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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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말하지 못한 그들의 비밀, 나무수업

 

세상에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던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나무수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가까운 지인 분이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어서, '숲'과 그것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에 알던 것들을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무를 대할 때 인간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취한다.

'언어'로 반응할 수 있는 같은 인간들, 울음소리나 행동을 취함으로써 반응하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식물은, 나무는 '지금 내게 하고 있는 행동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눈에 띄게 바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에 비해서 많이 느리니까.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나무들도 '소통'을 한다는 사실이다.

나무의 언어, 나무의 사회생활, 나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그렇게 <나무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나무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었다.

이런 표현이 딱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의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졌다.

가장 처음 소개되는 이야기의 제목이 '우정'이어서, 읽어가는 방향을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었다.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나무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나무들의 모습에 흐뭇하게 미소를 짓기도 했고, 비록 느린 속도지만 엄마 나무의 훈육(?)을 받으며 자라나는 어린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나무 뿐 아니라 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생물들, 또 적대관계에 놓인 생물들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하게 인상에 남은 것들은, 도시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시의 가로수, 공원에 심겨진 나무들, 가지치기로 정리한 나무들.

인간에 의해 이전과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나무들은, 자연스럽게 살아가지 못한다.

도시의 땅은 다져져서 뿌리를 뻗어나가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태풍에도 쉽게 쓰러져버리게 되버린다고.

이 부분을 읽다보니 전에 태풍 때문에 가로수가 쓰러져 교통이 마비될 때 화가 났던 기억이 났다.

그게 바람이 세기 때문도 있지만 도시의 환경 때문에 나무가 뿌리를 제대로 뻗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약하게 다질 수도 없는 것이, 땅 밑에 수도관을 묻기 때문에 그 주변 흙을 강하게 다져두지 않으면 나무 뿌리가 그쪽으로 가서 수도관의 연결틈 사이로 파고든다고 한다. 나무는 생존을 위해서 그런 건데,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하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가지치기도 그렇다.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나무가 쭉쭉 뻗으라고 가지를 쳐주지만, 사실 그건 나무에게 아주 안좋은 영향이 있다고 한다.

가지치기로 인해 상처난 부위에 감염이 생기는 것이다. 나무의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쉽게 치유되지 않고 결국 상처가 나고, 속병이 든다.

그뿐 아니라 원래 원산지가 아닌 낯선 곳에서 살아가게 되면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나무들은 인간들에게 맑은 공기를 주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던 것들.

결국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무를 아는 사람만이 나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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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5
파스칼 피크 외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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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학문의 관점에서 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글을 쓴 세 저자는 각각 순서대로 고 인류학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이다. 이 세 학문 분야에서 '인간'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세 분야의 정의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의간에 통하는 지점이 있을까, 있다면 그 지점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순서는 저렇게 되어있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순서는 신경생물학, 고 인류학, 철학의 순서였다. 과학에서 인문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을 쓴 세 저자 중 둘은 과학계에 종사하는 인물인데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주제 역시 '인간의 의미'에 대해 다루는 것이니만큼 과학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철학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신경생물학' 부분은 이야기 초반부터 흥미로운 정의인 '인류영양생물'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인간'과 관련한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먼저 쏟아낸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신'이라는 존재까지. 사실 세 가지 학문 중 가장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의외의 면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가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인간이 전적으로 혼자라는 점이다. (p.23)

 

이어지는 것은 고 인류학을 통해 알아본 '인간'이었다. 고대 인류의 조상들을 통해 현재의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이라고 구별지을 수 있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찾는데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 부분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지식을 꽤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고유의 특성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는 게 아닐까? (p.37)

 

마지막은 철학자의 시선. 철학적인 관점을 의외로 앞부분에서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독특한 소재가 나왔다.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오래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진화해오며 걸린 시간. 그 긴 시간이 인간을 형성해나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이야기들. 특히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는 '도구'에 그 도구가 발전해오는 동안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내용과 그래서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특히 놀라웠다. 이렇게 '시간'과 연결해 인간을 정의하는 관점은 이전까지 전혀 마주하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체험 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다. 엄청나게 긴 시간을 자신에게 굴복시킬 힘을 가진 존재다. 무생물의 형성, 생물의 진화로부터 획득한 권위를 지닌 존재이자, 기호의 순환으로부터 얻어낸 권위를 지닌 존재요, 호미니언의 시간, 존재의 시간, 계통발생의 시간에서 얻은 권위를 지닌 존재다. (p.98)

 

책에서 세 가지 학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의는 모두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보다는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인간을 정의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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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영향력 -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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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스며드는,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끌어낸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믿는대로(또는 믿지 않는 대로) 선택한다고 여긴다. 대부분 착각이다. 지난 40여 년간 인간이 어떻게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적 영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다. (p.27)

 

뭐랄까, 읽을수록 좀 무서워졌던 책이다.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또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했다. 내가 영향을 받는 타인 또한 나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 개인개인이 모여 전체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회'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책에서는 '사회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개인 심리학'과는 달리, 사회와 관련된 심리학인 것이다. 때문에 제목과 같은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집단의 이념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말하는 '사회', 혹은 '군중'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부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었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보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니까.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p.34)

 

'슬픔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슬픈 감정 뿐 아니라 행복감과 같은 다른 수많은 감정들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말하는 용어가 바로 '감정전염'이다. 감정전염은 타인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들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따라해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까지 동화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2014년에 밝혀진 페이스북의 감정조작 실험의 결과로, 현대에 보편화 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 뿐 아니라 온라인 너머의 사람들과도 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감정전염을 통해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마음을 이해하는 것... 하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감정전염을 비롯한 이 서로에 대한 '모방욕구'는 부정적인 결과로 흐를 가능성도 동시에 품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극단화라는 것이다. '극단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하게 되는데, 생각이 비슷한 집단 안에 속해있을 경우,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주장만 듣기 때문에 더 확고한 관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집단의 의견과 다른 소수의견을 가졌던 경우에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경향 때문에 주장을 바꾸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서 선명하고 분명한 관점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며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왜 정치적인 면에서 중도주의는 실패하게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 '극단화'라는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고하지 않고 양쪽을 다 포용하는 입장은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받게 되고, 확고한 관점을 세워 영향력을 확장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이 '극단화'와 관련된 책 속 서술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와 관련한 인터넷의 역할이다.

 

인터넷은 오랫동안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견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내 의견과 편견을 반영해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선스타인의 표현처럼 우리 자신의 가치관을 "더 크고 요란한 버전"으로 접할 수 있고, 덕분에 이념의 성 안에서 더 공고히 자리 잡는다. (p.124)

 

확실히 인터넷은 정보의 자유롭고 폭넓은 공유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확산시킬 것을 기대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결국은 다양한 관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는 정보'만 찾아 접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극단화'가 이루어지는 첫번째 과정을 밟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더욱 확고히 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오해는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완해줄 방법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집단'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두번째 챕터에서 '군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꽤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비상사태에서 집단 속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서로 먼저 도망치려고 싸우기보다는 서로서로 도와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연대의식이 이기심을 이긴다. (p.80)

 

'군중'에 대해 부정적인 이론은 귀스타브 르봉이 <군중심리>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한 것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당대 대부분의 지식인이 '군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유명한 지식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현대와는 달리, 그 시대에서는 교육의 격차도 있었고, 아니면 지식인들이 자신의 특권을 부각하고 싶었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군중이 항상 어리석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모형들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군중 심리'라는 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개별적인 사람들이 그렇듯이, 양면성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군중심리>라는 책에 대한 내용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중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기에는 부정적인 사례들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속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이 집단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고받게 되는 영향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 서평에는 중점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영웅'과 '악당'이 되는 사람들도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어났던 피해도 있었다.

최근에 아들러의 심리학이 유행하면서 '개인 심리학'에 더 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회 심리학' 책을 읽으니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아무리 개인적인 의지를 세우려 해도 결국 사회에 속한 이상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글귀로 서평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심리학'과 '개인'의 관계를 잘 정리한 글귀인 것 같다.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에 앞선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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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 거침없는 삶을 위한 짧고 굵은 10개 국어 도전기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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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외국어 공부가 소중한 까닭은 나와는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p.6)

 

처음에 이 책을 서점에서 보고, 외국어를 좀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책 표지에 '두 달이면 외국어 하나가 끝!'이라는 말과 '거침없는 삶을 위한 짧고 굵은 10개 국어 도전기'라는 글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읽었던 <습관의 재발견>이나 <7번 읽기 공부법>과 같이 학습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대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저자만의 방법과 다른 유용한 방법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 '동기부여'의 측면이 강한 책이었다. 왜 외국어를 배우려고 해야 하는가. 외국어를 배워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로,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라는 것이다.

외국어를 취업이나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연결해주는 하나의 다리로써 기능하게 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모든 언어에는 '인류'라는 생물종의 특정한 지류가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담겨 잇다. 또 언어를 학습하는 우리들은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진리를 다시 점검해보고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단어를 몇 개 암기했느냐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일까? (p.110)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을 읽으면서 번역에 약간 혼란이 있었던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모국어를 생각하고 말한 듯 한 부분의 번역을 한국인 독자에 맞춰 '한국어'로 변형한 듯한 부분이 보여 헷갈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꽤 마음에 든 것은 확실히 의지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중간중간 소개하는 몇몇 방법들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동시에 2가지 언어를 공부하지 말하는 것이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병행할 생각이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한 조언을 받아들여 당분간은 영어 마스터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독서의 폭이 좁았는데, 특히 자기계발서는 특히 더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비슷비슷한 성공스토리와 조언들이 담겨 있는 책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의욕이 필요할 때만큼은 그런 책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랬고, 그래서 두고두고 읽을 책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아 기쁘다. 물론 적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언어를 실제로 사용해야 하는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그 언어를 사용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는가? 간단히 정리하면 강한 목적성과 시간 제한이 있는가? 이것이 바로 외국어 학습의 효과를 결정한다. (p.203)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외국어들과, 그 외국어들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어를 배우려는 순수한 이유. 그건 단순했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이야기가 아닌 것들도 알고 싶었다. 글 뿐 아니라 뉴스도, 공연도, 사람들과의 대화들도. 이렇게 더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모호하다. 그래서 이제까지 외국어 학습이 잘 되지 않았던 걸까? 좀더 선명하고, 세세하고, 무엇보다 강한 목적성이 있는 목표를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어쨌든 나도 이제, 다시 외국어를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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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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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법칙을 찾아서, 우발과 패턴

 

도서관에서 과학 관련 서적이 있는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읽게 된 책. 그야말로 '우발적인 선택'이었다. 사소한 선택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결과 덕에 종종 우발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복잡계 물리학'이라는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물리학에서 연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복잡계'를 연구하는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현대와 같이 복잡한 세상을 어떤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찾는 연구이다. 만일 세상이 '법칙'으로 설명된다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을 문제들을 초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법칙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모래더미 모형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난 역사적 사건을 분석해보기도 한다. 지진도 복잡계 물리학의 한 사례로 등장한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특징은, 다음에 어떤 사건이 어디서 일어날지 도무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큰 사건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그들의 연구가 알려주는 것은 이렇다. 결국 작은 것이 큰 사건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임계상태'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임계상태'에 있게 되면, 아주 작은 자극에 의해서도 그 세계 전체에 커다란 문제가 일어난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이 '임계상태'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결론이다.

 

결국 '복잡계 물리학'은 어떤 상황이 일어난 후 그 상황을 설명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과거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세르비아 청년의 총격 사건이 전 세계에 전쟁을 몰고왔던 것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지고 온 대형 지진이 어떤 사소한 지각의 변화로 시작되었는지 아는 것처럼. 그것을 설명하는 법칙은 '멱함수 법칙'인데, 이 멱함수라는 것은 자기 유사성, 즉 프랙탈(fractal)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기자신을 복제하는 형태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일이 일어난 '이후'에만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함수의 그래프가 다음에 어떻게 변화할지는 절대 모른다.

 

오로지 지나간 과거만 설명할 수 있다니.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더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복잡해졌고 사람들은 각자 사소한 행동들을 하고, 세계가 임계상태에 이르는 것이 더 빨라졌으니까. 우리는 나름대로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소한 선택으로 인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미래가 바로 앞에 다가와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 말이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p.340)

복잡계 물리학이라는 분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꽤 흥미로웠다.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이었지만,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미 일어난 사건을 통해 도출해낸 법칙은 순간순간의 선택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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