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격차의 해소 격차의 해소 시리즈 2
알렉스 퀴글리 지음, 김진희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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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어휘 격차의 해소』를 선택한 이유는 표제어가 지칭하는 '어휘력' 때문이다. 독자가 최근 이 책 저 책을 읽으며 '어휘력 부족'을 느꼈다. 요즘 한참 대두되는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휘력 부족 탓인가 해서다. 이 책의 표제어처럼 '어휘 격차'를 줄이거나, 독자 자신의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 책에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저자 알렉스 퀴글리는 15년 이상의 영어 교사와 학교장의 경력을 갖고, 지금은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에서 교사들의 연구 자료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추천을 하는 분들의 면면과 추천사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영어를 연구하고 영향력 있는 귿을 많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제프 바톤 영국 학교 및 대학 지도자 협회 사무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수년 동안 문해력에 전념하면서 문해력 발달에 단어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우리는 어휘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고, 자신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며, 자신감·통찰력·직관력을 갖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빈부 격차의 해소와 사회적 이동성 문제의 해결은 단어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며 이 책의 탁월한 제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케이트 네이션 실험 심리학 교수는 "알렉스 퀴글리는 교실 관찰 사례와 학문적 연구 성과를 전문적으로 엮어내어 단어 빈곤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 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한국어임을 감안해 역자 김진희가 〈역자 서문〉을 썼다. 역자에 따르면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들은 저마다의 감정과 사유를 동반한다. 언어로 담는 감정과 사유는 경험하는 순간 그것에 적확한 단어로 나타내지 못하면 간직하지 못하고 이내 소멸되고 만다. (···) 어떤 사람의 말과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한국인인 독자는 역자 서문에서 독자가 목적하는 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갖 이미지와 영상이 범람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역자는 전제한다. 이로 인해 읽고 쓰는 양은 많아졌고 정보의 편의성과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을 찾는 일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역자는 지적한다. 최근 언론에서 청소년이 '심심한 사과'. '사흘' 등의 단어를 모르는 심각성에 대해 수차례 보도한 사실을 적시하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일찍이 학생의 어휘력 저하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는 반응이라는 말을 꺼낸다. 교과서의 등장하는 어휘의 상당수를 이해하지 못하여 교과서를 읽지 못하고 학업 실패를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안타까운 교실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는 더 이상 촌극으로 넘길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학생의 어휘력 부족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부진과 직결되며, 유감스럽게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학생의 어휘력 문제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되며, 이제 교육적인 개입과 노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역자는 판단하고 있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이 책이 저자 알렉스 퀴글리가 교실 속 문해력 격차에 대한 문제 의식 속에 펴낸 것이라고 밝히는 이유가 되는 명언이다. 독자가 어휘력 부족을 느낀 점과 이 책이 집필된 이유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어휘 격차의 해소: 문제점과 해결책」, 2장 「교사라면 누구나 읽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3장 「단어란 과연 무엇인가? 당신의 뿌리를 아는 것이다」, 4장 「학술 어휘란 무엇인가?」, 5장 「어휘력과 ‘학문 문해력’의 개발」, 6장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7장 「어휘 격차의 해소를 위한 실천 전략」, 8장 '어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총체적 학교 전략'인 「다음 단계」 등이다. 이어 〈부록〉으로 「라틴어 차용어 또는 라틴어 공통 어근이 있는 영어 단어 목록」, 「인체, 사람, 집단과 관련된 라틴어 어근」,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영어 단어 100개」, 「에이브릴 콕스헤드(Avril Coxhead)의 ‘학술 단어 목록’ 총 570개」를 덧붙였다.

 


 

저자는 "당신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가?"란 단어로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한다. 저으기 당황스럽다. 책을 몇 권 읽었느냐?란 질문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당혹감이 든다. 한 번도 헤아려본 적도 없고 헤아려보려 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은 언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사고를 확장하며 서로 소통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휘는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빈곤층일수록 어휘 지식의 결핍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있었다고 말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풍부한 단어는 삶의 지위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모든 아이들이 어휘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의 성패를 결정짓는 학생 간 어휘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이 책은 그 탐구의 결실로서, 교실 속 학생들이 겪는 어휘 격차 문제를 조명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첫 질문에 당황했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사전의 단어 수가 몇 개나 들어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일일이 세어서 확인할 수 없으니 우연히 읽은 책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때가 생각난다. 우리말 사용과 한자어 사용 등에 관한 책이었다. 그 책에서 우리말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40만 개쯤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가운데 약 "70%에 가까운 단어가 한자어이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어떤 사전이냐에 따라 어휘 수가 결정되겠지만 우리말사전이란 표현으로 봐서 '대사전'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알렉스 퀴글리는 영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 수를 밝힌다. 100만 개를 넘는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사전 기준인지는 저자가 밝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단어는 문명이 발전될수록, 사용연도가 길어질수록 많아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가능한 수치라는 느낌이 든다. 단어의 총 개수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수와 우리가 아는,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아닐까? 독자의 생각에 답하듯이 저자 역시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교사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인을 포함한 숫자로 독자는 파악함)가 보유한 평균적인 어휘가 대략 5만에서 6만 개의 단어라면 놀라울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 능력은 학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교실 안에는 ‘단어 빈곤’ 학생과 ‘단어 부자’ 학생이 공존한다고 밝힌다. 이 책은 1장 「어휘 격차의 해소: 문제점과 해결책」에서 어휘 격차를 지닌 학생들의 어휘 개발을 위해 노력한 교사의 실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모든 교사에게 유용한 학습 도구, 교육용 자원, 교실 활동 등을 총망라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제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어휘 교육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지식들을 전하고 있다. 단어의 어원, 용법, 역사, 맞춤법 등에 대한 이론을 소개한 뒤 실천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대부분의 어휘 학습이 학교 밖에서 우연히 그리고 은연중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한다. 어휘력은 무의식적이고 잠재적으로 발달 능력이라는 점에서 아동의 신체적 발달과 닮아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교사는 아동의 어휘력 발달을 위한 노력에 가치를 두는 것만으로도 교실에 존재하는 어휘 격차를 해소하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E. D. 허쉬의 『단어 부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인용한다. "어휘량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능력뿐만 아니라 과학·역사·예술 등의 일반 지식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교육적 성과 및 역량을 보여주는 간편한 척도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70년부터 3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한 '영국의 한 코호트 연구'에서 다양한 사회 집단에 속한 5세 아동 수천 명의 어휘 능력을 비교 분석한 내용을 설명해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한적인 어휘력 수준의 5세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독해 부진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고, 실직자가 될 확률 또한 높으며 심지어는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까지 겪을 것으로 예측하였다.(p.26)

 


 

2장 「교사라면 누구나 읽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효과적인 읽기 교육을 위한 5대 요소'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00년 미국에서 독서 전문가 위원회가 효과적인 읽기 교육을 위해 가용 자료를 통해 고안한 것이다. 이 고안은 오늘날까지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고 유익한 교육용 모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① 음소 인식 ② 파닉스 ③ 유창성 ④ 어휘 ⑤ 이해 등이다. 설명에 따르면 음소 인식은 말소리를 '알파벳 원리'로 번역하여 특정한 소리(음소)를 문자(자소)에 대응시키는 능력으로 읽기의 기반이 된다. 파닉스는 다양한 소리와 문자의 관계와 까다로운 변형을 통해 소리와 문자가 서로 어떻게 대응되는지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언어지도법이다. 파닉스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 조기 읽기 능력을 개발하는 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으로 유창성이다. 아이들은 단어와 의미 사이의 '빠른 연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짧은 순간에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개 학교에서 접하는 난해한 학술 어휘를 짧은 시간에 인지하려면 수많은 반복적인 노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어휘에 대한 설명도 있다. 읽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해력, 즉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일부 아이들은 능숙하게 해독하지만 특수한 어휘 지식이 부족하고 글의 배경지식에 있어 상당한 공백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례로 아동은 'cracking(균열)'이라는 단어를 해독하고 일반적인 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화학에서의 'cracking(분해)'이라는 단어는 매우 특수한 의미(큰 탄화수소가 작은 탄화수소로 분해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면 심층적인 어휘 지식이 더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숙련된 독자들-비과학자-도 이 정도의 깊이 있는 단어 지식은 모를 수도 있다. 이에 '명시적인 지도법'으로 난해한 학술 어휘를 배우면 그 어휘의 복잡한 의미를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글 이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어휘 지식은 뛰어난 독해력의 핵심이며 동시에 이해력은 어휘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읽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의 이해라는 것이다. 글의 이해를 위해서는 또 하나, 어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장에서 독자의 눈을 가장 끌었던 부분은 '유능한 독자는 어떻게 읽는가?'이다. 저자는 읽기는 매우 복잡한 행위이므로 잘못된 방향으로 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만일 '5대 요소' 중 하나라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아이는 자신이 읽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동적인 교실 안에서는 단어 지식과 배경지식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며, 그 격차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휘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유능한 독자의 습관적 행위부터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독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여서 여기에 적는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붙였음)

① 단어를 유창하게 해독하고, 의미를 신속하게 대응시키며, 배경지식과 연결한다.

② 폭넓고 깊은 어휘 지식을 가지고 있다.

③ 글 이해하기 위해 방대한 배경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④ 빠르고 정확하며 적절한 표현으로 읽는다.

⑤ 더 많은 노력과 끈기를 갖고 오래도록 읽는다.

⑥ 책을 많이 읽고 어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단어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더 많은 배경지식을 얻는다.

⑦ 글 구조에 대한 견고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제목처럼 글 구조를 드러내는 특징을 찾아 지식을 기억하기 쉽게 도식화하여 정리한다.

⑧ 예측이나 요약과 같은 이해 전략을 자동으로 활용한다.

⑨ 끊임없이 자신의 이해 과정을 점검하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한다.

 

저자 : 알렉스 퀴글리(Alex Quigley)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직 영어 교사이자 학교장으로, 현재는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교육기금협회)에서 교사들의 연구 자료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트위터(@HuntingEnglish)와 블로그(www.theconfidentteacher.com)에서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어휘 격차의 해소(Closing the Vocabulary Gap)』, 『자신감 있는 교사(The Confident Teacher)』 등이 있다.

 

역자 : 김진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 박사).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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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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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는 저자 이정영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설픔보다는 원숙하고 농익은 감성이 돋보인다. 첫 번째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입혀 주제를 이끌어내는 솜씨가 탁월한다. 저자는 책을 처음 펴냈지만 이미 인스타에서는 검증된 작가라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처럼 '계절'에 집중해 왔다. 우리 삶이 이어지듯 계절은 순환한다. 우리 삶과 계절이 불가분의 관계인 것처럼 우주의 섭리로서 생각한다면 한 가지다. 이 에세이 속의 모든 이야기는 ‘계절’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다. 책 한 권을 '계절'로 채우기는 벅찰 것 같은데 저자는 아무렇지 않게 써냈다. 그것도 글쓰기에 대한 꾸준함과 탁월한 솜씨는 삶과 계절처럼 넓은 의미에서 보면 한 가지다. 문학과 감성이 그렇듯이. 요즘 문학, 특히 소설에서는 판타지나 SF가 대세라고 한다. 큰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는 늘 판타지 소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학의 세계적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독자는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 SF시대가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아날로그 감성에 훨씬 매력을 느끼고, 여유와 그리움이 묻어 있는 글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자의 취향을 한껏 맞춰 높여준다. 저자는 「그리움이 소생하는 계절」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성격을 밝힌다. "사람의 성격은 자신이 태어났을 시기의 계절과 닮았다는 말이 있다. (···) 포근한 기류 속에서 소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세상에 기를 펴는 데 한창인 4월. 따스한 봄의 성정을 물려받은 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어 "생명은 우리가 살아온 삶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나는 그것을 다른 언어로 그리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움은 마치 기억 속에 잔존하는 대상을 여전히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주고, 내 마음속 한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과도 같게끔 느껴진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외향적 스타일의 사람은 아닌 듯하다. 앞서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고, 어떤 일을 앞장서서 좌중을 리드하는 것도 본래의 성격에 없는 듯하다.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대개 그렇듯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몰입하거나 집중하는 데는 대단한 열정을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의 판단을 해보지 않아도 저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다라는 추측은 쉽다. 그의 글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나 문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솔직한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은유나 강렬한 대조보다는 서서히 시간을 두고 모습을 드러내고, 오랜 시간 들여 갈고 다듬는 자연을 닮아서일까? 누군가 저자에게 흙 내음이 베인 토마토의 겉껍질 같은 향이 난다고 말한 적이 있나 보다. 누구나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고, 누구나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에 대한 비유는 분명 칭찬하는 말일 듯하다. 듣는 이로 부끄러웠다고 하니까. 그 지인이 "옛정이 떠오르는 따스함"이라고 했단다. 그 말을 전하면서 정답게 지내던 한때의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저자는 적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상한 게 아니고 그리운 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사실 이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저자는 "여유를 잃어가는 세상 속에서도 타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완벽히 이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이타적이기를 늘 노력하지만), 따뜻함을 지향하며 그가 지닌 온기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성격과 계절이 닮았다고 하는 말에 설득력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인스타그램에서 계절을 향한 자신의 시선과 진솔한 감정을 기록해 오면서 인기를 한몸에 받은 것 같다. 독자로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가라서 그의 인스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 에세이에 쓰인 그의 글이 인스타에서도 쓰인 소재나 주제가 거의 같을 것이란 생각에서 감히 그의 인스타 팬들은 계절의 감성과 그리움의 향수를 좋아하는 팬들일 것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이 책은 저자가 좋아하는 '계절'에 따라 나뉘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우리가 말하는 순서는 의미가 없다. 순환하는 것이니 먼저나 나중이 없이 일정한 주기를 갖고 영원히 순환한다. 그 중의 우리 삶 속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사계절'이다. 어떤 계절이 맨 먼저 나오느냐는 따질 필요도 없다. 책이니까 맨 처음 나오는 장(章)이 있고 마지막에 나오는 장이 있을 뿐이다. 할 수 없이 '첫 번째 계절', '두 번째 계절' 식으로 나누었을 뿐이다. 첫 번째 계절에 나오는 「마른 잎에 마음을 담은 하루」란 제목을 보고서야 가을이라는 계절을 짐작한다. '마른 잎' 때문이다. 이때의 마른 잎은 '가을'의 은유가 될 수 있다. 사실 마른 잎은 그 자체의 뉘앙스가 낙엽이 되고, 겨울에 접어드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글 「망원동」은 서울의 한 동네 이름이다. 아마 저자가 사는 동네일 듯하다. 그 마을에 이모와 함께 산다. 김장 김치와 감자탕을 나눠 주시던 ‘망원동’ 이모님, 그걸 받기만 하자니 머쓱하여 고등어 몇 마리와 함께 귀가하던 지난 겨울날. 이 에세이 첫 번째 글은 "2021년 10월 17일. 달력에 '이사하는 날'이라고 적혀 있다. 생각해 보니 망원동으로 이사를 온 지도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낡고 오래된 건물, 그 옥상 한가운데 놓인 작은 옥탑방." 무심한 듯 적어내려 가며 독자들에게 집의 현황과 저자의 현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어나는 사건도 없다. 그저 이모의 도움으로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 주고 김장을 담그면 김치 몇 포기 건네 주기도 하는 소소한 생활의 정이 담긴 이야기다. 감사에 보답하려고 고등어 몇 마리 사서 드리니 옛날 이모들이 그렇듯 "다음부터 이런 거 사들고 오지 말라"며 등짝 몇 대 때린다.

이처럼 저자는 뭐든 지나간 시절들이 좋았다. 현재를 깊이 있게 보내며 어제의 순간들을 흐뭇하게 회상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느 날과 같이 오늘도 낡아 가는 정취가 가득한 이곳에서 소박한 온정을 베푸는 일을 선물처럼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풍족하진 못하더라도 풍부하게 채워진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이면 누가 뭐래도 '낙엽'이 상징성을 띤다. 낙엽은 나뭇가지에 붙어 봄과 여름 내내 인간에게는 그림자를 드리워 시원함을 선물하고 나무에게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 할일을 다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마지막 온힘을 다해 자신을 한껏 칭찬하듯 붉은색, 노란색 등 단풍으로 치장한다. 그것은 인간에게 가을에 받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때쯤이면 해가 저물면서 이른 추위가 찾아온다. 저자는 두꺼워져 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집에 혼자 있을 겨울이가 떠오른다. 저자는 잡다한 생각을 이만 집어넣기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되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퇴근 시간이라 승객들로 북적이는 이 작은 공간 한가운데서 손잡이 하나를 붙잡고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남아 있던 빛마저도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도로 위해 즐비한 자동차들은 이리저리 움직이질 못하는데 가을 하늘을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내일을 맞이하려 한다. 고양이의 하루도 이런 느낌으로 흘러가려나. 녀석은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현관문을 열고 돌아가면 평소처럼 왜 이제 돌아왔냐는 잔소리를 건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이는 고양이다.

누구에게나 일상이듯 차분한 분위기에 저자의 마음을 따라나서기 쉽다. 그렇게 따라나선 길에서 우리는 따듯한 햇살에 미소가 스르륵 번지기도 하고, 어떤 날의 공허한 공기에 헛헛함을 느끼기도 한다. 계절을 보내다 보면, 오늘의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분위기와 풍경을 두 눈에 담으려 노력하는 사람도 보이고, 지나간 계절을 향해 내뱉는 아쉬운 탄성도 이따금 들린다. 하나의 계절이 홀연히 모습을 감춰도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이 계절이 끝없이 돌고 돌아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이 오늘의 만남과 작별이 있기에 내일의 기대와 함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나간 하루에 대한 아쉬움 대신 지금의 이 계절의 움직임을 오롯이 담아 저마다의 계절이 전하는 고요하고도 덤덤한 위로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읽힌다.

 


 

덧붙여 '가랑눈'이 내리는 날 밤, 저자의 단상(斷想)을 하나 소개한다. 가지에서부터 멀어지며 흩날리던 그 작은 눈송이가 뺨에 닿자 곧바로 녹아 흘러내린다. 눈송이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계절의 끝과 시작이 공존한 터라 추위는 많이 사그라들었음을 느끼는 날 밤이다. 어쩌면 그때 바라본 눈이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일 수도 있겠지 싶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이전보단 많아졌다는 걸 체감한다.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대던 날들 속의 고통스러운 감촉도 이제는 적당히 무뎌졌다. 겨울이 지나간다. 머지않아 꽃이 개화하겠고, 거리에는 봄의 생기를 잔뜩 머금은 새 생명이 피어오를 것 같다. 나는 또 어떤 새로운 마음을 품어 보게 될까. 겨울을 가장 아끼는 만큼 보내 주는 데에도 아쉬움이 크지만, 새롭게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위해선 또 한 번의 계절을 맞이하는 게 옳은 거라 여기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머물러 있기보다 나아가는 방식을 좋아해 왔다. 배움을 토대로 살아가는 삶은 늘 내게 원동이었으니, 앞으로도 언제든지 그러한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려 한다. 항상 새해가 밝으면 친구들과 올해도 열심히 해 보자는 말을 해 오곤 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거다. 모두가 한때와 같이 가까운 거리에서 지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라도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유대가 돈독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얼마든지 내 할 일에 묵묵히 집중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새롭게 주어지는 사계를 또다시 용기 있게 관통해 나갈 것이다."

누군가 내게 무엇에서 위로를 얻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람에게서 얻는다고 대답하려 한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절대로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지만, 그 생각이 앞으로도 변함없으면 좋겠다. 생을 다할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p.115~116)

 


 

저자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대해 먼저 나서서 이끌고 해내기보다는, 그 이면에서 티 나지 않게 활약하는 걸 선호했다고 봄의 길목에서 다시 한 번 고백한다. 큰일을 하거나 주목을 받는 데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는 말도 한다. 대신 작을 일들에 초첨을 두고 고요함 등에 귀를 기울이는 건 한결같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름 없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하던 것. 그것은 저자가 유년부터 지금까지 키위 혼 다정한 꿈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마니또'를 좋아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누군가의 주변을 알 듯 말 듯 맴돌며 언제나 지켜보고 도울 수 있다는 게 저자에게는 즐거움이었던 듯하다. 사물함 속에 몰래 간식거리들을 넣어 주거나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미리 챙겨 주기도 했다고 한다. 가끔은 덕분에 즐거웠고, 내일 또 만나자는 말을 편지지 대신 알림장에 적어 두고는 그 페이지를 찢어서 가방 속에 몰래 넣기도 했었다. 저자의 선한 성격,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 나온다.

성격이란 게 한 번 굳어지면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저자는 오늘까지도 조금 먼발치에서 누군가를 챙겨 주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때처럼 한 사람만을 위해 몰래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미숙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챙기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모두가 잘사는 것의 정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정답이라고 믿는 구석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굳게 믿고 있다.

 

저자 : 이정영

 

남들보다 잊는 속도가 빠른 사람. 그래서 그날의 세세한 감정과 시선을 기록하는 사람.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지만 곧 다가올 내일의 감정을 기대하는 사람.

앞으로도 많은 것을 품고 흘려보내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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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 『눈이 부신 날』에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 있다. 표제어는 다른 소설집이 그렇듯이 책 속의 한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눈이 부신 날'. 눈이 부신 날은 대개 우리 삶에서 예상치 못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 날을 표현할 때 자주 쓴다. 이 소설집은 저자 김혜정의 첫 번째 작품집이라고 한다. 기획해서 쓴 것으로 읽힌다. 아홉 편의 작품 모두에서 눈 부신 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눈 부신 날은 한두 번쯤 일어나는 게 보통 아닐까? 이 말은 더 생각해 보면 누구든지 자신에게 눈 부신 날은 한두 번쯤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만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눈이 부신 날이라 기억할지, 아니면 평범한 일상의 하루로 기억할지 다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눈이 부신 날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앞날이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할 것이란 예견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그리고 사모하던 이성과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든지, 자신이 하는 일의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다든지이다. 더러는 복권 당첨날을 눈 부신 날로 기억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일어나면 눈 부신 날로 기억하기 알맞을 것이다.

표제어로 쓰인 작품 「눈이 부신 날」에는 배우가 되기를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지혜'(예명: 성이린)가 4년 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유명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게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함께 성장한 남자 규호의 끊임없는 독려와 우정이 있었다. 규호는 이 소설의 화자(話者)이자 성이린 배우의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운 무대 설치업체 엔지니어다. 그는 영화배우 시상식 무대의 설치 작업을 하면서 성이린과의 과거를 추억한다. 그의 기억 속의 지혜는 아름다운 친구로서, 사랑하는 연인이 되기를 꿈꿔왔다. 마침내 성이린의 영화 〈눈이 부신 날〉에서 신인상을 받는 날까지 무대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나타나지 않는다. 성이린이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도와준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덧붙이는 마지막 인삿말이 규호에게 '눈이 부신 날'이 된다. "그리고···. 지금의 배우 성이린이 아닌, 오랜 시절 아무것도 아니었던 '박지혜'를 믿어준 그 친구에게도 지금의 감동을 전해주고 싶습니다."(p.113)

 

 

이 책에는 오늘의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훤해진 정수리를 보고 대머리가 될까 걱정하던 새신랑 정훈(「뿔」), 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업 전쟁을 치르느라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선아 (「아티스트」), 바람이 난 남자친구랑 6년 연애를 뒤로한 채 파혼한 가은(「옳고 편안하게」), 무대 뒤에서 일하는 무대 설치 기사 규호(「눈이 부신 날」), 5년 만에 뇌종양 재발 판정을 받은 누리(「1%의 로봇」), 두통을 달고 사는, 식품회사 소비자 상담실 전화상담원 민아(「사랑한다는 말」), 남자친구의 친구들로부터 귀머거리라고 차별받던 청각 장애인(「내가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이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주위이고, 그들은 곧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눈이 부신 날』의 소설 아홉 편은 각기 다른 색깔로, 완곡하게 때로는 그 누구보다 파격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세상의 냉소와 질타에 괜스레 쪼그라들던 마음을 멀리 던져버리고 지금의 자신을 자랑스럽고 특별하게 여기고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기적이고 눈 부신 날일지 모른다. 이 책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꽤나 선명하다. 저마다 다르게 태어난 개성과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기를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새롭고 좋아 보이는 다른 이의 모습을 추앙하며 똑같이 달려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저자는 아프게 찌르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 ‘나’라고 하더라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저자 김혜정은 교통사고로 11살에 척수 장애를 얻어 지체 장애 1급이 되었다고 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저자는 자신의 장애가 불행과 불편 그 어디쯤 존재한다 여기고 오늘도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한 글자 한 글자 바위에 새기듯 작품을 써 내린다. 이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따뜻하되 독립적이고, 남다른 부드러운 인간애가 넘친다. 또 상상은 근사하고 끝이 없으며 또 치밀하고도 단단하다.

 


 

이 작품집을 통해 선보인 소설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고, 친구이고, 선량한 시민이다. 때문에 적어도 이 소설집에는 경쟁 사회에서 난무하는 배신과 아귀다툼, 생존이라는 이름의 무한 경쟁과 끝간 데 없이 치닫는 폭력성, 또 환락과 유희의 그림자는 없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소민적 삶 속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인간들이다. 따뜻한 시선의 저자이기에 기술적인 그런 멋들어진 수식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정직하고 슴슴한 말투로 일상을 그려낸다. 섬세하고 따뜻하다. 이 시선은 저자 특유의 차별화된 필터로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우고 있다. 물론 「바람이 지나가면」, 「1%의 로봇」, 「우주의 휴식」과 같은 예상치 못한 소재와 플롯들로 무장한 작품들은 장편소설이 아닌 소설집을 읽는 재미 또한 제공한다.

저자의 인생관이 무엇인지 몰라도 글에 씌어진 바로는 돈보다 앞서는 것이 개인의 건강한 행복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인간애가 전 작품을 통해 잔잔하게 흐름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간결한 표현은 독자의 맑은 정신을 돕고, 깨끗한 영혼에 동화된다. 이것이 저자의 작품이 잘 읽히는 비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이란 예상은 저자의 과거를 들추지 않아도 독자들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듣도 보도 못한 병명이 튀어나오고, 2060~70년대의 이야기를 앞당겨 펼쳐 놓아도 인간 자체의 본성이나 병에 대한 고통은 짙게 배어나온다.

「1%의 로봇」은 오늘날 상위 1%의 사람들의 앞날을 예견하듯하다. 돈과 기술로 영원히 살기 위해 사이보그를 거쳐 로봇이 된다. 2060~70년대라면 앞으로 40년 후의 이야기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일부를 영구 사용하도록 간단한 수술로 대치시켜가며 마지막엔 본성을 잃어버린 로봇이라는 의사로부터의 판정을 받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끔찍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참혹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현실을 그리듯이 담담히 표현해 낸다.

 


 

"저도 바뀌어버린 내가 놀라웠습니다. 이 모든 게 나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빼내 준 첨단 의료기술 덕분이었어요."

이탈리아 이집트, 미국, 브라질, 이집트, 러시아.

저는 그곳에서 나와 같은 이유로 사이보그가 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병들고 다쳐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몸을 버리고 사이보그로 살기를 택한 사람들. 그들은 유명관광지, 내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커피나 브런치를 즐긴 카페, 거리 곳곳을 평범한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누비고 다녔어요."(p.157)

의학 박사이자 교수인 장누리 환자의 몸 일부분이 된 사이보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는 우선 사이보그 시스템은 기계라고 말한다. 성능이 뛰어나지만, 사람의 온전한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보그 수술은 99%의 회복 성공률을 보이는 현대의학이 낳은 아주 성공적인 시스템이지만, 그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 1%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 학회에 보고된 내용을 의사는 장누리에게 설명해준다. 의지대로 잠을 참거나,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섭취할 수 없게 된다는 부작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말 그대로 진짜 로봇이 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럼, 제가······, 그 1%가 된 건가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저자가 상황을 표현하는 문장으로 이어간다. 환자 장누리의 상태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이유다. 교수는 쓰고 있던 안경을 쓱, 올리며 말했어요. 몸을 사이보그로 만드는 이 시대의 라식수술은 의료용 특수 안경을 10분 정도만 쓰고 있으면 기존의 각막에서 새로운 사이보그 각막으로 바꿀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었습니다. 그런 간단한 수술을 의사가 아직 받지 않고 불편한 안경을 계속 쓰고 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는 거겠죠.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불안감이 드러난다. 사랑한다는 말이 진정으로 감정의 표현이 아닌 성희롱의 하나로 오용할 때 어떤 결과를 빚을까. 1인칭 소설로 이 작품에서 '나'가 주인공이고 화자이다. 작품 속 모든 사건과 분위기 설명은 '나'의 시선에 따라 기술된다. 이상한 것이 항상 보인다면 그것은 정말 이상한 걸까. 아니면, 그 이상한 것을 이제는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저 하늘을 바꿀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핑크색 하늘"을 두고 '나'의 고민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별빛마저 잠드는 밤부터 새벽까지. 나는 식품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처음은 양식재료 회사에 1년 계약직으로 일했고, 이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소비자 상담실에서 전화를 통한 고객들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소비자 상담실이라는 곳이 보통은 민원 상담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제품이나 상품에 항의하는 전화가 많다. 때문에 칭찬을 받으며 상담을 마치는 일은 거의 없다. 종일 험악하고 싸늘한 이야기만 들으며 피하지도 못한 채 한 자리에 버티는 기분은 모두 잘 아는 스트레스 쌓이는 부서이다. 여러 가지 처방책을 갖고 하루하루 버티지만 일상이 쉽지 않은 임무다.

몸살기에 조퇴한 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몸살로 열에 들뜬 눈이 잘못 비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몇 번이고 다시 하늘을 바라봐도 내가 본 것은 분명했다.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쳐다본 하늘은 핑크색이었다.

"김민아 환자분, 링거 빼 드릴게요."

누군가 내 손목을 살며시 잡는 느낌이 느껴져 화들짝 놀라 손목을 급히 빼내자 "많이 놀라셨어요? 저는 간호사예요."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설명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아까 그 여자 간호사와 같은 하얀 옷차림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덩치가 큰 남자다. 링거를 빼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간호사는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 애써 외면한 채 서둘러 가방을 챙겨 주사실을 나섰다. 그때, 내 뒤로 그 남자 간호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예쁜 김민아 환자분! 사랑합니다!"

어머, 미쳤나 봐. 왜 저래? 물론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잘 챙겨 먹고 기운 내라는, 나를 토닥여주는 말도 감사하다. 그런데, '사랑합니다'라니. 나를 언제 봤다고, 얼마나 봤다고 사랑한다고 하냐고! 이건 분명히 나를 희롱하는 거야!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병원에 전화해서 항의할까. 아니면, 112에 신고할까. 그러다가, 이내 머뭇거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 상담 전화의 인사는 '사랑합니다'라는 공통된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결국 그 사랑한다는 인사말은 상담원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다수의 고객들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유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그러나 고객들의 장난스럽거나 험악한 말투로 시비 걸듯 항의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영주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이 친구로부터 온 카톡에는 예전과 다른 낯선 문구가 발견된다. - 고마워, 친구, 사랑해(하트 이모티콘). 전화를 걸었다. "근데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평소의 영주라면 너야말로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버럭 소리를 지를 거라고 생각했다. 잘해줘도 지랄이냐고, 짜증을 낼 터였다. "약 먹고 푹 쉬어. 우리 민아, 아파서 어떡해···."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첫사랑과 재회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후 하늘은 다시 파랗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이었다. 분홍색이 아닌 하늘색.그 하늘 아래에서는 예전처럼 아무나 나를 붙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편안했다."(p.228)

 

저자 : 김혜정

 

11살 무렵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를 얻어 1급 지체 장애 판정을 받았다.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봐 초중고를 마쳤고, 경희사이버대에서 일본학을 전공했다. 몸이 불편한 덕분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과 깊이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제12회 동서문학상에서 단편소설 「엘리베이터」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1년 첫 소설집 「한밤의 태양」을 출간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필사적인 노력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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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마이클 하이엇.대니얼 하카비 지음, 이지은 옮김 / 글로벌브릿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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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이란 표제어를 갖고 있지만 원제 'Living Forward: A Proven Plan to Stop Drifting and Get the Life you Want'에서 보여주듯이 앞으로의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자기계발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지에 대한 조언을 학교 다닐 때 이미 받는다. 대략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우리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해당한다. 이때 학교의 선생님들로부터 '인생관'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 물론 결정은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고, 자신의 환경이나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듣고 알았던 '장래 희망'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구체적 인생관이나 삶의 방향 등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못한다. 대학이라는 눈앞의 문제가 닥쳤고 거기에 따라서 또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질문해도 같은 대답을 듣기 일쑤다. "당장 대학에 들어가서 구체적 계획을 세워도 된다"이다. 아마 우리나라 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고 또 비슷하게 문제를 안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대학을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꿈과 희망대로 삶을 살기로 한다면 앞길이 훨씬 암담하고 멀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 시스템 때문이다. 대학을 포기하고는 구체적 인생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선진국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높고 최근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학의 정원이 많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원하는 경우 어떤 대학이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학의 수용 능력이 커졌다. 그러나 출산율 저조와 인기 있는 일부 예체능계가 굳이 국내 대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부 대학은 정원을 못 채워 폐쇄될 정도이니, 이는 사회·교육 시스템이 잘못된 것 아닌가? 이 책은 저자처럼 선진국 전문가가 선진국 사람들을 위해 쓴 인생 계획서가 아니다. 일생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향과 계획에 관한 책이다. 또 인생관을 세우는 청소년들도 물론 포함되지만 인생을 절반 이상 산 중년들이 읽어도 훌륭한 인생 지침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책이다.

 


 

대부분 우리들은 목적과 의도, 기쁨과 만족으로 가득 찬 삶을 영위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인생의 많은 장애물들이 우리의 꿈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꿈꾸는 5년 후, 50년 후의 삶에 어떻게 하면 도달할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누구나 선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회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분제가 없어진 지 100년 이상 수백 년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다양해 선택이 혼란스럽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노력하며 치열하게 산다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사회적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기회는 언제든지 어떤 곳이나 열려 있는 사회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하는 사람과 계획 없이 그냥 열심히 사는 것과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이 쓰여진 이유이다.

이 책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사람은 '인생 계획서'를 다시(혹은 새롭게)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산다는 것이 훨씬 목표에 가깝게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지금 위치가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나이에 상관 없이 이 책을 들춰보고 책이 조언하는 대로 실현한다면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을 독자들에게 준다. 이 책은 마이클 하이엇(Michael Hyatt), 대니얼 하카비(Daniel Harkavy)의 공동 저서다. 하이엇은 세계적인 출판기업 토머스 넬슨(Thomas Nelson, Inc.)의 CEO를 지냈고,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기계발 강연자이다. 또 하카비는 성공, 실적, 수익률, 성취 등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비즈니스 리더들을 25년 넘게 코칭해 온 세계적인 코칭 리더십 전문가이다. 두 저자는 책을 쓰기 전에 만남을 통해 "인생 계획은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원하는 삶-경제적 영역, 인간관계 영역, 신체적 영역 및 영적 영역-을 성취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제하며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으며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집필 의지를 밝혔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그 각성을 할 때가 "적기"라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때로 삶의 방향을 잃는다.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길에서 벗어나 해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다시 바른길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자조적인 말을 할 때도 있다. "이번 생은 틀렸어. 하고 싶은 일은 다음 생에서나 가능하겠지..." 참혹할 정도로 자조적인 목소리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인생 계획을 세워 묵묵히 나아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미리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삶에서 진정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감각을 키워줄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즉 삶의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들은 독자들의 결정이 내려진 순간부터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이 스스로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후부터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훨씬 진취적이고, 계획적이고, 유익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

이 책은 3부(部)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당신의 욕구를 이해하라〉에서는 '현실을 점검하고 인생의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한 지침을 설명한다. 1장 「표류를 인정하라」, 2장 「인생 계획서란 무엇인가」, 3장 「인생 계획서가 주는 혜택」에 대한 설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한 번만 죽 읽어도 이해하기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 독자들의 기억력을 돕는다. 2부 〈인생 계획서를 만들어라〉에는 4장 「인생의 끝을 설계하라」, 5장 「우선순위를 정하라」, 6장 「인생의 경로를 그려라」, 7장 「온전히 하루를 바쳐라」를 포함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 계획서'는 '단 하루에 완성하는 균형 있는 삶과 일을 위한 플랜'이라고 설명한다. 3부 〈계획을 실현하라〉에는 8장 「계획을 실행하라」, 9장 「계획에 숨을 불어넣어라」, 10장 「놀라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라」를 아우르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인생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의 목적지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실천하며 훨씬 나은 곳으로 가는 길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삶의 지침서이다. 만약 독자들이 일에 있어서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사생활의 중요성도 무시하고 싶지 않다면, 만약 경제적인 성공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만약 최근에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갑자기 인생이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만약 이러한 경우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해 쓰여졌다고 보면 된다.

저자들은 우리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인생 계획서'에 대해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세울 수 있도록 명료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과 제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 계획서를 사례로 들어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을 충분히 활용하여 인생 계획을 세운다면 분명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에 따라 이 책을 읽는 것은 인생의 변혁, 즉 목적과 의도가 이끄는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단계적이며 단순한 원칙을 지킨다면, 독자들은 표류를 멈추고, 목표가 분명한 인생 계획서를 설계하고, 목적지로 통하는 경로를 그리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인생 계획서'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작성할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것인지를 1~3부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생각부터 실천, 그리고 목표 달성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 『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의 집필은 마이클 하이엇이 대니얼 하카비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이엇은 밝힌다. 이때 대니얼의 답변은 "인생 계획서를 만든다고 해서 삶의 역경이나 예기치 못한 방향의 전환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인생 계획서는 당신이 보다 적극적인 삶의 참여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미래를 계획적으로 꾸려갈 수 있게 해주죠."이었다. 저자 하이엇은 이 답변에 대해 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옳았다. 인생 계획서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그것을 검토하고, 필요할 때 갱신하는 일련의 경험은 우리 둘 모두를 바꾸어 놓았다. 가족, 친구, 경력, 관심사와 같은 영역들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했다."(p.21~22)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계획을 세우기까지 저자들은 다른 자기계발서들이 흔히 인용하는 '인정-생각-행동-습관-변화-삶에 적용'에 이르는 행동을 함께하기를 권장한다. 직접 인용은 아니지만 '이해-계획-작성-실천-점검-변화'의 과정이 살펴보면 쉽에 파악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라면, 다른 자기계발서를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저자들은 '1부의 의미와 이해' 과정에서 대체로 여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책에서는 각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독자가 임의로 괄호번호를 붙인다.

① 표류를 인정하라-당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류 중인 당신의 현재 상황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인생 계획은 시작한다.

② 인생의 끝에서부터 시작하라-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당신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강렬한 ‘추도사’를 직접 써보라. 그러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긍정적인 변화를 자극하는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③ 우선순위를 정하라-당신의 인생 계정에서 1순위는 무엇인가? 가족, 직장 동료, 일, 돈… 선택의 매순간 우선순위가 명확하다면 흔들림 없이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 마이클과 대니얼은 당신이 다양한 ‘삶의 계정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돕는다. 이를 위해 인생 평가 프로필이라는 평가 도구를 소개한다. 이 도구를 통해 당신은 인생의 주요 영역 아홉 가지에 각각 얼마만큼의 열정을 쏟았고 얼마만큼 진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④ 인생의 경로를 그려라-우선순위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각각의 계정을 위한 ‘실행 계획서’를 세울 차례다. 목적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인생 계획서를 세울 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목표(약속)를 구체화하고 점진적인 투자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목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법, 당신이 구상한 미래를 묘사하는 방법, 당신이 현재 처한 현실을 나타내는 방법, 구체적인 약속들을 세우는 방법을 보여준다.

 


 

⑤ 인생 계획의 날을 준비하라-우리는 ‘하지만’을 연발하며 인생 계획 세우기를 주저한다. 인생 계획서를 세우는 날만큼 당신의 일생에서 중요한 날은 없다. 당신 인생의 모든 면을 검토하고 싶다면 그것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온전한 하루를 준비하라.

⑥ 계획을 실현하라-인생 계획 세우기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이제 실행에 옮길 차례이다. 실행 없는 계획은 환상에 불과하다. 아마도 당신은 또 ‘바쁘다’는 핑계를 댈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즉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마이클과 대니얼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물리적 토대를 만드는 세 가지 전략을 당신에게 전수한다. 그리고 인생 계획서에 숨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검토 방안도 제시한다.

 

저자 : 마이클 하이엇(Michael Hyatt)

 

저자 마이클 하이엇은 세계적인 출판기업 토머스 넬슨(Thomas Nelson, Inc.)의 CEO를 지냈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 베스트셀러 작가, 자기계발 강연자이다. 출간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매년 그의 책은 가장 기다려지는 자기계발서로 꼽힌다. 블로그는 구글 순위에서 상위 0.5%에 속하며, 월 방문자 수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200개가 넘는 나라에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매월 3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하는 팟캐스트 ‘This is Your Life’와 ABC, NBC, CNN, CBS 등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풍족한 인생을 위한 ‘라이프 플랜’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 : 대니얼 하카비(Daniel Harkavy)

 

저자 대니얼 하카비 Daniel Harkavy 는 성공, 실적, 수익률, 성취 등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비즈니스 리더들을 25년 넘게 코칭해 온 세계적인 코칭 리더십 전문가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코칭리더십회사 ‘빌딩 챔피언스’의 CEO이자 임원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뱅크오브아메리카’ ‘칙필레’ ‘메트라이프’ ‘화이자’ ‘카네기 연구소’ ‘JP 모건 체이스’ 등 세계적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탁월한 인생 계획 전략을 제시해왔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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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 정치연구총서 1
문우진 지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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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는 표제어에서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정치, 그중에서도 한국 정치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산업화의 급속한 달성으로 경제적으로 양극화(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세대 간 선호의 차이가 분명해지는 갈등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이질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겪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제도 설계는 '합의제'적인 요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이 책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제도와 선거 제도, 대통령로서의 대통령의 권한, 사법부의 독립 등 삼권분립을 명시하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큰 채로 35년 간 유지되어 현행 헌법의 개선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명확한 분석과 문제점, 대안으로 나눠 저자 문우진은 제시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투쟁에 의해 당시 군부독재 시대의 종말과 대통령 직선제가 쟁점이고 가장 필요한 현안이었기에 '직선제'라는 시대적 요구를 따라 당시 여당인 민정당과 야당의 토론과 합의로 학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가장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던 '대통령 직선제'라는 첨예한 문제(개헌 전 당시에는 대통령 간선제였다)가 '블랙홀'이었다. 모든 삼권분립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부각된 다른 문제는 묻히거나 유예될 정도로 대통령 직선제는 전 국민의 뜻이었다. 이로 인해 몇몇 부각된 문제점은 당연히 직선제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민주주의가 발전되면서 당시 묻혔던 정치제도 중 선거제와 삼권분립 관련 미비했던 점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등장했고, 때에 따라 일부 개선된 선거제도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개선안은 완벽하지 못했다. 개선 전과 비슷한 결과로 나타나는 등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저자 문우진은 민주주의 이론, 여론 및 선거 이론, 정치제도와 헌법 설계 등 정치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론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정치의 가능성을 믿으며 연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고려대학교 정치연구소가 기획한 〈정치연구총서〉 첫 번째 책이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는 「정치와 민주주의」, 2장에서는 「정치제도의 작동원리」, 3장에서는 「한국의 정치제도」를 기술하고 있다. 1장 정치와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의 정의를 시작으로 정치와 경제의 차이, 정치와 민주주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2장 정치제도의 작동원리에서는 정치제도의 설계, 정치제도의 거부권 행사자를 살펴본다. 3장 한국의 정치제도에서는 선거제도, 정당체제,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 대통령 권한 등을 알아보고, 정부 유형, 의회의 권력 분산과 입법 규칙, 사법의 독립성, 중앙과 지방정부 관계, 중앙은행 독립성을 설명한다.

 


 

인구의 증가로 직접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대의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무엇이며, 한국 정치제도의 특징을 살펴보는 이 책은 정치가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일상의 가까운 존재이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정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무관하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다라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이다. 정치는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며, 정치와 무관한 삶은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는 집합적인 의사결정이며, 집합적 의사결정에는 권력이 개입된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따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집합적인 결정이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그 결정에 ‘권위’를 부여한다. 또한, 이 결정은 필연적으로 다수와 소수로 나눈다. 이러한 정치는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이 책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는 표제어에서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정치, 그중에서도 한국 정치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산업화의 급속한 달성으로 경제적으로 양극화(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세대 간 선호의 차이가 분명해지는 갈등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이질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겪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제도 설계는 '합의제'적인 요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정치제도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방향이 무엇일지 살펴보자는 취지로 저자가 기존 연구와 저서 등을 통해 주장한 이론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저자는 한국 정치 제도을 이해하고 올바른 개선 방향을 위해 끊임없이 책과 강의를 통해 주장해왔다는 반증이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을 통해 아렌트 레이파트 교수와 조지 체벨리스 교수의 이론적 모형을 통해 정치제도의 작동원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책을 살폈다. 레이파트 교수는 1984년 『민주주의』라는 저서에서 대의민주주의를 "다수제 모형"과 "합의제 모형"으로 분류하고 21개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제도를 비교했다. 또 레이파트 교수는 1999년에 『민주주의의 유형』이라는 저서에 36개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제도를 다수제-합의제 사이의 연속성상에서 측정하고 다수제 모형에 비해 합의제 모형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산출한다는 경험분석 결과를 제시했다."고 전제한다.

이후 체벨리스 교수는 2002년 출간한 저서 『거부권 행사자』에서 정치제도들이 제도적 거부권 행사자와 정파적 거부권 행사자의 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거부권 행사자의 수와 양극단에 있는 거부권 행사자의 입장 차이는 입법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부권 행사자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거부권 행사자들의 수와 입장 차이가 증가할수록 기존 정책의 안정성이 증가하고 입법효율성이 저하된다. 입법효율성이 저하되면 입법부를 통한 사회갈등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정치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자의 수가 증가하면 입법적 교착과 정치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체벨리스 교수의 주장과 다수의 거부권 행사자를 가진 합의제 정치제도가 민주주의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레이파트 교수의 주장은 서로 조응하기 어렵다. 모순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민주주의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산출할까?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내놓을 답안지다.

 

 

1장에서 저자는 「정치의 정의」에 대해 말한다. 책에 따르면 정치는 집합적인 의사결정이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하는 모든 결정은 집합적인 의사결정이다. 집합적 의사결정이 왜 정치적인 행위인가? 집합적 의사결정에는 권력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따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집합적인 다수결정이 다수결이나, 가위바위보, 또는 사다리와 같은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그 결정에 "권위"를 부여한다. 결정에 권위를 부여한다는 의미는 내가 원치 않는 결정이 만들어져도 이를 존중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내가 원치 않는 결정에 승복하는 이유는 의사결정 방식이 공정하다고 믿거나, 지금 내가 원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져도 다음에는 내가 원하는 결정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집합적 의사결정은 필연적으로 다수와 소수를 나눈다. 소수는 다수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따라야 한다. 이처럼 원치 않는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을 "순응비용"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순응비용을 피하기 위해 다수에 속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다수에 속하면 권력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권력을 얻으려는 이유는 권력을 통해 사회의 "희소한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희소한 가치란 부와 명예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얻기를 원하나 무한하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부를 얻는 과정은 경제와 정치에서 다르게 이루어진다. 경제에서는 우리의 경제활동에 따라서 부가 변하게 된다. 우리가 일을 더 하거나 소비를 덜 하면 부는 축적된다. 정치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임금은 조세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내고 받는 이자는 금융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받는 의료 혜택의 질과 가격은 교육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삶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정당의 정책이 다른 정당의 정책에 비해 나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더 발생시키는가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2장 「정치제도의 작동원리」는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원리와 작동 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좀 더 분석적이고, 더 과학적 통계에 의한 이론의 증명이다. 가장 어렵게 산출되는 선거제도의 이점과 단점, 그 결과의 예상 등에서 경험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선거 개혁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모두 대의민주주의 형식이다. 인구가 너무 많아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움보다는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당 정치"가 가능하다. 이 정당들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선거를 통해 "대리인"으로 뽑힌다. 같은 뜻을 가진 대리인(의원)들이 모여 국회에서 다수결이나 각종 투표 방법으로 의사 결정을 이루어낸다. 물론 정책적 법안을 만들고 이에 대해서도 심의하고 의결한다. 그래서 국민의 뜻을 대신해 나온 대리인들은 국회에서 활동하며 국민의 뜻과 의사를 대신한다. 그러나 이들을 뽑는 선거 제도가 민주적이고 공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사는 왜곡되거나 정반대의 결정을 날 수도 있다. 이들을 선거로 뽑아 정확하게 활동할 것을 다음 선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의원 선거"이다.

이 선거 제도는 늘 민주적이고 공평하지도 않으며, 가끔은 부정도 끼어든다. 완벽한 선거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연구해 놓은 선거 개혁안은 오랜 시간을 걸려 합의로 이루어 내놓고 선거를 치른 결과는 개혁 전과 다름이 없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정당 정치의 맹점일 수 있다. 다당제 의회의 경우 한 정당이 의회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당제는 "합의"가 어려워 싸움만 할 뿐 정작 올바른 정책을 결정할 합의에 이르는 길이 멀고 험하다. 심지어는 폭력을 써서 막기도 하고, 한편에서 강행하기도 한다. 서로 필사적인 데서는 다툼만 커질 뿐 좋은 정책을 빨리 추진하려는 의지는 실종되고 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당제와 양당제 모두를 실시한 적이 있다. 어떤 제도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대의민주주의 선거제도의 한계점을 드러낸 것인가?

?


 

저자는 우리 「한국의 정치제도」를 3장에서 다룬다. 집필 취지와 책 출간의 목적이 모두 이 3장에 집약돼 있다고 독자들은 생각하면 된다. 3장에서는 〈선거제도〉, 〈정당체제〉, 〈행정부-입법부 관계〉, 〈대통령 권한〉, 〈정부 유형〉, 〈의회의 권력 분산과 입법규칙〉, 〈사법부 독립〉, 〈중앙-지방정부 관계〉, 〈중앙은행 독립성〉, 〈한국 정치제도의 종합적 평가〉로 세부 항목을 나누었다. 모두 대한민국 정치에서 문제되었고, 현재에도 쟁점이 되는 부분들의 총합이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선거제도의 경우 한국은 13대 총선부터 16대 총선까지 1인 1표 병렬형 선거제도를 채택했다. 이 제도는 소선거구의 결과를 기준으로 전국구 의석을 배분했다. 13대와 14대 총선부터는 지역구 선거에서 각 정당이 얻는 의석을 기준으로 전국구 의석을 배분했다. 지역구에서는 큰 정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므로 의석을 얻지 못한 군소정당 후보가 얻은 표는 사표가 된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석을 득표울로 배분할 때보다 의석율로 배분하면 큰 정당에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13대 종선에서는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다수당에 전국구 의석의 절반을 배분했다.

15대 총선부터는 의석율 대신 득표율을 기준으로 전국구 의석을 배분해서 불비례성을 개선하려 했다. 그러나 새로운 선거제도는 유권자가 지역구에서 후보에게 1표를 행사하고, 각 정당 후보들이 얻은 표를 합산해서 정당 득표을율 계산했다. 이러한 방식은 군소정당에 불리하게 작동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작은 정당에 행사할 표를 큰 정당에 대신 행사한다. 이러한 전략적 투표 심리 때문에 새로운 선거제도는 여전히 작은 정당에 불리하게 작동했다. 따라서 지역구 후보의 득표를 합산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의석 배분 방식은 의석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에 비해 군소정당에 크게 더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17대 총선부터는 1인 2표 병립형 선거제도를 채택했다. 이 제도에서 유권자들은 1표를 지역구 후보에 행사하고 1표는 정당에 행사한다. 군소정당의 의석 확보 가능성을 증진시켰다. 그러나 15대 총선 이후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넘기지 못했다. 17대 총선에서 18.7%를 차지하던 비례대표 %까지 줄어들었다.(p.90 표 참조)

 


 

한국 대통령은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다양한 입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권위주의 시대에 남용되었던 행정명령의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들을 마련했다. 헌법 제75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행정명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5조). 헌법 제76조 제1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한다. 헌법 제7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 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헌법 제76조 제3항과 제4항에 의하면, “대통령은 제1항과 제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하며, “제3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한다. 이처럼 제한적인 행정명령 발동 권한은 슈거트와 케리(Shugart and Carey 1992) 지표의 1점에 해당된다.(pp.103~104)

 

저자 : 문우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정치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 겸 강사로 2년간 재직한 뒤,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 분야는 민주주의 이론, 여론 및 선거 이론, 정치제도와 헌법 설계다.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Party Politics, Electoral Studies,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등 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The New Dynamics of Democracy in South Korea(2021)에 한국에서의 행정부-입법부 관계와 입법 생산에 대한 논문을, 그리고 The Oxford Handbook of South Korean Politics(2023)에 선거제도와 선거 경쟁에 대한 논문을 저술했다. 『한국정치학회보』를 포함한 국내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민주주의 학술상을 수상한 『한국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2018)에서 한국 정치의 병리적인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진단했고,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2022)에서는 병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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