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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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에 곁들이고 싶은 독서 에세이, 다정한 매일매일


이 책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구나, 읽지 않았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유가 세 가지나 있었다.

하나. 작가의 소설집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가끔 읽고 '좋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글의 분위기에 끌렸었다. 글의 분위기는 문체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 에세이도 기대될 수밖에.

둘.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사한 색감. 복숭아 빛 같은 연한 다홍색은 책 표지에 쓰인 건 처음 본다. 그 신선한 색감이 깔끔한 디자인과 제목 글씨체, 중간에 보이는 표지 일러스트와 잘 어울렸다. 실제 책을 만졌을 때는 보들보들한 촉감까지 마음에 들었다! 표지는 책의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가장 처음의 요소. 두근두근하고 따뜻한, 설렘을 담은 이미지를 주었다.

마지막. 소재도 좋았다. 에세이인 것도 좋았는데, 알고보니 독서 에세이였다! 책을 소개하는 책은 언제나 마음이 향한다. 거기에 빵과 함께 소개한다니, 둘의 조합을 기대했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묶어낸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한 종류의 빵과 한 권의 책을 연관지었다. 여기서 빵은 책 내용 속에 등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에 의해 선택된 경우이기도 하다. 빵과 책은 서로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덕분에 먹어 보고 싶은 빵도 많이 생기고, 읽고 싶은 책도 가득 생겼다.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처럼, 홍차 한 잔과 가벼운 티푸드와 함께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p.89)


이 독서 에세이는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쓴 글이어서인지, 소설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감상들이 있다. 삶과 이야기의 비슷한 점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읽어본 책도 있고, 들어본 책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책도 있다.

이미 알던 책이어도 『다정한 매일매일』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감상과 매력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다른 독서 에세이를 통해 접했던 책이 또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책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건가 싶었다.

그런 책이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이 중 『디어 라이프』는 읽었던 책이고 다른 두 책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라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 느낌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은 이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글로 담아내야할지 모르겠어서 항상 서평 쓰는 게 힘들다.

이 책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느꼈던 그 행복한 두근거림을 이거다, 싶게 쓸 수 없어서 아쉽다.

책은 아쉽지 않은데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 P54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를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 P94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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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서메리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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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나게 해준 문장들,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책을 즐겨 읽습니다, 라고 하면 한번쯤 들어보게 되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 중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장 인상 깊은 책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긴 어렵다.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책들 중 딱 한 권을 도저히 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어느 순간에 만났을 때만 의미 있는 책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큰 의미가 되어준 책도 있었다. 책 자체는 별로였지만 문장 하나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던 책도 있었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인생의 책은 변할 수밖에 없다. 장르도, 주제도 다양한 책들은 각자의 의미를 내게 남기며 삶에 녹아들었다.


내가 '인생의 책'으로 그토록 다양한 책을 꼽아온데는 또 다른 중요한 까닭이 있다. 내 인생의 책은, 내 삶을 지탱해주고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안겨준 책은, 실제로 한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p.6)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저자 서메리가 머릿말에 쓴 말에 공감했다. 인생의 책을 한 권만 고르기에,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책은 너무 많으니까. 이 책에 실린 문장 73개를 고르는 건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73개의 문장들은 좋았다. 몰랐던 책의 문장들도 있었는데, 그 문장들은 책까지 읽어보고 싶어진다. 뭐,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겪게 되는 일이다.

내용은 문장을 소개하고, 에세이가 이어지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나눠 읽기에 좋을 구성이다.

문장의 경우 담겨 있는 책을 소개하고, 한글이 있고, 영어로 쓰인 문장까지 있었다. 영어 문장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었다.

문장을 담은 페이지의 편집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복잡한 꾸밈없이 간결하게 글들을 배치한 것이 좋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규정한다는 건 한계를 정한다는 거야.

To define is to limit. (p.26)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유명한 책이지만 내용 소개를 보니 끌리지 않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간간이 접하게 되는 문장들은 왜이리 매력적인지. 이번에도 그랬다. 문장 구성을 대비되게 한 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짧은 문장이지만, 좌우명으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책도 읽어봐야하는 걸까.


로힌턴 미스트리 《적절한 균형

사람 얼굴은 한정된 공간이고, 웃음을 채우면 슬픔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지.

The human face has limited space.

If you fill it with laughter there will be no room for crying. (p.108)

이 문장도 좋았다. '공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단순히 웃는 얼굴을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조금 다듬어 다르게 표현한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진짜 외로움이란, 네게 가짜 모습을 강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는 거야.

The real loneliness is living among all these kind people who only ask one to pretend! (p.110)

곱씹게 되는 문장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자의에 의해, 타의에 의해.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 간다.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숨긴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더라도 그 마음 속엔 외로움이 있을 수 있다. 같아보여도 사실은 다른 존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가짜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도 필요한거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 슬픈 일을 만들어내니까.

Proud people breed sad sorrows for themselves. (p.116)

이 문장은 읽자마자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떠오르게 했다. 꽤 오래전 읽은 책인데도 등장인물들이 선명히 떠오르는 걸 보면 이 책의 인상이 강렬하긴 강렬했나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니까. 소설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 문장 자체로도 공감하게 된다. 자존심을 세웠다가 긴 시간 후회하게 되는 일들은 의외로 꽤 있으니까. 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자기 일이 되면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존심, 그게 뭐라고.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존재해요. 아닌가요?

The world isn't just the way it is. It is how we understand it, no? (p.128)

실제 읽지는 않았지만 대충 내용은 알고 있는 책이 꽤 있었다. 『파이 이야기』도 그렇다. 이 문장은 파이 이야기 내용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존재하는 세상.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 다를수밖에 없음을 생각해본다.


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

가면을 너무 완벽하게 유지하다보면 때로 그 가면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Sometimes people carry to such perfection the mask they have assumed that in due course they actually become the person they seem. (p.178)

예전에 읽은 적 있는 책인데, 이 문장은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가면'에 대한 글들을 접한 적이 많아서인지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옮겨 적어 보았다. 너무 완벽한 가면은 어느새 진짜 모습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건, 노력으로 본질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일까, 아니면 가면을 쓰다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잊게 된다는 부정적인 의미일까.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회상

사소한 것들이 무한히 중요하다는 말은 내 오랜 좌우명이네.

It has long been an axiom of mine that the little things are infinitely the most important. (p.188)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꼭 옮겨적고 싶었다. 셜록 홈즈의 좌우명이라는 '사소한 것들이 무한히 중요하다'는 건 탐정인 그의 직업에 딱 맞는 좌우명이다. 작은 단서도 지나치지 않는 신중한 태도. 작은 것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고 의미를 찾아내려 하는 태도. 삶에 충분히 적용하기 좋을 문장이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모든 인간은 자기 인생의 작가이다.

Every man is the author of his own life. (p.220)

폴 오스터의 문장을 만날 때마다,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몇 권 읽긴 했지만, 아직 마음만큼 많이 읽진 못했다. 특히 글에 대한 그의 문장들이 좋아서, 그의 책을 좀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소개한 문장들 외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다. 문장들과 함께한 에세이들도 좋았다. 그 문장들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간결한 편집 디자인처럼, 책 내용 자체도 차분한 느낌이 좋았던 책이다. 마음을 붙잡아줄 좋은 문장들을 갖고 있다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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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소효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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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야 그 마음 알게 된다는 말,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너 같은 아이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 알지."

많은 이들이 부모로부터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란다.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는 포근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 말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표지의 일러스트. 깔끔하고 따스한 느낌으로 그린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나서 다시 보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거울 속 소녀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그 거울 속 아이는 자신의 딸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딸과의 관계를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되새기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놓여 있는 오블제라 생각했던 거울 옆 4단 서랍장도 의미 있는 것이었다.

차례를 보면 '서랍'으로 파트를 구분했다. 첫번째 서랍, 두번째 서랍, 세번째 서랍, 네번째 서랍.

서랍을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열어가며 점점 깊고 어두운 이야기로 들어간다. 파고든다.


첫번째 서랍 속 이야기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 세 사람이 이룬 가족의 이야기.

밝고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날들.

두번째 서랍을 연다.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와 그 메세지를 전하고픈 순간을 이미지로 그려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었을 그런 이야기들.


삶은 스스로 정해야 돼

스스로 책임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괜찮아.

절대적인 건 없어.

내가 정한 삶이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얼마든지 다시 정하면 돼.

그렇게 네가 정하는 삶을 살아 줘. (p.91, '네가 정하는 삶' 전문)


세번째 서랍은 육아일기를 담았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점점 커가는 모습을 일기 형식으로 따라간다.

아이는 점점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간다.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관계. 그렇게 부모는 나이가 들고, 마지막 순간이 온다.

네번째 서랍은 가장 깊이 숨겨두었을 이야기. 원망, 후회, 그리움, 그 뒤에 숨겨놓은 진심.

화자가 '딸'이었던 시절의 기억이다. 어린시절 가족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 그 후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날들.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각해보는 엄마의 마음. 나이가 든 후, 병원에 입원한 아빠에게서 전해들은 엄마의 행방.

그리고... 마지막은 만남으로 끝난다.


때론 자식의 입장에서, 때론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었을 때, 네 가지 서랍 속 이야기는 각각 다른 느낌들이 있었다.

초반을 읽었을 때,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인줄만 알았지만, 사실 어릴적에 상처가 있었던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상처 입었던 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만남'의 장면으로 끝나는 구성이 먹먹함을 주고,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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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 온전히 나답게 사는 행복을 찾다
이시하라 사치코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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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멋진 것, 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가끔 기대 이상의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읽은 『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도 그 경우에 포함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달라서 더 좋았던 책.

'젊게 보이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가 든 만큼 외모도 변해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웃는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쪽이 훨씬 더 멋지게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p.29)

제목만 보면, 타깃층이 어느 정도 나이든 이들일 거라고 예상하게 된다.
내용을 읽으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책에 실린 조언들은 꼭 나이든 이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꽤 보편성이 있다.
게다가 '습관'이라는 제목을 보고 '마음가짐'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스타일링 비중이 높았다.
저자의 직업과 이력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사치코는 패션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로 오래 일해온 일본의 스타일 멘토라고 한다.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를 론칭하여 신선한 콘셉트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이의 스타일 조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더 열고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패션에는 나이가 관계없다. 내가 지금 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옷을 차례차례 입으면 된다. (p.127)

저자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꼭 나이든 사람에 한정지어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라는 것은 나이가 들지 않아도 적용되는 조언이니까. 아니, 오히려 젊은 시기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아둔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수월하게 인생의 멋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뭐든지 해보면 좋다.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붓질에 자신 없어도 괜찮다. 자신 없는 채로 일단 즐겁게 해보면 된다. (p.225)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새로운 도전'은 망설여지나 보다.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해보면 좋다. 자신이 없어도 자신 없는 채로 일단 즐겁게 해보면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스타일링 조언 뿐 아니라 인테리어나 요리할 때의 습관, 정리하는 습관 같은 것들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대한 이야기까지 있다.
전반적으로 글 자체가 정리된 느낌, 간결한 느낌이 배어나는 것이 좋았다.

최고의 즐거움은 내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고 최고의 인생은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에게 최고의 인생을 살았는지 물어본다면 "글쎄요, 저는 잘 살긴 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오늘을 살고 싶다. (p.269,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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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지음 / 문학테라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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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흔들릴 때 붙잡아줄 마음가짐에 대하여,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는 JTBC에서 16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두번째 에세이다.

첫 책은 휴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휴식 이후 다시 돌아온 일터에서의 삶과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는 계속해서 일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발전하기 위해 계획한 게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 뭔가를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시간이 쌓이면 열심히 하는 자세가 습관이 된다. 열심히 하는 습관은 우리가 일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p.35)


지금의 일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적성을 고려해 고른 일이어서, 하고 싶은 일이어서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능력치와 상황에 맞춰 적당히 취직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한 번 일을 시작했다면 계속해서 일하는 것을 지향하게 된다.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시간 일을 해내가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낯설고 서툰 능력을 다듬어 능숙해지게 하는 노력, 빠르고 끊임없는 변화에 따라 한층 성장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시간들. 그 노력과 시간들을 이어가며 일에 대해 알아간다. 그러다보면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즐기게 된다. 결국 잘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그 일을 당연히 오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p.35~36)


잘하면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한다면 그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자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다짐들이 그렇듯, 꾸준한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직장은 늘 유연성을 요구한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p.59)


그러나 익숙해진 일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익숙해졌다 싶을 때 인사이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성향과 거리가 있는 일을 맡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내 사정을 고려해주는 존재가 아니니까. 한 분야의 일만 하게 되는 회사는 없다. 저자도 방송에 나오는 기자 일을 한 적도 있고, 뒤에서 서포트하는 데스크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다고 했다.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듯, 모든 회사 업무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업무가 잘 돌아가야 회사도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일터가 소중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집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다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정화시키고 리셋해주는 곳이다. (p.132)


마음가짐을 붙잡아 보는 것과 별개로 일터는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일을 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쉬면서 지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인 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에서 충분한 재충전을 하고, 일터에서 할 일을 묵묵히 해내가며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전진과 후퇴, 성공과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삶의 제 모습이다. 신이 아닌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단 한 번 주어지는 생의 여행에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p.196)


일하다가 힘들다, 지친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로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일방적인 조언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도 곁들이며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쓴 부분들이 좋았다. 각 글들의 양도 많지 않은, 적당한 분량이다. 차례를 보고 마음이 끌리는 글을 그때 그때 한두 편씩 읽어본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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