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년 1월 대한민국은 지난해 몰아친 트로트 열풍에 휩싸여 있다. 처음 몰아칠 당시 '광풍'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도 열기는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로트 열풍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왔다. 갑자기... 팬데믹은 우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대한민국은 트로트로 밤을 샐 정도로 대단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팬데믹 종식보다 점치기 어려울 정도다. 한 방송국의 '트로트 경연대회'는 전 국민적 인기를 얻었고, 타 방송국도 이에 질세라 가담해 작년 12월 초엔 을씨년스러운 찬바람 속에 캐롤송 대신 트로트가 '코로나 시름'을 덜어주려 더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엔 트로트가 24시간 방송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도대체 왜 트로트가 이 같은 열풍을 몰고 왔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도 내놓지 못한다. 트로트 원로가수는 물론 트로트나 유행가 평론가들마저도 원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은 없다. 그 질문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트로트 가사나 곡조에 '갑자기' 우리 정서에 잘 맞아서일 리도 없고, 트로트를 재해석해 새로운 트로트 풍의 노래가 쏟아져 나온 것도 아닌데...

독자는 트로트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교문 밖 단골 주점 등에서 목청 높여 불렀던 트로트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그때는 이른바 '젓가락 장단'이라고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드럼'을 대신 하기도 했다. 독자는 7080세대여서 복고적 의미에서 무척 환영했지만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러대진 못한다. 나이 탓이기도 하지만 팬데믹으로 그럴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 부르던 트로트는 역시 당시의 시대적 향수와 아울러 트로트가 방영되는 방송을 한참이나 듣곤 한다.

 


 

이 책 『유행가들』은 말 그대로 유행가에 대한 저자 김형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트로트 역사를 기술하거나 트로트에 관해서만 쓴 글은 아니다. 그러나 트로트를 집중 조명한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우리 트로트의 역사를 굳이 따진다면 약 100년이다. 독자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1921년 〈희망가〉로부터 시작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독자가 대학 들어가기 전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다. 당시의 라디오를 통해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미 문화예술교육사로 활동하는 유차영 씨가 트로트의 흐름과 궤적을 엮어 노래별로 작사·작곡·가수·시대·사람·상황·사연을 해설한 『트로트 열풍-남인수에서 임영웅까지』라는 책을 작년 10월 펴낸 바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로트는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연과 가수들에 관한 뒷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다. 사연을 모르고 들었을 때와 알고 들었을 때의 차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성이 다르다. 작가가 읊조리듯 풀어내는 센티멘털한 감상도 함께 어우러져 풍미가 담겨 있다. 재미있는 일화는 그 시절의 아련한 향수까지 떠오르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트로트 100곡을 해설해 놓아 독자는 추억의 과거와 열정으로 되살아난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곡들이 '국민애창곡'이라고 명명해 통속적인 음률과 가사가 전해주는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우리에게 트로트의 역사를 한눈에 짚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 『유행가들』은 모두 5개의 부로 나뉘어져 시대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꽤 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유행가들에 대한 짧은 노트’에서는 우리나라가 트로트의 나라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며 그 당시 불렀던 노래들을 일별한다. 그렇게 “유행가에 얽힌 추억담을 늘어놓다 보면 다들 시간의 마술에 속고” 만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저자는 특히 “옛날이 오늘이 되고 노래 속의 풍경들이 갑자기 나의 것으로 돌변”한다고 말문을 연다.

1부 ‘유행가 지대’는 유행가가 어떤 지대에 있는지 어떤 위치인지에 대해서 말하는 짧은 글이다. “본능적으로 고향에 가고 싶거나 헤어진 연인이 견딜 수 없이 떠오르거나 마음의 상처가 덧나기만 할 때”처럼 (시로도 감당하지 못할) 노골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날것’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2부 ‘어릴 때는 어린 노래가 있었다’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70년대까지를 회고한다. 해방과 분단 상황까지는 〈황성옛터〉 〈눈깔 먼 노다지〉 〈노들강변〉 〈목포의 눈물〉 〈감격시대〉 등을 소환하고, 그 후 시대를 풍미했던 신중현과 이미자, 그리고 김추자를 추억해낸다. 독자도 〈황성옛터〉를 잘 알고 있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하던 노래라고 풍문으로 전해들은 바 있다. 또 〈목포의 눈물〉은 독자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가사가 떠올라 옛 생각이 떠올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숱한 기라성 같은 가수 중에 나의 귀에 가장 많이 닿은 목소리는 단연 이미자이다.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는, 그 이름 석 자로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어버린 가수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아마 한국에서 1960~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 모두에게 거의 완벽하게 전파된 낭설이 아닐까 하는데, 우리는 어렸을 때 이미자에 대해 두 개의 소문을 듣고 자랐다. 하나는 전쟁통에 고아처럼 버려져 울다 못해 그만 목청이 터져버렸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그의 목을 연구하기 위해 죽으면 시신을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독자도 들은 바 있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3부 ‘20세기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에서는 1970~1980년대 청년문화를 다룬다. 통기타와 청바지와 맥주로 대표되는 세대 감성. 그때 한국의 거리는 반항적 낭만주의로 가득 찼고 취미 생활자와 재능기부자 같은 모습의 뮤지션들 덕에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젊음의 연대감을 함께 누렸다. 독자는 60년대의 가요계 소식은 모르지만 분위기는 저자 말대로 열심히 사는 부모님들을 모습에서 유추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이미 ‘대중의 아마추어화’ 현상이 발아되었다는 점이다. 포크송 가수들이 보여주는, 대단한 악단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는 문화야말로 듣는 자를 ‘절대적 수용자’로만 존재할 뿐 창조의 주체로 나설 수 없게 하던 이전 세대의 풍속을 일거에 전복하는 것이었다.

 


 

송창식과 양희은 김민기 등으로 대표되는 시기에는 광주에서 잊히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에도, 그 이후에도 그날을 기리며 노래는 불리었다. 4부의 무대는 광주다. 저자는 1980년 5월 스물두 살 광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때를 회상한다. “5.18 때 광주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애창된 가요는 양희은이 부른 〈늙은 군인의 노래〉였다고 말한다 당시 대학생들은 이를 〈투사의 노래〉로 개사했지만 시민들의 태반은 따라 하지 못해서 불가피하게도 호출된 노래가 〈전남도민의 노래〉라고 덧붙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라도 사람을 통째로 역도(폭도) 취급을 하는 동안 민간인 공동체에서는 관제 향토 가요가 애국가가 되었던 것 같다. 분위기나 당시 사회 현상, 이후 5.18 조사 등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으며 오히려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잔혹한 장면들을 이미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뒤늦게 봤기 때문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진솔한 고백의 문장들로 가득하다. 가수 김광석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담담하게 회상하기도 하고, 1990년대적인 것들과 불화했던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한다. 노래에 대해서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노래의 생명력은 노래 자체에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부르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롯이 저장되어 있다는 듯이.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러온 저자는 노래에 대한 애정을 담아 『유행가들』을 썼으리라. 오늘의 트로트 열풍이 결코 갑자기 빛을 본 게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내재된 것이 일시에 폭발한 것처럼. 저자 덕분에 독자 역시 트로트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지나간 가수들이 한층 그리워진다.

 


 

이 책은 내가 음악을 잘 알아서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라디오, 전축, 녹음기 따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인간의 마을에서 떠다니는 숱한 소리들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음악의 전부였다. 하지만 내 삶은 시대의 오지에서 한참 뒤떨어진 풍속사의 현장을 절묘하게 놓치지 않고 통과해왔다. 주막집 아들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온통 유랑극단의 노래들 속에서 보냈으며, 학교에 들어가서는 집 뒤에 극장이 생기는 바람에 그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래를 날마다 피하지 못하고, 또 나중에는 뮤직박스의 디제이를 했던 형에게 포크송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리고 5·18을 겪은 이후 민중가요사가 그려가는 궤적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그 이름 없는 가객들에게 받았던 감동의 기억들은 내 영혼의 세포에 스며들어 오늘도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김형수

 

1959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5년 『민중시 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장편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 『조드-가난한 성자들 1, 2』,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평론집 『흩어진 중심』 외 다수와 『문익환 평전』 『소태산 평전』, 고은 시인과의 대담집 『두 세기의 달빛』 그리고 작가수업 시리즈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 속으로
폴 아시안테 외 지음, 김경영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승리의 기록이 아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시안테 코치가 털어놓는 실패의 고백이다. 잘못된 결정과 코칭으로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되어 팀을 나간 몇몇 선수, 그리고 아들 매튜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아들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엔딩은 백미로 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 속으로
폴 아시안테 외 지음, 김경영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미국 사회가 세계 최강국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다민족 이민자 사회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엄청난 자원을 안은 미국이 독립하고 서부 개척과 노예 해방이란 국내 당면 문제와 인류 공동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최강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많은 유럽 및 타 대륙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땅이지만 자신의 노력만큼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자신들을 맟춰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뤘다. 그들 덕분에 미국의 부(富)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고, 제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강 최부국이 되었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프론티어십, 개척 정신은 오늘날에도 미국이 세게 최강국이 된 지주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책 『두려움 속으로』의 저자 폴 아시안테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스쿼시 코치로서 팀원들을 유려하게 이끌어 200승이 넘는 연전연승의 기록을 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스포츠는 ‘스쿼시’지만, 두려움 속으로는 스포츠 종목과 관계없이 선수들을 압박하고 제압하는 ‘두려움 극복 코칭’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이 제일 두려운가? 무엇을 걱정하고 의심하는가? 본인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대회에서 지든 이기든 다음 날 아침 태양은 뜬다.”

지름이 4㎝ 남짓한 공을 시속 210~260㎞가 넘는 속도로 쳐내는 스포츠,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스쿼시 스포츠사에서, 역대 코치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가장 넓은 성공 궤도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바로 폴 아시안테 코치다. 두려움 속으로는 폴 아시안테 코치와 그의 팀인 트리니티 칼리지 9명의 선수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절망과 승리의 순간들 등 삶의 다양한 면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빠르게 넘겨 버리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선수들 개개인 이야기와 맞물려 아시안테 코치 스스로가 느꼈던 성공과 좌절, 실패와 절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개척과 도전 정신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법을 알려주는 에세이가 아니다. 『두려움 속으로』는 노력과 운을 통해 얻게 된 성공의 면모를 잘 이어나가는 방법, 그리고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빠르고 쉽게 패배를 인정하는 방법 등 삶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다룬 이야기다. 이 책이 우리에게 읽히는 이유다. 책 제목처럼, 아시안테 코치는 두려움 속으로를 통해 불안과 조바심, ‘최악의 악몽’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삶의 조언자이자 동료로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냐 실패냐, 승리냐 패배냐가 아니다. 인생은 긴 여정이다. 과정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아시안테 코치의 말처럼, 『두려움 속으로』는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야 한다는 것과 그 흐름 속에 우리가 받아 마음에 간직해둘 지점들을 골라내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폴 아시안테 코치와 그의 팀은 정말 이루기 힘든,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13시즌의 우승 및 252연승 무패의 기록이다. 정말 어느 스포츠에서도 이루기 힘든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이 책에 다른 대학 스포츠에서 가장 근접한 연승 사례를 소개해 주고 있는데, 가장 근접하다는 기록이 1940년부터 1961년까지 201연승을 이룬 예일대학교 남자 수영팀의 연승사례라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연승 사례들을 들어주지만, 어느 사례도 200승 이상의 연승을 보여주진 못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운, 성공사례를 달성한 폴 아시안테 감독이 스쿼시라는 스포츠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닌, 어떻게 멘토링을 해서 이런 대기록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코칭에 대한 리더쉽관련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 챔피언십 대회에서 프린스턴 대학팀과 맞붙은 듀얼매치에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각의 시합과 선수에 따른 그의 코칭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코치로써 가장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책 제목인 '두려움 속으로'이다.

이 '두려움 속으로'의 의미는 안전해 보이는 곳이 위험한 곳일 수 있고, 두려워 보이는 곳이 오히려 안전한 곳일 수 있다는 사자의 사냥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두려움을 외면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선수들이 부담감 속에 느낄 수 있는 각각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시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게 바로 그의 역할이다. 독자가 미국인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해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사자는 영양떼를 발견해서 사냥을 할 때가 되면,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병약한 사자가 키 큰 수풀을 향해 나아가고 나머지 사자들은 반대편 덤불 속에 흝어져 준비한 후, 이 최고령 사자가 포효를 함으로써 사냥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영양떼는 사자의 포효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며 다른 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게 된다. 이런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본능에 맞서 포효소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 나아가야 오히려 안전해질 수 있다.

정작 폴 아시안테 코치는 테니스 선수 출신의 코치인 것 같다. 전혀 알지 못하던 스쿼시 코치로서 룰부터 모든 것을 새로 배워가며 새로운 길에 도전했음에도 뛰어난 선수 관리를 시작으로 스쿼시 코치로서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세워 나간다. 운이 아니라 도전과 개척 정신이라고 독자는 읽는다.

 


 

이 책은 주인의식, 지금의 힘, 서열 정리, 사랑의 힘, 잘 지는 법, 자신감, 통제권, 경기력, 근성의 9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이 가운데 독자에게 인상적인 부분만 발췌해 소개한다.

첫 번째로 '주인의식'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스스로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하면 그 일의 성과는 대체로 좋지 않다. 회사 업무에서도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과 그냥 급여만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물론 성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사장이나 관리자, 리더들은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주인 의식은 어떤 일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며 미국인의 개척정신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스스로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는 사람은 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열정적인 도전 의식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의 도전정신도 자신이 개척해 일군 땅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모두 사유 재산으로 인정해준 데 따라 개척과 도전 정신을 북돋운 것이다.

또 다른 '잘 지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운동 경기든 인생이든 모든 일에 성공하고 이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든 크든 사람은 언젠가는 질 수 있다.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라도 인간은 누구나 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져 본 사람이 잘 지는 법도 안다. 단순히 아는 게 아니라 다시 이기기 위해서다. 또 패자는 지는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 이 점은 2500년 전에 이미 전쟁에서 깨달아 병법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의 길로 걸어가게 된다. 실패를 기회로 삼으라는 사람들은 이 지점을 말하는 것이다. 최소한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 내면화해서 바라보고 발전의 계기를 삼는 사람은 그 성과를 거둔다는 사실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증명함으로써 진리로 삼아도 될 정도로 굳어진 말이다.

 


 

저자는 또한 항상 똑같은 코칭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도 말한다. 때로는 긍정의 피드백을 건너뛰고 부정의 피드백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고 사람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매번 똑같지만은 않다. 우리 삶에도 긍정과 부정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해야 한다.

저자는 이 밖에 각 선수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각 장의 주제를 풀어간다. 학생 스포츠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질풍노도의 시기인 선수들을 코칭하는 것은 프로에 비해 더욱 어렵다고 주장한다. 운동뿐 아니라 인성 부분에서도 선수를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어려운 분야에서 믿지 못할 업적을 남겼다. 물론 그의 아픈 개인사(아들 문제)가 있지만, 그가 선수들과 나눈 경험들이 넓게는 우리 각자의 삶에서 한 번씩은 떠올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포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어떤 분야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남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삶에 적용해야 한다. 또 한 번 실패한다고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패를 잘 성찰해 다시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고 한층 더 윗단계로 뛰어오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사는 모습은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늘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 등을 독자는 이 책에서 다시 배우고 있다. 스포츠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돈을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은 이 책에서 전설적인 코치의 성공 비결을 찾으려 하겠지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승리의 기록이 아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시안테 코치가 털어놓는 실패의 고백이다. 잘못된 결정과 코칭으로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되어 팀을 나간 몇몇 선수, 그리고 아들 매튜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아시안테 코치가 트리니티 스쿼시팀을 전미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 데 열중해 있는 사이 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되어 재활원을 끝없이 오간다. 팀의 연승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들과의 관계는 멀어진다. 선수들에게는 사랑과 형제애,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의 아들이 필요로 했던 사랑과 관심은 쏟지 못한다. 세계적인 선수와 코치들에 둘러싸여 무하마드 알리 같은 전설을 만나지만, 정작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아버지 아시안테는 아들을 교도소 면회실에서 마주한다. 책의 번역가이기에 앞서 독자로서 행복한 결말을 바라며 안타까운 부자의 이야기를 읽어갔지만, 끝까지 매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아시안테 코치는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두려운 존재일 수 있는 아들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 폴 아시안테

 

트리니티 칼리지의 남자 스쿼시 팀과 테니스 팀 헤드 코치. 올해로 코치 18년 차인 아시안테는 스쿼시 팀을 이끌고 250연승, 시즌 13회 우승이라는 완벽한 기록을 일궈 냈다. 아시안테는 미국 대표팀 스쿼시 코치이며, 스쿼시 팀을 이끈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올해의 미국 올림픽 코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74년 스프링필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롱아일랜드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파와미스 클럽, 볼티모어컨트리클럽, 뉴욕 프린스턴 클럽에서 코치 경험을 쌓았다. 또한 아시안테는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챔피언십 테니스: 챔피언십 테니스 하는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 : 제임스 저그

 

미국 스쿼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포함해 여섯 권의 책을 낸 수상 작가다. 《애틀랜틱》 《아웃사이드》 《보스턴 글로브》 《배니티페어닷컴》 등에 글을 기고했다. 미국 델라웨어 윌밍턴에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낭 날씨는 당신의 기분 같아서
이두리 지음 / 꽃길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단한 기대도, 어떤 욕심도 없이 어쩌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베트남을 무작정 따스하거나 신비로운 모습만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의 눈은 마치 아주 잘 닦인 거울처럼 베트남의 일상을 아주 직설적이고도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낭 날씨는 당신의 기분 같아서
이두리 지음 / 꽃길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다낭~ 날씨는 당신의~~ 기분 같아서』의 저자 이두리는 스물일곱에서 스물아홉까지의 시간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이두리 선생님’으로 살다 돌아왔다. 책 이름에 나오지만 '다낭'은 베트남의 한 도시다. 이 도시는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의 잘록한 허리 부분 가운데에 있는 도시. 인구는 2019년 기준 121만여 명으로 호찌민, 하노이, 하이퐁, 껀터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남베트남 시절에는 제2의 도시이자 중요한 군사 거점이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베트남 중부 관광의 중심지가 되어 가고 있으며, 베트남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부상중인 도시이다.

한국에도 TV 프로그램이나 입소문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덕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발전했다. 인근 30km 내에 서울 삼청동의 포지션을 갖고 있는 호이안 옛 거리(Khu Ph? C? 區?古)가 있으며, 바닷가를 따라 북상하는 보 응우옌 잡-황사(Vo Nguyen Giap-Hoang Sa 武元甲黃沙)로를 따라 세계적인 호텔 체인 및 리조트가 건설되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곳도 여럿이다. 독자는 이 도시를 지난 북미 정상회담 때 언론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곳 후보지로 집어 말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 이름도 이때 처음 들었다.

 


 

베트남의 공식 국가 명침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다. 베트남이 월맹과 월남으로 나뉘어져 전쟁을 할 때 우리나라가 파병해 월맹(당시 베트콩)과 적으로 싸웠던 나라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패전을 인정하고 철수함으로써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로 통일된 나라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정회원국으로 수도는 하노이이다. 수도는 하노이지만, 도시 규모는 오히려 경제 중심지인 남부의 호치민(구 사이공)이 더 크다. 호찌민에 롯데리아가 먼저 들어갔다고 한다. 인구도 호찌민이 많다. 흔히 베트남 하면 밀림을 떠올리지만 실제 베트남 면적에서 숲의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물론 19세기 때만 해도 베트남의 대부분 지역은 밀림으로 덮여 있었으나 농경 목적의 개간이나 베트남 전쟁 때의 고엽제 살포로 인한 삼림파괴 등으로 거의 숲이 남아나지 않았던 적도 있기에 요즘에야 정부에서 국립공원을 지정해서 보호중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세계 열강인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과 모두 한 번씩 싸워 본 나라. 게다가 이들과 싸워서 결국 다 몰아내 버렸다. 프랑스와 미국은 공식적으로 베트남에게 패전한 걸로 취급되고 있다. 중국 역시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으나 뭔가 조금 소득이 있다 싶을 때 결국 근성의 베트남인들에게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은 지금은 중국처럼 경제 발전에 치중하며 과거의 구원(舊怨)을 가진 국가와도 교류를 한다. 개방 경제를 택한 후 중국처럼 큰 경제 발전을 이뤘다. 우리와도 공식 수교 후 굉장한 우방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엄청나게 진출해 있다. 지난 북미 회담 때도 인근 삼성, LG의 대규모 전자 산업단지를 TV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에 공장이 많이 진출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그랬듯이.

기업의 민간 교류와 함께 국제결혼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많은 남성(농촌지역) 중 결혼하지 못한 사람이 베트남 처녀들을 데리고 와 사는 형식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다보니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해 파탄에 이르는 부부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 적응하고 살고 있다고 TV를 통해 자주 방영된다. 또 최근에는 베트남 축구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 박항서 감독이 그곳 국가대표 감독으로 가서 엄청난 성과를 '국민 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구원만 지운다면 우리와는 절친한 사이가 될 수 있는 선린 관계이다.

 


 

저자는 '살면서 한 번쯤은 장기 봉사활동을 가고 싶다’라는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을 타인을 위해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혹여 다녀와서 내가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일찍 경험하고 일찍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코이카(KOICA)‘의 일원으로 다녀온 다낭<위 사진> 생활은 저자의 삶뿐만 아니라 글에도 많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봉사활동 차원에서 간 곳이지만 봉사활동 자체를 부각시키지 않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낌이나 경험 등에 중점을 두고 '다낭'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저자의 글에 영향을 미친 것을 증명한다. 코이카 :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전담하여 실시하는 기관. 1991년 4월에 설립되었으며 한국과 개발 도상국의 우호 협력 관계 및 상호 교류를 증진하고 이들 국가들의 경제 사회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국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독자 주)

 


 

대단한 기대도, 어떤 욕심도 없이 어쩌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베트남을 무작정 따스하거나 신비로운 모습만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의 눈은 마치 아주 잘 닦인 거울처럼 베트남의 일상을 아주 직설적이고도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는 다낭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평소의 자신이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하는 듯 보인다. 어두컴컴한 낯선 이방의 땅에서 반사적으로 잡은 바퀴벌레를 보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서툴고 낯선 베트남어가 늘지 않아 속상한 밤을 여럿 보내기도 했으며, 한국어를 가르쳐줄 자신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봉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자신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반성도 하고, 이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나라 베트남을 끝내 미워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이두리에게 있어 다낭의 삶은 단편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다낭의 하루는 좋았다가도 미워지고, 미워죽겠다가도 다시 사랑스럽게 느껴질 만큼 가변적인 존재이다. 2년간의 다낭 생활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그에게 있어 다양한 감정의 파편을 느끼게 해준 기회였던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춘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겪는 다양한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기록이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일면을 발견할 때의 당혹스러움, 홀로 견디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복잡한 심정의 변화 등이 당돌하면서도 솔직한 젊은 감성으로 그려져 있다. 베트남 봉사활동을 하며 습득한 현지 지식과 경험, 그리고 교훈은 덤이다. 젊음과 패기는 충만하지만, 아직은 서툰 구석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중반의 청년이 바라본, 아주 현실적인 해외 봉사활동의 모습은 어떠할까?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 드시라. 다낭봉사자이자 한국어 선생님, 그리고 외국인이자 이방인으로 살며 마주한 2년간의 순간들이 아주 생생하게 이곳에 간직되어 있으니.

 


 

결국 아침을 먹기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확실히 아침을 먹은 날에는 평소보다 힘이 난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왜 그렇게 아침 먹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다.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돼서 아침밥 안 먹고 오는 학생들에게 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아침 7시 수업이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닌 듯싶다. 10분만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오라는 말에 학생들이 “선생님, 그 시간 에 더 자고 싶어요” 하며 배시시 웃는 걸 보면….(p. 50)

 

베트남이 얼마나 성장할 것 같은지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누누이 베트남 사람들이 가진 저력에 대해 얘기해 왔다. 베트남 사람들은 ‘내 일이고 내 책임이다’ 싶을 땐 어떻게든 그 일을 완수해 낸다. 시간이 없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마치고 문제가 생기면 지연·혈연을 총동원해서라도 방법을 찾아내는 게 베트남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협동심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미리 짠 것처럼 흐트러짐 없이 일을 착착 진행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감탄했다.(p. 174)

 

저자 : 이두리

 

걷지 말고 춤추듯 살자’가 삶의 모토이나 스텝도 밟기 전에 넘어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말과 글을 통해 힘을 얻는다. 삶의 다양한 형태 중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산다. 그 일환으로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이 되어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