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러브 안전가옥 앤솔로지 7
표국청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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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뉴러브


안전가옥 앤솔러지 7번째 책, 『뉴러브』는 SF란 장르 안에서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담았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저희가 만든 상태 이상에 사랑도 있었나요?"

"아뇨, 저희한테는 중독, 피로, 출혈, 허기밖에 없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 게임 안에 뭔가 우리가 넣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거네요." (p.24)

첫번째, 장군님의 총애. 게임 속 AI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장군님의 총애'라는 게임 속에 존재하는 NPC에 존재하지 않던 상태이상이 생긴다. 그건 바로 LOVE. 자신이 사랑하는 '완벽한 원작'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 파기를 요구하는 대표와, AI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개발자들. 그리고 자유로운 세계로 떠나길 원하는 또다른 NPC까지. 단편 한 편에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녹아있다. 이 소설에서 사랑이란 상태이상은 모두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두번째, 나의 새로운 바다로. AI를 심은 로봇 벨루카의 이야기였다. 죽은 아이의 기억을 함께 넣어 아이가 자유롭게 바다를 다닐 수 있도록 한 과학자 엄마의 사랑. 그곳에서 만난 벨루카 친구를 위해 희생한 로봇 벨루카와 그를 받아들여준 벨루카 무리의 사랑. 글을 읽으면서 새하얀 고래들이 바다를 부드럽게 유영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 평생 가장 확고했던 사랑의 대상이 어느 순간 대체되었는데 나는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p.113)

세번째, 롤백. 군인이었던 남편이 파견지에서 사망했지만, 특별 보훈 프로그램의 참여를 통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특정 시점 이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나'의 시점으로 쓰여서인지 처음엔 '남편'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이 죽은 이유가 어쩌면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거짓말을 몰랐던 시기로 다시 '롤백'하기 위해서. 그것이 그의 사랑의 형태였던 것이다.

네번째, 사람의 얼굴. 물건을 훔치다가 사람의 표정을 훔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상당히 섬뜩하고 잔인한 느낌이다.


"이건 잘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정남에겐 그냥 소개팅일 뿐인데 이 일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이 세상에 정남 혼자뿐인 것 같았다. (p.251)

마지막, 가능성 제로의 연애. 인공지능이 미혼 남녀를 매칭해 소개팅을 주선하는 시대. 주인공 정남의 상대로 한류스타 배수진이 선정되었다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도무지 연결고리가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 과연 두 사람의 소개팅이 잘될 가능성이 있긴 한걸까? 인공지능의 소개팅 주선, 한류 스타와의 연애.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었던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야기였다. 마지막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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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 다섯 작가가 풀어낸 다섯 가지 짜장면 이야기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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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한 그릇에 얽힌 이야깃거리들, 짜장면


원래 중국음식에서 유래되었으나 한국 입맛에 맞게 변형된 한국인의 소울푸드, 짜장면.

『짜장면』은 짜장면을 소재로 쓴 다섯 작가의 다섯 가지 이야기다.

공화춘 살인사건, 원투, 철륭관 살인사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 환상의 날.

다양한 스타일의 짜장면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의 장르도 다양하다.

살인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미스터리가 있는가 하면, 성장 스토리도 있다.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이야기도 있고, 으스스하고 서늘한 이야기, 가족을 떠올리는 환상 이야기가 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에게 짜장면은 매우 가까운 음식이었다.

이 앤솔러지의 주제가 '짜장면'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각 이야기에서 짜장면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집중해 읽었다.


앤솔러지를 읽는 이유는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어서다.

하나의 주제가 다양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건 언제봐도 흥미롭다.

이미 다른 작품을 읽어본 작가도 있었고,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도 있다.

단편이어서 딱 적절한 만큼의 몰입감을 느끼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평소 공포소설이나 환상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장르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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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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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레모네이드 할머니


토마스 모어가 '이상향'을 의미하는 용어로 만든 '유토피아'. 그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없는'과 '장소'라는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라고 하지. 그 말대로야.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인거야. 만약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공간이 있다? 그럼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해. 뭔가 숨겨진 비밀들이 가득할지 모르거든.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도란마을처럼 말이지.


도란마을은 치매 노인들의 마을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노인 요양 병원이죠. 여기엔 의사도, 간호사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가운도 입지 않고 차트도 들지 않죠. 그들은 마을 곳곳에 숨어 있어요. 때로는 웨이터로, 때로는 바텐더로, 때로는 마트 점원이 되어 바코드를 찍고 있기도 한답니다. (p.18)

도란마을은 완벽해보이는 노인 요양 병원으로 보여. 치매 노인들이 '바깥 세상'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거든. 물론 이 완벽한 곳에 들어오려면 돈이 아주아주 많아야 한대. 자본주의 시대에 완벽한 공간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할테니 어쩔 수 없는거지 뭐. 하지만 돈이 모이는 곳엔 욕망에 먹히는 인간들도 생겨나는 법이지.

우선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주인공을 소개해볼게. 바로 우리의 K-할머니 탐정님이셔. 항상 레모네이드를 드셔서 조수인 '꼬마'가 '레모네이드 할머니'란 별명을 붙여드렸지. 소문에 의하면 도란마을 부지를 제공한 게 바로 이 분이라고 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아주 까칠하신 분이신데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셨으니까, 마주하면 눈치있게 행동해야 할 거야.


"잘 봐라. 여기 있는 모두가 범인이야." (p.40)

탐정이 나왔으니 사건이 있겠지? 도란마을의 평화를 깨뜨린 비명소리! 쓰레기장에 아이의 시체가 있었대.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눈치 백단인 '꼬마'와 함께 그 사건의 진실을 쫓기 시작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점 도란마을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지.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미스터리하지만 일반적인 탐정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었어. 가장 큰 이유가 '시점'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챕터가 바뀔 때마다 화자가 바뀌거든. 챕터가 바뀌었을 땐 제목만 나와있고 누가 화자인지는 몰라. 읽어봐야 알 수 있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시점이 서로 겹쳐지는 부분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 3인칭 시점들이 모이니까 전지적 시점이 되는데, 전지적 시점으로 쭉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몰입감이 넘치는 것 같아.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탐정이 끝까지 OO하지 않는다는 거야. 갑자기 웬 공백이냐고? 스포일러는 하지 않으려고.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해. 한 권으로 완결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한 걸까. 프리퀼의 형식으로 후속작을 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흥미로운 캐릭터니까. 분명 젊은 시절에도 범상치 않은 일들을 마주하고 진실을 밝힌 적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샛노란 표지의 상큼한 느낌과는 대조적인 요양병원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

책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 치매를 앓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

미스터리보다는 그런 부분들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 현실적인 부분들.

번드르르하게 가장한 뒷모습의 이야기들. 미스터리도 결국 그 부분과 연결되어 있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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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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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시리즈의 신작, 불온한 잠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드보일드' 작가로 알고 있다. 읽기까지 망설임이 생긴 이유.

『불온한 잠』은 하무라 아키라가 주인공인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 4권이다. 단편집이라 좋았다.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다. 부담이 덜하니까.

총 4편의 단편이 있다. 1장 거품 속의 나날, 2장 새해의 미궁, 3장 도망친 철도 안내서, 4장 불온한 잠.

단편집을 읽을 때 보통 표제작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이번 책은 아니었다.

첫번째 실린 '거품 속의 나날'이 제일 괜찮았다. 상대적으로 뒷부분에 실린 단편들이 아쉬워서, 책 전체적인 만족감에 영향을 끼쳤다.

단편이 읽기 편하긴 하지만 만족감은 다른 문제다.

 

"탐정양, 그저 그 아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주면 돼. 반드시, 꼭, 내게로 데려와줬으면 해." (p.76)

거품 속의 나날. 하무라 아키라는 책 처분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의뢰를 받게 된다. 곧 출소하는 친구의 딸, 하루카를 데려와 달라는 것. 어렵지 않은 의뢰인 줄 알았는데, 하루카는 사건에 휘말려 있는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의뢰를 마친 하무라 아키라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깨달음의 순간 이야기는 끝을 맞이한다.

의뢰와 과거 사건이 얽혀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단편에 딱 알맞은 만큼.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이 언급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책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에 하무라 아키라가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부터 끝까지가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다. 단편에 담긴 분위기와 이미지에 호감이 생기는 단편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 분명 저주받았을 거예요." (p.97)

새해의 미궁. 지인의 부탁으로 저주 받았다는 빌딩에서 경비일을 한 후 여성 사무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하무라 아키라. 그녀 전에 빌딩에서 근무하다 연락두절이 된 경비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빌딩에서 누군가가 죽은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숨겨진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맥거핀 요소가 보였던 단편이었다. 첫번째 단편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 싶으면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는 플롯이 나쁘지 않았다.

 

"이 《ABC 철도 안내서》는 특별하거든요." (p.159)

도망친 철도 안내서. 철도 미스터리 페어를 연 서점에 전시되어 있던 ABC 철도 안내서가 사라졌다. ABC 철도 안내서를 찾아가면서 하무라 아키라는 그 책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단편은 미스터리 내용보다는 '철도 미스터리 페어'에 흥미가 돋았다. 서점이 메인이었는데 도난당한 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아 아쉽다. 서점 미스터리만의 매력이 없었다. 초반 도야마 점장이 언급하는 여러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탐정님, 하라다 히로카에 대해…….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줄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을 찾게 되면 이 보물을 건네주고 싶어." (p.233)

불온한 잠. 11년 전 홀로 죽어간 여성의 지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 행적을 따라 찾아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차가운 반응과 거부감을 보인다. 하무라 아키라가 조사를 이어가면서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씁쓸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단편에 어울리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중간에 조금 헷갈리는 인물들도 있었고,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배경이 여럿이라 브레이크가 걸리는 기분이었다. 몰입이 힘들었기에 아쉬웠던 표제작. 제목은 매력적인데 제목만큼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않아 아쉽다.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책 맨 뒤의 부록이다.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해당 책 내용에서 언급한 다양한 미스터리, 일반 책들, 작가에 관해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첫번째 단편과 관련한 코멘트에서 '거북 미스터리 페어'를 말했는데, 흥미롭다. 거북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 떠올랐는데, 이 책을 보니 거북 미스터리도 몇 가지 있었다. 엘러리 퀸의 《녹색 거북의 비밀》이 궁금하다. 거북이라니, 정말 독특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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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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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 현상을 다룬 8개의 단편,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이란 저자 이름을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다른 책에서 이름을 접한 적 있었다. 평소 취향과 많이 어긋나는 느낌이지만, 소개글을 읽다보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던 『순수의 시대』를 쓴 작가. 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를 만났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고딕 소설'이라는 분류에 끌렸다. '고딕 소설'이란 장르는 알고는 있지만 읽어본 적은 없었다. 단편집이라 첫 책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디스 워튼은 병약했던 유년 시절을 겪고 평생 환각증세와 불면증으로 힘겨운 삶을 보냈다고 한다. 유령을 믿지는 않지만 환각 증세를 겪은 뒤 두려움이 생겼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의 고딕 소설 단편들에, 그 두려움이 깊게 젖어 있다


"유령이 있긴 있는데, 아무도 그게 유령이라는 걸 모른다고?"

"글쎄, 어쨌든 나중에 가서야 안대."

"나중에 가서야?"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p.8, 시간이 흐른 후에야)


8편의 단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첫번째 이야기, '시간이 흐른 후에야'다.

젊은 부부가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 이사하게 된 후 겪게 된 서늘한 이야기.

처음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로 불안감을 심고,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사건'이 발생한 뒤 결국 무너져내리는 결말이 강렬하다. '고딕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미지에 잘 맞다고 느껴진다. '집'이라는 공간적 소재가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의 중심에 놓여있는 점도 그렇다. 적당한 생략으로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것도 서늘함을 더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은 알고 있었다. (p.48,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아쉬운 점은 첫번째 이야기가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이어 읽게 된 다른 단편들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일곱번째 이야기는 유령보다 추리물에 가까운 소재인 듯해 흥미가 있었지만, 나머지 단편들은 대부분 끌리지 않았다. 그건 항상 권선징악의 결말은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는데, 이 요소는 '꺼림칙한 기분'을 남겨 유령이 떠도는 듯한 분위기를 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정확히 말해 그 집이 그렇게 우울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모를 우울감이 나를 덮쳤다. (p.77,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


단편이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속사정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독자가 짐작하는 내용은 어디까지가 작가가 의도했던 부분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파고들고 파고들다 보면 상상력을 발휘해 더욱 서늘한 설정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야기 속에 감도는 불안감은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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