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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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함이 덜한 SF스릴러, 갤럭시


붉은색과 보랏빛이 섞인 표지가 독특한 책, 『갤럭시』. SF 스릴러라는 소개에 흥미가 생겼다. 최근 SF 장르의 책들을 즐겁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갤럭시'대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점도 끌리는 부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p.17)


탐사 임무 중이었던 우주선의 의무실에서 홀로 깨어난 메리엄. 후유증으로 기억이 온전치 않은 상태다.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인공지능만이 그녀에게 답을 하는 상황.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만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우주선에는 문제가 생긴 상태.

구조 신호가 지구로 향하고, 지구에서 날아온 교신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며 귀환하기 위한 사투가 이어진다.


《마션》이후 최고의 생존 스릴러...일까?

뒤의 추천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잘 모르겠다.

영상화를 한다면 비슷한 느낌일 것 같긴 하다. 다만 책으로 읽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있었다.

우주선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좀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 과거를 회상한다던가 다른 시점으로 바뀐다던가 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뒤로 갈수록 그 간극은 점점 줄어드는 편이니 초반에 제대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앞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면 '각본가이자 영화제작자'라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영상화에 잘 맞춰진 소설이라는 느낌이 계속 든다. 그만큼 이야기의 가독성은 좋은 편이고, 복잡하지 않다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SF란 장르에 기대하던 부분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거라는 건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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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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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점에 관한 독특한 상상! 책에 갇히다


『책에 갇히다』는 8인의 작가가 8가지 색깔을 담은 SF 단편을 묶어낸 책이다.

부제는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각 단편들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신화는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족민들은 신화를 듣고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배운다. 신화는 우리를 만들어 준다. (p.55, 붉은 구두를 기다리다)


첫번째 단편인 김성일 작가의 「붉은 구두를 기다리다」는 문명이 쇠퇴한 먼 미래의 일을 그렸다. 배경이 먼 미래라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신화'를 통해서다. 글은 잊히고, 이야기만 남아 전해진다. '신화'의 내용은 익숙하다. 오즈의 마법사, 로미오와 줄리엣,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맥베스. 익숙한 이야기를 '신화'라는 이름의 낯선 모습으로 읽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책, 나아가 그것이 담은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일으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다.

이어지는 문녹주 작가의 「금서의 계승자」는 조금 우울한 내용이다. '나무'가 멸종된 세계와 이어진 전쟁. 나무로 종이를 만들 수 없게 되어 '책'은 다른 형태가 되었다. 수많은 전쟁 고아들에게 책의 내용을 외우게 해 '사람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이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책노예'로 물건처럼 다뤄진다. 거부감이 많이 느껴져서 읽기 힘겨웠다.

세번째는 송경아 작가의 「12월, 길모퉁이 서점」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마주가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갈곳 없는 소녀가 도피처로 찾아간 서점. 서점에서 이상한 나라로 빠져들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성장하는 주인공. 마지막에 밝혀지는 서점의 비밀은 단편에 SF적인 터치를 담았다. 


"당신은 인생 책이 있는가?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책 말일세. 보통은 그런 책들을 가장 손 닿기 쉬운 곳에 꽂아 두게 마련이지. 오다가다 흘끗 보기만 해도 혹은 잊고 살다가 얼핏 내용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향기가 다시 올라오는 책." (p.178, 켠)


네번째 단편인 오승현의 「켠」은 전자책을 넘어 가상현실로 감각을 자극하는 VI북이 등장한 세계이다. VI북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지만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인물들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지만 VI북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갔고, 작중에서 『빨간 머리 앤』의 '다이애나'에 대한 생각이 흥미로웠다.

다음은 이경희 작가의 「바벨의 도서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던 내용이었다.

여섯번째는 이지연 작가의 「역표절자들」. 사람의 인생을 책처럼 편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은 내용이 특이했다.

일곱번째는 전혜진 작가의 「모든 무지개를 넘어서」로, 저자의 다른 단편인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윤현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한다. 그 단편이 궁금해진다. 함께 읽으면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은 천선란 작가의 「두 세계」. 현실 세계와 책 속 세계의 연결에 대한 상상이 흥미로웠다.


모두 SF 단편인데,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배경부터 제각각이다. 현대와 비교적 가까운 단편들도 있고, 반대로 먼 미래의 모습도 있다. 그 먼 미래도 나뉜다. 아예 과학 기술의 발달과 멀어진 상태가 있고,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해 책의 새로운 형태들을 만들어낸 세계도 있다.

중심 소재인 '책'의 형태도 다양하다. 구전문학만 남고 책은 '유물'로 취급되는 모습. 사람 자체가 책이 된 경우.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책. 종이책에 한정짓지 않았다. 한번쯤 생각해본 스타일도 있어서 신기했다.

다양한 상상력을 접할 수 있어서 책에 관한 생각들을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 점이 좋았다.

책과 서점, 그리고 SF의 결합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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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찬스 호텔 - 일곱 명의 마법사와 말하는 고양이
니키 손턴 지음, 김영선 옮김 / 살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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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을 벗기 위한 소년의 진실 찾기, 라스트 찬스 호텔


『라스트찬스 호텔』은 판타지와 추리가 결합된 소설이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진실을 찾아가면서 성장하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제는 '일곱 명의 마법사와 말하는 고양이'로, 판타지 느낌이 가득하다.


"세스, 누군가 죽을 거야." (p.16)

주인공 세스는 라스트 찬스 호텔의 주방 보조 소년이다. 그는 아버지처럼 실력 있는 주방장이 되기를 꿈꾼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호텔의 주인 번 부부와 그들의 심술궂은 딸 티파니, 주방장 헨리까지 세스를 다정히 대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호텔에 찾아온 VIP 고객 샐로미어스 박사의 따뜻함에 세스는 특별히 그를 위한 살구 디저트를 준비했다.

그런데 다른 손님들을 포함한 일곱 명이 함께하던 식사에서, 샐로미어스가 디저트를 먹고 사망한다.

범인으로 몰린 세스. 자신이 독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누명을 벗기 위해 세스는 손님들을 조사한다.

알고보니 손님들은 모두 마법사였고, 살해된 샐로미어스 박사는 마법계를 이끄는 수장이었다.

게다가 세스가 기르던 고양이 나이트셰이드는 말을 한다!

흩어진 단서들을 모으고, 마법에 대해 알아가며 세스는 진실에 점점 다가간다.

마침내 진짜 범인 뿐 아니라 자신의 숨겨진 성장 배경과 부모님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책 첫부분을 읽기가 힘들었다. 세스를 괴롭히는 티파니의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초반의 나약했던 세스가 성장해서 바뀌는 모습의 대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 싫다.

오랜만에 해리포터 스타일의 이야기를 읽으니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마법들을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요소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끌어갔다.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마법에 대해 알게 된 세스는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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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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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구하러 과거로 간다, 그날 그곳에서


책 소개를 보니 SF장르 이야기인 것 같아 읽어보고 싶어졌던 『그날, 그곳에서』를 읽었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날, 그곳에서. (p.393)

어린 시절 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사이가 어긋난 채로 살아온 자매, 해미와 다미.

직장을 그만 두고 일자리를 구하던 해미에게 수상한 쌍둥이 휘와 현이 찾아온다. 그들은 해미와 다미에게 20년 전 해운대에서 일어난 사고로 죽은 엄마, 진수아를 살리기 위한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다이버로 활동해 온 해미는 직접 시간 여행에 뛰어드는 '다이버'로, 다미는 현장에서 지원하는 '서포터'로. 둘이 한 팀이 되어 엄마를 구하기 위한 끝없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시간 여행에는 패러독스가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칙들이 있었다. 시간 여행을 위한 '다이브'가 계속되며 수칙을 지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과거를 바꿔 엄마를 살리는 일은 번번히 방해가 들어온다. 마치 그게 정해진 운명이라는 듯이.

그럼에도 해미와 다미는 계속해서 과거로 향한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 그들에겐 후회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었다는 죄책감. 마지막 순간에 했던 날카로운 말과 행동들에 관한 후회. 엄마를 살린다면,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일 수 있으므로.


어떤 슬픔은 시간의 바깥에 존재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p.311)

시간 여행에 계속 방해가 들어오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나아간다.

여러 '가능성'이 중첩되며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여행과 관련된 패러독스나 '또다른 세계'인 평행 우주의 이야기들, 양자역학과 관련된 부분들은 지식욕을 채워주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양자역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알고 싶은 분야인데, 그나마 아는 부분이 언급되는 걸 읽으니 이 내용을 파고들고 싶어지기도 했다.

최근 느끼는 SF의 매력은 과학적인 요소 뿐 아니라 감성적인 요소를 담아낸 것에 있는데, 『그날, 그곳에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이 감추고 있던 '과거'의 상황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데 어긋나고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과 교차하며 먹먹한 기분이 든다. '과거' 장면에서 재난과 사고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의 모습들은 현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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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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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이야기, 천둥의 계절


이야기가 참 매혹적이었다. 머뭇머뭇거리다가 차츰 빠져든다.

왜 재출간이 되기를 독자들이 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책이 절판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땅, 온. 그곳은 전쟁을 일삼는 바깥 세계인 '하계'와는 다른 공간이다.

온에서 나가는 것도, 온으로 들어오는 것도 엄격히 통제된다.

온에는 특별한 계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천둥계절'이다.

천둥계절에는 종종 온의 주민이 실종된다. 겐야의 누나도 천둥계절에 사라져버렸다.

그 후 겐야가 온에서의 삶을 살다가, 그곳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종의 유토피아 같아 보였던 온.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역시 유토피아는 허울임을 보여준다.

보여지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었고, 그 어둠은 결국 '악'을 만들어냈다.

'온'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에게 씌인 악령이 문제였다고, 그 자체가 악인이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계기는 '온'의 관습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온'이라는 세계에서 꼭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계관은 정말 매력적이다.

신비로움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온'의 모습은 흥미롭다.

천둥계절도, 바람와이와이도. 이 단어들이 설명과 묘사와 결합하는 순간 매력이 가득해진다.

어느 한 구절이 좋다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느낌. 오랜만이라 신기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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