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이한 분위기를 머금은 단편집, 『고스트 프리퀀시』


독특하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묶인 책 『고스트 프리퀀시』.

죽음과 유령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무섭진 않았다.

기이한 느낌은 가득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첫번째 단편, '마그눔 오푸스'는 태몽을 꾸는 것이 죽음과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래된 설화를 연상시킨다. 특히 '꿈' 부분이 그렇다.

태몽을 꾸는 이들을 통해 다음으로 이어지는 생명, 그리고 맞게 되는 죽음.

시간의 흐름은 모호하지만 이야기의 흡입력이 상당히 좋았다.


두번째 단편, '아나톨리아의 눈'.

주사위를 굴려 나온 합 : 0~99 사이의 값에서 나온 숫자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

각 이야기 앞에 있는 '숫자'들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등장한다.

연결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의 나열인듯 하여 조금 혼란스러웠었다.

모두 '소멸'되는 무언가가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는 점이 공통적인 듯하다.

연결성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들은 모두 흥미롭기에 읽는 재미가 있는 편이다.


세번째 단편, '고스트 프리퀀시'. 표제작이어서인가? 가장 흥미로웠다.

고스트는 유령이고, 프리퀀시의 의미는 사전을 찾아보니 3가지였다. 빈도, 잦음, (소리, 전자파등의) 진동수.

이 단편에서 프리퀀시는 이 중 세번째, 진동수를 의미하는 듯하다.

유령의 소리가 들리는 것과 작가들이 작품을 쓰는 것을 연결지은 내용이다.

소리가 '파동'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매끄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느낌이 있다.

특히 초반에 나온 이 문장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생활기록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령이 자신의 죽음을 납득하기까지, 『유령생활기록부』

 

'납득. 바로 그게 정답이 아닐까?'

요는 자신의 죽음에 스스로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납득'하는 것이다. (p.76)

 

허영풍. 35세. 무직.

만취한 채 들어간 골목길에서 뒤따라온 괴한에게 살해 당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유령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죽으면 누구나 유령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초등학생 유령 사건을 통해, 유령이 되는 것은 '자신의 죽음에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그 후 생전에 알고 있던 인물들을 찾아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그들이 얽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다.

유령이라 살아있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몇몇 사건에서는 영풍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도 있다.

 

흔히 유령이라고 하면 원한을 지니고 있어서 승천하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유령의 존재 이유를 '자신의 죽음에 대한 납득'에 두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이승을 떠도는 유령.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죽음의 진상 파악'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건 아니다.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찾아가 살아있을 당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삶을 정리하는 느낌도 있다.

죽음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자신의 삶을 보게 되면서, 반성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깨닫는 결말이다.

전체적으로 범인 추적기라기보다는 책의 제목처럼, '유령 생활'을 기록한 이야기다.

무겁지 않은 미스터리라 읽는 부담이 적다. 유령 이야기지만 으스스하다기보다는 사람의 이야기같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영화광인 관계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아쉽게도 영화를 즐겨보지 않기에 모두 본 적 없는 영화였다. 이야기 내용이 제목을 빌린 영화와 얼마나 연계가 되어있을까? 만약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와 연결되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의 기억을 읽으며 힐링하는 여행 에세이,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총 582일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

하나로 쭉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다소 단절감이 있는 구성. 이야기 한 편 한 편 읽어도 좋겠다.


표지는 노을지는 풍경이다. 물결 위에 있는 건물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여운이 전해진다.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게 한다.


직접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간접적으로 한계가 있다. 여행이 그러하다. 세상을 마주해보고 걸으며 느끼는 감정들,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들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p.91)


여행 에세이라 사진이 많다.

이국적인 풍경,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정경,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사진들은 간접적으로 여행을 느끼도록 도운다.

간접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나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나중엔 생각이 변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책으로 마주하기에도 벅차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인종, 종교, 가치관 등 사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어딜 가든 착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p.185)


1년을 훨씬 넘긴 긴 시일 간의 해외 여행.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겹쳐 더 힘들었을텐데,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마주하면서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었던 착한 사람들 덕분이기도 했다.

책 속의 에피소드들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담긴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건, 그 진솔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 에세이는 역시 읽는 것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상상하도록 도와주는 책.

여행에세이를 오랜만에 읽어 만족감이 더해졌던,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엔 라임 청소년 문학 53
김아영 지음 / 라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씁쓸하고 서늘한 감정을 남기는 소설집, 『미엔』


청소년 문학이 다양해졌다는 걸 느낀다.

이번에 읽은 『미엔』의 장르는 SF.

청소년 문학으로서의 SF는 어떤 세계를 그려낼까?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았다.


독특한 이미지들이 모여있는 표지.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게 영향인듯, 내용은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다.

편집도 읽기 편하게 되었다. 글씨 사이 공간과 여백이 넉넉해 답답한 감이 없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았다.

「위기의 인간」은 외계 생명체의 침략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원을 떠올리게 하는 씁쓸함이 있었다. 인간이 동물들에게 했던 조치들이 어떤 문제를 품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좀비 바이러스」는 가장 인상깊었다. 안드로이드가 대중화된 세계에서, 스스로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안드로이드에게 퍼진다. 화자가 안드로이드이다보니 안드로이드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맨 마지막의 반전은 슬프다.

표제작인 「미엔」은 조금 혼란스럽다. 소행성 충돌로 우주를 표류하다 지구에 정착하게 된 외계 생명체 '미엔인'은 인간을 복제해 살아간다. 복제인간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단편이다. 단편보다는 조금 이야기가 채워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로파」는 오랜 냉동상태에서 깨어나 사이보그 과학자가 되어버린 '린'과 실험동물 '룻' 사이의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 문학인데 주요 등장인물이 청소년이 아닌 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청소년 문학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대화」는 개인 비서 '시리'의 기억 속 인간 소년과의 교류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란 종이 얼마나 오만하고 잔인한지 생각한다.

책 뒤표지에 적힌 것처럼, "비뚜름한 풍자와 서늘한 은유가 가득한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 그 말 대로다.

'SF'란 장르의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안에서 독자는 익숙하게 여겼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를 인식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간의 모습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바꾸긴 힘들다'라고 합리화하려는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 오만하고 잔인한 인간의 종에 속하기 때문일까. 인간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 있다.

이것 역시 인간이 정말이지 이기적인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밀스러운 캐릭터들이 가득! 『기괴한 레스토랑 1』

갑작스레 이사를 하게 된 주인공 시아. 마지막으로 마을 뒤쪽의 숲을 둘러보러 갔다가 이상한 고양이에게 이끌려 요괴 세계로 가게 된다.
요괴 레스토랑에 도착한 시아는 레스토랑의 주인 해돈의 병을 치료하는 약인 '인간의 심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협박을 받는다.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 오겠다고 시아는 주장했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레스토랑 일을 도와야 한다는 조건부 계약을 한다.
그렇게 시아의 요괴 레스토랑 살이가 시작되는데, 이 곳은 각양각색 요괴들과 신기한 일들로 가득하다.

『기괴한 레스토랑 1』은 총 3권으로 구성된 이야기 중 첫번째 책이다. 여러 판타지물을 보며 흥미를 키워 6년간 집필했다는 이야기.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여러 판타지 작품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시아가 처음 요괴세계로 가게 되는 장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반부의 술꾼과 대화하는 장면은 『어린 왕자』가 떠오른다. 요괴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는 부분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생각했다. 판타지스러운 장면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이미지가 잘 떠오르는 것도 좋다. 감각적인 부분들이 잘 드러나는 서술들을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시아가 요괴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다양한 요괴들. 아직 1권이니만큼 그들의 성향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그가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알 수 없다.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 될지,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릴지 믿을 수 없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들 비밀들을 갖고 있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이 흥미롭게 한다. 지금은 선해보일지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두 권에서 이어질 이야기를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