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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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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 읽어보기!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후속작인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를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괜찮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1권과 연결되는 요소가 어느 정도 존재하니, 스포일러를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앞선 책부터 읽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런 독자가 아니고,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한다면 이 책을 먼저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목에 '사건일지'란 단어가 들어간 걸 보면 알겠지만, 나당탐정사무소에서 해결한 사건들을 묶은 단편집이니까.

수록된 에피소드는 총 여섯 편.

'시체고치-도르래 살인사건, 황 영감 살인사건, 의문의 도박판 사건,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왕 게임 사건, 최후의 대결'이다.

전작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얻은 돈으로 탐정사무소를 연 당승표와 나승만.

당승표가 '추리'를 맡았다면 나승만은 '수입' 측면을 맡고 있다.

흥미있는 사건을 원하는 당승표는 들어오는 단순한 의뢰들을 거절해서 나승만의 속을 썩인다.

이런 부분은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스'를 떠올리게 한다. 사건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지만 미약한 연결고리들이 있다.

전작에 등장했던 기간제 교사 김민영도 중간에 사건을 통해 만났다가 합류하게 된다.

첫번째와 두번째 단편이 흥미로웠다. 트릭에 단순한 편의 과학 지식을 접목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었다.

캐릭터 쪽은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아쉽다. 무엇보다 탐정역인 '당승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당탐정사무소에서 사건을 마무리짓는 방식에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웠다.

후속작, 혹은 단편집의 한계일 수도 있다. 인물 묘사는 아마 장편이었던 전작에서 충분히 보여주었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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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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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가득 뻗어나가는 감성 미스터리,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여러 가지 테마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어느 요소에 집중하냐에 따라 감상도 여러 갈래로 흩어질 것이다.

그러니 읽고, 또 읽어봐도 좋겠지.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써볼까. 굳이 따로 요약할 필요는 없다. 책 뒷부분에서 주인공이 정리해서 말해주니까.

"내가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의 이야기야."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

시간 외 수당은 안 나와.

교통비도 없어.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지.

게다가 유령 같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밖의 일을 시켜.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300엔이라고.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웃음이 날 정도지.

정말로 돼먹지 못한 아르바이트라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래.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묘비처럼 우두커니 선 그에게 나는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소중한 무언가도 붙잡을 수 있었다.

내 앞에서 사라져간 많은 사람들.

모두가 빛나는 희망을 주었다.

"알아주었으면 해. 이 세상에 멋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p.344~345)

주인공 사쿠라는 같은 반 친구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다.

시급은 300엔 뿐이면서 시간외수당도 없고 교통비도 없는데 이른 아침부터 일하게 하는 최악의 아르바이트.

'추가시간'을 살아가는 사자를 도와줘야 한다.

찜찜함은 있었지만 돈이 필요했기에 그는 아르바이트를 승낙한다.

그런데,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의외의 '계기'가 되어주었다.

기억.

사자에게 주어지는 '추가시간'은 일종의 IF의 세계. 주어진 시간이 끝나 사자가 사라지면, 세계는 수정된다.

사자가 끼친 모든 영향은 없던 일이 된다. 모두에게서 잊혀진다. 그들과 관련된 소중한 기억을 잊어버린다.

기억에 대한 의심. 혹시, 우리의 기억도 어딘가 비어있는 게 아닐까, 수정된 건 아닐까.

소중했던 무언가를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애초에 기억이라는 건 믿을 게 못된다고 한다. 자신의 관점으로 수정된다고 하니까.

"말도 안 돼. 그런."

절망하며 깨달았다. 아아, 또 실수했구나.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p.60)

생각해본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다른 미래를 맞았을까. 아니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을까.

이제는 알 수가 없다. (p.63)


후회.

등장인물들은 모두 후회를 한다. 인간이라면 끊임없이 후회하게 되는 것일까.

주인공 사쿠라는 첫번째 일을 후회로 마치게 된다.

'추가시간'을 얻은 사자들은 후회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죽기 전 간절히 원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추가시간 동안 아무리 노력한들 완벽한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

그들이 죽은 후 얻은 놀라운 초능력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추가시간은 신의 선물이라 생각하기엔 가혹하다.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야."

그렇지만.

몇 번이고 듣고 싶어지는 다정한 음색으로 하나모리는 말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p.109) 

 

그럼에도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해 같이 일하던 하나모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의미가 바로 사쿠라가 마지막에 말하는 '소중한 무언가', 희망이라는 것이리라.

 

관계.

사자의 미련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건 사신인 '사쿠라'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신은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자를 배정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 돕고 싶어지게 만드는 걸까. 공감이 생기도록 해서.

사쿠라는 사자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그들이 각자의 결말을 짓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꾸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사신이 '사자'를 구원한다.

덧붙여 '사자'를 통해 사신도 구원받는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진실이 아닐까. (p.183)

 

불가능.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극복은 없다.

'사신'이 된 이에게 특별한 능력은 없다. 특별하다면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만큼은 수정되지 전의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뿐.

그것도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모두 잊게 된다.

사자들의 에피소드도, 로맨스쪽도, 상실을 인정하며 거기서 의미를 찾아낸다는 느낌이다.

최근 읽은 일본 라이트 노벨 작품들은 이런 전개가 많았떤 것 같다.

시한부라서 헤어질 수밖에 없거나, 아예 만날 수 없는 존재를 좋아하는 것.

결국 잃어버린 후 홀로 의미를 되새기는 것.

그런 점에서 <너는 기억못하겠지만>은 더 잔혹하다. 기억조차 할 수 없으니까.

 

행복은 뭘까. 먼 기억 속 누군가가 물었다.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함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분명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진실이다. (p.334~335) 

 

존재 이유.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존재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었따.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시간도 의미가 있을까?

그 시간에 존재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이 의문에 책 속의 누군가가 답하는 이 말이 좋은 답이 되어준 것 같다.

 

"이제 생각이 안 나겠지만 예전에 당신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 이야기는 제가 사라지면 다시 투명해지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제 인생의 큰 의미는 거기에 있어요." (p.361)

 

지금은 기억해내지 못하더라도, 어느 순간만큼은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에 남겨져 있을거라는 나름의 해피엔딩이었다.

 

책은 잘 읽히는 편인데,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흐트러진 생각을 그냥 차례로 썼다. 하나하나 더 파고들 수도 있었는데 싶어 아쉽다.

로맨스는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맞는 반전들도 적절히 있었다.

무엇보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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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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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요소가 산개한 추리소설, 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였다. 책 소개를 보니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쓴 작가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눈이 간다.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과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창조한 애거사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라. 게다가 아마존 서평 중에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한 독자라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많은 작품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건 추리소설가 존 렉스맨이다.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의 친구인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의 무죄를 입증해내지만, 사면이 결정되는 날 존 렉스맨은 탈옥해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의 부인 역시 사라져버렸다. 티엑스는 이 사건에 레밍턴 카라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정체를 밝혀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카라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레밍턴 카라 살인사건, 이것이 <트위스티드 캔들>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죽음은 이야기가 반절정도 진행된 후 나온다. 뒤의 내용을 위해 저자가 차근차근 앞의 내용을 쌓아간 것이다.

 

"양초가 두 개 있었어." 티엑스가 말했다. "하나는 방 한가운데, 다른 하나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지. 방 한가운데 떨어져 있던 양초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용 양초였고, 침대 아래 떨어져 있던 양초는 보통 시중에 파는 양초로 대충 잘려져 있었는데, 아마 카라의 침실에서 잘렸었나 봐. 바닥에 떨어진 양초 부스러기를 발견했거든. 잘린 나머지 부분은 벽난로 속에 버려진 게 분명해. 벽난로에서도 촛농 자국이 발견되었으니까." (p.187)

 

제목 <트위스티드 캔들>은 꽤 직접적인 제목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가 바로 그것이니까. 이 추리소설의 탐정역이라 할 수 있을 사람, 경찰국장 티엑스 메레디스는 사건 현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구부러진 작은 꽈배기 양초를 발견한다. 그리고 조수인 맨서스가 다른 양초를 하나 더 발견한다. 과연 이 양초들은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 소설은 단서를 중심으로 파헤쳐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탐정이 모든 걸 밝혀내지도 않는다.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시점을 보여준다. 덕분에 자연스레 서술트릭을 넣어두었다. 저자는 어떤 것은 보여주고 어떤 것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독자를 혼란속으로 차근차근 인도한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신분을 속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레드 헤링이 가득 뿌려져 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조금씩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되었다.

 

"혹시 메레디스 국장을 아시오?" 카라가 갑작스레 질문을 했다.

"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홀랜드 양이 대답했다.

"그는 비상한 데가 있는 사람이오." 카라가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가 절대 먹히지 않을 사람이지."

홀랜드 양이 흥미롭다는 듯 카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니요?"

"두려움." 카라가 말했다. (p.170)

 

그러나 범인 추적보다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카라라는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기'에 대해 비서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그는 '두려움'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고 말한다. 앞부분에서는 단순히 언급하지만 뒷부분에 그가 어떤 식으로 그 무기를 활용했는지 피해자의 입으로 밝혀진다. 나를 이 책으로 이끈 아마존 서평이 떠오른다. 애거사 크리스티. 심리적인 요소, 상대의 두려움을 건드리는 것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범인을 쫓는 인물들의 로맨스까지 살짝 얹어졌다. 끌리는 요소들을 참 많이도 담아뒀구나, 생각했다.

앞 책날개에는 에드거 월리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는 다작하는 작가였다고 한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주목할만한 건 그중 160여편이 영상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트위스티드 캔들>을 읽으면서 확실히 영상화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게 설명하는 부분이 없었고, 인물들의 행동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가독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다만 이 소설은 '탐정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할 것 같다. '경찰 소설'이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하다. 그들이 범인을 체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활약이 크지도 않다. 경찰은 그저 등장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이 지점이다. '모든 것'을 아는 건 독자 밖에 없다. 범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각각 비밀이 있었고, 공유되지 않은 비밀들이 있었다. 마지막에야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조각들이 맞춰진다. 탐정 소설이 아닌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런 구성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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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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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속작 있을까 궁금해지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고양이, 카페, 일상 미스터리.

이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 관심을 끌어버린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꽤 크게 기대하고 읽었음에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다만 고양이나 카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독자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둘의 비중이 큰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이 다른 쪽이었기도 하고.

화자는 도시오. 파릇파릇한 신참 변호사다. 이모 부부가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의 옆 공간을 얻어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의 동생인 '명언 오타쿠' 리쓰가 일을 돕고 있다. 도시오가 받은 의뢰에 얽힌 미스터리를 리쓰의 도움으로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오는 의뢰니까 뭔가 어두운 면이 있는 건 아닐까 싶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국선 변호를 맡으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라던가 유언장 관련 에피소드는 내용 자체는 무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쩌면 캐릭터의 영향일 수도. 틈만 나면 명언을 이야기하는 리쓰말이다. 리쓰의 가끔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편한 마음으로 읽게 해주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명언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쓰는 조금 독특한 캐릭터다. 진실을 파악하지만 명언으로 형에게 힌트만 건넬 뿐, 직접 해결하러 나서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애매한 포지션이다.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조력자라고 해야 할까.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도시오와 리쓰, 이 형제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한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이란 리쓰가 말하는 명언들이다. 책에 실린 네 편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명언은 다양했다. 어쩜 그렇게 상황에 맞는 명언을 딱딱 내놓는지. 작가의 의도에 의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려나?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에피소드에 맞는 명언을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명언들이 다 흥미롭기도 했고. 그래서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 작가들은 뭔가 신기하달까, 대단하달까. 무거운 미스터리와 가벼운 미스터리를 둘다 쓰는 작가들이 참 많다. 이 책의 저자도 소개를 읽어보니 꽤 다양한 분야의 미스터리를 써온 것 같은데... 이 책으로 도전했다는 일상 미스터리도 크게 나쁘지 않은 솜씨다. 일상 미스터리물이 있으면 더 읽어볼까 했는데 다른 분야라서 조금 고민이다. 이 책의 후속작이 나와 있을까? 나온다면 보고 싶다. 다음에는 고양이랑 카페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늘어나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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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픽 미스터리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이재익 옮김 / 달콤한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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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원고가 인생을 바꾸다, 앙리 픽 미스터리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 <앙리 픽 미스터리>는 그 말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브라우티건'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서관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원고를 모아두는 도서관. 그 도서관이 미국에 실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본 프랑스의 어느 도서관장 구르벡이 자신도 그런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실현한 도서관장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휴가를 온 작가 프레드와 편집자 델핀 커플이 그 도서관에서 걸작을 발견한다.

발견된 원고는 2년 전 이미 세상을 떠난 '앙리 픽'이라는 피자 가게 주인의 것이었다. 프레드와 델핀은 유족인 마들렌 부인을 찾아가 출간을 제의한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던 남편이었기에 처음엔 의심하던 부인도, 점차 그 원고에서 남편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책은 출판되었고, 원고가 발견된 스토리가 더해져 세상의 관심이 끝없이 치솟는다. 작은 마을에 있던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책들의 도서관'은 유명세를 탔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원고를 맡기러 다시 그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원고의 진짜 저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관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게 된다.

제목에도 '미스터리'가 들어가 있고, 내용의 큰 틀도 원고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가는 내용이라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보면 미스터리보다는 '사람'에 집중하게 된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책들의 도서관'에서 발견된 하나의 원고, 앙리 픽의 원고,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 때문에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고를 발견한 델핀과 프레드 커플, 유족인 마들렌 부인과 조제핀, 구르벡의 뒤를 이어 도서관을 관리하던 마갈리, 원고의 진실을 추적하려는 루슈, 구르벡 도서관장의 아내였던 마리나. 이 원고가 도서관에 묻혀 있었다면 변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원고가 발견되면서 변했다. <앙리 픽 미스터리>에서 주로 다뤄지는 이들 외에도, 책이 워낙 히트를 친 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온전히 자기중심적인 흥분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독서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책이 건네는 말을 찾는다. 작가들이 아무리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세상에! 이건 내 이야기잖아!'라고 말하는 독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p.81)

 

<앙리 픽 미스터리>는 스스로 이야기한 이 독자들의 공감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을 읽은 독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았다. 젊은 시절의 남편과의 추억, 이루지 못했던 사랑. 어쩌면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를 스스로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앙리 픽 미스터리>의 정말 흥미로운 점은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이 내용 뿐 아니라 그 원고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성공할수도 있었던 작가는 그저 묻혀있는 작가로 남게 되었다. 편집자는 엄청나게 성공했다. 미망인은 죽은 남편과의 추억을 되살리게 되고 딸과의 관계도 회복했다. 한순간의 일탈을 경험한 여자도 있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가지고 있던 남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수없이 거절당하던 원고의 저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출간 기회를 잡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삶이 바뀐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한 권의 책이란 게 생각보다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반전은 놀랍지만, 서술트릭이라고 하기엔 잘 짜여진 편은 아닌 것 같아 아쉬웠다. 서술상으로 짐작의 여지가 전혀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복선 같은, 여지를 주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심 내용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영화로도 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화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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