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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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어지는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게 한, 책장의 위로

이 책은 저자가 예전에 냈던 독서 에세이 <달빛 책방>의 개정판이다.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탓일까? <책장의 위로>를 읽으면서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차분함과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편집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 한 꼭지마다의 편집이 깔끔하다. 글의 제목, 그 아래 왼편에 놓인 이미지와 오른편에 쓰인 다루는 책과 심야의 BGM 소개가 안정감이 있었다. 본문 아래편의 여백이 꽤 있는 편으로 주석이 덧붙여질때도 있지만 없을 때는 그냥 빈 공간으로 남겨두어 여백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본문이 끝난 뒤 덧붙이는 글귀들도 글씨체가 튀지 않아 좋았다. 아, 중간 중간 들어간 사진과 그 아래 뽑힌 글귀들도 적절해서 여운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편집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느낌이 글과 잘 어울렸다.

전에 저자의 다른 독서에세이를 읽으면서 책 자체에 대한 내용이 조금 적지 않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장의 위로>는 초반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 그런지 비교적 소개하는 책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읽고 싶어진 책도 많았다. 독서에세이를 읽을 때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런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쌓이는 것.

애석하게도, 아니 혹은 다행스럽게도(?) <책장의 위로>에 소개된 책들 중에 읽은 책은 소수에 불과했다. 유명한 책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었는데도. 그 중에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못 읽은 책도 있다. 조만간 읽어야할텐데.

 

아, 나도 이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 쓸 수만 있다면 '쓰는 인생'에 목숨 걸 수 있을 텐데...... (p.161)

책 내용 중 이런 글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건 내 생각인데, 생각했다.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그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게, 이 책이 얼마나 괜찮은지 전할 수 없는 현재에 한탄한다. 저자는 '소설'에 대한 생각으로 이야기했겠지만, 에세이를 쓰는 것도 같다고 생각한다. '끌리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니까.

저자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많은 책에 관한 글을 읽어가면서 위시리스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작가의 책도 있는데, 책에 소개된 글을 읽으니 호감이 생겨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와 나의 독서 취향이 전체적으로 같은 취향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더 좋은 부분도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을 만나봐야겠다, 용기를 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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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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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잡기?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서른 세 명의 작가들의 '작가로 먹고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처음 부분을 읽어나가면서 '충격요법인가?'하고 생각했다.

예술가의 빈곤한 상황-삶, 혹은 다른 분야와 관련해 겪는 어려움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처음만이 아니었다. 이 책 전체에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분량이 결코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문학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이야기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산산조각내는 차가운 현실을 제시한다는 사실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 사람들이 건네는 생생한 조언과 경험담을 통해서.

 

이 책은 작가가 벌이는 예술적·경제적 투쟁에 대한 이야기지만 창작에 대한 영감과 공감, 인내의 이야기에 더 가깝기도 하다. 다시 말해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품고 때로는 예술가로, 때로는 장사꾼으로 살아가며 경력을 쌓고 있는 작가들에 의한, 작가들을 위한 책이라 하겠다. (p.8~9, 머리말)

 

평론가들에게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다수의 대중에게 선택받는 경제적 성공까지 이뤄내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아니, 작가가 '글만 써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례 자체가 찾기 어렵다. 신간이 나왔다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들은 한정되어 있다. 결국 책을 낸 많은 작가들은 글쓰기가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빚에 허덕이거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니 경제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제껏 했던 모든 일을 통해 배운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하는 삶이 글 쓰는 삶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삶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p.205)

 

직업에 관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밖에서 막연히 바라보는 것과 현실에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어떤 직업이든간에, 실제로 겪어보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도 떠올랐다. 작가 자신이 얻은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작가의 수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였다. 그 책을 읽었을 때도 작가의 '현실'에 대해 느꼈는데, 이번에 그 '현실'을 더 강하게 느꼈다. <작가의 수지>의 저자는 다른 직업(교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리뷰에서는 작가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썼지만, 다른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논쟁. 아이를 낳은 여성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 작가들이 겪는 소수자에 관한 차별, 성차별, 인종차별 문제들. 충격을 주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주는 글.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 글들을 쓴 이들이 모두 '작가'라는 사실이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다양한 차별, 부조리함을 겪어가면서도 그들은 글을 썼다. 

그러니 이 책은 역시 작가에 대한 '이상'도 녹아있는게 확실하다. '이 모든 어려움을 알고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들도 그랬으니까!'

 

+덧. 어색한 문장과 띄어쓰기 오류가 눈에 띄어 아쉬울 때가 있었다.

p.21 그들 부부는 내가 그의 모국 이라크의 숙적인 이란 출신이었기 때문에 나는 입양했다며 웃곤 했다.

-이 문장을 몇 번을 읽었는데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p.71 돈에 대한 블로그 포스트는서서히 출산에 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

p.119 그 책을 덕에 그럴듯한 작가처럼 보이길 기대했다.

-앞 문장을 토대로 생각해보니 '그 책을'이 '그 책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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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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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음악과 삶 그리고 감정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책을 배송받고 처음 마주했을 때,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나 종이에요'하고 존재감을 뿜어내는 듯한 표지와 그 위에 그려진 검은 색채의 그림은 마치 화선지 위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어라, 이거 서양 작곡가인 쇼팽 이야기 아니었던가? 예상치 못한 동양적인 느낌이라 더 놀랐다. '시'와 어우러진다는 소개글을 읽어서 도대체 어떤 느낌의 책인가, 내용이 궁금해졌다.


내가 천천히 알게 된 것, 그것은 쇼팽의 음악이 시라는 사실이다.

그의 음악은 어떤 저녁, 빛이 스러지는 그 순간, 하늘의 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의 음악은 몰아치는 파도이며, 비바람이며, 장엄한 빗방울의 죽음이다. (p.16)


쇼팽의 음악과 삶, 그리고 감정들. 이 책은 이 셋이 잘 녹아 어우러져 있었다.

쇼팽의 삶에서 촉발된 감정들... 기다림, 사랑, 슬픔, 용기, 절망... 다양한 색의 감정들이 그의 음악에 녹아들었다.

사람들은 그런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담아낸 감정들을, 그 감정들을 이끌어낸 쇼팽의 삶을 떠올린다.

책을 읽기 전에 쇼팽의 음악에 오롯이 집중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쇼팽의 삶이 그의 음악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노래는 분명하고 아름답게 빛나지만, 어딘지 낮의 햇살이 아닌 밤의 달빛을 닮았다. 그의 음악은 밤의 것이고, 어둠 속의 달빛 같은 것이다. (p.78)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쇼팽의 곡을 좋아하고 있다.

어릴적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엔 쇼팽의 곡이 어려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쇼팽의 피아노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건, 아마도 듣는 데만 집중하게 되면서부터. 오직 피아노라는 건반 악기 하나로 연주하는 많은 음들의 어우러짐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악보도 샀지만 연주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매력적인 곡을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쇼팽에 끌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이유를 찾아낸 것 같다.

쇼팽의 음악은 밤의 것이며, 달빛 같은 것이라는 글을 읽는 순간 깨달았다.

밤을 좋아한다. 새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을 좋아한다. 쇼팽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들을 엮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시 쇼팽의 음악을 들었다.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밤' 그리고 '달'을 떠올린다. 상상한다.

그러고보니 표지와 책 속의 그림들이 무채색인 이유를 알겠다. 그 역시 쇼팽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봤을 때는 동양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다르게 다가온다. 인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읽는 내내 쇼팽의 음악이 듣고 싶었다.

쇼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어 좋았다.

음악과 시, 그림의 매력적인 어우러짐을 만나서 좋았다.

무엇보다 그저, 쇼팽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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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강경이.박지홍 엮음, 강경이 옮김 / 봄날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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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영미 작가들의 산문들


신간 코너에서 제목에 끌려 집어들었다. <천천히, 스미는>이라는 제목이 주는 잔잔한 울림이 좋았다.

저자를 보니 G.K.체스터튼, 버지니아 울프, 도로시 세이어즈 등 익숙한 이름들이 있었고, 그들의 '산문'을 선별해 실었다는 소개에 끌려 결국 읽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책을 읽으니 그 작가들의 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새로이 끌리는 작가를 꽤 알게 된 점도 좋았다.

전자의 경우는 맨 처음 등장한 버지니아 울프의 글. '나방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큰 인상을 받지 않았었는데, 끝까지 읽고나니 그 사소한 죽음에 관한 묘사가 주는 무거움이 확 느껴졌다.

좋은 작가들의 좋은 산문이 많아서, 천천히 스며들어오는 글들이 가득한 산문집이다.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글 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가벼운 오락거리를 쓰는 사람도, 충격을 주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위해,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쓰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다. (p.184)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 그래서 그들의 작품도 궁금해지게 한 작가들이 여럿 있지만 특별히 적어둔 작가들이 있다.

맥스 비어봄. 책에 실린 '윌리엄과 메리'가 글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체가 궁금해진데다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에세이로 유명한 작가인 듯 하여 궁금해졌다.

존 버로스. 글 자체는 무난하게 읽은 편이었지만 작가 소개를 읽으니 자연 에세이를 많이 쓴 것 같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자연은 언제나 흥미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홀브룩 잭슨. 책에 관한 에세이는 언제나 끌리기 때문에. 작가 소개에 쓰여있던 <서적광의 해부>나 <애서가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궁금함을 끌어냈다.

리처드 라이트. <Black Boy>라는 책에 실린 산문 두 편이 <천천히, 스미는>에 실려 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인종 차별 문제가 평범한 일상에 무겁게 녹아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서 다른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하고 비밀스런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흑인에게는 삶의 사소한 문제들이 말하기 힘든 것이 된다. 그 사소한 문제에 자기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p.180)


최근, 작가들의 에세이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깊이 있게 생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글이 담긴 책은 잠시 읽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읽고 싶게 한다.

그런 좋은 글을 만나서 기쁘다.

그나저나 자꾸 읽고 싶은 장르가 퍼져나가니, 이것 참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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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문장들 -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시인의 말들 문장 시리즈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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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에 담긴 생각, 시의 문장들


그러니 시를 쓰는 건 몰라도 시를 읽는 것만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시라는 형식에 문학적 조예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를 즐기기 위한 남다른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 안에 있는 오래된 유전적 본능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즐겁거나 슬플 때 노래를 부르듯이 자기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을 따라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읽으면 되는 것이다. (p.14)


소설이나 에세이는 즐겨읽는다. 하지만 시는 모르겠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시집도 한 번 보고는 싶지만 너무 많아서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 마음을 움직일 시를 찾는 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아직은 특정 시인의 시집보다는 여러 가지 시가 묶여 있는 책들을 읽게 된다. 다양한 시를 접하다 보면 더 궁금해지는 시집을 찾게 될테니까.

<시의 문장들>은 거기서 한걸음 더 쉽게 시에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시 전체가 아닌 시의 단 한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들에 엮인 이야기들이 한페이지씩 담겨 있는 책이다. 부담없이, 특별하다는 생각하지 않고 시에 다가서기 좋은 책이다.

왼쪽 페이지는 문장, 오른쪽 페이지는 글. 이런 구성으로 되어있다. 오른쪽 페이지의 글도 길지 않아서 가볍게 들고다니며 잠시 읽기 좋은 책이라서, 이 책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기 좋을 것 같다.

108개의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들이 이끌어낸 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궁금해지는 그 문장이 담긴 시 108편. 그 시들이 담긴 시집 108권.

물론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달빛에 퍼득이는 수면은 재빠르게 페이지를 넘긴다

여기 달 귀퉁이는 언제나 접혀 있다 (p.124, 윤의섭, '세상에 없는 책' 에서)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p.142, 이성선, '별을 보며' 에서)


매력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 문장들이다. 달, 별에 관한 문장은 언제나 내 시선을 붙잡는다.

시도 꼭 읽어보려고 한다. 올해 안에, 혹은 내년에.

그러고보니 이런 경우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p.130, 오은, '1년' 에서)


이 문장의 경우, 마침 소장하고 있던 시집(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에 실린 시였기 때문에 전문을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시의 문장들>에서 문장 하나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시 전체의 맥락 속에서의 문장을 읽었을 때 느낌이 전혀 달라져서 신기했다.

다른 문장들도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도 또다른 시 읽기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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