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음반(CD)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그렇게 흔하지 않던 시절, 성음에서 나온 온통 노란 딱지가 붙은 테잎을 들으며 머나먼 세계를 동경하곤 했다. 동네마다 레코드 가게가 한둘씩은 꼭 있었으나 다양한 클래식 음반사들의 음반보다는 도이치그라모폰의 아티스트들에 집중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매우 다양한 수입레이블이 들어오는 지금은 그야말로 클래식을 즐겨 듣는 이에게는 천국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외국에서 발매하는 음반들을 거의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전세계적인 음반계의 불황으로 몇 년 전부터 국외의 수많은 음반사는 과거 명연들을 묶어 판매하거나 새로 발매하고 있고 신보의 경우에도 시리즈물을 거의 완결하자마자 묶어 판매하는 경우가 매주 잦아졌다. 국내 라이선스 제작사들은 인터네셔널반에는 없는 새로운 기획물을 꾸준히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데 나의 판단으로는 박스물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절판 또는 수입이 거의 되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이 묶여 나오는 예는 매우 많으며 대부분 가격은 낱장 가격을 모은 것보다 저렴해진다. 이런 사정에서 20-30년 혹은 그 이상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에게는 낱장으로 어렵게 모으던 음반이나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음반들이 거의 떨이 가격으로 너무나 "당연히"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목격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초심자는 매우 싼 가격에 수많은 명반을 구할 수 있다는 각종 음반리뷰나 평가를 보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CD의 경우 클래식 음반계에서 끊임없이 박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음반을 모으던 사람, 또는 새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는 사람 양쪽 모두 문제가 발생하는데 많은 음반을 갖고 있는 경우 음반사의 도산, 해당 제작사의 폐반등으로 음반 시리즈 구매를 완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중복 음반을 감수하고 이가 빠진 음반 박스를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입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너무 많은 음반 때문에 다 듣지 못하고 비싼 장식물이 되어가는 경우가 많다.

 

 

 

        

 

 

2008년, 2009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정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던 카라얀 심포니 에디션과 DG 111주년 기념음반 카라얀 심포니 에디션.

 

왼쪽의 카라얀 심포니 에디션은 브루크너, 베토벤, 브람스 등의 교향곡에서 레퍼런스 급의 수준의 음반들이 들어 있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음반 수 대비 가격으로는 정말 믿기지 않는 수준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DG (Deutsche Grammophon) 의 수많은 명반들이 즐비하게 들어 있는 DG 111 주년 음반이 나왔다. 여기 들어 있는 낱장들은 각종 음반지에서 대부분 명반으로 꼽히는 것들이며, 해당 레파토리를 듣고자 할 때 거의 참조할 만한 음반들이 묶여 있어 이 음반이 나왔을 때 이제 음반시장은 급격히 몰락할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음반 커뮤니티를 다니다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음반에 대해 구입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을 을 묻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오래 들으면서 수집하던 분들은 각종 정보를 얻는 루트가 있겠으나 비교적 처음 접근하는 분들에게는 장수가 많은 박스물들의 정보가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니 좀 선뜻 구매가 어려울 수 있겠다. 그라모폰지 한국판, 라뮤지카, 안단테 등의 음반잡지가 모두 이제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음반평을 그럴싸하게 써야 하는 인터넷 상품몰의 음반소개만 보고 구매하는 것도 조금 꺼려진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부족하나마 처음 음반을 구매하거나, 박스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자 할 때 참조할 만한 여러 국내외 사이트 또는 서적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http://www.goclassic.co.kr/

국내 최대의 클래식 음반 커뮤니티로 클래식을 듣는 모든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워낙 겉옷을 바꿔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디스코그라피 메뉴를 보고 음반 녹음연도를 참조하곤 한다.

 

 

 

2. 펭귄가이드, 그라모폰가이드, 러프가이드 등

 

 

                   

 

모두 영미권의 클래식 음반 가이드이다. 셋 모두 해당 중요 작곡가의 중요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그라모폰은 중요 작품을 보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으며 주관이 강하다. 가운데의 러프가이드는 간단한 작곡가의 소개를 먼저 다루고 해당 중요 작품의 음반을 두 세개정도로 추천한다. 마지막의 펭귄가이드는 방대한 양의 작곡가를 다루고 있으며 추천반도 매우 많다. 두 세줄의 짧은 평과 함께 음반 가격, 추천순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모두 영어로 되어 있으나 어렵지 않은 영어로 되어 있어 클래식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집에 두고 보면 꽤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3. http://www.prestoclassical.co.uk/

영국의 클래식 음반몰로서 국내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음반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며, 클래식 음반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기에도 매우 좋은 사이트이다. 위 세 가이드에서 좋은 평을 받은 음반을 따로 섹션을 만들어 구별해 놓고 있으며 해당 음반이 각종 음반 리뷰지나 사이트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도 상품 소개란에 적어 두고 있다. 음원을 조금씩 들어볼 수 있다. 

 

 

 

4. http://www.classicstoday.com/

몇몇의 필진이 Artistic Quality/Sound Quality 를 각각 10점 만점으로 보고 점수를 주고 리뷰한다. 비교적 상세한 리뷰이며 음반 가이드에서 볼 수 없는 상세한 리뷰가 실린다. 단, 필자의 의견이 강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5. http://www.scena.org/columns/lebrecht/070219-NL-Cdsoftheweek.html

우리에게 "왜 말러인가?" 라는 책으로 알려진 노먼 레브레히트의 음반 리뷰를 볼 수 있다. 다른 책에서 전통적인 명반으로 알려진 음반에 대해 거침없는 혹평을 했던 그의 리뷰가 실려 있는데 만족도에 따라 별점을 주고 있다. 

 

 


6. http://www.classicalarchives.com/

작곡가별로 구별이 잘 되어 있으며 역시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사이트이다. 프레스토클래시컬과 유사하다. 


 

7. KBS classic fm

하루 방송 가운데 전곡음반 위주로 방송하는 시간에 새로 나온 신보나 박스류의 음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생생하게 새로운 음반의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으나, 진행자의 주관이 매우 강해 자칫 맹목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제 낱장으로 그동안 나오다 박스로 묶여 나온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비네 마이어의 칼 슈타미츠 클라리넷 협주곡 음반(EMI). 꽤 오래전에 등장하여 당시 많은 찬사를 받았던 음반이다. 약간 빠르다 싶게, 매우 생동감 있게 연주한다. 탑 프라이스였던 것이 그녀의 다른 협주곡 녹음과 묶여 저렴하게 나왔다. 



 


 

    

텔덱의 음반들은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물며 가격도 비싼 편이다. 현재는 베를린 클래식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샤론 캄의 음반도 비교적 최근 묶여 나왔다. 크로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담은 음반은 흔하지 않은데 부드러운 음색과 정교한 터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그녀의 음반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의 트렘펫터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한때 모 음반사이트에서 엄청난 열풍의 불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피아노를 공부하다 허리를 다쳐 오래 서 있지 못하게 되자 트럼펫을 연주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주를 실제로 들어본 결과 매우 섬세하며, 쉽게 곡을 연주하는 느낌을 받았다. NO LIMIT, 엘레지 등의 음반에서 정말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기교를 보여주는데 최근에 텔덱에서 그의 음반을 저렴하게 묶어 판매하고 있다. 


 

 


 


     


 

왼쪽은 난곡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얘기할 때 거의 빠짐이 없는 음반. (Herbert von Karajan cond. / Berliner Philharmoniker. 1964) 크리스티앙 페라스의 박스반으로서 프랑스에서 제작을 하였다. DG에서 녹음한 전곡을 수록한 박스이며 최초로 음반화 한 경우도 있다. 국내에 매우 적은 양이 들어왔으나 해외에서는 문제 없이 구할 수 있다.

( 프레스토 클래시컬 음반 정보 참조 : Universal Music France pays homage to one of the greatest French violinists of the 20th century with an outstanding 10-CD box set (at budget price). This is, in fact, the first large-scale anthology devoted to the violinist. For the first time, this set takes his complete recordings for Deutsche Grammophon, including the Bach Concertos with Karajan and Serge Nigg’s Concerto, previously unreleased on CD.)


 

 

 

 

    


귀족적이며 영롱한 터치, 깊은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연주자 디누 리파티의 마지막 리사이틀을 포함하고 있는 박스. 이제 과거 명성에서 끝없이 추락해 버린 EMI레이블의 아이콘 (ICON) 시리즈로 그의 과거 연주를 저렴하고 편하게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생을 살다 간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의 전설적인 브장송 페스티벌에서의 마지막 리사이틀이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에릭 르 샤쥬(Eric Le Sage)가  슈만 실내악을 연주한 음반으로서 시리즈물로 나오던 음반이다. 알파레이블의 또렷하게 들리는 음색에 더해진 깊이 있는 연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음반인데 가격이 꽤나 비싸 아쉬움을 주던 음반이다. 그런데 신보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간의 시리즈물을 모두 묶어 7장을 3장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한편의 아쉬움(?)을 준 예이다.

 

 

 

그런가 하면 눈에 띄는 국내/국외 기획물들도 있다. 최근의 것들을 몇 개 살펴보자. 

 

 

 

국내 기획으로 만든 첼리스트 엔리코 마이나르디의 박스이다. 몇 년 전스펙트럼에서 복각한 음반으로 매우 높은 인기를 끌었던 연주자의 음반인데 1950년대의 녹음으로서 현대의 연주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연주를 들려준다. 박스안에는 음반화하지 않은 LP 를 복각한 연주를 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런류의 음반은 인터네셔널 반이 아닌, 로컬반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동호회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Spring)" 을 얘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곤 하는 연주가 있는데 에리가 모리니의 연주가 그것이다. (Erica Morini (Vn.)Rudolf Firkusny (Pf.))

윤기있는 보잉, 우아한 향취가 가득하면서도 자유롭게 어디선가 음이 풀려나오는 듯한 환상. 강렬한 짜릿한 맛은 아닐지라도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준다. 앞서 소개한 마이나르디, 잉그리트 헤블러, 또는 요한나 마르치 박스반등은 낱장으로 구하려면 전 세계를 떠돌아야 하고,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므로 여러 모로 매우 의미있고 탁월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음반들이 아닐까 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맑고 경쾌한 터치, 음악적 완성도를 통해 듣는 즐거움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인데 전집반으로는 피레스(DG), 우치다(Philips/DECCA)의 음반을 첫 손에 꼽을만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전의 녹음이 전설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고 있었는데 마로 잉그리트 헤블러(Ingrid Haebler)의 연주였다. 맑고 담백한 터치, 깊고 그윽한 프레이징. 국내제작반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던지면 그간 너무나도 애타게 기다렸던 전설적 연주를 만나게 된다.

 

 

 

 

 

 


 

 

 

 

 


 

     

 

      

 

 

 

 

 

 

 

에네스쿠, 자크 띠보, 칼 플레쉬에게 배운 연주자 이블리 기틀리스의 화려한 연주

시원하고 강한 느낌을 풍모를 보여주는 알렉시스 바이젠베르크의 타건

듣고있으면 정신의 정점의 혼연일체를 보여주는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카라얀이 만들어낸 음악적 자취의 집대성

우아함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연주자 요한나 마르치의 전설적 기록.

 

몇 개만 살펴보아도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음반들이다.

감히 예측컨데 앞으로도 계속 음반계의 불황은 이어질 것이고, 과거 명연주들이 묶여 나올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박스가 등장하니 그 질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로 깊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좋은 음반을 구입할 안목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해외 사이트, 각종 서적등을 참조한다면 음반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게 되고 품절이 되어 다음 수입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가격또한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겠다.

 

너무 빠른 속도로 나오는 음반의 홍수.

그것은 흡사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가운데에서 바늘찾기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또는 매우 복잡한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숨은그림찾기 같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 마침내 숨은 그림을 다 찾았을때의 희열을 위해 조금은 느린 시간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5-29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블로그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걸치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면
참 좋아하는 노래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기까지 해요.

그래도, 600원 주고 사서
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얻는 일이란
무척 고맙구나 싶기도 해요.

저는 제가 잃어버린(도둑맞은)
오래된 노래테이프를 언제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손꼽곤 해요.
그 음반들 다시 나올 낌새가 안 보이거든요.

'한돌' 노래모음,
'김남주 육성 시 낭송' 테이프,
'김민기' 1집 테이프...
더없이 아스라한 음반들입니다.

Nussbaum 2013-05-30 13:26   좋아요 0 | URL

요즘에는 아무래도 음반을 찍어내는 것보다는 음원쪽이 더 관리도 쉽고 재고도 쌓이지 않으니 그 방향으로 많이 흘러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테잎, CD세대이다 보니 CD과 여러 모로 편리하고 좋아서 음원 다운을 거의 하지 않게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싼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널리 알려줄 수 있으니 음원다운로드는 분명 좋은 면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 인기곡 위주로만 나오다 보니 또 너무 빨리 잊혀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얘기해주신 테잎은 1분 빼고는 잘 모르는 것들이지만 저도 잠시 오래 전 열심히 듣던 그 시절의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음악과 그리운 시절과 그 시절에 두고 온 무엇들까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