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고민 덕후 변호사의 슬기로운 인생 상담
배태준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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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는 법이 있으면좋겠습니다』의 저자 배태준은 법률 상담이나 법적 잘못을 저지른 피고인의 변호를 해주는 변호사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법률에 관한 일을 다루기 때문에 딱딱하고 골치 아픈 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룰 것으로 독자들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고민 덕후 변호사’라는 별명답게 로펌에서 일하는 한편, 팟캐스트와 카페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상담해주는 고민 상담 전문 변호사로 이름 나 있다. 그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치유’를 목표로 인생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별난 변호사'이다. 그는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다양한 경험, 자신의 문제처럼 공감하는 힘, 그리고 예단하지 않는 태도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그의 ‘슬기로운 인생 상담’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두었다가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문제는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진 고민들은 고작 한두 번 정도밖에 겪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서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후회를 남기는 이런 고민들에 대해서 저자는 좀 더 슬기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이처럼 『사는 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는 존재할 수 없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독자들이 생각하는 더 나은 답을 찾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살다 보면 마주치게 될 고민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일상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타인과 나의 관계, 혹은 나 자신에 대한 고민들을 주로 다룬다. 두 번째는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직업 선택, 인맥, 회사생활 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본다. 세 번째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으로 인생의 파트너를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주칠 문제들을 이야기해본다. 마지막은 가족에 대한 고민으로 부모와 친척, 육아 등에 대한 진솔한 조언이 함께한다.

저자는 이런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고 깊이 공감한 뒤에 본인이 겪은 직간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각기 다른 사연이기에 조언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밑에 흐르고 있는 저자의 인간과 삶에 대한 시선은 일관적으로 따스하고 긍정적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따뜻한 말 한마디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리는 인생을 여러 가지에 비유합니다. 여행에 비유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모두 적절하지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인생을 일종의 파도타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선천적으로 파도타기에 대한 감이 좋아서 쉽게 파도를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파도타기에 자신이 없거나 어떠한 파도에 대해서는 미처 대비를 못 해서 온몸으로 맞고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현재 고민이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아픔이나 고민이 있을 때 힘과 도움을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의 나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생에서 어떠한 파도가 올 수 있는지 다른 분들이 겪었던 고민들을 엿보는 것은 나름의 삶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간접 경험으로 자신이 닥치는 문제 해결에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또 혹시 과거에 이러한 고민들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사람인 이상 우리는 모두 완벽할 수 없고 실수와 후회를 할 수밖에 없으니, 자기 탓을 좀 덜 해도 괜찮다고 격려한다. 이 분들에게는 자신이 입은 상처가 꼭 자신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이렇듯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인생 상담 책이다. 마음속에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그래도 고민이 풀리자 않으면 책에 실려 있는 엽서에 고민을 적어서 보내보자(책 속에 엽서가 들어 있다). 저자가 언제나 그러하듯 진심으로 상담을 해줄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쉽게 자신의 문제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위해 책을 펼친다면 즉시 찾아볼 수 있도록 고민 유형을 구분해 앞서 말한 대로 4개 부분으로 나눠 썼다. 세부적인 사례별로 다시 구분한 것도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첫 부분에서 '용서' '실패' '상처' '자기애' '질병' '열등감' '인맥' '직업' ' 회사생활' '외모' 등에 관한 고민과 사연에 대한 조언까지 빠짐없이 게재했다.



구체적 사례 한 가지만 들어본다. '자기애'에 관한 항목이다.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현재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다. 어렸을 때 심한 가정 방치로 자라다 보육원에 가게 됐다. 부모와의 교류도 끊기고 지금까지 서로 교류가 안 된 채 완전 남남이 됐다. 어렸을 때 가정 환경 탓에 새로운 인간 관계 맺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외로움을 이기려 이성 친구도 만나지만 불안감이 끊이지 않아 정상적인 교제도 어렵다는 여성이다. 어렸을 때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여성인 듯하다. 저자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재미, 즐거움, 흥미 같은 것들을 안겨줄 것을 조언한다.

즐거움이나 재미 같은 감정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정 중 하나이다. 계속 자신의 감정을 품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준다고 한다. '나 오늘 즐거웠어?' '나는 무엇을 하면 재밌을까?' '난 뭘 하고 싶은 것일까?' 이처럼 계속 자신에게 관심과 신경을 쓰면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올라간다고 격려한다. 이럴 때 상담 치유는 내담자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본인을 남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이렇듯 그의 치유법은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데 주력한다.



「연애는 ㅈㅅㄱ이다」-자신감에 대한 사례다. 사례자는 모태솔로로서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자존감이 낮은 상태다. 외모도 키는 큰 편이지만 얼굴이 호감형은 아니다.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나름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기는 했는데, 별로 낙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학교 다닐 때는 과나 동아리에서 여자애들과 말도 별로 못하고 항상 남자애들랑 게임만 하고 술만 먹었다는 남성이다. 그런데 유난히 여자랑 있으면 부끄러워져서 말도 거의 안 하고 눈도 거의 못 마주친다.

저자의 조언을 들어보자.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대시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요. 이는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어서 사귀게 되는 과정은 단순히 노력이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사람의 사람에 대한 '선호'가 작용하는 영역입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거부의 경험이나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거부 당하는 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정말 누군가가 좋아서 작업을 했다가 안 되었다면 그건 상대방이나 내게 어떠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선호'의 측면에서 서로가 안 맞았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물론 작업 능력, 스킬, 이러한 부분의 부족함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조차도 궁극적으로는 선호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난 작업을 잘하는 사람이 좋다'는 선호죠."

이처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만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맞춤형으로 상담해주는 저자의 이 책은 '고민상담소' 역할을 충분히 해내리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배태준

인천에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집의 둘째로 태어났다. 수학·컴퓨터 경시대회 특기자로 과학고 입학 자격이 주어졌으나, 갑자기 진로를 틀어 대원외고에 진학했다. 질풍노도의 고등학교 생활과 더불어 대입 면접장에서 교수님과 논쟁을 하는 사고 등을 치면서 N수생이 되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조기졸업,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군법무관 생활 후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판검사를 아주 강력하게 원하셨으나, 세상과 인간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해하고 싶어서 격렬한 저항 끝에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

‘오늘은 과연 몇 시에 집에 갈 수 있을까?’의 생활을 십 년 정도 하면서 자칭 적당히 무난한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되었으나, 변호사의 한계를 넘고 싶어 조용히 팟빵에 고민상담 팟캐스트(〈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를 시작하고, 국내최대 고민상담 SNS인 네이버 고민상담카페(회원 수 약 8만여 명)의 상담사 및 운영진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새로운 일들을 한번 하려고 김&장 법률사무소를 나와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에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하면서, 라디오 패널(KBS 1FM 라디오매거진 위크앤드-라디오 생활법률), 창업, 스타트업(서울대 창업지원단) 멘토링 등 사회활동을 원 없이 하고 있다. 앞으로도 스스로도 계속 꿈을 꾸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찾아나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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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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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시인 원태연은 태연, 백지영, 성시경, 장나라, 허각 등 대한민국 최고 발라드 가수들의 노랫말을 쓰며 누군가의 삶에 한 페이지로 기록될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음 깊숙한 곳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고민과 슬픔,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에세이에서 평범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위로의 한마디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저자는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를 시작으로,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사용설명서』,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가 시집 『안녕』을 끝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산문 이후 24년 만에 나온 신작 에세이다. 너무 오랫만이라 다소 생경하지만 연륜이 쌓인 원숙미를 보인 그의 글을 대하니 아늑한 느낌이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어머니의 품을 그립게 한다.

 


 

이 책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자기 자신에 대한 오해와 이해 그리고 위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풀어놓는다.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내보이는 작가로서의 속마음부터, 부모ㆍ친구ㆍ선생님처럼 어린 시절 나의 세상의 중심이 되었던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게 된 크고 작은 상처와 응어리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그리움, 인생을 살면서 하나 둘 얻게 된 성찰까지. 그가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여러 이야기는 풍부한 감성에 세심히 골라낸 기억이 더해져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울림이 있는 문장이 되어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기억 속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억 있잖아요. 마음속에 꼭꼭 숨긴 채 자물쇠로 채워버린 그런 기억 있잖아요. 가끔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걸 다 드러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그런 기억 있잖아요. 커다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지만 열쇠를 어디에 버렸는지 기억나지 않아 지울 수도 드러낼 수도 없는 기억 속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억 있잖아요.(p. 89 「있잖아요」 전문)

 


 

이 책은 길지 않은 에세이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간결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당신’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는 1장에서는, 마음 한구석에 오래 두고 꺼내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 두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대화, 분위기, 감정들이 그려진다. 2, 3장에서는 외로움, 마음의 무게,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일들, 내가 싫어지는 순간 등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서툴고 아프고 힘든 순간에 대한 공감할 만한 내용이 이어진다.

4장에서는 쓰디쓴 인생의 달콤한 기억이었던 ‘너’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감성을 입어 아련히 그려진다. 5장에 등장하는 평범한 잔들은 그의 시선이 투과되어 삶의 다양한 주제를 함축한 특별한 상징물이 된다. 사랑, 외로움, 고독, 그리움, 인생, 상처, 결혼, 탐욕, 추억, 거짓말, 후회, 숙취, 교만이라는 묵직한 주제들이 각각의 잔에 담겨 넘실댄다. 마지막 장은 나의 작고 초라한 모습을 마주한 후에 느끼는 감정과 가장 본연의 마음에 대한 고백과 이해 그리고 위로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신작을 쓰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점을 정해놓지 않고 생의 전반을 통틀어 자유롭게 풀어놓는 속 깊은 이야기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특유의 감각적인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치 야간 비행 조종사의 눈앞에 예고 없이 등장한 첨탑처럼, 종종 낯설게 느껴지는 문장이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변치 않은 그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수록 작가는 진정한 자신에게로 더욱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주부터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은, 그 자신과 이 책을 읽는 우리가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이번 생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는다. “여기까지 당신이 읽어주신 건, 내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이잖아요”라는 작가의 말이 함의하고 있는 대로 이 책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마음 한가운데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여운을 가져본다면, 오직 그만이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채로운 감성 너머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짧지 않은 시간을 굽이굽이 걸어왔음에도 그는 지친 기색이 없다. 반갑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었던, 감춰진 자신을 마주하는 일에 오히려 더욱 박차를 가한다. 당신과 나 사이, 세상과 나 사이, 그리고 나와 나 사이 갈등의 지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끝내 당신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사과하고, 언제부터 품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내 안의 고마움을 진심으로 꺼내놓을 때까지. 결국 이 책의 긴 제목처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당신에 대한 고마움과 늘 곁에 있어줬던 나 자신에 대한 고마움, 남은 시간 또 함께 살아가야 할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함께 슬퍼하고 힘들어하던 그의 젊은 날의 글이었다면, 이젠 어머니 같은 포근함과 아버지 같은 넉넉하고 감성 가득한 글로 독자들을 위로한다.

 


 

이제 막, 첫 장을 펼친 당신에게…

 

거긴 지금 하늘이 어때요?

여긴 지금 어릴 때 바라본 하늘처럼

맑고 파랗고 손을 뻗어보고 싶을 만큼 가까워요.

그리고 난 기분이 아주 많이 좋아요. 아까부터 흔들림 없이…

왜냐하면 이 에세이를 다 쓰고 지금 이 인사말을 쓰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난 지금 기분 좋은 내 뇌파가 당신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분 좋으면

기분 좋잖아요…

 

이제 곧, 마지막 장을 덮을 당신에게…

웃어요. 웃고 싶지 않아도 우리 그냥 웃어요. 슬플 때만 울지 않잖아요. 우리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웃어요.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래라저래라 해서 미안해요. 사실은 나도 누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너무 싫어해요.

 

그럼 울어요. 내가 같이 울어줄게요, 나 정말 잘 울거든요. 내기해도 좋아요, 누가 먼저 우는지. 삼만 원 어때요? 더 걸어도 좋지만 그 밑으로는 안 할래요, 내가 분명히 이길 테니까. 갑자기 왜 착한 척이냐고요? 나 원래 착해요, 병신 소리까지 들을 만큼. 그리고 고맙잖아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거. 사실은 엄청나게 열심히도 써 내려왔지만 여기까지 당신이 읽어주신 건, 내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이잖아요.

 

그리고 또 이 책이 얼마일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김밥천국 소고기김밥보다는 분명히 더 비쌀 텐데 얼마나 고맙겠어요, 내가.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웃어요.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여기까지 쓴 나도 그냥 한 번 웃어요. 기쁠 때만 웃지 않잖아요. 우리 그렇게 살지 않았잖아요.

 


 

저자 : 원태연

 

서울 종로에서 1남 2녀의 막내로 태어 났다. 문창초등학교, 미성 중학교, 한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학 중이던 학교를 그만두고 92년 경희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이별의 기억을 글로 묶어두고 싶다는 욕심하나로 출판사로 직접 원고를 들고 갔다고 한다. 읽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보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손에 들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92년, 크지 않은 출판사 이름으로 그의 글들은 책이 되었고, 그것이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였다. 그리고 이 시집이 80만부나 팔리면서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집 『안녕』 이후의 오랜 공백기를 딛고 최근,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용설명서』,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원태연 알레르기』, 『고양이와 선인장』, 『안녕』,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이 있다.

원태연의 인터넷 닉네임은 ‘원시인’이다. 그의 성 ‘원’에 시인을 부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석시시대 ‘원시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자든 후자든 원태연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내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시인이기도 하고 또 그의 시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지닌 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으로, 그리고 언젠가 내가 겪은 일인 양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치 실연을 하고 난 뒤 모든 사랑 노래의 가사가 구구절절이 내 마음을 파고들 듯이 말이다. 시집 『안녕』 이후의 오랜 공백기를 딛고 최근,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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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왕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가
김은주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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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농경 사회 이전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비와 눈, 번개와 천둥소리 등은 규모나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자체로 경외스럽고 공포이기도 했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비가 곡물 수확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시기나 내리는 양에 대해 인간은 미리 알기를 원했다. 오랜 기간 하늘의 섭리를 알기 위해 하늘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천문학이다. 천문학은 별자리의 움직임을 보고 방향과 위치에 따라 시각도 알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하늘의 움직임에 대해 국가 단위의 연구기관이 설립되고 전문적으로 천문학을 연구했다. 바다의 길을 개척하는 데도 천문학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고 먼 길을 갈 때도 이정표가 되었다. 하늘의 움직임을 통해 일기를 미리 알 수 있다고 믿었고, 이는 전쟁에도 유용하게 이용한 흔적이 곳곳의 역사 기록에도 나온다. 인간사 크고 작은 일에 모두 하늘이 관여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런 말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왕도 하늘이 낸다'고 했다. 때문에 왕은 하늘의 뜻, 곧 백성의 뜻을 읽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이론이 성립된 것이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어 하늘의 뜻을 살핀 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다.



이 책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대표적인 12명의 왕의 별자리를 살펴 그의 삶과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흔히 별자리는 동양의 운명학인 명리학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이러한 별자리를 통해 왕들의 운명이 왜 그러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가늠해보는 일은 당시의 민심을 알아보는 데에도 한몫을 한다. 또 민생과 나라의 정책의 성취 등도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동서고금 유명 인사의 별자리 정보도 수록하여 조선 시대 왕들의 운명과 나란히 놓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역사의 주요 장면을 깜깜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처럼 그려볼 수 있어, 역사 교양을 쌓는 건 덤이다. 더불어 자신의 별자리를 찾아 왕의 운명에 빗대어 보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책의 안내대로 따라 읽기만 하면 다 읽고 난 후에 자신도 모르게 역사 지식은 물론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인 12명의 왕의 별자리를 살펴 그의 삶과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흔히 별자리는 동양의 운명학인 명리학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이러한 별자리를 통해 왕들의 운명이 왜 그러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동서고금 유명 인사의 별자리 정보도 수록하여 조선 시대 왕들의 운명과 나란히 놓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역사의 주요 장면을 깜깜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처럼 그려볼 수 있어, 역사 교양을 쌓는 건 덤이다. 더불어 자신의 별자리를 찾아 왕의 운명에 빗대어 보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1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세운 물병자리 태조

2 왕자의 난을 일으켜 스스로 왕이 된 염소자리 태종

3 밥심으로 조선의 하늘을 연 황소자리 세종

4 숙부에게 빼앗긴 내추럴 본 킹 사자자리 단종

5 낮과 밤이 다른 모범생 처녀자리 성종

6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사수자리 선조

7 똑똑했으나 불통해 내쫓긴 쌍둥이자리 광해군

8 와신상담 북벌의 꿈을 꾼 게자리 효종

9 할머니에게 발목 잡힌 물고기자리 현종

10 두 여인을 저울질한 처세의 왕 천칭자리 숙종

11 왕권을 위해 아들을 희생시킨 전갈자리 영조

12 나라를 빼앗긴 어린 왕 양자리 순종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삶을 긍정하는 일이 그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기술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세상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소박한 희망 같은, 가냘픈 지푸라기 같은 ‘오늘의 운세’를 탐하는 까닭은 ‘나를 알고 싶다’는 근본 질문에 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발견한다. 그 관계의 궁극에는 별자리가 놓여 있다. 별자리는 단지 ‘미신’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오래된 관찰과 탐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1397년 5월 7일에 태어난 세종은 태양별자리가 황소자리이고 달별자리는 처녀자리이다. 황소자리 특성상 오감이 발달해 식욕이 왕성하지만 맛없는 음식은 거부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주상은 고기가 아니면 진지를 들지 못하니”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다. 또한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물론 글자를 알지 못해 억울함을 당하는 백성을 안타깝게 여긴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저울과 칼을 들고 서 있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를 표상하는 처녀자리의 특성이기도 하다.



태양-달-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명왕성 / 양-황소-쌍둥이-게-사자-처녀-천칭-전갈-사수-염소-물병-물고기. 이들 10개의 ‘행성’과 12개의 ‘별자리’는 세종은 물론이고, 한 사람이 태어난 생시의 별자리와 관계 지으며 그의 삶의 궤적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이 왜 며느리를 쫓아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이 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고 한다. 한 시대를 호령한 왕이지만, 그에 관한 평가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르다. 분명한 것은 왕이 걸어간 길이고, 그가 태어났을 때 새겨진 하늘의 별자리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서부터는 해석인지 천문학에 문외한이어서 난감하지만 거짓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믿을 수밖에 없다. 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태어난 생시에 따른 별자리가 있다. 태양과 달은 어느 위치에 있었고, 동쪽의 별자리는 무엇이었는지가 정해진다. 이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다만 운명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보드 위의 서퍼처럼 거센 운명의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타인도 안다는 뜻이니, 곧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법을 깨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 김은주

1975년 10월 4일 서울에서 태어나 태양별자리와 달별자리가 모두 천칭자리다. 천칭자리답게 아름답고 우아한 삶을 꿈꾸나 죽음 재생 부활의 명왕성에 물들어 사서 고생하는 게 특기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KBS에서 방송작가를 시작해 복사와 커피 심부름, 섭외 전화와 지방 답사 등 현장에서 글쓰기를 배웠다. 동쪽별자리인 쌍둥이자리의 멀티플레이어 기질을 발휘해, 방송작가 2년차부터 SBS <모닝와이드>와 <생방송투데이>, KBS <여유만만>, MBC <기분 좋은 날>과 <생방송 오늘 저녁> 등 교양 다큐멘터리 방송을 만들고 기업체 홍보를 해왔다.

서른 즈음 명왕성이 달을 치기 시작하면서 게자리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송을 그만두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800킬로미터를 걷고 돌아와 별자리를 만났다. 동시에 ‘영혼의 연금술’ 시간을 겪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하늘의 별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닌다. 한 달에 한 도시 여행을 5년 넘게 하면서 방송을 만들고 글을 쓴다. 최근에는 <김남길과 함께 하는 한양도성 토크 콘서트>, JTBC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EBS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다>, <홍석천의 운수 좋은 날> 등의 방송을 만들었다. 《오마이뉴스》에 <별 읽어주는 여자>를 연재하며, 문화센터에서 <별 읽어주는 여자의 아주 특별한 상담소> 등 별자리 심리학 강연과 상담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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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음 / 보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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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의원을 꾸리며 꾸준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환자들을 돌보며 끊임없이 배워 나간다. 때로는 동네 환자들과 수다를 떨며, 때로는 병과 몸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하며 환자들의 몸을 살뜰히 돌보고 마음까지 살핀다. 그래서 우리 동네 주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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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음 / 보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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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부터 동네의원에서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상담·교육 등을 제공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의 본래 기능 수행 및 만성질환 증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 지역을 공모해 선정한 후 본격 실시에 들어갔다. 당시 뉴스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다양하게 시행돼 온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장점을 살려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우선적으로 통합 가능한 지역사회 일차의료시범사업과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통합·연계하는 모형을 제시했었다.

사업 주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시행 3년 차를 맞은 동네 의원 중심의 이 사업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과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 전달 체계 개선, 그리고 환자 감소로 인한 동네의원의 경영난 해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주로 약 처방을 하는 기존의 의료 서비스와 달리 간호사나 영양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나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식습관과 운동에 대해 교육하고 상담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자체 평가대로 긍정적 효과를 낸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당초 목표만큼의 성과를 냈는지는 참여 의사들의 경영과 관계된 부분이라 열악한 동네 의원은 간호사나 영양사의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현황을 분석해 결과를 최근 공개했는데 적정 인력 배치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에 의하면 참여기관의 병의원의 평균 인력은 의사 1.4명, 간호조무사 2.4명, 간호사 0.6명 수준이었다. 또 888개 참여 기관 중 간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228곳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한 반면, 간호조무사를 보유한 기관은 전체의 94%(831개)에 달했다. 환자 유치와 병의원 경영을 보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 이 시범사업이 아직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사업에 왜 한의원은 대상에서 빠졌는지, 아니면 신청 한의원이 없는지 아쉬움이 있다.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치료에 한의원이 부적절한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어 더 문의하기도 어려운 일이라 안타깝다.



이런 차이점은 있지만 작은 동네에서 한의원을 개업한 후 꾸준히 동네의 장기 환자들은 물론 새로 온 환자들에게도 특유의 친절을 베풀며 진지하게 소통하는 화제의 한의사가 책을 냈다. 최근 자신의 동네 한의원에서 일어나는 상담, 진료, 치료, 소통 등을 책에 담아 발간했다. 작은 동네 한의원 원장 권해진이 만난 환자들 이야기 『우리 동네 한의사-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는 저자 권해진 한의사는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동네 한의원을 꾸리며 꾸준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환자들을 돌보며 끊임없이 배워 나간다.

때로는 동네 환자들과 수다를 떨며, 때로는 병과 몸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하며 환자들의 몸을 살뜰히 돌보고 마음까지 살핀다.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환자의 처지에서 병을 살피고 치료하는 이야기를 통해 내 몸과 함께 마음도 함께 돌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우리 동네 주치의'를 넘어 보호자이기도, 때로는 친구이기도 한 기록들이다. 월간지 〈개똥이네 집〉과 〈작은책〉에 4년 반 동안 인기리에 연재한 글 가운데 40편을 가려 뽑아 책으로 묶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으라고 한다. 약을 먹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또 다른 약을 먹으라고 한다. 환자들은 내 몸이 왜 이런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과 치료 방법을 듣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대기 시간 30분, 진료 시간 3분, 의사들이 만나는 수많은 환자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 권해진 원장은 한의원에 찾아온 환자가 왜 아프게 되었는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약을 먹는 것 말고 평소에 어떻게 내 생활을 바꾸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며 환자를 대하는 한의사라고 한다. 저자는 한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자신을 찾아온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한의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환자에게 한의원 치료를 믿고 따라올 수 있게 설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소문난 명의보다 동네 가까운 곳에 환자 말을 잘 들어 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환자를 대한다.



권해진 원장은 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동네 주민들을 한의원에서 만나고 있다. 엄마 아빠가 치료를 받을 때 한의원 대기실에서 만화책을 보며 기다리던 어린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어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습도 보게 되고, 정정하던 동네 어르신이 나이가 들어 걸음걸이가 어색해져 한의원에 찾아오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 책은 한의사 권해진 원장이 동네에서 만난 환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동시에 환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워 나간 기록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어떤 말도 꺼낼 수 있게 한다. 몸이 아파 찾아오는 환자들이 침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하면 마음을 먼저 보듬어 준다. 마치 수다를 떨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봐 주면 환자들도 침 치료를 더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고민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읽은 책을 추천해 주거나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자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치료를 하니, 온 가족이 믿고 맡기는 ‘가족 주치의’, 동네 사람들이 한의원에 와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 동네 한의원’이 됐다.



이 책의 1장은 저자 권해진이 동네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한의사로 살아가는 법, 어떤 마음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소통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글을 모았다. 2장에서는 누구나 흔히 앓는 ‘감기’나 ‘설사’, ‘비염’ 같은 몸 안에서 벌어지는 내과적 질환으로 만난 환자들 이야기를, 3장에서는 목이나 허리 ‘디스크’, 발목 ‘염좌’나 ‘발가락 통증’처럼 몸 밖에서 생기는 외과적 질환으로 만난 환자들 이야기를 다루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이나 ‘무상의료’ 같은 의료 이슈를 비롯해 마음을 보듬으며 몸의 병을 치료해 나가는 환자들 이야기를 모았다.

건강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쉽고 편하게 건강 상식과 한의학 정보를 알려 주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권해진 원장이 만난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생활 속에서 스스로 내 몸을 살피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환자들이 흔하게 겪는 ‘설사’나 ‘재채기’에 간단하게 누르고 마사지를 하며 병증을 다스릴 수 있는 혈자리를 그림으로 자세하게 일러 준다. 또 쌍화탕이나 매실, 우황청심원 등 둘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민간요법이나 약재에 대해서도 ‘진료보다 수다’라는 별도의 메모처럼 따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자세히 알려 줌으로써 의료 상식과 잘못된 의료 상식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식견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건강을 찾고 지키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장기간 환자를 치료하고 그 가족과 유대를 맺고, 그 모든 역사 안에 가족이, 그리고 주치의 한의사가 함께 회복해 가는 것이 아름답다." 월간지 〈개똥이네 집〉 독자의 말처럼 우리동네 주치의로도, 우리동네 한의원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 : 권해진

대구한의대를 졸업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교하’에서 작은 동네 한의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연년생 아들딸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오면 소생한다’는 뜻을 가진 한의원 이름은 한문고전을 가르쳐 준 서당 선생님께서 지어 주셨다. 한의원 이름처럼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자기 건강을 이야기하고 나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좋아해서 한의원에 ‘교하도서관의 서재’를 마련해 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하는 책모임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책을 읽다 보니 환자들과 만난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깨끗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텃밭을 가꾼다.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으로 지역사회 활동도 꾸준히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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