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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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세계의 고전 문학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당시 국민학교) 아버지가 사다주신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세계문학전집을 집에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은 드물었고, 이 책 덕분에 우리 집은 가끔씩 도서관이 되곤 했다. 재미 있는 책도 읽고 아름다운 추억도 되새기는 시간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친구들 중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책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유독 친한 친구에게는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빌려줬던 기억도 새롭다. 독자의 어린 시절은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70년대이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있었고, 그때의 친구들은 지금도 친구로 만나는 몇몇 중에 포함돼 있어 어쩌면 독자 인생의 굉장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50권짜리지만 모두 읽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1년 내에 다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뚜렷이 기억나는 책은 단 두 권뿐이다. 『소공자』와 『로빈슨 크루소』이다. 책 번호까지 생각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하다. 제목과 줄거리, 등장인물 등과 함께 40년 이상 지났는데도 책 번호가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 책 『비밀의 화원』을 손에 들었을 때 한참이나 옛날 추억을 떠올리느라 읽지 못했다. 책 종이의 질이나 인쇄 상태 등은 지금과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친구들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이 책과 함께 되살아나 가슴 뭉클한 추억에 젖었다.

 


 

이 책 『비밀의 화원』의 저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작품인 『소공자』도 무척 재미 있게 읽었는데 점심도 먹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가 오히려 어머니에게 혼났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대표 걸작이라는 『비밀의 화원』은 전집에서 왜 빠졌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이 책은 그때의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선 책 표지도 두꺼운 양장본이고 오리지널 판본이라고 한다. 그때 전집도 양장본이었지만 인쇄 기술이나 컬러 인쇄는 거의 없었을 때이다. 두께도 그때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어서인지 얇았다. 축약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독자에게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어서 이 책 『비밀의 화원』을 읽는 동안 매우 행복한 감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 전집 책에도 삽화는 있었지만 이 책의 삽화에는 못 미쳤던 것 같다. 원본 삽화인지, 별도로 출판사(금성출판사) 측에서 삽화를 그린 분에게 따로 의뢰한 것인지는 모른다. 당연히 흑백이고 지금보다 조금 흐릿했던 기억이 있다. 표지는 흰색 바탕에 도안무늬 그림이 50권 모두의 표지로 됐고, 제목만 각기 달랐다.

 


 

『비밀의 화원』은 출간 이후 110여 년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작품이다.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이 나왔다. 이 책의 표지디자인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체로 돈이 많은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취미였을 테니 책이 고급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책은 18세기 영국 일러스트 작가 찰스 로빈슨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수록해 비밀의 화원이 마법처럼 변화하는 모습과 주인공들이 변화하는 모습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이 강조하고 있다. 매력적인 줄거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 덕분에 이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도 각색되어 제작되었다. 2020년 8월 개봉 영화 〈시크릿 가든〉에서는 콜린 퍼슨이 메리의 고모부 아치볼드 크레이븐 역을 맡아,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편소설이지만 책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주인공이 내면의 긍정적 의지를 잃지 않고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전통적인 성장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 꾸준히 사랑받았다. 또한 부모의 방치 속에 심술궂고 까다로운 아이로 자라난 메리가 자연과 소통하며 내면의 폐허를 치유하며, 주변 인물들의 마음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어 변화시키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면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계급과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면서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비밀의 화원』은 부족함 없는 걸작임에 틀림없다는 확신과 감동을 새롭게 주었다. 훌륭한 작품을 평온한 마음으로 읽으며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책을 읽은 일 자체도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스포가 될지 몰라 망설이다가 내용을 간단하게 기술하고 좋아하게 된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작가 소개를 뒷부분에 첨부한다. 무관심한 부모 때문에 태어나 성장해가는 거의 모든 순간을 인도인 보모와 하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심술쟁이 메리(주인공)는 부모를 잃고 잉글랜드 요크셔의 황무지에 있는 친척 아치볼드 크레이븐 고모부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정감 넘치는 하녀 마사, 자연과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마사의 동생 디콘,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외톨이 왕 같은 사촌 콜린, 자신과 어딘가 닮은 정원사 벤, 온화하고 현명한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자신의 아들 마저 외면하며 고독 속에 살고 있는 크레이븐 고모부를 만나게 된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명령하는 것만 아는 까다롭고 냉소적인 메리의 심술 속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다. 자신이 외로워서 짜증을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리곤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메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인 울새를 만나고 처음으로 자신이 외롭고 쓸쓸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가 된 울새를 통해 비밀의 화원으로 인도된 메리는 방치된 채 죽어가던 정원이 디콘과 메리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나듯 자신 역시 몸과 마음도 치유되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변화해가고, 더 나아가 콜린과 크레이븐 고모부의 삶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콜린의 말처럼 마치 ‘마법’과도 같이...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의 완역판 『비밀의 화원』 속의 디콘과 메리, 콜린 등 세 사람이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저택 어른들을 모두 놀라게 한 한밤중 콜린과 메리의 싸움 장면은 다시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박수가 나올 만큼 삶의 지혜가 가득한 소어비 부인의 말들은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꾸어준다. 독자에게는 자연의 생명력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린이들에게 마법같은 변화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어렸을 때와 같이 경이로운 느낌이다. 어쩌면 잃어버린 자연의 힘이나 신비로움을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단어나 문장도 새롭게 느껴진다. 번역의 문제가 있겠지만 새로운 느낌은 같았다. 강요된 '집콕' 생활을 좀더 즐겁고 유쾌한 방식으로 바꾸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또 하나 찾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힘들 때마다 아름다운 정원을 생각하면 에너지도 솟고, 어려워도 삶은 환희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도 갖는다. 기분 좋은 독서, 소중한 책 읽기을 머릿속에 각인시켜주는 책이다.

 


 

저자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1849년 11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치탐 힐에서 태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산업혁명 최절정기)에 철물점을 경영하던 재력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머니와 다섯 남매가 맨체스터 빈민가로 쫓겨난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버넷은 이 시기에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865년 외삼촌의 권유로 온 가족이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한 뒤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버넷은 투고료를 목표로 글을 쓰기로 결심,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간신히 종이와 우표를 사서 잡지사에 원고를 발송한다. 하지만 그때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본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잡지사에 보낸 소설이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듬해인 18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네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했으며 『고디스 레이디스북』이라는 여성 잡지를 통해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 후 몇몇 잡지사에서 한 편에 10달러를 받고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이 시기에 버넷이 주로 썼던 내용은 ‘학대받다가 끝내는 보상받는 영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몰락한 가문을 차츰차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스완 버넷과 1873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아들 라이오넬과 비비안을 두었고, 배우인 스티븐 타운센드와 1900년에 재혼했으나 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영국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쓴 작품들로 어른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아동소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로리 가(家)의 그 아가씨』(1877), 『셔틀』(1907) 등이 있다. 『폰틀로이 공자』(1886)보다 앞서 쓴 소설 『하얀 벽돌 뒤편』이 [세인트 니콜라스 매거진]에 발표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후 『폰틀로이 공자』,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로리 가의 그 아가씨』,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세 소설을 포함한 자신의 작품들을 각색하여 런던과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버넷은 74세로 1924년 10월 29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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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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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게 업인 ‘현직 기자’가 알려주는 ‘질문법’. 질문을 잘하고 못하고는 성향 문제가 아니다. 질문은 궁금함에서 시작해 해결 의지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궁금증을 풀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문제다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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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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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기자를 형사만큼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다. 기자라고 하면 선도 안 들어올 정도로 사회적 대우가 나빴다. 아마 월급도 적고, 개인 생활이 없는 일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완전히 변했다. 우선 월급이 다른 어떤 직종에 비해 적지 않다. 기자직을 선망하는 사람은 월급에 연연하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급여를 결혼의 조건으로 생각할 땐 합격점은 되기 때문이다. 또 공개채용을 통해 우수한 인재가 합격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일 것이다. 중앙일간지의 경우 이른바 'SKY' 출신이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어렵다. 물론 뛰어난 타 대학 출신도 있지만 출신학교별로 따진다면 사법시험처럼 특정 학교 출신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론고시'라는 말도 생겼다. 본인이 마음 먹기엔 분야별 고위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 정계 진출도 많다. 기자별로 배치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출입처'를 드나들며 만나고 취재하는 인터뷰 대상들이 각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대개 취재와 기사 작성이 주 업무다. 기자의 능력은 두 가지 능력으로 평가된다. 수습기자 6개월간('인턴'이라 불리우는 곳도 있는 듯하다)이 끝나면 정식 기자가 된다. 이때 자신이 담당할 부서가 정해진다.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기자들은 출입한다. 만나는 사람도 대통령부터 일반 형사 잡범 피의자까지 경계나 벽이 없다. 그만큼 넓게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취재를 위해서다. 취재는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인터뷰'를 통해서다.

인터뷰를 통해 기사의 핵심 부분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다. 문서 등의 자료는 누구나 확보 가능하지만 인터뷰를 통한 취재는 누구나 할 수 없다. 인터뷰는 그래서 기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최우선 순위에 둔다.

 


 

여기서 이 책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의 저자가 책을 통해 인터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는다. 인터뷰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취재의 한 형식이다. 저자는 기자가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질문이 어렵다고 고백한다. 더욱이 저자는 누구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어서 지금도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 내성적인 성격에 어떻게 기자가 됐을까”라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질문을 잘하고 못하고는 성향 문제가 아니다. 질문은 궁금함에서 시작해 해결 의지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궁금증을 풀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문제다.

기자로 일하면서 ‘궁금함’과 ‘해결 의지’를 가지고 남이 궁금해 하는 것도 대신 물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질문법은 ‘자기 계발’보다는 ‘생존형’ 산물에 가깝다. 기자로서 경험한 다양한 만남과 대화가 이 책의 기반이자 주요한 사례가 됐고, 그 경험들이 이 책 곳곳에 묻어나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자신도 질문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에세이이고, 질문에 관한 경험담과 질문을 위한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에 질문이 어려웠던 본인이 기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있고, 정치부 기자로서 질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던졌던 질문 이야기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에피소드여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특히 국내에서 많은 파장을 불러모은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들에게 대한 질문 내역들과 기자와 정치인들이 어떻게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가 정치부 기자 생활만 해온 때문으로 보인다. 아니면 정치부 기자들의 질문이 현 시국에 맞아 대표적 예를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다만 저자의 의도를 알면 쉽게 아쉬움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 주변은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척’하는 태도나 기술을 배운 어른들이 넘쳐난다. 질문을 하면 귀찮은 사람이고, 질문을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기자로서는 당연한 말이다. 한 가지 조건만 덧붙인다면. 그 조건은 기자의 질문의 핵심은 질문 대상자가 언급을 피하고 싶은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다. 그 대답이 안 나오면 끈질기게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게 기자의 숙명이고 업무다.

저자는 기자의 질문은 '몰라서 하는 알기 위해 하는 질문이 아니라 아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다'란 말은 하지 않는다. 저자는 또 "‘질문하는 어른’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우리는 질문에 대해 소극적이다"라고 표현한다. 표현이 그렇지 소극적인 이유는 대부분 '피하려 하기' 때문이고, '말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질문을 업으로 하는 기자는 질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10년이 넘도록 기자 일을 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여전히 질문이 어렵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었던 저자는 질문을 업으로 하는 기자가 될지 꿈에도 몰랐고, 주변 사람들도 신기해할 정도라는 것. 그저 처음에는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였던 ‘기자님’들이었지만, 인생은 모르는 법이다.

 


 

저자는 나를 귀찮게 했던 기자님이 되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책은 타고난 성향은 부족할지 몰라도 생존을 위해 질문을 던지며 고군분투한 저자의 질문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독자 역시 생존을 위한 질문이라는 데 반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자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다. 독자들, 곧 국민이고 자신이 몸 담은 신문사를 위해서다. 그런 질문만이 기자의 질문으로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Part 1에서는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업으로 하는 기자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담겨 있다. Part 2에서는 질문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할 때의 목적적 질문, 인간관계에서의 관계적 질문, 나를 향해 던지는 존재적 질문을 구분했다. Part 3은 생생한 현장의 경험담을 통해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1장과 2장은 질문 준비에 대한 이야기로 목적적 질문이 오가는 실전 현장에선 순발력보다 준비가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3장과 4장에서는 현장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질문 기술을 풀어냈다. 마지막 Part 4에서는 업무적인 영역을 넘어 질문하는 삶이 주는 유용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와 직업군을 달리하는 독자들이 '나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질문은 누구나의 삶과도 관련이 있으며 질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질문법은 물론, 질문하는 삶이 주는 유용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질문'이라는 말로 수렴된다. 기자는 왜 질문을 하는가, 어떤 질문을 하는가, 누구에게 하는가 등 육하원칙에 죽고 사는 기자가 육하원칙을 무시하고 책을 쓴 것은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질문'은 분명 기자의 기본이고 중요한 임무이고, 능력 평가의 기준이다.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는 기자가 취재를 하고 신문사에 들어와 기사를 작성한다. 지금은 현장에서 곧바로 노트북 등으로 입력하면 데스크의 컴퓨터로 입력되고 데스크는 이를 확인한다. 예전엔 "인터뷰를 잘 하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기자의 머릿속에서 기사가 이미 작성돼 있다"고 했다.

인터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또 어떤 책에서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의 책을 보면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자는 상대와 20분 인터뷰를 하기 위해 100배의 시간을 준비한다."

 


 

저자 : 김동하

 

할머니 댁에 가면 장작불을 지피는 아궁이부터 찾았다. 장작이 다 타버려 하얗게 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커서도 ‘불태우다’라는 표현을 좋아하게 됐다.

흥미 있는 일로 나를 불태운다. 공을 찰 때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마감시간에 쫓기며 기사를 쓰는 건 여전히 짜릿하다. 출판 원고 작성도 그렇다. 조선일보 기자다. 기자 일은 문화일보에서 시작했고, 몇 해 전 이직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한국방송통신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는 ≪나의 주거 투쟁≫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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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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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대한민국. 지금 70년대생, 80년대생, 90년대생들이 자연스럽게 사회 중추세대라고 말할 수 있지만 20세기말, 즉 20년 전만 해도 그들은 어렸다. 80년대생은 유신시대를 겪지 못했고, 90년대생은 군부독재라는 말을 모를 것이다. 듣기는 했다 하더라도 경험하지 않은 사회를 제대로 알 리 없다. 요즘 그때의 얘기를 꺼내면 '나 때는 말이야'부터 나오는 사람들은 '꼰대'로 몰리고 기성세대에서도 '별볼일없는(아무 역할을 못한) 사람'쯤으로 치부되고 만다. 실제 꼰대란 말을 들어도 자연스러운 사회의 변화에 맞춰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항변할 수도 없다. 항변이라도 하려드면 꼰대임을 확인해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0년대생, 60년대생은 한 일이 없고, 할 말이 없을까. 그야말로 격변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온몸으로 헤쳐나온 세대다. 군부독재에서의 민주화 투쟁, 산업사회에서의 노동력 제공, 개발독재 시대의 환경운동 등 그들이 나라를 위해, 지금 세대를 위해 한 일들이다. 입조차 벙긋하기 힘든 독재정치 아래서 감옥 가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친 수많은 사람들, 산업화 사회에서 기업은 날로 커지지만 개별 살림은 정반대로 가는 노동자들, 개발 특수에 따른 다디단 열매를 따먹는 특수층과 식구들 먹을 것 걱정에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한' 대부분의 사람들, 뒷 세대를 위해 환경운동에 목숨 걸고 나선 투쟁가들... 그들은 살기 위해 민주화, 노동운동, 환경운동에 앞장서지 못했어도 결국 그들이 필요할 땐 결정적 힘을 보탰다.

 


 

이 책 『추월의 시대』는 경제적 측면에서 세대별 생각의 차이를 말한다. 책에 따르면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끼어 있는 80년대생은 특수한 정체성을 갖는다. 그들은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청년기에 선진국 대한민국을 겪은 첫 세대이다. 80년대생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기를 보내던 기성세대의 경험과, 태어날 때부터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었던 90년대생 이후 세대의 경험을 중첩해서 갖고 있기에 기성세대와 90년생 이후 세대 양쪽 다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세대다. 또한 산업화와 민주화 양쪽의 수혜를 뚜렷하게 받고 자란 첫 세대로 양쪽을 대결 의식과 폄하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첫 세대라 할 수 있다.

 


 

‘친일/좌빨’과 ‘보수/진보’, 이 두 대립 쌍은 그동안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를 관통해왔던 분석 틀이었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두 대립 쌍은 우리 사회를 제대로 비추는 거울이라기보다는 내 편 가르기에 적합한 도구로서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분열의 난립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요즘엔 과거 선진국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을 벗어던지는 것에서도 현격한 세대 격차를 느낀다. 특히 1980년대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970년대생과 1990년대생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1970년대생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을 표준으로 삼고 따라잡는 데 주력했다.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 ‘좌익/우익’ 또는 ‘보수/진보’ 같은 이분법적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하는 국가가 미국이냐, 일본이냐, 혹은 유럽 어느 나라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학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선진국을 본떠 한국 사회를 조형하려고 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를 전제로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가 더 심하게 덜컹거리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 세력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청년세대는 자신들의 삶에 온전히 담긴 대한민국 선배 세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성과를 모두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떤 정치 세력이든 그 토대를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물론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세계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어쩌면 1980년대생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높은 연령 세대가 되었을 때에야 2개의 거대한 추격전의 유산,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서사가 퇴장할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4장 뉴노멀〉 중에서

『추월의 시대』는 ‘낀 세대’이자 사회생활 경험을 어느 정도 축적한 80년대생이 다가오는 대한민국은 기존에 있었던 ‘열등감의 정치’를 끝내고 ‘자긍심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선언문이자 팸플릿이다. ‘자긍심의 정치’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저자들은 자신들의 세대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이 이룬 성취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종북’과 ‘친일’이라는 낡은 키워드와 양극화된 정치적 틀을 청산하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두 기성세대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업적을 후속 세대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본격적인 ‘추월의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가 처한 여러 사회문제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1장 〈포퓰리즘과 피드백 사회〉는 한국에서는 거의 정치적 욕설처럼 사용되고 있는 포퓰리즘이 엘리트 정치보다 잘 기능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즉 미국은 상위 1퍼센트, 유럽과 일본은 상위 10퍼센트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국은 그 아래 중간층의 역량이 탁월하기에 그들에게 키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2장 〈중도파의 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들을 관통하면서 그 사건들을 가능하게 한 잊힌 주체를 탐색한다. 3장 〈뉴라이트〉에서는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뿐 아니라 인터넷 일각의 역사적 혐한 정서까지 함께 다뤘다. 4장 〈뉴노멀〉에서는 오늘날 한국의 청년세대가 지니고 있는 사회의식에 대해 짚어본다. 온라인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저자 중 한 명인 양승훈 교수가 일반적인 정치 성향의 여론조사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문항 설계를 하고 그 답을 이 책에 반영했다. 익숙한 통념을 깨는 결과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독자로서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반론을 제시하기도 힘들지만 설득력이 있기에 경청하기로 한다.

 


 

저자들은 인구 급감 현상의 문제는 지금 젊은이들은 출산과 양육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보다 그로 인한 손해와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오기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삶과 욕망에 대한 문제다. 출산한 부모에게 어떤 금전적 혜택을 쥐어줄 것인가만 고민한다면 해결은 요원할 수 있다. 출산은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일종의 ‘성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출산에 따르는 불편함을 개인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성찰하게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번듯하게’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평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게 될 것이다. -〈4장 뉴노멀〉 중에서

저자들은 보론 형식의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을 함께 제시하면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청년세대의 의식을 다룬다. 취업 문제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다.

5장 〈‘86’세대 전쟁〉에서는 저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의 한 축인 ‘세대 간 분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논의한다. 저자들은 세대론을 기득권 타파론으로 봐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공로를 동시에 인정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퇴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한다. 6장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팀이 작년 12월 말부터 유튜브 세상에서 분투한 코로나19 관련 콘텐츠들을 다룬다. ‘133개국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기사가 ‘가짜 뉴스’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국 방역 당국의 성과를 비교 검토하고 있다. 7장 〈‘선망국’의 역설〉에서는 인류학자인 조한혜정 교수가 제시한 ‘선망국’ 개념을 토대로 한국 사회가 변화의 조류를 먼저 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여타 선진국들보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내용들을 분석한다.

 


 

저자들은 '공정'의 문젱에도 날을 세운다. ‘공정’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물어보자. 과연 무엇이 공정일까? 원론적 답변을 한다면, 모든 사람이 자기 실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한 조건을 비교적 공평하게 제공받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년층 일각에서 흘러나와 사회에 수용되는 ‘공정론’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채의 벽은 더욱더 견고해야 하고 학벌의 메리트는 더욱더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최근에 나온 ‘공정론’의 이면이다.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아는 이 나라의 취업준비생들은 모두 스펙을 쌓고 대기업 공채시험에 목을 맨다. 그게 얼마나 큰 영광과 리워드를 가져다주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청년실업률 확대’ 및 ‘취업 지연’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공채 영역을 줄여나가는 것이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구조개혁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진보파의 해법과 ‘시험 선발의 능력주의’라는 보수파의 해법을 넘어서자는 저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를 직접 평가해볼 만하다. -〈8장 공정의 재정의〉 중에서

 


 

9장 〈기적의 재구성〉에서는 한국 산업화의 성공 원인을 특정 인물, 시기, 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탐색하는 한편, 10장 〈한국은 아직도 약소국인가?〉에서는 한국의 전근대사까지 분석하면서 한국의 문화적 특질이 어떻게 현대사회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미중 대결 시대’라는 한국으로서는 고통스러운 위기의 국면이, 역설적으로 ‘북한의 친미국가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아간다.

『추월의 시대』는 80년대생 저자들을 화자로 삼지만 하지만 세대론을 넘어서 ‘정치적 내전’ 상태에 준하는 현재의 정치 담론 양극화를 타파하고 ‘80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그 길을 모색하기 위한 준비 담론이자 정책적 제언이다. 저자들의 주장처럼 세대론과 색깔론으로 반목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적합한 대안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명이 같이 썼는데 모두 30대이다. 선거철만 되면 세대간 갈등이 부각되는데 젊은층과 노년층은 투표에서 확연히 다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이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30대, 20대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30대 이하 세대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 로 점점 희망을 갖기 어려워진다. 이 책은 곧 사회의 주축이 될 30대가 썼다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논리 자체가 정연하고 실증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산업화 세대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산업을 일으켜 세웠다. 민주화 세대는 독재에 저항해 목숨을 바치면서 민주주의를 키웠다. 이후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모든 환경이 다르다. 가치에 매긴 우선 순위도 다른데 기득권을 가진 세대는 비혼이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이해가 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대에서는 제 몸 하나 챙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최선이 없기 때문에 차선을 택한 것이다는 문제 제기에는 반대하기 어렵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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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통증이다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
오광조 지음 / 지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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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은 다양하다. 기쁨 즐거움 등 긍정적 마음의 상태가 있고, 반대로 분노, 슬픔 등 부정적 감정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낸다. 감정의 표출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눈물이나 우울감 등으로 혼자서 조용히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 부정적 감정은 인간에겐 모두 내재돼 있고 다만 충격이나 외압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의 정도가 표출된다고 한다. 느끼는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외부 충격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충격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외로움이란 느낌은 독특하다. 사람마다 차이의 폭이 큰 감정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일상이 차단되고 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지면 인간은 누구나 우울감이 든다는 것이다. 서로 만나는 것은 물론 회사나 학교마저 함께하기 힘든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우울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 소통의 부재는 외부와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문자나, 화상 전화, 음성 전화, SNS 등으로 소통을 빈번하게 하는 것이 우선의 해결책인 것 같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지만 특효약은 아직 없다. 그 발병 원인을 찾아 의사의 처방에 잘 따르고 적응하면 증세의 심화를 막을 수준의 약은 개발돼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말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혼밥,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점에 혼자 살아가는 삶에서 흔히 나타나는 외로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나아가 통증으로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일선 의사들의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친밀한 사람이 두세 명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 더욱이 코로나로 비대면 일상이 점차 익숙해질 정도로 오래 계속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헤쳐나갈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어느 틈엔가 핵가족에서 1인가구가 급증했다. 정확한 자료를 독자는 갖고 있지 않아 말하기 어렵긴 하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우리나라의 가족제도가 무너진 지 오래됐다고 보건 당국의 발표를 얼마 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이들은 회사나 일자리 문제로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어르신(노인)들의 고독사도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부부가 살았더라도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대부분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혼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이 심화되다보니 취업하기 위해 공부를 별도로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런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자살률이 점차 높아지고 저출산을 넘어 출산률 세계 1위의 오명도 가지고 있는 등 가족제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젠 하루 출생자 숫자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변곡점이 엊그제 뉴스에 나왔다. 이와 반대로 반려견,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 새로운 용어가 말해주듯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과 소통하는 시대가 됐나 싶을 정도로 위기감도 온다.

 


 

이 같은 사회 상황에서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 '1인 가구', '혼밥'이라는 단어가 이젠 보통명사로서 우리 사회에 '가족'보다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이들에게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외로움을 마주해야 할 마음의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외로움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닐 텐데 무슨 방법이 있는 걸까?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 나라보다 이 같은 문제를 먼저 겪었는지 외로움 전담 장관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살아가는 동안 마주친 외로움과 싸워 이겨야 한다' '외로움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차리리 즐기자' 등의 선의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외로움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신(神)의 실수이고 사회의 무책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겨내야 하는 명제에는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극복할지 이 책 『외로움은 통증이다』의 저자 오광조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은 뼈에 사무칠 정도 외로운 때를 몇 번은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철저하게 버림받고 잊히면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안다. 이때 외로움은 시리고 냉정하다.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싸늘하다. 피부를 뚫고 살을 지나 뼈까지 시리다. 몸이 으스스 떨리고 움츠러든다. 밖으로 나가기 싫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그냥 있고 싶다. 모든 일이 귀찮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심하면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린다. 사무치게 깊고 오랠수록 타격이 크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언젠가 외로움을 겪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만 바라봤던 시절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면 상실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정치인도 비슷한 증상을 피할 수 없다고 하며 그래서 인기와 권력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중독이라는 말도 있다. 언제 사무치게 외로울까? 아주 그립거나 허전할 때다. 대부분 상실의 시간을 접하면 극한의 외로움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헤어질 때 느낀다. 의존 대상이 클수록 빈자리는 크고 외로움은 깊다. 첫사랑의 상처가 큰 이유는 첫사랑의 빈자리를 처음 경험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사랑이라는 큰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사랑이 떠나가면 빈자리만 남는다. 전에는 외로움이 들어올 공간이 없었는데 사랑이 만들고 남긴 빈자리를 외로움이 채운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실감도 크다.

 


 

저자는 이어 시작을 할까 말까보다 더 어려운 고민이 중간에 ‘고’냐 ‘스톱’이냐를 결정할 때라고 한다. 들어간 돈과 시간이 아까워 머뭇거리다가 더 큰 손해를 본다. 아니라는 판단이면 미련 없이 털고 나와야 하는데 결단이 참 어렵다. 중간에 발을 빼기는 시작보다 몇 배 힘들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있으면 돈, 시간 낭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익 낼 기회까지 날리고 망설일수록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은 능동적으로 뛰어들 때도 있는 반면 엉겁결에 발 담그는 경우도 많다. 그때 흐름을 탈지 내릴지 결정이 중요한데 ‘고’하는 가속페달 못지않게 ‘스톱’하는 브레이크 역할도 막중하다. 감정도 ‘스톱’이 가능하다. 화는 격렬한 감정이다. 화가 나면 어쩔 줄 모른다. 제 성질에 자기가 넘어간다. 하지만 화의 지속시간은 10초라고 한다. 10초만 참으면 저절로 사그라진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은 맞는 말이다.

화, 분노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흥분이고 연쇄반응을 초래한다.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뛰고, 인지하면 더 분노하고, 큰소리를 치고, 내뱉은 욕을 자기 귀로 듣고 반응이 강화된다. 물건을 던지고 밀치는 거친 행동을 하면서 몸은 원시시대 사냥꾼으로 돌아간다. 가히 화의 폭발, 분노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젠 원인은 뒷전이다. 그저 화에 사로잡힌다. 조그만 화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게 번져 폭력까지 가는 데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악마의 화염으로 키울지, 한 박자 쉬고 진화시킬지는 몇 초 안의 행동에 달렸다. 감정의 악순환은 막을 수 있다. 일부러 되새김질만 하지 않으면 더 진행되지 않는다. 화도, 외로움도 일단 스톱한 뒤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떨 때는 간혹 '나 혼자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가족이 있고 나의 일이 있고 친숙한 생활이 있는데도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날엔 괜히 눈물이 난다. 쓸데없는 잡생각이라고 외면하지만 가슴 속 빈틈으로 사정없이 밀고 들어오는 낯선 감정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선명하게 뇌리에 남는다. 이런 게 외로움인가 싶다. 나도 이젠 외로울 때가 된 걸까. 눈을 바깥세상으로 돌리면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세상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TV나 스마트폰 등이 다른 생각은 끼어들 틈 없게 촘촘한 차단막을 친다. 하루 중 심심할 시간은 찾기 힘들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놀거리, 볼거리는 널렸다. 스마트폰을 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 있어도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손바닥 크기의 이 기계는 블랙홀처럼 생각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TV를 켜면 어제나 오늘이나 연예인들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웃고 떠들며 별 시답지 않은 개인사나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마냥 즐겁다. 웃지 않고 심각하거나 어두운 모습을 보이면 바로 퇴출되기에 앞다퉈 박수치며 행복하다고 외친다.

 


 

사회는 갈수록 더 풍요롭고 행복해 보이는데, 외로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더욱 호황이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유행을 넘어 생활로 정착했다. 사이버상에서 친구를 찾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가입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고민을 덜어주는 심리 상담이 날로 늘고 있다. 또 혼자 있는 사람을 돕는 공공기관의 도우미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외로운 사람, 외로운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7%는 거의 항상, 19%는 자주, 51%는 가끔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국민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20.5%였다. 2018년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성별로는 여자(21.5%)가 남자(19.6%)보다 더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60대와 40대가 사회적 고립감을 상대적으로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든 기분으로 저자의 '혼자 외로운 세상을 건너는 9가지 방법'을 받아든다.

내 세상은 내가 만든다 / 중독은 답이 아니다 / 자기 연민은 독이다 / 감정 10초만 참아라 / 관심을 구걸하지 말라 /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라 /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라 / 인생은 원래 혼자 가는 것

슬픔의 끝이 있을까?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면 세상이 무너진다. 매일 밤 지새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목이 메어 물도 삼키기 힘들고 세상이 원망스럽다. 내가 죽을 것 같다. 총알이 심장을 관통하면 이렇게 아플 거라 느낀다. 하지만 끝이 있다. 정상적인 애도기간은 6개월을 잡는다. 그 정도면 감정이 무뎌진다. 가슴에 묻어도 심장을 찢지 않는다. 가끔 삐쭉삐쭉 뚫고 나와도 금방 아문다. 담아두어도 살만하다. 슬퍼하는 나를 보는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기억도 신이 준 선물이고 망각도 신이 준 선물이다.

 

저자 : 오광조

 

전북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전북대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전주에서 통증클리닉을 개원하고 있다. 현재 전주비전대 간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 때는 천문학자, 시인, 화가, 작가가 꿈이었고 전공보다 연극, 음악, 독서에 더 관심이 많았다. 피터 드러커처럼 3년에 한 번씩 주제를 바꿔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려 하고 있다. 심리학, 정신의학에 대해 관심이 커 계속 책을 봤고 서울사이버대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불안감버리기 연습〉, 〈아빠수업〉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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