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유럽 컬러링북 - 열 개의 도시를 지나 하나의 사랑을 만나다
이슬아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과 함께 찾아온 사랑, 로맨틱 유럽 컬러링 북


컬러링 북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계속해서 현재 진행중인 것 같다. 새로운 컬러링 북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물론 나는 컬러링 북을 자주 사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색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다 '색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아닌가? 컬러링 북과 아이들의 색칠공부책의 차이가 뭘까? 각각의 컬러링 북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있을까?

이번에 접하게 된 <로맨틱 유럽 컬러링 북>은 그런 나의 의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제시해주는 컬러링 북이었다.


일단 핑크색 표지가 뭔가 두근거리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색칠되지 않은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두 남녀가 마주보고 있다. 제목의 '로맨틱'과 '유럽'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책을 펼쳐보면 가장 먼저 책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표지에 그려져 있던 두 사람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거쳐간 곳들을 보여주며 그들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비엔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산토리니, 터피 카파도키아로 여행이 이어진다. 각각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이라 어떤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을까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옆에는 책의 컨셉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여행을 통해 만나고 헤어지는, 운명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운명같은 사랑이라... 확실히 로맨틱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책을 가로로 눕혀서 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스케치북을 넘기듯 위로 넘기면서 책을 보게 되는 구성이다.


위쪽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글과, 작은 일러스트가 함께 소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위의 일러스트 그림이 색칠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있다.

처음에는 위의 것을 보며 색칠하다가 색깔이 없는 관계로 조금 다른 느낌으로 색칠해보았다.

우수답안(?)을 보면서 색칠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담아 색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위쪽의 글이 담긴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담겨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위의 사진처럼 사랑에 관한 글귀가 쓰여 있기도 했었다.

로맨틱함이 가득 담겨있는 내용으로, 영화 속 대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색칠되지 않은 일러스트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미 색칠되어진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그건 바로 주인공인 두 남녀이다. 두 남녀가 주인공이라서 그런걸까? 이미 예쁘게 색칠되어 있고 독자들은 그들을 둘러싼 주변 풍경을 아름답게 칠해나가는 것이다. 약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무채색이었던 공간이 두 사람이 사랑을 느끼면서 점차 다채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열 개의 도시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고, 또 달콤한 사랑이야기까지 얹어져 있어서 나름 색다른 부분이 있었던 컬러링북이었다. 컬러링북들의 종류를 다양하게 접할수록 확실히 다른 특색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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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5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탐정소설 비평,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북스피어에서 장르소설 작가의 논픽션 및 중단편을 모아 시리즈로 출판하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5권이다.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원래는 도로시 L.세이어즈의 추리소설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책 검색을 했는데, 이 책만 나왔다. 꽤 좋아하던 작가여서 궁금했고, 실제로 보니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읽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매우 만족했다.


얇은 책이지만, 관심사에 관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어서 정말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읽었다.

도로시 L.세이어즈의 피터 윔지경 시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읽었다. 저자는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시작된 탐정 소설의 경향에 따른 발전 모습들을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탐정 소설(추리 소설)의 형태를 지닌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이 등장하는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수사 과학의 위대한 두 경구가 명확히 제시된다. 먼저, 모든 불가능을 제거하고 남은 것이 뭐든 그게 아무리 가망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바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건이 괴이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더 풀기 쉽다는 것이다. (p.29)


이어 에드거 앨런 포가 쓴 다른 소설 두 가지로 대표되는 탐정 소설의 두 가지 발전경향을 이야기한다.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와 <황금벌레>가 그 두 가지 소설로, 이 두 소설은 순전한 감각주의와, 순전한 지성주의를 대표한다. 이후 등장하는 추리소설들은 이 양 극단에 놓인 두 소설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탐정 소설의 선구자로 인식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순전한 감각주의와 순전한 지성주의에 대한 개념을 잡은 것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이 언급 이후 해당 유형들에 속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잘 알지 못하는 탐정 소설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관심이 생긴 소설이 몇 가지 있었다. 나중에 국내에 번역된 버전이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탐정 소설의 계보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소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던 것은 도로시 L.세이어즈가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포의 서술을 어떻게 더 흥미롭게 발전시켰는지 보여주기 위해 비슷한 설정의 서술을 예시로 들어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분을 함께 보니 비슷하면서도 좀더 흥미로운 부분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이후, 탐정 소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된 탐정이 등장했음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도 많은 소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도로시 L.세이어즈는 세상의 반이 수수께끼를 내고 다른 반이 그 수수께끼를 맞히려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탐정 소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었다. 책 뒷부분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다른 소설과는 달리,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관한 부분이다.


독자는 살인자를 추리하는 대신 작가를 추리한다. 그래서 작가의 후기작들은 초기의 역작에 거의, 혹은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의 뮤즈와 결혼하고 이 결혼은 미스터리를 파괴한다. (p.84)


탐정 소설의 발전으로 인해 독자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를 이미 알게 되었고, 특정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는 경우 그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진다. 다른 장르라면 그것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이 중심이 되는 탐정 소설의 경우 결말을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후속편이 첫번째 이야기보다 좋지 않은 평을 듣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일까? 작가가 써내려간 내용을 독자가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 내용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비슷한 스타일의 다음 작품에서는 익숙함 내지는 진부함까지 느끼게 되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나의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그러니 다음에 탐정 소설을 읽게 되면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얇지만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관한 비평이 꼼꼼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거기에 역자 후기와 편집자 후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도로시 L.세이어즈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관심있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리뷰에 쓰지 않은 부분들도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이 많아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하나씩 사서 볼 계획이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비평서적을 읽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면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비평서들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듯. 비평과 같은 논픽션에 관한 비중도 서서히 늘려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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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 어린왕자 영문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윤주옥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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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감동을 영어로 느끼다, The Little Prince


The Little Prince. 어린 왕자.

고전 명작이기에 어릴 적부터 접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동화.

얼마전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에서 나왔던 어린 왕자를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 어린왕자 영문판 버전이 새로 나왔다.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 저자 생텍쥐베리가 쓴 불어를 보고 영문 번역을 한 불영 번역판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보게 된 책이기도 했다.



일단 집에 있던 한국어판과 함께 한 컷.

표지의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영문판의 두께가 좀더 얇은 편이다.

거기에 안의 일러스트나 글 배치가 약간 다른 모습.

어쨌든 한국어판이 있었기 때문에 영문판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로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의 영문판은 총 3권이 되었다.

역시 집에 있던 Alice's Adverntures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Daddy Long Legs(키다리 아저씨)와 함께 한 컷.

표지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블루톤이 다른 것과 비교해서 돋보이게 느껴진다.

어린왕자의 작은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듯 하기도 하고.

그리고 또 생텍쥐페리라고 한국어로만 알고 있었던 저자의 이름을 영어로 보니 정말 신선했다.

SAINT EXUPERY였다니!!! 이제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뒷편을 돌려보면 어린왕자의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길들인다는 것에 대하여.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특히 To me, To you로 시작하여 주어와 목적어의 자리만 바뀌어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 묘하게 리듬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 면에서 마치 시 같기도 하다.



사실 한국어판이라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 부분인데, 영문판이다 보니 영어 공부도 하자 싶어 꼼꼼히 읽다가 발견한 부분.

책 서문에 등장하는 말이다.

All grown-ups used to be children once.

(However, very few of them remember it!)


한국어판에서는 grown-ups가 '어른들'로 번역되어 있었다.

Adult가 아니라 grown-ups를 쓴게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실 이 부분 자체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모든 어른들은 한 때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그걸 기억한다는 것... 맞는 얘기다.

작가는 <어린 왕자>를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가지고 읽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어릴 적 읽었던 느낌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한국어판에서도, 영문판에서도 기억에 남는 구절.

"You know, when people are really sad, they love to watch the sunset."

어린왕자를 슬프게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던 어린 왕자.

그 작은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걸 겪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고, 또 어린 나이에 여행까지 했다.



어린 왕자가 떠나면서 장미와 이별하는 모습...

행성 위에 장미와 어린왕자, 단 둘의 모습이 그려진 일러스트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어린 왕자가 돌아갔을 때, 장미는 그 자리에서 그를 맞아줄 수 있었을까?



어린왕자가 여행을 한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

그는 drunkard, 술고래였다. 그런데 일러스트는 뭔가 온화한 듯, 어딘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이런 이미지도 어울린다.

"I am drinking." 그는 술을 마신다.

"In order to forget." 잊기 위해서.

"To forget that I am ashamed." 자신의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I am ashamed of drinking!" 그가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 이야기는 어린왕자와 술고래의 문답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것도 뭔가 리듬감이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동시에 내용적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모순이니까. 사실 이건 술을 마시는 것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 면에서 봤을 때, 한국어버전은 여백이 꽤 있는 편이었다면 영문판은 글씨가 비교적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일러스트의 구성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일러스트들이 새롭게 느껴졌던 점이 좋았다.

영문 번역 내용도, 한국어를 영어로 바꿔보았을 때와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미묘한 차이들을 보며 읽다보니 영문판이 불영 완역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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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딸 잃은 부모의 일주일 간의 복수극, 사신의 7일


<사신 치바>를 읽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된, 나름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신의 7일>.

단편집이었던 <사신 치바>와는 달리 <사신의 7일>은 장편이다. 대신 치바가 조사대상을 감시하는 일주일간의 상황을 날짜에 따라 치바와 조사대상이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장편이지만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고 읽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 사신 치바가 맡게 된 인물은 소설가 야마노베 료. 그는 얼마전 딸을 잃었고, 아내와 함께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범인이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나자, 그들은 계획해왔던 복수를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그 때 마침 찾아온 치바가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는 사이코 패스. 만만치 않은 대응을 해온다. 과연 야마노베 부부와 치바는 복수극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일단 중심이 되는 줄기는 야마노베 부부의 복수과정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도리어 상대인 혼조 다케시의 덫에 말려들게 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치바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 덫들을 무사히 헤쳐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다소 핀트가 어긋나 있는 치바의 말과 행동 때문으로 인해, 그들은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를 만나기 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건 바로...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말했다. "치바 씨가 온 뒤로는."

"온 뒤로는?"

"나름대로 즐거워." (p.297~298)


그러고보면 <사신 치바>에서도 치바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했다. 치바는 스스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봐도 참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이렇게 또 치바가 등장하는 책을 읽기도 한 것이다. 치바의 특별함으로 위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 날의 이야기는 정말 박진감이 넘치는 모습이 되도록 했다.


한편, 이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과거로 돌아간다. 야마노베 료와 치바 모두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었다.

먼저 야마노베 료의 경우, 복수를 하면서 딸의 죽음을 가져온 과거의 사건에 대해 생각한다. 딸 나쓰미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슬픔. 이 모든 것은 결국 범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것이, 그의 아버지에 관한 생각이었다. 치바는 조사대상에게 묻는다. 죽음이 두렵지 않냐고. 그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아버지가 그에게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나도 죽는 게 이렇게 무서운데 이 아이가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p.321)

야마노베 료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죽어가면서, 아들에게 죽음이 두려운 것인가 먼저 가서 알아보고 온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정말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현재 상황에서 아들이었던 야마노베 료가 결국 그 두려움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에 더 슬퍼지기도 했다.

치바와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도 있었다. 책 초반 다뤄졌던 치바가 조사했던 여성의 죽음. 그리고 그때 만났던 범인을 다시 만난다. 이렇게 얽히고 설켜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사신 치바>에서는 짧기 때문에 잘 느낄 수 없었던 7일간의 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나니 확실히 더 조사대상의 삶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결국 그 끝이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치바의 매력일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일을 충실히 하는 사신. 다음에 또 치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도 아마 또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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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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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각양각색 마지막 일주일, 사신 치바​


사신 치바가 찾아간 여섯 사람들의 여섯 개의 이야기. 각각 다른 스타일, 다른 장르가 담겨 있는 이야기였다. 인간의 삶을 일주일만 봐도 그렇게 하나의 소설 같은, 영화 같은 이야기가 구성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내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의 리뷰는 어떻게 써볼까 생각하다가, 하나하나 이야기를 영화 예고처럼 소개하는 형식으로 해보기로 결정했다. 일단 그 전에 이 여섯 개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관찰자, 사신 치바의 캐릭터에 대한 부분을 앞서 이야기해볼까.

이 사신 치바의 캐릭터,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해 묘하게 핀트가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연관되는 일이 생기면 묘하게 인간적인 부분을 보이다가도,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는 면모도 있다. 만약 그가 인간이었다면, 다소 종잡을 수 없었을지도. 하지만 그는 사신이다. 그의 말, 행동들은 인간이 보기에 순수한 듯 바보같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위안이 되는 충고들이 꽤 있었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라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야기 전반을 읽어가다보면 그의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번째 이야기, 사신의 스토커 리포트:치바는 정확하다 편.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남녀. 여자는 자신이 잘하는 것도 없고, 행운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고객상담 업무를 하는 그녀를 무척이나 괴롭히는 고객이 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며 트집을 잡는 고객. 남자(치바)는 혹시 그 고객이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냐는 말을 하고, 결국 여자는 고객과 만남 약속을 잡게 된다. 그러나 상상과는 달리 나이많은 아저씨. 게다가 그녀를 데리고 노래방을 가려고 하는데... 마침 그 모습을 목격한 남자와 고객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달아나는 여자, 그렇게 고객과 남겨진 남자는 그를 보다가 그가 누군지 알아보게 되는데..! 과연 스토커 고객의 정체는? 여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두번째 이야기, 사신의 하드보일드:치바와 후지타 형님 편.

40대 남성의 모습으로 다니던 치바는 어떤 젊은 남자에게 잡혀 야쿠자 앞으로 끌려가게 되고, 구리키라는 남자가 있는 곳을 대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순순히 그 말에 응해 알려주는 치바. 그러자 후지타라는 남자는 구리키를 찾아가 복수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후지타를 따르던 아쿠츠라는 젊은 남자는 상대세력에게 후지타가 지는 게 싫어 그보다 먼저 선수를 치기 위해 치바와 함께 구리키의 아지트를 찾아가지만, 도리어 붙잡히게 되고... 구리키와 수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치바는 누군가를 보고 후지타의 연락처를 대라는 말에 응하는데... 과연 치바는 누구를 보고 그 같은 결정을 내린걸까? 후지타와 그들의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세번째 이야기, 사신의 탐정소설:산장 살인사건 편.

눈보라로 산장에 갇힌 사람들. 그들 앞에는 한 남자의 시체가 놓여있다. 사인은 독살. 그러나 어젯밤 그를 죽이러 내려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워드프로세서에 쓰인 한 문장... 첫번째는 독으로 죽는다. 이것은 연쇄살인의 시작? 불안한 마음으로 잠드는 사람들. 다음날, 눈밭에서 칼에 찔린 또다른 시체가 발견되고, 워드프로세서 아래 또 한 문장이 첨부되어 있다. 두번째는 칼로 죽는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리고 또 한명이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는데!계속되는 살인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범인은 누구인가! 사신 치바, 탐정이 되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네번째 이야기, 사신의 로맨스:연애 상담사 치바 편.

조사 기간 일주일 이후 마지막 8일째, 치바는 죽어가는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힘겹게 내뱉는 마지막 말들을 들으며, 치바는 천천히 지난 일주일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조사대상인 남자 오기와라는 여성 의류를 파는 부티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는 건너편 건물에 사는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중. 그러다 그녀의 오해로 인해 처음으로 서로 이야기하게 되고, 많은 부분에서 통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치바는 그런 미묘한 분위기를 캐치하지는 못하지만... 한편 여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스토커가 있었는데... 과연 오기하라는 누구에 의해 사고사를 당하게 된 것인가! 안타까운 사랑의 결말은?


다섯번째 이야기, 사신의 로​드무비: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 편.

치바는 차를 운전하다 자신의 차에 다짜고짜 뛰어든 모리오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살인 용의자로 쫓기는 중. 홧김에 살인을 저지른 그에게는 어릴적 트라우마로 남은 유괴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치바는 한 노부부를 만나고 난 뒤 그가 이야기한 부분에서 미처 짚어내지 못했던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여섯번째 이야기, 사신의 하트워밍 스토리:치바vs.노파 편.

한 나이든 노파의 미용실에 찾아가게된 치바. 그녀는 한 눈에 그가 사신인 것을 알아보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고보니 그녀의 주변 사람들 중 많은 인물들이 그녀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던 것. 혼자 남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그녀는 다소 기묘한 부탁을 치바에게 하고... 그녀의 부탁대로 사람들을 미용실에 가게한 치바. 그녀가 미용실에 손님들이 오기를 바랐던 이유는... 그리고 치바가 묘하게 그녀에게 익숙함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의 마무리답게, 아름답고 파란 하늘과 함께하는 사신 치바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


"그야, 죽는 것은 두렵지만 말이죠" 하며 공포라고는 손톱만큼도 배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더욱 괴로운 것은…." 하고 말을 이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위 사람들이 죽는 일이죠. 그에 비하면 자신이 죽는 것은 그나마 낫다니까요. 자신의 경우에는 슬퍼할 겨를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가장 최악인 것은…."

"최악인 것은?"

"죽지 않는 것." (p.323)


"태양이 하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특별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태양은 중요하잖아요. 죽는 것도 똑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특별하지는 않지만 주위 사람들로서는 슬프고 중요한 일이라고." (p.330)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녹아들 것만 같아요." 나는 광활한 푸르름에 넋을 잃고 말았다. 깊게도 얕게도 보이는, 끝도 없이 펼쳐진 이 창공과 눈앞에서 흔들리는 바다가 뒤엉켜 나 자신을 삼키러 오는 듯한 힘을 느꼈다. 원근감이 없다. (p.341)


아무래도 여섯 개의 줄거리를 써야하는데다 중요한 반전은 보이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내용을 많이 줄인 부분이 있다. 여섯 개의 이야기의 부제같이 앞에 달려있던 장르를 표현하는 말들은 그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부분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읽었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와 비슷하지만 그 책은 단순히 장르만 다양한 첫부분 이야기들이 액자식으로 큰 틀의 이야기에 끼워져있던 반면, 이 책은 각각 독립적이고 완결된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하트워밍 스토리. 정말 가슴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마지막에 노파의 정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앞에서 마음 아팠던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어서 또 찡한 마음을 안겨주는 내용이라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파란 하늘을 처음으로 보는 치바의 반응도 아름다웠다. 이미 말했지만 정말 책의 마무리로 적합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치바의 이야기가 <사신의 7일>에서 또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만간 또 읽게 될 것 같다. 캐릭터가 좋아서, 담아내는 인간들의 마지막 이야기도 좋아서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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