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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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조선책방』


팩션을 즐겨 읽진 않는다.

실제 역사 내용을 계속 겹쳐 읽게 되기 때문이다.

팩션인 『조선 책방』을 읽어보기로 한 것은, 이 책이 '서점'을 중점으로 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띠에 적힌 메인 카피에 끌린다.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습니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는 시공간을 초월해 16세기 조선의 독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선우의 머리는 핑 돌았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p.116)


춘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선우는 동료 직원인 김 대리(이름은 연희)와 군부대로 책을 납품하러 가던 중 도로가 무너져 사고가 난다.

깨어나보니 그곳은 조선, 중종 시대.

조선 선비 '기남'을 만난 두 사람은 조선 시대에 적응해가게 되고, 나비효과들이 이어지며 조선 최초의 민간 서점을 열게 된다.

이름하여 '조선 책방'. 유생들이 찾을 만한 책 뿐 아니라 함께 조선 시대로 넘어온 21세기 책들을 번역해 판매하기로 한다.

기존과 다른 도서 진열 방법, POP 같은 현대 서점의 판매 전략까지 활용하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세력이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서점을 개업하는 것을 비롯해 음모를 꾸민다.


중간 중간 소설이라는 느낌이 덜한 부분이 있었다.

서점 시스템 관련 이야기가 그렇다. 전문적인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현대적인 시스템과 조선 시대라는 배경 사이에는 이질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조선 시대에 맞춰 살짝 명칭 같은 부분에 변화를 준 것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현대의 서점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식으로 풀어낸 부분도 몰입감을 다소 깨트린다.

그래도 21세기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조선 책방에 찾아와 21세기 책을 추천받게 된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 그들의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주인공 일행의 '책 큐레이션'을 살피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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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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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로맨스 단편집, 『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의 새로운 시리즈인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첫번째 책, 『무드 오브 퓨처』.

책 소개에 있던 '다섯 작가의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이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는 앤솔러지인 것이 좋았고, 로맨스는 즐기지 않지만 SF가 붙었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표지의 보랏빛 바탕 안에 묘하게 나타나는 하트 무늬도 인상깊다.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의 작가진의 이력은 다양하다. 소설만 쓰던 작가도 있지만, 다른 장르의 글을 쓰던 작가도 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에세이 등 다른 장르를 쓰던 작가들이 쓰는 SF 로맨스는 색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 실린 윤이나의 '아날로그 로맨스'는 통역기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통역기 없이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을 담았다. 그곳에서 예전 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되는 화자의 이야기. 화자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고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이라는 소재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 읽기 힘들었다. SF보다는 로맨스 요소가 더 많다 느껴졌기에 더 읽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이윤정의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남겨진 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추억을 담아 의뢰하는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다. 추억을 학습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 위해 탄생한 인공지능. 그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자아를 느끼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주하게 되는 가장 흔한 논의점. 그 문제를 따스한 느낌으로 잘 풀어냈다고 느꼈다.

세번째는 한송희의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로 기분을 조절하는 약 '비타무드'의 부작용에 대해 파고드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작용인 줄 알았던 증상들은 어떤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네번째는 김효인의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현실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가상현실에서 치유하는 이야기. 오류의 섬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결말 부분이 좋았다.

마지막은 오정연의 '유로파의 빛을 담아'다.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이야기. 우주가 주는 아득함의 이미지와 서신 교류라는 아날로그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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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 내 손안의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서삼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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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이건희 컬렉션』


예전엔 전시를 종종 보러 가곤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뜸해졌다.

자연히 전시 관련 소식을 챙겨 보는 것도 놓게 되었었고.

'이건희 컬렉션'에 속한 작품들의 대규모 기증에 관한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작품이 어디에 기증되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화제가 되었던 미술품 기증이었기에, 궁금해졌다. 이게 『이건희 컬렉션』을 읽은 이유다.


도록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시도록과는 차이가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워낙 방대한 양이니만큼, 이 한 권에 다 담아낸 것은 아니고 대표적으로 몇 작가를 골라 작품을 소개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 외국 작가의 작품으로 파트를 나누었다.

소개한 한국 작가진은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나혜석, 이중섭, 장욱진, 김홍도, 정선이다.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다. 어릴적 교과서에서나 보던 작품인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까! 책에 실린 도판이나 온라인으로 보는 건 실물을 보는 것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오래전 보았던 전시에서 봤던 명작들. 그때의 느낌은 생생하다. 왜 실제로 봐야하는지 알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붓터치. 질감. 크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느낌들. 실제로 보면 <황소>의 역동적인 모습이 생생하겠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책에 실린 이미지를 보고 궁금해졌다. 그 묘한 분위기를 큰 실제 버전으로 느끼고 싶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말해 무엇하랴. 국보지정 작품인데다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한번쯤은 봐야하지 않나 싶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셋이 가장 궁금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물론 궁금하다. 점을 하나하나 찍어서 색채를 만든 김환기의 작품도 실제로 보면 크기가 커서 압도적인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유영국, 장욱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책에 실린 그림을 보니 실제도 좋은 느낌일 것 같다. 나혜석의 작품도 질감과 실제 생감이 궁금하다.

외국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이 있었다.

이 중 가장 궁금한 건 모네의 수련 연작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모네 특유의 붓터치가 좋다고 생각한다. 강가에서 일몰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날 따라 수면에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 딱 모네의 그림 같았었다. 그 후로 모네의 그림이 좋아졌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기는 어려우니 우리나라에서 수련 연작 작품을 하나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도 기대한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원래 좋아싸는데, 소재인 '책 읽는 여인'도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폴 고갱의 <파리의 센강>도 궁금하다 고갱 특유의 화풍과 소재가 아닌 초기작이라 오히려 끌린다. 고갱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그림은 실제로 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책이 이건희 컬렉션 전체에 대한 해설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작가와 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을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보고 싶어져서 검색을 해보니 예약을 해야하는데 연일 매진 사례라 전시가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연장되었다고 하는데... 늦게 알아서 아쉽다. 남은 기간 중에라도 보러갈 수 있도록 열심히 예약 도전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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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 4
이소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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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의 매력을 다시 떠올리다, 『검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는 1권이었던 수어편으로 알고 한 권, 두 권, 세 권, 그리고 네 권째까지 읽게 된 글담 출판사의 에세이 시리즈다.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썸띵을 찾아낸 이야기들.
앞서 읽은 세 권도 괜찮았었는데, 이번 주제가 검도라 흥미가 솟았다. 어릴 적, 검도를 배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고 추억을 되살리며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예상은 반쯤만 맞았다.

공감도 했다. 추억도 떠올렸다. 다만 그 주체가 좀 달랐을 뿐.


앞서 말했듯 내가 검도를 배운 건 어릴 적이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성인 여성이다. 그것도, 대학 시절부터 스무 해 가까이 검도의 길을 걸어왔다. 검도를 대하는 마음에 다른 부분이 있을 수밖에. 그런데 또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 어린 시절 함께 수련했던 성인부 사람들이 떠올랐던 거다. 아이들과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생활 속에 검도 수련을 해나가는 글쓴이의 모습. 어쩌면 그때 그 분들이 이런 마음으로 검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랜 기간 검도를 수련한 이의 글이기 때문인지 검도의 동작이나 기술적인 면보다는 마음가짐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부분이 좋았다. 아는 부분이 나올 때는 물론 반가웠지만. 그보다 검도를 수련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내용이라 좋았다. 더디지만 차근히 나아간다. 검도의 매력은 그런 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검도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수련하는 모습을 읽어가다 보니 나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글만 있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만화 형식의 에세이도 있다. 이미지들이 몰입감을 높인다. 호구 쓴 모습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검도의 매력들을 떠올리게 된다. 좀더 꾸준히 했으면 좋았을걸. 그래도 책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검도를 마주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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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1
모치즈키 마이 지음, 사쿠라다 치히로 그림,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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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꿈 속의 카페,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교토 탐정 홈즈』 시리즈와 『교라쿠 숲의 앨리스』로 알고 있었던 모치즈키 마이의 신작이라 궁금해 읽게 된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귀여운 고양이 점원들이 있는 표지를 넘기면, 환상적인 음료 일러스트를 마주한다. 우주와 관련된 이름이 붙은 음료와 디저트들은 딱 그 이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직접 보고 싶다. 한 모금 마셔보고, 한 조각 잘라 먹고 싶다. 이 책은 일러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글이 쓰고 싶어졌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별에 관심이 있다면, 홀리게 될 그런 일러스트였으니. 일러스트집 번역본도 출간된 상태인데, 평소 일러스트집을 찾아 보진 않았는데 찾아서 보고 싶어졌다.


보름달 커피점은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열리는 카페. 삶에 지친 주인공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다.

손님은 주문을 할 수 없다. 각 손님에게 맞춤 메뉴를 제공한다. 바로 책 처음에 있던 일러스트의 음료와 디저트들이다.

거기에 '별점술'도 들려준다. 별점을 통해 지금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할지 안내한다.

마지막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죠. 그러면 당신이라는 별이 반짝일 것입니다."

"나라는 별?"

"사람도 모두 별이니까요." (p.86)


아무래도 일러스트에 큰 호감을 느낀 만큼 음료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책 내용은 별점이 대부분이다.

별점에 대해 1도 몰라서일까? 꽤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 같다.

하우스와 별자리 같은 용어들이 생소하다.

별점이 모든 것의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답이 되어주었다.

별점의 해석에 너무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닌가?

까끌까끌한 마음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무렵, 이 구절을 읽으면서 녹았던 것 같다.

"별이 당신의 미래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정한 미래를 도와줄 뿐이지요." (p.137)

고양이가 이야기해준 별점의 해석을 듣고, 주인공들은 변화할 마음을 가졌다.

별점은 상황을 이해하게 돕고, 방향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마음, 결정, 자유 의지였다.

등장인물의 이야기 중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덮을만큼 처음 봤던 일러스트들은 매력적이었고, 별점이라는 특이한 소재도 흥미를 더했다.
별점이 책 전반의 몽환적인 분위기 형성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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