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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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이가 든다는 착각』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는 당연한 현실을 아무런 비판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임을 규명한다. 이런 착각은 오히려 더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 비판하고, 기존 사회학적 연구 등을 통해 논지를 이어나간다. 물론 저자 베카 레비과 직접 체험하거나 조사, 연구한 결과가 밑바탕이 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우리들이 신체 생물학적 노화에 앞서 개인 스스로 사회적·관습적으로 미리 노화를 인정하는 게 잘못된 인식임을 증거하는 형식으로 책을 이끌어간다. 즉 명확하게 신체적으로 노인이 되기 전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으로 규범화한 노인 연령(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65세)에 따라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인'이 되는 대표적인 현상이 건망증, 관절 이상 등이다. 물론 열거하자면 많은 신체 변화가 노화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사회적·관습적으로 인지하는 현상만을 예로 들었을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멀쩡하던 무릎이 말썽일 때 우리는 '나이를 먹어서'라고 느끼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너무 쉽게'을 나이 탓으로 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 몸이 부실해진다는 논리가 한 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책 『나이가 든다는 착각』은 이 인과관계를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 뿌리 깊은 고정관념 자체가 생물학적 노화의 주요 원인임을 강조한다. 즉 건망증과 무릎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노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으레 습관처럼, 쉽고 편하게 노화 탓을 하면서 편향에 빠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나아질 수 있는 현상인데도 ‘노화’라는 핑계 뒤에 숨어버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저자는 이 원리를 역이용하여, 내 몸의 변화를 믿는 긍정적인 '연령 인식'이 우리의 노화와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최신 연구와 사례를 이 책에서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강하고 명랑하게 도전하는 시기로서 노년의 전성기를 맞이한 사람들의 사례를 쫓다 보면 독자들이 누구나 ‘생각하는 대로 나이 드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베카 레비는 예일대 심리학 교수로 노화심리학의 선구자로서 불리워질 정도로 많은 연구를 통해 논리적으로 주장했으며 상당 부분 업적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노화가 생물학적 과정을 뛰어넘는 사회적, 심리적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마음이 몸을 바꾸는 심리 메커니즘이 생물학적 암호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별개라는, 이분법에 대한 통념은 노화 심리학에서 뒤집힌다. 또한 책은 기존 사회문화와 의료계, 뇌과학계가 고령화와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꿀 것을 이 책을 통해 촉구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우리 머릿속의 노인」, 2장 「오히려 좋아진 기억력」, 3장 「날쌘 몸의 노인들」, 4장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5장 「좋아진다, 노년의 정신」, 6장 「늘어나는 수명의 시대」, 7장 「우리의 창조성은 별처럼 빛난다」, 8장 「사악한 연령차별의 언어」, 9장 「나이에서 해방된다는 것」, 10장 「새로운 사회의 나이 문화」 등이다. 1장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선입견, 사회·관습적 인식, 스스로 노인이 되는 심리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이 책이 왜 쓰였는가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리는 〈서언(序言)〉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예일대 〈건강과 노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노인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표현 다섯 가지를 적어보게 했다.(독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형식으로 해도 된다). 그 단어 중 긍정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가 몇 개인지 확인한 결과 보스톤 외곽에 사는 79세 바이올린 제작자 론의 목록은 "노망, 느리다, 아프다, 괴팍하다, 완고하다"였다. 또 연금 수표를 수령하러 옛 일터인 연필 공장에 들른 82세 중국인 할머니 비위의 목록엔 "현명하다, 경극을 좋아한다, 손자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많이 걷는다, 너그럽다." 등을 적었다. 상충하는 두 가지 시각은 각 문화를 널리 지배하는 '연령 인식'을 반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고령의 가족을 어떻게 대할지, 생활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공동체를 어떻게 형성할지를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런 인식은 노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 그들의 청력과 기억력, 수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노화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 사는 누가 됐든 그런 선입견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행히도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문화 집단은 부정적인 연령 인식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인식을 조사하여 그 원인과 작용 방식을 밝힌다면, 우리는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우리가 늙어가는 방식 자체를 바꿀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독자는 책을 읽다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세대 갈등을 넘어 같은 세대의 남녀 갈등, 같은 세대의 연령 갈등으로 점차 확대돼 가는 듯한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저자의 이 같은 연구 제안은 우리에게도 필수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저자의 말대로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우리가 늙어가는 방식 자체를 바꿀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연령 인식은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며 그런 인식을 흡수한다고 해도 그대로 고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문화 집단마다 연령 인식이 얼마나 철저히 다른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노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문구를 물어보면 '지혜'라는 대답이 가장 많지만, 미국에서는 대개 '기억력 감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또 연령 인식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심지어 연구 도중에 참가자들의 부정적인 연령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고 책에 쓰고 있으며,(p.31)*[필요하다면 이 책의 주(註) (28)을 찾아보면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화 차이뿐 아니라 역사에 따라, 또 실험에 의해 연령 인식이 바뀐 예를 살펴본다고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노화는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늙는다는 것의 의미를 둘러싼 우리의 인식이나 관행과 무관하게 생물학적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연령 인식이 과학적 사실보다는 문화적 편견의 산물임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건강에 유전자가 주는 영향은 25%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종종 잊는다. 25%라는 말은 건강의 4분의 3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 요인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라고 역으로 생각하라는 것. 이를 통해 저자는 연구를 통해 통제 가능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연령 인식이라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알고 있는 기억력 감퇴(건망증)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추적 조사 연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망증과 노화와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의 뇌 기능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뇌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는 능력인 신경가소성은 오랫동안 젊은 뇌의 특징처럼 여겨졌지만 사실은 노화가 진행되는 내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 말은 나이가 들수록 뇌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흔한 고정관념이 알고 보면 거짓이라는 반증으로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특정 유형의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노화 그 자체보다 우리가 노화를 대하고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즉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속한 문화가 가르쳐 주는 방식, 우리 자신이 가진 믿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이는 1장에서의 연령 인식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화연구인,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에서 30여 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위와 같은 부정적인 연령인식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생체표지인 코르티솔 호르몬이 44배 증가하고 이는 노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오랫동안 과학계에서도 ‘노화하는 뇌’는 연구할 가치도 없는 대상으로 취급했다. 뇌의 성장이 초기 성인기에 정점을 찍고 꾸준히 쇠퇴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뇌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꾸준히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는 뇌 가소성은 젊은 뇌의 특징이 아니다. 인생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는 핵심적인 특징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며, 늙은 뇌도 얼마든지 재생하고 발달한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계속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이 ‘계속 나아짐’에 대한 믿음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하는 아흔의 수녀는 슈퍼마켓에 갈 때 러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겨울에는 스노 슈즈를 신고 돌아다닌다. 그녀는 ‘노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이라는 질문에 ‘지혜와 은혜, 달리기와 기회, 숙성된 와인’을 답한다. 긍정적인 연령 인식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기 인식’과 노화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 즉 ‘서로의 노화’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생물학적 존재인 동시에 생물학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은 이 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며 이미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삶을 들여다본다. 또한 문화적 배경도 강조한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동화에 그려지는 ‘노인’의 이미지, 노년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안티에이징과 보톡스 산업, 나이가 들면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태도까지 우리에게 주입된 갖가지 문화적 고정관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체념의 사이클에서 우리는 ‘노인이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갇히게 되고 스스로의 노력을 놓게 된다. 그리고 ‘자기충족적 예언’은 생물학적 영향을 끼치며 돌고 도는 악순환에 갇힌다.

저자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우리가 객관적일 수 있다는 환상을 깰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으레 청년 시기에만 국한되는 ‘도전’과 전성기, ‘한계에 도전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한다. 음악가들의 경우 만년의 성공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감각과 인지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쇠퇴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령의 음악가들은 또한 음악에 더 민감한 귀와 다양한 유형의 소리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뇌를 갖게 된다. 그 밖에도 대기만성형 인간이나, 만년의 정점을 오르는 창조적 인간의 예시는 무수히 많다.

 


 

분야마다 다소 상이하지만 역사나 철학의 경우에도 최고 수준에 달하는 시기가 대체로 늦다. 이마누엘 칸트의 경우에도 50대 후반~60대에 가장 중요한 저작물을 다수 집필했다. 미켈란젤로 또한 만년에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는 말을 남기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50년 전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피에타를 조각한다. 또한 시인, 극작가, 소설가들이 지난 500년 사이에 남긴 창작물을 보면, 작가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인지 복잡성이 증가한다.

기억력 또한 마찬가지다. ‘노인 건망증’이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쓰지만 사실 모든 나이대에 나타날 수 있는 흔한 현상이다. 연령차별주의의 은밀하고 대표적인 작동기제로 가시화되었을 뿐이다. 인간의 ‘기억’은 복잡하고 유연한 과정이다. 특정 연령대 이상의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개념으로 포장될 수 없다. 책에서는 어떤 종류의 기억력은 노년기에 오히려 더 좋아짐을 밝히며, 우리 안의 뿌리 깊은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하나씩 들추어내고 반박해낸다.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의 연령 인식에 대한 통념을 부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00년에 걸쳐 미국의 노인 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세대 간의 접촉은 꾸준히 감소했다. 세계에서 여러 세대를 가장 잘 통합하는 국가였던 미국은 이 기간 동안 연령 분리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되었다. 각 가구의 연령 구성은 단순해지고 있다. 1850년에는 미국 노인의 70%가 성인 자녀와 동거하고 11%는 배우자와 함께 살거나 혼자 살았다. 1990년에는 노인의 16%만이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70%는 배우자와 함께 살거나 혼자 살았다. 사실 인종 분리가 심각하던 지역은 이제 인종 분리만큼이나 연령 분리도 심각해졌다. 미국 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1991년에 영국의 어린이가 65세 이상인 사람 가까이에 살 확률은 15%였지만, 현재는 5%로 떨어졌다. 연령 분리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젊은 사람들을 나이 든 사람들로부터 떨어뜨리는 것이 유익하거나 자연스럽다는 그릇된 사회 인식이다.(p.202)

 


 

저자 : 베카 레비(Becca Levy)

 

노화심리학자. 예일대학교 공중보건 및 심리학과 교수이자 예일대 글로벌 보건 연구소 부교수이다. 저자는 대학 졸업 직후 정신병원 노인 병동에서 일하면서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곳에서 환자의 경과를 기록하는 일에 매료되어 노인 환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들이 받는 치료, 가족에 대한 감정 등 배후 사정을 꼼꼼히 알아가는 일에 몰두한다. 나아가 우리의 정신건강이 개인의 신체 상태 외에도 우리가 속한 문화 집단의 배경, 인간관계 등 다양하고 미묘한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과 노인의 뇌가 청년의 뇌 못지않은 회복력을 지녔다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그 후 독자적인 이론을 수립하면서 ‘연령 인식’이라는 사회 심리학적 요소가 우리의 신체 노화라는 생물학적 요소와 주고받는 영향을 연구하게 되었고 이 분야를 선도하는 노화심리학자로 성장한다. 이 책은 노화에 대한 우리 사회·문화의 집단적 고정관념이 가진 강력한 힘에 주목한 저자가 20여 년간 집대성한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물과 개인적인 경험담, 나아가 연령차별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또한 과학계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노화하는 뇌’에 대한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을 넘어, 생물학을 뛰어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노화 현상에 주목한다. 나아가 사회 심리학의 맥락에서 우리가 노화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의과 대학 및 사회 의학부에서 국립 노화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 상원에서 연령차별의 영향에 대해 초청 연설을 한 바 있으며, 미국 심리학 협회의 연구 업적상, 미국 노인학회에서 수여하는 리처드 칼리시 혁신 출판상 등을 수상했고 〈노화 심리학 핸드북〉의 부편집장, 〈노인학 저널〉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자 : 김효정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당신의 감정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상황의 심리학』, 『최고의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야생이 인생에 주는 서바이벌 지혜 75』,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등이 있고 계간지 『우먼카인드』와 『스켑틱』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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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유령 앤드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앤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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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복합된 세계라는 뜻으로, '확장가상세계'라고도 한다. '현실을 초월하여 만들어낸 세계',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계'라는 의미라고 두산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책 『메타버스의 유령』 출판사 측도 ‘가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에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된 합성어로,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는 사회, 경제, 교육, 문화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한 바와 같다. 이 용어는 1992년 발표된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 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에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주인공 피자배달원이 아바타로 구현되어 전사이자 영웅으로 활약하는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불렀다.

대표적 사례로는 블록으로 구성된 3D 가상세계에서 아바타가 된 개인들이 게임과 소통을 즐기는 게임 및 게임 제작·거래 플랫폼 '로블록스'와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딴 아바타를 만들어 사진 찍고 게임하며 소셜 네트워킹을 즐기는 네이버Z의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를 들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거운동·입학식·콘서트·전시회·팬미팅·강의 등이 열리기도 하고,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상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게임·아이템·콘텐츠 등을 개발·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어 수익활동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대한민국 대선에서 한 후보자가 메타버스를 이용,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내보내 선거운동에 활용했던 것을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가져올 신기술의 하나로 '메타버스'를 꼽고 있다. 발표 이후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갔으나 독자가 관련업계의 동향을 주목하지 않아 조금은 열기가 식은 듯하다고 느꼈는데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메타버스’는 여전히 대세라고 주장하며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타버스라는 신세계가 곧 닥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이 가상현실은 정말 유토피아일까? 이 소설 『메타버스의 유령』은 메타버스가 가져온다고 주장한 세상이 과연 인류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을까란 점에 주목하고 4명의 작가들이 엔솔로지 형식의 단편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출판사 측은 메타버스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간 최근의 현실을 돌아보면, 과연 그 가상현실은 유토피아이기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메타버스 속 세상에서도 금융 사기, 성범죄, 인격 살인, 사회 공학과 휴먼 해킹 같은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세금 포탈, 빈익빈 부익부 등 현실에서의 문제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이자 소설가 곽재식의 「메타 갑」은 과학산업부 산하 차세대그래픽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차세대 그래픽 엑스포’에서 시연할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외주 개발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직 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더 가깝다. 서로 단절된 채 인터넷 속 메타버스의 세계에만 맴도는 미래의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메타 갑」은 공공기관의 갑질에 대응하지 못하는 을의 황당하고 억울한 이야기를 그린다. 진흥원 박 부장은 계약서도 없는 간단한 부탁을 김 박사에게 한다. 김 박사는 이 일을 계기로 국가 지원 사업에서 유리한 입장을 구축하고자 그 부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초 부탁한 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질책만 받는다. 박 부장은 자신의 업적을 높이기 위한 일이고, 승진 후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리를 옮긴다. 후임자로부터도 오히려 '잘 하지도 못할 거 왜 한다고 했냐'며 질타를 당한다. 이용당한 것을 알게 되자 외주업자 김 박사는 살인을 생각한다.

 


 

김상균의 「시시포스와 포르」는 영화의 신 넘버처럼 채널 넘버가 붙어 있다. 두 개의 채널에서 소개되는 내용은 늑대에게 물어 뜯겨 죽는 모습의 사내와 폭격으로 죽어가는 한 남자와 자녀의 엄마 죽음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된다. 약이라고는 진통제 이외에는 투여된 것도 없이 다리가 잘린 채 죽어가는 아내를 부여안은 남자의 심정은···. 다시 시청자 신으로 바뀌며 안티고니아의 실체가 드러난다. 안티고니아는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교도소이다. 가공의 디지털 현실을 만들고, 그 속에 범죄자들을 가둔다. 핵심은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를 그대로 되돌려준다는 접근이다. 시청자들이 보고 있던 앞 장면들은 범죄자에 대한 가상공간에서의 처벌이다. 늑대에 물려 찢겨 죽은 사내는 국제적 장기밀매업자이다. 사람들을 납치해서 장기를 적출하고, 시체를 화학약품으로 녹여 하수도로 흘려 버리는 범죄를 수년 간 저질러 왔다. 늑대에게 물려 찢겨 죽어가는 고통이 수없이 반복되며 머릿속에 쌓여간다.(324번 채널) 359번 채널의 범죄자는 자신의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전쟁의 화염 속으로 몰아넣었던 전범이었다. 안티고니아에서 그는 수십 년간 이어지는 길고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으로 살아가야 했다. 전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 가는 슬픔, 모든 것이 파괴되는 고통, 그게 그의 삶 자체였다.

안티고니아에 수감된 죄수들에게는 일종의 마비제가 투여되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캡슐 형태의 장치에 갇힌 채 디지털 현실 속에서 죄의 대가를 치른다. 죄수들이 디지털 현실 속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실제 물리적 시간에 비해 열 배 정도 더디게 흘러간다. 1년 형을 선고받고, 안타고니아에 수감된 죄수는 자신이 그 속에서 10년 동안 벌을 받는다고 느끼는 셈이다. 소설 속에서 국민 대다수가 안타고니아를 열렬하게 지지했다고 한다. 독자의 입장도 마찬가지로 공감했다.

 


 

안타고니아의 효율성에 관한 대중의 지지는 나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듯 보인다. 특히 안타고니아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한 죄수들의 재범률은 일반 교도소에 있던 죄수들에 비해 확연하게 낮아졌다고 저자는 전하고 소설을 이끌어 간다. 출소한 죄수 대부분이 극도의 공포, 우울, 피로감에 짓눌려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형기가 끝나도 여전히 그들의 영혼은 안타고니아에 갇혀 있었다.(p.75~76)

이 소설은 범죄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처벌, 국가적 대응 등 모든 신을 번갈아가며 비춰준다. 이번 신에서에는 강지민이 재판정에 들어선다. 그는 신약 정보를 해킹해 공개함으로써 연구 개발자에게 1조 1,0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법률상 위배되는 일을 했고, 범정 심리 후 재판장에 의해 3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판정 방청객들이 항의하고 나선다. "저 사람이 없었으면 제 어머니는 이미 죽었습니다. 저 사람 대신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며 강력 항의한다. 재판장은 3년 형을 선고한 후 사직서를 쓴다. 마지막 장면엔 수사 형사와 포르(재판장 김 판사)가 통화한다. 포르는 사직서를 쓰고 자취를 감췄다가 마지막 신에 나타난다. 그리고 수사하는 박 형사에게 제안한다. "인간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을 인간이길 포기한 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 저는 그게 지금의 안타고니아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 손을 잡자는 제안이다. 독자들은 조금은 헛갈릴 듯하다. 가상공간이든 현실이든 똑같고, 오히려 더 악랄한 수단과 방법으로 처벌하고,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정책과 법률 제정에 가담한 입안자와 집행자들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자들은 누구나 박 형사와 같은 독백을 할 것이다. "혹시,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안티고니아가 아닐까···."

범죄는 날로 지능화 흉포화되는 현실에서 가상공간으로 가더라도 적절한 처벌은 없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저자의 바람일까. 소설을 읽고도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범죄 수법의 흉포해지면 처벌이 강화되고, 처벌이 강화되면 점점 지능화하고, 공직자들을 총동원해 잡아서 더 강한 처벌이 내려져도 범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법에 의한 엄격한 처벌이 범죄를 없앨 수 없다면...

 


 

이 소설의 저자 김상균은 〈작가의 말〉을 통해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행복하고 유토피아적인 삶으로 바꿔줄지에 대한 회의감을 말하고자 하는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우주는 먼지로 채워진 공간이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다. 그러니 인간도 먼지이다. 인간은 꿈을 꾸는 먼지이다. 우주를 넘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자 꿈꾼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인간을 만든다. 메타버스에서 공간은 무한대로 확장한다. 무한대의 공간은 인류의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먼지에서 시작한 인류는 메타버스를 통해 스스로 빅뱅한다. 그래서 그 먼지는 또 다른 우주가 된다. 당신은 먼지에서 시작해 우주가 된다."(p.129)

 

박서련의 「엑소더스」는 현실 세계에서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가상현실 게임 〈엑소더스™〉 속에서 노동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구질구질한 현생을 뒤엎을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 기회의 끝에서 당신이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소설의 소재는 〈엑소더스™〉이다. 독자는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잘 모른다. 아니 잘 몰라서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박서련도 독자들이 모두 이 게임 〈엑소더스™〉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추측해서일까? 친절하게 〈엑소더스™〉 게임의 개요를 소설 속에서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에 따르면 〈엑소더스™〉의 맵 형성 체계는 TDGB(3-Dimentional GO Board) 시스템으로 불린다. 거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히 '3차원 바둑판'이라는 의미고, 이것을 인식하면 복잡해 보이는 〈엑소더스™〉월드 구성의 논리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가로로 배치된 장소 축과 세로로 배치된 시간 축, 여기에 크게 지하, 지상, 천상, 우주로 분류되는 수직축이 서로 교차한다. 이렇게 해서 초기 200여 가지 테마 필드가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700여 가지가 넘는 테마 필드가 형성되었다. 가로축과 세로축과, 수직축 모두의 중앙 인근이 가장 현실 세계에 가깝다. 국가 및 도시를 테마로 해서 엑스포를 연상케 하는 중심부는 〈엑소더스™〉 초심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필드지만 가장 재미없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 게임에서는 인기를 얻은 영화, 애니메인션 등의 콘텐츠와 컬러버레이션 해서 만든 맵도 대부분은 가로축이나 세로축 중심부 인근에 분포되어 있다. 롯데리아나 서브웨이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엑소더스™〉와 컬러버레이션을 진행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들 브랜드가 하나의 너른 필드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이 무슨 말인가. 컬레버레이션 필드가 어떻게 배정되고 정확히 얼만의 너비가 주어지는지에 대해 일개 플레이어인 당신은 알지 못한다. 그저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 팬층이 두터울수록 면적이 넓어지겠거니 하는 것이 당신의 짐작이고 그 짐작은 〈엑소더스™〉 제작사의 실제 방침과 다르지 않다. 이 말은 돈에 의해 사회적 좌표가 찍히고 그곳의 일정한 면적이 할애된다는 말인데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다른 점이 없어보인다.

표국청의 「목소리와 캐치볼」은 ‘가이사(가상공간 이용 중 사망)’ 한 중학교 동창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저장되지 않은 정보를 ‘기억’하고 의지를 가지고 ‘질문’하는 초인공지능 ‘753’과 주인공은 과연 교감할 수 있을까? 2년째 취업준비생이라면 지금의 이야기와 같지 않은가? 미래는 친구 해준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가이사 사건이다. 식스플레이스는 솔라스 내의 하위 목소리 AI는 삭제한다. 미래는 753번 목소리가 준이라는 아바타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 단어 '캐치볼에 해준을 떠올린다. 753번을 만난 파장은 커지고 일생일대의 사건을 만든다. 저자는 청년 가이사 사건을 두고 시민들의 뒷말을 겸해 쓴다. "원래 인생은 슬픔이었어. 그냥 다른 슬픔이 하나 더 늘어난 거지."(p.199)

 


 

강 모 씨는 20대 후반의 취업 준비생이었습니다. 시체의 머리에는 정수리부터 코끝까지 쓰는 모양의 헤드기어가 쓰여 있었고 계정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강 모 씨는 죽기 직전까지 가상공간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강 모 씨는 78시간을 연속으로 가상공간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 강 모 씨의 죽음은 ‘가상공간 이용 중 사망’ 사례에 해당합니다.(p.197~198) - 「표국청_목소리와 캐치볼」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한때 4차 산업혁명 시대 현실 세계와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상상력이 동반된 깊은 생각들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는 물론 상상력의 공간을 확장해 준다.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메타버스가 우리가 아는 대로 유토피아만은 아닐 것이라는 추가 상상을 하기에 많은 영감을 준다. 디지털 세대이든, 아날로그 세대이든 이 소설들은 읽는 재미, 그리고 독자들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저자 : 곽재식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 다수의 논픽션을 집필했다. 또한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의 도시 탐구』, 『곽재식의 고전 유람』,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입담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저자 : 김상균

인지과학, 교육공학, 산업공학, 로보틱스 등을 탐구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 주제는 인간의 마음이다. 재미와 피드백을 활용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이미피케이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창조하는 메타버스를 연구한다. 삼성, 현대, LG, SK,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갤럭시코퍼레이션, 게임문화재단, 롯데정보통신, CJ나눔재단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2: 10년 후 미래를 먼저 보다』, 『게임 인류』, 『브레인 투어』, 『기억 거래소』 등이 있다.

 

저자 : 박서련

1989년 음력 칠석에 철원에서 태어났다.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짧은 소설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에세이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저자 : 표국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2020년 메가박스플러스엠x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공모전에서 단편소설 「피클(Fickle)」로 수상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뉴 러브』 등 앤솔로지에 참여했고 『올-라운드 문예지 TOYBOX VOL.7: 오 버랩 - 종이와 스크린』에 단편소설 「위로하는 칼」을 실었다.드라마, 영화 시나리오와 소설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 한다. 최근작 : <메타버스의 유령>,<이달의 장르소설 1>,<올-라운드 문예지 토이박스 Vol.7 : 오버랩 - 종이와 스크린> 등.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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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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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나이 어린 여성들이 한국전쟁에서 켈로부대 첩보원으로 활동한 내용을 모티프로 삼았다. 그들의 삶의 의지와 활약상을 ‘래빗(토끼)‘으로 형상화해 생생하게 되살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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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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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되면 군인들이 가장 많이 죽는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는 민간인, 그중에서도 어린이나 노약자가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도 있다. 어떤 게 사실인지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현대전은 '전쟁은 곧 죽음'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무기의 발달로 최첨단 무기까지 동원되는 현대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항공 폭격, 심지어 무인 드론까지 후방에 폭격을 가할 수 있으니 위험 지역이 따로 없다는 것이 실감난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뉴스를 통해 볼 때 그 생각은 더욱 강력하게 전쟁은 예방 이외의 답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 나지 않도록 최선의 방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가 치른 가장 최근의 전쟁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희생자는 군인이었다는 전후 통계에서 보여주고 있다.

현대전이야 전후방이 따로 없다지만 그때만 해도 군인들이 밀고 밀리는 전선에서 가장 많이 희생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 『래빗』을 읽어보면 가장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는 후방의 사람들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는 없다. 이 책은 한국전쟁 때 실존했던 소녀 첩보원을 모티프로 한 소설 작품이다.

1950년 여름, 전쟁이 났다는 말은 듣고 있었지만 주인공 홍주는 아직 어린 소녀로서 전쟁이 실감나지 않는다. 더욱이 워낙 산골이어서인지 군인들이 왔다가지도 않았고, 흔한 총소리나 폭격도 겪어보지 못했으니 말로만 들었지 아직 전쟁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순박할 시골 소녀였다. 여느 때처럼 약초를 캐러 산을 헤매다 운 좋게 산삼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마을로 되돌아오다 말로만 듣던 은빛 비행기의 폭격을 목격하면서 홍주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폭격으로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은 홍주는 살고자 하는 의지마저 잃고 군부대에 자원한다. 작전에 나간 열 명 중 아홉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켈로 부대 소속 소녀 첩보원 ‘래빗’이 된다.

 


 

'켈로 부대'는 독자로서는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한국전쟁 때 활약했던 유명한 부대 이름이다.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켈로 부대는 어렸을 때 만화 등을 통해 자주 들어왔던 부대 이름이었다. 나중에 TV를 통해 확인도 했지만 이 작품에서 등장하기에 전후 세대인 독자가 전쟁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다시 백과사전을 통해 보충 지식을 더했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켈로 부대'는 1949년 미국 극동군사령부 직할로 조직된 비정규전 부대이다. 한국전쟁 중에 첩보 수집 및 후방 교란 등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다가 1954년 해체되었으며, 오늘날 특전사의 모체가 되었다.

미국 극동군사령부가 직할한 '주한 연락처(Korea Liaison Offi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명칭이며, KLO의 한국어 발음을 따서 '켈로 부대'라고도 한다. 1949년 창설 후 6·25전쟁 중이던 1951년 9월 제8240부대로 알려진 주한국제연합유격군(United Nations Partisan Infantry Korea; UNPIK)에 편입되었다. 제8240부대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인 1953년 8월 대한민국 육군본부 산하의 제8250부대로 재편되었다가, 1954년 3월 육군에 분산 편입됨으로써 완전히 해체되었다. 군대에 잔류한 일부 대원들을 주축으로 하여 1958년 제1전투단(제7725부대)가 창설된 뒤 제1전투단은 1959년 제1공수특전단으로 개칭되었으며, 1969년 제1공수특전단과 제1·제2 유격여단이 통합되어 특수전사령부(특전사)가 창설되었다.

KLO부대는 고트(Goat)·선(Sun)·위스키(Whiskey)·이글(Eagle)·불도그(Bulldog)·리바이벌(Revival)·파인애플(Pineapple) 등 10여 개의 독립된 지대로 구성되었다. 부대원들은 창설 당시에는 북한 출신들로 채워졌으나 한국전쟁 중에 사망자와 실종자가 늘어가자 남한 출신도 모집하였으며, 전체 대원 가운데 약 20%는 여성이었다. 이들은 군번도 계급도 없는 비정규군으로서 적진에 침투하여 첩보 수집 및 후방 교란, 방해 공작, 양민 구출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KLO 부대원들은 어민으로 가장하여 북한군이 도처에 설치한 기뢰를 찾아내는 동시에 연합군 군함이 무사히 인천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바다의 상태와 항로의 수심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작전 개시를 몇 시간 앞둔 9월 14일 밤에 고트 지대장 최규봉을 포함한 한국측 3명과 미군측 3명의 특공조가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팔미도 등대를 탈환하여 디데이(d-day)인 9월 15일에 등대불을 밝힘으로써 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전공을 세웠다. 인천상륙작전 때 이들의 활약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보여준 대로 중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함으로써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기여했다.

이 책 『래빗』은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역사의 비극을 배경으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녀 첩보원 ‘래빗’을 다룬다. 당연한 보호 대상이기에 오히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첩보원이 되었고, 첩보원이었기에 전쟁이 끝난 뒤에는 그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소녀들이다. 하지만 저자 고혜원이 그려내는 이들의 삶은 비극으로 가득 차 있지만은 않다. 전쟁 중에도 생명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연인들은 미래를 약속하듯, 죽음과 상실이 만연한 곳에서 래빗들은 미제 초콜릿을 나누어 먹고, 고향 이야기를 꽃피우고, 살아 돌아온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생의 의지를 불태운다.

주인공 홍주는 '독한 년'이라 불리며 가장 오래 살아남지만, 돌아온 것은 '변절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전쟁이 가녀린 소녀가 삶을 이어가는 데 일찍 깨달음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의심을 뒤로 하고 떳떳함을 증명하기 위해 작전지로 향한 홍주는 또 다른 래빗 유경과 만나 친구가 된다. 자신의 의지로 입대했다는 유경과 있으면서 홍주는 처음으로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을 생각한다. 이 무렵 두 사람이 있는 작전지로 아군의 폭격이 예정되어 있다는 첩보가 들려온다.

 


 

이 소설 『래빗』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작전을 펼쳤던 첩보원 ‘래빗’들의 활동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적에게 의심받지 않는 효율적인 정보원이 필요해 시작된 작전명, 래빗. ‘전쟁 승리’라는 국운을 건 중대한 사명 아래 힘없는 개개인의 운명은 손쉽게 스러지고 묻힌다. 무기는 피아를 가리지 않으므로, 아군의 지뢰, 미사일, 총칼에 희생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심지어 첩보원인 래빗은 작전 중에 적군에게 회유되어 변절하지는 않았는지 늘 아군의 의심을 견뎌야 한다. 적군의 총칼 앞에서 살아 돌아와도 아군의 의심을 피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존재다. 첩보 부대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래빗들은 철두철미하게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인간성과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죽이는 게 당연해진 상황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고, 비겁하고 비정한 마음에 전쟁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꼿꼿한 마음이 귀해서 더 빛난다. 더욱이 총상을 입은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돌아오는 강인한 생명력도 지니고 있다.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해 온 고혜원 작가는 뛰어난 캐릭터 설정과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한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는 듯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갓 스물이 된 두 명의 여성 첩보원, 홍주와 유경이 이 소설을 이끌어 간다. 홍주는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살고 싶지 않았기에 고향을 떠나 첩보 부대에 입대했다. 또 다른 래빗, 유경은 첩보원 활동을 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거래에 응했다. 또,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유경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3년 후, 홍주와 유경은 적군 점령지에서 마주친다. 우연히 두 사람 다 래빗이라는 걸 알게 되어 함께 지내면서, 전쟁이 시작되고는 처음으로 사귄 벗이 된다. 홍주는 유경 덕분에 전쟁이 끝난 뒤의 미래를 꿈꾸고, 유경은 홍주 앞에서 〈옥중화〉 연극을 선보이며 배우라는 제 꿈을 펼쳐 보인다. 그렇게 유경의 꿈과 미래는 잃어버린 과거를 붙잡고 있던 홍주에게로 전해진다.

 


 

첩보 부대 켈로(KLO)에서 적진으로 향한 래빗들은 열에 아홉이 죽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죽음은 특별하지 않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홍주는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해 캐비닛에 바를 정(正) 자를 새겨 그 숫자를 기억한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동료들의 빈자리를 보며 홍주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죽고 싶어서 왔는데, 아군으로부터 변절을 의심받으면서도 왜 나는 필사적으로 살아남고 있나.’ 자기모순에 갇힌 홍주에게,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라는 유경의 말은 이렇게 들리지 않았을까.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으려는 데는 이유가 없으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언제나 앞을 보고 걷는 유경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제자리걸음 중이던 홍주의 손을 이끈다.

 

“이 전쟁이 곧 끝나면 너는 뭘 하고 싶어? 나는 무대에 설 거라고 이미 말했잖아.”

“……모르겠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럼 이제부터 상상하고 생각해. 전쟁이 끝나면 너는 무엇을 할지.”(p.178)

 

소설 속에서 래빗들이 켈로 부대에 들어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막 해방된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또 누군가는 소중한 것을 앗아간 적군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원하여 입대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져 가고, 래빗들은 저마다 생존의 이유를 찾는다.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든 게 망가지고 소실된 전쟁터. 하지만 보도블록 깔린 길에서도 틈새를 비집고 새싹이 피어나듯, 래빗들은 미제 초콜릿을 나누고, 공기놀이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폭격으로 공포에 질린 동료를 감싸 안아준다. 이렇듯 작가는 가볍지도, 너무 비장하지도 않게 래빗들의 삶을 올곧고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이 소설 작품은 2022 제2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6.25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활동했던 소녀 첩보원들의 삶을 생생하고 감동적이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대상을 수상했다. 전년에 이어 올해도 심사를 맡은 이미예 작가는 “흰토끼가 시각적으로 첩보원 소녀들과 맞아떨어지면서 이야기의 고유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됐고, 모든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생생한 영상화가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어서 대상으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저자 고혜원은 책 뒷 부분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한국전쟁 뒤에 사라진 이야기들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중략) 전쟁 중이기에 모든 것들이 쉽게 사라지던 시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대여서 잃어버린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시대를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제 마음은 미래를 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저자 : 고혜원

 

벚꽃이 만발한 봄에 태어났다. 서로의 온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2019년 〈경희〉가 한경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서 당선되었다. 2022년 제1회 KT스튜디오지니 시리즈 공모전에서 〈연화〉로 우수상을, 제2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장편소설 《래빗》으로 대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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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삶이 된다 - 지치지 않고 꿈을 실현한 청년의사 폴 파머 이야기
트레이시 키더 지음, 서유라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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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게, 꺾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기를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히 롤 모델의 역할을 할 것이며, 청년 의사로서 ‘21세기 슈바이처‘로 불리까지의 한 의사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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