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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


몇 해 전 혼자 설악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설악산에 가는 버스를 탔는데 몇 정거장을 잘못 간 탓에 입구까지 가는데도 한 시간을 넘게 걸었다.

 

한 겨울의 중심, 차가 한 대도 없던 주차장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다시 한 달 후에 그림을 그렸고 액자에 넣었다.

 

숨이 찰 정도로 외롭게 걷다가 어느새 나타난 반가운 모습. 하늘은 더 파랗고, 건물들은 더 따뜻했다. 나무와 숲은 사진보다 훨씬 더 생기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의도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기억으로 남는다. 사진은 기록으로 그림은 기억으로. 기억과 기억이라는 왜곡의 간격에서 나라는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한다.


그 어떤 좋은 책이나 타인의 사진에서 좋은 사진을 발견한다 해도 기억과 왜곡의 간극이 주는 나의 시선과는 바꿀 생각이 없다. 나에게 지금, 사진과 그림은 그런 존재

















구름 : 


구름을 사랑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만큼 사랑하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구름을 너무 사랑하여 결국 책을 쓰게 된 사람.



"오래지 않아 회원들은 내게 일반 독자가 읽을 만한 구름 관련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찾아보기는 했으나 결국 겉만 번지르르한 이상한 그림책만 있지, 적당한 그림책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결국 <구름 읽는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구름이 보여주는 별나고 즐거운 온갖 특성들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다.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보내준 사진도 함께 실었다. 이 책은 기상학 교과서가 아니다. 기상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 사람들이 쓴 뛰어난 교과서가 이미 많다. 이 책은 그런 교과서들보다 더 진지한 책이다. 


이 책은 아무런 걱정도, 목적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며 즐기는 취미활동인 구름추적에 바치는 찬양이니까." 


개빈 프레터피니 <구름 읽는 책> 서문 중에서. 



이 책을 보며 여름을 좋아해야 할 까닭 1을 추가했다.










맥주 : 


Blanc 1664 / 하이네켄 


여름이 되면 맥주는 보통 다른 계절보다 5-10% 이상 판매가 많아진다고 한다. 


블랑 1664 + 하이네켄 / 보통은 Tika 감자칩과 함께 먹는다. 때로 달걀 후라이와 함께.  



문득 맥주가 가장 맛있는 시간은 입추와 말복 사이 그 어디 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










밤 : 


나는 밤과 새벽 그 어디즈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가끔 밤마중을 떠난다. 익숙한 길이지만 매일 달라지는 밤의 얼굴이 좋다. 


6월의 설익은 풋내나는 밤냄새도 좋고, 7월의 깊은 습도의 풍성함. 8월, 말복의 그 안타까운 시선도 좋다. 


1월... 2월... 12월까지. 모든 밤은 다르고, 또 그 밤을 모두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싶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밤은 무엇을 하는가


기차는 무엇을 하는가


좁은 골목은 무엇을 하는가


물안개 속 강은 무엇을 하는가


물을 건져 올리는 그물


손 닿지 않는 바다와


하늘은 무엇을 하는가



사과는 썩고


피부약은 뚜껑 밖으로 흘러넘치고


내의는 뒤집히고


구두는 떠나가고




어둡던 보관 창고가 


한꺼번에 열려버린 그날




그 밤에 비는 무엇을 하는가 


눈송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기차는 무엇을 하는가


기차를 탄 밤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세상은 무엇을 하는가


세상이 무엇을 할 때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내가 무엇을 할 때 


세상은


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




김경미 시 <밤, 기차, 그림자>














Sometimes it's hard to be a woman
Giving all your love to just one man.
You'll have bad times
And he'll have good times, 
Doin' things that you don't understand


But if you love him you'll forgive him,
Even though he's hard to understand
And if you love him oh be proud of him,
'Cause after all he's just a man 


Stand by your man,
Give him two arms to cling to,
And something warm to come to 
When nights are cold and lonely
Stand by your man,


And show the world you love him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Stand by your man
Stand by your man,


And show the world you love him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Stand by your man







88일은 입추. 즐겨 듣는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는 대략 이랬다


여름의 끝자락. 아직 말복을 앞에 두고, 등장하는 입추.

 

해마다 등장하지만 기적 같은 절기. 반갑고 유쾌하고, 반가운 시 같고 유쾌한 농담같은.

 

기적 같은 일. 다음 계절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여름의 계절에 숨은 그림처럼 숨어 있는 가을을 느껴보는 저녁

 



나는 이 멘트에 조용히 혼자 이렇게 화답했다.



 

반가움과 그리움. 짧고 강렬한 인사 같은 반가움 뒤에 등장하는 시간의 연속.

 

그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감정, 그리움

 

강렬함이라는 만남 뒤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만남의 의지가 필요하고, 의지로 인해 생겨나는 의미, 그리고 그 의미의 공통분모.

 

그리움이라는 건 바로 그런 시간이 있음에 만들어지는 것.

 

때로, 그리움은 반가움에서 만들어지는 기적과 같은 것.






아마도 한 낮이 주는 강렬함에 지친 누군가가 이 밤, 나의 시간과 평행을 걷고 있다면 


여름이 주는 기록과 기억에서, 어느 높게 떠가는 유쾌한 구름처럼, 여름에 더 많이 팔린다는 맥주처럼, 이제 살짝 창문을 조심스럽게 넘어오는 가을 바람처럼,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 의 목소리 처럼  


그렇게 기분 좋은 밤을 보내며, 함께 여름도 즐거운 인사와 함께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 


사진과 같은 기억이 즐겁고 유쾌한 그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비록 슬픔과 외로움과 자책의 밤을 보내고 있다 할지라도 


잠깐이라도 가을이 오는 기적의 시간을 즐기고 반가워했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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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1 0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8월은 유연한 생각을 하기 좋은 달. 


집중하긴 힘들지만 잠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갖기 좋은 시간. 


그런 자신의 눈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걸러내는 온도.


정해진 시간표에서 잠시 벗어나는 날의 모음


빗겨난, 빗겨있던 것들이 다시 태어나는 달. 




* *


여름이 산 정상에 섰다. 


동티모르 피베리 커피를 한 잔. 


유연한 밤. 빗겨있던 것들이 잠시 꿈틀. 













커피 : 사랑한다. 



* * *






I don't get many things right the first time,
In fact, I am told that a lot
Now I know all the wrong turns the stumbles,
And falls brought me here
And where was I before the day
That I first saw your lovely face,
Now I see it every day

And I know
That I am, I am, I am, the luckiest
What if I had been born fifty years before you
In a house on the street
Where you lived
Maybe I'd be outside as you passed on your bike. Would I know?
And in a wide sea of eyes
I see one pair that I recognize
And I know
That I am, I am, I am, the luckiest
I love you more then have
Ever found the way to say
To you
Next door there's an old man who lived to his nineties and one day
Passed away in his sleep,
And his wife, she stayed for a couple of days, and passed away
I'm sorry I know that's a strange way to tell you that I know we belong,
That I know
That I am, I am, I am, the luckiest





* * * *



빛 : 너무 밝은 빛 보다는 커튼을 통해 살며시 들어오는 빛


문득 우리는, 지구상에 있는 사람만큼이나 빛에 대한 많은 태도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는 생각.







약간은 숨어져 있는 빛




그리고, 까만 어두움.





시간 : 시간은 우리를 3차원 너머로 인도한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같지 않다. 




브라운, 그레이아워스, 몬데인, 스와치 










그리고 아르네 야콥슨






노트 : 매일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과 시간을 걷는다.


나를 객관적일 수 있게 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통로.


0-check, 로디아, 몰스킨, 하네뮬레








안경 : 시력 디옵터 7 


아마도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씨베를린 - 나단, 옥토버 / 린드버그 - Nussbaum x 2










 수잔 로우리 : 집안 곳곳에서 


나에게 응원의 목소리


조용히, 소리내지 않고.









* * * * *


그리고,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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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3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9-08-03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사랑한다,에 심쿵. 저도 너무 사랑해서 100% 공감합니다. 청량한 페이퍼네요. 노트 등에 붙이신 라이언이 귀여워 웃고 갑니다.^^

Nussbaum 2019-08-03 09:41   좋아요 0 | URL
blanca님 참 오랜만입니다.

여름은 잘 지내고 계실지, 따님도 잘 크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아주 오래 전 전철에서 이동이 어렵다는 페이퍼가 생각납니다. 지금쯤 많이 커서 대화도 잘 하고, 같이 알콩달콩 지내고 있겠지요.

제가 사는 지역에 스벅 리저브 매장이 생겼는데, 밖에서 구경만 하다 들어가 보았네요. 아주 오랜만에 핸드드립으로 마셨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2019 한여름의 기억으로 남을만해요.

노트에 붙인 라이언이 작게나마 웃음을 드렸다니 저도 아침에 좀 웃고 갑니다. ^^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어떤 아름다운 음악가, 한 마리의 우아한 말, 어떤 장엄한 풍경, 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함께 예찬하는 가운데서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한계, 모자람, 왜소함은 눈앞으로 밀어닥치는 숭고함 속에서 치유될 수 있다.

 



미셀 투르니에 <예찬> 서문 중에서.













아무렇게나 반바지를 입고 아무렇게나 반팔을 입었던 꼬마는 집에가는 길 소나기를 만났다. 아주 짧게.  


비가 그친 하늘을 보았을 때 펼쳐진 구름의 모습에 걸음을 멈췄고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다. 


늘 어디론가 쫒기듯 살았고, 늘 어디론가 향해 가야 한다 믿었던 그는 여름이 싫어졌다.  꽤 오랫동안.


많은 것을 내려놓고, 많은 것에 감사하고, 또 많은 것과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많은 것을 비워내니


구름은 눈 앞에 있었고, 어느새 여름이 다시 좋아졌다. 문득.










라비니아 마이어((Lavinia Meijer) 


두 살 때 오빠와 함께 네덜란드 입양. 그녀의 연주에는 슬픔보다는 기쁨이 더 많이 묻어난다. 


삶의 예찬같은. 떠가는 구름 같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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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7-29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을 좋아할 날이 오길 기다리며 음악 듣는데, 어쩜 소리가 저렇게 청량한지요.

Nussbaum 2019-07-29 17:18   좋아요 0 | URL
음반으로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또 다르게 들리니 신기해요.
기사를 검색해보니 내한 공연을 했고, 낳아준 부모님을 만나고 돌아갔다는 말에 그녀의 연주가 조금 더 기쁨의 색채로 들리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힘들어하는 hnine님을 보면 얼른 이 더위가 가야겠지만, 낮에 잠깐 밖에 나가면 그 열기에 왜이리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겠습니다. 요즘은 여름이 좀 귀여워 보여요.

수연 2019-07-29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올려주시는 음악 모두 좋아요. 저는 살찌기 전에는 여름 좋아했는데 살찌고나니 여름이 좀 싫어지네요. 그리고 오늘 포스팅하신 내용은 마리아 칼라스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랑 겹쳐서 더 눈에 들어와요.

Nussbaum 2019-07-29 17:27   좋아요 0 | URL
또 마리아칼라스 기사 검색을 해보니 마리아 칼라스 관련 영화가 나오나 봅니다. 왠지 보셨을 듯 싶고, 거기에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좀 기다렸다가 한 번 봐야겠어요.

방학이라 저도 방학을 맞아 뭔가 하는 듯 안하는 듯 있는데, 이번 방학을 보내고 있는 시간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

내것을 많이 내주어야 하는 직업이니 또 열심히 채워놔야겠어요. 음악이 마음에 들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비긴어게인 3 잘 보고 계시지요? ㅎ 어제 챙겨 봤습니다.

희선 2019-07-30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나타나는 구름을 참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구름을 볼 수 없게 됐어요 지구가 이상해져서... 어제는 구름이 뜬 것 같더군요 잘 못 봤지만, 넓게 본 건 아니지만 잠시 파란하늘을 봐서 기분 좋았습니다 지난주에 온 비 때문에 피해를 입은 곳도 있을 텐데, 자연은 그런 데는 아무 관심 없네요


희선

Nussbaum 2019-07-30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 작년과 올해를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작년에는 참 더웠고, 또 더웠던 기억 밖에 없어서 주위 사람들이 덥다하면 그래도 작년보단 덜 덥지 않냐고 되묻곤 해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높은 층이어서 창문을 열고 옆을 보기만 하면 저런 구름이 보여서 참 좋습니다. 올해는 이런 구름이 좀 많아졌음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워요 희선님 !!
 



*



<약속해줘, 구름아> 박정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

커피나무가 자라고 담배 연기가 퍼지고 수염이 자란다. 흘러가는 구름 나는 그대의 숨결을 채집해 공책 갈피에 넣어둔다. 삶이라는 직업 

이렇게 피가 순해진 날이면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어. 바르셀로나의 공기 속에는 소량의 헤로인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그걸 마시면 나는 76초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이라는 직업 

약속해줘 부주키 연주자여, 내가 지중해의 푸른 물결로 출렁일 때까지, 약속해줘 레베티의 가수여, 내가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고 한 장의 구름으로 저 허공에 가볍게 흐를 때까지는 내 삶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 *


 

한 시인의 시집을 읽다 생각했다. 회사에서의 일과 일상의 일이 뒤바뀌어 일상의 삶이 직업이 되면 어떨까 하고.

 

처음에는 마냥 좋아하다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나름의 또 어려움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다 잠깐 자신의 서재를 막장이라 표현한 김훈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나는 어떤 도구를 갖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꽤 많은 것들을 버렸지만 견물생심과 합리화를 통해 열심히 물건을 채워가고 있는데, 과연 그것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 * * 



꽃 : 올 봄 집 옆에 핀 벚꽃.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바람 : 바람이 물건이 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모든 종류의 바람을 좋아한다. 










노을 :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의 시간.

노을을 볼 때는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나무 : 나무로 된 모든 것을 사랑하며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책상, 스피커, 앰프, 각종 그림도구 거의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전주 최명희 문학관에서>












바다 : 바다를 꽤 좋아한다. 

만일 일년에 한 번만 여행할 수 있다면 반드시 바다로. 


<며칠 전 바다에 다녀온 바다> 









만년필 : 10년 동안 써온 만년필 두 개와 최근에 새로 산 만년필 하나.


왼쪽부터 라미 cp1 / 라미 사파리 라임 / 라미 2000.


만년필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을 노트에 적을 때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 있다.

마치 노트에 원래 생각이 적혀 있었다는 듯 적혀진다. 이것은 마법과 같아서 다른 도구로는 전혀 되지 않는 것.

써두었던 노트를 다시 읽을 때도 만년필로 적었던 글이 가장 만족스럽다. 




그리고.. 몽블랑. <마에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듀에> 라는 긴 이름을 가진 만년필.










턴테이블 : 레가 RP6

스피커 : PROAC

앰프 : 온쿄 / 그람슬리


엘피로 듣는 음악, 확실히 덜 피곤하다.  










선풍기 : 발뮤다 그린팬 S

무선으로 사용 가능하며 쓸데 없는 버튼이나 장식이 없다. 

바람이 황당하게 작게 분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연스러운 바람이 온다는 생각. 








감자칩 : 감자의 그 맹한 맛이 좋다. 

고구마의 그 달달함이 끌리지 않아 과자는 거의 감자칩만 먹게 된다.







라디오 :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멘트를 매일 노트에 적고 있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듣고 있으면 라디오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진행자의 멘트와 음악, 그리고 깊은 사유의 결과물까지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프로그램.








카메라 : 소니 RX1RM2


언젠가 사진을 찍어 나중에 그림을 그리려 확대해 보니 정확한 색감과 형태를 알 수 없었다. 

스냅사진을 주로 찍어서 가볍고, 렌즈 교환이 필요하지 않은 작은 카메라가 필요함. 에 의한 심한 합리화 






* * * *



언젠가 라디오에서 먼 길 떠나는 사람들의 배낭 무게가 그 사람이 짊고 사는 인생의 무게라는

말을 들었다당장 내 주위를 둘러보면 짐이 참 많은 걸 보면서 내 인생의 무게가 꽤 많이 나간다는 생각에 잠시 측은해지기도.

 

"당신이 무엇을 ...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게요시리즈가 참 많다따지고 보면 아무 것이나 다 붙여도 이 무엇이 시리즈는 완성할 수 있다무엇을 먹는지무슨 책을 읽는지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무엇을 취미로 하는지 등등.

 

요새 내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의해보려 하고 있는데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이 곧 나의 삶의 대변인이 아닐까 싶었다물건 그 자체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는 태도와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포함해서.







* * * * * 


이 카테고리 <물건>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음악은 세상의 모든 음악을 통해 만났던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의 <가을이 오면>


덥고 습하지만 약 보름 후면 말복이네요. 


말복이 지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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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7-26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우리 나라 가요 <가을이 오면>이네요.
더운 날 선곡으로 정말 멋집니다.
이 <물건> 카테고리 좋아요. 저도 생각해본 적 있는 카테고리인데, 언제부터 만들어만 놓고 빈 카테고리로 있는지 꽤 되었네요.

Nussbaum 2019-07-26 22:10   좋아요 0 | URL
에어컨 켜놓고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청소하고, 책 읽고, 맛있는 거 해 먹고 하다보니 밖의 세상이 어떤지 몰랐습니다. 잠깐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너무 덥더군요 ㅎ

이런날 어디선가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주어지길 기원했습니다. 우리나라 가요들을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가 편곡해서 연주한 곡인데, 처음에 라디오에서 듣고 참 좋아서 앨범도 구입했습니다. 원곡과는 조금 다른 감성도 좋고, 비슷한 감성도 좋고 그랬는데 LP를 구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저도 이 카테고리에는 참 오랜만이어요. 계속 여기에 물건에 대해 써야지 했는데 그간 버리고 사고, 버리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버릴거 이젠 거의 버려서 이 카테고리에 정리된 물건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집중할 수 있을 때, 한 2주 정도 물건들 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

그나저나 hnine님. 몸 안좋으신 거라면 얼른 나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2019-07-27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7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연 2019-07-27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음악도 이 여름방학을 더디게 만들어주네요.

Nussbaum 2019-07-27 23:25   좋아요 0 | URL
움.. 그런가요?? ㅎ

여름방학이라니.. 어떻게 아셨지 ㅎ 하는 마음에 흠칫하다가 아! 수연님 여름방학인가? 하고 괜히 웃음지어 봅니다.

여름방학 잘 즐겨보시지요 !!

2019-07-2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7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소설 하나를 읽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단 하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시 읽기.

 

2. 사진을 찍고 있다. 꽤 좋은 카메라도 샀다.

 

3. 거실에 작업공간을 다시 만들었다.

 

4. 시집을 다시 읽고 있다.

 

5.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멘트를 매일 노트에 적고 있다.

 

6. 하루에 8절지 한 장씩 그림을 그리고 있다.

 

7. 아들러와 PDC를 공부+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8. 내게는 벅찬 어려운 기타 곡을 하나 연습하고 있다.

 

9. 낡은 것들과 작별하고 있다. 감사인사와 함께.

 

10. 내가, 내가 되기를 희망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11. 마음을 내려놓고 음반을 다시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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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은 날이 이제 3114일 남았다.

 

내가 나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하루를 살고 있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 욕심의 흔적들을 살펴보고 있다. 욕심에 상처받았을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나의 삶의 궤도와 다른 궤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작별의 인사를.

 

삶의 단편에서 고뇌하며 멈추어 서 있는, 지난 날 나의 단편들과 마주하며 대화하고, 그들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며 아름다운 말로 위로해준다. 내 삶의 단편들이 살아갈 또 다른 삶의 장면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며.

 

무엇이 되려하기 보다 무엇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확장과 시간의 세로축에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루를 예정하며 배워가는 것. 매일 삶의 장면에서 합리화가 아닌 객관적인 나의 방향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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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페이퍼를 쓰게 된다면 위의 꼭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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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 세상 깔끔하네요...

Nussbaum 2019-06-24 12:32   좋아요 0 | URL
ㅎㅎ

늘 열심히 살고 계신, 다락방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 ^^

hnine 2019-06-2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상 두개를 붙여놓으셨어요?
이영훈 소품집, 저도 예전에 가지고 있었어요. 아끼던 음반이었는데 지금은 어디있는지도 몰라요 ㅠㅠ
오랜만에 듣네요.

Nussbaum 2019-06-24 12:31   좋아요 0 | URL
hnine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거실에 TV와 소파가 없다보니 공간이 조금 남아서 책상을 두 개 붙였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누가 쓰던 것을 주워 온 책상이 있었는데 이번에 버리고 새로 샀어요 ^^ 음.. 뭔가 새로운 작업공간이랄까.

이영훈 작곡가는 그간 몰랐는데, 라디오에서 소품집 곡들을 가끔 선곡해서 들려주어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는 것이 좋더라고요.

아주 오랜만인데 당분간은 종종 들러야겠습니다. 조만간 hnine님 공간에 들르겠습니다.

희선 2019-06-25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하나만 다시 읽기라니 그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나기는 해도 한권은 아니군요 저는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한번 보려다 말았어요 어려운 기타 곡 연습 즐겁게 하세요 자꾸 하다보면 잘 하겠지요 되풀이하면 느는 것도 있지만 늘지 않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적당히 해서 그런 건지도...


희선

Nussbaum 2019-06-25 08:32   좋아요 1 | URL
그간 내 것이 아닌 것에 너무 힘을 주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당분간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이상한 답이긴 하지만 댓글 남긴 내용에는 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희선님 ! 오늘은 희선님 스타일대로 답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Nussbaum

oren 2019-07-01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은 저도 애청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퇴근이 늦어 오프닝 멘트를 듣지 못할 땐, 새벽 1시에 재방송으로 나오는 걸 가끔씩 듣기도 하고요. 그걸 매일 노트에 적고 계시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Nussbaum 2019-07-01 22:06   좋아요 1 | URL
oren님 오랜만입니다.

오늘 알라딘에 들어와보니, 여기저기서 20년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면서 나도 그렇게 같이 나이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소통하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도 참 많은 일이 있고, 또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겠지요. 여기서 책과 함께, 책을 읽는 생각과 함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저녁입니다.

다시 듣기로 듣고 있는데 아침마다 ˝어제는 어떤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하니, 출근길이 그리 힘들지 않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이 있네요 ^^ oren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저도 더 반가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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