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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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차분한 에세이,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저자분이 방송 작가였다는 소개글을 보고 읽자고 마음먹었다. 이제까지 읽어온 방송작가의 에세이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말'을 다듬어 쓰는 직업이기 때문일까.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 감성적인 느낌이 마음에 든다. 이 기준은 계속 믿어봐도 될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세상에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때로는 자존감을 훼손당하고,

때로는 모멸감을 느끼며,

때로는 자괴감에 몸을 떨며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길에 우리는 오늘을 견딘 이유를 찾곤 했습니다. (p.41)


슬픔에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글이 좋다.

근래 마음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관련 책들에 눈이 간다. 읽어본다.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시간의 필요를 느낀다.

전엔 즐겨 듣지 않았던 잔잔한 클래식이나 발라드 곡을 찾아 들으며, 그에 어울리는 책들을 읽는다.

책 속의 글을 곱씹으며, 마음의 상처들을 살살 어루만진다.


우리는 모두 절실하게 그 말이 듣고 싶었기 떄문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말. (p.107)


이 책에서 느낀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인용하는 문장들이 방송과 관계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한 말, 시상식에서의 수상소감, 배우의 인터뷰 기사...

문서화된 것이 아니라 현 시대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닐 떄가 많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한없이 무너져 내렸으니까. (p.220~221)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 좋았다.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뻔한 위로로 느껴지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는 떠오르는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마음들을 말로 잘 빚어냈다. 꽤 긴 내용들을 열심히 적어두었다. 다시 읽어도 글에 담긴 포근함이 전해진다.

특히 우리가 해내지 못한 일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좋았다. 그게 아니라고, 우리는 잘 해왔다고. 힘들고 쓰라린 삶 속에서, 해내고 견뎌왔다고. 그 이야기들을 읽으니 슬픔 속에서도 일어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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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실전 매뉴얼
오렌지나무 지음 / 혜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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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진다면 붙잡을 책,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책을 읽다 울게 되는 책이 몇 권 있다.

한껏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찾는 책들. 100퍼센트로 울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으로 기억해두려 한다.

눈물을 자극하는 부분은 좀 다르다.

이전의 책들은 소설 형식이라 등장인물에 연민을 느끼는 눈물이었다.

이 책은... 책 속의 따뜻한 말에 마음속 응어리가 탁 풀리며 흘러나오는 눈물.

진짜 힘들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구명보트 붙잡듯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제게 남은 단 하나의 길이었어요. (p.34)


이 책은 맑은 날 낮에 읽어야 해.

위험을 피하고 싶었다. 우울에 빠져들 위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밤에 읽었다면 더 빠져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을 것 같다.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울증의 바다에서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빠져나온 기록이니까.

이 책은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한 도움의 글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게 옳은 일이었든 아니든, 상대방의 행동이 호의였든 악의였든, 내가 아팠으면 상처인 거예요. (p.65~66)


우울증은 24시간 부정적인 생각들로 자기 자신을 상처입히는 병이다.

타인의 평가에 기대고, 눈치를 보며 자신의 마음은 가혹하게 대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손 놓지 않을 사람은 바로 '나'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우울의 바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받았다.

우울증이 심한 경우는 아니어도...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경우는 많이 있으니까.

지쳐있는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해내는 일들을 나는 해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그게 나의 잘못인 건 아니에요. (p.73)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에 이어, 극복하기 위했던 노력들을 소개한다.

밖에 나가 물건 3가지 사오기, 침대에서 '챈팅 명상'하기 등 간단한 내용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해주면 좋은가에 대한 내용들이 있었다.

차근차근 읽어가며 아주 사소한 것들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예요. (p.144)


앞으로 살아가면서 종종 우울해질 때가 올 것이다.

견디기 힘들 때가 오더라도, 붙잡을 수 있는 구명보트가 되어줄 책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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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문장들 -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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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인생을 알려줄, 인생의 문장들


『인생의 문장들』은 '1만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이란 부제가 있다. 1만권의 책 속 명언들을 모두 담아낸 것일까 했는데, 문장을 가려 뽑아 실었다. 모두 동서고금의 명작과 명저 속 명언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전해온 만큼, 삶을 살아가며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그런 문장들이다.


교양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색채를 풍요롭게, 두근두근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면 배우는 일, 즉 교양을 체득해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p.6~7)


여섯 장의 테마를 정해 명언들을 풀어냈다.

1장, 인생에 대한 새로운 태도. 삶을 대하는 사고방식에 관한 문장들을 담았다.

2장, 관계의 지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담았다.

3장, 현명한 판단과 결정. 삶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도움이 될 내용이다.

4장, 배움과 성장의 방식. 배우고 성장하는 것과 관련된 문장들. 여기에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이 있다.

5장, 일 잘하는 법. 누구나 알고 싶을, 일 잘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6장, 나를 지키는 힘. 마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조언들이 있었다.

명언을 소개하고, 명언에 담긴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로 구성했다.

편집이 깔끔해서 생각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 좋다.


인풋하면 즉각 아웃풋을 합니다. 자기만의 언어로 바꿔야 합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다양한 공부법 중에서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p.106)


인풋과 아웃풋.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공부와 배움에 관한 내용에 있다.

이 책이 인풋과 아웃풋을 실천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명언들을 읽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내용이니까.

이와 관련해 실린 명언으로 존 로크의 말이 있었다.

독서는 지식의 재료만 줄 뿐이다.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건 사색이다.

독서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열심히 책들을 읽었지만, 읽고 바로 아웃풋을 하지 않았다.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지 않고, 그저 흘려 보낸 적이 많다. 서평을 쓴다는 게 '아웃풋'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 내용을 곱씹고 정리해야 하며, 자신의 생각도 다듬어야 하니까. 읽는 속도에 비해 서평 쓰는 건 시간이 걸려서 자꾸 밀리곤 했다. 인풋의 양에 비해 아웃풋의 양이 적으니, 속도에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는 『인생의 문장들』의 내용처럼, 인풋과 아웃풋을 한 세트라고 생각하고 지식을 '제대로' 머릿속에 쌓아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읽다보면 격언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자기계발서 느낌이 든다. 이것이 '교양'인 걸까?

모든 책은 자기계발서가 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그 책에서 얻은 한 줄의 문장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인생의 문장들』의 명언들이 오랜 시간 전해지며 여러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했던 것처럼, 지금의 글이 후대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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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홍유진 지음 / 깊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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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생각하게 만든 책, 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종종,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모습이다. 노란 색의 고양이도 있고, 새카만 색의 고양이도 있었다. 큰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작은 고양이도 있었다. 마주할 때마다 호기심에 빤히 바라보긴 했지만, 평소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따로 관심을 두진 않았다.

『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작은 호기심이었다. 길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있을 듯한 글.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궁금했다.


첫부분부터 놀랐다. 저자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 암투병을 하다가 구매하게 된 고양이 인형에서부터 시작된 고양이 사랑은 그 인형을 닮은 길고양이를 마주하고 길고양이 사랑으로까지 이어졌다.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진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처음으로 애정을 준 길냥이 '애냥이'를 시작으로, 애냥이가 낳은 아가냥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준다.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다른 길냥이들도 마주한다. 그들에게는 각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각자의 여건으로 돌보는 '길냥이사랑단' 사람들이 있다.


아직 살아 있는, 나를 기다리는 길고양이들이 오늘 또 하루를 움직이게 한다. (p.140)


다양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한다. 내가 길에서 마주한 고양이들도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하겠지. 길고양이들을 보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길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길고양이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먹이를 주는 것이 단 한 순간일지라도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몰랐다. 길에서 사는 삶은 여러가지 위험으로 가득하기에.

책을 읽고 길고양이를 마주할 때마다,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들이 마주하고 있을 치열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금더 친절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들을 바라보자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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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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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의 식탁


『돈키호테의 식탁』은 책 소개로 호기심이 생겼다. 400년 전 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세계적인 고전에 담은 음식 이야기가 어떨까 궁금했다. 예전부터 '스페인'에 흥미가 있는 편이기도 했고.


취미로 하는 사냥도 하루 이틀, 그는 책 읽기에 심취한다. 다름 아닌 기사도 책. 거기에는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모험, 사랑, 정의 도전, 결투. (p.22)


돈키호테.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제목을 한 단어처럼 인식하게 된다. 레미제라블이 사실 레 미제라블인 것처럼, 돈키호테는 돈 키호테. 키호테라는 이름의 기사가 모험하는 이야기. 평범했던 노인이 책 읽기에 심취하면서 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향해 나아간다. 그가 겪은 모험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키호테의 식탁』은 모험의 내용보다는 음식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으니.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를 섭취해야 한다. 모험을 떠난 기사 돈 키호테도 마찬가지. 배고픔에 초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돈 키호테와 산초가 먹게 되는 다양한 음식은 소박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진수성찬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가차스 만체고 또는 가차스 알모르타로 불리는 것. 완두콩 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따뜻한 수프 같은 것이다. 만드는 방법을 읽으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그럴까?

이 책의 특별한 점이라 한다면, 『돈키호테』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각각 담아냈다는 것. 스페인어를 예전에 배운 적 있다. 문장 속에서 익숙한 스페인어 단어를 몇 마주하는 재미가 있었다. 뜻을 해석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으니, 소리내 읽어본다. 울림의 매력이 있다. 스페인어를 다시 열심히 공부해서 돈키호테 원서를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산초. 읽을수록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어진다. 사실 돈키호테보다 산초 이야기가 더 많다. 그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태도는 먹는 것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것. 그러니 제발 다시 미쳐 주기를. 죽어도 죽지 않기를. 모험을 계속해 주기를. 산초의 마지막 울부짖음은 책장을 덮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p.260)


책을 읽기 전에는 음식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독서 에세이에도 가깝다 느껴졌다. 그만큼 『돈키호테』란 책이 궁금해진다. 일부만 맛봐서 그런걸까. 스페인어로 쓰인 부분들과 스페인 음식 이야기로 스페인에 대한 흥미도 끌어올린다.

음식, 책, 스페인. 끌리는 세 가지가 담겨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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