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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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이끌어내는 여행에세이,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읽어가면서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가 여행한 세계 곳곳은 이미 다른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며 접했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르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그렇기에 결국 여행은 수백, 수천 가지의 '누군가의 하루'의 모음이기에 항상 새롭고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여행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 그들의 하루도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낯선 것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다. 평범한 하루하루. 이렇게 같은 하루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것도 여행인 것이다.


책 속에는 유명 관광명소의 이야기나 사진들이 가득하지는 않았다. 대신 채워져 있는 것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문화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였다. 에피소드 형식의 여행에세이를 그동안 읽은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책만의 독특함이 있었다.

세상 어느 나라에나 빛과 어둠의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많았다. 문화적인 벽에 대해 다루는 부분들, 다소 불합리한 생각이 아닌가 싶은 문제들. 씁쓸한 기분을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지점. 그래도 또 다른 지점에서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조언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글귀들을 적어보았는데, 대부분이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말이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여행을 하면서 그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나는 내가 만난 여행자에게 그런 좋은 말들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 속에서 만났던 좋은 글귀를 적어본다.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며 살지 말게. 그 인생이 가장 위험한 인생이 되어버린다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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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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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의 매력, 콘트라베이스


장르가 다소 독특하다. 한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이야기로만 구성된 '모노드라마'. 처음에는 낯선 형식이었지만, 읽다보니 점점 몰입감을 주는 형태였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다.

그는 우선,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다른 악기들과는 달리,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 콘트라베이스. 그것이 내는 소리를 음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듯한 소리라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거의 음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뭔가 서로 문지를 때 나는 소리 같은, 글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하나의 음이라기보다는, 뭔가 절박한 것도 같이 바람결처럼 그냥 획 지나가 버리는 소리 같은 거지요. (p.16)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콘트라베이스를 중요히 여기지 않는 세상에 대해 부조리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모르는 콘트라베이스의 위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그러면서 명성있는 음악가에 대해 그만의 시각, 그러니까 콘트라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시각에서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지만, 유명한 음악가들에 대해 언급했기에 비판하는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음악을 들려준다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런 지문들 때문에 일종의 연극을 위한 희곡 작품 같은 생각이 들어 무대 위에서 실제로 공연하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초반에 음악적인 측면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간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소외받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콘트라베이스처럼, 화자 자신도 그런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의 연애는 항상 실패로 끝났고, 그 원인을 그는 콘트라베이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콘트라베이스에 대해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껏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던 것처럼, 그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읽어갈수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움이었던 것 같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의 끊임없는 한탄 같았다. 그런데 점점 조금 다른 무언가가 배어들었다. 모르는 새, 분위기와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 결말에서는 그가 누르고 있었던 분노와 열망의 감정이 터져나온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남자의 어조가 건조하면서도 담담해서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마지막의 감정의 폭발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때문에 영화로 만드는 것보다는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았다. 책을 읽어가면서 연극으로 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니 매력적일 것 같았다. 만약 영화로 제작하게 된다면, 화자가 떠올리는 과거의 사건들과 미래의 사건들을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간에, 모노드라마라는 장르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해주어서 참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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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내는 용기 - 아들러의 내 인생 애프터서비스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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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으로 배우는 라이프 스타일, 버텨내는 용기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그리고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접했던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좀더 폭넓고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두 책을 읽으면서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고, 더 자세한 내용을 접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미움받을 용기>의 경우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받은 <대화편> 형식을 차용해서 서술해 나가 편안함이 느껴졌다면, <버텨내는 용기>는 존댓말로 번역되어서 딱딱한 느낌이 덜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책이 존댓말로 번역되어 있는 것이 아들러가 타인을 존중하라고 이야기하는 부분과 연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을 어떻게 이해하여 삶에 적용시켜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그의 심리학이 변해온 과정에 따라 아들러가 생각하는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할지 생각하게 했다.

책을 통해 느꼈던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들이 몇 가지 있었다. 가장 먼저 프로이트와 차이를 둔 인간 욕구의 근원에 대한 관점에서 비롯된 개인 심리학이라는 분야를 만든 것. 또 행동이나 신경증이 일어나는 이유를 과거의 트라우마 등에서 찾는 '원인론'이 아니라 미래로 눈을 돌린 '목적론'을 통해 파악하려고 한 것.

한편 개인 심리학이라고 하면 어쩐지 개인에게만 집중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꽤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타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서로서로 기대면서 공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공동체 사회를 제시하고 있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흥미를 느낀 부분은 현대 아들러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세 가지 개념이었다. 첫째는 '자기개념'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계상'으로 '세상이 나에게 어떤 곳인지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자기이상'은 '내가 마땅히 그래야 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자체가 목표이기도 하지만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이 결정되는 데 미치는 요소들과, 라이프스타일을 더 좋게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조언들이 이어졌다.

한편 <미움받을 용기>에서 이미 접했던 부분들도 많이 읽어갈 수 있었다. 비교적 간단하게 제시되었던 부분들을 더 실제적이고 세세하게 보여주는 내용도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면서 읽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들러 심리학에 관해 많은 내용이 있지만 읽는데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몇번이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완벽히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좀더 읽어봐야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아들러 스스로가 전문용어를 그다지 쓰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생각을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이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어 흥미로웠다. 그만큼 아들러 심리학이 우리의 삶과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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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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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하면 역시 셜록홈즈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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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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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 빵과 수프 고양이가 함께하기 좋은 날


예전에는 이런 느낌의 책을 참 좋아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이었다. 이 책도 <달팽이 식당>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었다. 주인공이 운영하는 식당이 주는 느낌이라던가, 주인공 모녀의 관계, 주인공과 그녀의 어머니의 성향이 <달팽이 식당>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런 분위기 안에 큰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었지만.


주인공 아키코가 편집자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식당을 물려받아 자신의 취향대로 새로 바꿔 꾸려나가는 내용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 시마씨를 채용하게 되고, 고양이 타로를 잃고, 이복형제가 있을지도 모를 절에 찾아가고 하는 일들을 겪는다.

아키코는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과는 달리, 수도원같은 분위기의 식당을 만들어가고 싶어했다.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운영하는 식당. 읽어가면서 그녀의 식당의 모습이 어떨지 그려졌다. 그만큼 꽤 묘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이미지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음식들의 정갈함과 소박하지만 깊은 맛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역시 소박한 음식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서 취향이 약간은 변한 걸까, 사실 크게 '좋다'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의외로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도 했다. 이야기 안에서 그려지는 음식의 이미지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서 조금 심심한 감이 있었다.

사실 제목을 통해 기대했던 부분들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빵과 수프, 고양이. 이 셋과 관련된 이야기이긴 했으나, 두드러지게 그 내용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특히 음식을 내는 가게를 하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표지에 고양이가 있어서 그 내용도 궁금했는데... 부족한 느낌.

그리고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약간 선을 긋는 듯한 태도가 어쩐지 느껴져서... 주인공에게 많이 공감하지 못해서 더 읽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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