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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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날조, 과장, 언어 오염, 가짜 뉴스, 가스라이팅, 정치적 올바름과 모욕적 언사까지... 거짓말쟁이의 온갖 기술을 간파하고 이에 넘어가지 않는 법을 알아야 속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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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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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거짓말의 기술』은 자칫 '거짓말'을 잘하는 방법이나 혹은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그런 책을 쓸 저자는 없을 것이다. 또 쓴다고 해도 출판해 줄 출판사도 없을 터다. 거짓말은 인간에게 가장 나쁜 습관 중의 하나로 나쁜 행위보다 나쁜 짓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을 더 나쁜, 용서받지 못할 일로 규정하는 것만 봐도 거짓말을 책을 써서 알려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거짓말을 판별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쓰인 책이다. 특히 정치가나 사회 지도층의 거짓말은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들의 말로부터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권력층의 거짓말은 교묘하고 쉽게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속기 일쑤다. 권력자가 되기 위해 거짓말은 하나의 필수 과목인 것처럼 책으로 남긴 것 중에서는 단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들고 있다. 마치 권력자의 필독서처럼 여겨지는 책이다.

『군주론』 이외에도 권력자의 거짓말이나 대중을 속이는 방법 등을 다룬 책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심지어는 거짓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예술계에서도 거짓말에 대한 명언을 남긴 이들이 많다. 사실 거짓말의 원조는 문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오디세이아』의 오이디푸스 왕이 '원조'다. 트로이와의 10년 전쟁 때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도 상대를 속이는 방법의 하나였다. 물론 오이디푸스 왕이 꺼낸 술수다. 그는 이 길고도 험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기여를 했고 승리의 주역이자 영웅으로 칭송되어 왔다. 또 대중을 통제하는 기술과 빅 브라더의 시대를 통찰한 조지 오웰의 『1984』도 권력층의 대중 속이기의 일환이다. 이런 문학 작품 속이 아니라 현실 역사에서도 거짓말 하면 빠지지 않는 정치가·권력자는 무수히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의 히틀러, 무솔리니도 이른바 '거짓말쟁이'들에 속한다. 이 책 『거짓말의 기술』의 저자 마셀 다네시는 그들의 자료나 실제 역사적 결과 등을 종합해 거짓말을 판별해 내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이 책이 얼마나 읽힐까? 물론 쓰기 나름이겠지만 지난 역사에서 이미 알려지고 다룬 사실들을 종합한다면 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책이 다른 비슷한 책들과 다른 점은 지난 미국의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의 거짓말을 철저히 분석하고 조사한 자료, 연구 토론의 결과 등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거짓말을 규명하기 위해 이 책이 쓰여진 것이다. 지난 2016년 치러진 미국 대선은 전 세계를 많은 화두를 던졌다. 바깥에서 바라볼 때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거짓말쟁이가 노련한 정치가를 누른 이 선거의 결과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어떻게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를 논의하며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정치인의 언어 전략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마셀 다네시 토론토대학교 교수는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을 회고하며, 트럼프의 당선이 워터게이트 이후로 소강상태에 빠졌던 “거짓이라는 암이 재발한 것과 같다”고 판단한다. “부도덕한 사업가가 우연히도 정치가가 되었고 그 정치가가 거짓말쟁이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기꺼이 그의 말을 신뢰하면서 열띤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p.10, 〈서문〉 중)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마셀 다네시의 『거짓말의 기술』은 트럼프를 비롯해 역사를 크게 뒤흔들었던 거짓말쟁이들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번드르르한 기만과 선동으로 권력을 잡은 무솔리니, 끔찍한 전쟁과 학살을 일으킨 히틀러 등 역사 속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기만하고 속여 큰 해악을 끼친 거짓말쟁이들이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인류는 이들로 인해 여러 비극을 겪고도 또다시 누군가의 허언과 선동에 마음을 빼앗기는 역사를 반복한다. 대체 그들의 거짓말에는 어떠한 속성이 있기에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일까? 타인을 현혹하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서문〉에 따르면 사회 고위층은 거짓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혐오를 조장하고 대중을 분열시켜 손쉽게 사회를 장악한다. 위압감, 두려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무기인 거짓말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행동까지 저지르도록 사람들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짓말은 전염병처럼 널리 퍼져나간다. 실제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추잡한 진상을 비밀리에 담은 녹음테이프를 들어보면 닉슨 측 변호인 존 딘이 닉슨에게 "우리 백악관 안에 암이 자라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결국 워터게이트 청문회는 미국 전역을 뒤덮어가던 암을 도려내기 위한 치료책이나 마찬가지였다. 1974년 닉슨이 사임하면서 간신히 위험은 사그라졌다. 암은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고, 적어도 잠깐 동안은 미국의 도덕성 역시 회복되었다.

저자는 이번에는 이 책의 목표물을 향해 시위를 겨눈다. "암 비유를 계속 이어나가자면,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일은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암이 재발한 것과 같았다. 그렇게 진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거짓말로 속이거나, 모른 체하며 사실을 은폐하거나,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는 등 워터게이트 때랑 똑같은 증상이 똑같은 패턴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침 워터게이트 사건 때 가르쳤던 강의랑 비슷한 수없을 토론토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던 나는 불길한 기시감을 느꼈다. 심지어 이번 강의에서도 마키아벨리의 고전을 활용해 거짓말이 어떻게 사람들의 정신을 왜곡하는 교묘한 담화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중이었다. 정통 정치인이었던 닉슨과 달리 트럼프는 사업가이자 배우이자 리얼리티 쇼 스타로서 정치판에 등장했다. 그런 만큼 트럼프는 서커스 단장 P. T. 바넘 이후로 미국의 온갖 선전꾼들이 사용해온 허풍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 수많은 팬을 끌어들였다." 저자는 트럼프가 토니 슈워츠와 공동 집필해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에서 사업 거래를 잘하는 법만 가르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트럼프는 독자가 스스로를 드높일 수 있는 일련의 전략을 소개하는데 바로 속임수, 계략, 거짓말을 활용해 어떤 관계나 상황에서든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때 미디어에 비친 트럼프의 모습은 허풍쟁이에다가 거짓말쟁이며,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의식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논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에서 트럼프는 당당히 승리했고, 미국은 이후 4년간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며 세계 정치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거 직후 언론은 트럼프의 승리 원인을 분석했다. 이때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 것 중 하나는 숨은 지지자들, 일명 ‘샤이 트럼프’라는 존재들이었다. 자신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후보를 승리로 이끈 이들의 존재는 이후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혹자는 이들이 바보거나 파렴치한이라고 비웃었으나, 저자 마셀 다네시는 그들이 “피해자이지 바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자신의 목적과 이해에 따라 수많은 사람을 속여 넘기는 거짓말쟁이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야만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거짓말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언어 전략으로, 우리는 순간의 곤란을 피하거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일생 동안 수많은 거짓을 내뱉는다. 이렇듯 일상적인 거짓말로 분류되는 이른바 ‘하얀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기술로까지 여겨지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목적을 가지는 ‘까만 거짓말’은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행동을 부추기거나 비난이나 중상을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까만 거짓말의 정점에 서 있는 자를 저자는 ‘거짓말쟁이 군주’라고 명명한다. 이들은 “정치적 또는 금전적 이득을 위해 속임수를 사용하는” 거짓말쟁이며, “이득을 볼 기회만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거짓을 날조하고, 그 거짓을 진실처럼 교묘하게 위장”해 타인의 “믿음을 조작하고 정신을 통제”한다. 이들은 거짓말과 속임수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현혹해 최종적으로는 침묵하도록, 또는 순응하도록, 그리고 거짓을 진실로 믿도록 만든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거짓말과 관련된 이야기, 즉 거짓말의 기법과 방법을 사례를 들어가면 명확하게 소개한다. 아울러 왜 피해자들은 속은 사람인 일반 시민이고, 권력층인 가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지에 대해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물론 화살의 방향은 결국 트럼프에게 가 있다. 실제로 그가 남긴 일과 기록, 일생의 모든 말과 행위 등이 결국 화살이 되어 자신으로 방향으로 날아옴을 이 책을 읽고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에 있는 모든 '속이는 기술', '거짓말의 기술'은 대부분 트럼프가 말하고, 행동하고, 결과를 내었던 기록 등을 토대로 분석했다. 트럼프가 인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으니까.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어떤 것을 말하는지 대체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시민이 아닌 독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이미 미국은 우리와 직간접적으로 최소한 당분간은 공동 운명체나 다름없다. 미국의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까지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았고, 경제 성장 역시 미국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무시하지 못할 상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사이고 그런 만큼 보도도 국내 대선 못지않게 많은 매스컴이 다루고 있으니까 독자의 관심은 지극히 당연스러운 일이다.

1장 「'거짓말'을 잘하는 방법」, 2장 「대안 사실: 거짓말쟁이의 말장난」, 3장 「작화: 기억을 왜곡하는 '나쁜' 이야기」, 4장 「가짜 뉴스: 매력적인 음모론」, 5장 「가스라이팅: 반복적으로, 우회적으로 빈정거리기」, 6장 「언어적 무기: 타인을 무너뜨리는 언어 전략」, 7장 「진실된 과장법: 허풍쟁이의 큰소리치기」, 8장 「마키아벨리적 기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 등이다. 오늘날은 인터넷 세상이라고 할 만큼 인터넷이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인터넷이 이끄는 세상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세상은 올더스 헉슬리가 쓴 소설 제목을 빌리자면 "멋진 신세계"다. 우리 영화 〈신세계〉가 그려낸 세상이 더 적합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선동, 음모론, 속임수, 시치미, 발뺌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거짓말이 국제 공용어가 되어 버린 세상이다.

 


 

앞서 언급한 8개의 장에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은 장이 없다.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했다는 증거이다. 트럼프의 수많은 기행과 발언 중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멕시코 장벽’과 ‘기후위기는 가짜다’라는 발언을 들고 있다. 특정 집단을 적으로 돌리려고 작정한 듯한 이 발언들은 누가 들어도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만하지만, 거짓말쟁이 군주로서 이러한 발언은 제 나름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는 전략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은 사회적으로 주류에서 밀려났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가진 ‘침입자’ 서사를 강화해 자신만이 침입자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거짓된 믿음을 강화한다. 그 발언이 얼마나 허황되고 현실성 없는 발언인지 지적하는 반론들은 이미 아무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목적은 오로지 약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그들에게 거짓된 믿음을 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목적은 과학적 논쟁이 아닌 거짓된 믿음을 심는 것이기에, 그 발언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잘못되어 있는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거짓말쟁이의 목표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다.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을 자극해 이성적인 반론을 모두 튕겨낼 수 있는 견고한 거짓 믿음의 방벽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행과 허언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행과 허언은 모두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훌륭한 기술들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의심하고 논박하려고 해봐도, 놀라울 정도로 뻔뻔한 거짓말쟁이의 언변은 자신이 목표로 한 대상에게서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이러한 거짓말의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 마셀 다네시는 대안 서사, 과장, 날조, 작화, 가짜 뉴스, 가스라이팅 등 거짓말쟁이 군주가 사용하는 여러 기술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자세히 분석하고 설명한다. 의도적으로 쉽고 과장되게 사용하는 언어, 모욕적이고 무례한 언사 등 천박하고 배우지 못한 성품을 드러내는 듯한 행동들도 모두 명확한 목적을 가지는 기술이라는 전제를 저변에 깔고 있다.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 머릿속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짓에 포위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거짓말의 기술’들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저속한 언어가 효과적인 이유는 트럼프 지지자 대다수가 그러한 언어를 기득권에 저항하는 구호이자 위선적인 PC 화법에 비해 훨씬 진솔한 화법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팬들은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트럼프의 꾸밈없는 화법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또한 트럼프의 화법이 예의나 언어 예절을 대놓고 조롱하는 체제 전복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큰 기쁨을 느낀다. 따라서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논쟁에 맹렬히 뛰어들어 칼 든 망나니처럼 PC적인 언어를 망가뜨리려 한다.(p.237) - 「언어적 무기: 타인을 무너트리는 언어 전략」 중에서

 

저자 : 마셀 다네시(Marcel Danesi)

 

토론토대학교 언어인류학 및 기호학 교수이자 의사소통이론 프로그램 과정의 총책임자이며, 국제적으로 저명한 기호학자이다. 국제기호학 연구학회지 세미오티카의 편집장이자 미국 기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NPR, CBC 등 주요 미디어에 출연하여 정치인의 전략적 언어 사용을 분석하였으며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및 기타 언론 매체에 글을 싣고 전문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저서로 《미디어 기호학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Semiotics》, 《대중문화Popular Culture》, 《언어, 사회, 뉴미디어Language, Society, and New Media》, 《이모티콘의 기호학: 인터넷 시대의 시각적 언어의 부상 The Semiotics of Emoji: The Rise of Visual Language in the Age of the Internet》 등이 있다.

 

역자 :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텍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포스트트루스》,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공역), 《2050 거주 불능 지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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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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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종족으로 분류할 때 '한민족'이란 말을 쓴다. 여기서 한민족은 중국의 한족과 다르다. 한자로도 우리 한민족 '韓'(나라이름 한)이라 쓴다. 중국은 '漢'(한수 한)을 쓴다. 옛날 중국의 두 번째 통일을 이룬 유방의 한나라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한민족의 한은 고대 삼국시대 이전의 삼한(三韓)에서 비롯됐다. 아직은 정식의 국가 기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흔히 '부족 국가'라고 불리우던 때다. 주로 한강 이남의 지역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의 한민족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때로는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것을 두고 '은근과 끈기'를 민족의 정서로 말하는 학자도 있었다.

그래서인가? 은근과 끈기의 민족에게는 참아내는 데서 오는 한(恨)의 정서가 들어섰을까? '한이 서려 있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우리 민족은 수많은 민족적 수모에도 결국에는 굴하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런 민족적 자긍심 속에는 '한이 서린다'는 표현처럼 할 말 못하고, 할 일 못해서 생기는 원한의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하다. 말이라도 시원스럽게 하면 한이 서리지는 않을 텐데... 우리 민족을 핍박하는 놈들에게 폭력이라도 분풀이를 할 수 있다면 '한(恨)의 나라'라는 듣기 거북한 말은 안 들었을 텐데...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한풀이는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무자비한 폭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당성이 있고, 오히려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차원의 폭력을 의미하고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주는 행동 말이다. 일제강점기 직전 안중근 의사를 일본 제국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이를 테러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이미 밝혀졌고 그들마저도 대부분 '의거'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에 대한 식민지 저항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개를 세계에 떨치고 영향을 주는 의거이다.

 


 

이 책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는 이런 한풀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 가바사와 시온이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언어화'의 마음 치유 효과를 이 책에서 말하고 있기에 독자의 생각을 서평 맨 앞에 써본 것이다. 저자는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후 마음이 후련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래서 힘든 거였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고 독자들에게 질문하며 '언어화'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살다 보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겐가 풀어낼 경우 '후련한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이상하게 막연했던 고통도 일단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왜 힘든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언어화’의 놀라운 힘이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30년이 넘는 임상 경험의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에서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만 터득해도 상처의 90%가 치유된다고 말한다. 모든 심리 상담의 1차 목표가 바로 ‘언어화’라는 것이다. 만약 언어화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과 글과 행동으로 표출하는 능력은 심리적 안정감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말고 느끼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비록 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심리적 내공이 있다면 이미 90%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험담이나 부정적인 경험을 표출할 때는 딱 한 번만 제대로 ‘가스 빼기’한 이후,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정적 경험을 반복 재생하면 뇌에 각인되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또한 경험과 지식과 정보가 많을수록 내가 겪은 일을 객관화하고 구조화해서 바라보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키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훨씬 덜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사례로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못 자는 30대 후반 여성 N 씨에 대한 상담 경험을 말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뿐 아니라 여러 약국에서 조금씩 조금씩 수면제를 사서 과다 복용했고 점점 약물 중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10년 이상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중독 치료를 시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한 정신과 의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은 후 어느 날부터인가 ‘일기 쓰기’를 처방받는다. 처음에 그녀는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줄 , 두 줄, 세 줄 쓰기 시작하더니 점점 오늘 있었던 일뿐 아니라 과거의 일들에 대해서도 한 페이지 이상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점점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더니 건강을 되찾았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의존했던 것인데, 그녀 자신도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은 N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후 마음이 후련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래서 힘든 거였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하게 막연했던 고통도 일단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왜 힘든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 저자 스스로가 자신의 임상 경험 30여 년, 그리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약 9년 동안 고민 상담에 답한 4,000개의 영상 내용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밝힌 이 책은 2022년 11월 출간 이후 아마존 종합 10위에 올랐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 인기를 입증하듯 일본 글로비스(Globis)에서 주관하는 ‘독자가 뽑은 비즈니스서 그랑프리 2023 자기계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모두 9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어차피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2장 「고민을 분석하는 3가지 축」, 3장 「고민을 해소하는 3가지 방법」, 4장 「관점을 살짝 바꾸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관점 전환 #1)」, 5장 「혼자 고민하지 않기(관점 전환 #2)」, 6장 「말로 표현하는 순간 고민이 사라진다(언어화 #1)」, 7장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라(언어화 #2)」, 8장 「행동하면 고민은 사라진다(행동화)」, 9장 「고민이 사라지는 궁극의 방법」 등이다. 저자는 「고민은 자기 성장의 다른 말이다」는 제목의 〈들어가는 말〉을 통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투표수 1066표)고 말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고민이 있다'가 75.9%, '(심각한) 고민은 없다'가 24.1%였다고 밝힌다. 저자는 오히려 4명 중 1명이 '고민이 없다'고 답한 사실에 더 놀랐다고 한다. 이에 다시 '당신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까?'란 설문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투표수 633표) '해결하기 어렵다'가 77.4%,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한다'가 22.6%였다고 전한다. 이 결과로 '고민이 없는 사람'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이는 '고민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애초에 고민이 전혀 없는 마음 편한 사람이기보다는 고민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만약 고민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면 반드시 '자기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자기 성장을 하게 되면 문제 해결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생긴 고민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고민이 있는데 해결하지 못하는 75%의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체돼 있다. 그와 반대로 나머지 20%의 사람은 고민이 생겨도 얼른 해결하고 자기 성장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간다. 만약 이들처럼 고민을 해결하는 힘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이 훨씬 더 가벼워진다. 만약 내 안에 이런 힘을 장착할 수만 있다면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이 우러나오고 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고민이란 무엇인가? '걱정되는 일. 마음의 고통'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약간의 해석을 덧붙여 '곤란하고 괴로운 문제에 부딪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제자리걸음 상태가 바로 고민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그동안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제안한다. "사람이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나이지고 고민은 서서히 가벼워진다. 바로 이 점이 키포인트이다."(p.15)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고민과 자기 성장을 등치시킴으로써 이 책을 읽기 전에 대전제에 독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대전제로서는 "① 고민을 해소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② 모든 사람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③ 고민을 간단히 해소하자"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본론 1장에 들어서자마자 '고민의 3가지 특징'에 대해 귀띔한다. 고민이 있는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보면 된다. 첫째,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다. 둘째, 뭘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셋째, 생각이나 행동이 정지된다는 것. 이에 따라 고민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해소하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고민의 원인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해소를 하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민을 스트레스를 주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자기 성장을 위한 조건이고 오히려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고민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단히 나쁜 것, 한시라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의 이물질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고민하는 인간 즉, 자신을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못난 인간' '최악의 인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고민은 인생의 양념으로 바라보고 마음 근육의 트레이닝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마음 근육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유리 멘탈'이 되고, 성장은 정체된다는 논리다. 저자는 성장이란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며, 또는 새로운 일을 (전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민을 분석하면 자기 자신이 보이고 성장을 위해, 차근차근 해소해 가는 전략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 책은 끝까지 독자들의 성장을 위한 고민 해소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들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할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부정적인 관점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꿔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성공 경험이 많지 않아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들이 알아야 할 게 하나 있다. 만약 ‘나는 안 돼’, ‘나는 쓸모없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는 강력한 기억력 강화 물질이기 때문이다.(p.304)

 

저자는 ‘나는 정말 무능해, 쓸모없는 인간이야’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는 건 무의식의 바다에 끊임없이 해양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인간은 무의식에 지배받는 동물이므로 만약 이런 언어들이 무의식의 바다를 떠돌고 있다면 그 사람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튀어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습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북돋고 자존감을 높이는 말을 들려주며 노르아드레날린 대신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파민 역시 ‘학습 물질’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나가는 말〉을 통해 이 책의 키워드인 '언어화'를 다시 한번 강조 설명한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사라진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말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스스로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다. 말에는 굉장한 힘이 담겨 있다. 그것을 '언어화의 마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언어화'를 풀어서 말하자면 자신의 의견을 언어로 분명히 표현하고, 쓰고, 전달하는 행위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소통, 사적인 인간관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간 관계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p.352)

 

저자 : 가바사와 시온(樺澤 紫苑)

 

정신과 의사이자 저자. 1965년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나 1991년 삿포로 의과 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3년간 공부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심리학 연구소를 세웠다. ‘정신 질환 및 자살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유튜브 채널 ‘가바사와 시온의 가바 채널’과 뉴스레터를 활용해 50만 명 이상에게 정신 의학, 심리학, 뇌 과학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하다. 시리즈로 내놓아 일본에서 7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아웃풋 트레이닝》, 《하루 5분, 뇌력 낭비 없애는 루틴》과 각각 16만 부, 1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외우지 않는 기억술》, 《신의 시간술》을 포함해 30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다. 《나는 이제 마음 편히 살기로 했다》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를 휩쓴 후 저자가 각종 스트레스와 피로와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써 내려간 종합 처방전 같은 책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시대 필독서’로 불리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8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2021년 1월 기준) 혼자서 힘겨운 일상을 버티고 있을 때,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포기하고만 싶을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생의 끈을 놓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훌륭한 행동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역자 : 이주희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해외의 좋은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저작권 에이전트로 오랫동안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자존감이 쌓이는 말, 100일의 기적』,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이상하게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의 비밀』, 『N1 마케팅』,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기획력』, 『매력은 습관이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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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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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의 저자는 인기 유튜버다. 그의 유튜브에서는 '혼술러'들의 인생철학이 난무한다. 술 먹고 하는 말엔 거짓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독자도 술깨나 마셨기에 기초적인 내용은 안다. 다만 저자와 독자의 세대 차이가 느껴질 뿐이다. 저자가 프로 혼술러 유튜버라서 관심이 갔다. 유튜버에서는 못할 말이 없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라서 유튜브와 친하지 않다. 거의 안 본다. 그들은 독자를 '꼰대'로 볼지 모른다. 나이만 가지고 꼰대로 보이기엔 독자도 자존심 상 허락치 않는다. 그들의 언어와 그들이 하는 말의 중심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고 살짝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고 싶진 않다. 그 자체가 '몰래' 하는 일 같아서다.

유튜버이자 저자인 이다정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의 글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고급진 푼수미와 해맑은 광기, 그리고 긍정 마인드로 17만 구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방구석 프로 혼술 유튜버 무임술차 이다정"이라고 쓰여 있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미처 하기 어려운 말, 유튜브 영상이라서 차마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큰 맘 먹고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첫 책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의 탄생 비화가 책에 등장한다.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렸을 때, 그 찰나의 순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소위 얼굴 팔리는 짓이라고들 했다. 인터넷에는 '유튜브를 시작하려는데 해보니 어떠냐'는 상담 글이 의외로 많았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바로 얼굴 깔 용기였다. 나는 '얼굴 좀 깐다고 닳겠어?'라는 다소 초점 나간 엉뚱한 결론으로 얼굴을 노출해 버렸다. 멍청하면 정말 몸이 고생이다."(p.207)

 


 

오전 9시, 편의점에서 모닝 소주를 달리며 “숨 참고 소주 다이브~♪”를 외치는 무임술차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팍팍한 현생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웃기는 입담과 유쾌발랄한 매력으로 다가간 무임술차는 단숨에 17만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무임술차의 일상은 웃을 일 없고 외로운 혼술러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위안이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금세 국내 혼술 유튜버 1위가 되며 누적 조회수 6,300만 뷰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유튜버 이름이자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무임술차' 주인공이 여성인지 몰랐다. 당연히 남성으로 생각한 고정관념 때문이었으리라. 술로 인한 이 정도의 에피소드를 가지려면 국내 내로라하는 술꾼, 알코올 중독자들도 어렵다. '인생술차'는 그의 주장대로 '인생 무임승차'에 성공한 듯하다. 삶의 만족도가 최상인 그만의 독특한 삶의 방법에 자긍심에 존경심마저 생길 지경이다. 유튜브에서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 난무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유튜브를 멀리 했는데, 거기서 다하지 못한 말이 무엇일까? 독자로선 궁금하기만 했다. 더욱이 '팍팍한 현생'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MZ세대들이 열광한다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저자는 덜 고민하고 덜 슬퍼하고 덜 노력하고 덜 걱정하며 힘 빼고 살아가는 법과 ‘진지한 이 세상 진짜 철들면 병난다’며 삶의 엄숙주의를 신봉하지 않는 인생 마인드를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 유연하게 사는 법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루 저녁부터 새벽까지 4차(章, '幕'(막)이라고 해도 무난할 듯)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흔히 술자리 옮기는 횟수에 따라 1차, 2차로 말하는 것과 같다. 1차 「소화 잘되는 죽 같은 인생」이란 제목이다. 시계는 오후 6시 20분으로 쓰여 있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서른일곱 살 어린이〉는 저자의 나이일 것이고, 〈넌 아침부터 술이냐?〉는 부모님의 걱정과 한탄의 말일 듯하다. 독자도 들은 적 있다. 아침부터 술을 대놓고 먹을 수 없으니 몰래 마셨으나 들켰을 때 들었으리라. 1차 제목으로 선택된 〈소화 잘되는 죽 같은 인생〉은 무슨 이야길까? 세상이 공평한가?에 대한 저자의 변명 같은 답변이다. "내가 떠드는 말이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 손! 아무도 안 들 것 같아서 일단 내가 들었다. 어쩌면 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함이 지금의 나를 만든 듯싶다. 아니다, 지금부터 '특별함'이라 부르겠다."(p.40) 기막히지만 솔직함이 드러난다.

〈돌연변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에서는 '나이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개 나이대가 전해주는 당연한 사건들이 있다. 10대에는 공부하고, 20대에는 연애하고, 30대는 결혼해서 출산하고, 40대에는 블라블라. 나이가 주는 이런 이미지들은 누가 만든 걸까? 인간은 AI처럼 정확한 코드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 아니 보통의 부모님들이 원하는 건 AI 같은 획일화되고 평범한 삶이다. 요즘은 부모님들이 코드를 제대로 입력해줘도 미션에 성공하는 자식들이 드물다. 돌연변이들이 넘쳐나는 세상.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엔 돌연변이들이 손가락질을 받았다면 이젠 박수받는 일이 많아졌다. 언론 매체에서는 돌연변이들을 찾아서 주인공으로 모신다. 소위 말해 잘 팔리는 상품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저자의 가치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저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물론 독자가 조금 과장되게 표현했다) 독자가 궁금한 건 구독자 수나 조회수가 아니다. 왜?란 질문을 하고 싶다. 책의 출간 취지로 답을 대신한다. "언제나 인생 허들에 대한 고민은 모든 사람의 숙제다. 숙제의 정답은 없다. 대신 이왕 가는 길 재미있게 즐기며 가자며 용기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말이다. 저녁 9시가 넘었다. 이젠 2차로 갈 시간이다. 한 번 달리면 새벽까지 계속 달리는 게 인생술차의 특기인지 모르지만 사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토이기도 하다. 자리를 옮겨 다시 시작한다. 처음 마음으로 다시 또, 1차 시작 때의 마음으로... 저자의 넉두리인가, 인생관인가 모를 말이 서두를 꿴다. '적당히 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힘들어하고, 적당히 일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저자에겐 인생은 항상 물음표란다. 신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왜 이렇게 끝도 없고 답도 없는 문제들을 던져주는 거냐고. 저자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하며 세상 사는 것은 아니란 반증이 된다. 수많은 문제들에 부닥쳐 풀려고 노력했다는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인생에 질문이 없다면 그야말로 천국에서 놀고 먹는 사람이나 하는 말일 거니까.

누군가는 답을 찾았고(개인 생각이지만), 찾아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고민과 불안이 생겼나 보다. 혹시 저자 자신만 이렇게 앞뒤 꽉 막힌 느낌인 건가 싶어 불안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제는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이래서 인생은 재미 있다고 수많은 사람이 외치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답도 없는 인생 재미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냐고요. 이번 생이 처음인 인간들이 모여 함께 답을 찾아가면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생. 정말 재밌게 살고 싶다고 저자는 외친다.

 


 

2차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저자의 취기가 조금 오른 듯하다. 옛날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낸다. "아주 잠깐 계획적이고 완변한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소위 말해 지랄을 떨던 때가 있었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도 한쪽이 살짝 엇나가면 제대로 될 때까지 그리곤 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더 심했다. 시간과 동선을 계산해서 모든 계획을 짰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다. 친구와 둘이서 첫 해외 여행길에 올랐을 때다. 계획한 대로 서로 짜증 내지 말고 잘 지내고 오자고. 친구도 저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첫날과 둘째 날은 무사히 넘겼지만 셋째 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 자존심을 세우려고 그랬는지 힘들어도 서로를 위해 티를 내지 않고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은 한국에 더 가까이 갔다고 고백한다. 그 친구와는 다시 여행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저자는 느꼈나 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계획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루쯤 계획을 무시하고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비가 내리면 그냥 맞으면 되는 거였다. 느낌이 아니라 깨달음이었다. 그 깨달음은 다른 친구가 야구 보러 대구 여행을 제안했단다. 야구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데다 첫 해외 여행 때의 안 좋은 추억 때문에 거절하려 했는데 이 친구 제안이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딱 야구 보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즉흥적으로 보내자."는 제안이었다. 정말 계획대로 구체화되고 실현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혼잣말 하듯 읊조린다. "누구나 소나기에 옷이 젖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럴 때는 선택지가 있다. 어딘가로 피하느냐, 일단 맞고 나중에 잘 말리느냐, 다시 샤워를 하느냐다. 누구나 맞는 소나기, 앞으로도 잘 맞을 테다.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 좋아졌다."(p.103)

 


 

시계가 자정을 향해 가고 있다. 독자는 저자와의 술자리를 여기서 줄인다. 더 있고 싶은 독자들은 3차, 4차를 함께하시길 바란다. 그의 '무임술차'는 계속된다. 독자가 지면에 모두 옮길 수 없어 여기서 줄이려 한다. 사실 그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진짜다. 독자는 너무 너무 궁금해서 미리 3차와 4차 계획표를 읽어버렸다. 재미 있고, 때로는 시원하다. ‘등짝 스매싱은 참아도 혼술은 못 참는, 집에서 쫓겨나도 소주는 먹고 싶어 할 동네 누나(언니)’ 같은 술먹방 유튜버 '무임술차'는 계속된다. 특히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와서 삶에 조금 틈을 주고 싶은 사람들, 번아웃이 온 사람들, 심리적 방황기를 겪는 사람들,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3차, 4차로 이어지는 저자의 '인생 무임승차론'을 더 들으시면 아까운 시간 보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 철학은 유쾌한 위안과 유연한 소신을 갖고 있어 현실을 보다 가볍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줄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이다정

 

17만 구독자와 콘텐츠 누적 조회 6,300만 뷰를 달성한 이다정은 ‘방구석 프로 혼술러’이자 조곤조곤 웃기는 입담으로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MZ세대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혼술 유튜브계의 장윤정’으로 불리며 국내 혼술 유튜버 1위가 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고급진 푼수미와 우아한 광기, 그리고 솔직함이 매력이다. 오늘도 “숨 참고 소주 다이브~♪”를 외치며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영상으로 다하지 못한 인생 내공 이야기를 담아 첫 에세이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를 썼다.

▶유튜브 @Freetea

▶문학특기생으로 대학교 입학

▶YTN을 거쳐 현재 모 지상파 방송사에 근무 중

▶하이트진로 ‘처음처럼’ 인터뷰 촬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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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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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독자가 가입한 온라인 서점으로부터 책을 홍보하는 레터가 한 통 도착했다. 무슨 책인가 하고 클릭해 들어가 읽어보니 '이야미스'라는 낯선 단어가 눈에 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앞뒤 맥락을 살펴가며 한참 읽다 보니 이야미스라는 단어를 아예 풀이해 놓았다. '이야미스'는 읽고 나면 기분이 언짢아진다고 해서 싫다는 뜻의 ‘이야다(いやだ)’와 ‘미스’터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일본의 신조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읽고 나면 싫은 미스터리라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구나 책의 저자는 미나토 가나에라는 일본 중견 작가라고 한다. 당시 일련의 몇 권 책 『고백』, 『리버스』란 책을 통해 '이야미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책 홍보차 온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이야미스란 말은 싫어하지만 '여왕'이라면 좀 달라진다"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인터뷰의 요지는 우리 유행어로 '불편한 진실'을 책에 주제와 소재로 삼아 쓴 책이 크게 히트를 친 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이 책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도 일본 신조어 '이야미스'에 틀림없다고 독자는 본다. 출판사 측도 이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교묘하게 파헤쳐 불편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미스’, 데뷔하자마자 이 장르의 대표 작가로 떠오른 아시자와 요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이 국내에 발간됐다. 아시자와 요가 발표한 작품들은 섬세하게 설계된 전개로 정평이 나 있으며 전부 나오키상, 서점대상, 추리작가협회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로 지목되어 일찌감치 평단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자가 이야미스 작품이라고 한다면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독자가 읽고 나서 찜찜한 마음이 영 가시지 않기에 굳이 이 말을 써본다.

 


 

출판사 측은 앞선 소개글에 이어 아시자와 요는 사건의 극악함으로 독자를 사로잡기보다 안정감 있는 서사를 구축해 독자들을 서서히 어둑어둑한 이야기에 빠지게 만드는 솜씨가 남다르다. 각종 문학상에 지명된 저력이 있는 만큼, 이번 장편에서는 본래의 강점을 한껏 살려 두 여성 관계의 침잠에 무게를 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면서도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에가 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녀의 곁에는 결혼한 후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자원봉사를 하는 나쓰코가 있다. 오래전부터 늘 함께였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열등감과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 남편보다 더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데 익숙하다. 두 사람의 이상하리만치 끈끈한 관계는 사에의 남편 다이시가 사에에게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고백한 뒤 실종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더구나 다이시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한다. 남편이 살해되던 순간 사에는 정말 직장에 있었을까? 나쓰코는 왜 사에가 출근한 시간에 사에의 집 앞을 서성인 걸까? 사건은 언론 취재와 경찰 탐문으로 이어지며 생생히 펼쳐진다.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겨 결말에 이르러서야 또 속았구나! 깨닫게 되었다”라는 독자 후기가 많았다는 출판사 측 이야기가 이야미스 소설임을 반증해 주고 있으리라. 이 책은 여름에 걸맞은 페이지터너 소설임에 틀림없다.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6장(章)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 작품의 〈프롤로그〉 맨 마지막 부분이다.

나쓰코는 몸을 웅크리고 오열을 토해냈다. 딸은 놀라고 무서웠는지 한순간 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엄마에게 달라붙어 한층 소리 높여 울었다. 엄마를 무서워하면서도 엄마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딸. 나쓰코는 목이 콱 멜 듯 안쓰러운 마음으로 딸의 입에 젖을 물렸다. 이 아이의 앞길에 행복만 있기를.(p.15)

 

 

미스터리 소설인 만큼 스토리를 자세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이에게 천 기저귀를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나쓰코의 남편과 시댁과 멀리 떨어져 살아도 되고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며 직장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는 사에의 남편. 그런 남자들과 사는 사에와 나쓰코, 이들의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특별하다. 반찬거리를 나눠야 할 때, 철야 근무를 마친 새벽녘 휴대전화를 열었을 때, 무심하게 마음을 긁어놓는 남편에게서 야속함을 느낄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서로였던 것. 그래서인지 사에가 쉴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라 나쓰코의 집이며, 휴대전화 통화목록에 남겨진 나쓰코의 이름만 봐도 ‘피가 시원스레 흘러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에의 여동생조차 안부를 물을 때마다 나쓰코와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에를 힐난한다. 다른 친구와의 시간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기실 사에는 나쓰코를 좋아했다. 내내 나쓰코가 사에의 전부였고, 나쓰코로부터 인정받으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 때론 온전히 나쓰코가 되고 싶기도 했다.

남편은 아이를 키우면서 기저귀를 갈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안고 있다가도 아이가 울면 나쓰코를 불러 기저귀 갈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따름이었다.

나쓰코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참았다. 지금도 단물만 쪽 빨아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더러워진 속옷을 빠는 것도, 다다미방에서 욕실까지 바닥을 닦는 것도 전부 나쓰코가 할 일이다.

“나라고 처음부터 종이 기저귀를 쓴 건 아니잖아. 하지만 괜히 천 기저귀에 연연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힘에도 부치니까…… 그래서.”

나쓰코는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내가 딸을 위해 내내 천 기저귀를 사용하며 애써왔음을 남편도 모를 리 없다.(p.59)

 


 

저자가 첫 번째 장편 『죄의 여백』에서 살인에 얽힌 여러 용의자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개가 돋보였다면, 이 책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은 소중한 존재에게 제목만큼 언제까지고 불행은 피하고 행복한 순간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넘쳐버리며 파국을 맞이한 쓰디쓴 미스터리다.

시에와 나쓰코는 늘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실은 외면한 채 억지로 가족의 모습을 끼워 나가는 면모도 유사하다. 그러나 둘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일면 차이를 보인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고백한 남편을 기다리고, 그에게서 아이를 밸 기회를 엿보는 사에와 그런 사에를 ‘남자 복’이 없다며 안쓰러워하다가도 다이시 때문에 사에가 불행하다는 것을 참지 못하는 나쓰코. 결국 나쓰코는 사에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길 바라며 불행의 원흉을 대신 제거해 버린다.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이야기는 2장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사라진 남편을 기다리며 현실을 부정하는 사에의 심리와 당장은 진실을 은폐하려 했지만, 자신이 바라는 바를 위해 모두 짊어지는 결연한 나쓰코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준다. 관계자들의 진술이 이어지며 독자들을 남은 하나의 퍼즐을 향해 다가간다. 사에는 왜 그토록 나쓰코에게 집착했을까? 나쓰코는 사에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희생한 걸까?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예상했던 밑그림은 전부 사라지고 색채부터 배경, 캐릭터, 플롯까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것이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아시자와 요 미스터리의 전형이다. 일본 독자들에게서 '서스펜스의 여왕'으로 불리운다고 한다.

 


 

독자는 저자 아시자와 요의 전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를 읽은 적이 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악재가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이야기들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선택이 그야말로 악화일로의 시작이 되어 주인공을 수렁에 빠뜨리는 이야기에, 예측을 불허하는 섬찟한 범죄 동기가 뒤따른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립된 인간이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과정과 위태로운 심리를 유감없이 담아낸 것이다. 범행을 저지른 충격적인 동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집임과 동시에 독자들을 속이는 서술 트릭도 숨어 있어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출간 후 낸 소감에서 아시자와 요는 "개개인의 힘든 삶이나 짓밟히고 있는 뭔가를 직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 ‘내가 믿는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건 운이 좋아서 그럴 뿐이고,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무섭기도 해서인지 작은 실수나 우연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등장인물을 그릴 때가 많습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단순히 극적 긴장감이 높다는 이유로 '서스펜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따른 게 아니라는 생각을 더 굳혀주는 소감 한마디였다.

나쓰코는 임신 소식을 듣고도 냉대와 무시를 일삼는 남편 다카오와 어정쩡하게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형제자매도 없이 그녀만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던 홀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어머니처럼 아이를 지배하진 않으려 오직 양육에만 힘써왔다. 다카오의 무심함 속에 일정한 소속도 없이 오직 엄마의 이름으로만 살아온 나쓰코에게 사에라는 존재는 매일 그녀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그런 사에를 위해 나쓰코는 진짜 행복을 주고 싶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독자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다. 워낙 심리적 묘사 처리가 치밀하고 이를 형상화하는 것까지 노련한 저자에게서 허점을 찾아내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부각시키지도 않아서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축 사에와 나쓰코다. 늘 엄마의 그늘에서 살아온 시에가 엄마 없는 곳에서 퇴근 후 만나서 이야기하는 유일한 상대가 나쓰코다. 둘에겐 어쩐 일인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는데도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친구로서 우정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엄마에게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사에와 그런 사에에게 한없는 동정과 연민, 친절과 희생을 감수하는 나쓰코는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역시 저자의 인물 설정과 스토리와의 관계, 이를 극적으로 짜맞추는 유기적 구성 능력이 모두 어우러져 멋진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빚어냈다고 생각된다.

사건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미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붙임성 있는 사에와 아내를 무시하고 집안 일도 도와주지 않는 매너 '0'점의 남편. 어느 날 다른 여자가 임신을 했다며 외도를 고백한 후 실종된 나쓰코의 남편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나쓰코가 범인으로 구속되어 기소될 상황으로까지 일사천리로 치닫는다.

사건은 치닫지만 사실 사건이 벌어진 후 며칠 사이다. 워낙 심리 묘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치밀하다 못해 답답한 증인 출두 증언 기록 등을 뒤져가며 사건이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님을 독자들이 인식하기까지가 끝없는 미스터리의 연속처럼 느껴지게 한다. 저자의 소설 구성 능력도 한몫 했으리라. 책에서 본문체에 비해 색이 옅은 글씨로 적혀 있는 부분이 혼자만의 생각이나 심리적 변화를 일으킴을 감지하게 해준다. 독자들이 못 느끼고 그냥 읽어도 스토리의 진전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물론 심리의 변화를 감지하면 사건의 실체에 조금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지만.

 


 

저자 : 아시자와 요(あしざわ よう, 芹澤 央)

 

198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06년 지바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2012년 《죄의 여백》으로 제3회 야성시대 프론티어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6년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가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 및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으로 제7회 시즈오카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더러워진 손을 거기에 닦지 마》가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2023년에는 《밤의 이정표夜の道標》로 제7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뛰어난 심리 묘사와 충격적인 반전을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역시 여성 캐릭터가 맞닥뜨릴 수 있는 뻔한 사건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말로 이끌어 수많은 독자를 충격에 빠뜨린 수작이다.

 

역자 : 김은모

 

일본 문학 번역가.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여자 친구』를 비롯하여 아시베 다쿠의 고바야시 히로키의 『Q&A』,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 『달과 게』, 『기담을 파는 가게』, 이사카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 『후가는 유가』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지넨 미키토의 병동 시리즈 『가면병동』, 『시한병동』,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프리즘』, 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 1, 2』,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 『마안갑의 살인』을 비롯하여,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의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지나가는 녹색 바람』, 『검찰 측 죄인』, 『달과 게』, 『성스러운 검은 밤』, 『열대야』, 『밀실살인게임』, 『사이언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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