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밀리언 스페셜 에디션 - 전3권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김명주.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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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 -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 우리는 무엇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 우리(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만일 누군가, 나에게 인간(호모 사피엔스)이란 어떻게 이 세상에 살게 되었으며 왜 우리 지구 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라면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주 옛날 언젠가 침팬지를 사촌으로 둔 여러 인류의 조상 가운데 지능과 살아가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한 종이 군집을 이루어 살게 되면서 현재 우리 인류가 세상에 살게 되었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는 동물에 떨어졌으나 도구를 사용하고 서로 언어와 문자로 연합하여 그들의 특별한 능력으로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게 되었다.”라고.

 

적어놓고 보니 참으로 두루뭉술하고 하나마나 한 말이다. 시간을 더 들여 뭐 이런저런 책을 참고해서 이것보다 더 많은 단어를 넣어 말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특별하지도 어떤 통찰이 있는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말 것이라 스스로 확신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덧붙일 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저자가 풀어내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기원과 발전의 역사, 그 작고 보잘것없는 종이 이 세계를 어떻게 정복해 나갔는지에 대한 설명에 대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에 불과한 자신을 본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의 답은 어떠한가? 인간은 어떻게 이 지구 상에 나타났으며 현재 어떻게 이 지구의 주인이 되었으며 인간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과연 나는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조금 많이 궁금하다. 대학에서 인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야 당연히 상세한 예를 들어 길고도 유창하게 자신만의 관점에서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아마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아침에 눈 떠서 일터에 나가고 휴대폰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는 평범한 일상에서 그런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지도.

 

이상하게도 한 해 살아가는 날이 늘어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이 지구라는 행성에 살게 되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모여서 살게 되었는지, 우리 주위의 많은 사물과 여러 사회적인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점점 이런 생각들이 늘어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이 자각하게 되었거나 행복이나 어떤 삶의 의미 같은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 인류가 현재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라는 이스라엘 역사학자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인류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하며 서술한다.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큰 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무엇을 했고, 어떤 관점을 지녔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서술하면서 그 큰 세 축을 움직이는 톱니들이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그 축과 톱니들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 그 작용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을 구체화하여 들려주고 있다.

 

인지 혁명(허구를 만들어내고 집단적으로 상상하며 이로 인해 얻어진 유연한 협력) 농업혁명(수렵에서 농경으로 전화하여 보다 대규모적으로 군집을 이루고 이를 보다 체계화할 상상의 질서를 만들고 문자 체계를 고안한 것) 과학혁명(무지의 인정과 우리 도처에서 무수히 발견할 수 있는 과학적 발견을 통해 우리가 끊임없이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흐르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그 의미를, 역사학(중세 전쟁사)을 전공한 학자답게 그에 맞는 사례 제시와 그 사건들이 가져온 의미와 영향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덧붙여진 그의 글을 매끄럽게 쓰는 능력(비교, 대조, 당연하게 여길 만한 사고에 대한 보기 좋은 반박)은 이 책이 꽤나 많은 페이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아마도 이렇게 마무리하면 내가 이 책에 대해 느낀 첫인상은 "매우 좋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피엔스>의 마지막 문단을 읽은 후 꽤 오랜 후에 다시 이 책을 떠올리면서 문득 내가 어떻게 읽게 되었으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려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리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술술 읽히는 책에서 어떤 특별함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고작 사피엔스라는 종이 다른 동물과의 생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신뢰와 상호협력에 의한 유연성, 어떤 물질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에 의한 상상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조금 더 보태면 조금 의아하고 빈약한 결론처럼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

 

그렇다면 과연 내가 처음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장점과 통한다.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있어 사용한 다양한 사례의 제시와 그 설명의 다각적 균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어떻게 그 나약함을 벗었으며 그 이후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문명을 이루었고 그 문명 간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으며 그 차이점으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현재 어떤 흐름으로 이어져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많은 면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정치, 경제, 전쟁과 같은 역사적 관점에서, 사피엔스라는 종의 유전자적 관점에서, 과학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시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분명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지금 나의 책상에는 다시 구입한 똑같은 책이 놓여 있는데 다시 구입하게 된 책 얘기를 더 하기 전, 잠시 내가 그간 인류의 역사 혹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이해라는 점에서 읽었던 책을 몇 개 꺼내봐야겠다.

 

 





  



우선 이 책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과 현재에서 어떻게 차이를 이루는지그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인류의 역사와 그 발전에 대해 서술하는데 광범위한 인류 문명의 충돌 혹은 접촉에서 어떤 문명이 우위에 서게 되었는지 매우 설득력 있게 풀어놓은 역작으로 그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과 그 흐름에 대한 통찰로 이루어져 있다어딘가의 설명에 의하면 유발 하라리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다양하고보편적이며 특이한 상황의 예들에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원칙을 도출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과 그 모습이 특히 그렇게 보인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 받은 충격을 능가하는 책을 다시 만날까 싶은데 서구의 역사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역사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이성주의에서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개별적 존재에 대한 배척과 억압의 역사로 보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따져보게 하는 책이다특이하게도 이 책은 푸코의 시각에서 서양의 역사를 재해석하며 돌아보는매우 주관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그 확고한 시각이 오히려 너무나 보편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또한 과거의 예시에서 미래의 해야 할 것을 반영하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살육과 문명>이라는 책은 서구의 우월적인 측면에서 사례를 뽑고 그 인과관계를 서술하여 비판을 받는 책이다. 그간 동양과 서양의 무력 충돌에서 왜 동양이 패배하게 되었는지 저자가 뽑은 결정적 전투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은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혹은 이성적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선택과 현재의 결과물들이 과연 그러한가에 대한 반론에서 시작한 책이다. 남녀라는 서로 다른 성에서 과연 그들은 무엇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꽤나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며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다양한 신화들을 분석하고 그것들이 어떤 유사와 차이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저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 분석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종교들이 어떻게 신화와 관련을 갖게 되는지 끝도 없이 서술하고 있다.







 

출간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책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이는 지금도 아마 "과학"이라는 학문의 이름과는 걸맞지 않을 것 같은 주장을 담은 책. 그가 말하는 어떤 과학적 혁명은 여러 사례들의 누적이 아닌, 어떤 한 사람의 놀라운, 비정상적인 발견 혹은 통찰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당시의 시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법칙이 먼저 등장하고 이 비정상적인 법칙에 대해 예시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누적시켜 법칙으로 정립하는 가는 그 시대에 통용되는 어떤 공통된 의식의 흐름, 패러다임에 의한 것이지 결코 그 자체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 *




내가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왜 이런 책들을 떠올렸을까? 왜 굳이 이런 책들을 소개해야 할까? 내가 제시한 이 책들의 공통점은 어떤 하나의 뚜렷한 주제가 있었고 그 주제가 매우 도발적이었으며 주제를 서술하는 관점이 매우 흥미로웠다는 데 있다. 아직도 나는 이 책들을 읽을 때 느껴지던 흥분을 잊을 수 없으며 비록 이 책들의 세부적인 내용은 모두 잊었을지라도 이 책의 저자가 보았던 관점의 눈으로 어느 정도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고 이 책들이 주는 어떤 인상에 의해 역사를 바라보거나 인류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언젠가 수정하고 보다 세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이 책들의 잔상이 조금씩 겹쳐지는 것을 보았다.

 


아무튼 아마도 나는 이 책에서 보다 극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드라마와 꽤 사실적인 서사의 흐름의 연속인 다큐 사이에서, 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과거 그 춥고 어두운 동굴에서 극적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어떤 영화 같은 스토리를 은연중에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그 아주 짧은 순간의 명암처럼 말이다. <사피엔스>는 뛰어난 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다시는 볼 것 같지 않은 책.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중고 책으로 팔려나갔다.

 

. 그러면 나는 왜 다시 <사피엔스>를 구입하였을까? 어떤 모임에 참여하기 위한 표면적 이유가 있지만 그를 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 책은 위에 간략히 서술한, 내가 떠올린 책들보다 지적 통찰에서, 문장의 수준에서 탁월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큰 장점인 정치, 경제, 전쟁과 같은 역사적 관점에서, 사피엔스라는 종의 유전자적 관점에서, 과학혁명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우리(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한 지점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둘째, 이 이유가 더 중요한데 우리가 도착한 지점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과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잘 알려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500페이지 넘게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서둘러 마무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 그가 말하는 어떤 긴 설명의 일부분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문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이 점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잔뜩 풍선을 불기 위해 바람을 불다 갑자기 멈춘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구입한 지금,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피엔스><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출발점이며 과거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계단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기에 그 이후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더 들어봐야 한다. 따라서 그가 <사피엔스> 이후에 쓴 책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을, 이 책의 성격을 보다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 *



 


앙리 마티스 <춤>

<La dance>

 

 








 

* 우리(호모 사피엔스)는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까?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피엔스>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이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모 데우스>에서는.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검토할 것이다. (서문, p.6)

 

책을 읽기 전, 그의 전작 <사피엔스>를 읽고 어렴풋하게나마 결론 내린, 그가 말하는 의도와 핵심주제를 떠올려보아야겠다. 간략히 하자면 두 가지다. 첫째는 인류의 역사는 보다 나아질 가능성을 탐색하며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경제적, 사회시스템적으로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연 앞으로 이것을 유지하면서 더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이런 발전이 개인과 타인 그리고 우리 사회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소 모호한 개념인 행복에 다가선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첨언과 함께.

 

그가 <사피엔스>에서 진단하는 미래는 분명 인류(호모 사피엔스)에게는 위기 상황이다. 이 상황을 함께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멸종하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먼 훗날 스스로 신이 되려는 인간.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개체로서 영원불멸을 꿈꾸고 결국 그것을 해내고 말겠지만 그 결론에 인류는 무엇이 되어 도착할 것이며 그 곳에 도달할 인류가 소수가 되어 우리가 끊임없이 걱정했던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난 후 20년도 더 지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를 떠올렸고, 더 정확하게는 그 이후에 나온, innocence(2004)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앞날의 걱정을 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해보기 위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종교와 과학, 죽음과 행복에 대한 주제로 미래를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이라는 큰 축으로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을 크게 조망하여 살펴보았는데 <호모 데우스>에서 다시 한 번 인류가 살아온 길을 세밀히 살펴 그들의 특질과 그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추구하였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은 무엇을 할 것이며 그런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그려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발 하라리는 이야기를 총 3부로 나누었다.

 

 

1부에서는 인류와 다른 종의 비교와 인류가 이 지구 내에서 다른 동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2부에서는 인류가 만든 세계는 무엇이며 현재 우리의 세계관을 지탱하고 있는 종교의 정체를 파헤치고 인본주의가 가져온 변화와 특징에 대해 얘기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 수 있을지,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된 세계에서 다시 밀려나게 될 위협이 될 수 있는 생명공학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을 갖게 될지, 계속 성장하는 경제라는 전제를 토대로 한 자유주의의 위기는 어떻게 올 것인지 진단하며 얘기한다.

 


그는 <호모 데우스>를 쓰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과 기본 뼈대를 세웠다.

 

21세기 인류가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할 거라는 예측에 많은 사람이 분노, 소외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몇 가지 사항을 명확히 해두는 게 좋겠다.

 

첫째, 이런 일들은 21세기에 개인들이 실제로 할 일이 아니라, 인류가 집단적으로 할 일이다.

 

둘째, 이것은 역사에 대한 예측이지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셋째, 추구하는 것과 획득하는 것은 다르다.

 

넷째, 이 책의 예측은 예언이라기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 p. 86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거나 우리가 상상하기를 원치 않았던 가능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 p. 92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짚어 호모 사피엔스가 누구이고, 인본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 종교가 되었으며, 왜 인본주의의 꿈을 이루려는 시도가 그 꿈을 해체할 수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얼개이다. - p. 101

 

 

얼핏 보면 지난날 인류는 많은 과오를 저지르면서 살아남았고 이제 영원히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영원불멸의 신의 권능을 갖게 되는 문 앞에 서 있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의 결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살아남기 위해 인류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철저히 배제해왔고 앞으로 멈출 수 없는 경제적 성장의 가속화와 부의 집중화로 인해 인류의 계급이 또 다시 나뉠 것이며 비유기체와의 합성을 통해 불멸이 되려는 인류의 욕심에 의한 멸망이라는 결론이라는 점에서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엔지니어>라 부르는 오래 전 조상처럼 살아갈지도 모른다.

 

 



* * * *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유발 하라리가 하는 얘기에 고개를 계속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그가 과연 유토피아를 향하여 말하고 있는지, 디스토피아를 향하여 말하고 있는지. 이상하게도 분명 그가 예를 든 사례들이나 방향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데 텍스트에는 왠지 모를 희망적인 느낌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읽으면서 하나 확신한 것은 그는 어쨌든 인류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것이며 또 그럴 능력을 지니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드라마를 나쁜 방향으로만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인류의 여정에서 개별적 존재들은 매우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움을 지닌 것으로 보였을 것 같다. 이런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움 때문에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과학혁명과 생명공학으로 인해 불행한 최후를 맞이할 운명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호모 사피엔스)를 깊게 탐구하면서 그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어떤 희망의 지점을 찾게 되었고 그는 우리에게 더 늦기 전, 함께 그 희망의 지점에 다다를 수 있는 지점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말한다.

 

분명 그는 이 책에서 인류가 만든 생명공학으로 인해 우리의 근본적 믿음과 사회의 결속 장치인 종교가 해체할 것이고 그간 자유주의를 지탱해온 인본주의의 세계관을 파괴할 것이며 데이터의 흐름과 알고리즘이 그것을 만든 인류를 결국 하등동물로, 그리고 멸종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절망적인 전망에 우리를 동참하게 하고 그저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모두 불확실하고 위기의 앞날을 고민해 보자는 강한 어조의 제안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인류 3부작>을 읽으며 유난히 생각나는 그림이 둘 있다. 고갱의 그림과 마티스의 그림. 고갱의 그림이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하는 그림이라면 마티스의 그림은 현재에 집중하는 만드는 그림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갱의 그림은 <사피엔스><호모 데우스>를 연상하게 하고, 마티스의 그림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를 연상하게 한다.

 


 


 

 

지구의 주인공이 된 호모 사피엔스를 주인공으로 한 책 <사피엔스>2011년에 나왔고 <호모 데우스>2015년에 나왔다. 제목이 말해주듯 생명공학으로 불멸의 존재가 되어가려는 인류에 대한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 시점이 문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책. 어쩌면 <호모 데우스>만을 읽은 사람이라면 유발 하라리가 이 책을 쓴 까닭에 대한 의도에 대한 나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는 2018년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이라는 책을 내놓았고 나는 그 책을 읽고 이런 관점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유발 하라리가 앞으로 또 어떤 전망을 담은 책을 내 놓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논의를 가져올 것이고 또 그에 따른 무수한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며 세상은 조금씩 수정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 * * * *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모두 합하면 1500페이지가 넘는다이 책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류의 여정을 살펴보는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이야기 같이 느껴지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설명하는 모습은 촘촘한 그물로 짜여진 시나리오를 품고 있는 SF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사피엔스> 안쪽에 써있는 문장. "From one Sapiens to another."


나는 여기에 단어를 새로 덧붙여 문장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한다. "한 사피엔스가 또 다른 사피엔스에게" 전하는 이야기. 나의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하게 하는 문장.


유발 하라리는 긴 이야기를 썼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궁금했고, 읽고 상상하고 함께 얘기를 나눈다. 인류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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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9-11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라는 개념 역시 인간이 만들어놓은 개념이고 보면 그 구분이 과연 있기나 한가, 저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황금가지>는 오래전부터 저희 집 책꽂이에 꽂혀서 읽어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ㅠㅠ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Nussbaum 2019-09-11 09:11   좋아요 0 | URL
방금 제가 hnine님 페이퍼에 남긴 댓글에 답해주신 내용을 보고 왔습니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모두를 읽으셔서 아마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생각의 공통된 띠가 있을 듯 싶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펼쳐질 세계는 우리가 그동안 인본주의 패러다임에서 만들어 놓은 다양한 가치와 개념들 모두를 바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또한 모두 너무나도 인류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개념이기에 또 다른 용어로 바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3부작을 읽고 <사피엔스>에서 느낀 부족함을 많이 채울 수 있었는데 유발 하라리가 펼쳐놓은 그간의 인류의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은 매우 많은 분야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황금가지> 참 흥미로운 책인데, 두께가 만만치 않은 ㅎ 저는 저 책을 떠올리면서 어릴 때 한참 신화에 빠져살던 때를 그리워했지요.

아직 날이 덥고 습합니다. 그래도 곧 올 가을 준비 잘 하셔요 ^^

2019-09-11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1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1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