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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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등 개인 위주의 일상으로 바꾸어놓은 듯하다. 그러나 진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 의식의 변화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에 유쾌하진 않지만 이미 물살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분명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다가올 타격은 해방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국민도 사력을 다해 살아내고 있지만 세계적 경제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집콕' 시간이 많아져 TV를 보면 온통 코로나 얘기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혹시 좋은 소식은 없을까 해서 뉴스가 끝날 때까지 기분 좋거나 유쾌한 소식은 없다. 간혹 들리는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과 응원의 메시지도 집단 휴업의 뉴스 속에 묻히고, 남은 의료진의 엄청난 분투도 코로나 집단 발생과 진단마저 거부하는 사람들의 소식에 빛을 잃는다.

아무래도 책밖에 없다. 국경 봉쇄 상태에서 해외 여행은 계획도 못 잡고 국내 여행마저 될수록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상상 여행'이 최고다싶다.






꼭 읽고 싶은 책이라고 책상 위에 놓아둔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를 집어든다.

표지보다 안에 있는 사진들이 더 시원하고 좋은 풍경이 많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관광자료로 만든 책이 아니다. 걷기운동, 문학, 풍경, 역사를 더듬는 '낭만적 걷기'를 위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로 걷기를 한다면 깊은 사색이 있을 것이고, 그 사유는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줄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이처럼 저자의 여정을 따라,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영문학을 따라 거닐어보자. 문학을 따라 걷는 영국의 길은 상상 속으로만 그려보았던 유명 시와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 걷는 이번 낭만 여행은 대략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독서의 의미도, 보람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웨인라이트길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세 개의 국립공원을 거쳐 걸어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Yorkshire Dales National Park), 그리고 노스 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을 차례로 지난다.

이 길의 총 거리의 2/3가 바로 이와 같은 공원지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호수 지구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광활한 황야지대인 노스 요크 무어스는 도보 여행자라면 상상 속을 걷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 길에 금방 매료될 것이다.




둘째, 이 길은 또한 영문학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워즈워스부터 브론테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영문학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문학의 아름다움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에 자연스레 젖어들 수 있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셋째, 영국 서해(아일랜드해)에서 시작해 동해(북해)에서 끝나는 뚜렷함이 있는 이 길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인 길이다. 보다 분명한 목표를 세워 특별한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길을 따라 여행하는 영국 도보 횡단길이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이후 그곳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워즈워스 수선화 정원(Wordsworth Daffodil Garden)에 들어갔다. 그라스미어는 시인 워즈워스의 마을이라고 할 만큼 그에 관한 장소가 많다. 이곳도 그중 하나다. 2003년에 개장했고, 그라스미어 교구 목사의 아이디어로 교회 유지보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일정한 금액을 내어 공원에 야생 수선화를 심어 가꾸는 일에 후원을 하면 원하는 이름을 새긴 석판을 공원길 바닥에 깔아주고, 교회에서 발행한 책자에 이름을 올려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고 한다. 이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로 이름이 새겨진 약 3000개의 석판이 깔렸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수의 야생 수선화가 지금도 자라고 있다. 주변의 야생 수선화와 발밑에 놓여있는 출신지와 함께 쓰인 이름을 살펴보며 가끔 나타나는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의 구절을 음미하며 걸어보았다. 이는 그라스미어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격조 있는 문학 체험일 것이다.(p. 90)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스피커로 관광안내를 하는데 역시 예외 없이 시인 워즈워스, 얼즈워터 호수, 시 수선화와의 관계를 말해 주었다. 10시 10분을 지나서 관광객들은 환성을 질렀다. 호수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시인 워즈워스 고장다웠다. 그의 시에 무지개가 있지 않는가?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었다.(p. 116)

다시 몇 분을 완만하게 더 걸어 오르면 헤더꽃이 우리를 기다리는 전형적인 북부 잉글랜드 요크셔 황야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길은 넓지 않지만 석판이 깔려있고 사방팔방이 헤더꽃으로 장관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드넓은 황야가 연이어 전개되지만 어느 곳을 경계로 이름지어 구분되는 모양이다. 처음 만나는 황야는 라이브 무어(Live Moor) 황야다.(p. 224)






저자는 걷기만이 아닌 여행 도중 관광을 한 후 그 후기도 같이 남겼는데, 특히 영국작가들의 시를 옮겨 담으며 그때의 설렘과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위즈워스 박물관에서의 여행담을 길게 남긴 것도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해 두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런 여행담으로 인해 나중 영국 여행을 할때에 더욱 깊은 감동을 받을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라 생각한다.

무지개를 보고 그때의 위즈워스를 생각하는 저자는 멋진 감성 여행작가임에 틀림없다. 길을 걸으며 만난 안내판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연을 정말 잘 관리한다는 생각이 든다.






걷는 중간 만난 사람들과는 같이 걷다가 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좀더 젊어지는 느낌을 만들어내며, 그들과 함께 걷는 내내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저자의 글이 약간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묻어난다. 독자도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일정에 쫒겨 이 여행처럼 사람, 일상을 만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관광만 하고 온 것 같아 아쉽다.

브렌스데일 황야를 소개하는 글은 더욱 영국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어 여행 묘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이스크 클리프 절벽은 실감날 정도로 잘 표현해 놓았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다.

여행의 끝이 다가올수록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이 시작되는 것은 독자도 걷기 여행을 잡아 이 길을 '순례길'처럼 돌아볼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세상이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을 소개받은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진다.


저자 : 김병두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건설,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현직 때는 해외근무와 출장으로 일찍이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방문한 나라의 여행기를 글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남미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한 이후 동영상과 자료로 KBS TV <세상은 넓다>에 다수 출연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후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할 계획이며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글로 여행을 기록 및 정리하며 보관할 예정이다.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우수작으로 당선 했으며(1999), 출간된 저서로 <산티아고에서 세상과 소통하다>(2016), <역사로 세우고 전설로 채색한 영국 고성 이야기>(2017)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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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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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사람이다."

저자는 글 제일 첫머리에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전제한다. 그런데 왜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라고 제목을 달았을까. 자신은 좋은 사람인데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건 회사의 나쁜 사람이란 뜻인가. 조금은 궁금하다. 또 전작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읽은 독자로서는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의 독설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앞서 남 욕을 대신 해주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감은 읽어가면서 수시로 한다. 그의 글을 조금 읽어보면 독자가 저자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다 아는 것 같다.

"가끔은 궁금하다. 내 안에 숨겨둔 나쁘고 흉한 말이 진짜 나인가. 나쁜 말을 숨기고 사회적 체면을 다하는 좋고 아름다운 내가 진짜 나인가. 좋은 사람인 나는 역사가 있다. 경력을 쌓아 명함을 만들고 인맥을 쌓아 평판을 만들고 추억을 쌓아 사랑을 만든다.

그런데 나쁜 나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어쩌면 진짜 나일지도 모르는데. 가끔은 진짜 내 동력인데. 사실은 나란 인간 그 자체인데. 그래서 기록해봤다. 남이 볼까 무서워 C드라이브 찌르라기 폴더에 숨겨놔도 모자랄 판에 책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다 같이 악마가 되자는 건 아니고, 그냥 공유해보고 싶다. 내 안에 숨겨뒀던 나쁜 말들."

<프롤로그 중에서>






정말 솔직하다. 그래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책을 썼나보다. 직장인으로서의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마음에 있지만 표출하지는 못한 그런 속내를 글로 썼나보다. 그러니 직장인들의 마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담아냈을까, 공감을 얼마나 받아냈을까는 불보듯 뻔하다.

그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제목과 10여 페이지만 읽어도 무슨 말을 써놨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끝까지 읽지 않고는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워낙 가려운 곳(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말)을 콕콕 집어내 긁어주니 몇 자 적어놓지 않아도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그런지 비속어나 요즘 유행하는 말도 잘 해댄다. 남 욕할 때나 비난할 때는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청춘남녀 직장인들의 심정을 잘도 헤아린다. 더욱이 젊은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말이 오죽 많을까. 하지 못한 말도 얼마나 많을까. 상사, 동료, 선배 등... 대신 해주는 작가

한 명쯤은 돈 주고 고용한 대변인 노릇을 알아서 해주니 속 시원한 걸 말로 다 하지 못할 터다.




이 책은 4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사람이 싫다

회사가 싫다

네가 싫다

내가 싫다

다 싫은데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사람, 회사, 너, 그리고 내가 싫다. 더 쉽게 풀어쓰면 "회사에서 나쁜 사람, 너. 그런 너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주는 내가 싦다"이다.

기가 막히게 미묘한 지점에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확실하게 선을 넘으면 확 베어버릴 텐데.

깔끔하게 선 밖에 있으면 신경도 안 쓸 텐데.

넘었나 싶어서 보면 선 밖에 있고

선 밖에 있나 싶어 방심하면

목덜미에 꺼림칙한 게 훅 스치는.

예민한 병자가 되느냐,

당하고도 모르는 호구가 되느냐.

참으로 불리한 게임판.

p. 53, 「사람이 싫다」 중에서




그의 글을 평가하는 평론가들을 보면 '솔직하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독자로서는 "괜히 잘못 평했다가는 오히려 망신 톡톡히 당할 각오를 해야 하니 에둘러 표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아무튼 누구나 그의 글을 "담백하지는 않으나 정말 솔직하다"는 데 공감하는 것 같다.

전작 『열정~』과는 조금 다르게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니라 일상의 메모나 일기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표현도 더 쎄다. 거칠다고 표현해야 하나. 보통 사람이라면 가슴속에 고이 묻어두거나, 본인에게 절대 전달될 일이 없는 사람과 할 대화투다. 혼자만 보는 일기나 메모일 수도 있겠다.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면 이런 말을 상대방 앞에서 대놓고는 못하는 듯 성격인 것 같기는 하다. 대놓고 할 수 있다면 정말 앞으로 상대방을 다시는 안 볼 사이일 것이다.(그렇다해도 난 못할 것 같다.)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이 모두 저자가 할 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대로라면 저자를 키운 건 8할이 아니라 9할 이상이 나쁜 마음이다. 사람, 회사, 너, 나를 통해 인간, 사회, 사랑, 나를 바라보고 있다. 8할 이상이 나쁜 마음이라는 건 저자의 마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고, 마음속은 그렇더라도 상대방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한다 하니 나쁜 마음은 아닌 것이다.




가끔은

선을 훅 넘어오는 사람이 반갑기도 하다.

세상 까칠하게 굴어도

좀 편하게 지낼 친구가 되고플 때가 있으니까.

몇 년을 만나도

깍듯 깍듯 겉도는 관계들에 회의감이 들 때면

차라리 선을 확 넘어와

나도 같이 선을 넘어 막 대하는 사이가 그립다.

방금 내가 한 말이 지나쳤나 싶은데

희미하게 웃기만 하고

방금 내가 들은 말이 묘하게 이상한데

악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몇 년을 알았든, 몇십 년을 알았든,

철저한 타인이다 싶은 거다.

그래서 술자리가 너무 절실하긴 한데,

그러다 만나는 최악은

술자리서 친해지고 맨정신에 다시 깍듯한 사람.

그냥 타인이 될 운명.

pp .69~70, 「사람이 싫다」 중에서




나쁜 사람의 약점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보다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가 나만큼 나쁘거나

나보다 훨씬 더 나쁠 거란 계산까진 하지 못한다.

우습게 봤다가 임자 제대로 만나면

영혼 끝까지 탈탈 털리는 거다.

내가 그다지 똑똑하게 나쁘지도 않다는

진실까지 마주하는 참담함까지.

어설프게 나쁜 사람의 한계다.

내가 아무리 나빠도,

나보다 나쁜 놈은 반드시 있다.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듯,

상대도 그렇다는 걸 알아야 한다.

착해서 당한 거보다,

덜 나빠서 당한 게 훨씬 더 분하다.

pp. 258~259, 「내가 싫다」 중에서



저자 : 이혜린


천사를 데려다 놔도 단점을 찾아내면서 불평불만 많은 사람은 또 못 참는 인간. 회사 생활이 나를 망치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사표는 절대 못 내는 인간. 사람 싫다, 귀찮다, 중얼거리면서 막상 모임에 나가면 제일 신나서 떠드는 인간. 늘 계산하고 따지고 들면서 상대가 머리 굴리는 게 보이면 크게 꾸짖는 인간. 매사 귀찮은 척, 필요 없는 척 잘하지만 사실은 죽도록 사랑하는 인간. 스스로도 도무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는 인간. 스포츠지, 온라인 매체 등에서 연예부 기자 경력 10년. 모바일 매체 〈뉴스에이드〉 운영 5년. 합쳐서 사회생활 15년.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로맨스 푸어』와 에세이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등 집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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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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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랑과 연애, 하트 또는 로맨틱 무드, 혹은 밸런타인데이를 언급한다. 자연스럽게 단맛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풍선껌과 솜사탕,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유명한 핑크 도넛은 더욱 달콤하며, 핑크 드레스는 더욱 사랑스럽고, 핑크 꽃은 빨강 꽃보다 로맨틱할 것만 같다.

이 책 『핑크 북』은 그러나 핑크는 변신하는 색이라고 한다. 색상에 따라, 또 맥락과 주변 색에 따라 낭만적이지만, 대담하고 저속하기도 하다. 빨강과 하양 사이 핑크의 영역은 제법 멀듯, 역사와 다양한 문화권에서 핑크는 유행을 거듭해오며 자신의 색과 의미를 유연히 바꾸었다.

파스텔핑크, 페미니즘과 핑크의 상업화를 이끈 밀레니얼핑크, 가장 최신 유행을 이끈 형광 핑크까지 다양한 핑크의 향연을 이 책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핑크는 여성의 색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대로 또 본 대로 핑크는 여성스러움의 대명사로 생각한다. 사실 ‘핑크는 여자, 파랑은 남자’라는 성별 코드가 고정된 시기는 고작해야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런데 어떤 사연으로 핑크는 여성들의 색이 되었을까? 이 책은 색 자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핑크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제 ‘누드’라는 독립적인 색 이름이 된 베이지핑크도 있다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의식하며 생각해 보기는 처음이다. 핑크를 확대 개발하고 의미와 적용에 전문적인 저자는 이 베이지핑크 색조를 살색이라고 한다면, 대체 누구의 살색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핑크를 규정하는 의미들을 여러분 각자가 어떻게 느끼든지, 이 책을 통해 그런 고정관념을 당연하지 않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당부하면서.




책에 따르면 또 핑크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한다. 역사적으로 핑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설명하고, 왜 핑크가 지금처럼 여성들의 색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사실 그 과정을 보니, 코카콜라가 광고에 빨간옷을 입은 산타를 등장시키면서 '산타=빨강'이라는 공식이 생겼듯. 핑크도 마케팅의 결과라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산타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핑크를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시각을 보면 적어도 마케팅 관점에서는 꽤 성공한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핑크를 소비하는 방식을 보면서 특정색으로 성별과 연관시키는 것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색이 차별과 연관된다면 더 그렇다. 캐나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핑크색 셔츠를 입고 등교한 남학생이 왕따를 당하는 것을 보고, 다른 친구들이 핑크 셔츠를 입고 등교하면서 시작된 핑크 셔츠 데이(Pink Shirt Day)를 보면, 색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물론 같은 이유로 극복할 수 있음을 핑크 셔츠데이로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경솔한 일인지. 하얀 헬멧, 노란 자켓처럼 색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존중하되 색은 색 그 자체로 보는 인식을 심어준다. 핑크든 빨강이든, 노랑이든. 파랑이든 색 자체로 아름답다. 남자가 핑크를 사랑하고 핑크 망토를 입은 히어로즈면 어떤가.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핑크에 대한 편견도 없애고 잘 활용하면 새로운 개념도 창출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훌륭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깊은 핑크 관찰자적 시선을 따라 사회적·문화적 배경에서 핑크를 넓게 이해하면서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핑크의 추억을 꺼내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핑크로 탐색 여행을 하듯 자연 속 핑크 동물과 식물을 마주하고, 핑크빛 가득한 도시를 여행하며, 역사의 순간에서 등장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정장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동차를 만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굴라비 갱의 핑크 사리, 위장용 핑크 등의 반전 있는 핑크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만날 수 있는 핑크 반창고, 성소자들의 핑크빛 삼각형 이야기는 핑크가 어떻게 소통과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되었는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최근 존슨앤드존슨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짙은 갈색, 황토색 등의 5가지 색 반창고 사진을 공개했다. '인종차별 반대 반창고'를 다시 출시한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반창고 세계에서 분홍이 기본이자 정상 색이던 시대는 끝나가는 듯하다. ‘피부색’이나 ‘살색’ 하면 분홍 계열을 떠올리는 인식을 바꾸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쩌면 우리도 수없이 다양한 핑크와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내 주변의 핑크가 담은 세상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 주변 세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는 불가능한 일이라도, 좀 더 관심 있는 눈으로 보는 것은 가능할 테니까. 일단 이 책 핑크북에서부터 아직 만나지 못한 세상에 대한 관심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거부감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핑크를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따라오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실험적으로 내놓고 독자의 해석과 판단을 스스로 내리게 한다.

삽화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고 한편으로는 '변태'로 색에 대한 이상 집착의 소유자로 저자를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고 삽화를 그린 케이 블레그바드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이다. 자신의 직업에 걸맞게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삽화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전형적으로 '남성스러운' 인물들을 핑크로 표현하는 실험을 해본다. 핑크로 물들여진 인물들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아니면 더욱 매력 있어 보일까.

독자의 솔직한 생각을 말한다면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아마 익숙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독특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왜 단지 핑크라는 이유만으로 독특해 보이는 걸까. '남성스러운' 인물에게 핑크를 물들이자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편견이 먼저 작용한 것 같다.

작가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질문과 사진 자료만 남기고 장을 마무리하는 것은 독자들을 '핑크 호수' 속으로 풍덩 빠지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책의 중간 부분쯤 읽어가면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인터뷰 속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괜찮다.

인터뷰의 대상자와 같은 생각을 갖는 독자들은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처음 접한 색에 관한 인문학 도서이다. 색깔 전체를, 혹은 일부 색에 대해 쓴 책은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핑크 하나만으로 한 책을 쓴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색에 관한 최근의 색은 대부분 우리들의 심리 분석이나 마음 치유에 사용된다.

그래서 이 책은 핑크색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등을 없애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핑크색 건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 여기에 나온 핑크색 건물은 더 큰 의미가 있어 독자의 편견을 제거해 주었다. 그 편견은 딱 한 가지 20세기 후반 우린나라 삼풍백화점 건물이었는데 그때 그 건물의 색이 핑크색으로 기억돼서였다. 참 쓸데없는 기억은 오래 간다며 슬며시 웃음까지 지어본다.






저자 : 케이 블레그바드(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은 뉴욕에서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와 어마어마한 양의 핑크 물감과 함께 살고 있다. 주로 여성 정체성과 다양한 심리와 관계들, 정신 건강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며, 『뉴욕 타임스』와 『뉴요커』 등의 매체에 작품을 실었다. 그림 작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이너로서 능력을 발휘하여 유니크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에이스 호텔, 어반 아웃피터스, 앤트로폴로지와 일했다.


역자 : 정수영


연세대학교와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디자인과 사람, 공학에 대해 공부한 후 기업에서 디자인 전략가로서 일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트 마스터 클래스: 구스타프 클림트』 『아트 마스터 클래스: 클로드 모네』 『꽃 식물 수채화』 등이 있다. 그리고 틈틈이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핫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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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부서지기 전에 에버모어 연대기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우주가 시작할 때,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 어디에도 괴물이나 남자는 어슬렁거리지 않았다. 바다가 대륙과 만나는 곳에서 상앗빛 암말이 태어났다. 바다의 거품이 그녀의 갈기가 되었고, 따개비들이 뭉쳐 몸이 되었다. 그녀는 창조주였다. 모든 관념의 여신이자 일곱 세계를 관장하는 최고 지배자였다."

『별이 부서지기 전에(Before the Broken Star)』는 『모래시계 속으로(Into the Hourglass)』, 『멈추지 않는 노래(Everafter Song)』로 이어지는 〈에버모어 연대기〉시리즈의 처음을 열어주는 작품이다.

고대 수메르 문화에서 가져온 독특한 배경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 〈백 번째 여왕〉시리즈(전 4권)로 아마존 베스트셀러는 물론 국내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에밀리 킹이 2년만에 두 번째 작품 〈에버모어 연대기〉시리즈(전 3권)로 돌아왔다.



〈백 번째 여왕〉시리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뜨거운 사랑과 우정, 화려한 액션으로 페이지를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선사했던 저자는 이번 판타지 시리즈에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더욱 환상적인 배경과 거인, 엘프, 인어, 요정 등 상상 속 캐릭터를 등장시켜 정통 판타지의 묘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전설 속 왕자와 대립하는 여성 주인공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한 모험과 도전, 사랑 이야기는 전작보다 더욱 풍성하고 흥미진진한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이 책은 〈에버모어 연대기〉 제1권 『별이 부서지기 전에(Before the Broken Star)』다. 시간의 지배자와 운반자가 등장하는 타임슬립 판타지 소설로, 가족이 몰살당하는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았지만 시계태엽심장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한 소녀의 뜨거운 복수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탐욕으로 가득한 여왕의 명령으로 새로운 식민지 건설을 위해 미지의 땅을 찾아 탐험을 떠난 아버지가 고대 전설의 비밀과 유물을 접하게 된 후 일가족이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어머니의 생일날. 에벌리는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삼촌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악마의 칼에 심장을 관통당해 시계태엽 심장으로 살아가게 된다.

평화롭고 단란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 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에벌리는 왜 부모와 형제자매가 죽임을 당했는지 진실을 밝힐 그 날을 기다리며 시계수리점을 운영하는 삼촌 밑에서 절치부심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어느 날 시계수리점에서 홀덴 삼촌과 살아가던 에벌리의 일상에 해군 장교 재미슨과 총독 마크햄이 찾아오면서 그녀에게 변화가 시작된다.



평범한 시계점 견습 점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에벌리에게는 커다란 비밀이 있다. 그녀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총독 마크햄에게 죽임을 당하고 에벌리 또한 마크햄의 칼에 심장을 찔려 죽기 직전 삼촌의 손에 구해져 삼촌이 만든 시계태엽 심장을 달고 살아난다. 에벌리의 시계태엽 심장에 신비한 힘과 비밀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여왕의 총독이 되어 나타난 그 자를 쫓아 미지의 섬으로 향하는데, 그곳은 죄수들을 위한 섬이었다.

마크햄이 비수섬의 총독이 되어 떠날 거라는 것을 알게 된 에벌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도박 결투를 벌이다 부두의 도박꾼들 베비나, 라베릭, 클라렛, 할로우와 함께 체포되어 여왕으로부터 비수섬의 식민지 이송형을 받게 된다.

호송 감독관으로 배에 함께 타게 된 재미슨과 만나면서 에벌리가 운명적으로 비수섬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그녀는 자신을 거리의 여자로 위장해 그 자를 찾아 섬으로 떠난다.



이쯤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에벌리과 재미슨은 어떤 관계가 될지 궁금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맹렬한 파도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괴생명체들이 득시글거리는 망망대해를 지나야 하는 힘든 여정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 난롯가에서 부모님께 들었던 전설이 현실 속에 등장하며 이야기는 미궁 속에 빠지고 혼란과 반전을 불러온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구축한 판타지 세계와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로 몰입감을 불어넣는다.

저자가 창조한 일곱 세계와 그 세계를 관장하는 시간의 지배자, 그리고 나무에서 탄생한 거인과 엘프, 그리고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녀의 복수는 완성될 수 있을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선을 계속해서 붙잡아놓는다.



되짚어 생각해보면 아마다라 공주와 킬리언 왕자의 사랑 그리고 시간의 지배자 이야기가 나오는 전설은 결코 전설로 끝나지 않으면서 에벌리에게 어떤 진실을 알려주려고 한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아벨린의 검에 숨겨진 의미와 마크햄의 정체 그리고 가시나무숲으로의 모험 등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끼며 에벌리에게 흥미진진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생각지 못한 인물들의 반전과 상상의 세계로 떠나게 하는 별세계와 괴물, 요정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판타지 세계 속으로 안내한다. 다음 이야기를 빨리 만나보고 싶게 하는 이 소설은 성공을 예감케 한다.



저자 : 에밀리 킹(EMILY R. KING)


네 아이의 엄마인 에밀리 킹은 판타지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다. 데뷔작인 〈백 번째 여왕〉시리즈는 아마존닷컴에서 만점에 가까운 별점과 함께 2,000여 건이 훌쩍 넘는 독자 리뷰를 받을 정도로 커다란 관심과 극찬을 동시에 받았다. 이후 타임슬립을 주제로 2년만에 펴낸 두 번째 작품 〈에버모어 연대기〉시리즈(전 3권) 또한 나오자마자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현재 아동도서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회원이며, 지역 작가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성미가 고약한 고양이 한 마리와 가족과 함께 미국 유타주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윤동준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BUSINESS IT 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해외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다. 평소 책 읽기를 즐겨 책과 관련된 일을 늘 곁눈질하곤 했다. 뒤늦게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 『백 번째 여왕』 시리즈, 『수익 먼저 생각하라』, 『나는 4시간만 일한다』(공역),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나무늘보 널 만난 건 행운이야』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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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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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없는 도시를 상상할 수 있는가. 지혜롭고 강한 남성들이라도 여성이 없는 도시는 없다. 남성들이 힘과 지혜에 앞선다고, 전쟁에 이겨 패배한 사람들을 노예로 데려온다 해도 남성들로만 이뤄진 사회는 없다. 그럼 왜 남성들은 여성들이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 사회를 만들었는가. 독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성을 소유 개념으로 대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자신이 소유한(?) 여성들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런 인식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강했던 것 같다. '힘의 논리'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고 인문학, 철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이 증진되고 풍요를 누리는 시대에 접어들었어도 여성에 대한 대우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사회를 지배하고 이끄는 주체들인 남성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이후 수백 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개선돼 왔지만 아직도 사회나 지도층의 뿌리 깊은,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못한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직장에서의 성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고, 지도층으로의 여성 진출은 아직 쉽지 않다. 물론 수백 년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등해졌다고 인식되진 않는다. 여성들이 동등하다고 인식할 때까지 미루려는 심산인가라고 추측할 뿐이다. 독자도 남성이다. 그리고 결혼하고 딸도 낳았다. 아직은 배우자와 딸이 남성과 똑같이 사회적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왜? 독자도 남성우월주의 인식이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고백한다.



1929년이다.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되었을 때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위반의 느낌을 준다. 하루가 끝나고, 여자는 이곳을 뜨고, 사진가도 떠나고, 해가 기울고, 그에 따라 가로등 그림자도 움직일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이 장소의 모습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이 전부다. 벽을 배경으로 뚜렷한 윤곽을 그리며 금지와 저항의 장소에서 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여자.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여자는 불멸하는 독특한 존재로 두드러지게 남았다.(p. 12)

환경 인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성폭력이 만연하고, 밤에 도시를 걷는 여성들을 성매매 여자로 보는 폭력적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걷기의 인문학』이란 책을 썼다. 이러한 작업에 발을 딛고서 이 책의 저자 로런 엘킨은 주제를 더 깊고 넓게 파고들어쓴 책이 『도시를 걷는 여자들』이다. 로런 엘킨은 여성이 도시에서 걸을 때 만나는 위험과 매혹을 탐구한다.

이 책의 원제는 ‘플라뇌즈(FLANEUSE)’다. 보들레르로 대표되는 근대의 도시 보행자,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관찰하는 산보자를 뜻하는 말인 ‘플라뇌르(FLANEUR)’라는 남성형 명사를 여성형으로 바꾼 단어다. 단어의 성을 바꿈으로써 로런 엘킨은 이 남성형 명사를 둘러싸고 형성되어온 걷기의 서사를 전복한다. 여성은 어떻게 도시 환경에서 배제되어왔는가, 그럼에도 도시는 여성들에게 어떤 자유와 기쁨을 안겨주는가, 여성이 도시를 걷기 시작할 때 걷기라는 행위의 의미가 어떻게 뒤바뀌는가를 탐색한다.



책에 따르면 걷는 행위는 오랜 세월 예찬되어왔다. 많은 사상가들과 작가들이 걷기가 지닌 다채로운 의미, 사색과 예술과 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이 행위가 인류에게 갖는 의미를 탐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공장소를 걷는 일은 대단히 성별화되어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엘킨은 분명히 존재했으나 지워져온 여성의 지성사와 문화사를 되찾기 위해 전 세계의 대도시를 두 발로 걷는다. 그리고 자신보다 앞서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베네치아를 누비며 위반하고 창조했던 여성 예술가들을 만난다. “도시의 창조적 잠재성과 걷기가 주는 해방 가능성에 긴밀하게 주파수가 맞추어진, 재능과 확신이 있는 여성”이라고 정의 내린 ‘플라뇌즈’의 초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조르주 상드, 버지니아 울프, 진 리스, 소피 칼, 아녜스 바르다 등의 삶과 작품을 통해 엘킨은 도시와 여성의 신산한 동시에 짜릿한 관계를 생생하고 다채롭게 보여준다.



로런 엘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여성 예술가들을 읽어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19세기 작가 조르주 상드부터 얼마 전 타계한 누벨바그 감독 아녜스 바르다에 이르기까지, 엘킨은 여러 시대를 가로지르며 이들의 작품을 다시 읽고 이들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다.

이를테면 엘킨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여성이 방 밖으로 나갔을 때 맞닥뜨리게 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 플라뇌즈에 관한 탁월한 에세이를 쓴 작가, 도시 공간을 온몸으로 감각하려 했고 여성과 도시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한 작가로서 버지니아 울프를 소개한다.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의 주요 텍스트로 읽히는 진 리스의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 세계가 파리라는 낯선 곳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지극히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도시에는 항상 여자들이 있었다. 도시에 대해 쓰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고 등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도시와 어울렸던 여자들이 많았다. [……] 도시를 돌아다니는 기쁨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다를 바 없다. 플라뇌르의 여성 버전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해버리면, 여자들이 도시와 상호작용해온 방식을 남성의 방식 안에 가두게 되고 만다. 사회적 관습이나 제약에 대해 말할 수는 있으나 여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지워서는 안 된다. 대신 도시를 걷는다는 게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여성을 남성적 개념에 맞추려 하는 대신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아까 했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면, 거리에서 보들레르를 지나쳐간 플라뇌즈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pp. 28~29)



남장을 하고 돌아다니고 수많은 애인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한 조르주 상드는 혁명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자신의 작품 안에서 사회와 젠더에 관한 이상을 어떻게 펼쳐냈는지를 파고든다. 종종 헤밍웨이의 전 부인으로만 알려지는 마사 겔혼, 대범하고 용감한 종군기자였던 그녀가 ‘여성 종군기자’로서 맞닥뜨렸던 제약이나 픽션과 사실 사이에서의 고뇌를 소설가로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여준다. 소피 칼에게서는 ‘추적’이라는 남성적 행위가 여성의 것이 되었을 때 어떤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지를, 아녜스 바르다에게서는 카메라와 영화라는 매체 뒤에 여성이 설 때 시선의 의미가 어떻게 전복되는지를 읽어낸다. 잘 알려져 있는 이 예술가들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는 엘킨의 예리한 시선을 뒷받침하는 것은 그녀의 따뜻한 애정이다.

엘킨은 선배이자 동료인 이 여성 예술가들을 가깝게 여기고 유대감을 가지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공명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이러한 애정 어리고 공감적인 시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더 경유해, 이 예술가들에게서 관계, 고독, 시선, 창조성, 사회적 저항 등의 주제를 길어 올리는 페미니즘 비평을 가능케 한다.



리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관점의 차이”라고 부른 것으로 세상을 봤다. 리스가 만들어낸 여성 인물에게서 이런 면이 드러난다. 이들은 옷을 제대로 입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도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도 못한다.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너무 적게 하거나 잘못된 이야기를 한다.

도시에 오면 우리는 이제야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구나 싶지만, 파리에서조차 다른 사람의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리스가 쓴 단편 중에 프랑스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기다리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젊은 영국 여자가 나오는 단편이 있는데, 거기에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은 “기계 밖에서” 산다는 말이 나온다. 여자는 간호사나 다른 환자들이 “기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힘, 확신”이 있지만 자기에게는 그런 게 없으며 그들이 자신의 결함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한다.(p. 96)


댈러웨이 부인이 소설에서 가장 처음으로 하는 대사가 이렇다.

“‘전 런던 거리를 걷는 게 좋아요.’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시골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울프에게 혼자 도시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상상해보지 못한 자유였고, 울프가 본격적으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이사였다면 글쓰기의 소재를 제공해준 것은 산보였다. 거리에는 울프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울프는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그려보았다. 주변에서 보는 삶이 '거대하고 불분명한 재료 덩어리' 같았고 “나에게 전달되어 그것에 상당하는 언어가 되는 듯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하다 보니 '삶 자체'를 종이 위에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에 몰두하게 되었다.(p. 127)


『자기만의 방』에는 조용하고 분리된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여자가 방 밖으로 나갔다가 부딪히게 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성과 허구, 여성과 역사에 대해 대담한 질문을 던지는 지적 무단침입이기도 하다.(p. 138)



『도시를 걷는 여자들』은 출간 이후 펜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고 《가디언》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비평가로서, 에세이스트로서, 작가로서 엘킨이 지닌 탁월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예술 비평과 자전적 산문과 여행기를 수려하게 엮어내는 엘킨의 글쓰기에는 독자를 단숨에 다른 시대,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엘킨은 미국에서 태어나 파리로 이주했고 여러 도시를 떠돌며 살아온 경험, 미국의 교외에서 자라나며 가졌던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선망, 이민자의 후손으로 어디에도 좀처럼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고 정착과 방황 사이를 오갔던 경험을 풀어놓는다.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도시 공간을 유연하게 누볐던 여성 예술가들을 읽어내는 예리한 시선을 직조하여 흥미롭고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짜낸다. 여기에 문학과 예술과 도시공간을 충실히 연구해온 학자의 성실함이 탄탄한 배경 지식과 신뢰성을 더한다.

“달콤하게 날카롭고 선동적”(《가디언》)이며 “리베카 솔닛에 기초해 한발 더 나아간”(《파이낸셜타임스》) 작가이자 “그녀 세대의 수전 손택”(데버라 리비)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첫 번째 책은, 그녀의 글쓰기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저자 : 로런 엘킨(LAUREN ELKIN)


작가이자 비평가. 책, 예술, 문화, 여행에 관해 쓴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가디언》 《하퍼스》 《르몽드》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등의 매체에 기고하며 《화이트 리뷰》의 객원 편집자로도 활동한다. 1930년대 영국의 여성 문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리버풀대학교의 명예연구원으로 있다. 뉴욕 태생이고 2004년에 파리로 이주했다. 좌안에 오래 살다가 지금은 우안에 살며 벨빌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파리와 리버풀을 오가며 살고 있다.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달빛 마신 소녀』『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바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가든 파티』 『하틀랜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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