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서유요원전 서역편 3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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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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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유요원전 서역편 2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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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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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유요원전 서역편 1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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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당편 말미에 시차를 두고 망망한 사막으로 접어든 삼장과 손오공.

이 엇갈림의 시작은 주색을 밝히는 땡중 팔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질긴 인연의 시작인지라, 손오공과 삼장을 엇갈리게 만든 팔계가 손오공을 삼장에게로 이끄는 길잡이가 될 줄이야!


대당편 열권을 거치며 엇갈리면서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물들에게 고초를 겪은 손오공과 삼장은 서로에게 연결된 질긴 인연의 끈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임을 깨닫게 된다.


삼장과 손오공의 관계는 묘하다.

일본에서 수많은 BL동인지의 소재가 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삼장이 손오공에게 씌운 금고아와 금고아가 주는 고통으로 손오공을 조련하는 삼장의 모습은 성별을 떠나 피학, 가학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 은 이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서유기' 의 원전인 '대당삼장취경시화' 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fireflag/150113943208)

이 작품에서 삼장과 손오공의 위치는 서유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서유기와는 달리, 손오공은 내제적인 고통이 있고, 삼장이 외우는 법문을 들으면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가학적, 피학적 관계가 완전히 사라진다.

삼장은 치유자인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구도는 우리가 잘 아는 서유기의 그것에 비해 갈등의 자극이 약하게 다가온다.

신체적, 감정적으로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서스펜스는 떨어지지만, '서유요원전' 의 삼장과 손오공은 부자父子나 모자母子 같은 모습으로, 또는 연인 같은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서유요원전의 삼장과 손오공은 완벽하게 수평적이다.

특히 삼장은 중생을 구원한다는 의지는 뚜렷하지만, 그 외의 모든 면에서 유약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잘 아는 '스트레오 타입' 의 '민폐형 히로인' 은 아니다.

오히려 손오공보다 쉬운 방법으로 난관을 극복해가며, 심지어 손오공에겐 큰 적이 될 사람조차 감복시키는 인격의 소유자인데, 서역편 1, 2권을 통해 그러한 매력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서유요원전에서의 삼장은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삼장들과는 아주 다르다.

굽힐때와 목숨을 걸어야 할 때를 명확히 알고 있다.

종교를 떠나, 완성된 인격을 지닌 인간이 올바른 신념을 향해 나아갈때, 주변의 수많은 범인凡人들이 결코 따를 수 없는 길을 걸어 갈 때.

그 인간은 얼마나 많은 고난과 고초를 겪을 것인가?


새삼 이 작품을 통해 서유기. '대당삼장취경시화' 의 본의를 읽게 된다.  


 


서역편은 정말정말 재밌다!!!!

이제 겨우 두권 읽었지만, 서역편이 대당편 열권보다 훨씬 재미있으리란 사실을 우리가 잘 아는 그 '서유기' 만 읽었어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로호시 다이지로 역시, '자, 봤냐???' 라는 자부심 가득한 그림과 연출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모험은 이제 시작이다. 


삼장과 손오공, 저팔계와 사오정의 관계 분석은 언젠가 다시 꼼꼼하게 파보고 싶다. 


심지어, 이번 서역편엔, 1권부터 컬러 페이지가 제대로 수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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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공병 7 - 완결
마츠모토 지로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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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작. 여자공병의 완결편이 국내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이 정식 발간된다는 소문만으로도 많은 팬들이 우려를 표했었다. 아무리 애니북스가 용자라지만, '그런' 시기에 '이런' 작품이라니.


[여자공병]은, 일단은 거대로봇물이다.

단, 거대로봇이 세라복을 입은 여고생이라는 점만 빼면; 거대로봇물이지만 내용은 리얼로봇물에 가깝다.

로봇을 조종하는 파일럿들은 이차원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시달리며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여자공병에 타고, 이차원의 공간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오염' 이라는 증세가 진행되고, 전투를 계속 하다보면 결국 심각한 지경에 도달하고 만다. 기체와 일체가 되어서 정신과 육체를 통째로 먹혀 버리는 것은 물론, 그들이 타고 있는 로봇, '여자공병' 마저 끔찍하게 변이되어 말 그대로 '괴물' 병기가 된다. 주인공 타키가와는 '러브 폭스' 라는 여자공병 기체를 조종하는 파일럿으로 정신오염이 심하게 진행된 아군들을 '처리' 하는 이른바 '엽대' 라는 특수부대의 리더이다. 아군을 처리하는 일종의 사형집행인인 셈. 



 세라복과 기관총, 혹은 칼.   

작정하고 덤벼들면 수많은 성적인 메타포들을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그리고 아마 수많은 논문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일본인들이 사방에 혈흔을 흩뿌리는 여고생에 대한 판타지, 혹은 동경, 혹은 성적 이상화가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일본 만화들 중에서도 교복을 입고 무기를 든 여고생이 등장하는 작품은 수도없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은 물론 클램프의 작품들이다. 

그녀들의 작품세계에서 교복은 전투복이자, 살인면허와 다름없다.(^^;;)

그녀들이 일본에서도 소위 '소녀만화' 로 분류되는 하위장르의 정점에 위치한 창작팀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무장한 여고생의 메타포는 비단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고생과 일본도" 는 '국화와 칼' 이라는 이미지로 서양에 널리 알려진 일본인들의 정신세계가 대중문화의 컨셉들과 어우러지며 탄생한 새로운 아이콘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장미와 가시처럼 이중적인 메타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니까. 

'세라복과 칼, 혹은 총(혹은 전기톱)'.


어쩌면, 마츠모토 지로는 단순히 각종 무기를 손에 쥐고 활약하는 여고생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권 말미에 작가의 대담이 실려있긴 하지만, 일단 차치하자.) 

그리고, 그러한 거대 여고생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빌딩을 부수고, 시가지를 아작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족보행의 거대 로봇의 디자인이 여고생이며, 두부가 열린다는 부분은 장난치듯, 닥치는대로 그리다가 나온 아이디어일 것이다. 거대로봇의 두부에 조종석이 있다는 설정은 일본산 거대로봇물의 전통적인 레퍼런스다. 캐노피의 디자인은 에반게리온의 그것과 닮아있다. 여자공병의 적의 공격에 의해 침식당해 수많은 팔들이 파일럿에게 뻗어나가는 장면은 정확히 극장판 에반게리온에서 봤던 그것이다. 

거대한 이족보행 여고생 로봇이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는 세계가 필요했다.

가급적이면 그러한 여고생들이 무리를 지어 전투를 벌일 수도 있어야 했다. 

괴이한 차원공간을 창조해내고, 현실적인 개연성이 1도 없는 설정들을 쏟아부었다.

다시 말하지만, 단순히 거대 여고생들이 각종 화기를 들고 무차별 학살을 벌이게 하기 위해서다. 

겉보기엔 여성이고, 여학생이지만, 파괴를 일삼는 거대한 로봇이다.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이러한 나의 추측은 초반 1~2권까지는 어느정도 유효한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은 이 차원공간의 괴랄함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고, 여자공병들이 시가에서 벌이는 전투는 작가가 원했던 판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교복 페티쉬를 갖고 있는 밀리터리 오타쿠가 자신의 취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주연급 기체인 여자공병 '러브 폭스' 의 두부에 탑승해 있는 '타키가와' 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괴랄한 판타지적 세계관이 현실과 접점을 이루게 된다. 타키가와가 여자공병 러브 폭스에 타기 전 현실은 현재 일본 남성의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괴랄한 모양새로 종횡무진하는 여체들과 고단한 삶을 살았던 남성 타키가와의 리얼함이 얽히며 작품은 난데없는 깊이를 보여주게 된다.

 클라이맥스에 다가가면 존재의 본질에 대한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데, 6권~7권에 이르는 실존과 실재의 증명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줄 만큼 훌륭한 에피소드였다. 이 에피소드만 따로 한편의 단편으로 발표했다면 상당한 걸작으로 인정받을 만큼 훌륭했다.

작가가 이 클라이맥스를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단순히 판치라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작가 자신도 뚜렷하게 밝힐수 없을듯 하다.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의 균질성을 떨어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장면들간의 개연성은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인과관계들이 계산된 것이라면, 그것으로도 훌륭하고, 작가의 본능적인 감각이라면, 그냥 천재적이랄 수 밖에 없겠지.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의 판단이 인상적이다. 그 역시 흡입력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 작품이 논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젠더 감수성'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작가들에게 젠더 감수성은 가장 큰 이슈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쪽에 편중되면 일베, 다른 쪽에 편중되면 메갈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작품 내적인 해석 뿐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인 영역,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글까지 타겟 범위에 들어있다.  

'여자공병'은 그런 시기에 국내에 상륙했다. 

이미 웹툰이 만화시장을 점령하고 있어서일까, 이 작품에 대한 논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작품보다 논쟁의 소지가 다분한데도 말이다. 아마... 논란이 일 만큼 팔리지 않아서겠지... 


'여자공병' 이 그리고 있는 '기호' 로서의 '여체' 는 묘하다. 

여성이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로봇, 병기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머리 안에 타고 있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공병이 로봇이라는 표식은 없고, 성적인 묘사 또한 적나라하다. 머릿속에 타고 있는 타키가와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성행위와 로봇인 여자공병들이 벌이는 성행위도 등장한다. 작가는 '이 여자공병은 여고생처럼 생겼지만, 여고생이 아니야' 라고 변명하지만, 여고생들이 벌이는 성애 행위와 남녀 성기를 연상시키는 크리쳐등 성적인 메타포를 가득 메워 독자들을 자극한다.

단순히 그것으로 젠더 감수성을 운운할 것은 아니다. 어차피 19금 딱지가 선명한 작품이고, 성행위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젠더 감수성을 무시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젠더 감수성이란 작품 안에서 '여성' 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느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공병의 작품 안에서, 여성은 단순히 성기, 혹은 자궁 이상의 역할이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작품의 배경이 치열한 전쟁터이기 때문에 실제 이야기 안에서 여성의 활약도는 미미하다. 여자공병에 탑승하는 파일럿들은 모두 남성들이고, 대부분 사회 낙오자들이다. 여자공병을 운용하는 일은 100% 정신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퇴로가 없는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가는 방식으로 파일럿들을 선정했다.  

왜, 모두 남성뿐이냐고 묻는다면, '군인=남성' 이라는 편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부분이 바로 젠더 감수성의 부족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자 고등학생 형태의 로봇" 의 조종석에 "찌질한 쓰레기 중년 남성들" 을 태우는 것이 작가의 첫번째 의도라는 것이 보다 정답에 가깝다. [여자공병] 세계는 페미닌한 세계는 아니지만, 남성들의 이야기만을 그리고 싶었던 것으로 읽힌다. 

애초에 '세라복과 머신건' 처럼 상반되는 이미지로 위화감을 주기 위한 설정인 것이다.   

또 하나, 파일럿 타키가와와 여자공병 러브폭스를 어떻게 분리하여,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젠더감수성은 양쪽 극단을 오가게 된다.

타키가와의 여자공병인 '러브폭스' 는 '키리코' 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타키가와의 엽대를 구성하고 있는 부하기체들 역시 별칭이 있고, 대부분 그 이름으로 불리운다. 머릿속에 중년 남성인 타키가와가 있다지만, 실제 작품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는 여고생인 것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대상과, 그 안의 실체가 다른 파일럿과 여자공병의 관계야말로 마츠모토 지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키리코는 단순한 무기물이고, 타키가와에게 조종되는 기체이지만, 한 명의 인간 여고생으로 읽힌다. 

이 의도적인 혼동과 혼란, 그리고 위화감이야말로 작가의 의도, 그 자체인 것이고, 젠더 감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젠더 감수성 때문에 작품 자체가 폄하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품이 그리고자 하는 내용와 캐릭터, 시대배경 등을 따져서 들이대야 할 부분이고, 작가 역시 충분히 고민해서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마츠모토 지로가 어떤 생각으로 거대 여고생을 그렸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법이다. 

작품은 오롯하게 독자들의 것이고. 


다시 강조하지만, 6권과 7권을 아우르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대단히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사유가 동반된다.

타키가와와 러브폭스는 결국 최후의 스테이지에 도착해 예원자가 치밀하게 설계한 현실과 똑같은 가상(시뮬라크르가 연상된다)에서 츠키코와 마주한다. 

현실과 똑같지만, 타키가와가 무시되고, 러브폭스가 키리코로 존재하는 세상이다.

작가가 여자공병을 여고생으로 그린 의도가 여기서 등장한다.

7권은 한 편의 거대한 사이코 드라마인 동시에, 현대 일본 고등학생들의 현주소다. 굳이 여고생이었던 이유는, 당연히 주 독자층의 기호일 테고.(남고생의 하루 따위 읽고 싶지 않으니)


러브 폭스(키리코)와 타키가와의 관계는 7권에 이르러 숨겨왔던 메타포를 드러낸다.

러브 폭스가 육체라면, 타키가와는 정신이다.

예원자가 만들어낸 세상; 현대의 일본에서 타키가와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정신병의 증상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자공병에 탑승하는 동안 파일럿들은 정신 오염에 침식된다. 자기 자신을 잃고, 여자공병에 동화되는 것이다.

쉽게말해 육체(여자공병)에 정신(파일럿)이 '먹히는' 것이다. 

결국, 정신오염은 육체의 쾌락적 욕망에 사로잡혀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들에 대한 조롱이고, 폄하이다.

그런 세계에서 타키가와는 고고하게 버텨낸다.

그 누구보다 찌질한 모양새지만, 그 누구보다 존엄하다.

그가 그 자신으로서 살아남기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그는 버티고 또 버텨낸다.

어떻게 해서든,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남고자 하기 때문에, 그는 고고하고, 존엄하다.


결국 마츠모토 지로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신이 아니다. 소설 속에 답이 없는 것 처럼, 만화 속에도 답은 없다.

소설가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듯이, 만화가 역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 


찌질하고 구차하게, 수많은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자신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운명과 세상 안에서,

왜,

그렇게 고통뿐인 삶을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작품 안에는 수많은 메타포가 등장하고, 그 모든 것들을 폭사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에라 씨발, 나는 모르겠다' 

라는 말이 들리는 듯도 하지만. ^^

 

'그래, 몰라도 나는 살아가련다'

찌질하고 구차하더라도, 살아가련다.

스스로를 위무해서라도.

라는 말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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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더 Vol. 2 : 기계 달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더스틴 웬 그림,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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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 아톰의 스페이스 오페라 버전.
이렇게 표현하면 이 작품 팬들이 들고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팀-21은 분명 아톰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만약 아니라고 한다면, 단지 유사하다고 언급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 유사성을 결코 이 작품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부모님의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형태의 로봇은 아톰 이후로 명백한 전형성을 갖게 되었으며, 수많은 작품들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 과거의 작품들을 파헤쳐보면, 소년형태의 인공물이 사람의 마음을 갖는다는 아이디어는 여기저기 널려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이 작품은 '만화' 이고, 나는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고 자란 한국남성으로서 '팀-21'을 보는 순간 아톰을 떠올렸다.
다시 말하지만, 팀-21과 아톰의 유사성은 단지 캐릭터 뿐으로, 이 작품의 평가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고,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될 다른 분들의 감상과 평가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기 바란다. 

이 작품은 SF의 팬들에게는 "대단히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많이 본 아이디어들을 설정화 해서 시작하는데, 특히 "지구가 멈추는 날" 이나 "우주전쟁" 같은 고전 SF의 아이디어들을 한층 세련되게 꾸미고, '터미네이터' 의 설정을 가져와 우주적인 스케일로 펼쳐놓는다.
아직 2권까지밖에 보지 못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작화가 더스틴 응우옌의 유려한 수채화다. 그림체 자체도 명확하고, 뎃셍도 아주아주 적확한 것은 물론, 연출과 색감도 아주 인상적이다.
요새는 디지털 툴이 워낙에 잘 나와있음에도, 수작업으로 작업한 것 같다. 
물감이 번지는 느낌과 종이의 질감이 잘 드러나 있어서 참 좋았다.
수많은 필터들이 난무하는 요새의 그래픽 노블과 확연하게 느껴지는 따뜻함과, 기술력이 돋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로봇에 인격이 부여되는 소재의 작품들은 많다.
이제는 일종의 레퍼런스로서 공공의 재화처럼 사용되므로, 결국은 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 것이냐의 문제다.
그리고 만화의 경우, 연출과 컬러, 디자인을 포함한 작화까지 더해지면,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해진다. 
인격을 가진 소년 로봇이 자신을 구입했던, 처음으로 사랑해줬던 인간을 찾아나선다. '엄마' 라는 그 인간은 이미 죽었고, 자신과 친구로 어린시절을 보냈던 소년은 로봇 사냥꾼으로 자라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인간과 로봇이 서로를 증오하며, 거대한 전쟁이 막 시작된 장대한 우주에서, 나이를 먹지 않은 소년 로봇이, 이제는 성인이 된 인간을 찾아나선다. 
프랑스 작가의 이야기와 베트남 작가의 그림이 만나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아날로그 기술로 그려낸다.
이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음권 언제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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