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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꺼내야 하는 독자는 당혹스럽다. 역사는 좋아했지만 물리학은 싫어했기 때문이다. 호불호에 따라 대학 입시도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져 대학 입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리를 싫어한 독자로서는 당연히 인문학 계열로 입학했다. 덕택에 물리학은 적어도 독자의 삶에서 수십 년 동안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어서 적지 않은 기간에 역사는 TV 드라마 사극에 나오는 정도만 이해하면 되었다. 세계사는 대부분 서양의 역사에 맞추어져 있어서 자세하고 깊은 것까지 배울 필요는 없었다. 영화나 혹은 가끔 관련 책을 읽는 정도만 흡수해도 삶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렇다면 역사와 우리 삶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이하 『벌거벗은 세계사 2』)는 tvN의 교양 프로그램인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세상을 뒤흔든 중요한 사건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는 모두 10개의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다른 강사와 다른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이 책에 있는 모두 강연자가 다르다. 때문에 편의상 저자를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으로 통칭한다.
저자는 이 책을 제작하면서 세상의 모든 사건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즉 어떤 일이든, 크든 작든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 제작팀의 주장이라기보다는 제작팀이 10개의 사건을 책으로 만들다보니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이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저자가 출판사 책 소개글에 낸 첫 문장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인 것으로 미루어 합리적인 지적일 듯하다. 소개글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은 저마다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역사 속 사건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사를 좀 더 깊숙이 배운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이라도 예상하고 대비할 힘을 기를 수 있다.
이 일련의 소개글은 앞서 언급한 '양자역학'의 이론에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에 대답하기 위해 반도체 없는 컴퓨터를 상상해 보자. 반도체가 없다면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컴퓨터의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 등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또한 양자역학은 과학기술의 측면뿐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20세기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이란 무엇일까? 물리학을 공부해본 적이 없는 독자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개념이라도 알기 위해선 백과사전이나 관련 책을 이용해야 할 듯하다. 김재영의 『물리산책』에 따르면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 1882~1970)으로, Quantenmechanik(크반텐메하닉)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것이 그대로 영어로 번역된 뒤에, 일본에서 ‘量子力學(료오시리키가쿠)’라 새로 번역됐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 ‘양자역학’이란 용어로 번역됐다. 양자역학이란 말을 이해하려면 ‘양자’와 ‘역학’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양자(量子)’로 번역된 영어의 quantum은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온 말로, 무엇인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학(力學)’은 말 그대로는 ‘힘의 학문’이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힘과 운동’의 이론이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2』에 나오는 사건은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은 물론, 처음 만나는 의외의 사실들까지 더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프레임 밖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역사와는 다른 시각을 보인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양자역학 이론이 적용된다는 점, 일종의 통찰력을 가진 역사 의식에 바탕한 내용으로 풀어헤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신’ 제우스가 시작한 집안싸움이 아테네의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놀라운 과정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비행기 납치와 테러가 벌어지던 공포의 20세기 후반의 상황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을 둘러싼 역사 속 결정적 순간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역사 속 흥망성쇠의 진짜 원인부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뒷이야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역사란 스포일러가 넘치고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라는 말도 꺼낸다. 이는 프로그래밍된 컴퓨터 시연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으나 역사 통찰력으로 갖고 살피면 '그냥'이나 '우연'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 때문에 사건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해체할 수도 있다. 이는 다시 조합을 이루어 '필연'을 만들어내는 등 독자 입장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2』는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속속들이 파헤친다.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통해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역사의 이면을 탐구하기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 아는 것을 넘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10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작게는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인류 전체가 휘말려드는 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크게는 국가라는 거대집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사건은 기록으로 남겨진 것뿐만 아니라 구전되어온 '신화'까지도 포함해 인류가 살아온 모습과 과정에 대한 혜안을 제공한다.
1장 〈벌거벗은 그리스 민주주의-제우스의 집안싸움이 불러온 민주주의의 탄생〉, 2장 〈벌거벗은 인도-힌두교와 카스트의 진실〉, 3장 〈벌거벗은 초한지《삼국지》의 모태가 된 두 영웅〉, 4장 〈벌거벗은 종교개혁-신의 대리인, 교황의 탐욕〉, 5장 〈벌거벗은 스페인 내전-히틀러의 제2차 세계대전 리허설〉, 6장 〈벌거벗은 쑹씨 세 자매-중국 현대사를 뒤흔든 이들의 정체는?〉, 7장 〈벌거벗은 러시아의 흑역사-괴승 라스푸틴과 러시아 제국의 몰락〉, 8장 〈벌거벗은 도쿄재판-일본의 전쟁 학살자들은 왜 풀려났나?〉, 9장 〈벌거벗은 CIA-기밀해제 문서로 본 CIA와 라틴 아메리카〉, 10장 〈벌거벗은 테러의 시대-뮌헨 올림픽 참사와 비행기 납치 사건〉 등 10개의 장(章)이다.
지금까지 역사는 승자의 입맛에 맞춰 그들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만 기록되어 왔다. 사가(史家)들도 모두 인정하고, 그것을 텍스트로 역사를 해석한다. 물론 명백하게 허위를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팩트)은 접어두고라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사가의 일이다. 이 책은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그동안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의 사실과 근거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진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다.
“역사가는 같은 시대 사람들이 잊고 싶어 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도 잘못된 시선으로 한쪽의 역사만을 보면 전체를 놓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고르지 못함을 지적하는 말로 읽힌다. 이 책은 세상과 질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통찰과 미래를 읽는 전망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다. 언급한 대로 1장에서는 신화의 이야기다. 신화는 문자 기록보다는 문자 이전, 즉 구전으로 내려온 설화나 영웅담을 모아놓은 것이다. 우리가 2,500년 동안 사실로 믿어온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다. 구전의 내용을 기초로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배웠고, 믿었다. 물론 문학적 위치나 최초 문명의 발상지라는 영예는 뒤늦게 발굴된 바빌로니아 수메르인들의 『길가메시』에게 내주었지만.
이 책에는 여전히 그리스 신화를 더 믿을 수 있는 위치에 놓고 있다. 아직 『길가메시』를 새긴 점토판이 완전히 발굴되지 않은 데다 이미 발굴된 점토판의 문자 해독이 불가능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예지력을 가진 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그 결과 ‘신들의 신’이자 자신의 사촌인 제우스로부터 절벽에 매달린 채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수백 년이 넘도록 프로메테우스는 굴하지 않았고, 그의 뚝심에 제우스는 끝내 손을 들고 만다. 시간이 흘러 프로메테우스의 저항정신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원전 6세기경, 아테네 평민에게도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왕정과 귀족 정치를 거쳐, 참주 정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하층 민중의 불만을 이용해 그들의 지지를 얻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정치를 펼치는 것을 의미합니다."(p.39) 그에 대한 보답으로 참주는 노예를 해방시키고, 귀족이 독점했던 땅을 빼앗아 평민들에게 나눠줬으며, 농사지을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또 이때 대규모 축제를 열어 평민들의 지친 마음을 풀어주려던 대규모 축제인 '디오니소스 축제'로 성장했다. 이 축제는 참주의 의도와는 다르게 평민들의 새로운 힘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디오니소스는 최대 1만8,0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이었고, 공연은 프로메테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라는 연극이다. 절벽 위에 매달려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수백 년 감내하면서 최고 권력자인 제우스에게 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때 프로메테우스가 내뱉은 대사가 "그대들 신출내기들은 통치한 지가 얼마 안 되거늘 벌써 고통도 모르고 성채에서 사는 건가?"였다고 저자는 전한다. 축제를 통해 연대의식을 느끼고, 공연을 통해 저항 정신과 민주 의식을 깨친 시민들은 이제 국가 권력의 주체는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태동한 이유다. 아테네와 민주주의는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인도에서의 카스트 제도에 대한 흐름도 세계 정세를 바꾸어놓은 사건이다. 사실 카스트 제도는 2,000년간 유지되어온 인도 고유의 신분제도다. 인도의 종교 힌두교는 원래 사회적 의무와 물질적 풍요, 쾌락만 가르친 종교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불교와 자이나교 등 여러 종교가 등장하면서 힌두교는 물질만 추구하고 불평등을 강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불평등한 사회를 떠나 수행자의 가르침을 쫓아 깨달음을 구하려는 사람도 점차 증가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최고 신분계급인 브라만이 고심 끝에 내놓은 해답이 힌두교도의 삶의 목표에 '깨달음'을 추가했다. 힌두교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회유하려는 의도였다. 이 결과 힌두교에는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는 동시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다소 모순적인 가치관이 공존하게 된다. 사실 깨달음을 통해 속세에서 벗어난 사람은 인도에서도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인도인은 힌두교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 각자의 이익과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도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 5세기부터 17세기까지 기나긴 중세 시대를 겪으면서 처음에는 4개로 구분되던 카스트가 수천 개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수많은 '자띠'(직업이나 가문이라는 뜻)가 생겨난 것이다. 인도인들은 지금도 카스트보다 자띠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카스트 체계는 18세기에 들어 또다시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영국의 침략이다. 식민지로 전락한 인도는 세포이 반란(1857)도 영국의 무력에 좌절되었고 멀리 떨어진 영국은 인도 대륙을 다스리기에 벅찼다. 영국 정부가 한 가지 묘안을 짜낸 것이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인구 총조사이다. 이때 영국은 조사 항목에서 인도인을 단순한 기준으로 구분했는데 바로 고대 인도 때 만든 힌두 경전의 카스트다. 이미 수천 개의 자띠로 나뉘어진 인도인들은 자신이 수드라인지, 바이샤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욱여넣듯이 대강 분류해 짜맞추었다는 것. 이 인구 총조사가 사그라들었던 카스트 제도에 다시 불을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격변기가 비참한 상황의 불가촉천민에겐 기회가 되기도 했다. 도축과 가죽, 육류 가공이 근대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이 업에 종사하던 불가촉천민들이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나 영국에 꼭 필요한 산업이었기에 이들에게 신분 상승과 함께 수천 년 간 이어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난 계기가 된 셈이다. 이들 신흥 불가촉천민들은 다른 계급처럼 돈을 뿌려서 높은 카스트로 올라가거나 고급 교육을 받고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우리 조선시대의 천민 계급이 떠올라 숙연해지기도 한다. 지금의 인도는 알고 있는 바와 다르게 1947년 영국 식민지로부터 벗어나 헌법과 법률로 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져 차별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러나 아직 일부 지역이나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악습이지만 완전히 사라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20세기 초 청나라, 여성의 인권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던 이곳에서 중국 여성 최초로 미국 유학생이 된 세 자매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 아이링, 메이링, 칭링이라 불린 이들은 청나라라는 거대한 제국이 무너지던 격동의 시대에 ‘누구의 아내’로 불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로 보면 '신여성'인 셈이다. 이들의 삶과 결혼은 중국 현대사를 뒤흔들었다고 하는데 커다란 변화의 물결 뒤에 숨어 있는 세 자매의 흥미진진한 인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이 책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분노하고 놀랐던 일본 전범 재판 이야기를 읽을 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전쟁으로 1,00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일본의 전쟁범죄자, 즉 전범에 대한 국제군사재판을 열었다. 모두 118명의 A급 전범 용의자 중 28명이 재판정에 섰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이 전쟁 중에 벌인 끔찍하고 잔혹한 학살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뒤 다수의 전범 용의자가 풀려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석방되었다. 제대로 처벌받은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는 것. 도대체 일본의 전쟁 학살자들은 어떻게 법망을 피해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국제군사재판은 왜 제대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까?
이와 함께 1970년 전후, 세계 곳곳에서는 비행기 납치와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다. 1969년에만 80여 건의 항공 테러가 이어져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그러던 중 1972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올림픽을 둘러싸고 비행기 납치, 공항 시설 공격, 인질 납치 및 살인 등 최악의 국제 테러가 일어났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국제 테러는 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무고한 희생을 담보로 한 잔인한 비극은 왜 아직도 계속되는 걸까?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시작한 집안싸움이 지금의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놀라운 과정을 밝혀준 이 책은 비행기 납치가 교통사고만큼 자주 벌어지던 20세기 말 '테러의 시대'까지 조명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르고 있거나, 알았다고 해도 뒤에 숨은 권력의 힘을 알아내지는 못했을 내용이 이 책에는 실려 있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2』는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의 뒷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왜 과거를 뒤돌아봐야 하는지, 이를 거울삼아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 : tvN〈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에 들이닥친 코로나19. 자유롭게 누군가를 만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무렵 집에서 안전하게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숨겨진 세계사까지 배울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것이 <벌거벗은 세계사>입니다. 그 마음이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이 책이 조금이나마 현시대의 갈증을 해소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