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흐 :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180g 3LP] Nathan Milstein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1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나탄 밀스타인 (Nathan Mil / DG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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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바이올린을 단선율적인 악기로 보지 않고 화성적대위법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악기로 보았다화성적인 시각으로 얘기하자면 샤콘느 등과 같이 쌓여 있는 화음으로 진행하는 것도 있지만 펼침화음으로 진행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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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자필악보에서는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교대로 배치되어 있다. (..) 어떤 의미로는 비슷한 형태로이면서 아주 음악적으로 엄격한 모습을 하고 있는 소나타에 이어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파르티타를 놓음으로써 대비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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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3곡 모두 이탈리아 교회소나타와 동일한 전형적인 4악장의 악장배치를 하고 있지만완전하게 이탈리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가장 특징적인 것은 제2악장을 독일적 분위기인 푸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 악장에 선생하는 제1악장은 독일의 건반음악에서 푸가 앞에 존재하는 이른바 전주곡과 비슷하다그리고 그 뒤에 오는 제3악장과 제4악장은 제2악장이 폴리포닉적인 것에 비해서 호모포닉적인 서법을 사용하고 있다

 

파르티타는 제3번 작품이 류트를 위한 모음곡으로 편곡된 것처럼 원래 모음곡이다모음곡은 주로 춤곡을 나열한 것이지만 바흐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거의 기본적인 모습이 갖추어졌다그것은 '아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와 같은 악장배열이다그러나바흐는 3곡에서 이 패턴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지 않았다

 

 

- 음악세계 <바흐>, 155페이지 발췌

 

 

 

수많은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의 이름들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야사 하이패츠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일 것이다. 더 선호하는 연주자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 둘을 빼 놓기는 쉽지 않겠다. 이 두 사람이 표현하는 성향은 일견 반대적이기도 해서 오랜 동안 누가 더 우위에 있느냐 하는 논쟁도 많았다.

 

 

만일 세 명으로 범위로 넓혀야 한다면 나는 나탄 밀스타인(Nathan Milstein, 러시아, 1904-1992)을 넣고 싶다처음 밀스타인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 앨범(DG, 1973, ADD)  CD로 들었을 때 프레이즈의 유연성과 소리의 균형성곡마다 보이는 뚜렷한 흐름이 눈앞에 마치 생생하게 펼쳐졌다거의 70세의 녹음이니 수많은 생각과 연주의 깊이가 담긴 음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주로 EMI DG에서 녹음을 남겼는데 확실한 것은 그가 엄청난 기교의 소유자였지만브람스나 베토벤 등의 협주곡에서 레오니드 코간의 연주를 듣다가 밀스타인의 연주를 들으면 꽤나 심심하게 들리듯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에 비해 뭔가 폭발하는 패시지를 보인다거나 넘치는 잔향을 들려주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연주를 듣고 확 끌리는 점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밀스타인의 정갈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껴보기에는 이 바흐의 음반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며많은 클래식 음반 감상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이 거대한 산과도 같은 곡에서 당당하면서도 거침없다그렇게 당당하게 나가면서도 높고 낮은 소리에서 하나를 버리는 일이 없는 연주로, 바이올린 한 대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이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내가 온갖 찬사를 다 갖다 붙인 것 같아잠시 펭귄가이드(2008)의 소개를 살펴보자. 참고로 그라모폰가이드(2011) 에서는 왜인지 이 연주를 꼽지 않았는데 (그라모폰에는 레이첼 포저, 기돈 크래머, 빅토리아 뮬로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이작 펄만, 알리나 이브라기모바, 이사벨 파우스트 를 선정) 만일 추천 연주 분석을 위해 밀스타인이 본문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매우 괘씸한 생각마저 든다.

 

 

Milstein's set from the mid-1970's remains among the most satisfying of all versions. Every phrase is beautifully shaped, there is highly developed feeling for line, and these performances have an aristocratic poise and a classical finesse which are very satisfying.

 

 

펭귄가이드에서는 품위 있는 표현과 안정된 연주를 장점으로 내세웠다이와 함께 또 추천한 연주자로는 펄만그뤼미오메뉴힌이다 헨델헨릭 셰링율리아 피셔 등이 있다밀스타인의 연주와 유사한 쪽은 아무래도 그뤼미오헨릭 셰링 일텐데 개인적으로는 그뤼미오는 보다 섬세하고 셰링쪽은 보다 유연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선이 굵은 연주이기에 다른 연주자와도 겹치는 부분도 있겟다. 어쨌든 위에 언급한 연주자의 음반들에서는 누구의 연주가 더 뛰어난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으며 그들의 연주의 미묘한 차이점과 특징을 구별하는 것이 훨씬 갚진 일이다.

 

 

각각 곡의 자세한 설명 - 가령 소나타 1번이 모두 4악장으로 되어 있고 3악장은 시칠리아풍이며, 2악장은 푸가의 구성을 엿볼 수 있다 등등.. 의 설명과 그것의 따른 해석은 바흐의 음악그것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깊이 있는 해석을 먼저 살펴본 후의 일이다물론 알고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음악이 주는 다양한 감정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잠시 LP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보자.

 

나는 이 음반을 대략 15년 전에 CD로 들었다참 많이 들었던 음반으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연주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이번에 LP박스가 고맙게 나와서 조심스레 듣고 있는데 문득 CD LP의 특성에 대해그리고 어떻게 들리는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되었다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물리적인 차이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재생 방식의 차이일 것이다.

 

 

수많은 논쟁을 뒤로하고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은 LP 소리가 조금 더 자연스럽다는 점이다만일 CD LP 소리의 특성에 대해 내게 묻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악기를 가지고 연주를 해본 적이 있는지 반문하겠다악보에는 음표가 있고 쉼표가 있다듣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감동을 주려면 음표는 하나하나 모두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꽉찬 소리로 들려줘야 하고쉼표는 음표의 여운을 잘 숨겨주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제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도 모든 음표의 소리를 동일하게 낼 수는 없으며모든 쉼표를 동일하게 쉴 수는 없다같은 악보를 연주하더라도 각각 그 음표를 미묘하게 다르게 인식하고 다른 개성을 부여한다그날의 분위기연주자의 컨디션곡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 등을 통해 악보에는 적혀 있지 않은 그 무엇을 함께 전해준다음표와 쉼표로 이루어진 곡을 연주했을 때 발생하는 수많은 의미의 연합체들이런 것이 음악의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견해로 같은 장비로 재생했을 때 LP CD의 음질에 못미친다는 생각을 한다음질이란 것은 균등하게 뭔가를 재생한다는 뜻이다판에 소리골을 내어서 재생시키는 LP는 비록 CD에 비해 균등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약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음표와 쉼표로 만드는 의미의 연합체를 조금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CD를 들었을 때보다 LP를 들었을 때 덜 피곤함을 느낀다는 어느 실험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도 든다.

 


 


 





 

 

턴테이블의 플라스틱 덮개를 열고 조심스럽게 LP박스를 열어 음반을 꺼낸다음반을 회전판위에 올려놓고 턴테이블 전원을 켠 후톤암을 조심스럽게 놓는다완전 수동인 턴테이블이어서 음악을 듣고 나면 다시 톤암을 원래 위치에 놓아야 한다. LP를 뒤집거나 바꾸려면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유투브에 검색만해도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번거롭게 이렇게 음악을 듣고 있다니.  때론 한심스럽다. 


그렇지만 그 동작이 끝나고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반이 돌아가고 잠시 후 스피커가 울리면 15년 전에 들었던 밀스타인의 바흐와는 같지만 조금은 다른 음표와 쉼표가 나온다. 음표와 쉼표를 더 풍부하게인간적으로 듣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바흐를 듣고 있으면서밀스타인과 더 가까이 만나고, 풍부한 감정과 감각을 지닌 인간이라는 자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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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8-03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축 바늘이 LP에 닿는 순간의 그 먼지 부서지는 소리가 이렇게 그리워질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지요..

Nussbaum 2019-08-04 00:28   좋아요 0 | URL
오늘 라디오를 듣는데, 오프닝 멘트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늘 우리가 가진 것에 비해 놀랄만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더 좋은 것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략 이랬는데, 제게 이말은 과거가 좋았다는 어떤 향수의 의미라 아니라 우리가 생각을 하고 감각이 있는 인간이라는 걸 잊을 때마다 다시 그 인간다운 것으로 돌아간다는 말로 들리더군요.

이 음반 리뷰를 하다가 문득,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나는 무엇을 얻는가 하는 것도. 그러다보니 이 음반 리뷰가 이렇게 흐르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회전판위에 뭔가 물건을 올려 놓고 동글동글 돌아가는 걸 마냥 재밌어 하던,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는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훌쩍 먹었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무식쟁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