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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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이상한 곳, 『외모 대여점』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외모'를 대여해 보세요."

기타칸토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에 있는 지역 상점에는 특이한 이름의 가게가 있다.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주로 자전거나 레저용품, 관혼상제 및 이벤트용 복장 등을 대여해 주는 것 같은데, 대여 품목 중에 '외모'도 있다.

놀랍게도 실제로 원하는 모습의 '외모'를 대여할 수 있다는데.

원하는 외모를 이야기하면 직원을 통해 준비된 외모를 보여준 뒤 혼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외모를 대여한다.

이제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들의 목적은 각양각색.

목적은 다양했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모양이다.


하룻동안 미소녀가 되고 싶었던 사쓰키.

여장이 어울리는 외모를 원한 마코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데쓰야.

나이 있는 아주머니의 외모를 대여한 유리.

가게 사장과 안면이 있던 후미코.

비쩍 마른 아이의 모습을 원했던 유타.

몇 번이나 외모 대여를 했던 미오리.

포용력 있어 보이는 여성의 외모를 원한 고이치.

예쁜 아이가 되어 고백하려는 스미카.

각자의 목적을 품고 외모를 대여한 이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외모 대여'라는 부분이 외모 지상주의를 연상시켜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그러나 대여하는 외모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런 외모를 대여한 경우도 결국엔 외모가 아닌 다른 가치가 중요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결과였다.


외모 대여 서비스는 주인인 안지가 있어야지만 진행할 수 있다.

그는 '여우술사'의 후손으로 할아버지로부터 능력을 이어받았다.

사람들의 외모를 흉내내야 살아갈 수 있는 변신 여우들을 돌보기 위해 외모 대여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 네 사람은 사실 모두 여우들이다.

에피소드들은 손님들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조금씩 비치는 네 여우들과 안지의 이야기에서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쌓이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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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낱말 퍼즐 : 시즌2 - 그림으로 푸는 영어 낱말 퍼즐
짱아찌 지음, 아자 그림 / 단한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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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풀며 영어 공부! 『그림으로 푸는 영어 낱말 퍼즐 시즌2』

 

영어 공부는 어쩐지 평생 해야 할 것 같다.

해야하지만 흥미가 잘 붙지않는 공부.

조금이라도 흥미를 붙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시도해보고 싶다.

그래서 읽어본 『그림으로 푸는 영어 낱말 퍼즐 시즌2』.

그림 카드를 보고 가로세로 영어 낱말 퍼즐을 완성하는 책이다.

 

책은 그리 두껍진 않다.

총 40개의 퍼즐이 있는데, 크기는 8x8, 9x9, 10x10까지 있다.

다양한 주제가 차례로 이어지는데, 주제에 따라 몇 개의 퍼즐이 있기도 했다.

왼편은 그림 카드, 오른편은 가로세로 퍼즐로 구성했다.

'낱말'퍼즐이어서인지 단어는 대부분 명사인 것 같다.

난이도는 평이한 느낌. 어렵지 않게 답을 유추할 수 있는데, 문제는 철자다.

가로 세로 퍼즐을 좋아해서 영어 단어, 특히 철자 외우는 데 도움 될 것 같다.

그림카드는 이런 느낌의 이미지들이다.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선으로 구성된 그림.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 직관적이고 뭔가 공부하는(?) 느낌이 든다.

그림만으로 단어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엔 밑에 한글 설명이 붙어 있다.

전반적으로 편집과 디자인이 깔끔해서 좋았다.

종종 퍼즐 풀이 하면서 영어 단어 철자를 기억 속에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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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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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연작 힐링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제목에 끌려 읽고 싶어진 책.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코코아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가 잘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은데, 무려 열두 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갈색, 노란색, 분홍색, 파란색, 붉은색, 회색, 초록색, 주홍색, 터콰이즈, 검정색, 보라색(퍼플), 흰색까지.

도쿄에서, 시드니에서. 색색의 이야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그는 기점이 되어 사람을 움직인다. 마스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세상을 비춰보지 못한 빛이 많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많건 적건 누구나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한자리 잡고 있다. (p.159)

얼마전 읽었던 아오야마 미치코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랬는데, 한 에피소드 속의 주변인이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는 식으로 연작이 이어진다. 심지어 다른 소설 속 인물이 이 소설에 등장하기도 했다.

소설에서 말했듯,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주인공인 인생에 자리잡고 있다. 때로는 가까운 이로, 때로는 단지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띠지에 적힌 문장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열두 편의 에피소드지만 길지 않아서 책 자체는 그리 두껍지 않다.

제목 때문에 카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건너 먼 두 도시를 잇고 있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다른 소설들처럼, 마음을 치유해주는 편안한 이야기였다.

다 읽고 나니 따스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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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회 -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한스 게오로크 묄러.폴 J. 담브로시오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생각이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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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정체성은 프로필로 형성한다, 『프로필 사회』

책소개에 흥미가 생겨 읽어보고 싶었다.

디지털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을 어떤 식으로 형성하는지 통찰한 책.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에 기반한 정체성, '프로필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프로필을 보여주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정체성을 형성한다. (p.36)


이 '프로필성'이라는 개념을 알고 싶었다.

자기 소개서를 쓰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싶었다.

진짜 내면을 모두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을 꾸며내야 한다는 점에서.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한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자기 소개와도 연관지어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약간 혼란스러웠다.

프로필은 공개적이다. 따라서 프로필성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도덕성이 성실성과 유사하게 보이지 않는 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며,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p.41)

직접 보거나 보이는 것과 달리, 2차 질서 관찰은 무언가 또는 자기 자신을 보이는 것처럼 본다. 다른 관찰자의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무언가 또는 자기 자신을 간접적으로 관찰한다. (p.54)

'프로필성'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지어 '2차 질서 관찰'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다른 관찰자의 관점에서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을 '간접적'으로 관찰하는 것.

2차 질서 관찰을 통해 자신의 프로필,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이 정체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하는 개념이었다.

장자의 '호접몽'이 등장하는 등 동양 철학의 내용이 담긴 것도 흥미롭다.

넓은 관점에서 '프로필성'을 탐구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까지 생각해온 '자아'와 '정체성' 개념이 이미 변화했음을 알려준 책.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프로필 사회』를 읽으며 바뀌어가는 사회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가치 개념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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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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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야기를 읽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참 괜찮은 죽음』

알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글을 읽는 건 힘들거라고.

지금보다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글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릴 때는 죽음이라는 미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들, 죽음이 끌어내는 감정들을 알고, 선명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그 사이 죽음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 사건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참 괜찮은 죽음』은 뇌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에세이다. 이제까지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한순간의 의사의 손길에 의해 결정된 환자의 운명. 병원 경영진, 법과 실제 현장간의 갈등에 관한 내용도 있다. 직접 수술을 경험하게 되며 생각하게 된 내용들. 우크라이나에서의 경험도 있었다. 모두 저자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호스피스에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 기억의 영향인지, 『참 괜찮은 죽음』이 조금 읽기 힘들었다. 환자들의 사례를 읽으니 연상되는 기억들. 그게 그대로 스트레스를 주었나보다. 신체적인 고통까지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는데, 서평을 쓰며 기억을 떠올리니 다시 힘들다.

그러나 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성공은 환자들이 일상을 되찾아 우리와 영영 헤어지는 것이다. 병이 나은 환자들은 우리를 다시 볼 일이 없다. 아니, 볼 일이 생기면 안 된다. (p.54)

환자들이 의사를 다시 볼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 이 말이 슬펐다. 병이 다 나으면 좋은데, 재발하는 경우들이 있다. 희망을 줬다가, 잔인하게 빼앗는건 어째서일까.

조그만 방을 나와 어두운 병원 복도를 걸어가며 다시 한 번, 인간은 어째서 삶에 그토록 간절히 매달리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훨씬 덜 고통스러울 텐데. 희망 없는 삶은 사뭇없이 힘든 법이지만 생애 끝에서는 희망이 너무도 쉽게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 수 있는데. (p.196)

안타까운 이야기보다는 그래도 해피엔딩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하나하나 진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마주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었다.

읽기 힘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저자 헨리 마시의 해외 경험을 담았는데, 그곳은 우크라이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들. 지금의 현실과 맞물려 더 안타깝고, 씁쓸함이 있었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인구의 4분의 1이 20세기에 일어난 폭력에 의해 죽은 것이다. (p.327) 지금은 21세기인데,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비극이 멈추지 않았을거라는 점이 슬프다. 희생되는 많은 이들이 대부분 연약한 이들일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다시는 선생님을 뵙고 싶지 않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p.376)

책의 마지막 부분. 예전에 수술을 받았던 환자와 진료실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한 내용이다.

가장 큰 성공은 환자와 의사가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초반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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