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음악으로 해야 할지 음반으로 해야 할지.
음악이라 하면 너무 거창하고 음반이라 하면 CD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조금 망설여진다. 음반에 대한 얘기에 더 가까우니 그냥 제목은 음반이라 하자. 

음반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무슨 곡이 들어있고, 특성은 어떠하며 또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 음반이며 다른 연주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떤 상을 받았고 ... 등등. 
그냥 내가 갖고 있는 음반에 대한 짧은 생각일 뿐.

CD에 대한 추억은 각별하다. 처음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때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새벽 안갯속을 거닐 때도 있었고, 새벽 네 시 아무도 없는 동아리방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조용한 독서실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은 때도 많았다. 낯선 서울에서 차가운 방에서 잘지언정 난방비를 아껴 하나씩 모았고 악보를 펼쳐보면서 조용히 음을 따라가곤 했다. 


처음 CD 장을 샀고, 여기에 담겨 있는 음반은 내가 구입한 음반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들이 되었다.




모두 음반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의 추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한낱 꼬꼬마 시절의 어설프고 낮은 계단에 서 있는 기억이다. 이후 어쩌다 한때 음반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면서 참 많이도 CD를 들었다. 그땐 그 시간의 기억이 사라질라 사 모았고 또 많이 중고로 팔았다. 그러다 한여름의 낮처럼 CD를 듣던 시절은 지나갔고, 그 추억들은 음반과 함께 남았다.






이제는 온라인 서점의 음반 코너를 아주 가끔 들려 어떤 CD가 나왔는지 살펴볼 뿐, 늦가을의 햇빛처럼 단지 먼발치서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인지 당장 라디오를 켜면 모르는 연주자에 모르는 고고투성이다. 20년째 음악을 듣고 있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CD 한 장을 들으며 열심히 분석할 때가 있었다. 비교하고 분석하고 애써 그 특성을 끄집어내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예민한 귀도 없고, 그것을 뒷받침할 체력도 부족해서 그런지 한 발 떨어져 멀리서 바라보면서 듣게 된다. 펭귄 가이드와 그라모폰의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툴툴거리지 않는다. 대신 이 저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왜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CD 들에 담긴 연주는 모두 어느 정도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것들이다. 그 매끈한 연주, 넘치는 생동감, 쉽게 넘볼 수 없는 아우라. 문득 뒤돌아보면서 그것들에 너무 내 귀를 맞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긋난 시작음, 불협화음, 빠른 템포, 어려운 악구에서의 실수들.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 
문득 내가 앞으로 평생 다시 듣지 않을 수도 있는, CD 장에 빼곡히 담겨 있는 것들을 보면서 그 완벽한 연주를 하기까지의 과정이나 그들의 생각을 엿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2년 전, 어느 한 겨울날 20cm나 될까 한 창문에서 쏟아지는 쨍한 햇빛에서 얼어버린 손과 발을 호호 불며 들었던 한 패시지. 그 패시지 속에 담긴 수많은 얘기들. 그것들을 생각하면서 조금 높은 음으로 들뜨며 잠을 자던 시절은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시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의 CD들. 한 장씩 가끔 꺼내보면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내 마음에 의미로, 그것을 듣는 시간이 내 삶의 일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음반을 통해 음악을 듣는 내 삶의 조각에 대한 시선은 어눌하고 날이 풀려 있지만 그 사이로 들어오는 잔잔한 바람이 느껴진다. 

오늘 집안에 빼곡히 꽂혀 있는 음반 한 장을 꺼내며 들었던 생각이다.  







슈베르트 D.547 <음악에(An die Musik)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의 거친 무리 속에 머물며,


잿빛 시간을 보내기 쉬울 때, 


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을 불태우고 보다 나은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너의 하프에서 한숨이 흐르고 


너의 매력 있는 신성한 화음은 보다 행복한 때의 환희를 내게 펼쳐 보여 주었다. 


우아한 예술이여,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감사한다. 



                                                                     음악세계, 슈베르트 편.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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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5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5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 전 이사했다. 


많은 물건을 꺼내고, 닦고, 버리고, 보듬고, 새로운 공간에 넣었다. 

손끝에 닿았던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추억 한 마디를 남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내 곁에 남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물들.

짧게나마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Guitar


기타는 무궁무진한 음의 세계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악기이다. 물론 소리의 직진성은 관악기에, 색채감은 피아노에 밀리지만 그들이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세상을 펼쳐 낼 수 있다. 만일 누군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면 기타를 쥐여주고 싶다.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시끄럽게.  그러나 음의 세계는 큰 변화 없이 조용히 이뤄진다. 한결같이.


나는 12프렛 72개의 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음들과 걸음마 중이며 때로는 걷고, 뛰기도 하면서. 




* * *



내가 다녔던 대학은 동아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관악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하나밖에 없던 음악동아리인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가입했다. 대학 졸업하는 동안 기타는 하나도 연습하지 않았고 치지도 못했다. 


그러나 동아리원들은 모두 나를 잘 챙겨줬고 그들의 일원으로 맞이했다.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기타를 연주하지 못하는 아쉬움보다는 그들이 나를 챙겨준 것에 비한 나의 노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3년 전 부터 기타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나일론 줄을 쓰는 클래식 기타는 지금도 그다지 흥미가 없으나 어쿠스틱기타는 이제 내게 삶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매우 저렴한 악기를 사서 연습했고 이후 업계에서 말하는 바꿈질을 몇 번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 내 곁에는 5대의 기타가 있다. 

모두 새 상품으로 구입해서 내 곁에 머물러 있다. (괄호안은 상판 목재)


* Taylor K22ce (코아)

* Taylor 514ce (시더)

* Martin 000-28ec (시트카 스푸르스)

* Martin 000-15M (마호가니)

* Yamaha SLG-200S - Silent Guitar) 


로우든, 산타크루즈, 올슨, 콜링스, 굿얼, 케빈라이언, 소모기와 같은 브랜드는 잠시 접어 두고, 대중적으로 보자면 어쿠스틱 기타의 브랜드는 세 개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마틴, 테일러, 깁슨.  

라리비, 길드, 콜트, 푸르크, 레이크우드등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브랜드는 위 세 개일 것이다. 

마틴(Martin)은 모든 어쿠스틱기타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며, 테일러(Taylor)는 장인정신보다는 그냥 아주 무난히 잘 만들어진 기타이며, 깁슨(Gibson)은 어쿠스틱기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기타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주 간략한 설명으로 악기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어느정도는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나는 기타마다 상판의 목재를 달리해서 마틴과 테일러의 기타를 사용하고 있다.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를 제외한 정식 이름과 기타들의 사진을 올려본다. 






* Taylor K22ce (코아)




흡사 호랑이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무늬. 작은 바디이지만 지판에 걸친 멋진 꽃 인레이. 

선명하고 맑은 음색. 시원하고 밝은 느낌. 보고만 있어도 웃음.









* Taylor 514ce (시더)







연한 갈색의 상판, 차분해보이는 외모. 과하지 않은 지판인레이.

조금은 부드러워보이는 음색. 테일러스럽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소리.








* Martin 000-28ec (시트카 스푸르스)




에릭클랩튼 시그니쳐. 작은 바디이지만 균형잡힌 외모.

강하고 알찬 느낌의 소리에 더해진 중저음. 블루스.








* Martin 000-15M (마호가니)




진한 무늬의 마호가니. 간결한 지판인레이. 차분한 느낌.

언젠가 노래와 함께한다면 좋을 음색. 






모두 다른 목재 상판을 가졌다. 그래서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스케일을 연습할 때도, 코드를 잡을 때도, 곡을 연주할 때도.


모두들 매일 한 음, 한 음을 연주하면서 나와 함께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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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2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이사하셨다니 괜히 부럽습니다. ^^
어쿠스틱 기타뿐 아니라 다른 기타도 잘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폴 웰러의 공연을 가면 기타를 바꿔가며 연주를 해주는데 참 멋지더라고요. ㅎㅎㅎㅎ
저희 집에도 기타 연주를 스스로 배운 큰아들이 3대의 기타를 갖고 있어요. 클래식, 어쿠스틱(이 팝송용이지요??^^;;-무식한 저를 이해하시길;;;), 그리고 최근에 일렉트릭 기타를 자기 돈으로 샀더라고요.
님의 글처럼 단정한 사진을 보자니 마음이 차분해 지내요.
아참! 그리고 저는 좀 전에 Art Pepper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들었는데!!!
어쨌든 그림도 그리시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님, 멋지세요!!

Nussbaum 2018-04-23 20: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로님 !!

예전엔 몰랐는데, 기타가 참 재미있습니다. 실력이라 할 것도 없지만 미천한 저로서는 위에 올린 기타가 과분하기만 합니다. 근데 평생 같이할 악기들이어서 미안하지는 않습니다 ^^

라로님 가족분들은 음악적 재능이 무척 뛰어나신 듯 합니다. 다들 악기를 하니.
그런 음악 재능이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뭔가 엄청 먼 곳에서 편지를 받은 느낌이어서 무척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는 저녁입니다. 다음 연재페이퍼에도 놀러와 주세요^^

blanca 2018-04-23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 하면 저희 엄마 얘기가 생각나요. 대학교 시절 무뚝뚝한 외할아버지가 딸내미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기타를 사들고 지고는 기숙사 앞에 찾아오셨다는 애기. 지금은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도 저희 엄마는 기타를 잊어버렸어요. 정갈한 기타 사진을 보니 그냥 그 얘기가 생각났어요. 기타 뒤에 CD 정리해 놓으신 게 눈에 띄네요. 역시 장소도 품격이 있어야 ^^;; 물건도 빛을 발하는 듯 하며 엉망인 제 주변을 반성해 봅니다. 좋은 사진, 글 잘 보고 가요.

Nussbaum 2018-04-23 20:45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서재에 있은지도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 서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하였지요.

blanca님은 꽤 오래 만나뵙게 되는데 님의 추억이 담긴 댓글에 뭐랄까 많은 위안을 얻습니다. 순간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닌, 소중한 것들을 함께 나누는 느낌. 마치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자주 가는 기타커뮤니티에서는 아빠의 로망이라는 제목하에 어린 딸이 기타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뭔들 귀엽고 깜찍하지 않겠냐마는 딸아이가 연주해주는 음악은 아버지에게 꿈결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 뒤의 시디장은 나름 거금을 들여 구입했습니다. 실은 10년동안 구입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이제서야 구매한 시디장이어서 각별합니다 ^^

마치 증명사진처럼 제 주변 사물들이 페이퍼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자주 뵙겠네요 ^^ blanca님 !
 
















한여름 바람이 머리칼에 들어야 안다

그 삶이 얼마나 거칠고 강한 것이었는가를

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한겨울 바람이 눈끝에 들어야 안다

그 바람 주위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가를

그것이야말로 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한여름이 지나가야 한다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 흐를 때 문득

거칠고 강인한 열음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겨울이 지나가야 한다

길고 긴 걸음 속에서 내가 걸었던 길이

의미의 한 발이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두 해. 여름겨울, 열음걸음의 날들.




- - - - - -




루시드 폴 <안녕>






안녕 그동안 잘 지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부르러
그대 앞에 왔죠
지난 두 해 사이 참 많은 일들을
우린 겪어온 것 같아요
누구라도 다 그랬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얼굴이 조금 더 탔어요
거울 속 모습이 낯설 때가 있어요
나는 침묵이 더 편해졌어요
나무들과도
벌레들과도
더 친해진 것 같아

그렇게 살아온 2년의 시간에
키우고 가꾼 노래를 거두어
이렇게 우리 다시 만난 오늘
세상이 달리는 속도보다는 더
느리게 자랐겠지만
나의 이 노래를
당신에게
당신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들과 지었던
작은 이 오두막에 앉아
지금 그대에게 노래를 보내고 있어요

나는 새들이 더 좋아졌어요
돌봐야 할 나무들도 꽤 많아요
나는 사람이 더 좋아졌어요
거울 속의 나와도
창밖의 세상과도
친해진 것 같아

그렇게 살아온 2년의 시간에
키우고 가꾼 노래를 거두어
이렇게 우리 다시 만난 오늘
세상이 달리는 속도보다는 더
느리게 자랐겠지만
나의 이 노래를
당신에게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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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1-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한 가사이지만 이런 가사 쓰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참 좋네요 ^^
잘 지내셨다고요? 네~ ^^

Nussbaum 2018-01-04 19:28   좋아요 0 | URL
hnine님 안녕하세요. 2년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저는 그간 걷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냥 일상을 살았습니다.

이제 조금은 달라질 것 같아 여러 이웃님들께 안부 인사 하러 왔습니다. ^^
 

 

 

고타로 오시오 - Wind song / martin 000-15M / 아이폰 6s 음성녹음

 

 

 

 

 

 

 

기타를 꼼지락거리며 연습한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서재. 가끔 들렸지만 오랜만이라 낯설기만 합니다.

 

녹음 사이사이 조금, 꽤 틀린음처럼 어색하고.

 

 

그래도 조금씩 더듬거리고 있습니다.

 

가을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

 

 

Wind Song.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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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9-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ussbaum님 오랜만!!
기타 배우시는군요. 제 아들도 지금 배우고 있어요.
일주일에 하루 레슨 받으면서 연습은 어찌나 안하는지 ㅠㅠ
손가락이 선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때문에 마치 눈 앞에서 연주를 보는 것만 같아요 ^^

Nussbaum 2016-09-26 13:14   좋아요 0 | URL
hnine님 정말 x 100 오랜만입니다.

기타 연습하면서, 예전에 기타 잠깐 만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고집부리고 안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요즘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문득 언젠가 알라딘 서재에서 hnine님 피아노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못된건지..

그나저나 올려주신 사진 덕분에 가을을 맘껏 느끼는 하루입니다.

2016-10-0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2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면의 밤.

 

불면은 불명(名).  불면하는 것은 어쩌면 잊어가는 이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나를 이해했던 사람, 누구보다 나를 어루만져줬던 사람, 누구보다 조건없는 사랑을 주었던 사람.

 

그들이 잊혀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감성 작용인지도 모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시간을 세우고 마음을 깨운다.

 

밤을 깨운다.

 

 

 

 

 

가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길고 더웠던 여름을 지나 짧은 인사를 하러 온 가을에 아주 오래전 이름까지 서둘러 꺼내보고 있다. 낡은 기억에 적힌 이름은 희미하지만 선명하고 따스하다. 하지만 불명의 밤, 그건 참 슬픈 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름을 떠올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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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05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글이네요.
노래 부른 세 사람 성을 따라서 홍이오가 되었군요.
제가 듣기엔 원곡보다 더 잘 부른 듯 합니다.
불면과 불명, 이 둘도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입니다! ^^

Nussbaum 2015-10-05 20:3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노래 부른 세 사람 성을 따서 홍이오 라고 얘기했었죠.
나름 실력파들이다보니 편곡도 괜찮고, 좀 우울하지만 가을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일터에 시집을 잔뜩 들고가서 매우 분주한 가운데 한 장씩 넘기고 있습니다. 바람끝, 햇볕끝 묻어나는 약간의 여운이 감칠맛을 느끼게 하네요.
...

어렴풋한 이미지가 만드는 불명, 새벽에 일어나 이미지를 세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oren 2015-10-0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흰눈 내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싶습니다.
또다시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다시금 떠오를테지요.


Nussbaum 2015-10-05 20:34   좋아요 2 | URL
역시나 oren님의 탁월한 댓글덕에 이 페이퍼가 조금이나마 절뚝임을 멈추는 것 같습니다.

제가 꽤나 오랜만이지요? 요즈음 쏜살같은 시간을 몸소 체험하는 중입니다. 오늘하루도 즐거이 마무리하셨음 합니다.

2015-10-06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ssbaum 2015-10-07 10:10   좋아요 1 | URL
새벽숲길님 안녕하세요. 처음 이 자리에서 뵙는 것 같습니다.

따스하다, 서글프다 같은 단어는 참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으니 그 양은 어마어마하겠지요.

좋아요를 취소한 마음 또한 따스합니다.

네. 벌써 시월입니다. 제가 페이퍼를 남기려고 보니 시 월 이라는 페이퍼 메뉴를 만들어두지 않았더라고요. 그만큼 시월은 손에 쥐면 사라지는 날들이 애달픈 달인 것 같습니다.

마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뜻있는 하루 되셨음 합니다 ^^

blanca 2015-10-09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흔이 되어도 아니 여든이 되어도 살아온 시간은 누적이 아니더라고요. 요새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살고 잊고 죽는 존재는 다 서글픈 것 같아요.

Nussbaum 2015-10-09 22:21   좋아요 2 | URL
네. 불과 몇 년 전에는 전혀 그럴리 없다 생각했는데, 기억력 감퇴 같은 생물학적 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분명 흐릿해짐이며 다시 돌아올 길 없는 그런 것이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blanca 2016-06-1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흐테르를 검색하다 누스바움님의 글과 만나네요. 요새 서재에 잘 안 오시는 것 같아요. 저는 뒤늦게 클래식 음악 듣기에 열중하는 중입니다.^^ 누스바움님의 클래식 관련 글들이 그리워지네요. 굴다의 모차르트를 듣다 보니 피아노를 그만 둔 게 너무 후회되어서 다시 또 해보려고 생각만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