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불면은 불명(名).  불면하는 것은 어쩌면 잊어가는 이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나를 이해했던 사람, 누구보다 나를 어루만져줬던 사람, 누구보다 조건없는 사랑을 주었던 사람.

 

그들이 잊혀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감성 작용인지도 모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시간을 세우고 마음을 깨운다.

 

밤을 깨운다.

 

 

 

 

 

가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길고 더웠던 여름을 지나 짧은 인사를 하러 온 가을에 아주 오래전 이름까지 서둘러 꺼내보고 있다. 낡은 기억에 적힌 이름은 희미하지만 선명하고 따스하다. 하지만 불명의 밤, 그건 참 슬픈 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름을 떠올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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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05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글이네요.
노래 부른 세 사람 성을 따라서 홍이오가 되었군요.
제가 듣기엔 원곡보다 더 잘 부른 듯 합니다.
불면과 불명, 이 둘도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입니다! ^^

Nussbaum 2015-10-05 20:3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노래 부른 세 사람 성을 따서 홍이오 라고 얘기했었죠.
나름 실력파들이다보니 편곡도 괜찮고, 좀 우울하지만 가을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일터에 시집을 잔뜩 들고가서 매우 분주한 가운데 한 장씩 넘기고 있습니다. 바람끝, 햇볕끝 묻어나는 약간의 여운이 감칠맛을 느끼게 하네요.
...

어렴풋한 이미지가 만드는 불명, 새벽에 일어나 이미지를 세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oren 2015-10-0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흰눈 내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싶습니다.
또다시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다시금 떠오를테지요.


Nussbaum 2015-10-05 20:34   좋아요 2 | URL
역시나 oren님의 탁월한 댓글덕에 이 페이퍼가 조금이나마 절뚝임을 멈추는 것 같습니다.

제가 꽤나 오랜만이지요? 요즈음 쏜살같은 시간을 몸소 체험하는 중입니다. 오늘하루도 즐거이 마무리하셨음 합니다.

2015-10-06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ssbaum 2015-10-07 10:10   좋아요 1 | URL
새벽숲길님 안녕하세요. 처음 이 자리에서 뵙는 것 같습니다.

따스하다, 서글프다 같은 단어는 참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으니 그 양은 어마어마하겠지요.

좋아요를 취소한 마음 또한 따스합니다.

네. 벌써 시월입니다. 제가 페이퍼를 남기려고 보니 시 월 이라는 페이퍼 메뉴를 만들어두지 않았더라고요. 그만큼 시월은 손에 쥐면 사라지는 날들이 애달픈 달인 것 같습니다.

마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뜻있는 하루 되셨음 합니다 ^^

blanca 2015-10-09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흔이 되어도 아니 여든이 되어도 살아온 시간은 누적이 아니더라고요. 요새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살고 잊고 죽는 존재는 다 서글픈 것 같아요.

Nussbaum 2015-10-09 22:21   좋아요 2 | URL
네. 불과 몇 년 전에는 전혀 그럴리 없다 생각했는데, 기억력 감퇴 같은 생물학적 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분명 흐릿해짐이며 다시 돌아올 길 없는 그런 것이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blanca 2016-06-1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흐테르를 검색하다 누스바움님의 글과 만나네요. 요새 서재에 잘 안 오시는 것 같아요. 저는 뒤늦게 클래식 음악 듣기에 열중하는 중입니다.^^ 누스바움님의 클래식 관련 글들이 그리워지네요. 굴다의 모차르트를 듣다 보니 피아노를 그만 둔 게 너무 후회되어서 다시 또 해보려고 생각만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