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이 답답할 때 부처를 읽는다 - 오늘도 마음이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지혜의 말들
우뤄취안 지음, 정주은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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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늘 바쁘다. 인구가 포화 상태로까지 늘어나고, 산업 혁명 이후 많은 도시들이 생겨나면서 인간은 언제나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급속하게 증가하는 인구는 늘 식량이 부족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경제 활동이 다양화되고 예전에 비해 더 많은 노동으로 수입이 많아져도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자본주의 경제가 점점 더 발달하면서도 왕이나 귀족 세력를 제외하고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갈수록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경제 발전은 더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일반 노동자들은 점점 더 가난해졌다. 꾸준한 노력으로 산업은 놀랄 만큼 발달해도 '부익부 빈익빈'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현대 사회는 디지털 산업 혁명으로 정보가 무한정 쏟아진다.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면서 스트레스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들은 모두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점점 더 종교에 의지하는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학 분야의 놀랄 만한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을 거의 '100세'까지 늘렸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AI 시대'로 접어들었다지만 뇌에 관한 한 '신(神)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이제 신과의 싸움을 해야 할 지경이다.

이처럼 인류 문명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발전했지만 그들의 일상은 늘 스트레스에 파묻혀 있다. 현대인들은 몇 분 차이로 오르내리는 해외 항공권 가격에 마음을 졸인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카페 신메뉴를 가장 먼저 SNS에 올리려고 조바심을 낸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먼저를 좇는 마음은 순간의 설렘을 주지만, 곧 불안과 피로를 안긴다. 가진 것을 잃을까 걱정하고, 놓친 것을 후회하며, 끊임없이 비교하는 삶.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 스트레스를 '번뇌'라고 표현한다.



이 책 『나는 삶이 답답할 때 부처를 읽는다』는 표제어에 이미 어떤 책인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저자 우뤄취안은 대만 불교의 큰 스승이자 법고산의 창시자 성엄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스트레스, 즉 번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전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성엄 스님은 대중이 집착과 불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설파했다. 부처의 가르침에 인생의 진리가 있다고 믿은 성암 스님은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단 한 벌의 승복만으로 수행을 이어 갔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불씨를 지키며 대만 양대 불학원 입학을 꿈꿨으나, 전쟁 발발로 길이 끊겼다. 꿈은 무너졌지만, 성암 스님은 좌절 대신 받아들이기를 택했다. 그리고 외부 환경은 언제든 변하고 무너질 수 있지만, 마음을 돌리고 내려놓는 법을 배운 사람은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원하는 마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성암 스님은 미국과 일본에서 전통 선(禪)과 현대 학문을 아우르는 한편, 대만 불교의 4대 종문 중 하나인 법고산 종단을 창립해 ‘마음을 맑히고 세상을 맑히자’라는 울림을 전 세계에 전하는 데 힘썼다. 성암 스님은 번뇌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마음을 돌리면, 없던 길이 보인다.”

이 책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영적 스승, 성엄 스님과 저자가 오랜 기간 나눈 108편의 문답을 바탕으로 인생사의 온갖 고뇌에 대한 조언과 명언, 번뇌를 풀어내는 108가지 마음 전환법을 소개한다. 깨달음이 곧바로 삶 속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안내한다. 성엄 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했다.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이 네 마디는 저자의 번뇌 속 매듭을 하나씩 풀어 주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수행법이 아니라, 매일의 순간마다 마음을 돌려 집착을 놓는 연습이라고 가르쳤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두려움과 미움, 욕망과 사욕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고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는 힘. 성엄 스님은 그것이야말로 삶을 가볍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 깨달음을 혼자 간직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마음이 무겁고 흔들리는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길을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그래서 성엄 스님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108편의 문답을 엮었다.



여기에는 고독이 침묵의 힘이라는 사실, 자유와 자재(自在)의 참뜻, 참회와 용서를 통해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과정,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속에서 자비를 키우는 방법이 담겨 있다. 모든 문답은 어렵지 않고, 속 깊지만 부드럽게 다가온다. 마치 오랜 벗이 어깨를 다독이며 건네는 말처럼 독자에게는 느껴진다. 오래 준비했지만 성과가 없을 때, 계속할지 포기할지 고민하는 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성엄 스님의 가르침을 ‘만두 이론’ 같은 생활 속 사례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어느 날, 줄이 짧아 보여 그 앞에 섰다. 그런데 막상 순서가 오길 기다리니, 앞사람이 대량으로 주문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훨씬 오래 서 있게 됐다. 우리는 이렇게 눈앞의 이득에 혹해 상황을 깊이 살피지 않은 채 버티다, 결국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때가 많다. 이 경우 성암 스님은 말한다. “때로는 미련을 끊고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지키는 길입니다.”

집착의 줄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내 마음이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장을 통해 번뇌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돌리는 방법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파도를 안고 살아간다. 고독이 두렵고, 관계에서 상처받고,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을 품은 채 하루를 버틴다. 아무리 애써 떨쳐내려 해도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번뇌는 습관처럼 되살아난다. 저자 우뤄취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타이완의 10대 작가로 꼽히는 우뤄취안은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과 무게를 안고 있었다. 그때 대만 불교의 큰 스승이자 법고산의 창시자 성엄 스님을 만났다. 그 인연은 저자의 삶과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모두 7장(章) 108가지의 번뇌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고독이 가져다주는 ‘침묵’이라는 힘〉, 2장 〈자유보다 중요한 것은 자재이다〉, 3장 〈진정한 자아, 무아로 나아가기〉, 4장 〈마음을 돌리고 내려놓기를 배우다〉, 5장 〈참회와 용서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 6장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7장 〈먼저 원심을 내는 것이 생명의 귀착점이다〉 등이다. 각 장마다 12~17가지의 번뇌를 제목으로 삼았다. 108가지란 불교에서 흔히 말하는 '108 번뇌'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삶이 단순해지고 마음의 짐도 가벼워진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란 화두를 꺼내놓고, 자신의 경험과 사유 결과를 내놓는다. "어려서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우리는 늘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며 자기 삶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사랑과 배신, 기대와 실망,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노력이 반드시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고,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p.7, 이하 인용문은 존칭어를 예삿말로 전환, 독자 주)) 이어 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를 안내한다. "할 수만 있다면, 실패와 배신, 실망과 이별을 겪은 뒤에도 자신을 아끼고, 매 순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남에게 의지하기보다 내 안에 더 많은 사랑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을 찾아 방황하던 삶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 깨달음의 찰나에, 나 자신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마침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신념이 있었기에 산전수전 다 겪고 고통과 시련을 견디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누구나 겪었을 일들을 바탕으로 질문을 세우고 저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결론처럼 내린다. 걱정과 염려가 캄캄한 밤의 파도처럼 밀려올 때마다 마치 절규하듯 묻는다.

"왜 하필 나야?"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야 하는데?"

"인생이라는 게 끝없는 고통뿐인 걸까?"

비록 소리 없는 외침이지만, 이미 목이 쉬고 기진맥진하고 만다. 그 모든 외침과 질문 뒤에는 사실 하나의 해답이 있다. 

"당신이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린다면, 그 해답이 서서히 들려올 것이다."



우리가 번뇌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고난의 순간에 너무 쉽게 세상의 평가에 따라 자신을 깎아내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세상에서 가장 독한 말은 타인의 입이나 키보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비난하는 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심지어 누군가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하는 "마음을 내려놔!"라는 말조차도, 악의적인 조롱으로 받아들이곤 한다는 것.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따져 묻고 싶어진다. 

'내려놓으라고? 그게 그렇게 쉬우면 네가 대신 고통을 겪어 보던가!" 내려놓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사람마다 겪는 고통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며, 서로 비교할 수도 복제할 수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선의에서 비롯된 누군가의 '공감'이 따뜻한 배려나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괴로워하는 이를 번뇌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 내려놓게 만드는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다독였던 생각을 독자들에게 꺼내놓는다. '어차피 내려놓을 수 없다면, 짊어지는 법부터 배우자!'

1장에서는 ‘폐관(閉關)*’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경지를 다루며, 혼자 있어도 충만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2장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와 자재(自在)를 구분하며, 욕망과 자유의 관계를 성찰한다. 또 3장에서는 진정한 자아의 경지인 무아(無我)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법, 신념을 지키는 ‘택선고집’의 힘을 다룬다. 4장에서는 미움, 두려움, 욕망 같은 마음의 결을 다스리고, 집착을 내려놓는 실천법을 설명한다. 5장은 참회와 용서를 주제로, 자신과 타인을 향한 너그러움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는지 보여 준다. 6장에서는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내려놓기와 포기의 차이를 다루며, 관계 속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마지막 7장은 삶과 죽음, 인연과 원한을 돌아보며 바로 지금, 생명의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각 장은 구체적인 사례와 문답 형식으로 엮여 있어, 독자가 일상의 문제를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스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인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내려놓는’ 네 가지 원칙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읽다 보면, 번뇌는 사라지지 않아도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책장을 덮어야 할 순간, 이렇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돌리니, 세상이 달라졌다.”

* 폐관: 일정 기간 독방에서 '나'를 찾아 명상하는 불교 수행 중 하나.(저자 주)



이 책은 성엄 스님의 깨달음과 지혜를 바탕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번뇌를 어떻게 다루고 놓을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삶의 안내서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님께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오늘도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많아 잠 못 이루는 이라면, 이 책 속 108편의 대화가 번뇌를 풀어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독자들도 성엄 스님의 말처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일지 모른다. “마음을 돌리니, 세상이 달라졌다.”


“불법의 ‘자유자재’와 공자의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 즉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라는 말은 어떻게 다릅니까?” 성엄 스님은 자비로운 얼굴로 답해 주었습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것은 주관적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도를 넘지 않는 상태지요. 그러나 불법에서 말하는 자유자재는 자아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중생을 위한 것이고, 중생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노력하는 것입니다.”(p.79~80)


저자 : 우뤄취안(吳若權)


타이완을 대표하는 심리·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1995년 소설 『한 번의 사랑이라도 좋아』로 문단에 등장해, 2000년에 단편집 『비 오는 날의 솔바람 소리』로 중흥문예상을 수상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필력과 깊이 있는 통찰로 수백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소설과 에세이를 비롯해 10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아울러 라디오와 TV, 강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세대와 계층을 넘어 폭넓은 공감을 끌어냈다. 그의 글은 일상의 번뇌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면서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는 법고산 성엄 스님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불교의 지혜와 마음을 내려놓는 108가지 방법을 담아냈다.

주요 저서로는 『하루 한 장 마음이 편해지는 반야심경의 말』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지금이 바로 새 삶이다(當下就是新生)』 『인생의 모든 일은 선택과 포기의 연습이다(人生每件事,都是取捨的練習)』 외 다수가 있다.


역자 : 정주은


고려대학교 중문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다. 여러 해 동안 철학, 문학, 사학, 육아, 자기계발, 아동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번역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유대인 엄마의 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컬러링북)』,『송나라에 간 고양이』,『정적을 제거하는 비책(공역)』,『제왕업 상, 하』,『블링블링 캐릭터 공주 그리기(아이러브북스)』,『내 인생의 모든 것 영화에서 배웠다』,『단숨에 읽는 이야기 철학 5:인간의 기원』,『멀티족으로 산다』,『정진』,『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나의 꿈 나의 직업 패션 그리기』,『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실크로드:동서양을 가로지른 문명의 길』,『상큼발랄 예쁜 소녀 그리기 (아이러브북스)』,『깜찍발랄 귀여운 소녀 그리기 (아이러브북스2: 드로잉)』,『엉망진창』,『행동의 힘』,『단숨에 읽는 이야기 철학 1:생각의 방법』,『인생의 깨달음을 던져주는 철학형 지혜』,『역사가 기억하는 정복과 확장: 세계사 4』,『역사가 기억하는 군주의 권위: 세계사 6』,『먹보대장 딩딩』,『닫혀라 참깨』,『제갈량의 지혜에서 배우다』,『별별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하루 30분 베이징대학교에서 인생철학을 배우다』,『전쟁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몸 예술로 말하다』,『과학적 사고의 기초를 위한 철학형 사유』,『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황금법칙』,『동물 무대에 오르다』,『스마트 탐정 바오다다 사건파일1』,『NO라고 말하는 아이』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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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잔 - 소설 속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세계
정인성 지음, 엄소정 그림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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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직접 마시는 것도 아닌데 술술 읽힌다. 23개의 칵테일과 소설이 만난 세계는 달콤할까? 읽는 즐거움과 마시는 낭만이 만나는 순간이 이토록 맛깔나다니 술보다 달콤하고 소설보다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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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잔 - 소설 속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세계
정인성 지음, 엄소정 그림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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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술'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독자도 사실 예전에 술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은 술을 건강상의 이유로 끊었지만 말이다.(사실은 의사가 지시한 권유) 독자는 술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고, 또 마실 줄만 알았지 술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책 『소설 한 잔』은 부제 「소설 속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세계」에 나타나듯이 칵테일과 소설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그야말로 술과 소설의 콜라보인 셈이다. 인류가 등장한 세월만큼 기나긴 세월을 함께해 온 술과, 문자 발명 이후 인류 문명과 함께한 문학을 한데 엮어 이처럼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술'과 '문학'이란 단어는 자체적으로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술은 인류가 생긴 이래 함께했다고 들었다. 시작은 아무래도 과일(포도)이 자연 발효된 것을 먹다가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돼 끊임없이 인류와 함께해 왔을 것이다. 또 문자 발명 이후엔 각종 기록으로 술 이야기를 남겼다. 저자 정인성은 책과 술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독자 생각으로는 천생연분인 것으로 생각한다. 술의 효용성은 마시면 목마름을 완화시키고 또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학은 인간 감정 밑바탕까지 훑어내는 데 더 없이 좋은 도구이자 장치다. 또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을 문자로 기록하는 문학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쓴다. 이처럼 술과 문학은 인류가 지향하는 삶과 궤도를 같이 한다고 독자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설 한 잔』의 저자 정인성은 책과 술이 공존하는 ‘책바’를 10년째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저자가 술꾼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술 장사는 술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100% 망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걸까? 어쨌든 저자는 용케도 10년이 넘는 세월을 끌어왔으니, 그를 만나지는 못해도 이야기는 들어볼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칵테일 23가지와 소설 23편이 사진, 일러스트와 함께 잘 어울려 독자들의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 둘 다 잡았다. 책 속에 담긴 술과 소설 이야기에 흠뻑 젖어볼 일이다.



『위대한 개츠비』 속 진 리키와 민트 줄렙, 『캐롤』의 올드패션드, 『1Q84』의 커티삭 하이볼처럼 소설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술 한 잔이 이 책에서는 각기 다른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저자는 책바를 운영하며 얻은 소설에 대한 생각과 등장하는 술의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써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책바의 성격과 소설의 맥락 속에서 칵테일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이에 따라 저자는 책바에서 실제로 직접 마셔볼 수 있는 칵테일 레시피도 포함해 '소설 속 칵테일'이 나오는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에는 책바에서 마셔볼 수 있는 칵테일 레시피도 수록해 독자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도 함께 실었다. 독자들은 잔을 채우고 책 속의 소설 내용과 함께 음미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 특별한 체험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색다른 감상의 확장을, 술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지적인 음주의 세계를 열어주는 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책과 술의 정체성과 관계성을 부각한다. "책과 술, 이 두 가지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온 매개체였다. 둘 중 하나만 즐겨도 분명 멋진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술을 함께 즐긴다고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하필이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취향을 가졌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자는 마음으로 책바라는 공간을 처음 열었을 때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몇 달 안에 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책과 술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여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지난 10년의 여정은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공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p.3, 이하 존칭어를 예삿말로 바꿈)

저자는 소설은 시대적 정체성을 담고 술은 시대의 문화상을 보여주기에, 두 요소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읽다가 술이 등장하는 장면을 발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 술을 사랑하기도 했다고 밝힌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각각 서양과 동양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애주가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들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술이 고유명사로 등장하며,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의미가 담긴 상징으로 기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책바를 준비하던 시절, 이들의 작품을 읽다가 어떤 술을 발견하면 유난히 눈길이 갔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그 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름은 왜 그렇게 붙였는지, 그리고 작가는 왜 하필 그 장면에서 그 술을 넣었는지··· 물론 맛도 궁금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소설과 칵테일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책을 내려는 마음은 책바 운영 10주년이 지나가는 즈음에 결실을 보았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대로 23개의 칵테일 이야기가 23장(章)에 걸쳐 조명된다. 「전주볼×애주가의 결심」「올드패션드×캐롤」「맨해튼×유리열쇠」「위스키&소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커티삭 하이볼×1Q84」「진 리키, 민트 줄렙×위대한 개츠비」「드라이 마티니×호밀밭의 파수꾼」「베스퍼 마티니×007 카지노 로얄」「압생트 마티니×면도날」「김렛×기나긴 이별」「잭 로즈×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발랄라이카×기사단장 죽이기」「핸드릭스 진 토닉×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트카 토닉×상실의 시대」「피냐 콜라다×우리는 사랑일까」「시칠리안 키스×하느님의 보트」「비숍×크리스마스 캐럴」「알렉산드라×살인자의 건강법」「와인 스포디오디×길 위에서」「핀×롤리타」「로빈스 네스트×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촉테일×속죄」「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등이다. 독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3장 「맨해튼×유리열쇠」제목이다.

"혹시 '하드보일드'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하드보일드는 글자 그대로는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이지만, 문화예술의 맥락에서는 비정함과 냉혹함을 뜻하는 형용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폭력적인 사건이나 어두운 현실을 냉정한 시선으로 묘사하는 문학 장르를 말한다. 인물의 내면을 과도하게 설명하지 않고,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행동만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현재는 추리 소설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하드보일드는 특히 1920년대에서 1950년대 무렵까지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금주법이 시행되고 범죄가 난무하던 그 시대에 마치 숙명처럼 등장한 셈이다. 이 책에서도 소개할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문체와 스타일에서 영향을 깊이 받았다."(p.27)



서두를 꺼낸 저자는 드디어 맨해튼이라는 칵테일 이름과 대실 해밋의 소설 『유리 열쇠』을 소개한다. 그야말로 소설과 칵테일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에 따르면 하드보일드의 창조자로 일컬어지는 작가는 대실 해밋이다. 그는 작가가 되기 전 당시 미국 최대의 사립 탐정 회사인 〈핑거턴〉에서 6년간 탐정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 정도 경력이 있는 작가라면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창조할 만하다. 『유리 열쇠』는 대실 해밋 스스로도 최고로 꼽은 작품이며, 후대에 이르러서는 스칸디나비아 추리 작가 협회에서 수여하는 북유럽 추리문학상의 이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엔 형제의 빼어난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의 이름은 네드 보몬트이다. 그의 직업은 딱히 명확하게 소개되지는 않는다. 그저 외투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얼룩덜룩한 초록빛 시가를 태우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무뚝뚝하지만 행동력 있는 남자다. 네드는 정치인 폴 매드빅과 가까운 사이로, 두 사람은 거의 형제처럼 지낸다. 폴은 도시의 행정을 관리하는 인물이지만, 그 방식은 늘 양지와 음지를 넘나든다. 폴은 상원의원 헨리의 재선을 도우려 하고, 동시에 헨리의 딸 재닛을 사랑한다. 폴에게는 오팔이라는 딸이 있다. 오팔은 아버지 몰래 헨리의 아들인 테일러와 데이트를 하는 관계이다. (저자는 이게 무슨 관계인가 싶어서 세 번 정도 읽은 뒤에서야 이해를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테일러가 살해당한다. 범인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때 네드 보몬트는 자신에게 큰돈을 빚진 버니 디스페인이 테일러에게 차용증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단서를 시작으로, 그는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네드는 술을 참 좋아하는 인물이다. 집에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은색 셰이커가 있고 다양한 바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술을 마신다. 주로 마시는 술은 라이 위스키와 더블 스카치이다. 확실히 주당이라고 불 수 있다. 호텔에서는 벨보이에게 1파인트(473ml)짜리 라이 위스키를 방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바에서는 한 자리에서 더블 스카치를 석 잔 이상 마시기도 한다. 더블 스카치는 일반적으로 두 배 분량의 스카치 위스키를 의미하므로, 오늘날 기준으로는 여섯 잔을 단번에 마시는 셈이다. 그러던 그가 흔치 않게 칵테일을 주문하는 순간이 있다. 그는 어떤 칵테일을 주문했을까?



그가 선택한 칵테일은 맨해트니었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주문이 아닐까 싶다. 왜 그런지는 이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맨해튼은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 뉴욕 맨해튼에서 탄생했다. 워낙 오래된 칵테일이다 보니 그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1874년, 뉴욕 맨해튼 클럽에서 열린 한 만찬 자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 레이디 랜돌프 처칠이 뉴욕 주지사 사무엘 틸든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이 칵테일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설은 시간적으로 모순이 있다. 해당 만찬이 열렸다고 알려진 시점은 레이디 처칠이 윈스턴 처칠을 임신하고 세례를 받았던 시기와 겹친다. 이러 이유로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맨해튼 클럽에서 만들었다는 주장은 여럿 있다. 1893년 〈뉴욕선〉, 1902년 〈뉴욕타임스〉, 1915년 〈맨해튼 클럽의 공식 역사서〉네는 모두 맨해튼이 맨해튼 클럽에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설은, 호프만 하우스의 바텐더이자 작가인 윌리엄 멀홀의 증언에 기반한다. 그는 1922년에 쓴 회고록에서 맨해튼은 1860년대 브로드웨이 근처에서 바를 운영하던 블랙이라는 인물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맨해튼의 재료는 위스키와 스위트 베르무트 그리고 앙고스투라 비터이다. 위스키 중에서는 버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라이를 사용한다. 그래서 평소에 라이를 마시던 네드 보몬트가 주문할 만한 칵테일이다. 당연히 바텐더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위스키의 비율이 베르무트보다 높다는 것이다. 맨해트닝란 칵테일은 기본적으로 묵직한 위스키의 맛을 달콤한 베르무트가 받쳐주는 풍미를 가졌다. 하지만 초기 맨해튼을 만들었던 바텐더들은 보다 달콤한 맛을 추구했나 보다. 가장 유명했던 맨해튼 클럽 메뉴에 따르면, 위스키와 베르쿠트의 1:1 비율에 검 시럽과 비터가 들어간다. 베르무트의 비율도 높은데 시럽까지 들어갔으니 꽤나 달콤한 맛일 것이다. 만드는 방법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오늘날 맨해튼은 스터링*을 해서 만드는 것이 암묵적이지만, 이때는 셰이킹을 해서 만들기도 했다. 바텐더들의 교수로 불리는 제리 토마스도 셰이킹해서 만들었을 정도니 이때는 명백히 하나의 기법으로 존재한 셈이다. 

* 스터링: Stir:액체를 믹싱글라스에 넣고 얼음과 함께 저어서 만드는 방법. 그 유명한 '젓지 말고 흔들어서'의 원문이 'Shaken, Not Stirred'이다.(저자 주)



맨해튼 칵테일의 일반적 호칭과 만드는 방법을 서술한 저자는 개인적 입장에서 맨해튼은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클래식 칵테일임을 털어놓는다. 원하는 맛을 찾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저자는 국내의 바는 물론,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도 어김없이 맨해튼을 주문하며 각 바의 레시피를 유심히 살펴보고 연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요즘은 두 가지 버전으로 레시피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한다. 맨해튼의 주재료인 위스키와 스위트 베르무트 모두 저자가 책바에서 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지만, 이따금 국내에서 수급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차선책도 항상 준비해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 옵션은 라이 위스키와 스위트 베르무트만 이용해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에는 대체로 불렛 라이와 안티카 포뮬라를 사용한다. 불렛의 두툼하고 스파이시한 풍미와 안티카 포뮬라의 깊은 맛이 잘 어우러진다. 두 번째 옵션은 라이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럴 때는 와이들 터키 라이에 버팔로 트레이스를 더하고 친자노 로쏘를 사용한다. 부드러운 와이들 터키에 버팔로 트레이스가 불륨감을 더해주고 친자노의 깔끕한 맛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맨해튼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맨해튼은 다양한 변주로도 가능하다고. 


저자 : 정인성


책바의 오너 바텐더. 출근 전후에는 틈틈이 글을 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학과 통계학을 전공했고, 술과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강연 및 프로젝트를 발렌티노, 벤틀리, 아모레퍼시픽, 코오롱, 퍼시스, LG전자 등과 함께 했다. 책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을 썼고, 『애주가의 대모험』과 『칵테일 탐구생활』을 감수했다. 중앙일보와 채널예스에 문화예술과 술을 주제로 정기 기고를 했다. 술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홈페이지 insungjung.com

인스타그램 @insung58 @chaegbar


그림 : 엄소정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 맛있는 음식과 술이 주는 즐거움에 이끌려, 그 순간들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땡구리’로 활동하며 음식 일러스트와 따뜻한 일상툰을 그려나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daeng_gu_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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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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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은 거리가 멀었다. 이해도 어려웠고, 시험을 쳐도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다. 나중에는 이런 게 사회 나가서 쓰임새가 있을까? 하는 '수포자'가 되는 포기 단계를 밟았다. 고2부터는 문·이과 선택제였는데 부모님 의견대로 이과를 선택했지만 수학 물리가 이래서야... 할 정도로 낮은 점수에 거의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학도 이공계가 아닌 문과계열로 치렀다. 본 시험이 있을 때인데 문과계열은 수학이 선택 과목이었고 따라서 수학 대신 사회 과목으로 치렀다. 다행히 점수가 괜찮았는지 무난히 입학했다. 덕분에(?) 수학이나 물리학은 영원히 멀어졌다. 대학 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수학 못한다고 사회 생활에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래도 수학이나 물리학에 대해 이론의 이름이나 과학자·수학자의 이름은 아는 사람이 몇 명은 있었다. 

그렇게 사회 생활도 적응해(엄밀히 이야기하면 반쪽짜리) 가다가 몇년 전 〈양자물리학〉이란 영화를 봤다. 양자물리학이란 생소한 이름의 영화여서 관심이 갔다. 그러나 내용은 제목을 보고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화타' 주인공 이찬우가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챈다. “불법 없이! 탈세 없이!” 이 바닥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그는 오랫동안 알고지낸 범죄정보과 계장 박기헌에게 이 정보를 흘린다.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마약파티가 연예계는 물론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임을 알게 된 이찬우는 이제 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찬우는 박기헌 계장을 비롯해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업계 퀸' 성은영 등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부패 권력에 통쾌하게 맞서라! 생각은 현실을 만드니까!라는 슬로건은 양자물리학과 관계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의 분위기는 전형적인 범죄오락액션이다. 무슨 제목과 내용이 이렇게 맞지 않은 영화가 다 있나? 하면서도 양자물리학이란 용어를 제대로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았다.



백과사전을 찾아 읽어도 쉽지 않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줍잖다.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등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하는 분야로 현대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라고 한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계기로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고전역학이 거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의 조건으로 미래의 상태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인 관점이라면,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 상태에 대해 알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률론적 입장이다.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해 주고, 과학기술, 철학, 문학, 예술 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래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물리학의 기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일 터, 이쯤해서 이 책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로 다시 눈을 돌린다. 

저자 채은미는 〈서문〉을 통해 '양자 과학 기술'에 관한 관심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다고 강조한다. 양자 역학이라는 이론이 가진 신비함과 그 신비함이 열어줄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저자는 많은 분들이 양자 과학 기술의 근간인 양자 역학에서부터 그 기술의 특징, 현재 상황,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모두 이 책에 싣는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양자 역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이다. 이 책은 어렵고 낯설게만 여겨졌던 양자 세계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냈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양자 중첩과 얽힘 같은 핵심 개념을 생생한 비유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설명해, 수학에 자신이 없어도 읽는 순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폰, 매일 사용하는 GPS, 인터넷과 레이저, 그리고 미래를 바꿀 양자 컴퓨터까지, 일상과 연결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양자가 얼마나 가까운 교양인지 보여준다. 특히 양자 컴퓨터는 비트코인 보안과 금융 시스템, 신약 개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전반을 뒤흔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저온 분자와 양자정보를 연구하는 젊은 물리학자다.



저자는 양자 역학을 교양의 중심에 세우며 독자에게 다정히 말을 건넨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양자는 더 이상 낯선 학문이 아니라 독자들의 교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대체 ‘양자역학’이라는 낯선 물리학 이론이 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리 일상과 관계가 깊다는 말에 독자처럼 문외한도 관심을 갖게 되고 궁금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백과사전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반도체 없는 컴퓨터를 상상해 볼 것을 권유한다. 반도체가 없다면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컴퓨터의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 등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고 사전은 밝히고 있다. 또한 양자역학은 과학기술의 측면뿐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20세기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된 양자역학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 1882~1970)이다. 그는 Quantenmechanik(크반텐메하닉)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것이 그대로 영어로 번역된 뒤에, 일본에서 ‘量子力學(료오시리키가쿠)’라 새로 번역됐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 ‘양자역학’이란 용어로 번역됐다. 양자역학이란 말을 이해하려면 ‘양자’와 ‘역학’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양자’로 번역된 영어의 quantum은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온 말로, 무엇인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학’은 말 그대로는 ‘힘의 학문’이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힘과 운동’의 이론이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2부 2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아름답고 신비한 양자의 세계〉, 2부 〈양자 컴퓨터가 이끄는 미래〉이다. 1부에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양자, 빛」, 「양자가 안내하는 길, GPS의 비밀」 등 14개 장이 있다. 2부에는 「어떤 문제든 풀 수 있는 범용 앙자 컴퓨터」, 「큐비트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만남」 등 15개 장이 이어진다. 1부 2장 「거인들의 질문이 모여 양자의 길을 열다」에서 저자는 19세기 말 이미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 속에서 펴져 나가는 전자기파임이 밝혀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빛을 단순히 전자기파로 본다면 냉광이나 광전 효과를 설명할 수 없었다. 빛이 파동이라면 진동수와 파장을 가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 발표한 ‘빛알이론’은 양자론의 기초가 됐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파동이긴 하지만 그 에너지가 일정한 단위로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빛이 ‘양자’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한다. 1900년, 아인슈타인의 스승이었던 독일의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빛알 이론과 직접 통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플랑크의 복사 법칙이라 불리는 이 법칙을 설명하면서 그는 최초로 ‘양자’의 개념을 주장했고, 이는 양자역학의 토대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1911년 영국의 어니스트 러더퍼드, 1913년 덴마크의 닐스 보어가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안했고, 이들의 모형은 마치 태양계처럼 한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궤도를 이루면서 회전한다. 닐스 보어는 이 원자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궤도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진 몇 개의 궤도만 허용 가능하다고 가정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후 양자역학은 초기의 ‘양자’ 가설을 기본으로 삼아 전혀 새로운 역학으로 탄생했다. 1925년 무렵부터 독일의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파스쿠알 요르단 등이 행렬이라 부르는 수학 기법을 이용해 기존의 역학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역학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그동안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역학을 ‘행렬역학’이라 불렀다.

그 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새로운 방정식과 더불어 ‘파동역학’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역학을 제안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 모두 그동안 난관에 부딪혔던 현상들을 아주 탁월하게 설명해냈다. 여기에 영국의 폴 디랙이 제안한 새로운 이론이 덧붙여졌다. 막스 보른은 이 새로운 역학에 ‘양자역학’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2부에서 저자는 실제 양자 역학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양자 컴퓨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양자 역학은 더 이상 학문의 언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근본부터 흔들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수억 년을 투자해야 풀 수 있는 난제를 단숨에 계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특히 쇼어 알고리즘은 오늘날 비트코인과 인터넷 보안의 핵심인 암호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금융과 사이버 보안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복잡한 물류망 최적화, 신약과 신소재 개발, 인공지능의 비약적 도약까지?양자 컴퓨터가 열어 갈 미래는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 책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는 양자 역학의 최신 연구 흐름을 알기 쉽게 정리하며, 초전도·중성 원자·이온 트랩·광자 기반 등 다양한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한눈에 보여 준다. 나아가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뛰어드는 유망 기업과 기술 현황까지 소개해, 독자가 다가올 양자 시대를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통찰을 전한다. 이 책은 이러한 최첨단 흐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설명하며, 우리가 곧 맞이할 ‘양자 시대’를 준비하는 지적 무기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집 안의 LED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내비게이션을 켜는 일상적인 순간마다 사실은 ‘양자 역학’이 숨어 있다고 한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막상 양자 역학을 공부하려 들면, 수식과 낯선 개념 앞에서 쉽게 포기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두려움을 다정하게 덜어 준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전자의 드 브로이 파동,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교과서에서 이름만 듣고 지나쳤던 주제들을 생활 속 사례와 직관적인 비유로 풀어내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양자 세계를 눈앞에 그리듯 설명한다. 이 책은 복잡한 공식 대신 이야기와 상상을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읽는 순간 곧바로 “아,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만드는, 친절한 양자 교양서라고 독자는 믿는다.



양자 역학은 이처럼 수많은 과학자들의 통찰과 도전이 쌓여 완성된 학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 레이저, 양자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의 토대가 되었지요.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이 이 작은 양자의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결국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상의 원리를 밝혀내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양자 역학은 단지 물리학의 한 분야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지적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요.(p.29) - 「인간의 위대한 지적 여정」 중에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양자 내성 암호로의 전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더리움Ethereum이나 퀀텀 레지스턴트 레저QRL 같은 일부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양자 내성 암호를 실험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또 비트코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개키가 노출된 오래된 주소 대신 새로운 주소를 사용하거나 다중 서명 지갑과 하드웨어 월렛을 활용하는 것이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 자체도 필요하다면 하드포크30를 통해 양자 내성 암호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드포크는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새로운 규칙을 따르도록 소프트웨어를 교체해야 하며, 그 과정에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미래 상황에 대응할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p.230) - 「내 비트코인은 안전할까」 중에서


저자 : 채은미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실험 물리학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교토대학교 박사후연구원, 도쿄대학교 Photon Science Center 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극저온 분자와 레이저를 활용한 양자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대중과 소통하며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전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EBS 특집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 출연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양자 과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교육과 융합 연구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는 그가 집필한 첫 대중 교양서로, 더 많은 사람에게 양자 역학과 양자 컴퓨터의 세계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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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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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공허에 대하여』는 현대인이 끝없이 채우려 애쓰면서도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를 파고든다. 저자 토마스 무어(Thomas Moore)는 사유를 통해 공허의 본질을 깨닫고, 공허를 결핍이 아닌 충만의 시작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불교의 ‘무(無)’, 노자의 ‘무위(無爲)’, 기독교의 ‘케노시스(kenosis)’ 등 동서양의 사상과 일상의 일화를 엮어 침묵과 공백의 힘을 독자들에게 나직이 일깨워준다. 무어는 「반지 없는 손가락」, 「화살 없는 활」, 「텅 빈 좌석」 같은 상징적 이야기들을 통해 공허가 삶에 불어넣는 자유를 그려내며, 채움보다 비움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마음 여행으로 독자를 이끈다. 

노자 『도덕경』의 ‘바퀴 살’처럼 바퀴는 중심이 비어 있어야 돌듯, 마음도 빈틈이 있어야 흐른다. 저자는 일상의 빈자리, 시간의 느슨한 틈, 대화 사이 자리잡는 정적을 억지로 채우지 말고 작은 명상으로 받아들이라 권한다. 그 빈자리, 틈새, 여백이야말로 우리 내면의 숨결이 머무를 공간이며, 진정한 변화가 스며드는 통로라고 강조한다. 들리지 않아도 깊게 울리는 현 없는 비파처럼, 이 책 『공허에 대하여』는 삶의 빈틈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복잡성과 모순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영혼의 깊이를 발견하는 길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전작 『영혼의 돌봄』에서 단순히 영혼에 대한 관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영혼 충만'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전 세계 수백만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무어는 우리가 흔히 두려워하는 공허를 본질적으로 사유하고 해석해 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어는 특히 공허를 결핍으로 보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무언가 부족해서 허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신호라고 공허를 설명한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채우라고 요구한다.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현대인은 누구나 채워지지 않음, 얻지 못한 지식,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외로움과 불안에 휩싸여 삶의 본질과 점점 멀어지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채워 넣는다고 우리의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공허해서 쇼핑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비어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무어는 이 지점에서 멈추라는 이야기를 한다. 공허를 채워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안에 머무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제안이다.

"공허와 충만은 놀랍도록 가까이 있다. 그 둘은 배 양쪽에 있다. 가득 채우고 싶다면 먼저 텅 빈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p.48, 이하 높임말을 예삿말로 바꿈, 독자 주)

"공허는 단순히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문제가 아니다. 수학적 계산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공허는 마음과 인격의 깊이에서 비롯되는 삶의 태도이다."(p.293)

현대를 사는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며 살아간다. 일정표를 일로 빽빽이 채우고, 쓰지도 않을 물건으로 집을 가득 채우고, 마음을 온갖 생각들로, 말들로, 감정들로, 욕망들로, 관계들로… 채운다. 그렇게 애써 채워 넣으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만 허무함을 느끼는 걸까? 앞서 언급한 대로 무어는 공허를 무의미한 것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더 많이 가지려는 삶이 오히려 우리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우리 삶을 비워낼 때 진정한 충만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어는 조용히 일러준다. 이 책은 사색적 에세이를 넘어 공허의 충만함을 찾는 영적 산책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무어는 스스로를 억지로 몰아붙이기보다 공허 속에서 차분히 머물며 다음을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40개 장(章)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공허는 우리를 멈추게 하고, 멈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허'는 사실 철학적이고 정신의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정신분석용어사전(2002)에 따르면 공허는 내부 감정이 황폐해지고 환상과 소망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기계적인 반응만을 보이는 주관적인 정신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은 확신, 열성, 타인들과의 연결됨을 상실하고 무감각, 권태 그리고 피상적인 감정에 시달린다. 개인은 공허감을 호소하며, 자신이 변했고, 타인과 다르며, 미래의 행복에 대한 희망이 없고, 타인을 사랑하거나 관심을 가질 수 없고, 타인의 애정과 관심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없다고 느낀다. 이 상태는 잠깐 일어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 

공허감은 특히 경계선 장애나 자기애적 환자들이 경험하는 주관적 자기-경험의 기본적 특징이 될 수 있다. 공허감은 종종 우울, 권태 그리고 이인증과 함께 나타난다. 공허감은 때때로 다른 모든 감정을 배제해 버리기 때문에 그것이 개인의 전체 경험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공허감에 대한 몇 가지 정신분석적 가설들이 있다. ① 개인이 감당할 수 없거나 수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공허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수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공허감이라는 의식적 경험으로 대치된다는 것이다. ② 욕구 충족에 대한 요구 또는 불만족스러운 대상에 대한 불만이 공허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내재화된 대상관계가 퇴화된 결과로, 특히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좋은 내부 대상이 없을 때 공허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④ 공허감은 자기애적 인격 장애 환자의 자기-분열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무어는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의 영적 전통과 일상적 이야기들을 명상적으로 엮어내며, 침묵과 공허의 힘을 일깨우는 문장들로 독자의 내면을 조용히 흔든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공허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공허(空虛, emptiness)는 단순한 '제로(zero)'나 '아무것도 없음(nothingness)'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활동에서 과도한 통제나 고정관념이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특질"이라고 밝힌다.



무어는 인도 철학에서 수냐타(sunyata)로 알려진 교훈으로, 특별하고 깊은 영적 의미를 지닌 공(空)의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수냐타는 탐구하고 성찰해야 할 사상이자, 위대한 『반야심경』과 현자 나가르주나의 방대한 이론적 저술에서 중심이 되는 신비로운 개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집착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을 중시하는 태도이자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어는 이 책에서 영적 전통, 민간 설화, 문학,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각 이야기가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찰한다고 밝힌다. 앞서 언급한 많은 장(章)의 제목으로 쓰인 「빈 화분」, 「장식 없는 손가락」, 「화살 없는 활」, 「빈 무덤」 같은 이야기는 공허라는 위대한 영적, 철학적 개념을 암시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빈 상자, 극장의 빈 좌석, 북적이는 공간 속 고요한 침묵 등 삶의 모든 면에서 평범한 공허의 사례를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미스터리와 시적인 의미를 깨달을 것이라고 알린다. 또한 예상치 못한 의미의 원천을 알게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허를 삶에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무어는 주장한다. 이 점이 바로 저자가 영적 공허를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털어놓는다. 즉 열린 마음과 깨어 있는 태도로 삶을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수용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친구를 잃으면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공허를 느낄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그 상실의 감정은 때때로 인생 자체가 공허하며, 그 공허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허가 불러일으키는 어두운 감정 속에서도 어딘가에는 희미한 빛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우리는 공허의 진가를 인정하고 일상적 경험으로 삼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 삶이 바쁘게 돌아갈 때도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이거나 과도하게 생각하고 느끼려는 경향을 균형 있게 조절하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영적 공허는 훨씬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들의 신념과 가치관은 완전하지 않으며 언제나 빈틈이 존재한다. 그러니 거기에 너무 집착하거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는 말 것"을 당부한다. 공허는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각고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공허를 포함하면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해방감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을 펴낸 출판사에 따르면 공허는 우리가 통제하려 애쓰는 삶의 균형추를 놓는 연습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허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순간을 급히 채우려는 충동을 멈추는 것이다. 친구가 오지 않은 자리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을, 말을 삼키며 침묵을 지키는 순간을, 채우지 않은 빈자리 하나를 그대로 두어보자. 무어는 일상 속 이런 비움의 순간을 오히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작은 명상처럼 받아들이라고 무어는 조언한다.

마치 현 없는 비파처럼 들리지 않아도 분명하게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공허에 대하여』는 세상의 빈틈, 멈춤, 공백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는 여정을 안내한다. 삶이 버겁고 영혼이 무겁게 느껴질 때 조용한 해독제이자 쉼표가 되어줄 책이다. 지금 이 순간, 바쁘고 복잡한 삶을 잠시 멈추고 공허에 귀 기울여보자. 공허는 때로 가장 충만한 형태의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시인 나태주는 〈추천사〉를 통해 '결핍의 시대'를 지적한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야말로 결핍이 결핍된 시대입니다. 너나없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아등바등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입니다. 빈곤이 아니라 풍요의 늪입니다. 풍요하면서도 풍요를 모르는 맹목(盲目), 눈멀음입니다.

마땅히 비워야 하고 줄여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아예 해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만족 없는 세상이 우리를 불만족의 세상으로 이끕니다. 어쩌겠습니까! 이런 때는 좋은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발밑을 살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에 가장 적절한 책이 바로 《공허에 대하여》 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겸손을 알려줄 것이고 근면과 검소와 정직과 타인 배려를 가르쳐줄 것입니다. 비어 있는 컵은 절대로 비어 있는 컵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고 또 비어 있음으로 다른 무엇인가를 채울 가능성이 들어 있습니다. 맑고 밝은 이 책이 우리네 삶에 부족한 청빈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가르쳐줄 것입니다."



"우리는 평생토록 또 다른 순수함의 조각을 잃어버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성장하고, 언제나 또 다른 푸른 사발과 맑고 푸른 하늘과 유일한 태양을 잃어버립니다. 가벼운 순수와 무거운 상실이 교차하는, 피할 수 없는 삶의 리듬, 그것이 바로 인생의 본질입니다. 삶은 채워지기보다는 더 많이 비워집니다."(p.185)


"비움은 무조건 덜어내야만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무언가를 더함으로써 완성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空)’을 깨닫기 위해 반야심경을 외우거나 서예에 몰두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비움’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채움’인지도 모릅니다."(p.292)


저자 : 토마스 무어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이자 심리치료사다. 그가 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영혼의 돌봄』은 46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영혼의 종교』, 『섹스의 영혼』, 『영혼의 오푸스, 일의 즐거움』 등 스물네 권의 책을 썼다. 그중 세 권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서상(Books for a Better Life Award)’을 수상했다. 또한 융 심리학, 원형 심리학, 신화, 상상력, 예술 분야에서 많은 글을 발표해왔다.

그는 한때 수도사였고 음악가였으며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열세 살 때 집을 떠나 수도원 생활을 시작했고 드폴 대학교에서 음악과 철학을 접했으며 미시간 대학교에서 음악학 석사를, 윈저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를,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삶의 부정적인 요인들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그의 글과 책들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자기 내면에 잠자고 있는 영혼을 일깨우고 영적인 삶의 길을 찾는 문제로 귀결되었다. 현재 그는 뉴햄프셔에 살면서 영성, 심리 치료, 생태학 등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자 : 박미경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 법률회사 비서, 영어 강사 등을 거쳐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출판번역가이자 글밥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나를 바꾸는 인생의 마법』, 『혼자인 내가 좋다』, 『완벽한 날들』,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살인 기술자』, 『포가튼 걸』, 『프랙처드』, 『언틸유아마인』,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에게 배우는 사랑과 우정과 인생』, 『이어 제로』,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남편이 임신했어요』, 『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 『행복 탐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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