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인물 스케치 - 인물 드로잉,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인물 스케치
김용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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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나가보면 미술 관련 코너는 주로 서양미술사와 여러 종류의 그림을 그리는 법에 관련된 책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필소묘에 관련한 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그림을 전혀 그려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게 다가가고 있는 책이며, 다른 하나는 미대 입시에 포커스를 맞춘 인체소묘나 정밀소묘에 관련한 책이다.

 

"쉽게 따라 그리기" 류와 요약할 수 있는 책들은 팔을 써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손목으로 그리는, 작은 그림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상의 정확한 관찰보다는 사물이나 동물이 가진형태의 패턴화를 연습함으로써 쉽게 그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으며, 많은 시간과 기교를 요구하는 책들은 개인의 자유로운 개성을 드러내는 스케치보다는 미대 입시에서 시험을 보는 과목으로서의 소묘에 대한 요구가 강했기 때문에 어떤 단계나 친절한 설명보다는 완성작이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 책을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외국서적이나 몇몇 국내 서적은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에 집중하는 다채로운 드로잉을 소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실적인 표현이 주가 되는 책이 많으며 또한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적인 그림을 좋은 그림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파슨스(M. J. Parsons) 는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조사하여 사람들의 미적인식단계를 조사했는데 그의 연구결과에 바탕을 두어 단계를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영유아기 (편애)

2단계 - 초등학교나 중학년 시기 (미와 사실주의)

3단계 - 사춘기 시기 (표현력)

4단계 - 나이보다는 경험이나 환경이 중요 (양식과 형식)

5단계 - 나이보다는 경험이나 환경이 중요 (자율성)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나 인식에 비추어보면 대부분 미술에 흥미나 소질이 있는 학생들은 중학교시기나 고등학교에 소수만이 미대로 진출하고 나머지는 집안의 반대나 스스로 미술이라는 것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여 속칭 인문계로 진학하게 되는데 이런 경향이 사실적인 그림을 우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또 개인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파슨스가 얘기한대로 사실주의적 그림을 우대하는 것은 중학년 시기의 학생들의 미적 형태에 가깝고 미술적 표현물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양한 감수성을 가지고 그림을 표출하는 데에도 기초가 존재한다고 보는데 수많은 정확한 형태나 비례,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명암 대비와 그 미묘한 질감을 파악하는 능력, 사물을 보는 관찰력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속성이다. 마치 악기를 배울 때 처음에는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내는 연습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기본기를 익히는 데는 소묘는 매우 좋은 방법이 된다.

 

물론 4B 연필을 쥐고 화지에 흑연을 묻혀 내는 아주 간단한 기초도 부족한 나의 견해로 보자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인물 스케치" 라는 말은 왠지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악기를 처음부터 혼자 독학으로 배워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매우 힘든일인 것처럼 그림을 아무 기초도 없이 혼자 연습하여 그린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책에 나온 예시를 따라 그려본 소묘.

 

 

 

 

그럼에도 최근 나온 이 책은 연필소묘에서 "쉽게 따라하는...." 류의 책과 "미대 입시를 위한..." 류의 책의 중간 지점에 있는 책이다. 미술학원에 가면 처음 하게 되는 연필 잡는 법, 선연습, 명도 10단계 내기, 다양한 기본 도형 그리기 등의 초급 단계와 인물소묘를 보통 처음 하게 되면 그리는 얼굴의 부분등을 비교적 처음 소묘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제시하고 있다. 그림을 제시하면서 붙여주는 설명도 부족한 편이 아니며, 다양한 학생 작품을 보여주며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나란히 제시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고 기초적인 부분을 다룬 책이지만 소묘에서 그 양극단에 속해 있는 책들 가운데 중간 지점에 관한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쉽게 다가가는 책이다. 조금만 기초가 있다면 편한 옷을 입고, 지우개 하나와 잘 깎은 4B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이 책에서 제시한 예를 따라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직 완성 전의 스케치.

 

따뜻한 오후 편한 옷을 걸치고, 손에는 4B연필 한 자루와 지우개 하나를 들고

좋아하는 배우의 모습을 화지에 옮겨보는 즐거움 한 장. 

 

 

 

 

괜찮은 책이지만 나는 이 책에 별 셋을 줄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노력과 의지가 없다면 이 책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별 한 개 혹은 두 개는 이 책을 손에 쥐고 수많은 시간을 그리고 또 고민하며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나와 어느 이름모를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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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4-15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버 피닉스인가요??
이제 막 시작한 소심한 마음에 저는 지금도 4B가 아닌 2H 연필로 그리기 시작한답니다.
그려보기 전에는 몰랐어요. 얼마나 많이, 자세히 관찰하고서 소묘 한장이 완성되는지...

Nussbaum 2013-04-15 13:5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아직 완성전이기도 하지만 사진과 꽤 많이 다르게 그려지기도 했는데요.
hnine님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

어느 정도 완성하고 보니코도 약간 길고, 턱이나 눈매, 얼굴 골격등이 동양인처럼 그려져 버렸네요 ^^ 제 얼굴이 약간 갸름한 편인데 얼굴을 그리다보면 은연중에 자신과 닮게 그리게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태가 조금 이상해져버렸지만, 머리가 좀 복잡해질 때 주의 사물이나 사람들을 그리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들 때 느끼는 즐거움이 있으니 좀 못그려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음... 말씀 들으니 그리실 때 2H로 형태를 잡으시나 봅니다. 2H로 처음 형태를 잡아본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ㅎ

일본 톰보 연필을 사용하실지 아니면 스테틀러를 사용하실지... 스테틀러가 그나마 더 부드러워 처음에 형태 잡을 때는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본 어느 책에서는 잠자리 그려져 있는 톰보를 일본 초등학생이 그냥 학교에서 쓰는 연필이라고 좀 꺼려하는 얘기를 했는데 심이 약간 단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연필로 뭔가를 많이 그리다보면 사물이 조금 더 자세히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빛과 그림자, 그 속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도요. 언젠가 올리신 그림에 이은, 연필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이야기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 즐거이 보내셨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