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과학이 결합된 판타지를 보여주는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다가오게 될 미래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때로는 작가가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거부감이 들고 벗어날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와일드 시드>, <킨> 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SF와 판타지의 미래와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보았고 작가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싱이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우화 시리즈의 첫 이야기라는 사실에서 앞으로 작가가 보여주게 될 우화에서 인간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지금과 다른 미래에는 인간이 겪게 될 고통과 변화속에서 적응하고 희망을 꿈 꾸게 될지 지켜보게 된다.
2024년 장벽으로 둘러싸인 지역공동체에 열다섯 살 로런은 목사이자 교수이고 대학교 학장인 아빠와 새엄마 코리와 네명의 동생과 로블리도에 살고 있다. 로런이 살고 있는 장벽 바깥에서는 위험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았었다. 살인과 마약으로 얼룩진 바깥세상에서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은 장벽이지만 가끔 바깥세상으로 나갈때는 총으로 무장한 어른들을 비롯해서 여럿이 함께 다녀야 한다. 바깥세상에서 보게되는 것들은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광경이지만 장벽 밖 세상에 대해 로런과 동생 커리는 관심이 많았다. 로런은 '초공감증후군'으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쾌락을 공유하기 때문에 바깥세상에서 보는 것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공동체에서 교회를 운영했지만 습격으로 불타버린 후에 아빠는 집에서 예배를 보았고 로런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아빠는 로런에 대해서도 친엄마에 대해서도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로런의 엄마는 마약중독자였고 엄마의 마약 때문에 장애를 가지게 된 사실을 가족 이외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만 계속해서 물값은 오르고 있었다. 지역공동체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부족해도 안전하게 장벽 안에서는 살아갈수 있었지만 점점 더 나빠지는 바깥세상의 사람들이 마을 텃밭의 식량과 집을 습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목사인 아빠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총을 사용할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로런에게도 사용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경찰이 있었지만 그들은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하는 세상에서 로런은 자신만의 시 <지구종:산 자들의 책>을 쓰고 있었다.
어른들은 지금보다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사람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물은 부족하고 마약과 범죄는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경찰은 더 이상 주민들을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불이 났을때 소방서에 연락하는 것도 주저하게 되고 주민들 스스로가 해결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기 좋았던 시절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로런은 생각하게 되었고 아빠가 가지고 있는 책에서 텃밭 가꾸는 방법등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동생 키스는 새엄마 코리가 가장 아끼는 아들로 로런이 생각할때 가장 멍청한 동생이다. 키스는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거칠게 반항하고 있었다. 몰래 바깔세상에 나가서 지역공동체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키스와 아빠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키스는 어느새 바깥세상에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키스는 그들이 훔쳐온 물건의 사용법에 대해 가르쳐주면서 돈을 벌었지만 위험한 바깥세상은 키스의 그런 행동을 더 이상 넘기지 않았고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로런은 열여덟 살이 되면 로블리도를 떠나고 싶었지만 키스의 죽음과 아빠의 실종으로 새엄마 코리와 동생만을 두고 떠날수가 없었다. 장벽 바깥세상 북쪽으로 떠나면 지금보다는 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떠날수 없었는데 친구 조앤의 가족은 올리버로 떠나고 그 이후에 마을은 습격을 당하게 된다. 코리를 포함해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희생 된 습격에서 살아남은 로런과 해리, 자라는 더 이상 마을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걸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지만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은 또 다른 습격과 마약에 빠진 사람들에게서 자신들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로런은 해리와 자라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길을 떠난 이후 만나게 된 사람들중에는 그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로런의 시를 읽어주고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만날수 있었다. 로런은 그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지구종에 대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서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모든 것이 끝이 나고 언제 어디서든지 위험한 일들이 일어날수 있는 위험한 세상 마약에 빠진 사람들이 불을 지르는 상황에서도 로런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쾌락을 누구보다 잘 느끼던 로런이 사람들과 만들어 나갈 세상은 살기 좋았단 과거를 다시 보여주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2024년은 멀지 않은 미래다. 그래서 더 작가의 글이 미래를 예측하는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기후의 변화가 가져오게 될 인류의 미래가 암담하지만 로런처럼 세상에 종말이 와도 살아남기 위해 탓밭을 가꾸는 사람이 있다면 어두운 미래도 언제가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고 그 희망을 잃고 싶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더 많은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