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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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내가 쓰는 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p.7, 저자 머리말)


얼마전까지만 해도, SF 소설은 미래를 예측하는 이야기, '공상과학' 소설이라 생각했었다.

최근 그 생각을 바꾸었다. SF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으며, SF란 장르가 그런 몇 개의 단어만으로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았다. 장르의 폭이 훨씬 넓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SF 작품들이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루는 문제는 '현실'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의 머리말에서 저자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미래를 예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라고.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관점은 '현실 반영'이었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건 아마도 이 때문이리라.

그러니 내용이 디스토피아로 다가가는 게 느껴지면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이 이야기들은 절대,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라고. 작가가 인증했다고.

어쩌면 나는 '뒤에 남은 사람들'의 화자와 비슷한 인간이다. 우리가 물질 세계를 벗어나, 죽음도 초월해 한낱(너무 단정적인, 과격한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한편으로는 생각하면서) 전기 신호가 되어 살아가다니, 아니 그걸 '살아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건가? 그러니 이 이야기들은 결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어야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p.59, 호)


어째서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로 흐르는 것 같을까?

우리가 '현재'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면, 다른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걸까. 마치 물물교환처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건네야 하는.

첫번째 에피소드였던 '호'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가 살아온 세계는, 현재 우리가 원하는 생명 연장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삶. 신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자 정신적인 문제들이 생겨났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는 죽음, 그러니까 '예기치 못한 이별'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자 지극히 단조로워졌다.


"만약에."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우리가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p.160~161, 사랑의 알고리즘)


'사랑의 알고리즘'에서 주인공은 알고리즘을 만들어 마치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로봇들을 만들어내다 결국 인간들도 똑같이 알고리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은, '자유의지'는 허상일 뿐인걸까? 이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오랜 논쟁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게 진짜가 아닌 걸 알잖아." 엄마가 생각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모든 게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p.259,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떼가)


몇몇 이야기에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떤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믿고 믿지 않느냐에 따라 세계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거짓말이라고는 안 했는데. 이야기란 건 말이지, 어떤 이야기든 간에, 네가 진실이라고 믿을 때에만 진실인 법이야." (p.286, 달을 향하여)


이 인식의 문제에 관한 것을 '달의 향하여'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옛 우화의 느낌이 나는 이야기와, 현실의 어떤 상황을 그려내는 듯한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진다. 옛 우화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의 인물은 진실에 거짓을 섞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가 정말 진실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지을 상대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할 이야기여야 하니까.

'달의 향하여'는 좀더 현실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도래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실제로 '있었을 법한'이야기였기에. 이야기 속에 액자 형식으로 들어간 우화는 오히려 액자 밖 이야기가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의 주제는 독자에게 충분히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지어낸(거짓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일순간 진실을 담아낸 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로써 우리는 자기 운명의 저자가 된다. (p.11, 저자 머리말)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1인칭 화자도 있고, 3인칭으로 서술하기도 했지만 결국 중심 인물들의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긴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삶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한 순간을 그려내기도 했다. SF란 장르가 다른 일반 소설과 거리감 있지 않음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이 장르도 소설이고, 이야기다. 현실의 어떤 부분들을 확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풀어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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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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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의 매력을 찾아서, 칵테일 러브 좀비


이번에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네 가지다.

하나. 단어로 구성된 제목.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연결성이 옅은 세 단어가 어떻게 엮여 제목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둘. 단편집이라는 것. 이 책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에 속한 책이다. 저자 한 명의 단편집을 오랜만에 읽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셋. 가볍고 크기도 작은 사이즈의 단행본이라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는 점.

마지막. 독특한 소재. 좀비라는 제목도 그렇고, 시간 여행을 다룬 단편도 수록되어 있는 등 책 소개를 보니 수록작이 평범한 일상 소재 느낌은 아니어서 흥미를 끌었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p.38, 초대)


네 편이 실렸다. 순서대로 '초대', '습지의 사랑', 'Cocktail, Love, ZomBi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였다. 제목을 보고 예상한 이야기와 전혀 다른 타입의 이야기라서 주는 충격이 일단 있었다. 문제가 일어난 원인과 해결법의 신선함, 이야기 밑에 깔려있는 문제 의식을 생각하게 되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초대'가 인상적이었다. 이 단편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묘했다. 단편이기 때문에 세세한 설명이 없어 독자 입장에서 어림짐작을 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습지의 사랑'과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취향에 그다지 맞지 않았다.

'습지의 사랑'은 전체적으로 모호한 느낌이었고,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의 경우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소재 자체는 관심 있을 수밖에 없었던 주제였지만,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라서 끌리지 않았다. 그래도 시점의 교차와 반전 요소는 인상적이다.

네 편 중 초반 세 편이 전반적으로 여성들 간의 유대랄까, 관계성에 대해 다룬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현대 소설에 종종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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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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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원 미스터리, 동급생

<동급생>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다.

학생이 주인공인 학원 미스터리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번에 새로 나왔는데, 표지 일러스트가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과 연결되게 그려져 좋았다. 색감도 예쁜 편이다.

한 소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

그녀의 죽음은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주인공 니시하라는 그녀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유키코가 학생부 지도 선생님 미사키로부터 도망치다가 사고가 일어난 정황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사키도 죽은 채 발견된다.

미사키와 대립하던 니시하라에게 비난과 의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학생들에게 그 무게를 지우려 한다.

비판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미스터리.

학원 미스터리들은 대부분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는 듯하다.

어쨌거나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순수함만을 간직할 수는 없다는 것이리라.

<동급생>에서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이리저리 휩쓸린다.

무기력하게 그저 흐르는대로 떠밀려 간다. 잘못된 방향인지도 모른채...

씁쓸한 기분으로 읽어가게 된다.

사실, 주인공이나 인물들 중 끌리는 캐릭터가 없어서 읽기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플롯이나 주제 의식쪽에 비중을 두고 읽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야기 서사나 주제에 집중하는 독서 타입을 지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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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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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메디컬 미스터리, 기도의 카르테

 

<기도의 카르테>는 현직 외과의사인 치넨 미키토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다.

그런데 이제까지 읽어 본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 분위기가 어딘가 달랐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

전문용어가 적어 쉽게 읽을 수 있는데, 그건 저자가 글을 쓸 때 목표로 하는 것이라 했다.

메디컬 미스터리와 코지미스터리의 조합. 독특하다.

주인공의 성향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 배정되어 다양한 과를 경험중인 수련의 스와노가 주인공이다.

그는 환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고 환자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의사다.

그를 맡은 지도 의사들은 그런 스와노의 성향이 자신들의 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는다.

 

"알겠나, 우리는 환자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수는 없어.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통계상 자료를 제시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시하는 것뿐이야. 우리가 제시한 모든 정보를 이해한 뒤에 환자가 선택한 사항에 의사가 참견할 수는 없어. 우린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p.71)

 

스와노가 처음 배정된 곳은 정신과. 그곳에는 매달 자의적으로 수면제를 먹고 응급실로 오는 여성이 있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 다른 이들은 그녀에게 무심했다. 그 부분을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떄문에 지도 의사 다테이시는 스와노에게 그녀를 맡긴다. 다른 의사들과는 다른 그의 '성향'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환자를 동정하고 동화되는 마음이 강한 스와노는 환자가 안고 있던 문제를 알아낼 수 있었고, 환자에게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두번째로 배정된 곳은 심장외과. 어느 환자가 갑작기 수술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더 안전하고 편한 방식이 아니라 다소 위험이 따르는 쪽을 굳이 고르려 하는 것.

스와노는 환자의 의견대로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지도의사 사에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환자와의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는 중, 스와노는 우연히 환자가 어떤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환자가 갑자기 생각을 바꾼 사연을 알게 되는데... 이 사연이 참 안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 의사였던 사에키도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세번째로 간 곳은 피부과. 그곳에서 만난 환자는 화상을 입은 여성이었다. 그런데 화상으로 상처입은 부위가 커진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상처를 키운 이유는 말못하는 사연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네번째로 수련하게 된 곳은 소아청소년과. 스와노는 약을 먹었는데도 발작이 일어나는 소녀 환자를 만나게 된다.

병원에서도 약 기운이 검출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해 알아본 스와노는 소녀 가족의 특별한 상황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은 약간 반전이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순환기 내과. VIP실에서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다소 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였다.

이렇게 다섯 곳을 돌아본 스와노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어떤 과에서 일할지 결정하게 된다.

 

한 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과를 도는 수련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독자도 다양한 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같은 '의학'에 속하는 분야임에도, 각각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와노는 거쳐온 과들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그의 성향이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과를 찾게 된다,

각 과의 지도 의사들은 스와노에게 '스와노는 이 과에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스와노의 성향, 환자에게 공감하는 것은 분명 좋은 자질이다. 그러나 좋은 의사가 되기엔 애매할 수 있다.

너무 공감하다 보면 상대의 문제에 같이 빠져들어 자신까지 망가질 수 있다.

빠른 진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환자 하나하나에 집중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그렇게 깊이 파악할 만큼 문제를 숨기고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모든 과에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을, 모든 에피소드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스와노가 알아낸 환자가 숨기고 있던 사연들. 지도 의사들은 그걸 알게 되고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선명한 '악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였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저자의 전작이 이 책과 어느 정도 연계되는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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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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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소재인 미스터리 단편집, 작가 소설

<작가 소설>은 작가를 중심 소재로 잡은 단편을 묶은 책이다.

미스터리 단편집이긴 하지만, 실린 단편들이 모두 미스터리인 건 아니다.

그만큼 결이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글쓰는 기계, 죽이러 오는 자, 마감 이틀 전, 기코쓰 선생, 사인회의 우울, 작가 만담, 쓰지 말아주시겠습니까?, 꿈 이야기.

총 여덟 편이 실렸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몇 권 읽은 적 있다.

단편들은 그 시리즈와는 이미지가 다소 다른 느낌이 있었다.

각 단편마다 스타일이 다른 만큼 집중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첫번째 실린 '글쓰는 기계'이다.

시작을 강렬하게 장식했다. 표지의 이미지도 이 이야기와 관련된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작가를 만들어 내는 숨겨진 비법. 그것은 글쓰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그 기계에 관한 내용은 섬뜩하다.

이 단편이 정말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은 마지막이었다. 그렇게까지 작가는 압박감을 느끼며 글을 쓰려고 하는가 싶어 충격적이었다.

다음에 실린 '죽이러 오는 자'의 경우는, 처음엔 서술트릭인가 싶었는데 약간 애매하다.

내용은 호러 느낌으로 무서운데, 트릭이 밝혀지지 않은 듯 해서 흥미가 일지 않았다.

'마감 이틀 전'은 다양한 트릭의 제시와 기각이 반복되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기코쓰 선생'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약간의 수수께끼가 담겼다. '소설가'란 직업에 대한 비판을 하는 소설가란 설정으로 끌어가는 내용도 흥미롭다.

'사인회의 우울'은 마지막 반전으로 밝혀지는 비밀이 섬뜩하다.

'작가 만담'도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가벼웠다.

'쓰지 말아주시겠습니까?'는 이야기에 깔린 분위기가 으스스하다.

직접적으로 사건을 '제시'하기는 않지만 독자들이 충분히 상황을 '짐작'하게 하면서 미스터리함을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꿈 이야기'도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 조금 심심한 결말이어서 아쉬웠다.

'작가'란 한 가지 소재로 다양한 타입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복불복이란 생각도 든다.

한 권의 책에서 미스터리의 다양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면 나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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