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바람이 머리칼에 들어야 안다

그 삶이 얼마나 거칠고 강한 것이었는가를

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한겨울 바람이 눈끝에 들어야 안다

그 바람 주위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가를

그것이야말로 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한여름이 지나가야 한다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 흐를 때 문득

거칠고 강인한 열음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겨울이 지나가야 한다

길고 긴 걸음 속에서 내가 걸었던 길이

의미의 한 발이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두 해. 여름겨울, 열음걸음의 날들.




- - - - - -




루시드 폴 <안녕>






안녕 그동안 잘 지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부르러
그대 앞에 왔죠
지난 두 해 사이 참 많은 일들을
우린 겪어온 것 같아요
누구라도 다 그랬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얼굴이 조금 더 탔어요
거울 속 모습이 낯설 때가 있어요
나는 침묵이 더 편해졌어요
나무들과도
벌레들과도
더 친해진 것 같아

그렇게 살아온 2년의 시간에
키우고 가꾼 노래를 거두어
이렇게 우리 다시 만난 오늘
세상이 달리는 속도보다는 더
느리게 자랐겠지만
나의 이 노래를
당신에게
당신에게

정말 고마운 친구들과 지었던
작은 이 오두막에 앉아
지금 그대에게 노래를 보내고 있어요

나는 새들이 더 좋아졌어요
돌봐야 할 나무들도 꽤 많아요
나는 사람이 더 좋아졌어요
거울 속의 나와도
창밖의 세상과도
친해진 것 같아

그렇게 살아온 2년의 시간에
키우고 가꾼 노래를 거두어
이렇게 우리 다시 만난 오늘
세상이 달리는 속도보다는 더
느리게 자랐겠지만
나의 이 노래를
당신에게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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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1-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한 가사이지만 이런 가사 쓰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참 좋네요 ^^
잘 지내셨다고요? 네~ ^^

Nussbaum 2018-01-04 19:28   좋아요 0 | URL
hnine님 안녕하세요. 2년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저는 그간 걷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냥 일상을 살았습니다.

이제 조금은 달라질 것 같아 여러 이웃님들께 안부 인사 하러 왔습니다. ^^
 

 

 

 

 

 

 

 

 

언젠가 본 다큐에서 어떤 화가가 세밀화를 그리는 모습을 소개한적이 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관하게 몰입하는 모습, 문득 그 장면이 생각났다. 꽤나 큰 캔버스이지만 작은 형태 하나하나를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채웠던 장면. 이 책 곳곳을 채우면 혹시 나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내부를 보면 하나를 완성하는데 꽤나 집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색연필이나 물감, 마카나 수성펜은 비교적 많은 종수를 갖고 있는 것이 좋겠다. 혹시나 다시 해볼 수 있으니, 책을 복사해서 여러장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 제공 이미지>

 

 

 

양면이 그림 하나로 이루어진 것도 있고, 한 면에 그림 하나가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깨알같은 재미가 숨어 있는데, 바로 이 그림 속에 동물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 벌, 다람쥐, 부엉이 등등.. 뿐만 아니라 병속의 편지, 보물상자, 열쇠등도 숨어 있다.

 

 

 

 

 

베롤 프리즈마 칼라(아마 출판사 책 소개에서도 베롤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을 쓴 듯..) + 수채화붓 3자루 + 수채물감 을 펼쳐놓고 제일 무난한 것부터 연습삼아 그려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듯.. 과연 안티-스트레스가 될 것인지 반신반의하면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이라 하니, 그냥 손가는 대로 채웠다. 나뭇잎이 무슨 색일까? 공작이 어떤 빛을 띠더라? 꽃은 무슨 색일까? .. 라는 고민보다는 그냥 어릴 때 크레파스로 막 칠하듯 그렸다. 테두리 무시하고, 색연필과 붓으로 그냥 휙 하고 지나간 곳도 많다.

 

너무 자잘한 것까지 채우지 않아서일지 아니면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인지 재미도 있고, 집중하게 하는 책이다. <비밀의 정원> 이라는 제목답게 내가 만드는 상상의 정원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엉뚱하게 채워본다면 그리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재미도 있지 않을까.

 

컬러링북을 몇 권 더 갖고 있는데 이책과 함께 다른 책의 그림도 같이 그려보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기에는 아래 책이 더 좋았다.

 

 

 

 

일단 손 푸는 용으로 호랑이 한마리 좀 멍하게 그리고.

 

 

 

 

아방가르드하게 단순하고 진하게.

 

 

 

 

재밌는 상상하면서 집 채색!

 

 

 

 

 

대학시절 과제하던 생각나는데, 더 재밌는 모양!

 

 

 

 

마치 전철에 나 혼자 타고 있는 느낌! 뭔가 생각나게 한다.

 

 

 

응. 그래. 스트레스 받지 말자!

 

 

 

 

 

 

 

    

 

 

 

잠시 혼자가 되어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을 것 같다.

컬러링북 + 오후 시간 조금엔.

잠시 상상의 세계로 다녀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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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2-0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ussbaum님도 이 책을! ^^
전 그림 속에서 숨은그림 찾기하는게 재미있네요. 호랑이 얼굴도 설명없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어요.

Nussbaum 2015-02-02 00:12   좋아요 0 | URL
컬러링북을 좀 찾아보다가 여유 있을 때 좀 그려봤습니다 ~

생각없이 슥슥,, 너무 생각이 없었는지 이 정원에 다양한 동물과 사물이 숨어 있는 줄 몰랐었는데 앞에 설명보고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 도안이 다 되어 있어서 색만 칠하면 되긴 하지만 색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암튼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blanca 2015-02-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색감이 다르네요. 수채물감의 저 몽환적 느낌이 넘 좋아요.

Nussbaum 2015-02-02 00:14   좋아요 0 | URL
네. blanca님. 요거 분홍공주님과 같이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재미붙이면 집중해서 하지 않을까요..? 포트폴리오로 묶어서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크면 보여줘도 좋을 듯 싶구요 !


수연 2015-02-02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채화 분위기 물씬 나는 작품_ 의외의 발견_ 저도 다음에는 물감으로 도전해봐야겠어요. :)

Nussbaum 2015-02-02 21:19   좋아요 0 | URL
네 수채로 크게 크게 칠하고, 나중에 자잘한 부분은 색연필로 해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 나중에 꼭 야나님 작품도 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 :D
 

 

 

 

 

 

 

n-t.   하나만 질문할께요. '음악의 기쁨'은 어디 있는 거죠?

 

r-m.   언제나 양극단 사이에 있죠. 한쪽에는 자연의 모사, 다시 말해 물리적이고 맹목적인 흉내내기가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자연에 대한 망각, 다시 말해 음악을 설계도 한 장으로 전락시키는 철저한 추상화가 있고요.

 

(중략)

 

인간의 음악은 자연의 목소리에 메시지로서의 가치를 더해주고, 그 메세지는 우리에게 사물과 마음의 거대한 신비를 밝히는 듯합니다. 

 

p.24

 

 

책 뒷면에는  1947년 출간된 클래식 음악의 고전   이라는 말이 크게 적혀 있다.  그렇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나온 책으로 주로 클래식 음악을 이루는 각 요소들과 현대음악까지 음악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역하여 출간하는 클래식 음악이나 음반의 역사를 다룬 외국의 책은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 경우가 많다.) 주제를 하나 정해 그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대담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해 가는 형식이다. 작은 판형으로 나온 책이지만 그 내용과 폭이 상당히 넓고 깊다.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요소와 장르를 다룬, 1권의 목차를 보자. 


* 음악은 무엇으로 하는가?
대담 1 우리는 왜 음악을 하는가? 12
대담 2 성악에 대하여 26
대담 3 기악에 대하여 38
대담 4 합창에 대하여 52
대담 5 현악기에 대하여 68
대담 6 하프와 금관악기에 대하여 83
대담 7 성악에 대하여 98
대담 8 하프시코드에 대하여 112
대담 9 피아노에 대하여 125
대담 10 오르간에 대하여 136
대담 11 리듬 150
대담 12 조성 164

* 음악의 형식들
대담 13 민요 180
대담 14 협주곡 195
대담 15 오페라발레와 무용곡 205
대담 16 조곡 218
대담 17 소나타와 교향곡 232
대담 18 교향곡의 안단테 245
대담 19 푸가 255
대담 20 서곡 266
대담 21 교향시 277

* 형식과 장르
대담 22 실내악 290
대담 23 4중주 302
대담 24 종교음악 314
대담 25 교회 칸타타 329
대담 26 음악의 형식이란 무엇인가 342
대담 27 미지의 미녀들,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들 356
대담 28 작곡은 어떻게 하는가 370
대담 29 신구논쟁 383
대담 30 ‘부정음不正音’에 대하여 395

 

 

이 책만 제대로 읽어도 클래식 음악의 상당한 부분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각 대담의 주제가 빈틈 없다. 대담자와 진행자가 모두 음악의 전문가이다 보니 해당 음악 장르의 태동과 역사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변화의 맥을 매우 잘 짚고 있으며, 간결한 설명으로 장황하지 않게 핵심을 전달한다.

 

 

 

  

 

2-3권은 음악사를 다루고 있는데, 작곡가를 시대 또는 악파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책 앞장에 따로 붙어 있는 음악사 일람표를 보면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영국, 스페인 작곡가들이 그 대상임을 알 수 있다. 대담자들은 각 작곡가의 작품과 생애, 후대에 끼친 영향 등을 간결하면서도 균등하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작곡가들이 어떤 음악적 자양분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작곡가들 간에 서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예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n-t. 베토벤의 명백한 독창성, 거의 심란할 정도의 독창성은 시대에 앞선 과감하고 새로운 언어로 표현되지 않았나요?

 

r-m. 분명히 짚고 넘어갑시다. 베토벤은 음악의 정신과 어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음악은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분명히 갈라지죠. 따라서 그의 메세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음악적 요소, 방법, 기법은 시대에 앞서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베버나 로시니에 비하면 되레 뒤처져 있었어요.

 

(중략)

 

r-m. 들어봐요, 타그린 씨, 베토벤의 새로움은 음악의 짜임새에 있지 않아요. 속도, 절대적인 어조, 전례 없는 고집스러움, 고독과 침묵 속에 갇힌 마음과 정신의 폭발이라고 할 만한 면이 새로운 거죠.

 

<음악의 기쁨 2권 중 - 베토벤>

 

 

r-m. 그런 점에서 슈만이 독보적이고 생산적이지요. 슈만 덕분에 음악은 장식적이거나 극적인 차원에서 벗어납니다. 음악이 내면의 서정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음악은 일상의 기적 속으로 파고듭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로써 슈만은 근대적인 감성에 그토록 접근했지요. 그는 근대적 감성의 분위기를 도입한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낭만파를 뛰어넘어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륵스키와 드뷔시를 예고한 음악가이지요.

 

<음악의 기쁨 3권 중 - 슈만>

 

 

 

 

 

흥미로운 부분에 붙여 놓은 포스트잍이 어지럽다. 실은 내용이 좀 어려워 보여 번역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매우 매끄러운 번역탓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번역투의 글도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간결한 문장 덕에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서양 고전)음악의 기쁨]. 책을 읽고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들이 말하는 음악의 기쁨이란 길고 긴 클래식 음악을 수놓고 있는 다양한 작곡가의 삶과 그 삶 속에서 피어났던 음악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음악의 기쁨을 한껏 느끼는 것이 쉬워 보이진 않지만 먼지가 쌓여가는 나의 흔적을 또렷하게 다시 들여다보게 한 계기였다. 그 음악의 기쁨은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나름의 열정과 흥미를 맛보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

이 책에 대한 끝없는 호의.. 그렇다고 불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클래식 교양서의 신기원! 비슷비슷한 에피소드만 반복하는 초심자용 클래식 입문서와 너무 어려운 음악 교양서 사이에 놓인 '예쁘고 반가운 징검다리"..

 

"너무 어려운 음악 교양서" 가 과연 어떤 종류의 책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견해로는 이 책은 꽤나 오히려 읽기 어려운 교양서에 속한다. 그 까닭으로 첫째, 이 책에는 전문적인 둘의 대담이다보니 둘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때로는 핵심을 표현하기 위해 문학이나 다른 예술적 장르를 빗대어 표현하는 부분이 종종 등장한다. 둘째, 해당 작가의 일생이나 사상, 그리고 그 음악에 대한 얘기가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접근이 이뤄지다 보니 짧은 문장이지만 다양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셋째,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할 때 다른 작곡가와 비교 대조하는 부분은 그 특성을 더욱 잘 드러내기도 하지만 자칫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는 그 특성을 파악하기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n-t. 그런데 순수음악을 그토록 강조했던 당디가 어떻게 회화성은 용납할 수 있었죠?

 

r-m. 나는 당디의 회화성을 이해하려면 그가 프랑크의 가르침에 빠져 있을 때조차 베를리오즈의 관현악법을 줄기차게 참조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베를리로즈는 기악으로 회화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단연 최고였죠. 그리고 당디는 바그너의 악극에서 온전한 예술작품의 실현을 기대했었어요..

 

<음악의 기쁨 3권 중 - 당디>

 

이 짧은 부분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당디는 프랑크와 베를리오즈의 영향을 받았고, 바그너의 악극에서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작곡가의 특성 또는 작품의 느낌을 알아야 한다. 당디(댕디)의 어쩌면 가장 유명한 작품 <프랑스 산 사람들의 노래에 의한 교향곡> 과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 를 들어본 적 없는 독자라면? 바그너의 다양한 악극에 대한 이해가 없는 독자라면?

 

앞서 말했듯 이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많은 대화들은 많은 함의를 지니고 있어서 오히려 때로는 피상적이거나 장황하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텍스트를 온전히 읽기 위해서는 많은 음악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더 많은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생각으로 보다 클래식의 감상과 "이해를 위한 징검다리"를 위해서는 서양 음악사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해설서나 사전류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 나 <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또는 <라루스 음악 사전> 등.

 

 

 

               

 

 

 

 

++

한때. 음악을 업으로 삼아 살 때가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클래식 음반.

이제 그때를 지나, 돌이켜 보니 참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없는 것, 내 범위를 뛰어넘은 것들.

 

무수한 말들이 담긴 서재를 없앴을 때

잠깐 앓았다. 

그리고 그 문자 사이 의미 없는 공백을 알았다.  

 

형형색색의 탁한 색의 외투를 벗고 차라리.

이곳저곳 해진 옷을 입고 다시 보는 흰 공백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공백은, 조금은 더 맑다.

 

그럼에도 조금 머뭇거리는 것은 그때 두고 온 사람들 때문.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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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1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동영상을 업로딩하셨네요. 알라딘서재 바뀐 이후로 안되고있는걸로 알았어요.
저도 글렌 굴드의 이 음반 가지고 있는데 최소의 소리? 혹은 자극만 필요한 상황에서 일을 해야할때 주로 들어요.

저 책 세권을 다 읽으셨군요. 전 처음에 표지를 보고 진짜 교과서인줄 알았다니까요 ㅠㅠ

Nussbaum 2015-01-15 12: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
어제 껌껌한 새벽부터 길을 나서서 하루종일 밖에서 떨었더니 몸이 아직까지 좋지 않네요.. ㅠㅠ

동영상..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유투브 동영상 링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올리기는 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저는 글렌 굴드의 음반을 자주 듣진 않지만(그러고보니 요새 음반을 듣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네요~)이렇게 가끔 찾아 들으면 넘치는 생동감이 돌아서 좋던데 페이퍼에 무슨 음악을 올릴까 하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동영상이 좋겠다 싶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굴드의 허밍이 같이 들어가 있어서 혼자 있을 때 들으면 좀 무섭기도 하덴데, 혼자 계실 때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ㅎ

요 책들은 한꺼번에 모아서 올리려 했는데, 시간 틈틈히 읽고 정리해둬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자가 꽤나 작다보니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읽기 힘들었어요 ㅠㅠ

수연 2015-01-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권은 보라색이더라구요. 저는 이제 막 1권을 펼치고 있는 시점이라서_ 근데 초심자에게는 확실히 어렵더라구요;;

Nussbaum 2015-01-15 12: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야나님. 처음 뵙겠습니다.

이 시리즈가 4권도 있군요 +_+ 한 번 검색해봐야겠습니다.
확실히 재밌긴 재밌는데, 워낙 종횡무진 하다보니 때로는 너무 많은 개념이나 사람들이 등장해서 어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느끼겠지만요..

다락방 2015-01-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책, 엄두도 나질 않아요.
안녕, Nussbaum 님.
:)

Nussbaum 2015-01-15 12:20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안녕하세요.

왠지 모를 친근감이 마구 솟네요. 오늘은 회사에 몸을 잘 붙들고 계실지.. 아침에 출근길에 책은 잘 들고가셨을지.. 모닝 커피는?.. 점심은..? 저녁 메뉴는..? 등등 뭘 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이 책, 한 번 읽는 건 어렵지 않은데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점점 어려워지고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이제 점심시간이네요. 무슨 메뉴를 고르실까? ㅎㅎ
 

 

 

낭만주의 시에서 광기의 언어에 고유한 것은 낭만주의 시가 최종적인 종말의 언어이자 절대적인 재시작의 언어라는 점이다. 즉, 그것은 낭만주의 시가 어둠 속에 잠기는 인간의 종말이자 그 어둠의 끝에서 발견되는 빛이라는 점인데, 그러한 빛은 최초의 완전한 시작상태에 있는 사물들의 빛이다. "어렴풋한 지하의 장소가 점차로 명확해지고 그곳의 모소한 영역에 머물러 있는 창백한 얼굴들이 부동의 근엄한 표정으로 암영과 어둠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나서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새로운 광명이 환하게 빛난다. 광기는 위대한 귀환의 언어를 말한다. 그 귀환은 현실의 수천갈래 길을 한없이 걷는 오랜 모험여행의 서사적 귀환이 아니라, 폭풍우를 단번에 고조시키다가도 되찾아진 기원 속에서 환하게 비추고 다시 가라앉히는 순간적 섬광에 의한 서정적 귀환이다. "열 세 번째 여자가 돌아오는데, 그녀는 또다시 첫 번째 여자이다." 이것이 바로 광기의 힘이다. 즉, 광기의 힘은 타락의 최종지점이 최초의 아침이고 황혼이 가장 싱싱한 빛으로 마감되며 종말이 재시작이라는 인간의 그 야릇한 비밀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광기는 고전주의 시대의 오랜 침묵을 넘어 언어를 되찾는다. 그러나 이 언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세계의 파열, 시대의 종언, 야수성에 함몰된 인간이 문제이던 르네상스 시대의 오랜 비극적 담론을 잊어버린 언어이다. 광기의, 이 언어는 재탄생하긴 하지만 서정석의 폭발로서, 즉 인간의 마음속에서 내부는 또한 외부이고 주관성의 극단은 대상의 직접적 매혹과 동화하며 모든 종말에는 끈질긴 귀환을 약속하고 있나는 발견으로서 재탄생한다. 더 이상 세계의 비가시적 형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밀한 진실이 투명하게 비쳐보이는 언어.

 

미셀 푸코, <광기의 역사> 3부 정신병원의 탄생 중.

 

 

 

 

 

 

 

 

 

슈만은 46세를 살았고, 그의 마지막 2년은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보냈다. 슈만은 교향곡,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곡, 피아노곡, 가곡과 함께 1곡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나 최후 2년간에는 단지 몇 곡의 작업만 했을 뿐이다. 그는 법률을 공부했으나 음악과 문학을 마음에 품고 있었으며 음악가의 삶을 살았고 작곡가 뿐만 아니라 문필가로서 브람스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는 아내 클라라에게 결혼기념으로 가곡집(Myrthen Op.25)을 선물하려고 했으며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장인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뒤셀도르프를 거친 슈만의 삶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생이 짧았다 해서 위 짧은 몇 줄로 묘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느낌이다. 그가 남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슈만의 삶과 정신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음을 감지하게 된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어린이의 정경, 피아노 5중주, 피아노 협주곡, 교향곡, 그리고 이 외의 많은 피아노 독주곡을 듣다보면 단지 이는 음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시, 하나의 정신, 하나의 마침표나 쉼표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대립쌍은 음악에도 녹아 있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다시 빌려오자면, 슈만의 음악은 쾌락의 원리 너머에 있다. 앞으로 살펴볼 것처럼, 또한 언어의 원리 너머에 있는데, 아마도 이 둘은 같은 의미일 것이다. 고통은 다른 범주, 이를테면 반복, 죽음의 충동, 비참의 범주에 속한다.

 

  이 음악은 종종 힘겹고, 때로는 견길 수 없는 것이 된다. 이 음악은 우리 안에서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것을 건드린다. 우리가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광기, 우리 자신의 죽음을, 슈만을 연주할 때 우리는 쇼팽이나 브람스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마치 그런 고통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봐, 그로부터 나올 수 없을까 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왜 하필 이런 음악인가? 이런 음악은 상처 입은 살갗, 일상의 균열, 완만한 고통의 점령, 돌연 민낯을 드러낸 사람이나 다름없다. 

 

미셀 슈나이더, <슈만, 내면의 풍경> p.51 

 

 

 

그렇다면 슈만의 음악에서 무엇이? 몇 곡의 예를 보자.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보자. 이 곡은 3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는 전통적인 협주곡 양식이나 그는 애초에 외형적 효과를 노린 협주곡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이 곡은 환상곡에서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색채감이 풍성한 낭만성을 지니고 있다. 음악세계사의 슈만편에서 보면 이 곡은 "베토벤의 4번 피아노 협주곡의 방향으로 낭만화를 진행시킨 협주곡" 이라 하고 있는데 베토벤의 3번과 5번의 사이에 있는 그 협주곡의 특성을 보면 어느정도 수긍 가능하다. 1악장, 강렬한 피아노의 타건에 이어 목관(ob.)이 부드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시작을 알린다. 목관의 따스함(Clar.)과 피아노의 중립성은 이 곡의 전반부에서 어울리지만 양립한다. 마치 서로를 옭아매듯 그렇게 밝음과 어두움을 나눈다. 이들은 서로의 극한을 넘는 법은 없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2번 Op.121)는 어떤가? 1악장의 강렬함과 3악장의 서정은 극을 이루어 대립하고 4악장의 화려함은 슈만의 한 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당시에 과연 이 곡이 환영받았을지 의문이지만 그의 부인 클라라, 요하임과 리스트는 호평을 남겼다. 음악세계 슈만 편에서 시피타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는 문장이 나온다. "괴로운 감정 없이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우울한 파토스적 작품"

 

 

 슈만의 음악은 오래전부터 해석이 불가능했다. 분노와 신비와 감정에 넘치는 <크라이슬레리아나>를 해석할 수 있는가? 슈만 음악의 위대한 연주자들은 그것을 '해석' 하지 않는 이들이다. 말하려, 표현하려,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은 슈만이 자신을 해석하도록 자신을 내맡긴다. 다짐도, 비장한 효과도, 의도도, 표현도 없이. 그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잃어버린 미지의 언어를 배우듯이 슈만을 연주한다. <어린이 정경> 제 1곡의 <낯선 사람들>처럼 낯설고 이국적이다. 그 연작의 기초가 되는 주제는 변조된 고통의 모티브다. 혹은 뜻밖의 불협화음, 절분법으로 귀착되는 긴앞꾸밈음이다. 타격 입은, 하지만 유일하게 대위법적인 전개에서 나온 화음으로 이루어진 그런 경계라고나 할까. <새벽의 노래> 곧 노래에 대한 향수를 읊는 노래가 그런 것이다. 

 

미셀 슈나이더, <슈만, 내면의 풍경> p.55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에서 그의 특성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환상 소곡집 (Op. 12), 교향적 연습곡(Op.13), 어린이 정경 (Op.13), 그리고 E.T.A 호프만의 작품과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크레이슬레리아나 (Op.16) 등. 어쩌면 그의 내면의 조각이 가장 잘 드러난 장르는 이 피아노 독주곡이 아닐까 하는데 때로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이며 인간의 의식 내부를 날카롭게 묘사해내는 부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까지 많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의식 너머의 세계, 그 환상성을 슈만은 그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크, 로코코와는 분명 다른 지점이며 색채이고, 음영이다.

 

 

 

 

 프란시스코 고야 - Majas on a Balcony

 

 

때로 슈만의 음악을 들을때 고야의 그림이 눈 앞에 지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묻는다. 앞의 두 여인과 뒤의 남자는 무엇인가? 빛과 어두움의 경계는 무엇인가? 과연 누가 앞이고 누가 뒤인가? 얼굴을 가린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누구인가? 미셀 푸코가 "광기의 힘은 타락의 최종지점이 최초의 아침이고 황혼이 가장 싱싱한 빛으로 마감되며 종말이 재시작이라는 인간의 그 야릇한 비밀을 표명하는 것" 이라는 언뜻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Schumann vn. sonata No.2 3rd mov.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지려 했던 그 내면의 순간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그의 마음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그의 음악은 무엇일까? 양립성? 그럼에도 그 극한을 넘지 못하는 한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 기저의 무한과 유한성? ... 그럼에도 답은 찾을 수 없다. 그저 눈과 귀를 닫고 짧은 생각으로 그 조각에 대해서 유추할 뿐.

 

 

 

 

우리는 하나의 징후다, 더는 아무 의미도

 

더는 아무 고뇌도 아니다 우리는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낯선 땅에서 언어를. 

 

   횔덜린,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 짧게 나마 이 책 <슈만, 내면의 풍경> 과 몇 음반에 대해 덧붙이면.

 

당연하겠지만 작가(미셀 슈나이더)는 슈만의 음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읽다보면 슈만의 곡을 연주하면서 얻은 감정까지도 드러내고 있는데, 그로 인해 더 깊게 슈만 내면의 단면을 묘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횔덜린의 시구를 일곱 개 장의 제목으로 삼은 에세이로 횔덜린과의 연관성에 중심을 두었고, 그럼으로 슈만 내면의 극점에 다다르고자 한 책이다. 여러 구절에서 저자의 눈이 매우 반짝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매우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슈만의 곡이 주는 난해함과 필시 저자가 문장마다 숨겼을 감지하기 어려운 시선들. 꼼꼼한 역자 덕분에 그 시선들을 조금이나마 가까이할 수 있었다. 후기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곡을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로 접했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땠을까? 그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먼지가 이는 듯한 날것의 느낌을 받았을까? 아니면 약간 어두운 조명아래 충실한 작곡가의 내밀하며 다양한 내면의 조각을 전달하는 리히터의 모습을 보았을까?   

 

살펴보면 슈만의 음반은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그리고 가곡까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음반으로 나오는 것 같다. 낱장도 좋고, 요즘같이 박스반이 넘쳐나는 세상엔 독주곡과 가곡의 전집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독주곡과 가곡집을 염두해 두고 있다면 다음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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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6 1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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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6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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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봄이 온다.

 

지나간 구름, 눈()과 차가운 바람이 어둠을 기억하기도 전에.

 

흰 구름, 먹구름, 저무는 햇살, 어두워지는 하늘, 아직 푸른 하늘이 마구 뒤섞인 풍경을 보았다.

아름다운 혼돈이라 쓰고 누군가를 생각한다.

 

아직 늦가을에 멈춘 내 눈과 손과 머리칼은 빈 공백을 채우지 못해 머뭇거린다.

 

 

약간 바람이 곱다.

 

눈끝을 좀 더 아래로, 발걸음을 좀 더 뒤로, 생각을 좀 더 위로.

 

너를 생각하면,

 

흘러가던 것이 멈춰 선다,

 

문득 바람이 멎고,

 

문득 시간이 정지한다,

 

마음속에 단단히 고정된,

 

너의 노래들은 하나의 음표 안에,

 

고스란히 발이 묶인다.

 

문득 손 끝의 뜨거움이 눈동자에 맺힐 즈음에 찾아낸 오후 세 시의 초침.

 

 

 

기억에 녹은 눈 꽃.

 

낮, 밤, 오전, 오후, 아침, 저녁, 새벽..

 

다시 한 번 계절이 바뀌는 자리에 이르렀다.

 

혼란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닥쳐온다.

 

자꾸만 박자를 놓치며 절뚝거리며

 

텅 빔과 부재와 공백의 거리를 나는

 

천천히 걷는다.

 

눈 꽃 녹은 바람이 빈 시간을 메꾼다.

 

무딜대로 무디어진 눈과 머리와 손 대신 마음에.

 

 

 

너무 봄이 온다.

 

낯선 마음을 안고 걷는 총총..

 

돌아오는 짧은 발걸음 속에 먼지만한 한 톨, 바람이 들어있다.

 

바람은 바람을 품고, 지나간 계절과 흘러간 시간과, 잃어버린 발자국을 더듬는다. 

 

무딘 칼날 같은 밤, 무딘 마음 속에서.

 

 

 

 

 

 

 

밤 열한 시, 음반 하나를 꺼내 든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집. - 베그(Vegh) 쿼텟 / 녹음연도 1972-74년 / 레이블 Naive.

 

 

 

그간 구할 수 없었던 음반이 나왔다.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전집 또는 선집은 그 음악적 깊이와 내용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연주 단체(아르테미스, 벨시아 쿼텟 등)가 줄기차게 녹음하고 있는 곡이다. 언젠가 에머슨, 린지, 아마데우스, 이탈리아, 부다페스트, 알반베르크, 타카시가 남긴 녹음들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당시 베그 쿼텟의 음반을 들을 길 없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바로 얘기해보자면 베그 쿼텟의 장점은 꿈꾸는 듯한 연주에 있다. 물론 이는 이탈리아 쿼텟이나, 아마데우스, 부다페스트 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겠지만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듯한 프레이징 처리는 이쪽이 더 좋다는 느낌이다. 에머슨이나 타카시의 밀도 있는 느낌도 아니고 린지(구반)의 중용적이며 관조적인 해석도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연주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고, 귀여운 맛이 느껴진다.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연주로 이탈리아 쿼텟의 풍성함과 린지의 유연함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앞서의 단체들과 비교했을 때 초, 중기의 곡에서 더 인상적인 느낌이다. 이 음반은 녹음탓인지 뭉툭함이 적어 각각의 악기가 공평하게 서로 역할을 다하는 느낌이 좋다.

 

이 "꿈꾸는 듯한 연주" 라는 것은 어느 곡, 어느 연주에나 붙여도 상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협주곡이든, 교향곡이든, 독주곡이든.. 그러나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가장 큰 까닭은 이 베토벤 현악 사중주(특히 후기쪽)라는 음악 장르가 네 대의 현악기로 다양한 음악적 인상을 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처럼 아주 꽉차있지도, 독주곡처럼 한 대의 악기만이 연주하는 것도 아니다. 아주 깊은 잠은 아니고, 잠깐 졸고 있을 때의 느낌. 몽환적이라기 보다는 살짝 느슨하게 졸린 상태의 그것이다.

 

베그 쿼텟의 베토벤에 대해 굳이 느낌상의 단점을 꼽아 보자면, 약간 건조한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는 에머슨이나 타카시의 느낌에서 받을 수 있는 날 선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이다. 음의 격렬함이 적다보니 때로는 두루뭉술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까닭에서인지 때로는 리듬감이 어눌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베그 쿼텟이 지향하는 바는 그 날 선 치밀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강렬하고 한껏 부풀린 인상보다는 차분하게 곡을 진행한다. 그것이 베토벤이 각각의 현악 사중주라는 곡을 쓸 때의 의도에 부합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음반은 나이브 레이블에서 재발매는 했지만 국내에는 배포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국내에서 선주문을 너무 적게 했거나 해외에서 출고한 수량이 너무 많아 할당을 하지 못한 듯 보인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프레스토클레시컬등 다양한 경로로 구할 수 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니 그간 베그 쿼텟의 베토벤을 궁금해 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밤과 아침, 마음이 허할 때 쥐어드는 무엇.

 

 

 

PAPER 53

 

http://www.fiftythree.com/paper

 

 

 

 

 

아이패드 에어를 구매하면서 간단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앱을 내려 받았다. 이름은 "PAPER"

잉크펜처럼 생긴 라인툴, 연필, 마카, 수성펜, 수채(또는 동양화)붓을 쓸 수 있으며, 색을 팔레트에서 섞어 사용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쓸 수 있는 펜을 따로 구매할 수 있는데 정밀함은 떨어지지만 간결하게 스케치하거나 그림을 그려보기엔 좋다.

 

 

 

 

 

가끔 머리와 가슴이 비어 있는 느낌이 들 때, 나무로 만들어진 펜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paper53 pen.

 

 

 

 

 

 

 

 

 

 

 

 

 

 

 

 

동양화스러운 국화, 장미

 

 

 

 

 

 

 

너무 봄이 온다.

 

시간을 꿈꾼다.  

 

마음을 채운다.

 

 

 

 

 

 

 

 

 

 

* 빨간 글씨는 황경신의 책 <밤 열한 시> 에서 인용한 문구.

* 기타 글 & 그림은 Nussb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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