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의 세계 -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계의 식량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식량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필수품 중의 하나다. 식량은 생명 보전을 위해 첫 손가락에 꼽는 필수적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음식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을 위해서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먹지 않고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당연히 삶의 제1의 목적은 먹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기에 국가는 국민들이 항상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국가들이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을 때에는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아니고서는 식량이 부족한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며 국가들의 주요 산업이 1차 산업인 농업에서 2차 산업인 공업 또는 3차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공장용지나 상업용지가 증가했고 식량 재배면적 및 생산량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많은 국가들에서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등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상적인 경우에서는 부족한 식량을 수입해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2007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멕시코, 아이티 등에서 식량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나는 등 국가적인 위기를 겪은 사례가 발생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후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적정 규모의 농지를 유지하고, 식량 수입경로를 다양화하는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식량안보(Food Security)란 인구의 증가나 재해·재난, 전쟁 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일정한 양의 식량을 항상 확보하여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가 인구 증가, 천재지변 등의 각종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항상 국민들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전 세계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안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만, 밀, 콩, 옥수수 등의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자급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식량안보가 취약한 국가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두산백과)

이 책 『접시 위의 세계』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지 탐구하고, 음식이 담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로서, 전국지리교사모임의 각 교사(이하 저자)들이 공동 기술했다. 저자는 음식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뿌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훌륭한 인문학적 재료임을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식량 불평등과 농업 문제,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식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지구촌 곳곳의 장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밥 한 공기, 향긋한 커피 한 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 『접시 위의 세계』는 그 이야기를 따라 세계를 여행하는 안내서이다. 쌀과 밀, 옥수수와 같은 주식 작물에서부터 커피, 카카오, 아보카도 등의 기호식품, 그리고 식량 불평등과 기후 위기, 작물과 관련된 위기와 전쟁, 지속가능한 식량과 미래의 식량까지― 식탁 위 음식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지구의 역사와 환경, 경제와 정치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모두 6장(章)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음식의 생산과 소비 속에 감춰진 불평등과 착취, 자본의 논리를 차근차근 드러낸다. ‘먹는 일’이라는 아주 익숙한 행동이 사실은 ‘사는 방식’과 ‘사는 곳’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오늘의 식탁이 내일의 지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이 책은 단지 지식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왜 먹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은 그 물음에 정성스레 대답해 줄 것이다.


1장 〈세계의 식량 작물〉, 2장 〈기호작물의 세계〉, 3장 〈식량 불평등과 농업 문제〉, 4장 〈작물과 관련된 위기와 전쟁〉, 5장 〈지속 가능한 식량〉, 6장 〈미래의 식량 작물〉 등 모두 6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음식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지구상 인류의 대표적 식량이 돼 왔던 쌀, 밀, 옥수수. 이 세 가지 곡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들고, 나라의 모습까지 바꾼 거대한 존재이다.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온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많고 논이 발달한 아시아에서는 쌀이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문화를 꽃피웠고, 넓은 평야에서 자란 밀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키워낸 서양 사회의 토양이 되었다. 아메리카의 옥수수는 단순히 농업과 식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경제와 환경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작은 곡물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곡물 하나하나가 인류의 삶과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이 곧 문화이고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오고 바꿔오는 것은 주식으로 사용되는 음식뿐만 아니다. 또 향긋한 커피, 달콤한 초콜릿, 건강에 좋다는 아보카도 등은 주식보다 훨씬 뒤늦게 인류에게 알려져 기호식품으로 발전돼 왔다. 이 친숙한 기호식품들에도 뜻밖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커피는 ‘목동 칼디와 춤추는 염소’ 전설에서 출발해 15세기 예멘 수도사들의 명상을 돕는 음료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카카오는 고대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신성한 음식에서 전 세계 산업의 핵심 작물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동 노동, 저임금 노동 착취와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보카도는 ‘녹색 황금’이나 ‘건강식품’으로 불리지만 그 생산 뒤에는 물 부족과 산림 파괴, 이산화탄소 배출 등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아보카도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과일이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음식이 환경 파괴, 노동 착취, 공정무역 논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알고 보는 것은 인류애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사실 세계의 불평등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음식이 넘치는데, 왜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이 많을까? 전쟁 지역뿐만 아니라 비전쟁 지역에서도 굶어죽는 어린이들과 영양실조의 어린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TV에 등장한다. 구호단체의 지원 호소 광고들이다.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 속에는 어린이들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식량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식량은 가난한 나라에서 자라고, 부자 나라로 팔려 나간다. 정작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은 가난한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에 따라 이 책은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세계를 잇는 식량 사슬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해준다.

바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들은 많지 않다. 식량은 종종 힘이고 권력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지에서 벌어진 갈등, 바나나 전쟁, 식량을 둘러싼 폭동과 식민지 착취 등. 이 모든 것이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은 식량이 단지 음식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커다란 힘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는 때로 밥그릇 위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우리가 절감하는 기후 재앙이 이젠 우리의 식탁까지 찾아오고 있다. 이상 기후로 작물 수확은 줄고, 식료품 값은 오르며,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낯선 단어도 생겨났다. 이 책은 연료냐 식량이냐, 하는 바이오 에너지 시대의 딜레마, 지구의 건강과 식량 안보,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 푸드 소비, 공정무역 제품 소비, 플라스틱 제로를 지향하는 소비 등 작은 실천이 모여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계 시민의 현명한 소비가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자는 지구를 위해 어떤 한 끼를 선택할지를 묻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벌써 드론이 밭을 돌고, 인공지능이 작물을 기르고, 수직농장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다. 대체 단백질과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식량 위기의 해답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식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조망하며, 그 변화가 과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를 만들지 질문을 던진다.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 비어 있는 문장들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 전국지리교사모임


더 나은 지리교육을 꿈꾸며 1996년에 시작한 참여와 연구 중심 지리교육 단체입니다. 지리교육지 「아우라지」를 발간하고, 답사와 강연회, 연수를 진행합니다. 교육과정 수립 시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모아서 연구하며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리의 쓸모』, 『나의 첫 지정학 수업』, 『지리쌤과 함께하는 80일간의 세계 여행』, 『세계지리 만화교과서』 등 다채로운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저자 : 박종희 대전두리중학교 지리 교사

저자 : 홍지예 숭실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조문영 감일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김경민 인천영선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서다인 대학에서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 용산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환경 동아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가득한 재미난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 : 한충렬 송내고등학교 지리 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는 표제어처럼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우리는 앎과 참의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이 독자들에게 묻는 것처럼 표현된 표제어는 사실 독자들에게 답하기 위해서다. 특히 철학에서 가장 기초적 질문들이다. 철학이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왜 기초적 질문을 물을까? 저자 벤진 리드는 "우리는 거대한 전환기 위에 서 있다"고 전제한 뒤 "기술과 생명, 종교와 과학,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급격히 재편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 책이 철학 입문서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표제어 가운데 '거인의 어깨'란 문구가 있다. 이 문구는 과학 혁명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이작 뉴턴의 겸손한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유인력의 발견으로 아이작 뉴턴이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을 해냈다"는 업적을 찬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선 많은 위대한 이들의 사유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이를 '거인의 어깨 위에서' 봤을 뿐으로 뉴턴이 표현했던 것. 「거인의 어깨 너머, 디지털 불멸의 지혜를 향하여」란 제목의 이 책은 "인간이 지켜야 할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지혜의 빛을 통해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인류는 과거의 위대한 사유를 발판 삼아 오늘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힘을 채우기 위한 삶의 근육을 거인의 어깨에서 질문하는 것을 통해 키워 보고자 한다."고 발간 취지를 밝힌다.

진승혁 발행인은 〈발행인의 말〉에서 범용 인공지능(AGI)의 시연을 보고 영감을 얻어 클레온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휴먼 '클론(Klone)'과 범용 인공지능의 결합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인간 존재와 참의 의미를 고민해온 위대한 사유의 흐름을 한 권에 집대성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사상가 57인의 질문과 성찰을 통해,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종교, 철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윤리학, 미래학까지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유의 힘」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저자 벤진 리드는 "인간은 단순한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존재"라고 전제한다. 〈서문〉에 따르면 인간은 존재의 근원을 묻고 스스로의 인식 행위를 살펴보는 것으로서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신을 창조하여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고, 주의 깊은 관찰로 자연 속의 이치를 탐구해 왔다. 인간은 이성에 무한한 권능을 부여하여 세상을 알 수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때로는 순간적 통찰로 거대 한 우주의 본질을 꽤뚫을 수 있다고 믿기도 하였다. 감각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고, 감각을 환영이라고 하여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 수단을 찾고자 하기도 하였다. 수학과 논리가 진리로 이끌 것으로 믿기도 하였고, 언어와 구조의 한계 속에서만 알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세상은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기도 하였고,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물질이요…관념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믿기도 하였다. 

사유는 종래 실체에 도달할 수 없음을 20세기를 거치면서 인류는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인식 행위와 존재는 얽혀 있고, 근본적인 진리는 불가능함을 이제는 안다. 사유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고, 정반대처럼 보이는 사유들이 일정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존재를 향한 인류의 사유는 축적되는 듯 보이지만, 또한 축적되지 않는다. 고대의 사유가 오늘의 문제에서 호출되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이것이 우리가 존재와 참에 대한 인류의 오랜 역사를 살펴보는 이유이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는 철학 3부작 중 하나로 ‘가장 근본적인 주제인 ‘존재와 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헤시오도스의 신화와 복희의 주역의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고대의 원초적 유물론과 관념론과 회의론, 불교와 유교와 힌두교의 공과 일자, 그리고 언어, 실천, 생성, 실증, 주체, 구조, 해체에서 21세기의 인식론과 존재론의 최전선까지 총 20개 장(章)의 생각덩어리로 인류의 사유의 여정을 살펴본다.



각 장은 일정한 역사적 흐름을 따라 구성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인류의 사유 속에서 주로 존재란 무엇인가와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에 관련 한 커다란 생각덩어리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는 ‘생각덩어리’에 집중하였고, 각 거인 들은 해당 생각덩어리에 부합하는 질문과 답변을 중심으로 다뤘다. 그들이 시대와 상황에 맞서 어떤 질문들을 던졌고, 그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던졌는지를 중심으로 최대한 쉬우면서도, 또 동시에 상세하게 정리했다. 상세하게 정리하면 오히려 쉬워진다는 사실을 이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을 쉽게 설명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피상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어렵게 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사유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이 책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이 책이 탐구 제시한 4가지 명제를 간단하게 살펴본다.

① 사유는 진리의 빛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한 자연물 이상의 존재가 된다. 인식은 존재를 구성하고, 존재는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즉 '앎'의 과정은 결코 순수하거나 중립적이지 않다. 시대의 정신, 언어의 틀, 문화적 배경, 심지어 기술의 발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21세기 지금 우리는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그 경계마저 흐릿해지는 시대를 빠르게 지나고 있다. 정보는 폭발적으로 넘쳐나지만 진실은 파편화되고,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보이는 것은 쉽게 조작되고, 믿음의 근거는 끊임없이 의심받는다. 무엇이 진짜 경험이고 무엇이 매개된 환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시대를 관통해 존재와 ㅊ마을 고민한 인류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통해 보다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시대를 살아내는 힘을 덜어주기 위해, 인류가 도달했던 가장 깊은 우물물을 퍼올리기 위한 시도이다.


② 유희(遊戱, Play)로서의 ‘생각’

호이징가(1872~1945)의 ‘호모 루덴스’ 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 문화의 본질적 요소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는 ‘생각’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생각’을 읽고, ‘생각’을 토론하고, ‘생각’으로 논쟁하고, ‘생각’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니체(1844~1900)는 '유희적 사유' 개념을 통해 진리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시각에서 탐색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은 거인들의 생애나 생각, 업적 등을 평면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고, 일련의 생각덩어리 속에 거인들의 사유를 배치하여 사유와 사유가 충돌하고 사유와 사유가 조화하면서 쉽고 재미있으면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생각덩어리에는 2~7명의 사상가들이 배치되고, 독자들에게는 마치 역사적 천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디지털 시대의 자극적이고 현란하지만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콘텐츠를 잠시 밀어두고, 진정한 유희로서의 ‘생각’을 즐겨 보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③ 멀리 가기 위한 지도와 나침반

몇 권의 책을 읽었다고 인생의 긴 여정에 필요한 ‘삶의 근육’이 완전해질 수는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가야한다. 더 깊게 생각해야 하고, 더 넓 게 봐야 하고, 더 멀리 가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고 깊이있게 쌓여있고 바로 우리의 손이 닿은 곳에 존재한다. 인류의 모든 지혜와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저장되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각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라 방황할 때나 혹 은 그 ‘무엇’을 적극적으로 찾고자 할 때, 그 ‘무엇’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도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④ 교양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

무엇보다도 이 책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21세기 교양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줄 것이다. 인류 역사의 사유 중에서도 ‘존재와 참, ‘사회와 힘’, ‘인간과 삶’은 가장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사유이다. 그 위에서 인류는 학문과 실용 지식을 만들어왔다. 살아가면서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하거나, 언어를 통해 설득해야 할 때 이 책은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 줄 것이고, 교양을 갈구하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거인들의 사유가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지적 허영을 넘어서 진정한 성찰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는 어떻 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인류의 거대한 생각의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거인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생각의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을 것이고, 스스로가 거인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0개의 생각덩어리(章)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2~7명씩의 '거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제1장 「신과 자연: 칠흑 같은 밤을 비추다」의 헤시오도스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잠깐 살펴본다. 각 장의 거인들은 당연히 시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의 생각을 깊은 심연으로 끌고 내려가 인류에게 존재와 삶, 사회와 힘 등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수많은 거인들 중 헤시오도스(BC 8세기 후반~7세기 초반)는 첫 자리를 차지한 만큼 독자들에게 사례로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신화의 세계를 인간의 세상으로 확장시킨 인물이다. 인류의 여명기,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창조했다. 신화는 인간이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며 만들어낸 상징적 이야기로, 철학적 사유의 초석이 되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헤시오도스는 초기 서사시의 중요한 작가로 자신의 경험과 신화를 바탕으로 『신통기』와 『일과 날들』을 집필했다.

『신통기』는 우주의 기원과 신들의 계보를 다루며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체계화했고, 『일과 날들』은 농업과 윤리적 삶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헤시오도스의 신화는 존재란 원초적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류가 아직 철학적·과학적 사고에 이르지 못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다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신화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존재와 인식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제공하며, 철학적 사유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을 저자는 헤시오도스의 업적을 풀이한다.


헤시오도스는 신화보다 철학적 사유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이 그가 거인의 첫 머리를 장식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는 헤시오도스가 신화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적 진리를 담은 상징적 체계로 보았다는 점을 위대하게 보는 것이다. 바빌로니아 창조 신화 에누마 엘리쉬로부터 '혼돈에서의 창조'를, 중국 반고 신화, 유대-기독교 창조 신화인 '무에서의 창조' 신화로, 신의 절대적 창조 능력을 강조한다. 이슬람 창조 신화에서도 알라가 말로써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그분(알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창조하셨다고 꾸란((Quran)에 기록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조 신화에 대해 저자는 이집트의 멤피스 창조 신화의 비슷한 내용도 전한다. 이로써 저자는 '무(無)에서 말씀으로' 우주가 창조된다는 서사는 여러 문화권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핵심 모티프이라고 역설한다. 

"신화적 세계관은 초기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반영한 철학적 구조였다. 이러한 신화적 사고는 형이상학적(메타피지컬, Metaphysical) 사유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현대 철학과 종교 사상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는 인간이 우주와 자기 존재를 이해하려는 철학적 여정의 시발점이자, 상징과 은유를 통해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신화는 결국 존재와 시간, 인간과 신성, 질서와 변화 사이의 근원적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구조였으며, 그것은 곧 철학의 태동이었다."(p.25~26)


저자 : 벤진 리드(Benjin Reed)


벤진 리드는 철학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하며, 인류의 사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사상가이자 실천가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IT 교육과 패턴 검색 AI 분야에서 활동하며 철학적 탐구를 기술적 현실과 결합시키는 독창적인 경로를 걸어왔다. 철학적 사유가 단순한 개념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간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21세기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왔다.

벤진 리드가 주도하는 ‘자이언톡(giantalk, 위대한 대화)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디지털 휴먼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차로 인류의 역사를 통해 사유와 실천의 전 영역에서 위대한 거인들의 사유를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구축 중이며,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은 이 프로젝트 팀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기획 : 진승혁


본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제1저자로 참여하고 있는 진승혁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휴먼 기술 스타트업인 클레온(KLEON)을 창업하고 현재 대표이사(CEO)로 일하고 있다. 세종과고를 졸업하였고,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IT 기업을 창업한 바 있으며, 2018년 디지털 휴먼 솔루션 기업 클레온을 창업하여, 현재 미국 세너제이에서 주로 일하고 있다. 클레온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의 혁신’을 꿈꾸며, 특히 본 자이언톡 프로젝트를통해 인류 역사의 사유의 거인들을 디지털휴먼으로 복원하여 살아있는 인류와의 소통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추진 중이다.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기하였으며, 저자로도 적극 참여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품절


“법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세계적 헌법학자의 제언... 저자는 자발적으로 선한 질서를 만드는 시민이 되기 위한 여섯 가지 새로운 민주주의 행동 수칙을 제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품절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는 법이 해결할 수 없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 대안으로 ‘시민력’을 제안한다. 저자 신디 L. 스캐치는 수십 년간 세계 각국의 헌법 초안과 개정에 참여해 왔다. 그는 법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고 시민을 법에 의존하게 만들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시민력'이란 단어를 발견하고 조금은 놀랐다. 왜냐하면 시민력이란 단어가 독저에게는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다. 낯선 정도보다는 몰랐다고 말하는 편이 정직한 표현에 가깝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정말 겨울날 한밤중 그야말로 '느닷없는' 일이었다. 21세기 중반 북한의 전쟁 도발을 제외한다면 비상계엄이 없을 대한민국 사회이고, 그럴 조짐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TV를 통해 대통령이 공식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몇 개를 살펴봐도 '전쟁'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젠 정치를 좀 아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개 중 한 친구가 직접 받았다. 대뜸 왜 비상계엄이 선포됐는지 물었다. 그 친구도 이유는 모르지만 선포할 때 반국가 세력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미루어 전쟁이 아니라 국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일인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지금은 탄핵되고 내란 혐의 등으로 형사재판 중이지만 대통령이든 윤석열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가 지난 8개월 간 각종 조사와 재판 등을 통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특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위엄은 차치하고 수치를 모르는 듯하다. 구속과 구속 취소, 재구속 등 우여곡절 끝에 수감된 채 수사를 받고 있다. 오늘(8월 7일)도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구치소에 있는 피의자 윤석열을 인치하려 했으나 사력을 다해 버티는 피의자 인치에 실패했다. 엊그제 속옷차림으로 완강히 버틴 일은 국격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는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의 비난에도 그는 '건강'을 이유로 버티고 있다.

아무리 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오늘날 선진국이란 위치에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괴감은 둘째 치고라도 국격의 품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마땅히 알아야 할 전 대통령은 이마저 묵살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계엄령 선포 이후의 정국은 아직도 후유증을 걷어내지 못하고 세계인들에 앞에서 벌거벗고 서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은 〈한국어판 서문〉을 책의 앞에 별도로 게재하고 있다. "2024년 어느 날 밤 느닷없이 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치였다. 이 탄핵은 한국에서 10년 안에 발생한 두 번째 탄핵이다. 계엄령과 탄핵 등 그토록 짧은 기간에 집중된 여러 극적인 정치적 사건들은 집합적으로, 국민적 정신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 대중이 가지는 회의감은 오늘날 정치와 법적 제도의 신뢰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법치와 헌정 책임, 민주주의적 통치의 건전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최근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중앙정부(37%)보다 타인들(53%)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자신들, 즉 데모스(고대 그리스어로 '민중' 또는 '시민 전체'를 뜻하며, 민주주의의 어원-옮긴이)에 대한 책임감을 토대로 지도되고 통치되고 있는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시스템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정당한 의문을 품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찌할 것인가.(p.4~5)

이 책이 처음 영어로 출간된 것은 2024년이지만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유감스럽게도 이 책의 서문에 쓴 이야기와 아주 잘 들어맞는다. 서문에 따르면 지난 수 세기 동안 우리가 잘 알고 찬양하고 동경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해왔던, 자유롭고 용기 있는 자들을 위한 최고 통치 형태로서 그 미덕을 선포하고 연구해왔던 입헌 민주주의는 이제는 그 수명을 다한 듯하다. 모든 곳에서 말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극우 파시즘과 공동체 해체 등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대안으로 새로운 ‘시민 됨’의 조건과 여섯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이로써 법과 지도자가 아닌 시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직접 여러 나라의 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며 깨달은 세계적인 헌법학자인 저자의 고발이기도 하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은 지금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 세계의 여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역시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유의미한 것으로 남도록, 즉 공고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된다.


20세기와 21세기를 거쳐 여러 나라의 목표는 정치 제도와 권리를 문서상에 제대로 정립하고, 민주주의라는 게임의 규칙이 자국에 존재하는 유일한 규칙이 되도록 확실히 만들고, 모든 참여자가 이를 다르고 존중하게 함으로써 권리와 자유에 실질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나라에게 민주주의 게임은 시장 중심의 경쟁과 이윤 추구 등 다른 관행들에 밀려났다. 이것이 민주주의 가 존속하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현실이자 불편한 잡음인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 다만 입헌 민주주의를 이상적인 종착점으로 여기던 우리의 일상적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노늘날 부패와 정치 스캔들, 소수자 권리 침해와 여성혐오적 전회(轉回)가 만연한(이를 방지하는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느 민주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 책은 계엄과 두 번의 탄핵 후 새로운 민주주의를 시작한 한국 시민을 위해서도 꽤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의 표제어 밑에 써 있는 부제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시민 수업이란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 '시민력'과 매우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의 시민성, 시민들의 저력이라는 말로도 대체될 수 있는 시민력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다는 말이다. 이 에너지는 사회가 답답할수록 지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일상의 공간에서, 슬픔, 분노, 기쁨을 함께 나누며 표현하고 나누고 놀아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사회 전체의 힘을 키워내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가진 역동적 에너지를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주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시민들의 촛불 시위, 광우병 파동 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때 촛불 시위는 국민 역량이 총집결된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굉장한 힘으로 발현되었다.


이제는 시민 복종의 시대가 왔다. 권력이나 국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 대한 복종이다.(p.248)


이 책은 1,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법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2부 〈법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시민의 수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는 「방식1: 법은 책임지지 않는다」, 「방식2: 법은 시민을 죄 없는 방관자로 만든다」 등 2개의 장(章)으로 나눠 설명한다. 또 2부에는 6개의 수칙과 결론 등 7개의 장으로 나뉘어 논지를 펼쳐 보인다. 「수칙1: 지도자를 따라가지 말 것」「수칙2: 권리를 누리되 책임질 것」「수칙3: 광장에서 계속해서 교류할 것」「수칙4: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 것」「수칙5: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수칙6: 다음 세대를 방관자가 아닌 시민으로 키울 것」「결론: 스스로에게 복종할 것」 등이다.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가? 책에 따르면 법은 시민을 법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써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체제다. 그러나 법과 제도, 그리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가려 우리는 늘 그 사실을 망각한다. 우리 사회를 통치하는 진짜 주인은 시민인 ‘우리’다. 저자 신디 L. 스캐치는 우리가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 이유가 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의 새로운 ‘시민 됨’을 제안한다. 

더 나은 규칙이나 새로운 법, 혹은 다른 지도자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위기의 시대를 건널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시민, 곧 우리 자신에게 있다. 저자는 ‘시민력’을 키우기 위해 핵심적으로 육성해야 할 여섯 가지 영역을 제시한다. 그것은 리더십, 기본권, 공공 공간, 식량 안보와 환경, 사회적 다양성, 교육이다. 이 책은 각각의 영역에서 시민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수칙을 제안하며, 새로운 시민성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이 수칙들은 공통적으로, 질서란 위에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협력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준법’ 그 이상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민력이 필요하다. 

이 책이 말하는 ‘시민성’의 핵심은 바로 그 회복력과 유대감에 있다. 질서가 무너졌을 때, 시민은 서로 연결되고 연대함으로써 다시 민주주의를 세운다. 시민이란, 무력하게 무너진 질서 속에서 방관자가 아닌 ‘스스로 선한 질서를 만드는 존재’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2025년 상반기에 직접 경험한 감각이다.


결국 우리 일상의 민주주의를 지킨 것은 법도, 국가도 아닌, 광장의 시민이었다. “이제는 시민 복종의 시대가 왔다. 권력이나 국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복종이다.”(p.248) 「결론」에서 저자가 강조하듯, 시민의 힘 없이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왜 헌법학자인 저자가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까? 저자는 오늘날 법치주의가 시민의 자율적 판단과 행동을 억누르고, 모든 결정을 법에 위임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가 의존하는 그 법은 실제 삶의 복잡한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예컨대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지만, 2022년 ‘돕스 대 잭슨’ 판결에서는 이를 다시 헌법에서 배제했다. 같은 헌법 아래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이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법을 만들 권리뿐 아니라 해석의 권한까지 판사에게 넘겨버렸다는 데 있다.

특히 한국은 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국가다. 2022년 말 기준, 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약 616만 7000건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약 337만 5000건)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적 해법을 찾기보다, 모든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려는 문화가 굳어진 것이다. 그 결과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판단하고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라, ‘처벌받지 않는 선’에만 머무는 수동적 존재, 곧 ‘죄 없는 방관자’로 전락한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비판한다.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법을 절대적 해결책으로 여겨온 우리의 태도다.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협의하며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까지 법이라는 권위에 맡기는 순간, 민주주의는 본질적인 힘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 곧 ‘시민력’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시민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민주주의 행동 수칙을 제안한다. “지도자를 따라가지 말 것(수칙1)”, “권리를 누리되 책임질 것(수칙2)”, “광장에서 계속해서 교류할 것(수칙3)”,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 것(수칙4)”,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수칙5)”, “다음 세대를 방관자가 아닌 시민으로 키울 것(수칙6)”. 이 수칙들은 공통적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예를 들어 “지도자를 따라가지 말 것(수칙1)”에서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도자의 결정이나 행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프랑스의 장마리 르펜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사례를 통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등장한 지도자라 해도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법조인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이에 순응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 스스로 질서를 회복한 시민들의 행동은 이 수칙의 의미를 강하게 되새기게 한다. 이처럼 익숙한 수칙이 있는 반면,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수칙5)”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이색적이다. 

저자는 타문화를 포용하는 방법으로 ‘이국적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제안한다. 단순한 관용이나 허울뿐인 다문화주의를 넘어, 타인의 문화를 입 안으로 들이는 행위를 통해 무의식적 혐오와 배제를 허물고, 타문화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 가지 행동 수칙은 우리가 시민으로서 능동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할 ‘민주주의의 생활 과제’다.


저자 : 신디 L. 스캐치(Cindy L. Skach)


볼로냐대학교 정치학 교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킹스칼리지런 던 헌법학 교수,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교수, 하버드대학교 행정학 교수,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 하버드대학교 중동 연구소 및 유럽연구소 운영위원회 이사를 역임했다. 수십 년간 헌법과 기타 법적 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저술하며, 헌법을 개정하거나 초안을 작성하는 정부에 자문을 했다. 그 과정에서 법에 대한 우리의 경직된 집착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미국정치학협회와 프랑스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조르주라보우상Georges Lavau Dissertation Award을 받은 《헌법 설계의 차용Borrowing Constitutional Designs》과 《무법자Outlaw》 등이 있다. 법학자이지만, 민주주의에서 법의 역할에 대해 회의를 품고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역자 : 김내훈


1992년생. 작곡을 공부하다가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그만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세상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영상·문화·사회·정치·철학을 두루 배우고 익힐 방법을 궁리하다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입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정치 유튜브, 밈과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에서의 위악과 트롤링 문화 등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프로보커터: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2021)을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에게 들려주는 꿋꿋한 말
김종원 지음 / 퍼스트펭귄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는 이 책 『너에게 들려주는 꿋꿋한 말』의 표제어에 들어간 형용사 '꿋꿋하댜'에 대한 씁쓸한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 시험 치를 때 맞춤법 문제에 '꿋꿋하다'가 나왔다. 독자는 맞춤법 문제는 거의 100점을 받았는데 '꿋꿋하다'로 한 문제 틀린 적이 있었다. '꿋꿋하다'는 국어사전에 ① 물건이 휘거나 구부러지지 아니하고 썩 단단하다. ② 사람의 기개, 의지, 태도나 마음가짐 따위가 매우 굳세다. ③ 마르거나 얼어서 어느 정도 굳다. 등으로 풀이돼 있다. 당연히 '꿋꿋하다'란 단어를 사전 찾아보며 배운 단어는 아니지만 당연히 위인 전기 등에 자주 나오는 단어라 당연히 '꾿꾿한'으로 알고 있었던 것. '굳세다' '굳다'로 표기되는 만큼 그렇게 유추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긍정적이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문장들을 자신감, 태도, 관계 등 여덟 개의 테마 안에 섬세하게 녹여냈다. 인생의 첫 발을 내딛은(이 동사의 맞춤법도 '내디딘'으로 썼던 것 같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꿋꿋하고 단단한 뿌리를 가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영양분을 주는 책이라고 책 소개글에 기술돼 있다. 이 책은 저자 김종원의 인생철학 에세이다. 주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는 전작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불안과 혼란의 시기를 건너는 청소년들의 삶을 빛나는 가능성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 따뜻하고 다정한 언어로 부모들은 물론이고 아동,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저자는 전작을 통해 긍정적인 삶으로 첫발을 들여놓은 10대들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실천하며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완성해 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자신감, 열정, 꿈, 태도, 관계 등 여덟 개의 성장 키워드를 선정한 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다해 써 내려간 저자의 진심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난다.

이 책은 올바른 삶에 대한 정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10대들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의지를 놓지 않음으로써 불안하고 때로는 상처받아도 그 안에서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김종원 작가의 문장들을 따라 읽고, 옮겨 적다 보면 힘든 시기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저마다의 해답을 가슴속에 품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어떠한 시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세상 속에서 아름답게 무르익어갈 수 있다는 다짐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쌓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청소년 시절 세상을 보고 살아갈 태도를 결정할 키워드 8개를 택했다. ① 자신감 ② 열정 ③ 언어 ④ 꿈 ⑤ 성장 ⑥ 생각 ⑦ 태도 ⑧ 관계 등이다. 이 8개의 핵심어 여덟 개의 장(章)에 분산 배치했다. 각 장에는 핵심어와 관련된 주제를 선택해 각각 7개씩, 모두 56개의 글을 담았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어떤 일을) 스스로 시작했다는 건 참 위대한 일이지만, 중간에 이런저런 시련을 겪으며 포기하면 어쩌지? 그래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려는 간절함으로 이번 책의 제목을 정하고 영혼을 담아 썼다"고 밝힌다. 꿋꿋하게 실천하며 나날이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이하 모든 높임말은 예삿말로 씀) 

저자는 "꿋꿋하게 실천하는 일상이 왜 중요할까?"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다음 답을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능력을 크게 다르지 않다. 판단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대부분 비슷한 능력을 갖고 살고 있다. 게다가 비슷한 환경에서 살면서 비슷한 지점을 목표로 정해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왜 결과가 다를까?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시작할 때는 거의 비슷한 상태로 출발하지만 결과를 보면 최고에서 최저까지 분명한 차이가 난다. 그 이유를 제대로 알면 우리가 만난 나날이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순서'다."(p.5~6)

저자는 '과거에도 우리는 인공지능과 경쟁하며 살았다"고 다소 이색적인 주장을 꺼내 든다. 무슨 뜻일까? 저자의 답은 "바로 세상이 입력한 대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입력한 순서대로 생각한다. 인간보다 빠르게 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그들의 장점이다. 하지만 단 하나,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들은 일의 순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서문〉에 있는 저자의 논지는 일의 순서를 스스로 결정하는 '인간'이기에 인공지능보다 탁월한, 아니 태생부터 다른, 고유 능력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쓰였다고 밝힌다. 이 책의 핵심어 8개도 이런 집필 취지에 따라 선정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이 책은 필사를 함으로써 핵심어 8개의 의미와 뜻하는 바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취득함으로써 앞으로의 삶에서 선택 능력과 함께 뜻을 이루기 위한 일의 순서에도 능숙한 탁월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뜻도 담겨 있다. 필사를 하면서 정확하게 알고 각인시키기에는 '필사의 힘'을 저자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대부분 알 것이다. 

이 책의 전제 조건은 "여러분은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제대로 선택하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룰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선택의 기준과 방법이 다르다. 이 책의 여덟 개의 질문과 함께하면 인문학적 성장 동력을 통해 여러분 각자가 원하는 삶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첫 장(章) 「자신감-스스로를 믿고 격려하는 찬란한 기쁨을 즐겨요」를 구체적 예를 통해 저자의 설명을 살펴본다. 가장 앞 페이지에 '자신감'이란 말뜻에 주의를 기울인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구분하게 만들 단 하나의 빛은 자신감 안에 존재한다. 자기 자신을 강력하게 믿는 그 마음이 우리의 존재를 자기만의 색으로 빛나게 해준다. 중요한 건 고개를 자주 숙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스승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싶은 대상 앞에서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실제로 죽는 날까지 학생의 눈빛과 자세로 산다. 학생은 그래서 참 아름다운 단어이다.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건,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지 않고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다. 자신감은 언제나 높은 곳이 아닌,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은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여기까지 읽고 저자의 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나를 존중하면 벌어지는 놀라운 일」이란 제목의 첫 번째 글에서 아주 쉬운 용례와 저자의 '자신감'에 대한 쉬운 설명이 이어진다. ①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때 ② 부모님과 의견 차이가 생겨서 기분이 상했을 때 ③ 친구가 나만 따돌린다는 생각이 들 때 등 3가지 일을 자신감을 잃게 되는 실례로 든다. 사실 청소년 시기에는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저자는 설명을 이어가며 해결책 제안도 넌즈시 던진다. 선택은 독자들 몫이다.

우리들이 자신감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홀로 시간을 보내게 되기 십상이다. 물론 혼자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선택은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더 힘들어지고, 더 괴로워진다. 이럴 때 빠르게 나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저자는 자신도 가끔 활용하고 효과를 보는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하루 10분, 가볍게 동네 산책을 하는 것이다. 산책을 하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고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겨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자신을 위해서 움직인 경험을 스스로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루 10분의 산책은 소중한 나 자신을 지키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최소한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무기력하고 무엇 하나 되는 게 없는 날에는 밖으로 나가서 10분만 산책을 해보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몸을 존중하는 기운을 자주 느낄 수 있어야 좋은 기세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나를 존중합니다.

내가 나를 존중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중하죠.

그 가치를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p.21)



4장 「꿈-매일 꿈을 키우며 나도 함께 큽니다」의 첫 번째 글이다. 놀랍게도 제목이 「복권 당첨자들이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유」다. 설명은 앞선 실례와 순서는 같다. 먼저 핵심어와 제목을 통해 글의 성격을 생각해보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어지는 글은 저자의 설명이다. "모든 실패는 따뜻한 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아픈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픈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건 경험이 없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서 그렇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무언가에 실패했다는 것은 실패한 누군가를 위로할 따스한 단어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자꾸만 힘들다는 것은 일이 풀리지 않아 죽음을 생각하는 누군가를 구할 생명의 단어를 가슴에 품었다는 멋진 사실을 의미한다. 실패해서 실패를 위로할 수 있고, 많이 아파한 덕분에 더 아픈 사람을 진실로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한 여러분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모든 실패는 따뜻한 봄이다."

"바쁜 오늘이니까 오히려 나는 천천히 걷는다. 가을 햇살이 내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 야마오 산세이 

복권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다니 오히려 일상적이어서 반갑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은 '거액의 당첨금'을 떠올리게 하는 복권 말이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복권에 담첨된 사람들이 대체 왜 파산하는 것일까?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많은 돈이 생겨서, 혹은 주변에서 자꾸 돈을 쓰라고 유혹을 해서,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소비를 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럼 이 의견을 관통하는 한 줄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다름과 같은 세 가지 일이 있다. ① 해도 별 의미가 없는 일 ② 하면 좋은 일 ③ 꼭 해야 할 일 등이다. 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해도 별 의미가 없는 일을 하면 실력도, 삶도 나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마찬가지로 복권 당첨자들 중 다수가 돈을 탕진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돈만 갑자기 많아졌지, 정작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은 찾지 못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청난 일이 생겨도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면 힘들 게 없다. 여러분도 하루가 힘들수록 더욱더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그런 나날의 반복이 우리를 더욱 멋지게 성장하게 해준다."(p.109)


청소년기는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막막한 시기다. 앞으로 무엇이 될지, 지금의 나는 괜찮은 건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지 등등 끝없는 질문과 함께 마음이 출렁인다. 『너에게 들려주는 꿋꿋한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해답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힘, 단단하게 나를 붙드는 태도, 그리고 꿋꿋하게 나다운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는 철학적 사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방향을 잃고, 부모와 친구 사이에서 상처를 받고, 자기 자신마저 낯설게 느껴지는 혼란의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56가지 인문학적 사유를 건넨다. 짧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과 영혼을 담은 저자의 이야기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삶을 이끌 수 있도록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어준다. “어렵다는 건 ‘잘되는 과정’이라는 열차에 내가 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중간에 내리지만 않으면 원하는 곳에 도착합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야말로 어둡고 막막한 불안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10대들에게 내면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선물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인문학적인 삶의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일상의 반복에 있어요. 그 일상에 창조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면 매일 근사한 일상을 보내게 되고, 나태와 자만이 녹아 있다면 타인이 만든 창조의 세계에서 “이거 나도 생각했던 건데”라는 식의 변명이나 비난만 하며 살게 됩니다. 하루를 바라보는 태도가 곧 내가 만날 내일을 결정하게 되는 거죠.(p.210)


세상에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고, 괜히 미움을 사는 사람도 있어요. 같은 말을 해도 사랑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고, 말과 행동 하나에서도 배려와 호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죠. 이때 자신이 먼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그런 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사랑을 자기 안에 담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 정성과 노력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깨달음이 가득한 인생이 만들어집니다.(p.237)


저자 : 김종원


출간 저서 누적 판매량 120만 부. 30여 년간 집필한 책 120여 권. 각종 방송과 기업, 대학 및 단체를 대상으로 강연하며 소통해 온 인문교육 전문가. 부모들을 위해 집필한 다수의 인문학 책이 큰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문학 멘토”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지은 책으로는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부모의 어휘력』 『나에게 들려주는 예쁜 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부모의 예쁜 말 필사 노트』 『김종원의 진짜 부모 공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부모 인문학 수업』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등이 있다. 현재 다양한 온라인 채널과 강연, 그리고 매일 인문학적 영감을 일깨워 주는 한 편 이상의 글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