, 아름다운 사물과 작품을 접했다는 것. 특히 3년 여 전부터 『행복이 가득한 집』의 대표 칼럼 〈건축가가 지은 집〉을 매달 취재하며 실제로 건축가가 건축주와 합심해 지은 집을 만나왔다. 이 책은 『행복이 가득한 집』 연재 칼럼 중 으뜸이라 꼽을 만한 건축가 스무 명(팀)의 집 스무 채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 그에게 쌓인 집과 건축에 대한 사유를 묶은 건축 탐구집인 셈이다. 

저자는 「건축가와 짓는 집, 내 인생의 건강한 바탕」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오랫동안 『럭셔리』 기자 생활을 하고 〈행복이 가득한 집〉에 글을 쓰면서 만난 집들이 "건축가의 멋진 미감과 구조의 집들이 평소 몰랐던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또 멋진 집들을 보며 그 집에서 맞이하는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이 상상됐고, 또 어느 때는 환하고 깊이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마음이 평화롭게 늘어지고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에게 집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완전한 하나의 세상이었다고 설명한다. 

독자 역시 저자의 말에 공감하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면 삶 자체가 행복으로 가득 찰 것으로 생각된다. 독자도 어렸을 때 단독주택에 살았던 터라 어릴 때 동화나 만화 등에 나오는 '아름다운 집'을 꿈꿔 봤기에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일도 좀더 자유롭게 건축가들을 만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가장 먼저 선보인 기획이 「건축가의 집」이었다니 건축가들을 만난 시간이 건축가가 지은 집에 대한 환상과 로망을 다시금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저마다의 창의적 해법을 건축주와 건축가 편에서 듣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며 더 세세한 곳까지 살펴보는 것이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당장 집을 지을 계획이 없어도, 그저 실용적이고 개성 넘치며 아름다운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흐뭇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가들은 사실상 예술가들이 아닌가? 화폭에서 공간으로, 물감에서 건축 자재로 바뀌었을 뿐이지 잘 지은 집의 미적 감각과 균형미, 그리고 실용적 미까지 더해지는 집을 예술품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터다. 저자는 건축주들의 바람과 소망을 최적의 방법으로 실현해준다는 점이 늘 산뜻한 느낌표처럼 남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일상을 직조하는 고도의 비스포크"가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이 속해 있다는 말을 에둘로 표현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축가와 집이 많습니다. 공학과 미학 그리고 인문학이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린 곳도 있었고, 공간 깊숙이 영성이 스며들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장승업의 그림처럼 호방한 기운이 일품인 곳도요. 울창한 숲속에 들어선 집은 쓸쓸해 보이기는커녕 극강의 호사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장은 거장대로, 젊은 건축가는 젊은 건축가대로 생각지도 못한 배치와 공간 구성으로 건축주를 만족시켰는데, 그 마디마디 기쁨과 고민의 순간을자세히 취재하던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p.6)고 회고한다.

좋은 공간에서는 자동으로 좋은 시간이 만들어진다는 저자의 말에서 독자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낀다. 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은 당연히 집 짓기는 매력적일 터다. 더욱이 자신을 위한 물리적·정서적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살펴보면 스스로를 가꾸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어갈 것이다. 좋은 집에 머물면서 거실과 마당에 쏟아지는 빛만 보고 있어도 행복이 차오른다는 생각은 누구나 어릴 때 읽던 동화나 만화 등에서 표현한 대로일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자신에게 꼭 맞는 집이 생기면 우리 인간의 삶은 그렇게 소박해지고 단순해진다고 말한다. 다른 것 필요없고 그저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을 묶어 내며 집에 대한 또 하나의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이렇게까지 집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건축가가 지은 집을 만나고 나도 언젠가 그런 집을 갖게 되길 소망하면서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개념적 바탕과 점점 더 끈끈하게 밀착되어가는 것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건축가가 짓고, 건축가가 사는 집〉, 2장 〈일터가 된 집〉, 3장 〈자연 속에 지은 집〉, 4장 〈서울 속, 서울 같지 않은 집〉, 5장 〈잠시 머무는 집, 스테이〉 등이다. 각 장에는 주제에 맞게 3~5개의 소항목으로 각각의 집이 소개된다. 각 집들은 제목으로 집의 개념과 구상을 등을 설명해줘 독자들이 원하는 컨셉의 집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건축 구상, 건축 과정, 건축 비용, 건축 후 평가까지의 내용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함께 실렸다. 모든 집이 자세하게 적혀 있기에 어떤 집을 들춰보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명돼 있다. 특히 사진도 당초 지으려는 의도와 건축가와의 절충 내용도 자세히 실려 있어 건축에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서평에서는 모든 집을 소개할 수 없어 독자에 마음에 맞는 집 두 곳만 설명을 한다. 

먼저 1장 〈건축가가 짓고, 건축가가 사는 집〉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건축가 조병수의 양평 ㅁ자집 땅 집'이다. 이 집엔 「비워서 채워지는 집」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집의 풍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바깥으로 난 계단을 따라 지붕 위로 올라가자 집을 둘러싼 숲이 와락 안기듯 가깝게 다가온다. 1층을 둘러볼 때는 그래도 방을 두세 개 남겨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곳에 올라가니 너른 옥상에서 침낭을 펼쳐놓고 자도 좋을 것 같았다. 지붕도 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공간은 포도밭을 돌보며 자연을 느끼고 때로 작업도 하는 창고 같은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밤하늘의 달과 별을 친구와 같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그렇게 사계절의 기운과 움직임을 차분히 느끼고 싶어 건물은 최대한 단순하고 고요하게 설계했습니다. 그 자체로 도드라지기보다는 감정과 기억의 조용한 '배경'이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었어요." 조병수 건축가의 말이다.



이 집에는 특별한 단어가 사용됐다. '땅집'이다. 양평 ㅁ자집에서 숲길을 따라 2분만 내려가면 조병수 건축가의 또 다른 건축 실험적인 땅집이 있다. 말 그대로 땅을 파고 집을 앉힌 지중하우스. 이곳을 이루는 각각의 공간은 하나같이 작다. 집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 비좁고, 철판으로 만든 대문도 작아 들어가려면 몸을 구부려야 한다. 방도 좁기는 마찬가지. 벌러덩 눕는 것은 불가하고 조심조심 몸을 눕혀야 한다. 딱 한 평 크기. 작은 창문 너머로는 뒤란이 환했다. 방 옆에 마련한 욕실에는 편백나무 욕조를 설치했다. 역시 작아 무릎을 구부리고 소심하게 몸을 담가야 한다. 그렇게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바깥 마당을 보면 빛의 기운이 쨍하고 세다. 이곳의 대지 면적은 약 182평. 역시 넓은 편인데 건축면적은 약 9.8평에 불과하다. 용적률은 4.93%, 땅 밑에 지었으니 건폐율은 0%. 거주 공간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자연에 최대한 많은 땅을 내준 것이다. 구조도 간결하다. 집을 둘러싼 테두리의 외벽에는 노출 콘크리트를 적용했지만, 방이 들어선 건물의 바깥 쪽은 다짐 흙벽으로 마감했다.

다음으로 마지막 집으로 '카인드건축사사무소+고성 서로재'이다. 「부티크 스테이」로 초대란 제목이 눈에 띈다. 외관상으로는 독자의 좁은 식견으로는, 특별한 목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듯하다. 사무실로 쓰인다니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면 딴판이다. 저자는 이 집을 이렇게 소개한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서로재는 크고 작은 것이 다 좋은 곳이다. 큰 산업 시설 없이 잔잔하고 고즈넉한 고성. 그곳에서도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펼쳐지는 작은 마을, 삼포리에 둥지를 튼 덕에 순하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15년 가까이 건축가로 살아온 김재수 대표는 역시 건축 사무소에서 6년 간 일한 아내와 함께 이곳을 계획하면서 건축에 힘을 주기로 결정한다. 가장 큰 결심은 본인들이 설계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찾은 것. 건축가가 스스로 설계하지 않고 다른 건축가에게 맡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서로재에 가면 건축주와 건축가가 이곳에 얼마나 오롯이 마음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조금은 황량하고 거친 들판과의 조화를 위해 외부 마감재는 노출 콘크리트로 정했는데, 오래되고 따뜻한 질감을 내려고 고압의 물을 분사해 표면을 군데군데 파이게 하는 공법을 작용했다. '작은 산책길'이라 정의할 수 있는 시퀀스에도 신경을 썼다. 양쪽 벽으로 막힌 어둑한 집입로를 따라 들어간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이끌리듯 그 앞으로 가면 저 멀리 들판과 이름 없는 산야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건축주의 말을 저자가 글로 작성해 독자들이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난다. "자유 같은 풍경을 마음에 담다 보니 새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바다를 찾아온 많은사람을 보면서 '숙소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점점, 자주 들었다. 건축에 대한 지식과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과 기질이 꿈을 구체화했다. 고성에 단독주택을 얻어 살게 됐는데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 나무와 산세, 들판에도 자꾸 마음이 갔다. 인생의 큰 전환점이자 변곡점은 의외로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부부는 집과 땅을 팔아 서로재에 '올인'했다. 카인드건축 김우상, 이대규 소장에게 이들이 부탁한 것은 한 가지. "이왕 짓는 것, 건축대상까지 받았으면 좋겠다. 고성에 근사한 건물이 많지 ㅇ낳은데 서로재로 인해 이 마을과 지역이 명소가 돼서 동네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건축만큼이나 욕심낸 것이 경험과 디테일이었다. 여행지와 숙소에서의 시간은 일종의 가중치가 붙기 때문에 더 섬셓사게 시공간의 결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조경상회와 손잡고 소박한 정원을 만들었고, 사이니지를 포함해 브랜딩과 관련한 모든 디자인은 스튜디오 램의 자문을 받았다. 여장을 풀고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재를 부티크 스테이라 명명할 만한 근거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p.248~249)


편저 : 정성갑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집 한 채를 갖는 것이 일생의 꿈. 10년간 잡지 〈럭셔리〉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국내외 유명 건축가를 인터뷰했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건축가가 지은 집에도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다. 내게 꼭 맞는 집을 만나고 싶다는 염원으로 아파트, 빌라, 한옥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소동과 애환은 책 〈집을 쫓는 모험〉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울 서촌과 양평에 작은 삼층집과 오두막을 지으면서 집과 건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치를 동력 삼아 갤러리로얄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건축가의 집〉을 4년째 기획, 진행하고 있다. 토크 무대에는 신진부터 거장까지 많은 집 짓는 마음과 철학에 관해 들려주었다. 집을 채우는 사물과 작품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3년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발행한 잡지 〈공예+디자인〉을 만들었으며 갤러리 클립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editor_kab


기획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A House Full of Happiness)

1987년에 창간된 《행복이 가득한 집》은 인테리어와 건축을 비롯해 요리와 패션, 문화와 예술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며, 일상을 디자인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이다. 가십이나 스캔들 기사 없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잡지, 마음과 영혼에 양식이 되는 ‘셸터 매거진(Shelter Magazine)’을 지향하며 진정성을 담은 기사와 정선된 광고를 담아,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잡지 중 가장 많은 정기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이 책은 《행복이 가득한 집》에 실린 ‘한옥’에 대한 칼럼을 선별해 엮은 것으로, 사는 이가 저마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개축 또는 신축한 한옥을 기자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했다.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 한옥을 고쳐 지은 살림집부터 1만m²가 넘는 대지에 첨단 소재를 사용해 새로 지은 한옥 호텔까지 스물네 채의 집을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다.

최근 출간한 『더 홈』은 《행복이 가득한 집》의 대표 칼럼인 ‘라이프&스타일’을 선별해 엮은 것으로 기자들이 건축, 공예, 인테리어, 교육,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한 이야기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과 행복을 일군 스물두 명의 라이프스타일과 그들이 그 라이프스타일을 꾸려 가는 공간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저마다 살고 싶은 집, 꿈꾸는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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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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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밝혀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철학자 디오니소스의 제자이다. 나는 성인이 되느니 차라리 사티로스이고 싶다.” 그는 책의 서문을 그렇게 썼다. 그는 자신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제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반인반수의 사티로스(Satyros)가 되기를 원했다. 사티로스는 얼굴은 사람이지만 몸은 염소이며, 머리에 작은 뿔이 난 디오니소스의 시종이다. 주신을 모시는 시종답게 술과 여자를 좋아하며, 과장된 표현과 몸짓으로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는 급이 뚝 떨어지는 잡신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디오니소스의 제자이며 디오니소스의 시종을 희망한 이 사람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이다. 제목과 서문도 파격이지만, 본문은 한 술 더 뜬다. 『이 사람을 보라』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질문을 던지고 차례로 응답한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

고등학교 이후로 철학 책을 읽은 적이 독자의 기억에는 없다. 고등학교 때도 학과목 이름이 〈국민윤리〉였지 〈철학〉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었다. 교과서 안에 서양철학자와 동양철학자 등이 나온 것을 보고서야 '철학' 과목인 줄 인식했다. 고등학교 교양과목이었을 뿐 입시에도 들어가지 않은 과목이었기에 고등학교 1학년 때만 수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철학과는 먼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너무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지했다. 간단한 말로 시간이 많아서 철학 책을 다시 손에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발생 직후에 한참 쏟아져 나온 철학 책은 대부분 '니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니체가 쓴 책을 번역하기보다는 니체의 철학을 해석하고 설명해주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철학적 접근이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여러 권 올랐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약간의 관심을 갖고 왜 이 시점에 니체 철학이 출판계 화두가 되었을까? 궁금해 읽어보았다.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신경을 써서 다시 접근했다. 니체의 철학에 천착한 저자의 책도 읽어봤다. 쉽게 설명한다고 하지만 독자에게는 쉽지 않았다. 워낙 철학에는 문외한이었으니···. 

출판계는 지금은 니체에서 '쇼펜하우어'로 관심이 바뀐 것 같다. 독자는 최근 쇼펜하우어에 관한 책도 몇 권 선택해 읽었다. 독자는 사실 쇼펜하우어를 의식적으로 싫어했었다. 염세주의자란 말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이 한 말이었으니 그대로 믿었다. 어쩌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선생님 말씀이 "쇼펜하우어는 삶을 '고통'으로 전제하고, 염세적 세계관을 가진 철학자였다"는 말을 했다. 거기에 부연한 내용은 학생들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목을 하지 않자, 농담을 섞어 한 말이었으리라. 그런데 독자가 듣기에는 철학자의 말 한마디에 삶을 끝낸다고? 하는 의문이었다. 선생님이 들려 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염세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세상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했던 그는 유럽의 수많은 청년들을 자살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90살까지 살았다"는 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읽은 몇 권의 책을 통해 지금은 '철학'에 대해 기본적 소양은 갖추었을지도 모르겠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고, 책에서도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 『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를 선택한 것은 '니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다.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주창한 말이다. 많은 니체 연구자들이 "니체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니체 철학이 어렵다는 것을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니체는 1870년 이른바 '보불전쟁'로 일컬어지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 위생병으로 참여했고, 시체와 씨름하다가 이질과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어 두 달 후 제대했다는 사실이 그의 철학에 어떻게 작용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잔혹한 전쟁의 기억과 주변의 지나친 기대 속에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1872)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책은 바그너(Richard Wagner)의 극찬과는 달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학과의 동료교수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사색적 언어, 그리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생소한 견해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니 니체가 어렵긴 어려웠나 보다. 그러나 그의 철학은 어려울지라도 높이 떠받여지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릴 정도로 독설가이기도 했다는데···. 

이 책 『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의 저자 김옥림은 "니체는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를 허물고 절대 진리란 없음을 설파하며 ‘오직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만이 존재한다’고 말한 철학자"로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김옥림 저자에게 니체는 인간이 신(神)을 대신해 '초인'이 되고, 이런 '인간의 의지'가 삶을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저자는 「니체의 가르침에서 삶의 답을 찾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니체의 저서에는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을 많이 남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 '신은 죽었다'는 말의 의미는 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부재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것으로 설명한다. '니체의 어록(아포리즘)'이 저자의 생각과 같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니체가 남긴 수많은 저서 가운데 우리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이 책에 기록하고 주석을 달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신학과에 입학했지만, 종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다는 점에서도 그의 철학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니체의 저서들에서 뽑은 어록(아포리즘)과 니체의 철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가해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에 인용된 니체의 저서는 앞서 언급한 『비극의 탄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외에도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어떤 취지로 쓰였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1장 〈제2의 인생도 지금처럼 살아도 좋을 듯이 살아라〉, 2장 〈꿈을 이루고 싶다면 자신의 꿈에 책임을 져라〉, 3장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 4장 〈인생을 최고로 멋지게 여행하는 법〉, 5장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 까닭〉, 6장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등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니체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각 장의 하부 항목 역시 소제목을 달아 10여 개씩 각 장을 나눠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간혹 서로 다른 장에서 비슷한 내용이 발견되는 것은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저서에서 인용한 듯하다. 그만큼 니체가 강조했던 것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 철학의 특징은 ‘긍정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각자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하고, 지나친 허무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니체는 생의 의지를 강조하기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로움을 갈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니체는 어려서부터 악기를 다루거나 작곡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 예술적인 기질을 타고나 음악가 바그너와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영향으로 평생 동안 예술을 사랑했고, 예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니체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겁게 인생을 살고자 한 철학자이다. 열정과 환희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며, 스스로의 삶을 만족스럽게 꾸려가게 하는 힘을 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워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거나 좀 더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가졌다면 이 책을 읽고 실천을 거듭할 것을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니체의 저서들 가운데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문구를 소개하고 지혜롭게 자신의 인생을 일구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니체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앞서 말한 대로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아포리즘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말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후회 없이 인생을 살라는 말이다. 니체의 말대로 인생을 만족하게 살았다고 공언한 사람이 있었다고 저자는 실천한 인물을 한 명 슬며시 들춰낸다. 바로 영국 수상을 두 번이나 역임한 명연설가이자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의 위기로부터 영국을 구하고, 연합국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영국을 세계 속의 국가로 번영케 한 대정치가이다.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그는 영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한 인물로 기리고 있다. 이런 인생을 살았기에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제1의 인생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했던 것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인생을 다시 산다면 지금처럼 똑같은 인생을 살아도 좋을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저자는 니체의 말처럼 후회를 줄이고 멋지게 인생을 살기 위한 조언을 책의 본론에 앞선 〈프롤로그〉에 다섯 가지로 요약해 담아 낸다. 독자들이 니체의 말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다섯 가지 조언을 습관화해 자신의 인생에 적용할 것을 주문한다. 

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② 지성을 갖추도록 노력하라. 

③ 덕(德)을 갖추어라. 

④ 건강한 몸을 유지하라. 

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프리드리히 니체 어록〉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사상,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사상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인간은 초극되어야 할 무엇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새롭게 인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니체는 현대문명의 니힐리즘(허무주의)와 퇴폐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이런 삶의 순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허무주의를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기본 사상인 '영원회귀의 논리'인 것이다. 

이처럼 니체는 현대의 허무주의에서 도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허무주의를 이겨내는 힘은 곧 '권력에의 의지'인 것이다. 이는 곧 초인사상의 근본적인 의의인 것이다. 즉, 인간 각자는 현 상태를 초극하면서 바람직한 자신을 실현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허무주의 초극을 모색하고, 새로운 인간성을 지향한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보듯 그의 저서들에서 가려 뽑은 니체의 어록엔 자기 자신, 삶, 마음가짐, 친구, 세상, 인간, 사랑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리했음을 밝힌다.(p.322~323)


저자 : 김옥림(金玉林)


현재 시, 소설, 동화, 동시, 교양,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를 볼 때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한 아침을 여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가도 괜찮아》,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사랑의 결》,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 인문교양서 《어른들의 문장력》,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통찰력 편》,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교양 편》,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오십에 읽는 노자 도덕경》, 《철학자의 말》, 자기계발서 《명언으로 읽는 100명의 인생철학》, 《책사들의 설득력》, 《유대인 대화법》,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 《이건희 담대한 명언》, 《나와 함께 살아갈 당신에게》,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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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X형사 대본집 상·하 세트 - 전2권
김바다 지음 / 너와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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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벌X형사』는 재벌 3세가 강력계 형사로 특채돼 대활약을 펼치는 'FLEX 수사기'를 다룬 드라마 대본집이다. 드라마 속 남주인공 진이수(안보현 분)와 강력 1팀의 이강현(박지현 분)이 펼치는 수사 드라마다. 남주인공 진이수는 세상 사는 것에 별 관심도 없고, 어렸을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 재벌 3세 신분의 미혼 남자다. 게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심지어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놀고 즐기는 데에만 익숙한 철부지일 것 같은데 묘한 사건에 휘말려 세상 이목을 집중시킨 흉악 살인범을 체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나름대로 정의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진이수는 경찰직으로 출근하면서부터 경찰서 내에서부터 대단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첫 회에서 경찰서로 첫 출근하는 모습도 현실 불가능한 일이다. 슈퍼카로 출근하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전 경찰서가 떠들썩한 환영식을 펼친다. 그러나 강력 1팀은 그가 달갑지 않다. '낙하산' 식 인사를 좋아할 리가 없다. 더욱이 강력 1팀은 경찰서 내에서는 가장 거친 범인들을 상대하는 형사들이다. 경찰직에서도 '3D 보직'에 해당한다. 그들의 직업적 임무는 가정도, 개인의 사생활도 없다. 잠도 제 시간에 자는 일도 드물다. 현장으로 나갈 때는 온갖 위험이 따르는 업무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독자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살해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일에 휘말릴 일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안전한 사회 분위기는 그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흉악 범죄자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멀리 하고 싶은 사람은 강력팀 형사들이다. 

그들이라고 사람이 아니겠는가? 가정에서는 한 사람의 가장이고 귀한 아들, 딸이다. 공무를 수행하는 떳떳하고 자랑할 만한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신분을 노출시킬 수 없다. 자칫 신분이나 가족 등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 언제든 흉악범들의 보복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강력팀 형사는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흉악범의 보복 범죄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협박은 얼마나 많겠는가? 이런 업무를 재벌 3세 신분의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춘 사람이 경찰직에 들어가 수행해 낸다고? 강력팀에서? 현실에서는 실제 이루어지기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저자 김바다도 〈작가의 말〉을 통해 "어린 시절,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온 식구가 TV 앞에 모여 앉아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숨죽이고 주인공들의 대화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고 감동하고 때로는 마음이 아파 잠 못 들던 밤도 많았습니다. 그때 드라마는 제게 멋진 환상이고 닿을 수 없는 꿈 같았어요. 세월이 흘러 제가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본집이 나온다고 하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재벌X형사〉를 집필하면서 제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보고 나서 기분 좋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제가 어린 시절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그 만족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그것이 제 보람이고 기쁨이니까요."라고 밝힌다. 특별한 수사 기록이라기보다도 가족이 함께 보며 웃고 즐거운 시간이 되는 '수사드라마'를 의도한 것이다.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어 보여주는 ‘돈에는 돈, 빽에는 빽’ FLEX 수사기를 그린 드라마"라는 방송국의 홍보 카피가 드라마 내용과 잘 어울린다. 인생캐를 경신했다는 호평 속에 물 만난 활약을 펼친 주인공 안보현(진이수 역)과 하드캐리를 필두로 ‘강력 1팀’ 박지현(이강현 역), 강상준(박준영 역), 김신비(최경진 역)의 익살스러운 관계성과 절묘한 팀플레이가 돋보였던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한 사건 에피소드와 신박한 FLEX 수사법 등이 다채로운 장르적 재미로 호평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다.



이 드라마는 특히 한 주에 걸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재벌X형사〉는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3월까지 석달 간 16회차로 방영됐다. ‘유명 모델 요트 살인사건’, ‘미술관 살인사건’, ‘독거 노인 연쇄 살인사건’, ‘최면 살인사건, ’경성퇴마록 영화 세트장 살인사건’ 등 다채로운 에피소드는 기본, 특유의 사이다와 위트 그리고 액션은 물론 그 밖에 에피소드별 특성을 살린 연출로 매 회차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극 중 ‘철부지 재벌 3세 형사’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연기한 안보현은 철저한 계급과 규율이 우선인 경찰 제도 안에서 자신의 재력과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해결 능력을 선보이며 범인을 검거하는 속전속결 활약으로 대리만족과 재미를 전달했다.

이 책 『재벌X형사』는 이 드라마 대본집으로 기존의 드라마 대본집보다 스틸 컷이 훨씬 많이 실렸다. 철저히 보관용의 의미를 더한 것으로 이해된다. 드라마 대본집이 방영 이후 책으로 출판된 것은 대체로 시청률 등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텍스트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드라마와 대본집을 비교하며 공부를 할 것이고, 연기자를 원하는 사람들도 공부 재료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제작을 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것도 책 출판의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일반 시청자들 역시 재미 있고 즐겁게 드라마를 봤다면 더욱 보관용에 대한 애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출판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이번 작품의 경우는 오리지널 '무삭제 대본'에 회차별 '명장면과 명대사'를 함께 수록해, 대본을 읽는 재미와 화보를 감상하는 이중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재벌X형사〉 드라마는 끝을 맺었지만 〈재벌X형사〉의 모든 이야기를 정주행하면서 비하인드컷까지 함께 즐기실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1회차부터 마지막까지 매주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를 취한 이 책은 모두 8가지 사건을 다룬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실화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해 사실을 다소 과장하거나 조금은 비현실적일지라도 사건의 본질과 해결 과정엔 왜곡이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사극이 사건 해결에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하거나 비사실적 현실을 과장할 경우 현실감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요즘 대세라는 SF 소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성이 떨어진, 지나치게 상상에 의존하는 사건 해결은 과감하게 줄인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사건의 구조 또한 너무 복잡하게 읽히는 것보다 단순성과 일관적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만일 심리 상태를 지나치게 많은 분량으로 표현하거나, 사건의 얽힘이 복잡하다면 자칫 미스터리 추리 소설처럼 느껴질 점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첫 회의 시작은 전체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설의 도입부를 작가들이 신중하고, 또 몇 번을 고쳐 쓰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이 드라마 첫 방송 시작은 의외로 차분하다. 안개 낀 좁은 도로를 달리는 택시 안의 굳은 얼굴이 비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차가 멈추고, 이수가 내린다. 멀리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별장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호수, 혹은 강.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수···. 별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육중한 현관문. 어둡고 긴 복도를 걸어간다. 굳은 얼굴. 꽉 쥔 주먹···. 거실로 들어선 이수. 벽난로에 장착이 타고 있고, 그 앞에 남자가 등을 지고 서 있다. 가운을 입은 남자는 불을 바라보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이수. 일그러진 얼굴···. 남자는 서시히 돌아서는데··· '쾅-' 소리와 함께 암전. 

첫 장면에서 이수의 움직임은 느릿느릿하다. 그가 생각하는 말들을 내레이션이 대신해주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레이션 4개가 흐른다. ① 누구든··· 각자의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씩 있다고 한다. ②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의미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③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질문이 던져졌다. ④ 나는 지금··· 그 답을 찾으러 간다. 주인공 이수의 걸음 속도에 맞춰 내레에션이 천천히 시청자들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분위기가 심상찮다.



드라마의 대본집이니만큼 극적인 흐름과 반전은 곳곳에 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엔 극적인 전개와 반전은 필수적이다. 8개 사건에서 모두 이와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시청자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소설과 달리 대본집은 연기자들의 연기 능력도 큰 몫을 차지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등장인물 캐스팅에 한몫할 것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출자(감독)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여주인공 이강현(박지현 분)도 독특한 인물이다. 강력계에선 보기 드문 여성이다. 강력계라고 해서 여성을 차별하진 않지만 일의 특성상 여형사가 맡기에는 거칠고 힘든 '육체 노동'임에 틀림없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강현은 특별하다. 강력계에서도 팀장을 맡을 정도로 사건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성격도 남자처럼 거칠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딱딱함도 없다. 아버지는 강력계 형사 30년의 베테랑이지만 얼마 전 뇌물수수 의혹의 누명을 쓰고 강제 퇴직했다. 평생 강력계 형사로 명성을 날렸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집안 일에는 오히려 '0점'일 가능성이 큰 인물일 터. 그런데도 이강현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고, 경찰의 꿈을 키운 인물이다. 

책에 따르면 강하결찰서 강력 1팀 팀장 이강현은 「수사에 목숨 건 형사」다. 경찰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한 워커 홀릭이다.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수사에 진심을 다하는 베테랑이다. 취미도 없고, 연애도 안 하고, 첫 체포가 첫 키스보다 짜릿했다는 천생 형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랜 세월 경찰 생활을 한 아버지를 존경해 어린 시절부터 꿈이 경찰이었다. 경찰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대에 들어갔고, 강력계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악성 수배범 34명을 잡고 1계급 특진, 경감이 됐다. 짧은 경력에 팀장을 달았으나, 아버지가 뇌물 수수 혐의로 파면당하면서 선배 형사들의 질투와 혐오를 꿋꿋이 버티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의 힘으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각오로. 그런 그녀 앞에 재벌 3세가 낙하산으로 떨어졌다.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이수를 어떻게든 쫒아내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자존심 상하게도 자꾸 신세 질 일이 늘어난다. 게다가 진이수, 점점 진심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점차 이수의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하는 강현. 그게 그리 나쁘지 않다.



책의 등장인물 소개는 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매주 다른 사건을 다루는 만큼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도 뚜렷하게 다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남주인공 진이수는 한수 그룹 막내아들, 재벌 3세란 누구든 놀랄 만한 인물이다. 드라마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한 요인들을 부각시킨다. 저자 김바다는 진이수를 「노는 데 목숨 건 금수저」로 규정한다. 어마어마한 재력과 전방위로 뻗은 인맥, 한수 그룹의 모든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창의적으로 노는 데만 쓰는 이 시대 최고의 한량으로 표현된다. 스카이다이빙부터 헬기 조종사까지 온갖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상어 떼 속에서 다이빙하고, 레이싱 선수와 경주를 즐기는 스릴 매니아이며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로 나온다. 그가 경찰이 된 건 앞서 말한 대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마다 흉악범 사건을 해결하는 바람에 특채된 것. 이강현을 비롯한 동료 형사들이 은근히 무시하며 도발하는 바람에 보란 듯이 이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그리고 오랜만에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 시청자나 독자 입장에선 미운짓만 골라하는 한심한 재벌집 아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두운 곳을 직접 발로 뛰며 해결하는 괴짜 형사로 비춰질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게도 어두운 과거의 비밀이 있다. 의도치 않게 과거와 맞닥뜨리며 드라마는 점점 흥미를 끌 장치를 마련한다.

16회차로 편성된 드라마를 끌고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건 발생과 해결 방법이 평범하다면 형사들이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나 '플렉스 수사'라는 말에서 암시하듯 진이수의 특별한 이력은 이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준다. 수사비에 쩔쩔매는 일반 수사진과 달리 진이수는 자신의 사적인 부를 아낌없이 동원한다. 그리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 주역이 된다. 플렉스 수사는 진이수의 특장점이자 이 드라마의 경이로움을 함께 선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의 상당수는 돈과 관련이 깊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해결의 키를 쥔 사람을 돈으로 마음을 얻어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능력이 있는 진이수는 이를 아낌없이 이용한다. 의외의 성과를 거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로써 주인공 진이수는 존재 이유가 분명해지며, 시청자와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이 사회악이 아니라 사회선 지향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를 밉지 않은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 대본집은 꽤 많다. 독자가 정확하게 숫자를 알지 못하지만 몇 개는 손꼽아 헤아려 볼 정도는 된다. 이 가운데서도 이 책은 가장 값이 비싸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온 장면뿐만 아니라 비공개 컷도 여러 개 실렸다고 편집진은 소개한다.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지 않아 독자로서는 어떤 컷을 말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기록보관용'이라는 출판사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리라. 그만큼 컬러 사진이 많이 담겼다. 당연히 책값이 다소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묵직한 정도가 아니라 상·하 두 권을 합치면 본문만 900페이지가 넘고 컬러 사진 페이지만 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독자는 16회차 모두를 시청하지 못해 이 드라마 속 명대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 다행히 이 책의 뒷 부분에 따로 정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활용하고 있다. 몇 개만 적어본다. 


"목숨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지··· 살인은 목숨만 빼앗는 게 아니거든. 그 사람의 미래, 가능성을 모두 죽이는 거야···"(이강현)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더니··· 반갑다!"(전이수)

"가까이 하지 마라.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마음에 균열이 생겨. 언젠가는··· 터진다."(이형준, 이상 상권)

"남겨진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만··· 답은 없어. 그냥···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이강현)

"이수야···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진승주)

"네가 보기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앞으로 피나는 노력을 하면, 좋은 형사가 될 거 같기도 하고?"(이강현)

"나는 형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거야.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 그게 형한테 어울리니까."(진이수, 이상 하권)


저자 : 김바다


[드라마]

2012 OCN 드라마 〈히어로〉(공동집필), 2012 KBS 드라마 〈패밀리〉(공동집필), 2021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2024 SBS 드라마 〈재벌X형사〉.

[영화]

2008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각본), 2014 〈조선미녀 삼총사〉(각본), 2016 〈목숨 건 연애〉(각본).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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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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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이 없이 골고루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돈이나 권력, 무력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어른동화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발동기부터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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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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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이른바 '어른 동화'로 분류되는 소설이다. 동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은 그림책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이 더 많다. 이 책은 선량하고 아름다운 아모르 왕이 포악한 모드레스 왕의 뒤를 이어 음울하고 황량한 나라를 통치하며 시작된다.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을 두루 살핀 아모르 왕은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해 변화를 꾀한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법을 따르자, 곧 온 나라는 푸른 꽃으로 물들게 된다. 과연 푸른 꽃의 마법이 왕국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푸른 꽃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마법 같은 교훈을 선사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고 귀감으로 삼거나 교훈을 머리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동화(童話, Fairy tale)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서 어린이에게 감동을 주는 형식으로 재미있는 내용과 함께 짜여진 문학의 한 분야다. 동화라는 말이 있기 전에는 '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 '옛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현실의 이야기보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나 전설이나 설화, 민담에서 꾸며진 이야기들로서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형식으로 어른이 어린 아이에게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초자연적이며, 꿈과 같은 이야기이지만 '나쁜 사람은 벌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권선징악의 줄거리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선녀, 공주, 왕자, 임금님, 도깨비, 요술쟁이, 형과 동생, 심술쟁이, 바보, 동물이나 나무 등 다양하며, 하늘을 나는 능력을 지녔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초능력적인 인물도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은 현대동화에서도 비과학적 상상을 동원하여 우주를 누비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어린이로 하여금 꿈을 심어 주며, 그 꿈을 자신이 이루어 내는 현실로 인식되도록 한다.

자연을 신으로 믿게 하고 그 신의 의사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이루어지도록 하는 의인체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어린이의 흥미를 돋우고 그것이 교육적 목적을 만족시킨다는 동화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창작 동화에서는 새로운 문학 작품으로 압축된 소설적 수법을 구사하여 새로운 어린이의 심리적 흥미를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문학비평용어사전)




이 책의 저자는 프랜시스 버넷(Frances Eliza Burnett, 1849~1924)으로 미국 작가다. 베넷은 당시 미국의 청교도적 사회규범에 대한 반발로서 요구되었던 감상주의와 자본주의 발전기에 따르는 기회신화(機會神話)의 꿈이 담긴 작품을 많이 썼으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사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 주로 읽었던 『소공자』, 『소공녀』 등이 있다. 대표작 『소공자』는 작중인물의 귀여운 옷차림이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서 크게 유행할 정도로 인기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녀의 작품에서 그려진 꿈의 세계가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1909)은 일본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영화 시리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KBS에서 방영했다.



인도 여행 중 부모를 잃은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대저택에 사는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된다. 메리는 마음씨 착한 하녀 마사와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 마음을 열게 되고 비밀의 화원을 발견해 화원을 가꾸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밤 울음소리를 따라 가던 메리는 몸이 허약해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사촌 콜린을 발견한다. 메리와 디콘은 콜린을 비밀의 화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 화원을 통해 아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피어나고, 차가웠던 사람들의 가슴이 다시 따뜻해진다.(두산백과)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희유출판사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발행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영덜트 시리즈〉는 희유출판사가 동화책에서 그림책으로,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도약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그림책 프로젝트다. 영(Young)과 어덜트(Adult)의 합성어를 사용하여 동심을 넘어 인심을 함양해 보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또한 어린 시절 동화책을 펼치며 느꼈던 설렘을 재현함으로써 현실에 지친 성인들에게 색다른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갓 스물이 된 아모르가 음울하고 황량한 왕국을 맡으며 시작된다. 포악한 모드레스 왕이 통치하던 나라는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로 가득하다. 현명한 어머니 덕분에 참된 스승을 만나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모르 왕은 비탄에 빠진 왕국을 구하기 위해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한다. 




자연을 이용해 소설의 구심점을 만드는 프랜시스 버넷 작가 특유의 개성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비밀의 화원』에서 화원을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던 버넷은 『푸른 꽃의 나라』에서 푸른 꽃을 활용해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한, 작가는 어린 아모르 왕이 바위산에서 성장하는 장면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해당 풍경은 음울한 왕국에 편향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한편, 왕국과 대비를 이루며 절망적인 상황을 부각하기도 한다. 푸른 꽃은 희망의 상징이자 협동의 결과물이다. 드디어 왕국이 새롭고 활기찬 나라로 거듭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야기 속에 누구도 소외된 사람이 없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푸른 꽃의 마법은 심지어 꽃을 피워 내지 못한 절름발이 아이에게도 공평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버넷은 이를 통해, 모두가 같은 결과를 만드는 사회가 아닌, 능력껏 노력하는 사회의 일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로써 그림책 『푸른 꽃의 나라』는 각박한 현실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현대 사회는 각종 공해 물질과 기후 변화로 '반자연(反自然)'의 시대다. 이 책 『푸른 꽃의 나라』의 상징이자 은유인 '푸른 꽃'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영감을 줄 것이다. 당시 저자가 살던 시대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은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놀랄 만한 변화의 신기원을 이룩해 나간다. 특히 엄청난 자원과 불모지의 대륙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게 될 정도로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자본주의와 함께 누구든 원하는 만큼의 부를 챙기기에 모든 조건이 탁월하게 갖춰진 사회로 변모했다. 이에 이주 정착민이든 유럽에서 이주해와 살고자 한 유럽민들에게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이처럼 급작스런 문명의 발전은 예기치 못한 많은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이를 막아서는 장애물은 제거하기 시작한다. 독립한 지 100년밖에 안 된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공언하고 독립국가를 정식으로 출발시켰다. 하지만 노예 문제, 총기 소지 문제 등은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문제로 남아 있다.

세계 최대의 패권 국가로 부상한 미국 사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다 되었는데도 세계 질서를 바로 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짧은 역사의 국가이지만 세계의 각종 전쟁에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며 참여해 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희생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국위는 크게 선양되고 자본주의 체제의 많은 나라들에게 종주국처럼 군림하게 됐지만 공산 사회주의와의 대립은 여전하다. 1990년 구 소련 체제가 붕괴하며 미국과 자본주의 사회가 승리한 듯했지만 이젠 중국이 러시아(구 소련)를 대신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도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며 국제 분쟁에 개입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사는 게 더 힘들다는 반증일까?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책이 바로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다.




저자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 프랜시스 엘리자 버넷)


1849년 11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치탐 힐에서 태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산업혁명 최절정기)에 철물점을 경영하던 재력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머니와 다섯 남매가 맨체스터 빈민가로 쫓겨난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버넷은 이 시기에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865년 외삼촌의 권유로 온 가족이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한 뒤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버넷은 투고료를 목표로 글을 쓰기로 결심,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간신히 종이와 우표를 사서 잡지사에 원고를 발송한다. 하지만 그때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본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잡지사에 보낸 소설이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듬해인 18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네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했으며 『고디스 레이디스북』이라는 여성 잡지를 통해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 후 몇몇 잡지사에서 한 편에 10달러를 받고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이 시기에 버넷이 주로 썼던 내용은 ‘학대받다가 끝내는 보상받는 영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몰락한 가문을 차츰차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스완 버넷과 1873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아들 라이오넬과 비비안을 두었고, 배우인 스티븐 타운센드와 1900년에 재혼했으나 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영국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쓴 작품들로 어른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아동소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로리 가(家)의 그 아가씨』(1877), 『셔틀』(1907) 등이 있다. 『폰틀로이 공자』(1886)보다 앞서 쓴 소설 『하얀 벽돌 뒤편』이 [세인트 니콜라스 매거진]에 발표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후 『폰틀로이 공자』,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로리 가의 그 아가씨』,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세 소설을 포함한 자신의 작품들을 각색하여 런던과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버넷은 74세로 1924년 10월 29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림 : 실(Yssey)


까마귀의 마음으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포착하여 그립니다.


역자 : 조현희


한국어의 운율과 느낌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싶어 번역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의 의미로 연결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푸른 꽃의 나라』를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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