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즈 어웨이 안전가옥 쇼-트 1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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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인간 이야기인 좀비 단편들, 『좀비즈 어웨이』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열두 번째 책은 『좀비즈 어웨이』. 세 편의 단편이 실렸다.

좀비 이야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짧은 이야기라 부담이 덜할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여고생인 주인공 재인은 친구 혜나에게 피구 과외를 받는 중이다. 드디어 배움의 결실을 보여줄 반 대항전이 다가오고. 평소 충돌이 있던 3반 반장과의 대결이기에 최선을 다해 시합에 집중한다. 자신을 노리는 공을 열심히 피해다니다 공이 재인의 뒤편으로 향했고, 뒤편에서 날아온 둥그런 무언가를 몸을 돌려 가까스로 받아내는 순간! 주변을 둘러싼 아이들의 비명소리. 왜지? 하고 내려다보니,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공이 아니라...! 

책 제목이 『좀비즈 어웨이』이긴 했지만, 처음 실린 단편 제목이 '피구왕 재인'이라 방심했다. 좀비 이야기가 아닌줄 알았다가 순식간에 전환되는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반전을 가져온 장면이 워낙 강렬해서 책에 실린 세 편의 단편 중 이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좀비가 되는 게 더 나은 건지 이렇게라도 살아 있는 게 더 나은 건지." (p.109)

첫번째 이야기의 반전으로 어느정도 마음의 방비를 한 상태로 만난 다음 이야기. 표제작 '좀비즈 어웨이'다.

좀비 사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사회의 모습이 그려진다. 좀비로부터 도망치던 인간들이 이제는 좀비를 사냥하는데, 좀비 사냥꾼들을 움직이는 요소는 좀비를 사냥하면 주는 '가산점'이다. 어느 정도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면, 그런 시대에서도 취업과 입시는 중요하다는 게 씁쓸하다. 주인공이 일하는 정육점에서 좀비 사체를 취급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아포칼립스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사장의 지시로 좀비 사체를 찾다가 우연히 백신 부작용으로 잘린 상태에서 말을 하는 '성하'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데려가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위험한 여정을 떠나게 되고,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발견한 것은...

"…더 큰 일을 위해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에요. 그게 혹시 나 자신일지라도, 정신 차리고 더 큰 미래를 봐야 하는 거예요. 효율적인 세상을 상상해보라고요." (p.158)

마지막 이야기 '참살이 404'는 좀비 사태의 시작을 다뤘다.

참살이 404라는 식품을 개발하는 회사. 그곳에 입사한 소영의 이야기다.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이 회사가 건네는 참살이 404 베타 버전에 있던 비밀을 알아내며 마주하게 된 씁쓸한 현실. '회장'은 결국 이름을 알지 못한다.

세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것은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지만 결국 초점을 맞추는 건 '인간'이라는 것이다. 좀비 사태 속에서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유대감, 파멸로 이끄는 욕망, 이기적인 마음. 마냥 잔인한 좀비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던 단편들이었다. 열린 결말로 끝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길게 이야기를 늘이지 않고 적절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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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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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따라 일어나는 사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저자 피터 스완슨의 전작들은 유명하지만 읽지 않았다.

신작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읽기로 마음 먹은 건 이 책 속 사건이 '추리소설'을 모방했다는 점, 주인공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책에 관한 책은 언제나 궁금하다.

 

표지의 8자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인다. 끝을 찾을 수 없는 것.

큼직한 8자를 보다보면 책을 읽기 전부터 8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왜 하필 여덟 건인가? 하고.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p.19)

강한 눈보라가 예보된 날.

손님이 뜸한 서점에 FBI 요원이 찾아온다.

미해결 사건 몇몇이 어느 '추리 소설'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해당 추리 소설을 포함한 리스트를 기억하는지 화자에게 묻는다.

화자인 맬컴 커쇼가 작성한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소개된 작품은 다음 여덟 가지다.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제임스 M.케인의 《이중배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존 D.맥도널드의 《익사자》,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유일하게 소설이 아닌 희곡이다),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책 속에서 블로그 포스팅 형식을 살려두었기 때문에 각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 어떤 추리소설들일지 궁금했는데 막상 목록을 보니 이름을 들어 본 건 네 가지 정도. 읽은 건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뿐이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추리 소설 모방 범죄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익히 알려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은 워낙 오마주가 많이 된 작품이라 새로움은 덜했다. 다른 소설들 중에는 궁금해진 작품이 있긴 하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p.33)

FBI 요원이 우선 제시한 의심스러운 사건은 다섯 가지.

그리고 찾아내지 못한 사건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맬컴은 일단 협력하기로 하고, 사건 목록을 받아 리스트 속 추리 소설과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나 찾기 어렵기만 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그 리스트는 '완벽한 살인'을 정리했으니, 모방 범죄 또한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유일한 단서인 리스트 속 추리소설들을 파고들어 임의로 '찰리'라 이름 붙인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쁜 버릇이 발동되고 말았다.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먼저 결말을 확인하는 것.

결말을 보고, 진범을 알고 처음부터 읽으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맬컴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희귀한 초판본으로 '특별하게' 소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포스팅 내용도 의미심장하다.

가장 처음 언급되는 작품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복선이라 할 수 있겠다.

아예 모르고 읽었어도 나름의 흥미가 있었을 테지만, 이 책은 초판부터 복선을 찾으며 읽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p.48)

화자가 책을 좋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는 것도 좋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역시 우선하게 되는 건 '책'이나 '독서'에 관한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접근이 흥미로웠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책을 읽으면 그 사이 쌓인 경험들 때문에 책이 새로워진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과거 책을 읽던 나도 함께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좋았다.

책이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가독성이 좋다.

추리 소설 한 권으로 다른 추리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

다만 스포일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건 조금 나중이 좋겠다.

책 첫부분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트릭이 오픈된다. 거기에 '포스팅'에서도 스포일러가 될 부분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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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 - 인생의 막막함에서 해방되는 자기이해 방식
야기 짐페이 지음, 장혜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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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것,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

꼭 읽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법을, 알고 싶었으니까.

선명한 목표를 세우는 게 힘들었다.

다른 이들은 쉽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내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걸까.

너무나 많은 정보들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저 헤맬 뿐.

혼란스럽다. 막막하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한 마음만 더해졌지만 확신이 서지 않은 채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의욕도 생길 것 같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될까?'라는 머리의 판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판단기준은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가?'라는 마음의 기준입니다. (p.45)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은 총 8개의 챕터가 이어진다.

하고 싶은 일 찾기를 방해하는 5가지 오해,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지 이야기하는 워밍업 내용으로 스타트. 이어서 하고 싶은 일을 빠르게 찾기 위해 어떻게 '자기이해 방식'을 세우는지 개념을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을 구성하는 요소는 세 가지.

좋아하는 것(열정), 잘하는 것(재능), 소중한 것(가치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셋 모두를 알고 있어야 한다.

소중한 것,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의 순서대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게 한다.

각각의 요소에 대한 설명과, 찾아내는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정리했다.

특히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담긴 리스트는, 독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시가 있으니 기준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을 넉넉히 두고 꼼꼼하게 읽고 싶은 책이다.

막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필요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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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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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던 마음까지 찾아가는 곳,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몇 년 전 나온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의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읽고 싶었다.

따스한, 힐링 소설이었다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여운 펭귄이 '실제로'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펭귄 철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펭귄을 만나고 분실물 센터로 찾아와 물건 뿐 아니라 마음까지 찾아간다.


"모든 게 펭귄을 찾으면서 시작됐으니까 펭귄 매직이네." (p.317)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는 전작처럼 펭귄 철도 끝에 있는 분실물센터에 와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총 4편의 에피소드인데, 전작이 그러했듯 이번 책에서도 앞의 3편의 이야기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엄마의 재혼으로 생겼던 동갑내기 남동생과 잃어버린 이혼 신고서를 찾으러 다니는 료카의 이야기.

학교에서의 문제로 고민하는 신노스케가 여동생과 함께 떠난 '졸업 여행' 이야기.

동생과 이름이 같은 환자를 신경쓰는 의사 세이코의 이야기.

사라진 펭귄을 찾아다니는 마술사 하루캄의 이야기.

4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잃어버린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의 문제도 품고 있다. 그 문제들은 형제 자매 관계와 연계되어 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긋난 부분을 보듬는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없지만 잔잔히 스며드는 이야기.

특히 마지막 이야기가 좋았다.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도 좋았지만, 에피소드의 주인공의 과거, 밝혀지는 정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힘든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털고 일어났어. 그러니까 뭔가 계기가 있으면 분명 다시 내일을 향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줄 거야." (p.297~298)

읽고나니 전작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게 아쉽게 느껴진다.

시간이 난다면 전작과 이 책을 연이어 읽으며 연결성을 찾아봐도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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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극세사주의 삶에 관하여
김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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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세사주의 삶을 사는 이야기,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만큼 예민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은 공감했지만 어떤 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의 많은 부분이 마음에 닿았다.

초반부부터 눈길을 잡는 글들이 있었다.

감정의 동요와 변화를 들키는 일. 어느 게 더 싫은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둘 다 싫다. (p.15)

어릴적부터 그랬고, 지금도...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보이는 게 싫다. 두렵다.

공감에서 비롯된 높은 호감을 가지고 읽어갈 수 있었다.

밝은 이야기라고 하기엔 어려운 글이지만, 너무 깊게 침잠하는 것도 아니기에 읽기 힘들지 않다.

공감한 내용이 꽤 있었지만, 아닌 부분이 있었기에 오히려 읽기 좋았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읽을 수 있었으니까.

책 후반부에서 저자가 말하기도 하는데,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야 편안하다.

직접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이야기였기만, 적어도 내겐 책을 읽을 때도 이 '거리감'이란 게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 긴밀하다. 우리는 조금 더 멀어질 필요가 있다. (p.180)


아마 내 인생에 눈물 없이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 마음이 개운해지거나 살아갈 힘이 생기지는 않는다. 울어서 남는 것은 맹맹한 코와 두통뿐, 세상은 또 얼렁뚱땅 살아진다. (p.63)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건 조금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

글을 읽다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생각을 흘려보내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공들여 기억을 꼭꼭 씹는다. 

그러나 씹어도 씹어도 역류하는 건 생각뿐이다. (p.74)

늦은 밤, 기억을 떠올리며 걱정을 하는 부분도 공감했다.

평소와는 달랐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누군가는 사소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고민하는 모습.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면 좋은데,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나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자기기마저 다 꺼놓은 채 완벽한 고요 속에 유영하는 시간이 절실하다. 한 마디도, 정말 단 한 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조차 하고 싶지 않다. 눈을 찡긋거리거나 손을 흔드는 것도 싫다. 나는 홀로 있는 세상을 원한다. (p.129)

어쩔 땐 그냥 집에 있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만큼 소진된 에너지를 집에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p.216)

코로나 시기를 거쳐오면서 점점 예민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걱정거리가 늘어나면서 편안함을 누릴만한 마음의 공간이 부족해진게 아닐까.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의 존재가 오로지 혼자 지내는 시간을 원하게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게, 멍하니 있는 시간. 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가끔 갈등은 버겁다. 감정이 들고,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사는 게 바쁘면 무슨 소용인가 싶고 고개를 돌려 모른 척 하고 싶어진다. 나의 마음을 짚어보고, 상대에게 전달하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 또다시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 풀리지 않는 대화에 간 떨어지는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천성이 그런 사람인가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p.238)

부제에 있었던 '극세사주의 삶'이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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