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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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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든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것은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육신의 살해와 영혼의 살해, 비탄과 증오, 그리고 복수의 살해다. 그 살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인생을 바꿔놓으며, 그 유산들이 어떻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말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또한 폭력과 살인이 어떻게 끝이 나는지-만일 정말로 과연 끝이 난다면-말해준다. (p.17)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머뭇거리게 만든 이유들 중 하나는 분량.

꽤 많다. 그래서 무겁다. 가지고 다니며 읽기 어려워서, 읽기를 미뤄두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었다. 그건 이 책의 내용이었다.

책을 읽을 때(심지어 추리소설같이 반전이 중요한 작품인 경우에도) 스포, 결말을 알고 보는 것에 큰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내용 파악을 위해 일부러 알고 보는 경우도 많다. 이 책도 책 소개를 읽으며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내가 다가가기 두려운 내용이었다.

사형수의 가족이 써내려간 이야기, 어둡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내용.

그런 현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망설임 끝에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

그는 미국이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게 만든 사형수이자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마지막 사형수이기도 하다.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사형을 요구한 남자. 그리고 결국 자신의 요구대로 죽음을 이뤄낸 남자.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게리 길모어에 대한 간략한 이 말만 보면 그는 너무 냉정하고, 잔악무도한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게리 길모어가 그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에세이이다.

책을 쓴 것은 게리 길모어의 막내동생인 마이클 길모어.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풀어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가 써내려간 이 글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결코 진실을 알아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 안다는 사실 자체가 금단의 영역이었던 그 어떤 사건에 대한 대가를 우리 가족 모두가 이미 충분히 치렀다는 사실이다. (p.28)

 

이야기는 저자의 형제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내용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부모님의 부모님, 그 위의 조상들의 이야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모르몬 교도였던 어머니의 선대의 이야기였다.

처음 알게된 내용투성이었다. 모호하게 그려졌던 모습이 선명해졌다. 그런데 그 모습들은 모두 피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내용이었다. 폭력성으로 얼룩진 가족의 모습. 어머니가 어렸을 적 경험한 죽음들에 관해 담담히 서술하는 내용들을 읽으며 그 가족의 역사에 조금씩 머뭇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만나게 되고,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게 되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망령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미쳐버렸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조금만 잘못해도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부모의 사랑을 원했지만 받은 것은 폭력 뿐이었다. 아마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한 아이는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다.

다만 막내인데다 다른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났던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조금 다른 처지였다고 했다. 떠돌던 시기가 아니라 드디어 정착하게 된 이후 태어난 아이였고, 다른 형제들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이 자신의 형제들과 여러가지 의미에서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가족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고, 또 어쩌면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려웠다. 정말 두려웠다.

과거에서부터 꼼꼼하게 쌓아올려진 것들이 게리 길모어라는 인물에 이르러 폭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겉으로 확연하게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면들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어떤 사소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을 거쳐 커다란 사건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책 맨 뒤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누가 이 남자를 이토록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는가?"

그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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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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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감없이 보여주는 평범한 이들의 역사, 세컨드핸드 타임

 

이러니저러니 해도 '권위있는 상'의 영향력은 무시 못한다.

얼마전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해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에 한국인 최초로 후보로 선정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 덕분에 후보작으로 오른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역시 그렇다. 그녀가 작년 노벨문학상을 타지 않았었다면, 그녀를 알고,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어보는 사람들이 지금만큼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권위있는 상'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묻힐 수도 있었던 좋은 작품들, 작가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도록 계기가 되어주는 것.

 

사실 <세컨드핸드 타임>을 읽는 건 이번이 두번째. 그러니까 세컨드 타임이었다.

원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생각한다.

<세컨드핸드 타임>의 경우 상반된 관점들의 이야기가 함께 쓰여 있기 때문에, 자꾸 읽으면서 꼼꼼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소설책을 읽었던 때처럼 휙휙 책장을 넘기기에는, 이 책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들 하나하나에 그들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뿐이다.

 

사건의 질서정연함, 아름다움, 그 깃발들, 음악 그런 것은 차후에 알려지는 거예요. 그리고 동상으로 세워지는 거죠. 하지만 실제 삶은 조각나 있고, 더럽고 초라해요. (p.101)

 

이제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소련.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 그다지 관심있는 편도 아니고, 세계사에 대해 잘 아는 편도 아니어서 '소련'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나라에 살던 사람들에게 소련이라는 나라가 어떤 존재였는지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소련이 강성하던 시절, 그리고 무너지던 시절을 거쳐온 이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소련이라는 나라(아니, 나라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걸까? 잘 모르겠다)가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던 곳이니만큼, 사람들의 성향도, 기억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누군가는 그 시절을 괴롭게만 기억한다.

소련이 강성했던 시절, 무너지던 순간, 그리고 현재.

같은 시간을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기억을 풀어놓고 있었다.

상반된 관점. 그 중 하나만 진실이고 다른 것들은 모두 거짓된 기억일까?

책을 읽다보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누군가가 이야기했듯이, 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각자가 믿고 있는 진실. 분명 존재했던 시간들. 역사들. 단지 그들이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그 순간 어디에 있었느냐에 따라 본 것도, 느낀 것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사상의 인생입니다. 사람들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역사를 기록하는 겁니다. 그 가운데서 인간의 진심은 못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모자를 걸어두는 그런 못이요. (p.165)

 

책을 읽어갈수록, 뭔가 미묘하다고 생각했다.

전혀 알지 못하던 세계, 알지 못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들이 풀어내는 그들의 역사는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다.

다른 입장을 가진 세력이 충돌하고, 한때 강대했던 제국이 위에서부터 너무나 어이없게 무너져버리고. 기존의 세상을 바꾼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친 덕분이었는데, 바뀐 세상속에서 그들의 위치는 여전히 그대로.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

그렇다면 또다른 새로운 사상이 나오고 그 사상이 이 세계를 다시 바꿔놓을 수도 있을까?

지금의 모습들이 후회 속에 담겨지고, 심지어는 부정당하게 되는 일까지 생길 수도 있을까?

과거 '실패했다'고 간주되는 사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저는 모든 걸 기억해내고 싶어요. 그동안 지나온 세월들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죠. 제 인생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비에트의 세월들을 말이에요. (p.62)

 

이렇게 이야기했던 한 인터뷰이의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보았던 소비에트의 세월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사실, 두번이나 읽었는데도 아직 온전히 이 책에 실린 말들을, 이야기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까 또다시 읽어야겠다. 언젠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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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신나고 따뜻하게 - 3천만이 울고 웃은 경리안의 행복사용지침서
경리안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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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미소짓게 되는 책, 즐겁고 신나고 따뜻하게

 

이번에 상상출판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은 에세이였어요!

에세이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생생한 실제의 삶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읽게 되었던 파워블로거 경리안님의 <즐겁고 신나고 따뜻하게>는 제목처럼 즐겁고 신나고 따뜻한 그녀의 삶의 느낌들이 독자에게도 잘 전해져 오는 책이었어요.

 

 

표지입니다. 미소짓고 있는 작가님과 남편분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가득가득 느껴져요!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인 것 같아요.

밝게 웃는 두 분의 모습에서 즐겁고 신나는 기분이 느껴지고, 사진의 전반적인 색감이 따뜻했거든요.

사진 아래에 보니 러브스토리와 꿈을 향한 도전기가 담겨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표지를 넘겼습니다!

 

 

프롤로그 부분을 한 컷 찍었는데요.

이 컷을 찍은 이유는... 파스텔톤으로 물든 종이의 색이 너무너무 예뻤기 때문이랍니다.

막상 사진을 찍으니 예쁜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아 아쉬워요. 실제로 보면 더 달콤하고 두근두근거리게 만드는 색감이랍니다.

이렇게 한층 감성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경리안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도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경리안님의 사랑, 그리고 꿈이 담겨있는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시기와 주제에 따라 1장 '경리안, 연애하다', 2장 '경리안, 결혼하다', 3장 '경리안, 도전하다'라는 챕터로 나뉘어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1장에서는 제목처럼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분의 이야기와 연애시절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영화같은 느낌이랄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연애 이야기였어요.

 

처음 이 사람이 한국에 온다 했을 땐 그저 "조심히 와!"라고 말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보내기 싫은 내 사람이 되었다. 분명 그때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우리 둘인데 예전의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 비록 '사랑'을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마음만은 진실했다. 그래서 더 파도처럼 들이닥친 헤어짐이었다. (p.29~30)

 

국제커플이지만 두 분의 연애 이야기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연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런 두 분을 어긋난 시선으로 봤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제가 다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남산에서 만난 화가분처럼 두 분을 정말 예쁘고 잘 어울리는 커플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신 글을 읽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도 연애시절의 달달하고 애틋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2장! 드디어 결혼 이후 신혼 부부의 삶이 펼쳐집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우여곡절 끝에 혼인신고를 하게 된 이야기, 낯선 이국 땅에서 새로운 관계들을 맺어가는 경리안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운전을 배우고, 운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어요!

그렇게 이야기는 3장으로 자연 스레 넘어갑니다. 바로 도전에 관한 이야기였죠.

미래가 항상 밝지만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서로가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경리안님과 남편 이안님.

두 분이 그런 어려운 상황들을 함께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그 도전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다고 하셨어요!

도전하는 것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끄시는 경리안님의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한편 책 사이 사이에는 tip이 존재했습니다.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 공부, 한국어 공부를 할 때의 tip, 미국에서의 혼인신고에 관한 사항들, 경리안님이 올리신 전통혼례와 관련된 정보 등등...

아무래도 국제커플이다보니,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좋은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었답니다.

또 친구분들의 인터뷰글들도 경리안님과 이안님의 친근한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 너무 멋진 사진인 것 같아서 찍어보았습니다.

두 분의 삶이 참 아름답고 행복하고 멋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컷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하기도 하고, 굳게 믿었던 신념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눈빛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부부라지만, 그것만 너무 믿어 서로의 세세한 감정을 놓칠 수 있는 것도 부부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는 노력의 쳇바퀴를 굴리며 살기로 했다.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가 지금 어느 위치에서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주기로 했다. (p.274)

 

사랑, 도전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글을 읽으며, 그 가치들 자체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이신 파워블로거 경리안 님의 블로그도 한 번 찾아가보고 싶더라고요!

 

-나즈마가 상상팸 2기 자격으로 썼지만 개인적인 생각만을 담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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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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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었던 책을 또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알아보는 일은 사실 우발적이다. (p.256)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세상에는 책이 엄청나게 많고, 내가 책을 읽는 속도는 빠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들을 읽을 수 있을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애초에,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여지고, 발간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누군가 말했다. 세상에는 밤하늘 별만큼이나 수많은 책이 있다고.

정말 마음에 들 수도 있었던 책을 놓쳐버릴 수도 있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최근에야, 그 생각은 또 다른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읽는 책을 또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책을 계속 읽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 책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기간동안 책을 읽는 주체인 '나'는 달라져 있기에, 주목하게 되는 부분들이 달라지고, 그 이면에 숨은 의미들을 찾아내게 된다.

 

이번에 읽은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라는 책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오직 <위대한 개츠비>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라는 <위대한 개츠비>. 미국의 고교생들이 많이 읽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교과목 과정에 포함되어서.

나 역시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봐야 새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이 학생들도,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도 처음부터 <개츠비>가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의 겹겹이 쌓인 의미를 더 잘 알아차리게 되었던 것이다. (p.16)

 

저자는 사람들이 학생 시절 한 번 읽고 빗나간 평가를 내려버렸을 <위대한 개츠비>의 새로운 면모를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이다. 책 속에서, 그 애정어린 느낌을 가득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로 떠나는 개인적인 여행이다. (p.25)

 

처음에 들어가는 말이 꽤 길어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냥 넘겨버릴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들어가는 말'은 책 전반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을 잘 요약해서 일종의 워밍업을 하도록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흥미를 이끌어내고, 개츠비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내가 놓쳤던 많은 것들을 부각시켜주었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물론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첫번째 장과 세번째 장이었다.

첫번째 장에서는 개츠비의 창조자인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그의 경험이, 그리고 그가 만난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위대한 개츠비>에 반영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개츠비는 꿈꾸는 대상이고, 많은 사람을 섞어 만든 인물이며, 무엇보다도 F.스콧 피츠제럴드 본인이다. (p.127)

 

읽어가면서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신기하게도, 피츠제럴드의 삶이 개츠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글에 녹여내게 되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가 이렇게까지 위대한 소설이 될 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한 피츠제럴드. 생각해보면 소위 천재,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들 대부분이 오히려 우울한, 실패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 글에서도 그걸 볼 수 있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담아낸 세번째 장. 저자는 <개츠비>를 '누아르적 시선'으로 접근한다. 개츠비와 그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추리와 미스터리, 스릴 넘치는 세계로 옮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추리와 미스터리물에서 흥미를 느낀다. 그러니 이런 접근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하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통했다. 하드보일드적 시선으로 재해석되는 <위대한 개츠비>는 아주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쩐지 충분히 설득력 있기까지 하다! 확실히 이 소설에서는 하드보일드에서 나올법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이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상반된 두 관점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낭만적 사랑과 미국적 가능성을 개츠비처럼 이상주의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닉처럼 좀 더 실용적이고 하드보일드한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p.168)

 

화자인 '닉'의 시선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서, 왜 하필 화자가 닉이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글을 읽을 뿐이었는데, 그 사이 책을 다양하게 읽어가면서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위대한 개츠비> 속 '하드보일드적 시선'. 다음 번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되면 분명, 다른 감상이 나올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대한 애정이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다.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에 대한 애정을 이정도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역시,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덧. 이 책을 읽으며 헤밍웨이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나빠져 버렸다. 원래 그다지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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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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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으로 깊이 파고들어가는 독서,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책읽기는 수십년을 지속해도 질리지 않는 오락이었다. 목이 뻣뻣해지거나 눈이 뻑뻑해져서 책을 덮은 적은 있어도 독서 자체에 물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평생 파묻혀 책이나 읽고 지냈으면 좋겠다, 한참 게을러질 때는 태평한 꿈을 꾸기도 했다. (서문, 이동진)

 

서문의 이 부분을 읽어가는 순간, 나는 이 책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분명 즐겁게 읽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 부분에 엄청나게 공감을 했기 때문이었다. 책읽기는 이전도,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는 취미 내지는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인데다, 나 역시 평생 파묻혀 책이나 읽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설가 김중혁과 한 권의 책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엮어낸 책이다. 그 방송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아직 들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방송에서 또 어떤 책을 다루었을지 궁금해질만큼, 참 매력적인 대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룬 책은 총 일곱 권이다.

그 일곱 권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이다.

모두 유명한 작가 내지는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이 중 내가 읽은 책은 두 권.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그 외의 책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제외하고는 대충 줄거리 정도는 아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스포 때문에 책에 대한 비평을 읽기 조심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스포일러를 알고 읽는 것도 선호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그런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일곱 권만 다루고 있으니 이 책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이 책은 적은 수의 책을 다루고 있지만 그만큼 한 권 한 권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주제들을 끄집어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담을 하는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점으로 책을 읽은 감상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 독서 에세이의 한 유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정말 잘 쓰인 독서 에세이를 읽게 되면 원래 관심이 없었던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 역시 원래는 끌리지 않았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읽고 얼마 후 서점에서 그 책을 봤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 보여서 아직 읽는 시기를 약간 보류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추천하는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고정관념이나 이전의 기억에 사로잡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을 완화시키는 데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 또는 가벼운 것인가를 묻고 있지만 둘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가벼운 건 가벼운 대로 인간 실존의 딜레마를 빚는 것이고 무거운 건 무거운 대로 멍에나 족쇄로 작용할 뿐이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책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굉장히 인상적인 언급이 있어서 특히나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책이라는 게, 소설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이 두 개의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소설은 두 개의 삶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는 이유는 수많은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삶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만 관심이 갔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읽은 책에 대한 언급들이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같은 부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점에 공감을 느끼고, 또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언급하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집중해서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이 책은 2번 읽게 되는 책으로 유명하다. 한 번 읽었을 때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두 번째로 읽으면서 비로소 어그러져 보였던 부분들이 착착 맞춰지면서 새로운 감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번을 읽었음에도 배경지식이나 경험의 부족으로 놓친 부분들이 있었고, 이 책을 통해 그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초반부에 역사 수업 시간 장면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처음에는 장황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전체에 대한 거대한 복선과 밑그림을 제공하는 것이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역사 시간 처음에 에이드리언은 이런 얘기도 합니다. "모든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우리가 진실되게 할 수 있는 말은 '뭔가 일어났다'는 것뿐입니다."

전 그게 이 소설의 단 한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어떤 사건의 원인과 결과라는 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때 그 사람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것이지 그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는 다른 이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 있거든요. 이런 점도 이 소설의 중요한 핵심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만약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미리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가능한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때 훗날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특히 '역사 시간'이 그렇게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게 느껴져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꼭 다시 읽으면서 역사 시간 부분을 집중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언은 독서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외의 다른 책들도 새롭게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역시, 책은 어떤 배경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읽느냐에 따라 다 다르게 읽히는 것 같다. 모두 읽는 것은 동일한 텍스트지만 동일한 텍스트가 아니라고 했던 모순적인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쨌거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글귀들을 써 두었다. 나중에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들을 다시 보면 또 어떤 기분과 생각이 들까.마지막으로 이 책의 편집 및 디자인적 요소에 관한 이야기도 하나 언급해두어야겠다. 사실 e-book으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야기할 것은 내지 편집 밖에는 없다. 이 책에서 공동저자라 할 수 있는 이동진, 김중혁이 한 말을 구분하기 위해 쓸 때, 흔히 축약해서 보여주는 '이', '김'으로 표기하지 않고 'ㅇ'과 'ㄱ'으로 이미지화된 그림으로 표기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글만 가득 채워진 게 아니라 약간의 기호 같은 이미지가 더해져서 지루함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았던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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