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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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아주 도발적이고 재미있는 부제다. 사회심리학자로서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이며, '개소리 연구소Bullshit Studies Lab'에서 사회심리학의 다양한 분야를 실험하고 있는 저자 존 페트로첼리. 그가 우리에게 말한다. '개소리가 용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혹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며 모든 말을 의심하라고. 



'개소리(bullshit)'란 무엇인가?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저자 존 페트로첼리는 프랑크푸르트의 해석에 따라 '의도나 인식과 상관없이, 진실·증거·지식과 (거의 또는 전혀) 관계없이 신경 쓰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21p)이라 정의한다.


저자는 '개소리에 꾀는 파리지수(Bullshit Flies Index)'를 통해 개소리를 '무해·나쁨·위험'의 3유형으로 나누고 있는데, 각 유형의 판단 기준은 '만약 내가 들은 말이 거짓일 경우 일어날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에 깊이 박혀 있는 믿음이 결정을 이끌어 낸다. 따라서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대화하고 신뢰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략)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의사결정을 하는 지도자들이 어떤 신념을 지녔는지, 개소리를 빼고 그들이 어떤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지, 어째서 그렇게 믿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 결정 지도자들이 자기 신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신념을 갖게 됐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말하지 못할 때 우리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힌다. (74p) 



사람은 언제, 무엇 때문에 개소리를 하는가? 


잘 모르지만 말해야 할 때, 자신의 말을 평가하는 사람이 없을 때, 사회적으로 기대감을 받을 때(특히 전문가 집단), 책임지지 않아도 될 때, 커뮤니티의 지지ㅡ누구든지 공감할 만한 개소리 유발 상황이다. 특히 '책임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는 자신의 행동이나 신념에 대해 타인에게 대답하거나 설명, 정당화를 제시할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148p)이다. 자신의 신념에 대한 책임감이 증거에 입각한 추론을 하게 하며, 이는 의사 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서의 지지는 자신도 모르는 새 개소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소리일 텐데, 한동안 문제가 되었던 일베나 소라넷, 메갈리아 사이트 등만 떠올려도 금방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며, 지금 현재 우리나라 정치 판세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 개소리 유발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개소리를 하는 걸까? 존 페트로첼리는 <우리가 혹하는 이유>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는 성향,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관심·명성·부를 향한 욕망 때문에, 사회 집단적으로는 집단의 환심과 소속감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 이론과도 비슷한 궤도를 달린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는 개소리를 어떻게 회피할 수 있을까?


① 의심과 질문ㅡWhy?(왜?)가 아닌 How?(어떻게?)

"나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당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이해하고 싶습니다." (222p) 우리는 모든 개소리에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기를 멈추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판단을 유보하고 증거를 확인하는 회의적인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 nullius in verba. (왕립학회Royal Society 표어)"


② 형사 콜롬보의 사고방식

탐구적인 진실을 추구하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자신감 있고 현명한 추론을 해야 한다.


③ 비교 표준, 참조, 기준의 유용성을 인지하고 명확히 하라.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삶을 유지시켜 나가며,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이 사회적 관계와 규범의 변화가 필요하다. 진실을 찾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고, 자신이 진실이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진실로 알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각자 이행해야 하는 책임이다. (286p)



표지와 코믹한 일러스트, 제목, 개소리 이런 낱말들이 난무하지만 이 책은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이놈의 사회는 개소리가 만연해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느 놈이 어느 놈보다 나은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판단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란 것을 명심하자. 누군가 그랬다. 이제껏 이렇게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변해야 한다고. 개소리에 휘둘리며 살기에 나의 남은 삶의 시간은 짧다. 그리고 <우리가 혹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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