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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틀렸다 패러독스 4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여름언덕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탐정의 추리는 항상 정답인가, 셜록 홈즈가 틀렸다

 

어떤 문학작품에도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할 수 없다.

문학작품들은 기본적으로 허구적인 것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추리 소설, 특히 탐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 탐정의 추리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그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다.

탐정 소설에서 난 결론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의 전작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 읽은 <셜록 홈즈가 틀렸다>에서도, 난 탐정의 추리가 틀렸다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새 동조되고 있었다. 왜 난 피에르 바야르의 책을 읽을 때마다 어느새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는 것일까?

그건 작품이 작가의 것이 아닌, 독자에 의해 재창조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가 지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 그렇다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셜록의 추리에 의심을 갖는 글을 관심읽게 읽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 어색한 점이 많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왓슨의 신상에 대한 것도 그렇고, 추리에서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고도 하니까. 그래서 셜록 홈즈의 추리에 문제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진짜 범인에 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현재로서는 아마도, Never.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저자의 전작인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를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책보다는 별로라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다시 재수사를 하는 부분들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어쩌면 환상적인 내용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재수사를 위해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설명하는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품과 현실 사이에 존재한다는 '중간 세계'에 관한 내용과, 작중 인물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부분들이 그랬다.

하긴, 그 부분에서 환상적인 내용과 꽤 줄타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셜록 홈즈 작품을 환상 소설과 거의 비슷한 단계까지 올려놓기도 한다. 그 부분이 망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약간 불편한 면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론 면에서는 과연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저자의 의견에 100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바스커빌가의 개>를 읽은 지 시간이 좀 흘러서,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그 또한 '해석 망상'에 빠져버린 것은 아닌지, 수많은 가능성 중 그가 원하는 한 가지 가능성만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들이 든다. 결국 저자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저자 또한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책은 추리 소설 읽기의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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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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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을 넘어서, 우물에서 하늘 보기

 

일단,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은 뭔가 시적인 느낌이 있다. '우물'과 '하늘'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 때문이다. '우물'은 뭔가 깊이있는 것을 끌어올리는 느낌이 있고, '하늘'은 높고 맑고 푸른 이미지라서 약간 반대되는 느낌도 있다.

거기에 이 둘을 묶어낸 제목 자체도 어떤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우물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떠오르게도 하기 때문이다. 둥근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둥글고 좁게만 보일 것이다. 그런 것처럼,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 처한 상황의 틀 속에 갇혀 판단하고 비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가, 제목을 보면서 생각한 것들.

 

이 책은 저자 황현산이 같은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낸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각 글의 분량이 집중도 높여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책표지 왼쪽 위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황현산의 시 이야기'를 보고 시에 대해서 비평하는 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시 뿐 아니라 문학 전반적인 내용, 거기에 영화와 주요 이슈까지 담아낸 글이었다. 어쩌면 비평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평은 나에겐 아직 미지의 장르라서, 그 내용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며 읽기보다는 비평가가 제시해주는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는 편이다. 때문에 이 책도 그런 태도로 읽게 되었다.

눈길을 붙잡는 흥미로운 관점들이 많았다. 특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치'라는 것이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번역과 '보편언어'에 대한 생각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중 '보편언어'에 대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았다.

 

외국 사람은 우리의 문학작품을 제 나라 말로 번역하겠지만, 우리는 외국어로 쓰인 작품을 우리의 모국어로 번역한다. 이때 모국어는 모국어이면서 동시에 모국어를 넘어서서 어떤 보편언어의 성격을 지닌다. (p.118)

 

책 속에서 드는 사례로 이야기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번역판을 읽을 때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한국어로 말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국어는 그 시대의 '보편언어'를 대신하고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어로 된 번역 언어는 원작의 언어를 넘어서는 동시에 한국어 또한 넘어선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려면 이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좀더 읽어야 한다. 아무튼 흥미로운 관점이라서 좀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어가 저마다 그 보편성을 가장 용이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것이 번역어가 될 때다. (p.119)

 

언어의 보편성이 이런 식으로 해석될 줄이야. 이제까지 보편성이라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특성이라 생각했는데, 일종의 고정관념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금을 그어놓고 벽을 세우고 그 안에 스스로 갇혀있었던 것들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다른 방향에서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혹시 지금도 연재중일까? 아직 연재중이라면 다른 비평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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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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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나를 의심한다

 

이 책은 저자의 생각들로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에세이는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남아낸 글이 꽤 많았다.

누군가의 상상 이야기, 꿈에서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

그렇게 다양한 픽션 같은 글들이 섞여들어가 에세이지만 에세이같지 않다 느껴졌던 책.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기억들과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펼쳐 놓곤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p.15)

 

책 첫머리에 쓰인 글의 마지막 내용, 이 부분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기 소개한 글들은 모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이 진실을 말했고, 저자가 그대로 그 이야기를 옮겨놓았을 수 있다.

혹은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은 진실만을 말했지만 저자가 그 이야기를 옮기는 중에 변형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이 거짓을 더해 저자에게 이야기했을 수 있다.

아니면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도, 저자도 이야기에 거짓을 더하고 더해 처음과는 아예 다른 이야기로 변해버렸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의 이야기들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왜곡되고, 어긋나고, 변질되어버린다.

하다못해 스스로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를, 나까지도, 의심한다.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간에 요점은, 이 책은 '에세이'지만 '픽션'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일까?'라고 의심이 들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의 픽션 같은 이야기들이 많긴 했었다.

현실에 있다고 믿기 어려웠던 사랑, 그리고 이별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런데 그런 픽션 같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 역시 다른 누군가가 듣는다면, 읽는다면 픽션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까?

하긴, 현실이 때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다고들 하기도 했더랬다.

 

의심이라는 건,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에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나하나 겉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걷어내다 보면...

그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를 의심하고, 의심하다보면 발견하는 것은 뭘까.

 

나는 앞으로 커서 뭐가 될까,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대체 뭘까. 눈을 감고 하나씩 하나씩 핑계를 거두어 본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내가 저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모든 핑계를 거두고 나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나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 진짜 나의 욕망을.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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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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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김훈 작가의 글, 라면을 끓이며

 

김훈 작가의 글은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이름도, 어떤 책들을 썼는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읽지 못했던 것은 내가 한국문학을 읽기 특히 어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 때 너무 감정적이고 싶지 않은데, 우리 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는 문학작품은 그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지, 자꾸 깊이 감정적으로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물론,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팩션 작품들에 담긴 다양한 해석들을 읽어가는 것, 조명받지 않았던 인물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큰 매력이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한국 작가들의 글은 에세이로 많이 접했다. 조정래 작가, 박완서 작가, 은희경 작가 등등 모두 교과서에 실려있던 작품들을 제외한다면, 에세이를 읽는 것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김훈 작가도 이렇게, <라면을 끓이며>라는 에세이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의 글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이제까지 읽었던 국내외 작가의 에세이들을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하나는 작가의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이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였고, 다른 하나는 아예 다른 스타일로 가서 색다른 매력을 주는 경우였다. 김훈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경우 중 무엇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 굳이 고르자면 기존에 듣던 것을 토대로 생각했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러니까 글에 깊이가 있고 묘사가 참 잘 되어있어서 좋았다. 생각의 흐름대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데, 일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 제목은 굉장히 심플하게 지었다. 딱, 글의 주요 소재로 제목을 삼고 있었다.

분량은 다양했다. 꽤 길다 싶은 글도 있었고, 짧은 글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량이 내용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예전에 나왔으나 절판된 산문집에 실려있던 글들 중 일부를 포함해서 이후 새로 쓴 글까지 합친 산문집이라고 한다. 글은 총 5부로 나뉘어 있었다. 밥, 돈, 몸, 길, 글. 단 한 글자의 제목들. 그러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단어들.

표제작 '라면을 끓이며'가 가장 먼저 실려있었는데, 라면 뿐 아니라 먹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 묘사로 인해 자연스레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어갈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글이었다. 비슷하게, 마음에 들었던 글이 '공'이라는 글이었다. 이 글 역시 '스포츠'에서 어떤 스포츠냐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공'에 대해 묘사하며 설명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일상속에서 그저 사소하게 여기고 넘겨버릴 수도 있었던 것들을 집어내어 펼쳐놓는 것을 보면서, 그 파고드는 관찰력에 감탄했다.

일상의 단어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같은 단어에 숫자가 붙어 여러 가지 형태로 풀어낸다. 때로 낯선 곳에서의 이야기도 있었으나, 거기서도 한국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5부인 '글'에서는 글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았는데 다 다른 느낌의 글들이었다. 임꺽정에 관한 이야기, <은빛 물고기>라는 책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연어 이야기,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을 보았던 어느날에 관한 이야기...

그렇게 다양한 에세이를 읽게 되었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었다. 사소하게 넘겨왔던 일상에 담겨 있었을지 모를 삶의 깊이를 생각하게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던 책 제목이, 이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는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을 끓이며' 하는 생각이 이렇게 깊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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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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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자유로운 이야기, 사는 게 뭐라고

 

이 책은 저자 사노 요코가 쓴 에세이들을 묶어낸 책이다. 최근 꽤 눈에 띄었던 에세이라 호기심에 읽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첫 에세이를 읽는데 약간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뭐랄까, 예전에 읽었던 어느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건너뛰어 가면서 돌고 도는 이야기지만 결국은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 잘 마무리된다.

에세이들은 긴 시간 동안 나뉘어 쓰여졌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사노 요코의 관심사가 변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일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들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생각들이 가감없이 쏟아진다. 만약 내가 그녀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을까. 글들은 나이든 할머니가 썼다고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는 솔직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 때로 그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받을 수도 있는 생각을 거리낌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그녀의 태도는 참으로 본받고 싶다. 노년의 삶을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할 말은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늙어가는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정해져 있는 것도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나 자신이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는 절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 (p.244)

 

뒷부분에서는 암이 재발한 후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살아가게 된 사노 요코가 오히려 더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그녀를 주변에서는 대단하게 본다. 그러나 '자신'이 죽는 것은 아무렇지 않지만 '친구'가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확실히,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도 같다.

최근 같은 저자의 <죽는게 뭐라고>라는 제목의 에세이도 나온 모양이다. 이 책에 이어지는 내용일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내용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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