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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나를 의심한다
이 책은 저자의 생각들로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에세이는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남아낸 글이 꽤 많았다.
누군가의 상상 이야기, 꿈에서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
그렇게 다양한 픽션 같은 글들이 섞여들어가 에세이지만 에세이같지 않다 느껴졌던 책.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기억들과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펼쳐 놓곤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p.15)
책 첫머리에 쓰인 글의 마지막 내용, 이 부분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기 소개한 글들은 모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이 진실을 말했고, 저자가 그대로 그 이야기를 옮겨놓았을 수 있다.
혹은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은 진실만을 말했지만 저자가 그 이야기를 옮기는 중에 변형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이 거짓을 더해 저자에게 이야기했을 수 있다.
아니면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도, 저자도 이야기에 거짓을 더하고 더해 처음과는 아예 다른 이야기로 변해버렸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의 이야기들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왜곡되고, 어긋나고, 변질되어버린다.
하다못해 스스로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를, 나까지도, 의심한다.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간에 요점은, 이 책은 '에세이'지만 '픽션'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일까?'라고 의심이 들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의 픽션 같은 이야기들이 많긴 했었다.
현실에 있다고 믿기 어려웠던 사랑, 그리고 이별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런데 그런 픽션 같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 역시 다른 누군가가 듣는다면, 읽는다면 픽션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까?
하긴, 현실이 때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다고들 하기도 했더랬다.
의심이라는 건,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에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나하나 겉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걷어내다 보면...
그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를 의심하고, 의심하다보면 발견하는 것은 뭘까.
나는 앞으로 커서 뭐가 될까,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대체 뭘까. 눈을 감고 하나씩 하나씩 핑계를 거두어 본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내가 저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모든 핑계를 거두고 나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나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 진짜 나의 욕망을.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