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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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연은 누군가가 만들어냈다, 우연 제작자들


늘 그렇듯 여기서도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 (p.12)


요아브 블룸의 『우연 제작자들』은 우연을 만드는 '우연 제작자들'의 이야기다. 이 소재에 흥미가 생겨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임무를 받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우연을 제작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고 파악해 움직인다.

우연 제작자들이 우연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앞부분이 기대했던 내용에 가까웠고, 뒤로 갈수록 우연 제작자들 사이의 교류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 종점은 로맨스였다. 그 전체적인 흐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하다. 그중 압도적 다수는 그야말로 우연이다 - 다른 일도 일어나는 바로 그 시간에, 단순히 확률에 따라 일어나는 일, 좋은 타이밍이라는 맥락 안에서 벌어지는 놀랍도록 일상적인 일 말이다. 그리고 맥락이 그런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의미가 그 사건을 중요하게 만든다. (p.92~93)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의 갈래가 뻗어나갔다. 하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된 '우연'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느 시와 관련된 우연.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우연 제작자들이 설계한 것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집들을 읽고 있는데, 얼마 전 접한 시가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첫눈에 반한 사랑'.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연인은 사실 옛날부터 무수히 많은 접점이 있었다는 내용의 시였다. 때로는 멀다가, 때로는 가까워졌다가.

우연들이 이어져 인연이 된다는 내용이 이 책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만 같았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시를 접한 상황 자체도 우연이라는 점.

처음 이 시를 읽은 건 류시화 시인의 시선집 『시로 납치하다』에서였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인에 호감이 있기도 했고 시 내용 자체도 매력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읽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에서 또 만났다. 당시엔 그저 반가울 뿐이었는데... 길지 않은 기간에 서로 다른 책에서 2번 만난 시라 선명히 기억할 수 있었고 이 우연이 『우연 제작자들』에서 꽃피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로 '우연'의 강렬함을 느끼게 되는 게 벌써 두 번째. 이것도 우연 제작자들의 소행인가?


"세상에는 늘 더 큰 그림이 있다. 너희들이 집중하고 있는 체계 이상의 무언가가 항상 있기 마련이지. 그 점을 잊지 마라. 선명한 경계선이란 없다. 인생은 당구대의 경계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공이 들어갈 구멍이 포켓 여섯 개뿐인 경우도 없다. 언제나 그 이상이 존재한다. 늘, 항상, 언제나." (p.184)


또 다른 생각의 갈래. '더 높은 차원'에 대한 생각. 그건 1차원과 2차원과 3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차원에 존재하면서도 더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쩌면 일종의 액자 소설일지도 모른다. 마치 프랙탈 같기도 한 것. 어떤 행동이 더 큰 사건의 조각이 된다는 것.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이뤄내는 나비 효과 같은. 이 이야기의 끝을 읽으며 소설 앞부분을 다시 살피게 된다. 실제 삶이라면 되감아 보기는 불가능하고 기억은 불완전하니 이런 상황이 존재했는지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가이가 소리쳤다. "영혼을 잃고 세상을 당신처럼 보게 되느니, '작고 무의미한' 존재로 남는 게 낫겠습니다. 우연을 만들 방법은 선택하는 거예요. 선택하는 거라고요. 알아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우연을 만들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p.341)


마지막으로 하나.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당사자들만의 순수한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우연 제작자들이 대상자에 대해 세세하게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우연의 영향이라면. 우리의 감정조차 타인이 만드는 조건에 통제 가능한 것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씁쓸해진다. 미래에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더욱. 지금도 빅데이터로 사용자에 맞춰 정보 큐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나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야기하듯이, 인간의 자유의지, 우리의 '선택'이 결국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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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부서지기 전에 에버모어 연대기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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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태엽 심장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 별이 부서지기 전에


짙은 푸른 빛 색감와 아래에 있는 시계 태엽 이미지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별이 부서지기 전에』. 데뷔작 <백번째 여왕> 시리즈로 판타지 분야에 눈도장을 찍은 에밀리 킹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에버모어 연대기>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온라인에 있었던 소개글들을 읽어보니 <에버모어 연대기> 시리즈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했다.

첫 부분은 꽤 직설적으로 시작한다. 시계방을 운영하는 삼촌과 함께 살던 주인공 에벌리는 손님으로 온 누군가를 보고 놀란다. 그는 바로 과거 어머니의 생일에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인 원수였기 때문이다. 에벌리 역시 당시 심장을 관통당했지만 삼촌이 '시간의 지배자'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 시계태엽심장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에벌리는 그가 곧 식민지 섬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쫓기 위해 여성 죄수가 되어 저주받은 섬으로 떠나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섬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에벌리는 현재와 과거, 전설과 현실 사이에 숨겨져 있는 사실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에비, 위대한 탐험의 여정이 다가오고 있단다. 언젠가 별들이 환상의 세계로 너를 인도할 거야." (p.28)


오랜만에 읽는 판타지 소설. 1권인만큼 주요 인물들과 세계관이 조금씩 조금씩 풀어지는데, 초반부를 읽는데 책을 읽기 전 기대한 내용과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책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에벌리의 성격이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다.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시리즈의 경우, 한번에 쭉 읽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시리즈라는 건 연속성이 중요하니까. 이야기가 충분히 진행되어야 주인공의 서사, 인물들 사이의 관계,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해진다. 그래야 매력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다음 책을 좀더 읽어봐야할 것 같다.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리즈인데, 마침 2권도 나온 상태다. 에밀리 킹이 만들어낸 세계를 좀더 선명하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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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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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힐링 소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간단하다. 표지의 예쁜 고양이 일러스트와 '힐링 소설'이라는 소개 문구에 끌렸다. 둘다 좋아하니까.

'시빌'이라는 고양이 이름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3년 전 읽었던 책의 개정판이었다. 그때 읽었던 책과 표지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눈치채지 못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기억났기에, 전엔 지나치고 흘려보냈던 세세한 부분에 눈을 두며 읽을 수 있었다. 읽은지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낯설게 느껴진 부분도 꽤 있어서 지루함은 없었다.


"괜찮아, 사라. 이러다 나아질 거야. 나아질 거라고. 지난번처럼 다 나을 거야." (p.10)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사라는 요즘 힘든 매일을 보내고 있다. 유동적인 직장 근무는 일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하게 만들었고, 연애 초반 그녀를 배려해주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몸상태도 좋지 않다. 어지럼증과 구역질이 자꾸만 그녀를 덮쳐온다. 참다보면 나아질거라 되뇌며 익숙해진 아픔을 견디던 어느 날, 특별한 고양이가 그녀를 찾아온다.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었다.


"나 좀 들여보내줄래?" (p.11)


입도 움직이지 않고 말을 전하는 고양이. 사라는 말하는 고양이를 꿈이라고 생각하고 출근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고양이는 계속 나타나 말을 걸었고, 결국 사라는 시빌을 삶에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건 엉망이었던 그녀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그거 알아, 사라? 진짜 세상은 네가 보는 세상과 달라. 아니, 네가 본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라고 해야 하려나." (p.217)


남자친구의 배신과 가족의 파산 소식을 마주한 사라. 망연자실한 그녀에게 시빌은 세상을 다르게 보라고 이야기한다.

사라는 시빌의 조언에 따라 다양한 습관들을 만들어간다.

요가(스트레칭)와 명상을 한다. 특히 호흡에만 집중하는 '마음 청결 연습'이 인상적이다.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것은 먹는 것에도 적용했다. 뭔가를 먹을 때 신경을 집중해서 맛 하나하나를 느끼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은 생생해서 함께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는 자세, 채식 습관을 들이며 사라는 다시 행복한 삶을 찾아낸다.


사라 레온의 안에서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변화는 겉으로 보면 알아차릴 수 없는 작고 미묘한 것이었지만 알고 보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난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라고만 말하는 거울 속 형상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이 놀고 더 적게 일하기 시작했다. 닫힌 방에서 바로 걸어나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p.314)


다시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라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이웃과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이사 첫 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던 무서운 얼굴의 옆집 여인. 첫인상이 너무 좋지 않았다.

시빌의 조언에 따라 먼저 편지로 화해의 손을 내민 사라. 알고보니 이웃 여인 이바나는 고통스런 사고를 겪으며 몸에 상처를 입고 청각에도 문제가 생겼었다. 그녀의 사연을 보며 역시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후 한 발 나아가 좋은 관계들을 맺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말한다. 주인공 사라가 맺은 관계들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결국 마음가짐에 달린 것일지 모른다. 사라가 가장 힘들 때 달려와 도움이 되어준 오랜 친구들의 좋은 관계가 있었다. 크게 다투고 서먹해졌던 형제와의 관계도 먼저 마음을 열며 회복할 수 있었다. 이웃 이바나와의 관계처럼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먼저 다가가 좋은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있었다. 삭막했던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즐겁게 바꿀 수 있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사라가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보니 그 과정 속에서 맺은 다양한 관계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생각하게 했다.

'힐링 소설'이라는 이 책의 소개 문구는 그러니까 아주 적절했다. 사라처럼 삶의 굴곡에 지치는 순간, 이 책을 만나 시빌의 따뜻함을 마주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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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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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년의 '그 후' 이야기, 디어 에드워드

(이번 리뷰는 에드워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디어 에드워드』.
안녕 에드워드. 너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읽고 너에게 편지를 쓴다.
온전히 너의 이야기만 담겨 있던 건 아니었어. 그 비행기를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점도 간간이 나왔거든.
너에게 영원히 '타인'으로 남겨졌을 뻔한 이들 뿐 아니라, 너의 가까운 가족의 생각과, 겪은 일들을 엿볼 수 있었지.

이야기는 비행기 탑승 수속 장면으로 시작했어. 기억나니? 너의 형이 그 비행기를 타기 전에 검사대를 지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던거. 그건 일종의 해프닝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던 승객들과 승무원들 사이에서 뭔가 달랐던, 신선함이었어. 하지만 비행기를 탄 후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 좌석에 앉아 승무원의 비상 대피 안내를 듣는 것. 승무원이었던 베로니카가 말했지. "여러분이 즐거운 비행을 하시길 바랍니다."(p.29) 안타깝게도 그 말은 이뤄지지 못했지...
그렇게 비행기는 이륙했고... 다음은 사고가 일어난 후의 장면이 나왔어.
191명 사망. 한 명 생존. 혼자서 살아남은 미라클 보이. 바로 너였어, 에드워드.

긴 시간 병원에서 지낸 후 퇴원한 너를 맡게 된 건 네 어머니의 여동생 부부, 이모 레이시와 이모부 존. 그 분들은 참 좋은 분이셨지. 네가 고통받지 않도록 적절히 벽이 되어 주셨던 것 같으니까. 어린 네가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면 너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도 몰라. 누구도 그 고통을 '온전하게' 이해하긴 어려웠겠지. 그 느낌을 아는 건 너 혼자였으니까. 그래도 그분들은 너의 감정을 알아주려고 많이 노력하셨어. 게다가 일부는 너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지. 소중한 이를 잃은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간호사들이 너한테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게 난 싫더라."
레이시의 목소리는 엄마보다 칼칼하다. 이제 다시 그녀가 이모로 느껴진다.
"넌 괜찮지 않아. 내 말 들리니, 에드워드? 내 말 듣고 있어? 넌 괜찮지 않아. 우린 괜찮지 않다고. 이게 뭐가 괜찮다는 거야." (p.52)

네 형이 사고를 당한 나이와 같은 15세가 되던 생일날, 넌 알게 되었지. 사람들이 네게 편지를 수없이 보냈다는 걸. 너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이들의 유가족들이 보낸 편지들은 각양각색이었어. 너는 그들에게 있어 후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이자 희망의 존재였는지도 몰라.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들에게도 너는 특별한 존재였으니... 유족의 입장에서는 더 속내를 털어놓기 쉬웠을 수도 있겠지. 너와 상담했던 닥터 마이크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점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해. 네가 특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지." (p.167)

너는 모르는 일이지만 네가 탔던 비행기 안에 있던 다른 승객, 플로리다가 린다에게 해 준 말이 있었어.
"모든 것에는 끝이 있어요. 그러니 슬퍼할 것 없어요. 그 순간에 뭐가 시작되는가가 중요할 뿐이죠." (p.228)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라고 할 수 있는 순간에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쩌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하면 좋을 조언이라고 생각해. 너도 그런 '끝'을 맞이한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뭔가가 다시 시작되었잖아? 삶이란 그런 것일지도 몰라. 어떤 것이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것의 반복되는 시간. 지나간 것에 슬퍼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너무 슬픔에만 매몰되어 있다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거야. 그러니 혼자서만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던 네가 이모와 이모부 역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었음을 알게 된 건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닫혀있던 너의 세계는 조금씩 주변을 향해 열리기 시작했던 거야.
이모부가 얼굴을 찡그리고, 그 표정을 본 에드워드는 불면과 악몽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둠 속에서 고요한 밤 혼자만 깨어 있다고, 자신에게만 안식이 허락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p.289)

너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편지를 읽어가면서, 너에게 남겨진 유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우면서, 너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목표 같은 것을 지닐 수 있게 된 것 같아.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기억들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용기.... 닥터 마이크가 말했지. "이미 일어난 일은 뼛속에 새겨지거든, 에드워드. 피부 속에 계속 남아있지. 없어지지 않아. 자신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매 순간 함께할 거야. 처음 나를 만난 순간부터 넌 그걸 안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지." (p.439) 네가 겪은 사고는 너의 성장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

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뉴스로 접했던 사고들을 떠올렸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있었던 사고들... 그런 사고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생각했어. 특히 자연 재해나 기계 결함 같은 문제가 아니라 인적 재해라면 더 마음 아팠지. 그런데 그 후 생존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 큰 사고를 겪으며 가까운 이들을 잃어버리면서 살아남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마도 너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들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먹먹해졌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래도 네가 네가 겪은 비극에서 천천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모두가 괜찮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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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는 대로 / As I Imagine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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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상상으로 극복해보자! 내가 상상하는 대로


분홍색 커다란 캐릭터가 표지를 가득 채운 책.

『내가 상상하는 대로』는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함께 도착한 스티커와 한 컷 찍었다.

스티커는 책 속 이미지를 담은 것과, 영어 제목 'AS I IMAGINE'이 적혀있는 스티커가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D와 M, E와 G이다. D는 공룡, M은 괴물, E와 G는 꼬마 소녀들이다.

이들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하고 있는데 간결하면서도 매력을 담아낸 소개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시작!

어두운 밤, 두려움에 떠는 아이는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불을 끄면 사나운 공룡이 자꾸 나타나요."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눈을 감고 즐거운 상상을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어둡고 우울했던 장면은 한 장 넘어가면 밝은 색감으로 변한다.

아이의 상상 속에서 두려웠던 공룡은 친절한 공룡이 된다.

다시 한 장 넘기면 어둡고 칙칙한 색감으로 돌아간다. 다시 아이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아이가 다시 상상해보는 다음 장에서,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어둡고 두려운 분위기가 있는 장면과 상상을 통해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면을 번갈아 보여준다.

처음에 D, 그러니까 공룡이 나오는 장면이 셋이 있고, 다음은 M, 괴물이 나오는 장면이 셋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상상 덕분에 더이상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야기도 따뜻하고 좋았지만, 그림체가 부드러운 느낌이라서 좋았다.

뒷부분의 후기를 보면 물감으로 한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그림의 경계면이 깔끔하면서도 부드럽게 되어 있다.

글자들은 고딕체지만 적당한 굵기로 되어 있어서 전반적인 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색감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고, 캐릭터들도 귀여워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다.

같은 내용이 영어로도 되어 있기에 영어로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무서운 것들이 떠올라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상상을 통해 머릿속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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