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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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 소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남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에 이어 남성작가 편도 읽었다.

원래 이 책이 먼저 나왔는데, 개정판으로 새로 나오면서 여성작가 편을 추가한 것이라 했다.

반영론적 시각으로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한국 남성작가 12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살피는 내용이다.


작품은 작가 혼자 궁리해서 쓰는 게 아니다. 시대 상황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다. (p.19)


여성작가 편 리뷰에서 이야기했지만, '반영론'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남성작가 편까지 읽으면서 작품에 '시대 상황'을 담기는 것, 소설의 미덕이 당대성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작가 편의 작품들과,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을 살펴봤을 때,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이 '다양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대의 특수성을 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시대 자체의 특수함. 그 시대에 살아가는 인물들이 시대의 영향을 받아 특징을 갖게 된 내면, 행동원리. 서로간의 관계.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같은 시기를 담았음에도 남성작가 편과 여성작가 편의 시대별 대표작가의 비중이 다르다. 여성작가 편은 1960년대가 3명이었지만 1970년대는 1명이었고, 2010년대 작가도 포함했다. 반면 남성작가 편은 1960년대가 3명, 1970년대가 4명, 1980년대가 3명으로 비교적 과거 시기의 비중이 높다. 그 시기는 시대적 특수성이 강한 시절과 일치한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높다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경험한다면 생생하게 쓰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은 학교 교과서에서 접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는 등 유명한 소설이 상당했다.

이름도 대부분 아는 작가들이었는데, 그랬기에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 오히려 궁금해졌다.

1960년대 작가인 이병주와 작품 《관부연락선》. 시대 권력과 결부되어 있어 비교적 최근인 2005년부터 재평가되기 시작한 작가라고 한다. '한국의 발자크'를 자처했다고 했다. 발자크의 어떤 점들을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1990년대 작가인 이승우의 《생의 이면》도 궁금하다. 다만 국내보다 프랑스에서 반응이 더 좋다는 언급에 고민도 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소설을 대부분 읽기 어렵다 느꼈는데, 이승우의 소설도 그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이라는 부제가 이 남성작가 편에서는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문학 작품과 작가, 문학론과 연계한 해설이 인상적이다. 익숙한 작가들과 작품들이지만 완독한 작품은 이번에도(!) 드물었고 일부만 알고 있던 작품들은 줄거리 파악 정도로 끝낸 경우가 많았다. 그간 겉핥기로 알고 있었던 작품들을 보다 넓은 시야로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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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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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눈으로 소설 읽기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을 읽었다.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남성 작가 편에 이어 여성 작가편까지 나왔다.
부제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 소설 10'이라 세계 문학과의 비교를 생각했는데, 특정 작품과의 비교는 아니고 세계문학의 흐름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한국 소설들을 살피는 내용이었다.

한국 소설 작품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에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10명을 뽑아 작품을 소개했다.
10가지 작품 중, 끝까지 읽어 본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나목》 하나뿐이었다.
물론, 소설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작가들이다. 하지만 취향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읽지 않았었다.
각 작품의 해설을 읽으면서, 역시 끌리는 작품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소설의 주인공은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은 재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두 단계 갔다가 바로 결론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이것도 생각해보고 저것도 생각해 보느라 복잡해진다.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p.46,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쌓은 지식들이 참 많다.
그 중 '근대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입체적이어서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인물이 있어야 소설이 재미있어진다.

소설의 미덕은 당대성을 다룬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p.146, 오정희 《유년의 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은 반영론적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다.
시대와 관련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들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반영론적 시각으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다소 읽는 어려움을 느낀 지점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분석도 있었는데, '중산층을 다루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국 소설은 중산층을 다룬 문학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소외 계층을 주요 등장인물로 한 작품은 많이 있지만 중산층이 주인공인 문학은 드물다.
한국 소설에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건 '공감'과 관련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야 하는 '한국'이 배경임에도 내가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과 거리가 있는 모습들에 더 큰 괴리감을 느끼는 건 아닌지.
'당대성'이라는 게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오정희체'라고 할 만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잘 읽히지 않는 불편한 문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도 술술 읽어내기 쉽지 않은 고유한 문체는, 단편이라는 형식 때문에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의 말처럼 "서사보다는 이미지나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이기도 하다. (p.129, 오정희 《유년의 뜰》)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해진 작가는 '전혜린'과 '오정희'였다.
전혜린의 경우 소설은 없지만 번역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궁금해졌다.
오정희는 '오정희체'라는 독특한 문체가 궁금했다. 이미지와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는 어떤 문체일까. 시 같은 느낌일까.

오정희의 소설은 소재에서 특별한 강점을 갖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나 문체, 문장이 상당히 꼼꼼하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꼼꼼한 한편으로 모호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정희 소설은 일종의 '분위기 소설'이다. 뭔가 막연하고 모호한 분위기만 있고, 그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다. (p.145, 오정희 《유년의 뜰》)

오정희 소설의 '스타일' 자체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막연하고 모호하지만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 '분위기 소설'. 꼼꼼하면서도 모호하다는 설명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현대에 가까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설명을 참고했을 때 읽어보고 싶은 건 이 둘의 작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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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 / 꿈꾸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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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의미있는 우화,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가 쓴 우화 세 편을 담은 책이라는 설명에 궁금해졌던 책이다. 총 세 편의 우화가 이어진다. 각각 '지구와 평화', '다문화와 세계', '문명과 지구 환경'을 주제로 했다. 세 가지 주제 모두 우리 지구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주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켜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첫번째 이야기는 '폭탄과 장군'.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폭탄을 모으는 나쁜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폭탄 속 원자, 아토모들은 그러고 싶지 않아 숨어버린다. 장군은 그걸 모른 채 전쟁을 일으키고 도시마다 폭탄을 떨어뜨린다..!

두번째 이야기는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가까운 행성 화성으로 떠난 지구인들. 미국 사람, 러시아 사람, 중국 사람이 화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기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걸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 마주한 화성인. 지구인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세 사람은 서로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화성인을 배척하게 되지만, 어떤 상황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뉴 행성의 난쟁이들'. 오만한 황제는 새로운 땅을 찾아내 문명을 전해주고 싶어했다. 그 임무를 받고 떠난 우주 탐험가는 새로운 행성, '뉴' 행성을 발견한다. 그곳의 주민인 난쟁이들에게 과학 기술이 기반이 되어 발달한 문명을 알려주려 한다. 하지만 말을 할수록 이 문명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 편 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좋았다. 씁쓸함보다는 동화같지만 행복한 엔딩이 좋다.


간결한 세 편의 우화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SF라는 것이었다. 현대의 우화는 과학 기술이 담긴 '사이언스' 픽션인걸까?

첫번째는 폭탄을 구성하는 요소인 '원자'가 과학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우주'를 향해 떠나는 우주인들이 등장한다.

'우화'라는 단어의 느낌이 SF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잘 전해졌고, 동화같은 느낌도 존재했다. 이런 점이 신기했다. SF의 매력을 하나 더 발견한 느낌. 

삽화도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콜라주 같은 느낌도 있고, 수채화 물감의 번짐 느낌도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책의 주제인데, 세 이야기 중에서는 두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말이 다르다고, 생긴 모습이 다르다고 '우리'라는 선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 모습. 그 기준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모습이 나왔기에 주제를 더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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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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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소중한 만남,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연초에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었던 '커피가 식기전에' 시리즈 책 두 권. 이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은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1, 2권의 배경이었던 도쿄의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아닌, 하코다테의 찻집 '도나도나'로 장소를 옮겼다.


가게 이름은 '찻집 도나도나'.

이 찻집의 어느 자리에는 불가사의한 도시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설이다.

다만 몇 가지 성가신…….

아주 성가신 규칙이 있었다. (p.16)


그 성가신 규칙은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규칙과 동일하다.

과거로 돌아가도 찻집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만날 수 없고, 어떤 노력을 했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가 따로 있는데 그 자리가 비어야 앉을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가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잠깐-잔에 따른 커피가 식기 전까지의 시간뿐이다.

이 까다로운 규칙을 들은 많은 이들이 과거로의 이동을 포기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떤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하지 않은 이야기. 그들의 시간여행을 따라가다보면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만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이기적이야."라고 원망하지 못한 딸의 이야기.

자신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원망하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로 갈 수 있다는 도시전설을 듣고 찻집을 찾아왔다. 과거로 가서 자신의 부모님에게 원망의 말을 하기 위해. 하지만 과거로 간 그녀가 듣게 된 것은 어머니의 충격적인 과거였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행복하니?"라고 묻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

개그맨 그랑프리를 우승한 뒤 실종되었던 남자가 찻집 도나도나에 나타난다. 알고보니 그는 오래전부터 단골이었고 찻집의 도시 전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는 과거로 향한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미안해."라고 말하지 못한 여동생의 이야기.

여동생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 찻집에서 동생을 찾는 여성이 있다.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오는 날, 찻집을 찾은 그녀. 정전이 된 순간, 과거에서 여동생이 찾아와 말을 건다...

네번째 에피소드는 "널 좋아해."라고 고백하지 못한 청년의 이야기.

개그맨 오디션에 붙어 도쿄로 떠났던 남자가 돌아왔을 때 소꿉친구였던 여자는 떠나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남자는 마침 과거로 가는 자리가 비워진 것을 보고 그녀가 머물렀던 시간으로 떠난다.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단지 과거로 돌아갈 뿐이라면 누구나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이 찻집은 사람을 선택해. 규칙으로 말이지. 규칙을 듣고 과거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단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어. 그 이유는 무엇이든 좋아. 현실은 바뀌지 않더라도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p.341)


이 책의 성가신 규칙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다.

'과거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간 여행은 분명 관계된 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지나간 과거는 이미, 현재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시간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상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넨다.

전해지지 않았던 비밀과 진심이, 시간 여행을 통해 전해진다.

복잡하고 성가신 규칙은 사람들이 오로지 진심만을 똑바로 전하게 만드는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첫번째. 물론 네 에피소드 모두 감동적이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엄마와 딸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준 것이 두고두고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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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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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난센스를 담은 단편집, 난센스 노벨


책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북미식 유머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북미식 유머는 어떨까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문화의 벽을 느꼈다. 곳곳에서 난해함과 어색함을 느꼈다. 제목대로, 『난센스 노벨』은 난센스한 소설이었다.

난센스.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평범하지 아니한 말 또는 일'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모두 난센스한 내용을 담고 있다.


1화는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같은 배에 탄 선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선장과 그의 공범이 되는 항해사의 이야기이다. 요약해놓으니 평범해보이는 스릴러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스릴러가 아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언어유희 같은 면이 있어선지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2화는 블랙유머 스타일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선하게 살려고 했을 때는 모두 외면하고 냉정하게 대했는데, 잔혹하게 범죄를 저지르자 관심을 받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의 단계를 밟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3화는 주인공 여인이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 너무 뻔히 보이는 내용이다.

4화는 무인도에 남녀 둘만 표류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반전까지 있다.

5화는 가문간의 오래된 악연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사실 그다지 낭만적이진 않다.

6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려는 기자의 이야기이다. 단서를 다 찾아놓고서는 범인을 잡아내진 못했다.

7화는 크리스마스 배경에 딱 어울리는 타입의 이야기였다.

8화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석면' 때문에 계속 몰입감이 떨어졌다. 석면은 몸에 해롭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바람에.


언어유희, 반어법, 때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대놓고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 난센스함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8편은 모두 난센스를 담고 있지만 각기 다른 난센스함을 보여준다. 장르와 분위기가 다르다.

이야기는 독특함이 있었지만, '유머'라고 생각하던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유머는 '웃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 뭔가 애매했다. 선하지 않은 인물, 어리석은 인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라 등장인물들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북미식 유머는 비판을 가득 담은 풍자에 가까운 내용들을 다루는 게 아닌가 싶다. 냉소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원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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