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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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던 마음까지 찾아가는 곳,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몇 년 전 나온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의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읽고 싶었다.

따스한, 힐링 소설이었다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여운 펭귄이 '실제로'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펭귄 철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펭귄을 만나고 분실물 센터로 찾아와 물건 뿐 아니라 마음까지 찾아간다.


"모든 게 펭귄을 찾으면서 시작됐으니까 펭귄 매직이네." (p.317)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는 전작처럼 펭귄 철도 끝에 있는 분실물센터에 와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총 4편의 에피소드인데, 전작이 그러했듯 이번 책에서도 앞의 3편의 이야기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엄마의 재혼으로 생겼던 동갑내기 남동생과 잃어버린 이혼 신고서를 찾으러 다니는 료카의 이야기.

학교에서의 문제로 고민하는 신노스케가 여동생과 함께 떠난 '졸업 여행' 이야기.

동생과 이름이 같은 환자를 신경쓰는 의사 세이코의 이야기.

사라진 펭귄을 찾아다니는 마술사 하루캄의 이야기.

4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잃어버린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의 문제도 품고 있다. 그 문제들은 형제 자매 관계와 연계되어 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긋난 부분을 보듬는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없지만 잔잔히 스며드는 이야기.

특히 마지막 이야기가 좋았다.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도 좋았지만, 에피소드의 주인공의 과거, 밝혀지는 정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힘든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털고 일어났어. 그러니까 뭔가 계기가 있으면 분명 다시 내일을 향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줄 거야." (p.297~298)

읽고나니 전작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게 아쉽게 느껴진다.

시간이 난다면 전작과 이 책을 연이어 읽으며 연결성을 찾아봐도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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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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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조선책방』


팩션을 즐겨 읽진 않는다.

실제 역사 내용을 계속 겹쳐 읽게 되기 때문이다.

팩션인 『조선 책방』을 읽어보기로 한 것은, 이 책이 '서점'을 중점으로 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띠에 적힌 메인 카피에 끌린다.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습니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는 시공간을 초월해 16세기 조선의 독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선우의 머리는 핑 돌았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p.116)


춘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선우는 동료 직원인 김 대리(이름은 연희)와 군부대로 책을 납품하러 가던 중 도로가 무너져 사고가 난다.

깨어나보니 그곳은 조선, 중종 시대.

조선 선비 '기남'을 만난 두 사람은 조선 시대에 적응해가게 되고, 나비효과들이 이어지며 조선 최초의 민간 서점을 열게 된다.

이름하여 '조선 책방'. 유생들이 찾을 만한 책 뿐 아니라 함께 조선 시대로 넘어온 21세기 책들을 번역해 판매하기로 한다.

기존과 다른 도서 진열 방법, POP 같은 현대 서점의 판매 전략까지 활용하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세력이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서점을 개업하는 것을 비롯해 음모를 꾸민다.


중간 중간 소설이라는 느낌이 덜한 부분이 있었다.

서점 시스템 관련 이야기가 그렇다. 전문적인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현대적인 시스템과 조선 시대라는 배경 사이에는 이질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조선 시대에 맞춰 살짝 명칭 같은 부분에 변화를 준 것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현대의 서점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식으로 풀어낸 부분도 몰입감을 다소 깨트린다.

그래도 21세기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조선 책방에 찾아와 21세기 책을 추천받게 된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 그들의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주인공 일행의 '책 큐레이션'을 살피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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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1
모치즈키 마이 지음, 사쿠라다 치히로 그림,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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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꿈 속의 카페,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교토 탐정 홈즈』 시리즈와 『교라쿠 숲의 앨리스』로 알고 있었던 모치즈키 마이의 신작이라 궁금해 읽게 된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귀여운 고양이 점원들이 있는 표지를 넘기면, 환상적인 음료 일러스트를 마주한다. 우주와 관련된 이름이 붙은 음료와 디저트들은 딱 그 이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직접 보고 싶다. 한 모금 마셔보고, 한 조각 잘라 먹고 싶다. 이 책은 일러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글이 쓰고 싶어졌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별에 관심이 있다면, 홀리게 될 그런 일러스트였으니. 일러스트집 번역본도 출간된 상태인데, 평소 일러스트집을 찾아 보진 않았는데 찾아서 보고 싶어졌다.


보름달 커피점은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열리는 카페. 삶에 지친 주인공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다.

손님은 주문을 할 수 없다. 각 손님에게 맞춤 메뉴를 제공한다. 바로 책 처음에 있던 일러스트의 음료와 디저트들이다.

거기에 '별점술'도 들려준다. 별점을 통해 지금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할지 안내한다.

마지막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죠. 그러면 당신이라는 별이 반짝일 것입니다."

"나라는 별?"

"사람도 모두 별이니까요." (p.86)


아무래도 일러스트에 큰 호감을 느낀 만큼 음료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책 내용은 별점이 대부분이다.

별점에 대해 1도 몰라서일까? 꽤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 같다.

하우스와 별자리 같은 용어들이 생소하다.

별점이 모든 것의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답이 되어주었다.

별점의 해석에 너무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닌가?

까끌까끌한 마음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무렵, 이 구절을 읽으면서 녹았던 것 같다.

"별이 당신의 미래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정한 미래를 도와줄 뿐이지요." (p.137)

고양이가 이야기해준 별점의 해석을 듣고, 주인공들은 변화할 마음을 가졌다.

별점은 상황을 이해하게 돕고, 방향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마음, 결정, 자유 의지였다.

등장인물의 이야기 중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덮을만큼 처음 봤던 일러스트들은 매력적이었고, 별점이라는 특이한 소재도 흥미를 더했다.
별점이 책 전반의 몽환적인 분위기 형성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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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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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온 다양한 역사들, 『낭만적 은둔의 역사』


코로나 시대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데 많은 제약이 생기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라는 타의의 영향도 크지만, 스스로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인 시간은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혼자인 시간의 여러 형태와, 그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들, 깊이 있는 사유까지 담아낸 책이다.


읽기 전에는 '혼자인 시간'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이 아닐까 했는데, 역사적인 요소도 많이 있었다.

제목에 잘 어울리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읽을수록 홀로 보내는 시간이 그야말로 '낭만적 은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장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고독'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그 변화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1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혼자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을 주제별로 보여준다. 과거로 그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연결되는 이야기라서 흥미롭다.

1장에서는 '산책'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도 산책은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방법인데, 역사의 흐름과 성별, 신분에 따라 혼자 산책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2장은 19세기로 들어가면서 생겨난 다양한 '여가활동'을 주제로 했다. 당대 실내나 실외에서 혼자 할 수 있었던 다양한 활동들이 나온다. 독서, 카드 게임, 낚시 등 지금도 충분히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들이어서 흥미로웠다.

3장은 '독방'에 대한 내용이다. 종교시설이나 감옥에 대한 내용이었다. 앞서 다룬 내용들이 일상적인 내용이라, 이 부분을 읽으며 혼자인 시간을 새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4장은 2장과 비슷하게 여러 취미 활동들을 보여주는데, 20세기에 오락을 목적으로 한 취미들을 소개했다. 십자말 풀이나 직소 퍼즐, 낚시와 수집, 영화 보기는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5장부터는 감정이나 사유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많았다. 자연 속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에 대한 이야기나, 격리가 정신적인 측면에 미치는 영향들이 있었다. 고통을 느끼지만, 정신수양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6장에서는 혼자 있으면 느끼게 되는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고독을 즐기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담았다.

7장은 디지털 혁명이나 기술 발전, 학문의 발전으로 인해 혼자인 시간이 현재에 와서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앞서 천천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왔기 때문에 새삼 낯설게 느껴진 부분도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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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 결전의 날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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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괴 레스토랑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기괴한 레스토랑3: 결전의 날』


총 3부작인 '기괴한 레스토랑'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읽었다.

심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시아는 과연 다른 약을 찾아내고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등장 인물들의 숨은 과거와 비밀들이 밝혀지며, 각자의 이기적인 마음이 충돌하는 결말이 다가온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어야 해. 자기를 지키기 위해 이기적이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야. (p.101)

결국 주인공 시아에게 호감을 쌓지 못했다. 괴로워하며 고민하지만, 결국 이기적인 결정만 내리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시아의 상황은 알고 있지만,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시아보다는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호감이 간다. 리디아라던가, 쥬드라던가, 히로라던가. 결말에서 안타까움을 더 느끼게 된 이유다.


시아는 여러 요괴들이 레스토랑에 들어오기 전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히로의 삶, 리디아의 삶, 야콥의 삶, 아카시아의 삶, 벨라의 삶. (p.174~175)

이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입체적이다. 시아보다 다른 여러 요괴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책에서 풀어내는 그들의 다양한 과거 이야기 때문이다. 배경이 쌓이면서 요괴들의 다른 면들을 보게 되니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이 책의 판타지 요소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2권에서 리디아의 과거를 보며 리디아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했던 것처럼, 3권에서도 주요 등장인물들이 숨기고 있던 욕망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사실들에 의해 등장인물 간의 관계 중 새롭게 밝혀지는 것들도 있었다. 다양함이 있었기에, 쭉 읽어갈 수 있었다.


"영원히 헤어져야 할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 법이야." (p.399)

브리초를 원하는 이들이 모인 혼란 속에서 결국 시아는 살아남는다.

시아는 살아남았지만,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 부분에 떠나는 모습까지 이어지니, 모든 것을 뒤로 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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