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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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한국에서도 어떤 작가 못지않게 유명세를 누린다. 그는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의 정점에 올랐다. 독일 국적의 시인이자 작가이지만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는 않은 듯하다. 그의 유명세는 이미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가 발표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발표 전 이미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1899년 출간했다. 그는 시와 소설, 산문 등을 넘나들며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독일 문단에서도 국적 변경에 개의치 않고 그를 독일의 자랑스러운 대문호로 떠받들 정도였으니 그의 문학적 업적과 명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삶의 이정표로서의 역할도 했다. 특히 그의 시는 낭만적 사조를 띠고 있음에도 도덕적, 윤리적 타락을 느낄 수 없이 밝고 명랑하다. 그의 정서는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만 선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삶의 길이 혼탁할 때 이정표로 삼을 만큼 깊은 깨달음과 위로, 안식이 담겨 있다.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 출신이지만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했다. 스위스 국적은 이때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시는 당시 독일 문단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부터 대단한 칭송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정해진 목적지도, 반듯하게 뻗은 길도 없는 곳들을 떠돌면서 헤세 또한 무수히 많은 번민과 방황을 했으며, 죽는 날까지 실존적 고민을 결코 멈추지 않은 흔적이 그의 시와 글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그런 흔적은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는 데도 큰몫을 했다는 것이 문학평론가들의 일관된 평이다.

헤세는 바람 한가운데서 얼어붙은 보리수나무의 딱딱한 줄기를 베고 누워서도 부드러운 꿈을 꾸었다고 말하고, 수백 번 가지가 잘려나가도 참을성 있게 새잎을 내는 떡갈나무처럼 ‘이 미친 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헤르만 헤세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고 사랑한 사람이 또 있을까? 헤르만 헤세처럼 신의 섭리에 순종하면서도 진리에 대한 탐구적 자세를 견지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가 타계(1962)한 지 6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문학적 향기는 고고하게 전 세계에 울려퍼지며 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시집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는 그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재적 고민이 오롯이 담긴 그의 시 100편을 골라 실은 필사집으로 출간됐다.

 


 

이 필사집의 〈추천사〉를 쓴 시인 장석주는 "중학교 때 국어 부교재로 구입한 『문장의 기쁨』(반 세기도 지난 일이라 제목이 정확한지 모를 정도지만)에서 헤세의 글을 처음 읽었다"고 말하고, 그 책에 실린 단편 「나비」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고 털어놓는다. 정석주 시인은 나비 수집에 몰입한 한 소년이 실수를 저지른 뒤 느낀 죄책감과 회한을 토로하는 그 단편 소설에 감응해서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는 것. 이후 헤세 전집을 구해 밤새워 탐독한 건 한참 뒤의 일이라고 말머리를 꺼낸다.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100편을 단숨에 다 읽었다. 헤세의 시들이 청춘과 행복의 덧없음, 계절의 순환이 우리 감각에 일으키는 작은 파문, 아름다움과 멜랑콜리에 반응하는 마음의 결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이어 헤세의 시들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 자연스러운 운율, 언어의 조탁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고향, 정원, 집, 나무를 노래하는 헤세의 시들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사물과 조응하는 천진한 소년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흐드러진 꽃들은 지고, 청춘은 빨리 쇠락한다. 만물은 낡고, 시들고, 바스라지고, 부서진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 지혜와 미덕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아름다운 것조차 조락과 소멸의 운명을 피할 도리는 없다. 남는 것은 만물이 변화한다는 진실과 한 줌의 무상뿐!이란 시평을 남긴다. 「시든 잎」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모든 꽃은 열매가 되고 모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건

변화와 무상뿐!

- 「시든 잎」 중에서

 


 

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시처럼 아름답게 변한다. 대체로 그렇다. 감명 받은 시에서도,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시를 읽는 마음은 순수함을 돌아간다. 그래서 시에서 받은 감동은 오래 지속되나보다. 이 책의 표제어가 된 「방랑을 하며」란 시에 쓴 싯구다. 싯구가 그대로 시집의 제목이 된 예다. 이는 아름다운 싯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고,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지 충분히 추정할 만하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다. 이에 대해서도 장석주 시인은 한 줄의 평을 남긴다. "인생이란 영원한 원무(圓舞)! 우리는 사는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춘다. 또한 인생이란 빈약한 기쁨과 가혹한 슬픔, 그리고 기도와 구애와 비탄으로 짜인 피륙이다. 가을 지나면 한파가 몰아치고 빙점 이하의 기온에서 물은 결빙한다. 삭풍에 어린 나뭇가지는 꺾이고 시든 잎들은 우수수 떨어진다. 봄의 훈풍을 그리워하며 방랑하는 자여, 세상이 삭막해도 실존의 불안에 꺾이지는 말자. 결국 이 모든

사태는 지나가고, 밤이 이것들을 삼켜 평정하리라.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밤이 오면 우리는 빛바랜 땅 위로

서늘한 달님이 살포시 웃어주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을 잡고 쉴 거예요

 

슬퍼하지 말아요, 곧 때가 옵니다

때가 오면 쉬게 될 거예요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가 나란히

밝은 길가에 서 있을 거예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갈 거예요

- 「방랑을 하며」 - 크놀프를 생각하며, 전문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시집은 필사용 시집이다. 장석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점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든다. "헤세의 시들이 시대를 넘어서서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로 우리 생의 감각을 쇄신하는 까닭이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헤세는 생명과 봄과 소년의 시인, 재에서 불꽃이 솟구치듯 신생하는 시인이다. 봄의 푸른 공기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찬양할 때 헤세의 시적 감성은 더욱 영롱하게 반짝인다. 자, 「봄이 하는 말」을 읽어보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 「봄이 하는 말」 중에서

 

시인은 “실패와 좌절로 우울이 깊어질 때마다 저녁의 문설주에 근심 많은 이마를 대고 이 시를 읊조리면 위안과 힘을 얻으리라. 불안이 찾아올 때 머리를 수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자. 별이 지면 그 빈자리에 세로운 별이 떠오른다는 것을! 인생에서 단 하나 숭고한 의무는 우리에게 주어진 별의 순간을 꽉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이라며 말을 맺는다.

 


 

시집을 번역하는 일은 소설이나 산문을 번역하는 것과 또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이 시집의 역자 유영미는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보통의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과 사뭇 다른 작업이다. 보통은 한 번 문장을 만들고 나면 그다지 손볼 일이 없지만 시는 낱말을 자꾸 이리저리 교체해 본다"고 밝힌다. 왜 이런 단어를 여기에 넣었을까? 왜 이렇게 노래했을까? 저자의 시상을 내 것으로 느끼려 하면서 시상에 가장 맞는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다. 때문에 산책을 하면서도 시를 읊조리는 경우가 많다고도 말한다. 특히 헤세를 번역하고 있다는 역자의 말에 많은 지인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인다고도 털어놓는다. 어떤 친구는 「시든 잎」을 줄줄 외워 보이기도 해서 저으기 놀란 적도 있다고 회고한다. 사실 역자는 대학 때 도서관에서 헤세 시 전집을 빌여온 날, 헤세가 남긴 수많은 시들을 보면서 헤세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한다. 소설과 산문을 그렇게 많이 쓰고, 시도 이토록 많이 썼단 말인가.

고요히 테이블에 앉아 헤세의 시를 필사한다는 건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는 고백도 한다. 그러나 시 필사는 소요 시간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자신의 결론에 이른다. 시대를 거슬러 느림과 주의 깊음, 마음 챙김으로 나아가는 행위일 것이라 믿는 이유다. 헤세의 시에 몸을 푹 담그고 헤세의 마음과 공명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또 "그렇게 위로받고, 헤세처럼, 또 헤세의 시를 좋아했던 많은 독자들처럼 다시 기운을 내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는다.

이 필사 시집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뜰 안의 바이올린〉, 2부 〈시집을 손에 든 친구에게〉, 3부 〈그는 어둑한 곳을 걸었다〉, 4부 〈저녁 무렵의 집들〉 등이다. 각 부의 제목은 그 파트 안에 들어 있는 시의 제목에서 뽑아왔다. 새해 첫 선물처럼 받은 헤세의 필사시집이 오랜만에 독자의 방에도 문학적 향기를 듬뿍 전해 준다. 이 책의 향기가 농익은 과일향처럼 짙어 매우 오래 갈 것이란 예감에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멋진 필사시집이다.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문학적 지위도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에는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으며,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역자 :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도서에서부터 인문, 교양과학, 사회과학, 에세이, 기독교 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더 클럽』, 『삶이라는 동물원』,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분과 전체』,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감정 사용 설명서』,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내 몸에 이로운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여자와 책』, 『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등이 있다. 2001년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 로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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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안드레아 바이드리히 지음, 김지현 옮김 / 온워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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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단엔가 속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가족의 테두리에 머물지만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해지면 학교에 다닌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직장에 다니든 자신의 일을 하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회 구성원이 되면 같은 회사 동료, 또는 업무차 다른 사람과의 대인 관계가 중요하다. 사람은 사는 동안 대인 관계를 잘하는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그렇게 구성되고 가장 큰 단위인 국가라는 집단의 일원으로 살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삶에서 대인 관계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인 관계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데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문제로 대인 관계가 원만치 못할 때도 있다. 자신만 잘해서는 사회에서의 일이 생각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은 대인 관계를 다룬 책이다. 자신이 대인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곁엔 늘 주변에 세상의 온갖 불만을 털어놓기만 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또 연애할 때 연락도 잘 되지 않고 언제나 불안감만 안겨주는 애인이 있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당신에게 기대면서 분노와 짜증을 퍼붓는 부모도 간혹 회사 일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희롱과 모욕을 일삼아도 원만한 회사 생활, 능력을 최대한 회사 생활을 해나가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주변의 사람 가운데 '지긋지긋하게 싫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즉 대인 관계를 잘하는 사회 생활 방법론에 가깝다. 그렇다고 '처세술'에 관한 부분을 다루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에 방해만 되는 일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저자 안드레아 바이드리히의 '인간 관계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누구나 회사 생활은 대인 관계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상사 부하 직원들 간의 문제, 회사원으로서 만나야 할 사람과의 인간 관계 등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저자는 하는 것 같다. 직장 내 사람이나, 직장 외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마음대로 안 볼 수 있고, 또 상대도 안 할 수 없다.

 


 

우리는 맞지 않는 옷은 잘만 버리면서 우리를 옭아매는 관계는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문제이든, 상대의 문제이든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만나지 않고 할 수 없는 생활이 사회 생활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 여덟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관계를 떨쳐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도 지긋지긋한 사람을 인생에서 없앨 방법을 발견한다. 이 여덟 사람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는 인간 관계론을 풀어낸다. 제목이 다소 살벌하고 비속한 단어도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저자의 뜻이 얼마나 강한지에 관한 문제라고 접어둘 것을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의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다.

저자 안드레이 바이드리히는 「그게 내 알 바야?」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없애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일단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개인적으로도 반대다."고 전제하고, 이 일로 자책한다면 당장 자책을 집어치울 것을 주문한다. 이유는 "자책은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더 위하고, 그들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느라 스스로를 잃기" 때문이다. 이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한 결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여덟 사람의 이야기 여행을 떠난다면 무례하고도 지긋지긋한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자식'을 왜 마음에 담아두고 없애지 못해 쩔쩔매느냐는 저자의 반문에 반문할 명분은 없다.

"그게 내 알 바야?" 언젠가 당신에게는 이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한결 가뿐해졌음을 느끼고,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고,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이다. 모든 것을 던지고, 스스로를 찾게 될 당신을 기다린다. 마침내 당신 앞에 모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p.7)

 

 

이 책은 파트 구분 없이 37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덟 사람이 등장한다면 8개의 장으로 나눌 법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덟 사람이 각각 다른 인물이지만 그들에게는 공통된 면이 있고, 완전히 다른 면이 함께 있는 등 사람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사실은 책을 읽어보면서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끝난 후 저자는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를 직설적 표현의 경구나 격언처럼 간결하게 정리해 적었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읽는다면 사람 정리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잘 정리하는 저자의 성격을 내비친다. 책을 펴낸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몇 번의 기회를 주는 동안 나 자신에게는 기회를 준 적이 있던가?” 누구나 한 명쯤 죽이고 싶을 만큼 짜증 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여덟 명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숫가 호텔로 여행을 떠났다. 이 책의 주인공 안드레아와 절친 루카스도 이 여행에 초대받았다. 여행이라고는 하지안드레아의 또 다른 친구 찰리와 그의 상담사 폴과 준비한 실험에 가까웠다. 아드리안, 마리, 다니엘, 이사도 여기에 함께했다.

이들은 폴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몇 가지 상징물을 고르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불안감만 안겨주다가 ‘잠수를 타버린’ 애인, 평생 완벽하기를 요구해 왔던 어머니,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영화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직장 상사···. 좀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이들은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았다. 그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건 아닐까, 내가 상대를 질리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이었다. 그들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드러내고 고백하면서 때로 분노를 표출하고 눈물을 쏟는다. 서로를 헐뜯기도, 다독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자기 의심 아래에 두려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까 봐, 홀로 남겨질까 봐, 자신이 하찮은 사람일까 봐 두려워했다. 그렇게 솔직한 고백과 대화 끝에 마침내 자유로운 삶의 실마리를 찾는다.

저자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한 글의 서술 방법은 이들이 모여(여행)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여덟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담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사람들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들로부터 한결같이 삶에 큰 피해를 당했다고 넌더리를 친다. 문제 해결의 시초다.

 


 

저자는 37개의 장을 통해 여덟 사람의 문제를 모두 내보이지만 해결은 함께하도록 한다. 이들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인간 군상은 대개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등 정서적 결함을 가장 많이 지적한다. 인간관계에서 완벽에 대한 강박은 인생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든다고 저자는 생각한 까닭이다. 여기 모인 피해자 군(群)은 다른 사람만을 위해 애쓰다가 해로운 관계의 굴레에 빠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 저자의 인간 관계론의 정곡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게다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잊는다면 자기 마음을 홀대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잃게 된다. 남는 것은 ‘피해자’가 된 자신뿐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슬며시 해결 방법을 귀띔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절하고 선을 긋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그저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할 때, 우리는 당당한 척 거절해 놓고도 마음에 무거운 짐이 남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이사는 완고하고 고압적인 어머니에게 억눌려 살아오면서 그의 말들을 내면화했다. 자기가 형편없는 사람은 아닐까 늘 불안해하면서도 남편인 다니엘에게는 집안일이 완벽하지 않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평은 예정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만족하는 법도, 칭찬해 주는 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줄 수 없으며, 만족은 오로지 각자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에 달린 것임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선 많은 사람은 자기 자신조차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맞출 수도 없는 과녁에 활을 쏘는 건 힘이 빠지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지금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도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자기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차단하고, 자기가 있는 곳을 떠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망치는 것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만큼이나 외롭다고 말한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나기는 도망치기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깊은 상처를 준 과거나, 길을 가다가 나를 불쾌하게 만든 일조차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인다면 그 무게를 계속 지고 다니는 셈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눈앞에 무엇을 두고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지긋지긋한 사람을 없애는 방법은 나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침내 주변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저자는 쫓거나 도망쳐서는 그 어디에도 도착할 수 없다며,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스스로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다음 말은 저자의 속뜻이 강하게 전달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엮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좋을 수도 있지만,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숨을 쉬기 위해 매듭을 쥔 손을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기면 매듭은 풀어지지 않을 테니까. 때로는 기억을 더듬어 매듭진 부분을 섬세하게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매듭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도망치려고 애쓸수록, 매듭은 더 우리를 조여 올 것이다. 매듭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듭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매듭의 존재를 인정하고, 엉킨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스스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p.109)

 

"누군가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면 언제든 차단봉을 내리거나 문을 닫아버리면 돼. 그래야만 하고. 하지만 얼어붙은 채로 갑옷에 숨어 모든 것을 잠그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돼. 아까 안드레아의 말로 돌아가서, 상처 입은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로 닫아야 하는 건 자기 자신도, 상처도 아니야.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p.290)

 


 

앞서 언급한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 중 독자가 가장 강하게 머릿속에 남은 것 중 몇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증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②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라.

③ 과거에 묶이지 마라. 이는 현재의 당신을 무겁게 만들 뿐이다.

④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옳은가? 지금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당신을 옭아맬 뿐이다.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당신을 가둘 수 없다. 어떤 공간에 발을 들이고,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저자 : 안드레아 바이드리히(Andrea Weidlich)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개념을 개발하고 경영 컨설턴트로서 활동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카피라이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팟캐스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사촌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거쉬, 베이비gusch, baby〉는 첫 주에 아이튠즈 차트에서 사회 및 문화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희곡을 비롯한 글을 써왔다.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며, 어떻게 하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2019년 출간한 첫 책 『행복에 대한 개소리』는 출간 즉시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독이 되는 사람과 자기 의심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을 회복하고 자기 행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흥미로운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역자 : 김지현

2019년부터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독일에 위치한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계절 천체 관측』,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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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 - 환생하기 전, 영혼은 무엇을 할까?
김도사(김태광)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문학적 표현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나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는 또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소설 독자의 상당수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로 읽을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있다. 특히 소설은 '허구'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마치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독자들은 '의도적(?) 착각'을 즐긴다. 그것은 저자가 의도하는 소설 창작의 기본에 독자로서 충실히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소설이 과거나, 미래 또는 시공을 초월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해도 독자들은 마치 현실의 일인 양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가며 기꺼이 즐긴다. 이런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묘사는 어찌 그리 생생한지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한 채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채 읽는 재미를 맛본다.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두세 번씩, 혹은 그 이상 읽으면서 즐긴다. 두세 번 읽어도 재미를 느끼는 것은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설재인의 소설 『우리의 질량』이 그렇다. 이 작품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이 가는 사후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사후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이제 상상에 의한 소설만의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누구나 살기 위한 본능이 있지만, 죽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먹고 살기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 행위는 법에서도, 종교에서도 범죄 행위로 취급한다. 이른바 자살은 신이 준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에서 종교에서도 '자살자는 지옥에 간다'는 말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 말이 종교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민간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인 것은 분명한 이상 막연한 음모론적 유언비어인 것만은 아닐 것으로 독자는 추정할 뿐이다.

 


 

이 책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은 집필 동기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의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문제이다. 저자 김태광(김도사)은 전문 작가이긴 하지만 문학 작품이나 다른 학문적 서적을 내는 분이 아니라 자기계발 서적을 주로 내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분이다. 선진국에 이미 진입했는데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가장 많이 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아이러니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넘어가자는 말도 흔히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죽고 사는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먼저 죽는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는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6.0명이고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332명이다.(2021년 현재) 사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2023년 12월 초, 통계청에서 발표한 10월 출생아 수는 1만 명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48개월째 자연 감소했다고 한다. 왜 출산을 꺼리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 이것은 죽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어 이 책은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을 다룬다. 많은 이들은 죽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사후세계를 직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고 사는 문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제라는 것이 저자 김태광의 시각이다. 수차례 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영적인 체험을 하고 관련 정보를 두루 섭렵했다는 저자는 사후세계의 비밀을 풀어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죽음의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현생 인류가 태어난 이후 사는 동안 줄곧 머리를 어지럽히고 풀지 못한 숙제이다. 죽음은 태어난,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다. "태어나는 한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진리다. 태양이 떠서 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진시황도 죽음을 회피하고 싶어했지만 결국은 죽었다. 많은 걸 누리는 사람은 죽음에 임박하면 사실 죽기 싫어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두렵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거의 전부다. 죽음 이후가 어떤 세상인지,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어 종교에서 설파한 대로 남을 위해 사는 착한 사람은 천국, 나쁜 사람은 지옥으로 가는 걸까? 아무도 경험한 자가 있을 수 없지만 간혹 사후 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와 증언한 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알 길도 없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한 〈사자의 서〉가 최초라고도 말한다.

〈사자의 서〉는 고대 이집트 신왕조 시대 이후, 미라와 함께 묻은 지하 세계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두루마리이다. 죽은 이들이 안전하게 다음 세상에 도착하길 기원하는 기도문과 여러 가지 사건에 부딪칠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 또 신들에 대한 서약에 대하여 적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죽은 자의 심판이다. 죽은 자를 심판하는 재판관 오시리스는 배심원을 거느리고 검사인 호루스 신, 서기관인 토트 신, 안내자이자 저울을 다는 아누비스 신과 죽은 이가 죄를 범했다고 판명될 경우 벌을 주는 아뮤트 신(악어의 머리, 사자의 갈기와 하마의 다리를 하고 있음)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자가 내세로 들어갈 수 있는가를 재판한다. 양심을 상징하는 죽은 이의 심장 무게를 저울에 다는데, 깃털보다 심장이 무거운 사람은 죄가 많은 것으로 판단되어 아뮤트에게 심장을 먹히나, 착한 사람은 오시리스의 왕국에 들어가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사후 세계를 경험했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자료 수집과 많은 증언들을 보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저자는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사후세계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그동안 나는 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영적인 체험을 했다."고 전제하고 "몇 년 전에는 꿈을 통해 100년 전의 내 전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흑인으로 살고 있었다. 나를 낳아준 흑인 아버지와 어머니도 보았는데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고."고 말한다.

 

 

온 가족이 기독교를 믿는 '기독교 집안'인 저자는 꿈을 통해 사후세계가 아닌 자신의 사전(死前) 세계를 보고 왔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성당에서 말하는 '연옥'(단테의 책 『신곡』에 등장한다)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보고 왔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건물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놀라기도 한다."고 자신이 어떤 꿈을 꾸고 나면 그 일이 다음날 아니면 며칠 후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난다면서. 저자에 따르면 영혼의 세계에선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를 '훈련소'로 여긴다. 이곳에서 사는 모든 영혼은 생도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영혼의 성장과 영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번 생이 주어진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사후세계에 있을 때 우리 스스로가 이번 삶을 살 것이라 선택했기 때문이이다."(p.8)

최근 사후세계라는 단어가 자주 책에 등장한다. 대부분 자살 방지 차원의 인문학적 접근, 과학(의학)적 접근이다. 이 책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을 읽기 얼마 전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란 제목의 인문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 켄 제닝스는 "지역과 풍습, 시대와 자연환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왔다고 전제하고,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의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등에 그려진 사후 세계를 모두 100곳으로 간추려, 일곱 파트의 각 주제별 출처들이 정의한 '사후 세계관'을 자세히 다룬다. 즉 학자나 종교, 혹은 과학에서 말하는 사후 세계를 살펴본 것이다.

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는 기독교에서도 예수가 신(神)의 아들이냐, 사람의 아들이냐로 한때 논란이 있었다고도 한다. 아마 '부활'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무 종교도 없는 독자로서 무지한 탓인지, 교계에서도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이 사실에 주목하고 그들의 사례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등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이 책은 씌어졌다고 밝힌다. 종교인도 아닌, 과학자가 이런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중세라면 마땅히 처형감이 아닐까 하며 독자는 책을 읽었다.

 


 

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가 쓴 사후 세계에 대해 쓴 책도 있다.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쓴 책이다. 『애프터 라이프』이다. 저자인 브루스 그레이슨은 5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응급실에서 자기가 진료한 환자가 말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세계 최초로 임사체험의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 개인의 독특하고 신비한 체험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적용될 만한 여러 인사이트는 죽음 이후의 삶, 과학과 영성, 삶의 의미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할 수 있었다. 어쩌면 한 번도 사후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관심을 갖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지구상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생물체는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종종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있다고 한다. 전설이나 허풍으로 들리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 있기는 한 듯하다. 어떻게 죽고 난 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철학적 질문인 듯한 이런 의문은 어쩌면 삶의 의지의 표현일까?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의 저자 김태광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전생의 카르마를 소멸하고 영적인 성장과 영혼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책에서 말한다. 사후세계를 알고 삶에서 겪는 시련이 태어난 목적을 위한 ‘장애물 넘기’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이렇게 삶의 목적을 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면, 살면서 자신이 꼭 성취해야 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것. 사후세계의 비밀을 풀고, 죽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 귀신에 빙의된 사람들의 특징,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증상, 죽음 이후 영혼은 어떻게 되는지를 다루었다. 2장은 사후세계에 대한 비밀스러운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과 자살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 반려동물의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3장은 환생하기 전에 영혼이 무엇을 하는지가 주제다. 먼저 카르마는 무엇인지 설명하며, 환생을 결정짓는 카르마의 법칙을 소개한다. 사후세계에서 삶을 계획하고 태어난다는 사실과 수명도 정해져 있으며, 부모, 형제, 육신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생과 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제대로 삶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책 속에 담은 사후세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 깨달음과 노하우가 사후세계를 이해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영계에 있을 때 영혼들은 이승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잘 안다. 그래서 환생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전생에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을 다시 겪는 힘든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신성과 의식의 성장에 힘쓰고 많은 지혜를 배운다면 천천히 이승에 환생하게 된다.(p.82)

 

저자 : 김태광(김도사)

 

“성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성공한다!” 무자본 창업가를 양성하는 코치로 유명해진 저자는 과거 흙수저이자 신용불량자로 자살을 수천 번 생각할 만큼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7년간 고군분투했음에도 출판사들로부터 500번 이상 거절을 당했다. 그는 35세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100권 출간한 후 자신에게 어떤 ‘달란트’가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창조주로부터 인생 2막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책을 쓰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 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 회사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이하 한책협)’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항상 ‘재미’, ‘행복’, ‘성장’을 1순위로 삼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경제적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 [라엘-영성 마음 성장], [미라클사이언스], [천기누썰] 등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인생의 깨달음과 지혜를 전하며 많은 사람의 성공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그동안 1,100명의 작가를 배출했고, 이들 중에 코치, 상담가, 강연가,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크게 성공한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이슬, 단희쌤, 안대장, 갓주아(이정은), 김새해, 최헌, 유세미, 권민창, 김우창 작가 등이 있다. 작가, 코치들 가운데 최초로 책 출판 관련 특허를 취득한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단기간에 책을 펴내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눈부신 인생 2막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쓰기 코치들 가운데 최초로 미국 뉴욕에 진출했으며, 연 매출 100억 원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만큼 고 속 성장을 이루었다. 매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25년 차 작가이자 책 쓰기 코치로 활동하면서 1,500권의 책을 기획하고 3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16권에 글이 수록되었으며, 중국, 대만, 태국에 저작권이 수출되어 책이 출간되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출판 가이드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다. 흙수저, 무스펙에서 현재 부동산 40개를 가진 200억 자수성가 부자로 거듭난 저자는 과거의 자신처럼 힘든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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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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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여행 에세이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기 식으로 써도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단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자신이 가본 곳이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든 여행 에세이를 잘 읽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늘 어디를 갈까? 언제 갈까?를 머릿속에 그리며 산다. 여행이 일이고 여행이 곧 삶인 까닭이다. '여행 중독'이란 말도 공연히 생긴 말이 아닐 터다. 여행 에세이가 잘 읽히는 이유다. 서점에는 〈신간 코너〉에서 여행 에세이를 언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것을 읽어도 쉽게 공감한다. 이 책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의 저자 임성순은 소설가다. 이번 여행 에세이가 소설 이외 처음이다. 평소 여행을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왜 낯선 곳, 낯선 방법으로 여행을 다녀와 책으로까지 썼을까?

책 표지에는 저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친 산맥 사이로 난 길을 달리고 있다. 사진 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것은 일종의 유배기이자 귀향을 향해 11,000킬로미터를 돌아가는 한 멍청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평소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오토바이 여행을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여행의 당초 목표는 첫눈이 내려 길이 막히기 전에 오토바이로 알프스의 옛길인 '고타드패스'를 넘어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여행을 시작한 9월부터 이미 러시아와 유럽은 시베리아에서 시작된 한파가 관통하며 오토바이 여행자에게 갖은 고난과 역경을 안겨준다. 어쩌다 보니 남하하는 한랭전선에 쫓기고 눈비와 한판 대결을 펼치며 달리는 여행자에게는 구체적인 일정도, 미리 예약한 숙소도 없었다니 정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노련한 여행자라도 목적지와 꼭 알아야 할 필수 정보는 챙기는 것이 보통이다. 목적지는 그저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정해질 뿐이다.

이번 여행 에세이를 쓴 저자의 책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여행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책까지 냈다고···? 모순적이지 않는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야 이 에세이를 읽어볼 독자들에게 '예의' 아닐까? 소설 작가라던데 혹시 소설 쓰듯이 여행기를 쓰려고 그런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어쨌든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는 성공한 셈이다. 그래서 더 읽어보고 싶었으니까. 글 쓰는 시간으로 일상을 채우는 저자는 이런 저런 계기로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마침 등단 10주년이었고, 그보다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낚여 오토바이로 떠나는 세계 여행이라는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유럽 알프스를 넘는 게 목적이라면서 동해로 가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오토바이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걸까? 아니, 그냥 기차를 탄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내리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토바이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의 1차 목표는 '알프스 넘기'다. 여정의 시작이다.

저자는 엉뚱하면서 냉소적이고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 묘사가 압권인 소설 작가다. 그의 묘사력을 뛰어넘는 일이 이번 여행 중에 벌어진다. 오토바이로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질주한다. 아는 길도 조심해서 걸어가고, 탈것을 타고 움직여도 속도를 늦추는 게 여행자의 상식인데···. 아무리 오토바이라도 속도 제한이 없다는 아우토반을 사선을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하다니. 모험심인가? 책에 따르면 비행기로 이동하며 12개국 1만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3개월에 걸쳐 달렸다. 종일 장대비 속에서 독일의 아우토반을 내달리고, 크로아티아 플라트비체 국립공원으로 가다 길을 잃고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선명하고 아름다운 그 풍경들 속에서 작가는 ‘세상이 실존하며,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것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혼자 상상하고 글 쓰며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 속에 섞여 살아온 소설가에게 실재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준 그 순간들은 어쩌면 현실 속에 실재하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을 것이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는 글을 써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작가들의 일상에 대해 들은 적은 여러 번 있다. 대개 독자들이 유명한 작가들의 일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가끔씩 유명한 작가의 책 출간을 기념하며 인터뷰 등을 통해 작가들의 일상을 써놓은 신문 기사나 책을 보면 메모를 해둘 정도로 작가들의 일상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모두 글 쓰는 틈틈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한다. 비슷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치 정답이 있는 질문이듯이 답변이 천편일률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임성순은 일상이 조금 색다르다. 작가가 된 지 10년 차이라는 저자는 소설을 주로 썼고 몇 편의 시나리오도 썼다고 「시작의 시작」이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소설은 대체로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거짓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잘 팔렸다면 상당한 돈을 벌었을 테니. 시나리오 중에서 어떤 것은 곧 영화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도 말한다. 돈을 못 벌었다는 것은 엄살이 아니겠지만(돈을 벌기 위해 작가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은 없을 테니) '나쁘지 않은 10년'이라고 털어놓는다. 이유가 줄곧 딱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지냈기 때문이란다. 이 작가 매력적이다.

10년 간 글을 계속 썼고 '성공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달리 할 일이 없어서 글만 썼다니 어쩌면 무계획적 삶을 핑계하기 위해, 혹은 이유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아프거나 일이 생겨 무언가 다른 걸 해야 할 때뿐이라고 말한다.

조금은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다가 게을러지 것은 아닐까? 좀처럼 힘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작가다. 10년 세월이 길든 짧든 글만 계속 쓰고 있다는 말은 묘하게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잠을 하루에 2~3시간 길이로 밤낮 가리지 않고 틈틈이 잔단다. 완전히 글 속에 묻혀 사는 것인가, 아니면 게으름을 글로 감추는 건가?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마치 끝나지 않는 긴 하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말에 과연? 작가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글을 쓰다 보니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고치고 주인공 혹은 조연으로 완성시켜 나가는 삶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처럼 말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비행기와 오토바이를 번갈아 타며 유럽 북쪽부터 아래쪽 지중해까지 종단하게 됐을까? 내세울 것 없는 텅 빈 나날의 연속선 상에 있던 저자는 아마 피하지 못할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그날까지 별일 없이 계속 글만 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별 문제 없다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이 문제였다고 술회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기로 결심한다.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이것은 일종의 유배기이자 귀향을 위해 가장 먼 길을 돌아가는 한 멍청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낸다.

이 책은 4부(part)로 구성돼 있다. 1부 〈쓸데없고 의미 없는 여행은 없습니다〉, 2부 〈제게도 여행의 목적이 있었네요〉, 3부 〈결코 한가하지 않은 여행〉, 4부 〈반갑다, 파리〉 등이다. 각 부는 다시 각 여행 지역에서의 특별한 경험 등을 나누어 모두 42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의 제목만 읽어도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걷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도 아닌 오토바이 여행이라니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만만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로 3달 간 홀로 다니려니 그렇잖아도 힘들 터인데 눈앞에 선하다.

말벌에 쏘이고, 크로아티아 플라트비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서는 구글 지도에 낚여 길을 헤매다 결국엔 길에서 미끄러지며 다친다. 활자로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여행이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은 다가온다. 스페인에서 대한민국으로 오토바이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즐기는 여행은 프랑스에서 패키지 여행! 버스에서는 자면 되고, 내려서는 관람하면 되는 패키지 여행 만세이 저자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은 소설가답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특별한 여행에 대해 자평한다. "오토바이 여행은 괴로웠다. 바람은 애교. 수많은 벌레가 온몸을 때렸다. 한여름 새벽에 운전해 본 사람은 이해할 테다. 동이 트고 번호판에 붙어 있는 거무스름한 사체들의 존재. 내 몸에 그 사체들이 들러붙는다 생각해보라. 곤충보다 더 큰 위험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날씨. 웬일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마다 비가 몰아쳤다. 겨울로 향하고 있었다. 비구름은 알프스로 오면 눈구름으로 바뀔 테고, 엄청난 눈을 뿌린다. 그렇게 되면, 알프스를 넘지 못한다. 눈으로 도로가 통제될 테니. 여행의 1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구름보다 빠르게 달려야 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급 '맨 VS 날씨'라는 이상한 형태로 독일을 가로지르는 경주를 치르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그 경주 내내 저는 비를 맞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맞은 비는 앞으로 맞을 비의 전주곡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던 거죠."(p.78)

 

"자그레브를 떠나며 크게 자빠져서 다쳤던 걸 빼면 크로아티아는 대체로 좋았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사람들, 뜻밖에 깔끔한 도시-유럽 도시들이 의외로 더럽습니다-,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곳이었습니다.

바다 반대쪽으로는 황량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네, 석회암 지형이라 물이 고이기 힘들다 보니 이렇게 황량한 모습입니다. 처음 자다르로 넘어올 때 봤던 쓸쓸하고 아름다운 사막 같은 풍경 말이죠."(p.151)

 

저자 : 임성순

 

1976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학창시절 대부분을 경기도 안양에서 보냈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만화, 영화, 게임 등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처음 접한 디지털 1세대이자 미완성형 오타쿠로서 작가를 꿈꾸었으나 대학 시절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의 영향으로 연출부 생활을 하게 되어 여러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였다.

장편소설 『컨설턴트』로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자본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 「회사 3부작」과 제2차 세계대전 중 선상 반란을 소재로 한 『극해』, 40대 기러기 가장의 은밀한 즐거움을 그린 『자기 개발의 정석』과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SF 장편소설 『우로보로스』 출간하였다. 2018년 단편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포식자들』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독특한 상상력과 능숙한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늘 주류가 아닌 주변부에서 투철한 B급 정신으로 세련된 아큐(阿Q)의 삶을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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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 - 정치와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학 지도
임주영 지음 / 민들레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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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경제신문은 매일경제신문(이하 매경)과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 두 신문사가 압도적인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연혁상으로는 매경이 다소 앞선다고 한다. 당시 언론인 정진기 씨가 창간했다고 알려져 있다. 창간일은 1966년 3월 24일이다. 발행부수는 70만 부, 유료부수는 55만 부로 경제신문으로서는 최다이며 국내 1위 경제신문이다. 정식 영어 명칭으로는 'Maeil Business Newspaper'를 쓰는데 영어 약칭은 MK를 쓴다. 국내 최초의 경제신문은 산업경제신문(헤럴드경제의 전신, 1954년 창간)이고 2호는 서울경제였으나, 언론통폐합 이후로 경제신문계는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의 라이벌 구도로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매경의 자회사로는 종합편성채널 MBN과 케이블 방송채널 MBN플러스, 매일경제TV를 운영하는 매일방송, 매경닷컴 등이 있다.

한경은 자산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경제신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매경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킨다. 금감원 공시. 최근 4년간만 비교해봤을 때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한국경제신문의 우위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매출은 경쟁회사인 매일경제신문보다 28억원 적은 2306억원이었다.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4년간 매출 1위를 두번씩 나눠가졌다. 증권경제방송 시장점유율 1위의 한국경제TV와 경제포털사이트 한경닷컴 그리고 주간지 한경비즈니스·월간지 머니·비정기 간행물 무크 등을 발행하는 한국경제매거진, 경제 중심 출판사 한경BP, 클래식 등 고급문화 전문 채널 한경arteTV 등으로 구성된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모회사다. 서울서 발행되는 경제지는 이외에도 여러 개 있지만 아직 두 신문사의 성장세를 꺾을 만한 능력은 없어 보인다. 지방 경제신문 등 많은 경제지도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의 경제신문의 양대 산맥으로 매경과 한경을 꼽는다.

 


 

이 책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은 부제 「정치와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학 지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경제신문에서 독자들의 경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애쓰지만 그 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이 경제 신문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중립의 정론'에 서 있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책의 저자 임주영은 "경제학에는 원래 정해진 답이 없다. 사람들은 경제학이 사회과학 범주에 속하고 주로 숫자와 데이터를 이론의 근거로 제시하니 마치 수학처럼 정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IMF 국가부도나 대공황 같은 숱한 경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었겠는가."라며 말문을 열고 있다. 경제 신문을 이용하는 신문의 독자들에게 신문을 만드는 사람과 그 신문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편향되게 보도하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에 기대어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경제 신문이 올바로 설 수 있는 토양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창간 시에는 각자 정론을 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꾀하고 독자에게 올바른 경제 지식과 재테크 등을 알리려던 창간 정신은 무디어지고 언론 통폐합으로 살아 남은 두 경제지가 정부 정책의 나팔수 역할로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정부와 최대 광고주인 재벌 그룹에 의존하는 바람에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제학이 제대로 된 이론 없이 현실과 맞지 않아 수없이 개선하고 고치는 오류를 범하면서도 부의 창출만 우선하고 분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등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저자는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특히 경제학에는 현실과 전혀 안 맞는 가정을 전제로 계산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낸 이론도 수두룩하게 많다고 주장한다. 이를 ‘세테리스 패러버스’라고 하는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무수히 많을 때는 다른 변수는 없다고 가정하고 계산한다는 경제학 용어다. 쉽게 말해 그냥 마음대로 대충 계산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자 임주영은 우리 주변에 세테리스 패러버스로 계산된 무수한 경제적 주장들을 들여다보며 사실에 근거해 낱낱이 반박해 나간다. 곁들여 언론의 나팔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아울러 독자들이 제대로 경제 정책을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재테크 능력을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를 테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3조3,000억 원의 GDP 증가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일자리가 6만9,000 개 감소한다’ ‘좌파 포퓰리즘으로 우리도 베네수엘라처럼 망할 것이다’ ‘전두환 시절이 더 살기 좋았다’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이나 가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퍼주다가는 나라 살림이 거덜난다’ ‘국민연금은 곧 고갈돼 못 받게 된다’ 등 하나같이 익숙한 내용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저자는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잔인한 ‘대격차의 시대’를 마주한 지금, 각자도생을 위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진짜 경제 이야기를 펴나간다고 밝힌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언급한다. 국민의 의견을 물어 2016년 6월 영국이 EU를 탈퇴한 일이다. 사실 브렉시트 선언은 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전면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책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GDP가 2022년 2분기까지 5.5%나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었으며 금융회사 430여 개, 금융자산 무려 1조 파운드(약 1,600조 원)가 영국 밖으로 빠져 나갔다. 게다가 자유무역 포기의 대가로 관세는 더 높아졌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브렉시트가 선봉에서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아둔하고 바보 같은 결정으로 브렉시트를 꼽는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EU 탈퇴를 결정한 당일, 영국 국민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이 "What does it mean to leav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는 것이다. 그날 영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색창에 이 문장을 입력했다. 결국 브렉시트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EU 탈퇴에 투표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사람들이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을 들어 이날 투표 성향을 풀이한다. 오랜 기간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로 경제 불평등은 커졌고 서민의 삶도 갈수록 피폐해졌다. 보수 세려긍ㄴ 서민이 가난한 이유를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들어와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는 것. 물론 사실이 아니다. 선동한 사람들이 사람의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영국 국민들은 신문의 경제 기사는 숫자, 생소한 용어,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읽기 싫어했고, 난이도 높은 경제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론을 확증 편향으로 이끌었다. 난민들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차별과 혐오를 더 키운 결과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카너먼의 이론을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의 선택은 틀리기 십상이고 때론 결정과정도 엉망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생각의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기를 선호하는데,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이처럼 아둔한 결정으로 꼽히는 브렉시트를 저자는 대입시켰다. EU를 탈퇴하면 난민도 막고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선정적인 선동에 휴리스틱이 작동한 것이라는 말이다. 당시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매체가 잔류를 희망하는 매체에 비해 4∼5배 많았던 언론 환경을 감안하면, 국민의 결정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대한민국에선 브렉시트 같은 결정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절박함에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프롤로그〉에서 강조한다. 지금 우리의 언론 상황도 당시 영국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정파적이고 이념적인 문구가 진실을 가리고, 숫자나 데이터를 과장해서 해석한다. 그 해석을 언론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덧칠을 더해 이제는 뭐가 본질인지 알 수도 없다. 사실이 곡해되고 본질이 뒤틀리면 경제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오류를 바로잡고 강점은 발전시킬 수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던 꿈같은 시절에서 한순간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린 현재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라는 저자의 절박한 심정에 경제 신문 기사보다 오히려 더 눈이 가고 더 공감이 된다. 경제 공부도 하지 않고 경제 신문조차 잘 읽지 않는 대부분이 올바른 경제 정책을 따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집필 취지가 훨씬 큰 설득력을 갖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들, 이해할 수 없는 경제 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심상치 않은 세계 동향 등,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 문제를 깐깐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의 시선을 통해 언론은 알려주지 않는, 내 삶과 직결되는 진짜 경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무당 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라〉, 2장 〈사람의 경제학을 위하여〉, 3장 〈정치가 밥 먹여준다〉, 4장 〈투기 조장 정부 vs 투기 억제 정부〉, 5장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기〉 등이다.

신문의 경제 기사를 매일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경제 기사는 대입 시험 수험생의 각오로 공부해야만 할 만큼 난이도가 높다. 그렇다 해서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지나쳐선 안 되는 이유는, 경제는 내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주 노동시간, 국민연금, 긴급재난지원금, 실업급여, 가계대출금, 부동산 규제, 기본소득, 장단기 금리, DSR 등이 모두 경제 정책에 좌우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휩쓸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 책은 우리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과 논쟁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경제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안 중심으로 해설한다. 일명 '무당경제학'이라 불리는, 근거 없는 슬로건에 불과한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 삶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헛된 숫자 GDP의 실상, 최저임금이 오르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오해, 국민연금 관련 협박 마케팅,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의 내막, 긴급재난지원금과 재정건전성 사이의 상관관계, 부자감세가 초래할 국가 위기, 붕괴 직전에 이른 청년층에 대한 지원 정책 등,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더욱 똑바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안들을 5개 장으로 나누어 자세히 풀어준다.

 


 

또한 경제와 정치는 서로 맞물려 흐름과 방향을 같이하므로,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지는 경제 정책에 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정책들의 추이도 개괄하면서 “정치가 밥 먹여준다”는 말이 결코 농담이 될 수 없는 치명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재벌의 불법, 편법 경영승계가 초래한 천문학적 손해배상금을 결국 국민이 물어야 하는 현실, 대중국 무역이 위태로워짐으로써 감당하게 될 경제적 손실의 규모, 어렵게 극복해낸 일본의 수출규제를 한국정부가 포기해버린 굴욕, 정부에 따라 명운이 달라진 한국 해운업의 위상 등을 통해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고 결국 국민의 삶을 재단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거시적으로 보여준다. 각 사건의 배경 정황, 전개 양상, 그 결과로 파생된 손실과 여파 등을 알고 나면, 경제 주체인 우리 개개인이 앞으로 어떤 관점으로 정책 및 집행을 감시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사기 사건의 구조적 문제, DSR 규제 완화에 대한 깊은 우려, 가계부채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정부 정책의 후폭풍 등을 세밀하게 짚어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행여 잘못된 정책이 강행되었을 때 국민이 감당해야 할 충격과 불행한 사태를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결의와 사명감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저자 : 임주영

 

경제 칼럼니스트. 채권과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만 2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첨병인 금융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자본이 아닌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따뜻한 경제철학을 지녔다. 올바른 경제 성장을 염원하고,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냉철한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고민한다.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에 경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던 꿈같은 시절에서 한순간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린 현재를 제대로 성찰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들, 이해할 수 없는 경제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심상치 않은 세계 동향 등 바로 알아야 할 경제문제를 절박한 마음으로 풀어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다!’라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를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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