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론의 모든 것 - 신비평부터 퀴어비평까지
로이스 타이슨 지음, 윤동구 옮김 / 앨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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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공부하거나 예술이론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는 영역이 있다. 바로 미학 또는 비평에 관한 것이다. 작가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든,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대입시킨 것이든, 작가와 사회와 격리하여 작품 그 자체만을 탐구한 것이든 예술작품을 어떻게 평가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수학문제와 같이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교 교과과정의 경우 미술, 또는 예술에 한정 짓자면 최근까지도 냉전시대 스푸트니크 쇼크를 계기로 미국의 학자 브루너(Jerome Seymour Bruner)가 제시한 학문중심교육과정 (discipline-centered curriculum)에 의한 비평의 단계론(대표적인 예로 펠드먼)이 매우 빈번하게 쓰였다. 펠드먼이 제시한 비평단계를 간략히 제시해보면 작품을 보고 먼저 제목, 작가, 미술품에 등장하는 소재를 제시하는 "서술(기술)", 각종 소재와 색, 형태들의 관계에서 오는 조형성의 탐구과정인 "분석", 이의 단계를 근거로 작가가 나타내려고 했던 바가 무엇인지 분석해보는 "해석", 최종적으로 단계별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판단" 과정으로 약술할 수 있겠다.


학문중심교육과정을 적극 도입했던 3차 교육과정 (1973-1981) 이후 학교에서는 감상수업에서의 편리함과 명료함으로 펠드먼의 방법을 적용하였으며 교과서에 등장하는 각종 활동지, 워크시트 등이나 학교에서 시행하는 수업에서의 방향은 이와 유사한 방향성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언어를 사용하여 일정한 순서로 이뤄지며 수렴적 형태를 갖춘 펠드먼식의 모델은 작품 감상 수업의 재미를 반감시킬 뿐만 아니라 현대의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현대미술을 수용하는데 큰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사회 전반에 퍼진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 이후 많은 학자가 기존의 과정을 보완하기도 하고, 또 비판하면서 새로운 과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대략 공통성을 띠고 있는 것은 수용자에 대한 강조이다. 개인의 경험, 맥락에 따른 작품의 재구성을 할 수 있는 방법론 또는 자칫 대중매체가 전하는 메시지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어 그것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며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의 목표를 위해서는 도식화되어 있는 단계적인 비평적 방법을 쓸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이 생산해 낸 것들, 이를테면 문학뿐 아니라 영화, 음악, 미술, 학문, 기술, 건축물 등이 인간 경험의 산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 갈등, 잠재력을 반영한다고 전제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생산물들을 해석함으로써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이 지닌 중요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곧 알게 되겠지만, 비평이론은 그러한 노력에 필요한 탁월한 도구들을 우리 손에 쥐어 준다. 우리는 그 도구들을 사용함으로써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새롭고 가치 있는 렌즈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통찰력과 함께 논리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p.26


책의 앞머리에 저자가 남긴 말을 듣다 잠시 존 듀이 경험주의 철학 이후 브루너의 학문중심교육과정하에서 이뤄진 교육이 성인이 되어서의 나와 내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예술적인 것의 감상에서 선형적이고 도식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품 판단과정과 질적평가보다는 수와 양적 평가로 치우친 평가방법은 매우 지겨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나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여러 눈보다는 정답을 제시하고 그 핵심 단어들만 외우게 했던 방법. 그 방법은 우리에게 문학,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품에 오히려 멀어지게 한 건 아니었을까 .... 하는 생각도.



잠시 책의 목차를 보며 책의 인상에 대해 살펴 보면.

 


1장 비평이론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한 것들


2장 정신분석 비평


3장 마르크스주의 비평


4장 여성주의 비평


5장 신비평


6장 독자반응비평


7장 구조주의 비평


8장 해체 비평


9장 신역사주의와 문화비평


10장 레즈비언, 게이, 퀴어 비평


11장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학비평


12장 탈식민주의 비평


13장 전체적인 윤곽 그리기



1장에서는 앞서 제시한 저자의 말처럼 "왜 우리가 비평이론을 알아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과 앞으로 각 비평방법에 대한 설명과 비평이론의 적용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다양한 방법으로 볼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2장부터 12장까지는 다양한 저자가 제시한 비평론에 대한 설명을, 그리고 13장에서는 각 비평방법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간략한 정의을 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묶어 보길” 바라는 저자의 얘기를 담고 있다.

 

한국어판의 제목처럼 이 책이 비평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한정된 지면에 그 모든 것을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론적 비평이론의 핵심적인 것을 추려 쉽게 소개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나의 기준으로는 세 범주. 도구주의적 성격을 가진 비평과 작품 내적인 형식에 주목하는 비평, 그리고 사회적 맥락과 제도의 시선에서 보려는 비평의 다양한 예들을 이렇게 친근하게 설명해주는 예는 흔치 않다. 짧고 간단하며 친근하기까지 한 설명, 다양한 비평의 토대가 되는 철학자의 사유, 그것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예와 저자의 해석, 더 나아가 우리를 더욱 넓은 세계의 프리즘으로 인도하려는 시도까지.... 두께가 꽤나 나가며 일견 재미없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꽤나 풍성하며 지루하지 않은 책임은 분명하다.

 

저자는 13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평이론은 문학작품을 해석한다는 자체의 목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비단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험 일반을 이해하는 지평까지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의미가 있다

p.930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설명하는 비평이론의 개념을 잊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작품을 볼 때 여러 방향에서 탐색하고 "자세히" 보는 것, 그리고 날카로운 기준의 시선으로 전체를 일관되게 분석해 보는 일, 더 나아가 많은 비평이론을 통해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작품을 평가해 보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런 시도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롭게 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가의 말을 따라 책을 넘기면 각각 다른 비평이론으로 분석하고 있는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여러 각도로 다시 보게 된다. 그것의 시선을 따라가며 정말 중요한 것은 개츠비가 위대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가 하는 어떤 이의 도식화된 설명이 아니라 톰과 데이지, 개츠비가 엮어내는 인간 내면에의 장면들. 그것을 바라보며 전달하는 피츠제럴드의 작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본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피츠제럴드에게 가끔 물어보기도 하고, 또 조용히 듣기도 하다 보면 개츠비가 왜 "위대한” 지 진심으로 알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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