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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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공모전 대상 받을 만하네요,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그 타이틀에 끌렸다.

안전가옥 출판사의 책들은 대부분 재미있었다. 코지 미스터리 장르도 좋아하니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할 가능성도 컸다. 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다.


세탁소 앞에 서 있는 여성의 일러스트. 표지도 만족스럽다.

특히 책 제목의 일부를 일러스트 속 세탁소의 간판에 담아낸 것이 마음에 든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에 잘 들어온다.


이 책은 서울에서 고향 여수로 낙향하게 된 주인공 '백은조'가 부모님의 세탁소를 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사건들을 마주하고, 진상을 파악해 해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읽다보니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이 생생하다.

아마 문체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처음부터 술술 읽어나갔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화자의 말투가 선명하게 전해진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 첫 부분에서부터 쭉,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쓸 때는 절제도 중요하다고 한다. 아무리 많은 것을 담고 싶어도, 골라서 다듬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는 '일상'의 적정선만큼을 보여준다.

일상 미스터리에 기대하던 그 느낌, 그 기준은 이 정도였구나, 이 책으로 알았다.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의 사건들의 무게는 무겁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던 것 같고, 실종 사건도 있었고, 도난 사건에 아이가 연루된 범죄까지. 이렇게 써놓고 보면 우울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건 사건들을 깊이 파고들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은조는 사건을 마주하고 진상을 파악해 해결하지만, 사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이야기다. 사람들이 잔잔하고 심심하게, 그리고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맞네요. 현실은 영화가 아니니까."

영화에는 언제나 악당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 속 삶은 매순간이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꽉 찬 영화 같은 게 아니니까.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하루에 악당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p.59~60)


마지막에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모여 악당의 계략을 차단한다. 처음 아이디어는 은조에게서 시작했다.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게 한 것은 모두의 힘이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점이 좋았다. 끝까지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흐르지 않고 읽어갈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런 느낌의 코지 미스터리, 또 읽고 싶다! 저자의 이름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공모전 대상 받을 만하다고 느낀다. 만족감 가득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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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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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것에 귀여움이 담겨있다, 『귀여움 견문록』


『귀여움 견문록』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이기 때문에 읽고 싶었고, 제목 때문에 또 읽고 싶었다.

에세이에 채워진 귀여움은 어떤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표지의 이미지부터 귀여운 느낌. 초판 한정으로 제공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스티커로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아까워서 차마 붙이지 못하고 있는 중. 고이 보관하다가 나중에 하나씩 붙여야겠다.


『귀여움 견문록』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에세이에서 느꼈던 그 특유의 느낌, 분위기가 이 책에도 녹아 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귀여움을 발견하는 에세이.

자그마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 태도 자체도 귀엽다고, 옮긴이가 썼는데 그 말에 매우 공감한다.

귀엽다 생각한 것들의 어원을 파고들면서 귀여움을 찾아가는 부분들도 좋았다.


책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중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 정도를 적어본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눈사람! 이건 에피소드가 귀여웠다.

어느 날, 눈이 쌓여 늦은 밤 눈사람을 현관에 만들어 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 보니 그 옆에 친구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란히 놓인 자그마한 눈사람 둘의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다'란 생각이 든다.

평소 이웃과의 왕래가 없는 건물이었다고 앞선 언급이 있었기에 그 대비에서 오는 귀여운 감각이 강했다.

두번째는 가름끈. 책을 좋아하니까 관심을 두었는데, 사전에서 가름끈의 정의를 찾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름끈은 이정표라…… 오호.

뭔가 숙연해졌을 즈음, 헤이본샤에서 나온 『세계 대백과사전』의 가름끈의 정의를 찾아서 읽고 점점 더 숙연해졌다.

'읽던 중인 책에 끼워두는 가름끈도 일종의 이정표다. 다만 그것은 독자가 읽던 책으로 돌아갈 때의 이정표다.'

로맨틱한 사전이네. (p.104~105)

'이정표'라는 단어는 단순히 표시한다는 의미를 넘어선 감성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가름끈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더해줘서 좋았던 에피소드였다.

마지막으로는 별사탕이 기억에 남는다.

별사탕.

먹는 순간에는 아무런 맛이 없어서 무언가의 부품인데 실수로 입에 넣은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사탕이 천천히 녹은 뒤 "달다!"하고 기뻐하기 위한 중요한 프롤로그이다. 모든 것이 별사탕의 계산된 귀여운 연출인 셈이다. (p.131)

자그마한 모양도 귀여운데, 맛에도 귀여운 연출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귀엽다. 다음에 건빵을 먹다가 만나게 될 별사탕이 좀더 특별하게 느껴질 듯하다.

세 가지만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몰랐던 귀여움들이 가득하다.

그냥 지나칠 법한 것들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새롭게 '귀엽다'고 인식할 수 있게 마스다 미리의 글이 도와준다.


마스다 미리의 귀여움 견문록이 끝나고 옮긴이의 글도 읽었는데, 거기에도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세상은 넓고 귀여운 것들은 많아서 이렇게 써나가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p.185, 옮긴이의 글)

『귀여움 견문록』에 언급된 건 한정적이지만, 마스다 미리의 태도를 본받아 하나씩 하나씩 일상 속 귀여움을 찾다보면 어느새 세상이 귀여운 것들로 가득하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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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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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캐릭터의 죽음에는 패턴이 있다! 『사망 플래그 도감』


게임, 만화 등 서브컬처로 분류되는 콘텐츠를 즐기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플래그'.

찬타의 『사망 플래그 도감』은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만화의 컷분할로 담긴 표지의 이미지들은 각각 책에 소개한 사망플래그들을 담았다.

색이 형광 계열의 쨍한 색들이라 눈에 확 들어온다.

어떤 플래그의 이미지인지 책을 읽으며 알아봐도 좋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작품 속 세계에 가 보고 싶은 법이죠.

그러나 그곳에 흘러들어 간 순간 깨달을 겁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p.7)


『사망 플래그 도감』은 원래 취미로 SNS에 올리던 시리즈였다고 한다.

저자 혼자 모든 플래그를 소개한 것은 아니고, 다른 이들의 코멘트가 있기도 하다.

액션, 서스펜스, SF, 호러, 대결, 패닉 괴수·좀비.

일곱 가지로 챕터를 나누어 플래그를 분류했다.

생각보다 간결하게 정리된 내용들이라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해당 플래그가 있는 작품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품들이 있다는 정도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다.

깔끔한 구성이라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기에 편리하다.

챕터 중간중간에는 사망플래그에 관한 칼럼이나 사망플래그를 주된 소재로 사용한 만화, 진단 테스트가 있다.

첫번째 칼럼에서 플래그(flag)의 어원을 처음 알 수 있었다.

익히 들어본 단어였음에도 이 단어가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시작해 게임을 통해 각종 플래그가 생겼다고 한다.

신조어 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특정한 상황에서 쓰이면서 의미가 확대된 경우라는 점이 신기했다.


『사망 플래그 도감』을 읽으면서 익숙한 플래그들을 가득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가 맺음말에 이르러 진지하게 마무리하게 된다.

여기 가득했던 사망플래그들은 방심하고 자만한 마음이 죽음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

저자 말대로 확실히, 인생 교훈 비슷한 메시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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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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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넘나드는 적과의 서신 교환!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난 이따금 곰곰이 궁리하곤 해. 너와 나, 우리 둘은 어쩌면 그렇게도 이 전쟁이라는 커다란 전체의 축소판일까 하는 생각을. 우리 둘 사이의 물리 법칙을. 한쪽의 작용, 그리고 크기는 똑같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다른 쪽의 반작용을. (p.55)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2020년 전 세계 SF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이다. SF 모임에서 만난 두 작가, 아말 엘모흐타르와 맥스글래드스턴이 편지를 주고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독특한 형태의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레드와 블루, 두 주인공 각각의 시점을 보여주고, 서로 서신을 주고받는 형식의 소설. 함께 쓴 소설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 각 파트마다 독특한 매력이 존재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시작 즈음. 독자에게 주어진 정보는 별로 없다. 레드의 시선과 블루의 시선으로 번갈아 마주하는 사건들과,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서서히 이들이 겪고 있는 '시간 전쟁'에 대해 알아간다.

레드가 속한 진영은 '에이전시'. 기술의 발달과 관련 깊은 단체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SF'의 느낌이다. 블루가 속한 진영은 '가든'. 자연과 아날로그적 방식에 더 가치를 두는 듯하다. 둘은 대립한다. 둘은 정반대에 놓여 있다. 한 쪽이 이성적이라면 다른 쪽은 감성에 가깝다. 그런데 그들은 상부의 눈을 피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젖어든다.


우리는 시간 여행으로서의 편지,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를 써. 겉으로는 안 보이는 의미를 담아서.

난 네가 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 (p.79)


그들은 다양한 시간에 머문다.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들. 세계의 역사와 알려지지 않은 상상의 시대들이 펼쳐진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과 존재하지 않는 곳들을 넘나든다. 여러 시간선들에 남긴 편지들은 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색다른 방식들로 전달된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까? 기대감은 매번 충분히 채워진다. 

그리고 레드와 블루, 둘의 시선이 떠난 후 편지의 잔해에 다가오는 '추적자'는 누구일까 하는 미스터리한 요소까지 품었다.

읽어가면서 조각조각 흩어진 이야기가 서서히 하나로 완성되는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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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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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록과 기억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스핀 몬스터

이번에 크로스로드 출판사에서 흥미로운 블라인드 시사회 서평 이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를 통해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시소 몬스터』

에 실린 두 작품, '시소 몬스터'와 '스핀 몬스터' 중 맞는 것을 골라 읽어보는 방식이다. 끌리는 주제를 고른 뒤, 몇 가지 질문을 YES/NO로 답해가며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타입이 나눠진다. A타입이 시소 몬스터, B타입이 스핀 몬스터였는데 나는 B타입이었다. 장르를 보고 고른 선택이었다. A타입은 스릴러로 평소 피하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반면 B타입은 SF라 최근 관심이 높아진 장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억이란 재미있다. 저절로 잊히긴 해도 '이 일은 잊어버려야지' 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잊을 수는 없다. 특히 꺼림칙한 추억이나 불쾌한 장면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p.5)


첫 문장부터 매력적이다.

화자가 잊지 못하고 있는 기억, 그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기억이다. 자율 주행장치로 운전하던 차는 다른 차와의 충돌로 인해 사고가 났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즉사했고 남은 건 남자 아이 하나. 그런데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맡게 된 조부모들은 재판을 진행했고, 갈등은 심해졌지만 차례차례 세상을 떠나면서 사고에서 살아남은 두 아이만 남았다. 미토, 그리고 히야마. 이후 그들은 살아가면서 종종 교차하게 되고, 묘하게 대립 관계에 놓이곤 한다. 미토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들의 운명은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 책의 장르는 SF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화 되는 정보들, 인공지능의 발달.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을 이야기 곳곳에서 느낀다.

'기억'과 '기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다. 첫 문장부터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서 그런가? 생각거리가 많은 소재인데다 예전에도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접한 경험이 있어 관련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다보니 생각이 깊어진다. 둘 다 자의나 타의에 의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 해석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 거짓된 정보들이 퍼져나갈 수도 있는 가능성과 그 여파.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부분에서 일어날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인간의 '감정'에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듯 말할 수 없는 논리적이지 않은 것.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없다. 감성을 자극하는 SF와는 또다르게 '감정'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대립하는 두 인물의 갈등을 다룬 두 편의 이야기. '스핀 몬스터'와 짝을 이루는 '시소 몬스터'는 어떤 갈등과 충돌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속도감 넘쳐서 가독성이 좋은 이야기라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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