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의 웃는 마음 - 판화로 사람과 세상을 읽는다
이철수 지음, 박원식 엮음 / 이다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2012년, 우리들의 대화에 의자 몇 개 더 놓을 수 있습니다.
안부를 묻습니다.                                                                                                                                 7페이지.

 

 

삶, 자연, 마음, 사람.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맑개 펼쳐진 공기를 보고, 밝은 어디론가 나가 일을 하고, 밝아 오는 하늘을 마시며, 어둑어둑 밤길을 걸어 집으로.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나고, 때론 사람에 부딪치고, 좋은 사람과 웃고, 소근소근 대화를 하며 잠을 자는 일. 그런 하루 속에서 잠시 구름 하나 띄워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을 때 펼치고 싶은 책.

 

 

 

 

"조금만 눈 크게 뜨고 보면 세상의 기준이란 터무니없지요?

거기에 무작정 항복할 일이 아니죠. 백기 투항? 참으세요!"    38페이지

 

 

판화는 유화, 수채화, 콩테, 과슈, 템페라, 아크릴 등등 무수한 회화의 표현 기법이 내지 못하는 강렬하며 함축적인 표현 효과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볼록판화에 속하는 목판화는 오목판형인 동판보다는 선명하지 않지만 날카로움과 극적 대조,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기법.

 

바쁘고 짜여진 삶에서 여기 실려 있는 판화를 보고 있으면 삶의 표면에, 나의 마음이 가진 얇디 얇은 삶의 나이테에 강렬하되 결코 쓰리지 않는 선을 새기는 느낌이다. 바둑판이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보듬고 아물어 더 멋진 바둑판이 되듯, 이 강렬한 자국을 마음에 새겨 품으면 내 작고 초라한 삶이 잠시나마 웃음으로 변한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손길. 보고 있으면 그 손길의 온기가 느껴지는 느낌. 막 지은 하이얀 밥의 모락모락 김이 바람에 사라지기 전에 전해오는 느낌. 그 밥이, 그 쌀이 먼 곳에서 어느 이름모를 농부의 손길을 거치고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뜨거운 햇빛을 머리에 이고 견뎌낸 그 강인함이 느껴지는 소리.

 

 

 

 

'밭에서 잘 익은 과일 야채 거두어 옵니다. 계산대에 쏟아놓고 돈 치르는 일이 없는 게 제일 좋습니다. 덜 익었다 싶으면 하루 이틀 두었다 거두면 되고, 너무 많으면 이웃에 따다 주면 됩니다. 제 집에 없으면 가까이 지내는 이웃에게 얻어다 먹어도 됩니다. 시장이 제일 사나운 이웃 아닌가요?"                                                                                         58페이지

 

 

 

 

밥 먹고, 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잠을 자면서

사람은 낮에 누구나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때로는 고개를 젖히며, 때로는 고개를 한껏 들어 올리며.

 

 

 

 

 

" 분명한 건, 농사든 막노동이든, 머리 써서 지식을 팔든 누구나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겠죠. 한마디로 제 농사일은 반성적 차원이에요. 호미들고 하는! "                                                                                                           111페이지

 

 

 

 

대지미술.

대지미술은 크리스토, 스미스슨 등이 주축이 되어 미술의 개념 확대와 자연에 대한 경이를 미술에 끌어 들이려고 했던 경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진한 신념에서조차 생명의 위협을 주었던 미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위성에 대한 경고. 하늘은 비어 있고, 물은 제 갈길 가고, 땅은 많은 것을 키우며, 사람은 그것들에 감사해하고.

 

 

 

 

'강을 팔아 경제위기를 넘기고 나면, 이 다음에는 산을 팔게 되나요? 백두대간을 통채로? 그 다음에는 다도해를 팔고 동해 바다 독도도 팔게 되나요? 마지막에는 하늘을 팔면 되겠습니다.'                                                              135페이지

 

 

 

 

별들이 분주한 새벽이 되면 잠시 뜨거워진 마음을 내려 놓는다.

말도, 사람도, 빛도. 놓고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묻고 또 묻는다.

그렇게 닿는다. 나의 마음에, 바른 결에. 바른 대답에.

 

 

 

 

"의심하고, 묻고, 의심하고 다시 묻고 .... 그걸 현실에 적용해서 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도 분명해요. 쓸데없는 사변들을 거추장스러운 옷처럼 끌고 다닐 일이 아니죠. 머리나 가슴뿐 아니라 온몸으로 통찰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자기긍정은 그렇게 해서 얻어지라.                                                                                                            170페이지

 

 

 

 

2013년, 봄밤 삶의 바람결을 타고 잠시.  꾸벅꾸벅, 삶의 단편에 스르륵 잠이 들 때 즈음.

손끝으로 넘기는 사각거림이 대답일까 하여. 하나씩 조심스레 넘깁니다.

어느 이름 모를 독자가, 내어주신 의자에 앉아.  웃는 마음을 하고서.

 

 

22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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