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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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우리는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을 떠나보냈다. 평생을 우리와 우리나라를 위해 애쓰던 고(故) 이어령 선생은 아직도 우리 가슴속을 떠나지 않은 듯 수많은 저서들이 재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생이 평생 쓴 저서나 논문, 글들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 몇 권의 책을 냈는지, 몇 편의 논문을 남겼는지도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끊임없이 재출간되는 그의 저서들은 아직 그가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많은 기억들을 소환해 준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우리 자신을, 또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타계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이란 것은 자연스럽다. 

이 책 『만남』은 선생의 배우자로 70년을 해로한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남편인 고 이어령 선생에 관해 쓴 에세이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란 부제가 붙어 있다. 독자는 이어령 선생의 책은 많이 읽었지만 한 번도 그의 얼굴을 직접 뵌 적은 없다. 배우자인 강인숙 관장은 책으로도 만난 적이 없다. 독자보다 한 세대 윗분들인 데다 이어령 선생이 대학 교수직을 여대에서 했기 때문일까? 책으로, 혹은 공직에 있을 때 영상 등으로 만난 이어령 선생의 이미지는 단정하고 조금은 고지식한 듯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문인이고 학자인 이어령 선생을 직접 뵌 분들은 모습 그대로의 인연에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는 아무래도 글로써, 책으로써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났으리라 본다. 배우자가 본 이어령 선생의 모습은 어땠을까? 사뭇 궁금하다. 부부는 대학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70년을 함께 살았다. 주위에서 70년을 해로한 부부를 찾기란 쉽지 않아서인지 부부 사이가 살갑고 애정이 깊었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동갑내기 부부이자 친구이자 연인으로 일평생을 함께해왔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인숙 관장은 남편에 대해 사적인 글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저자 역시 문학평론가이자 교수이기도 하다. 독자가 과문한 탓이리라 생각하지만 강인숙 관장도, 남편 이어령 선생도 부부나 가족 관계의 사적인 이야기는 책으로 쓴 적이 없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이 점도 부부가 닮았다. 이어령 선생의 글은 많이 접했고, 책도 적잖게 읽었지만 강인숙 관장의 책은 읽은 적이 없으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와의 70년 역사(사생활)를 정리해 보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썼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힌다. 이어령 선생과 동갑내기인 저자 역시 이미 고령이다. 평생 쓰지 않던 신상과 그와의 만남 등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은 아마도 저자의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이어령 선생과의 70년의 삶에서 알려지지 않은 모습들을 담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훗날 누군가가 이어령 선생의 평전을 쓰거나 회고할 때 정확하게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부부가 모두 사생활에 대해 글을 잘 남기지 않았으니 사적인 이야기는 부부 아니면 알 수 없을 터, 부인인 강인숙 관장의 기억의 끝머리에서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은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표제어에 쓰인 '만남'을 설명하고, 이 책의 성격을 압축한 문장을 첫 면에 실었다. “까까머리를 막 기르고 있는 대학 신입생의 모습으로 그는 내 앞에 나타났다. 이름을 안 것은 신입생 환영회 자리였던 것 같다. 머리가 짧아 얼굴이 네모로 보였다. 무언가가 안에 꽉꽉 차서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모습······. 호기심에 빛나는 눈이 눈부셨다." 

저자는 이어령 선생이 스무 살 때 처음 자신 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아흔 무렵의 그가 투병 끝에 운신하지 못하게 된 모습이 안쓰러워 “마주 잡고 큰 소리로 통곡했”던 이별의 시기까지, 함께 울고 웃었던 70년의 세월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 〈부록〉에는 특별히 이어령 선생의 넷째 형과 외사촌 누나가 쓴 글을 함께 수록하여, 저자가 잘 알지 못하는 이어령 선생의 어린 시절과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보충하기도 했다. 또한 이어령 선생이 부인 강인숙 관장에 대해 쓴 글 한 편도 수록했다. 이 글은 「정복되지 않는 네모꼴의 신비」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 한 편이 유일하게 아내 강인숙에 대한 글이라고 이 책에 끼워넣었다. 이 글은 사실 경기여고 100회 졸업생 축사의 글이라고 한다. '경기 졸업생을 아내로 둔 모든 이들에게'란 작은 글씨의 부제가 붙어 있다.(저자는 이 글이 아내에게 점수를 가장 후하게 주었다고 말한다. 일상사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은 타입이어서 아내에 대해 쓴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가장 가까이에서 산 사람”으로서 보고 느낀 이어령 선생을 최대한 윤색하지 않고 충실히 기록하고자 한 노력의 기록이자, 그만큼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70년이 농축된 기록은 진한 사랑이 느껴지지만 폭발적인 에너지라기보다는 차분하고 담담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함께한 삶의 무게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감의 깊이만큼, 담담한 문장에도 진한 사랑과 감동이 우러나오는 것은 독자의 감정이 이입된 데 따른 것일 터다. 저자는 그 자연스러운 여운이 독자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랄 뿐이다. "이어령 선생을 미화하거나 영웅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어령 선생은 어디까지나 예술가였지 행정가나 정치가나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창조하는 부분만 빼면 그냥 보통 사람이죠. 결점과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그런 인간mortal 말입니다. 다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창조의 붓을 놓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 속에 이어령이라는 한 인간의 온 무게가 다 실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기 일만 외곬으로 하다가 떠난 한 예술가를,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윤색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인간의 약점은 뒤집어보면 장점이기도 하고, 어쩌면 인간스러운 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p.9~10)

저자가 집필을 결심하고 가족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면서 가장 기술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이어령 선생의 어머니에 관한 부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령의 세계를 해독하려면 어머니를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한 번도 어머니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해 이어령 선생의 집에 들어가기 14년 전에 어머니는 이미 타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어령 선생은 가족의 일상을 전혀 글로 적지 않았지만 유독 어머니에 관한 글은 많이 남기셨다. 이어령 선생이 한국의 전통이나 민족성, 문화적 독창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많이 담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 대한 여러 표현과 묘사를 독자도 자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어령 선생의 글에 나타나 있는 어머니상과, 집안에 내려오는 에피소드를 통해 어머님의 인품을 가늠해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충분한 시간도, 체력도 없어지면서 이젠 이마저도 불가능해지는 세월이 곧 올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모든 힘을 다잡아 기력을 다해 글을 썼다고 말한다. 자신마저 세상을 뜬다면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생각에서 증언을 남긴다는 의미로 집필을 했다고 밝힌다. 또 이 과정에서 부부란 '나눌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실감했다고도 고백한다.



이 책은 모두 3부와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는 2~5장(章)으로 나누어 모두 14장으로 구성됐다. 1부에는 「이어령을 기른 흙과 바람」, 「네오필리아와 김치」, 「이어령과 어머니」, 「아버지 이어령의 두 가지 소원」, 「이어령과의 만남」, 2부에는 「모놀로그와 다이얼로그」, 「장관 이어령의 희한한 이벤트들」, 「이어령과 골프」라는 제목의 글들이 실려 있다. 이어 3부에는 「1955년과 '이상론(李箱論)」, 「문학사상」, 「『축소지향의 일본인』 태동기」가 게재됐고, 마지막 〈부록〉에 「어린 날의 기억들」, 「나의 자랑스러운 고종사촌」, 「정복되지 않는 네모꼴의 신비」 등이 각각 각각 담겨 있다. 

저자는 우선 자신과의 ‘만남’ 이전의 이어령의 시간부터 살펴나간다. 생전에 이어령 선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가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뿌리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조심스레 조명한다. 집안과 지역적 환경, “행복한 막내 도령”으로 자랐던 어린 시절, 열한 살 무렵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몰아친 불행, 고독과 설움 속에서 견딘 사춘기 등 ‘이어령의 세계’를 이룬 축과 토대가 된 삶의 궤적들을 정리했다.

부부는 사실 대학 시절 만나 인연을 맺고 70년을 해로했다. 저자는 대학 시절 그와 만나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전한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보았던 그에 대한 첫인상. “‘작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사무적인 말로 끝나는 평범한 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건 아우성이고 함성”이었던,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그때 비로소 하게 되었”던 그의 첫 편지를 받았다고 회고한다. 다방을 아지트 삼아 종일 온갖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던 연애 시절. 너무나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셋방이라도 자기 집이 생기니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기뻐했”던 그의 모습의 이야기도 담았다. 그리고 그가 많이 아플 무렵엔 “저녁때마다 ‘오늘도 살아 있어 고마워요’ 하고 감사 기도를 하면서 하루치씩 견”디던 세월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부부 사이를 가로지르는 때로는 반짝이고 때로는 먹먹했던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밖에 이어령 선생이 창간한 기념비적 문예지인 『문학사상』의 탄생과 운영 비화, 한국 학자가 쓴 일본에 대한 책으로서 일본 열도에 큰 돌풍을 일으킨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의 집필 과정,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창의적 퍼포먼스를 기획했던 이어령 선생의 예술가적 집념을 담은 일화 등 이어령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겨 있다. '연인의 자리, 아내의 자리'는 1부 마지막 장(章) 「이어령과의 만남」의 작은 항목의 제목이다. 이 글에서 저자와 이어령 선생과의 서울 셋방살이 시절을 회고한다. 이에 따르면 극장과 다방을 돌면서 5년이라는 밀착된 세월을 공유했는데, 내가 야간에 나가고 있어서 밤에만 같이 있으면서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 선생은 주말에도 원고가 밀려서 느긋하게 쉴 시간도 많지 않았다. 바빠서 밤에 나를 데리러 오는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기도 나도 생활인이 된 것이어서, 바쁜 것은 당연했다. 놀 시간이 주는 것도 당연했다. 우리는 이제 한 가정을 끌고 나갈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는 곧 임신을 했고, 현대평론가협회가 활성화되어 그는 강연과 미팅을 하느라고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드디어 혼자 나다니는 '바깥사람'다워진 것이다. (중략) 

이어령 씨는 본래 추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게 안 되는 사람을 만나면 입을 봉해버리는 버릇이 있다. 결혼을 하니 나와의 대화에서도 같은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곧 임신을 했고, 그는 차차 혼자 나다녔다. 그러면서 임신한 아내를 위해 네이블오렌지 같은 것을 사 나르는 소시민적 남편이 되어갔고, 나는 서투른 솜씨로 김치를 담그는 초보 주부가 되어갔으니, 우리의 대화에는 지상적 요소가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가정은 일상적인 장소여서 저기에서는 아이의 배탈, 지붕의 누수, 집안의 경조사 같은 것들이 대화의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내 지상적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게 됐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그는 장난으로 '인생고'라고 이름 지었다. 하지만 '새것 주고받기' 부분은 그때도 남아 있었다. 새 책을 읽을 때라든가 새 영화를 볼 때면 우리는 다시 토향 다방 시절처럼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문화의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괴테의 광물학이나 색채학에 대한 관심이 깊은가 하면, 최근에는 『파이 이야기』(얀 마텔)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공자님의 노년에도 관심이 많아서, 화제의 폭이 엄청나게 넓다.(p.138~139)



『문학사상』 장(章)은 독자가 가장 재밌게 읽었다. 『문학사상』은 독자도 많이 사본 잡지이기도 하고, 당시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올해로 47회를 맞는 것 같다. 첫 수상자가 1977년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란 작품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무진기행』이란 작품에서 얻은 정보이다. 순 문학잡지라고는 〈현대문학상〉 정도였을 때이니 인기도 높았을 터다. 이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다. 이청준 〈잔인한 도시〉, 박완서 〈엄마의 말뚝〉,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은희경 〈아내의 상자〉, 신경숙 〈부석사〉, 김훈 〈화장〉,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등 전후 한국문학을 다진 쟁쟁한 작가들이 총망라됐다. 『문학사상』은 한국문학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다. 주간이 이어령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 『만남』을 보고서야 알았지만, 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문학사상』과 관계를 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굉장한 이목을 끌었던 잡지다. 창간 당시 주간이었던 이어령 선생이 창간사를 썼다고 한다. 

특히 저자 강인숙은 창간호 표지화가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였다고 한다. 구본웅이 그린 그 그림은 이상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이 그 무렵에 밝혀져서, 세인을 놀라게 했다는 에피소드는 우리 문단의 에피소드로 길이 기억될 만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문학사상』 창간호는 무려 5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당시 잡지가 5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은 우리 국내 뉴스로만 그칠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문단에서도, 학계에서도 어떤 그룹이나 파(派)에 나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은 성격이어서 문학지의 성격이나 문학상 수상작 결정에서도 『문학사상』의 성격에 따라 엄격하게 추구되고 관리된 데서 최고의 인기 잡지로 단숨에 뛰어올랐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문학에의 열정 그리고 올곧은 심성에 감사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저자 : 강인숙


문학평론가, 국문학자. 1933년 10월 15일(음력 윤 5월 16일) 사업가의 1남 5녀 중 3녀로 함경북도 갑산에서 태어나 이원군에서 살다가 1945년 11월에 월남했다. 경기여자 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데뷔했으며, 1958년 대학 동기 동창인 이어령과 결혼하여 2남 1녀를 두었다. 건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론가로 활동하다가 퇴임 후 영인문학관을 설립했다.

저서로는 논문집 『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김동인』『자연주의 문학론 1 · 2』, 수필집 『언어로 그린 연륜』『생과 만나는 저녁과 아침』『겨울의 해시계』『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아버지와의 만남』『어느 고양이의 꿈』『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문명기행 내 안의 이집트』 『셋째 딸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콘스탄틴 버질 게오르규의 『25시』『키랄레사의 학살』과 에밀 아자르의『가면의 생』 등이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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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 - 어떻게 하면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아놀드 베넷 지음, 윤춘송 옮김 / 알파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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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의 저자 아놀드 베넷(Enoch Arnold Bennett, 1867~1931)은 영국 출신의 작가로 프랑스에 살면서, 자연주의 소설 기법으로 고향을 배경으로 한 실생활을 작품에서 그려냈다.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평론·잡문 등에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런던 대학을 마친 뒤 법원에서 근무했고, 잡지 편집에도 종사했다. 그의 명저로 꼽히는 이 책은 '최고의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인생론을 담은 에세이로 자기계발서로 더 유명하다. 출간한 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생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책으로 명성을 굳혔다. 인간관계, 자녀교육, 사회생활, 기질과 습관, 연애와 결혼 등 우리가 빛나는 인생을 보낼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어떠한 기교나 허세 없이 순수하고 직설적인 어조로 담아내고 있다. 그의 문장은 자연주의 소설 기법처럼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허세나 가감 없이 직설적 어조를 구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소설에서는 자연주의 기법에 사실적 표현을 주로 작품에 담았기에 '비판 정신의 결핍'이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작품 『늙은 아내들의 이야기』는 피터 박스올이 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의 한 권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두 늙은 아내들'이란 표제어처럼 작품 속 주인공인 콘스탄스와 소피아 베인즈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상인의 딸들로 자란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이름의 운명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얌전하고 예의바른 콘스탄스는 아버지의 조수와 결혼하여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전통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피아는 행상인과 함께 사랑의 도주를 감행하지만, 애인이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리자 동전 한 푼 없이 파리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저자 아놀드 베넷은 둘 중 어느 쪽의 삶도 옳거나 그르다는 편을 들지 않는다. 소설가로서 베넷은 현실과 사실을 담담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묘사할 뿐이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 것이다. 파리의 흥분은 이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피아의 투쟁과 균형을 이루고, 콘스탄스의 화목한 가정 생활은 질식할 듯한 무료함으로 괴롭다는 사실적 판단만 작가의 의견이 개입되어 있다.. 『늙은 아내들의 이야기』에서는 전반적으로 베넷의 연민이 느껴진다. 두 자매의 감동적인 재회는 시들어버린 두 인생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이 책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의 저자 베넷이 소설가로서도 활동했기에 그의 소설 중 호평을 받은 작품의 이야기를 잠깐 독자가 언급한 것이다. 베넷이 당시 서유럽의 사회를 보는 눈이 매우 객관적이고 표현이 사실적이고 세밀한 작가인 까닭이다. 이에 따라 그의 세심하고 세밀한 문장들은 이 책에도 담겨 그의 인생관과 가치관,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타고난 자질과 야망의 줄다리기」, 2장 「인생 감각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원칙」, 3장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4장 「일에는 아낌없이 열정을 쏟는다」, 5장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6장 「결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7장 「열정은 '똑같은 풍경' 속에서 시든다」, 8장 「자녀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조언」, 9장 「두 번째 인생의 참맛을 찾아서」, 10장 「현명하게 힘껏 산다는 것」 등이다. 독자가 각 장의 제목을 굳이 여기에 열거하는 이유는 몇 개의 핵심어를 추출하기 위해서다. 독자가 읽어본 이 책에는 저자 베넷의 인생관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란 말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유독 몇 개의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기질', '열정' '야망' '성공' '결혼' 등이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거나 문제가 되는 큰일들이다. 기질이란 타고난 기세를 말한다. 우리말로 하면 천성, 혹은 인품과도 뜻이 비슷하다. 다만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질로 국한되어 사용된다. 1장에서 베넷은 "인생을 잘 살아가려면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자신의 기질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첫 머리를 시작한다. 저자는 '냉철한 이성(理性)'이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이끌어가는 유일한 지침인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항상 이성만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지루하고, 분위기를 망치며, 까칠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사람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말은 시적 허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때때로는 이성적일 수 있지만 본능적이라는 전제를 말하고 있다. 이에 독자가 선정한 단어 '기질'이 등장한다. 모든 사람은 특정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며, 기질은 생애 내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기질을 바꿀 수 없으며 아주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성공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기질'을 정의한다. 저자가 기질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기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삶의 방식을 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따라 인생의 길을 정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1장에서 저자는 이 '기질'의 문제를 꽤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개인적 삶의 목표가 되는 '야망'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질은 목표를 좇다가 생애를 마치게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의 성향과 성격을 의미하는 기질로서 자칫 극단적으로 흐르는 일을 주의할 것을 주문한다. 일부 사람은 야망을 타고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라고도 말한다. 모든 기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개 이성쯤이야 가볍게 제압하고 능가한다고 정의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신의 기질에 완전히 순응해야 할까? 저자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질이 완전히 억제될 경우 지속적인 행복을 경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기질에 완전히 몰두하면 개인과 사회가 모두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물론 기질 중에는 모범이 될 만한 것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악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질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의 기질에 대한 해석은 1장 내내 지속된다. 전술한 대로 1장 1항은 "자신에게 맞는 꿈을 꾸어라"라는 취지이고, 1장 2항은 기질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3항에서는 "목표 달성이 정말 최고의 행복일까"에 대한 탐구이다. 3항에서 저자는 야심 차고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운명에 순응하며 평범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전제힌다. 그리고 야심 있는 사람들은 대개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권력, 돈, 지식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권력, 재산, 명예로 읽히는 부분이다. 야심을 가진 사람은 그중 하나를, 때로는 두 가지를, 때로는 세 가지 모두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런 영광은 쉽게 얻을 수 없으며 인생의 절반, 또는 4분의 3을 전력투구해야만 얻을 수 있음을 저자는 확신한다. 지나친 야망은 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에도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독자는 저자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이 에세이의 발간 시점을 돌이켜보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즉 서유럽이 세계를 식민지로 삼고, 제국주의를 지향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쌓고 강력한 군대를 가진 시점이다. 이 제국주의는 지나치면 유럽 자체가 다시 예전의 '죽고 죽이는' 시대를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글로 이해된다. 또 하나는 제국주의 지향은 피해 식민지의 양산으로 결국 군림하지 못하고 공격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예방 차원의 글이 될 수도 있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두 번째 핵심어는 '열정'이다. 이 단어는 4장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4장 「일에는 아낌없이 열정을 쏟는다」에는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하지 말라'와 '지적 생활을 대비하라'이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말들이다. 회사 직원들은 "도대체 왜, 고용주만 부자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하나요?라며 항의한다. "우리가 사업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해도, 고용주가 정말 우리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까요?" 등의 불만을 늘어놓을 것을 저자는 예상한다. 이런 불만은 진실이 담겨 있지만 대개 초보자가 많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직원에게 불리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최선을 다하는 직원은 거의 모든 경우에 자신이 받는 대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며, 이로 인해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순진한 박애주의자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직원은 결국 자신의 위치에서 승진하거나, 더 나은 기회를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젊은 직원은 당장의 보수와 하는 일을 비교하며 지속적으로 저울질하거나 노닥거리거나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귀 기울일 것을 저자는 조언한다. 만일 모든 직원이 이 조언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들 중 누구도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고 고용주만 황금마차를 타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이 초보 직원들에게 저자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세상에서 홀로 생계를 유지하며, 모든 필수품과 사치품을 자신의 노력으로 사야 하는 젊은이가 취해야 할 한 가지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있다. 너무 초보적인 사항이라 이름 붙이기는 민망하지만, 그렇더라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끈질기고 무던한 자세로 이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그것은 바로 '저축'이다. 당시 유럽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지적이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의 일원으로, 저자의 입장에 동의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당시 유럽은 식민지로부터 벌어들인 엄청난 재화를 자국(제국)의 산업시설 확충과 국민 일자리는 아낌없이 창출해낼 수 있는 분위기였을 테니···. 그렇다고 저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축'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열정적으로) 해내야만 자신의 꿈이든 야망이든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4장 2항의 '지적 생활을 대비하라'에서 저자는 삶의 물질적 측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삶에는 수입과 지출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으며, 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런 문제들을 먼저 거론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의 오해도 풀고자 이 글을 쓴다고 먼저 밝힌다. 저자는 삶의 도덕적, 지적, 예술적, 정서적 부분이 단순한 물질적인 요소보다 행복 그리고 올바른 삶과 더 관련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사람이 삶의 모든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적 활동이 육체적 건강에 의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 훌륭하고 고상한 모든 인간의 활동은 건전한 물질적, 경제적 기초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질세계를 빼놓고 누구도 더 높은 차원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물질적인 기초 없이 영적인 분위기에서만 헤엄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묵상과 기도, 구원과 영원한 복리를 위해 존재하며 그 구성원들이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종교 공동체 같은 극단적 경우의 예를 들어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그들은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지 않았다. 또 자신 역시 엄청나게 복잡한 인간 사회라는 유기체에서 매우 고상한 기능을 수행하는, 그런 공동체에 반하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를 덧붙인다. 그들이 입는 옷, 먹는 음식,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석탄, 앉는 의자, 거주하는 건물은 모두 물질 체계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이런 것들은 물질 체계의 인간 노동으로 만들어졌다. 공동체가 어떤 소득을 누린다면, 이는 물질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물질적 활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자본을 축적하거나 순수한 물질적 노동을 통해 토지를 획득한 이들이 그 결과물을 공동체가 소유하는 것을 정당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물질 체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공동체의 고등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공동체의 리더들이 물질적 문제에 심취해 있으며, 그렇게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원하는 차원의 수준 높은 활동이 원활하게 번성할 수 있도록 물질적 문제에 전념한다. 그들은 물질 세계와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개입한다. 또한 물질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평판까지 누린다. 실제로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누구든 삶의 물질적 기초를 무시하고는 안전할 수 없다. 일반적인 성공을 바라는 우리 중 대다수에게는 상업이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과학이든, 적절하게 수입을 관리하는, 말 그대로 상식적인 재무 관리가 최우선의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개인과 세계 전체의 관계는 개인의 사적인 기준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규범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언급한 핵심어 중 '성공'은 기질과 열정에도 관여하는 덕목이고, '결혼'은 이 책에서 6장 「결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다룬다. 주로 여성들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많다. 그렇다고 여성에 국한해서 하는 조언은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 통용되는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언들이 많다. 이 장에는 '결혼은 가장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강렬한 개성은 힘의 불균형을 만든다', '빈곤 속에서 행복은 유지되지 않는다', '집안일을 대하는 아내의 자세' 등 4개 항에 걸쳐 살펴본다. 대체적으로 각 항목의 제목만 읽어도 무슨 말이 쓰였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5장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과 7장 「열정은 '똑같은 풍경' 속에서 시든다」에서도 결혼에 관한 주의 사항을 다룬다. 6장 마지막 항목인 '집안일을 대하는 아내의 자세'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혹시 유교적 관념의 이야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양의 사랑, 결혼관은 우리와 달리 아내의 절대적 복종 등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이니 말이다. 제목만 보고 착각할지 모르니 한 단락만 인용해 적는다. 

"여성은 매력을 발휘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그것을 알고 인정한다. 그리고 아내가 죽을 때까지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시켜줄 사유는 없다. 많은 여성, 특히 예쁜 여성은 그저 존재만으로도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매력을 발휘하는 건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인 기능이다. 생각과 노력 없이는 효율적으로 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때로는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매우 힘들고 지치는 일이지만, 인생을 충만하게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것 못지 않게 필수적이다. 아내는 이 경이로운 개인적 과업에 충실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집안 일을 하거나 친구들을 사귀고, 대부분의 남편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야만성을 길들이고, 기분전환을 포함한 수십 가지 다양한 활동에 전념하라. 그러면 도는 일이 놀라울 정도로 쉽게 진행될 것이다."(p.166~167)


저자 : 아놀드 베넷(Arnold Bennett)


1867년 잉글랜드 스태퍼드셔 주에서 태어나 런던대학 졸업 후 소설가로서 영국 소설과 유럽 사실주의 문학의 주류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또한 수준 높은 평론으로도 유명했으며 일상에 필요한 생활 철학이나 시간 활용 및 자기 관리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집필,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 활동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10여 년간 머물면서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고, 평범한 현실을 담담히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익혔다. 프랑스 체류 중에 쓴 『늙은 아내들의 이야기』(1908)는 고향을 배경으로 성격이 다른 자매가 겪는 운명을 적확한 필치로 묘사해낸 걸작이다. 수전노 내외의 심리를 그린 『라이시먼 계단』(1923) 외에 『이정표』(1912)를 비롯하여 다양한 평론, 잡론 등을 집필했다.


역자 : 윤춘송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뒤 국민대학교 Business IT 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외영업과 일간지 기자 등의 직업을 거쳐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백 번째 여왕』 시리즈, 『수익 먼저 생각하라』『나는 4시간만 일한다』(공역), 『디지털콘텐츠는 처음입니다만』『나무늘보 널 만난 건 행운이야』『40일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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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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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리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또 세상 모든 국가가 역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임시정부를 거쳐 정식 출범한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목숨도 희생해가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왕정과 지배계급 논리가 세상을 휩쓸 때 피지배 계급이 노동과 생명을 착취당한다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왜 무너졌을까? 채 100년도 지속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해서일까? 구 소련은 왜 공산주의 체제 지속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가? 역사 책을 읽을 때마다 독자는 스스로 자문한다. 그러나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기기 일쑤다. 독자는 역사를 정식으로 공부하지 못했다. 다만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아는 전부다. 책에서 본 역사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망하고, 국민을 위한 국가만 살아남는다고 쓰여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권력은 국민을 위압적이고 끔찍한 방법으로 다룬다. 이런 참담한 역사는 인류 사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가? 

이 책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는 저자 김영수가 써오던 〈사마천 컬럼〉에 투고한 글들을 가려모으고, 여러 글을 더해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글이나 강의 때마다 ‘역사공부’를 강조했다고 한다. 역사학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공부’가 주는 두 개의 선물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상황대처력’이고, 또 하나는 ‘미래예견력’이라고 한다. 저자가 하던 말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역사의 본질과 역사공부의 필요성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역사공부에 대한 절대 부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현대 사회는 모두가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대다. 문자는 물론 음성, 영상으로 시시각각 기록되고, 그 기록은 집단지성에 의해 차곡차곡 기억되었다가 필요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소환된다는 것이 저자의 역사관이다. 이런 역사의 집단 기록과 집단 기억의 시대에 진지한 ‘역사공부’는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인간 개인으로서는 처리해내지 못할,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양은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해도 측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인간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정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 가려낼 마땅한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채 속도와 편리성에 의해 무한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진위를 검증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저자가 말한 '집단 지성'에 주목해본다. 국민 개개인의 지성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보의 양을 집단 지성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각 개인들이 협력이나 경쟁을 통해 공동의 지적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성은 보통 사람들도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며 집단은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합이나 똑똑한 소수의 전문가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권한이 분산돼야 한다. 더불어 구성원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하고 구성원의 의견이 정리되고 모아져 하나의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올리고 이후 다른 사람이 틀린 점을 교정해 주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이 용어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결합을 ‘집합적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정의한 피에르 레비(Pierre Levy, 1956~)가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알려져 있다. 레비는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숱한 가짜 뉴스와 정보를 즉시 알아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강력하다. 저자는 이 책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의 「사마천(司馬遷), 우리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역사는 줄곧 정의를 추구해왔다. 역사는 인간이 걸어야 할 바른길을 제시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하지 않았고, 정의가 아닌 악과 손을 잡거나 타협함으로써 역사에 많은 오점을 남겼다. ‘역사공부’는 우리가 걸어야 할 바른길을 가리킨다. 가볍게 쓴 글들이지만 그 메시지는 침통하다. 독자들의 밝은 눈에 기대어 역사와 정의, 그리고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들이 완전히 승리하는 날을 함께 기원한다." 

저자는 〈서문〉의 제목에 쓰인 문구를 책의 표제어로 삼으려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다시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로 바꾸면서 서문 제목에 부제목으로 붙였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군주'란 표현은 원전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리더'로 바꿔 읽으면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저자 김영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과 《사기 (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왔다.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전문가임을 자타가 공인한다고 한다. 저자는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고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는 『리더의 역사공부』(2020)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의 미진한 부분을 전면적으로 수정 및 보완하고 특별 부록으로 〈군자론(君子論)과 리더십〉을 추가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2장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3장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 4장 「권력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5장 「언격(言格)이 인격이다」, 6장 「좀 알자, 중국」, 7장 「지식이 해방된 시대」 등이다. 7개의 주제로 관련 도판 자료와 함께 엮었다. 각 주제마다 쉽게 풀어쓴 《사기》 속의 적절한 에피소드들은 《사기》 마니아는 물론 《사기》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적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리더와 앞으로 리더가 될 분들을 위한 훌륭한 역사공부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가진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란 말은 이제 속담처럼 자주 쓰인다. 역사가 사마천은 ‘술왕사(述往事), 지래자(知來者)’라고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일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는 역사의 미래 예견력에 대한 통찰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를 하든 기업을 경영하든 각계각층의 리더는 반드시 역사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욱이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에서 역사공부는 특정한 사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리더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한층 더 심화되어야 할 것이란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생각을 빌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힌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년 전의 글인데도 시사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한다. 한편으론 역사의 진전이 참 더디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한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거나 후진할 수는 없다고 역사에서 배웠다. 멈추는 순간부터 퇴보한다는 것도 알았다. 모두 역사를 통해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우리 사회를 몇 사람이 바뀌었을 뿐 적폐세력은 여전하다고 꼬집기도 한다. 준엄한 역사 평가와 심판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수행하고 넘어가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7장 97꼭지의 칼럼 형식의 글들이 들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사회 각 방면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었다. 개정판을 위해 이번에 원고를 정리하면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곱 개 큰 범주(주제)를 설정, 그에 맞는, 적절한 꼭지들을 배치했다. 이 일곱 개의 주제가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해둔다.


① 역사는 기록(記錄)이 아니라 기억(記憶)이다

이 범주에는 주로 역사의 기능과 역사가의 자세 등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는 이제 역사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두가 역사를 쓰는 시대다. 특히 정치인, 지식인, 언론의 말과 글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말과 글을 수시로 소환하여 바로바로 판단하고 심판을 내린다.

집단지성 시대에 역사는 이제 더 이상 기록물이 아니라 다수의 기억이 되고 있다. 이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필요할 때 언제든 소환되어 증언하고 증명하고 판결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적폐의 주범으로 지목된 언론 문제도 함께 짚어 보았다.

②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이 범주에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리더와 공직자들의 자세를 주로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긴 인물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백성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공직자들의 확고한 공사 분별의 자세와 멸사봉공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의 문제를 다룬 글도 몇 꼭지 실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다름 아닌 개혁이기 때문이다.



③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

이 주제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자 경제 전문가였던 관중(管仲)의 기본 철학인 ‘부민부국(富民富國)’이란 네 글자를 풀이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부국강병(富國强兵)’ 논리에 억눌려 왔다. 이 국가적 폭력논리에 기생하여 대기업과 재벌들이 정치와 결탁했고,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심화되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최저임금, 기초 생활 등과 같은 어젠다를 역사 속 사례들과 비교해 보았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 등 예민한 주제들이 적지 않다.

④ 권력(權力)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권력이란 단어에서 ‘권(權)’은 저울추다. 물건의 무게를 달 때는 그 무게에 맞는 저울추를 사용한다. 따라서 권력의 정확한 뜻은 ‘힘을 고르게 나눈다’는 것이다. 권력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사례로 살펴보았고, 아울러 리더십 문제도 다루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의 비중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⑤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이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 정신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이런 점에서 말은 글보다 그 사람을 더 잘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말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평소 소신의 표출이다. 실수로 포장하고 변명할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이 ‘말의 격’, 즉 ‘언격(言格)’이 곧 ‘인격(人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목격하고 체험했다. ‘언격’은 인문학 소양에서 나온다. 인문학의 기본은 문사철(文史哲)이며, 역사는 인문학의 핵심이다. 역사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하나, 자신보다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에 대한 막말과 비난의 본질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시기와 질투였고, 그 뒤에는 탐욕이 웅크리고 있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남을 해치게 된다. 시기와 질투를 극복하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자아성찰, 그리고 공부다. 삐뚤어진 지식인들과 갈 데까지 간 언론들을 염두에 둔 글들이 있다.



⑥ 좀 알자, 중국

여기에는 주로 중국 지도자들의 언행과 인문학적 소양 및 리더십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정립하고, 한 단계 더 진전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몇 꼭지 다루어 보았다. 이와 함께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글도 있다. 우주굴기, 우주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우주 프로젝트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짚어 보았다. 진시황을 다른 측면에서 조명한 글도 한 편 있다.

⑦ 지식이 해방된 시대

마지막 범주와 주제는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를 과거 역사 속의 번득이는 지혜들과 견주어 보기 위해 마련했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통찰했는지, 또 그런 통찰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밖에 흥미로운 사회적 주제들이 함께 마련되었다.

이와 함께 97개의 소제목 글의 뒷 부분에 명언명구가 하나씩 딸려 있다. 저자는 여기에다 ‘일침견혈(一針見血)’이란 네 글자를 달았다. ‘침 한 번 찔러 피를 보다’는 뜻으로 흔히 ‘정곡을 찌르다’는 말과 통한다. 단번에 핵심을 움켜쥔다고 풀어도 될 것 같다. 해당 글의 핵심을 짤막한 명언명구로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한순간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이내 잘못을 알고 바로잡는다. 반면 어리석거나 못난 리더는 잘못을 하고도 잘못한 것인지 모르거나 알고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명성이 높거나 존경받는 사람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누구나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한순간이라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크게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치면 모두가 그를 우러러본다고 한 것이다. 잘못하면 온 세상이 다 아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잘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잘못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p.356)


저자 : 김영수


김영수(金瑛洙)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 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며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완역 사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절대역사서 사기 -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가 있고, 최근에는 『사마천 사기 100문 100답』 『막료학』『리더의 망치』 『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사기, 정치와 권력을 말하다』 『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인간의 길』 『백전백승 경쟁전략 백전기략』 『삼십육계』 『알고 쓰자 고사성어』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오십에 읽는 사기』 『제왕의 사람들』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제자백가의 경제를 말하다』 『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기를 읽다』 『1일 1구』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 『백양柏楊 중국사 1, 2, 3』 등이 있다.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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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바이러스 - 잊혀졌던 아군, 파지 이야기
Tom Ireland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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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오남용이 가져온 바이러스 진화로 100여년 전 개발하다 중단됐던 박테리오파지에서 추출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재논의를 통해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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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바이러스 - 잊혀졌던 아군, 파지 이야기
Tom Ireland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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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바이러스' '세균'···. 병원균을 일컫는 다양한 단어들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파지' '박테리오파지'란 용어는 처음 듣는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착한 바이러스' '잊혀진 아군'이란 표현이 매력적이어서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위장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잡아 치료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이때 유산균이란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 박테리아라고 해서 모두 해롭다는 독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깨어난 순간이다. 이 책 『착한 바이러스』는 인체의 질병을 일으으키는 나쁜 바이러스 잡는 바이러스 이야기다. 하지만 새로운 '착한 바이러스'를 최근 발견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박테리아에 대해 충분한 과학적 분석을 하지 못했고, 바이러스로 바이러스를 잡는,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이제이(以夷制夷)'식 치료법은 도외시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테리오파지'를 간단히 줄여서 '파지'다. 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켜서 죽이는 바이러스다. 이들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있으며 살아있는 상태로 환자들에게 주입하여 그들의 몸에 질병을 일으킨 박테리아를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른바 '파지 치료'로 알려진 이 아이디어는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동아시아까지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된 바 있다고도 이 책은 알려준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놀랍고도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The Good Virus(착한 바이러스)'를 기리기 위해 쓰였다고 저자 톰 아이얼런드는 밝힌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사람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파지의 놀라운 힘을 이용하려고 시행착오를 거듭해 왔지만, 지금은 파지에 대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진정으로 흥미 있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첨단 과학 발전과 기술은 이러한 바이러스를 세균 감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모든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첨단 나노 의약품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도 전 세계에서 테크놀로지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 중 하나이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의료 시스템을 갖춘 나라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에 따라 저자는 〈한국 독자분들께〉라는 별도의 난을 마련 한국인들은 가까운 병원과 의원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러한 스마트하고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미생물학자나 연구자는 아니지만 카디프 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위를 취득한 후 BBC Sciece Focus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다른 과학잡지나 뉴스지에 기고하고 있다. 지금은 〈The Biologist〉(잡지) 편집자로 있다. 이 책 『착한 바이러스』는 뉴욕타임스 '편집자의 선택' 도서 및 워터스톤스(Wayerstones) '2023년 최고의 과학서적'에 선정되었다. 이 책이 연구논문은 아니지만 미생물학과 의학계에 박테리아파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저자가 「보이지 않는 아군들」이란 제목의 긴 〈서문〉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만큼이나 박테리오파지 이야기가 독자들께 재미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바이러스란 꼭 나쁜 놈이 아니고 어떤 선한 의도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독자분의 개념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시점에서 쓰여짐으로써 코로나19처럼 모든 바이러스가 다 공포의 대상이자 싸워야 할 대상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적기라고 저자는 생각한 것으로 이해된다. "전 세계는 내성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 놀랍지만 억울하게 오해받는 바이러스는 최고의 희망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는 마치 장편소설처럼 책의 맨 앞에 〈등장인물〉에 많은 인물들의 이름을 쓰고, 그들이 박테리오파지를 위해 활동한 업적 위주의 확인된 사실을 열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책의 〈서문〉은 놀랍게도 소설의 막이 오르듯 1942년 여름, 독일군이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 시를 포위했을 때, 나치 사령관들은 독일 야전병원에서 시체들이 사라진다는 기이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소련 정찰병들은 과감하게 최전선을 넘어 특정 독일군 시신들을 훔쳐다가 도시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 지하 실험실로 날랐다." 흡사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시작을 읽는 듯하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스탈린그라드(지금의 볼고그라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소련을 점령하기 위해 진격해 교전이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전투 현장이었다. 그러나 독일군을 막아선 것은 막강한 소련군 전력이 아니었다고 한다. 독일군이 몇 주 동안 진격을 하지 못한 이유가 콜레라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련군은 콜레라가 최전선을 통과해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인 듯 들리지만 책은 소련군이 정말 무서워했던 것은 독일군의 공세가 아니라 콜레라의 감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날 개선된 위생 시설과 최신 항생제에도 불구하고 콜레라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비브리오 콜레라에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경련, 설사, 탈수를 일으키고 쇠약해지던 끝에 결국 쇼크,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른다는 것. 책에 따르면 모스크바 실험의학연구소의 지나이다 예르몰예바 교수는 스탈린의 명령으로 콜레라 발생을 평가하고 대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그 전선으로 파견되었던 것. 그녀는 효과적인 항생제가 없던 시대의 다른 의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감염된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면서 비브리오 콜레라 같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경력을 쌓아 왔다. 

1942년, 과학자들에게 단 하나의 진짜배기 항생제 물질인 페니실린이 알려졌으나 여전히 환자를 치료할 만큼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가 없었다. 당시 박테리아 질병에 대한 대부분의 치료법은 일관성이 없거나, 독성이 있거나, 쓸모가 없거나, 아니면 이 세 가지 모두였다. 그러나 박테리아 질병을 치료하는 어느 방법 하나가 특히 전쟁 상황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예르몰예바는 전쟁터라는 조건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이를 사용하려면 콜레라에 걸린 환자나 그 환자의 밀접 접촉자의 몸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자연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콜레라 균의 천적을 배양해야 했다. 그래서 그 질병과 관련된 그녀의 계획이 시작되었다.

이는 박테리아파지 연구에 대한 시초를 그린 것이다. 저자의 상상력이 조금은 들어가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확인은 거쳤기에 그 사실 이외의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매우 나쁘게 보고 있다. 이는 이해가 가는 것이, 바이러스는 우리를 앓게 하고, 무력화시키고, 죽이기까지 하는 존재라고 배웠으니까. 바이러스는 또 우리 농작물을 망치고 가축들을 죽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작은 생명체가 오로지 역병, 질병, 경제적 재난 및 죽음을 퍼뜨리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해줬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초기인 2020년 초에 처음으로 '착한 바이러스'애 대한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당시 영국은 중국 우한에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중 보건 메시지는 '모두가 손을 더 자주 씻으면 된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첫 번째 파지〉, 2부 〈잊혀진 파지들〉, 3부 〈파지 열풍〉, 4부 〈기초 과학으로서의 파지〉, 5부 〈미래의 파지〉 등이다. 파지는 그냥 바이러스이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무해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로지 나쁜 박테리아 '한 놈만 패는' 바이러스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박테리아에게 투여하면 반드시 죽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죽일 수도 있지만, 박테리아가 저항할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또한 현실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파지의 위치는 어정쩡하게 된다. 이 어정쩡한 파지의 위치는 의학자나 미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끌어내린다. 뿐만 아니라 발명된 지 거의 100년 가까이 된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존할 수도 있다. 파지에 대한 논란은 거의 100년 동안이나 우리가 전쟁을 겪고 비위생적 생활 환경 속에서 덜 체계화된 의료 상황에서 묻혀 왔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시기가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 펜데믹 발생 초기다. 책의 역자 유진홍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책 뒷 부분에 짧지 않은 〈역자 후기〉를 남겼다.

"이 책의 이야기는 파지의 우연한 발견에서 파지 치료법으로의 응용, 거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반론과 재 반론, 그리고 힘든 시련들로 이어지다가 하마터면 유사 과학으로 빠질 뻔했던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정통 과학으로 가는 파란만장한 역정을 자세히, 그리고 박진감 있게 보여줍니다."

비록 과거에는 오지로 밀려 났었고 이제 다시 조금씩 눈치를 보며 돌아오고 있는 파지 치료법이지만, 유사 과학으로 빠지지 않고 진정한 검증된 의학으로서 당당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역자는 판단하고, 또 의료계의 시선이라고 전한다.

"파지 치료법의 정립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시도하긴 해야 할 또 다른 대안법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내성 감염이라는 난제에 대한 해결법은 한 가지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내성을 극복하는 새 항생제의 개발도 좋지만, 이렇게 이이제이로 제압하는 방법도 가능한 대안으로서 진지하게 연구되고 끝내는 훌륭한 해결법들 중의 하나로 합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p.427~434)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감염병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한 '페니실린' 이야기를 뺄 수 없다. 페니실린 역시 푸른곰팡이균에서 채취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항생제로 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기억이 있다. 페니실린 발명으로 웬만하면 죽음으로 몰고 갔던 전쟁 중 부상을 입은 상처의 감염병 치료, 또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병 등에는 강력한 페니실린이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구해냈다고 알려져 왔다. 이 강력한 항생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판세를 가른 노르망디 상륙 디-데이에 맟춰 전쟁 수행을 위해 수백만 용량을 준비했다고 한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로로 1945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스코틀랜드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경은 1928년부터 페니실리움 루벤스라고 불리는 곰팡이 진균의 농축 추출물이 다양한 박테리아의 성장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워트와 드허렐르의 영향으로 플레밍은 일반적인 감염성 박테리아인 포도알균의 배양을 연구하던 중 자신의 접시 중 하나가 오염됐음을 알았다. 그 중 하나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나중에 페니실린으로 명명된 이 추출물은 현재 우리가 항생제라고 부르는 필수 특성을 갖고 있었다. 이 화합물은 박테리아 세포에는 독성이 있지만 인간 세포에는 독성이 없었다. 박테리아에 독성이 있어도, 섭취하거나 인제 내에 흡수되면 인간에게도 해를 끼치는 방부제나 소독제와 달리, 항생제는 우리 몸에 사용되거나 체내에서 사용되어도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 없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성장을 없애거나 억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페니실린은 박테리아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벽의 적절한 성장을 억제하여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새로운 박테리아가 형성될 수 없고 기존 박테리아는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세포에는 세포 벽 구조가 없으므로 이 화합물은 우리 인체 시스템에 해를 주지 않고 통과한다(알레르기가 있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플레밍의 발견은 놀라웠다. 심각한 부작용 없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최초의 항생제였다.* 

* 기술적으로, 세균성 질병 치료를 위해 널리 이용 가능한 최초의 약물은 1930년대에 판매된 설폰아마이드 또는 '서파 약물'이었지만, 이러한 합성 화학물질의 효능은 일관성이 없었고, 페니실린만큼은 듣는 박테리아의 범위가 넓진 않았다. 그리고 발진, 발열, 정신적 혼란 등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처럼 이 책은 감염병 치료를 위한 파지에 대한 이야기를 페니실린 이야기로 연결시켜 완성시켜 나간다. 이 책의 목적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 강력한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력이 없는 박테리아로 변형해 확산될 때 인간의 신체는 속수무책이란 단점을 공격하기에 일단 발병하면 급속히 확산하는 모습을 우리들은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미 겪었다. 또 확산 과정에서도 수없이 변종돼 치료제나 백신의 발명을 무색케하거나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공포의 감염병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수한 페니실린이라는 항상제의 적용 범위를 벗어남을 의미한다고 이해된다. 이런 까닭에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페니실린이란 항생제가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이 원인이라는 이유도 이 책에는 쓰여 있다. 즉, 페니실린이 적정량 투여를 지속할 땐 괜찮지만 어린이를 위한 치료·예방제가 적은 양을 투여함으로써 감염 바이러스가 내성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성을 갖춘 바이러스로 진화하기 때문에 강력한 페니실린을 투여해도 안 되고, 적게 투여해서는 내성만 키워주는 꼴이라 딜레마에 빠진다는 견해를 이 책은 갖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읽힌다. 때문에 박테리오파지로 이야기하는 면역력을 갖춘 항생제 개발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논의는 계속되어 왔지만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발명된 이후 더 좋은 항생제가 많이 생겨서 안이하게 대처한 지적은 정확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단점은 남겨 놓고 있다. 이 책의 역자인 유진홍 교수도 일정 부분 견해를 같이하고 과학적으로 파지 연구에 착수할 시기라는 점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럴 만한 가치를 인정받은 데 있다고 독자로서는 판단된다. 인류의 생명 번영은 유지돼야 한다는 절대 명제 앞에서 의과학의 분야의 지속적 연구 개발을 응원한다. 


저자 : 톰 아이얼런드(Tom Ireland)


과학 작가이자 편집자. The Biologist 잡지를 편집하고 있으며 다양한 과학 출판물 분야에서 일했다. 카디프 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위를 취득한 후 런던의 Press Media Training(현 언론 협회)에서 저널리즘 대학원 학위를 취득했다. 월간지 BBC Science Focus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The Guardian/Observer, New Scientist, BBC News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3년부터 왕립 생물학회의 잡지인 The Biologist의 편집자로서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연구에 대해 인터뷰했으며, 다양한 독자층이 자연의 경이로움과 과학의 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잡지는 스코틀랜드 매거진 어워드에서 ‘최우수 편집자상’, ‘최우수 전문 잡지상’ 등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작가로서 왕립문학회 자일스 세인트 오빈상(the Royal Society of Literature’s Giles St Aubyn Award)을 수상하였다. 『착한 바이러스』는 2023년 뉴욕타임스 ‘편집자의 선택’ 도서 및 워터스톤스(Waterstones) ‘2023년 최고의 과학서적’에 선정되었다. 현재 허트포드셔에 거주하며 집필과 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


역자 : 유진홍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회장(2015-2017)

대한감염학회 교과서 편찬위원회 위원장

대한감염학회장(2019-2021)

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96년 대한과학기술총연맹 우수논문상 및 1998년 가톨릭대학원 최우수논문상(임상부문)을 수상했다.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 (2013-2015년),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회장(2015년-2017년)을 지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감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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